First blog post

 

———————————————-

Chapter 36. 너도 어서 와라 – 2

———————————————-

 

일반적으로 말하는 higher existence란, lower existence가 이미 존재하는 higher existence집단의 Record을 공유 받아 그들의 일원이 되는 것을 말한다. 개체는 그로써 보다 큰 가능성을 얻고 집단은 그로써 Record을 불리게 된다.

 

처음에는 Army of Heaven을 제외한 higher existence집단이 아예 없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Army of Heaven에 염증을 느낀 이가 새로운 Record을 쌓아 Army of Heaven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Brilliant Army of Light의 시작이었다.

 

그는 Angel들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Record을 변형하는 것으로 Fallen Angel의 가능성을 열었다. 자신의 힘으로 Angel들 모두를 잠재적인 Fallen Angel 후보군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최초의 반역자였으며, 두 번째 higher existence집단의 수장이었다. Brilliant Army of Light은 무섭게 세를 불려 Army of Heaven과 대립했다.

 

한편 Destruction Demon Army은 홀로 세상을 먹어치운 괴물에 의해 시작되었다. 균형을 중시하는 Army of Heaven도, 그들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규율을 세우고자 하는 Brilliant Army of Light도 그 괴물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놈은 그들의 규칙과 규율마저 전부 먹어치우고 싶어 했다.

 

그 끝없는 탐욕으로 기어이 한계를 뛰어넘은 괴물은 자신과 같은 괴물들을 모아 집단을 만들었고, 그것이 Destruction Demon Army이었다. 놈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파괴 뿐. Army of Heaven은 그들을 증오했으나 Brilliant Army of Light은 때로 그들과 손을 잡았다. 물론 진심으로 동맹을 맺는 일 따위는 없다. 모두가 품은 뜻이 달랐기에.

 

마지막 네 번째 higher existence집단 Garden of Sunset이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가, 그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분명 처음에는 lower existence였으니 Army of Heaven이 관리하던 이들 중 하나일 텐데도 불구하고! Army of Heaven은 그 수장 되는 자가 자신을 감추는 데에 능숙한 자라는 것만을 간신히 파악했을 뿐이었다.

 

그들은 느릿느릿, 하지만 차근차근히 세를 불려나갔고, 어느덧 다른 집단과 견주어도 부족한 점이 없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언제나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며 전력을 잘 노출하지 않지만, 그들의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들은 독특하고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상대하기도 까다로웠다.

 

[그래도.]

 

Erta는 의식의 준비를 하고 Erta를 감싸듯이 위치한 Garden of Sunset 멤버들을 둘러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 의식이란 그녀를 Army of Heaven으로부터 Garden of Sunset으로 넘어가게 해줄 대Magic을 말하는 것으로, Brilliant Army of Light의 수장이 만들어낸 Record의 변형을 Garden of Sunset에서 연구한 끝에 탄생시킨 Magic이었다. 물론 Destruction Demon Army 또한 비슷한 Magic을 보유하고 있었다.

 

[설마 여기서 이런 식으로 의식을 치르게 될 줄이야.]

[우리의 본진으로 가고 싶다는 거지? 그 뜻은 알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상반신은 헐벗은 여성, 하반신은 두꺼운 뱀의 몸통을 지닌 나가 종족의 higher existence, 리소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Yu Ilhan 6th Class였다.

 

[우리 Garden of Sunset에 본진이란 존재하지 않아.]

[그 얘기는 이전부터 들어왔습니다. ……제가 당신들의 일원이 되면, 그때 알려주겠다는 얘기지요?]

[아니? 우린 이미 널 믿고 있어. 본진은 정말로 없어.]

[……예?]

 

처음엔 단지 Yu Ilhan이 시킨 대로 시간을 끌 작정이었던 Erta는 리소나의 말에 그만 진지하게 몰입하고 말았다.

[그럴 수도 있습니까?]

[당장 Garden of Sunset 수장의 거처조차 모르는걸. 난 그분의 얼굴을 본 적도 없어. 아마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럴 거야.]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지만.]

 

Erta는 볼을 살짝 붉히며 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lower existence이던 시절, 저를 Garden of Sunset 안주인 자리에 올려놓겠다던 자의 말은 무엇입니까?]

[화원의 수석 문지기, 그러니까 타 집단에서 흔히들 군단장이라고 부르는 위치에 있는 자들은 종종 자신들이 수장인 체를 해. 넌 그 중 한 명에게 속은 거지.]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잃은 Erta를 앞에 두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우리의 수장과 만났다는 이들이 의견을 규합한 끝에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어. 너무나 변덕스럽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인물이라고. 그 이유는 간단해. 그들이 만난 수장은 실제로 다른 인물이기 때문이야.]

[맙소사, 그렇다는 건…….]

[맞아. 그것 역시 수장의 지시이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수석 문지기들에게 자신을 칭할 것을 허락한 거야.]

 

Erta는 그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제법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 결과 적어도 자신을 비롯한 Angel들은 Garden of Sunset의 수장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분의 힘이 무척 강대하고, 그것에 비해서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제약도 별로 없다는 거지. Erta, 너 역시 그것이 좋아 끝내 우리를 찾은 것 아냐? 아, 아닌가. Army of Heaven이 지구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염증이 났다고 했었지?]

[저는…… 그렇습니다.]

 

바로 그때 Yu Ilhan에게서 연락이 떨어졌다. Erta는 굳게 결심하며 대꾸했다.

 

[의식을 치르지요.]

[좋아. 탁월한 판단이야. ……모두 자리로.]

 

모두가 있어야 할 위치로 향했다. Erta에게서 Angel의 날개를 떼어내고, 그 대신 화원의 일원으로서의 Record을 부여하는 작업이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조금 아플 수 있겠지만 참아. lower existence로 영락하는 건 순간일 뿐이니까.]

 

그러나 Erta가 붙잡아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집중했다. 의식을 치르는 모두가 그것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고통을 참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 순조로워…….]

[Army of Heaven과의 전투에 대비해. 물론 Destruction Demon Army과의 전투 때문에 많이 소모되었겠지만.]

[그 Dragon에 의해 궤멸되었다면 좋을 텐데…… 지금이야.]

 

Erta의 등에서부터 새하얀 깃털 날개가 천천히 뽑혀 나왔다. 그와 함께 우윳빛의 피가 허공을 수놓았다. 그녀를 Angel이게 만들었던 징표들이, 새로운 higher existence집단의 Record을 버텨내지 못해 그녀에게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제 조금만 참…… 뭐!?]

“후우!”

 

그러나 Angel로서의 힘이 모두 빠져나온 직후, 그것들이 밝은 빛을 발하며 Erta를 감싸는 Barrier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미리 자신의 몸에 새겨두었던 Magic 술식은 Angel로서 지니고 있던 Upper 마나와 부산물이 빠져나가는 순간 그것들을 제물로 삼아 발동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Erta, 너……!]

“한 외톨이한테 병이 옮아서 말이죠.”

 

그녀의 영과 육을 물들이려던 Garden of Sunset의 Record은 Angel의 증표로 만들어진 Barrier를 뚫지 못해 튕겨나갔다. Erta는 그 안에서 부상을 회복하며 제법 여유롭게 웃어보였다.

 

“저도 이제 집단은 질색입니다. 지금!”

 

‘그래, 지금!’

 

Yu Ilhan의 Spear magic formation을 이루고 있던 higher existence 중 한 명의 머리통을 꿰었다. 일격으로 죽였기에 그의 Concealment은 유지되는 상태였고, 그렇기에 리소나는 Yu Ilhan이 습격을 가해왔음을 눈치 챘을 뿐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Yu Ilhan? Yu Ilhan이구나! Erta의 전 계약자!]

“나도 있는데? Mir야, 그 여자한테는 다가가지 마!”

[Yeah!]

“Laterna 니이이임!”

 

반면 Yumir와 Liera는 제각기 다른 적을 기습하며 Concealment이 풀렸다. Na Yuna는 Yu Ilhan의 Aegis에 보호받으며 전장에서 조금 떨어져 그들에게 버프를 걸고 있었다.

 

[흐으악!]

[lower existence!? 대, Senior Angel Liera!]

“이젠 아냐!”

 

일행의 급습으로 세 명의 멤버가 죽었다. 그리고 그것이 순식간에 네 명, 다섯 명으로 늘었다. Yu Ilhan의 능력은 lower existence라기엔 지나치게 출중했고, 리소나는 최선을 다해 그의 기척을 잡아내려 애썼으나 그의 흔적을 쫓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눈앞에서 수하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있음에도! 결국 그녀의 분노는 Erta에게로 돌아갔다.

 

[Erta, 너! 어째서!? Angel를 관두겠다고 했잖아!]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어째서 여전히 인간과 작당하고 있는 거야!]

“한 가지 착각하고 계시는 게 있습니다만.”

 

Erta가 자신이 만들어낸 Barrier에 손을 짚으며 진하게 미소 지었다.

 

“저는 Angel였기에 Yu Ilhan을 도운 것이 아닙니다.”

 

제아무리 격을 잃었다 해도 그녀가 쌓은 마도의 경지는 낮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허물을 소재로 쓰고 있는 상황. 속된 말로, Erta는 지금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었다.

 

“저는 그저 Yu Ilhan과 함께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Yu Ilhan 일행은 의식을 진행하던 이들을 차례대로 죽였기 때문에 magic formation은 더 이상 의식을 진행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Erta는 그 타이밍을 노려 Barrier를 다른 Magic으로 변화시켰다. 의식에 사용되던 마나마저 끌어들여 새로운 Magic을 만든 것이다!

 

[Erta……!]

 

그것은 오직 한 명 리소나만을 노린 공격 Magic. 허공에서 찬란하게 타오르는 마나의 결정이 주위 마나를 모두 끌어들여 수백, 수천 개로 그 숫자를 불리며 그녀에게 쇄도했다. 리소나는 그것을 보며 경악했다.

 

[당신, 지금 lower existence로 영락한 거 아녔어!?]

“제 입으로 말하기엔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마도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질 생각은 없습니다.”

[큭!?]

 

lower existence라고 해서 결코 얕볼 수는 없다. 저 Magic은 higher existence의 마나로, 그 Erta가 전력을 다해 짜낸 Magic이기에! 리소나는 제 몸집을 불리며 하반신을 이루는 비늘 하나하나에 갇힌 마나를 해방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Barrier를 만들었다. Erta의 Magic을 막기 위해선 자신 역시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Garden of Sunset을 이루는 멤버들은 Yu Ilhan의 보이지 않는 습격, Yumir와 Liera의 보고 있어도 무서운 폭격에 의해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었고, 실은 그것이야말로 Erta가 의도하던 바였다.

 

[이…… 비열한!]

“당신들은 Artifact를 위해 엘프들을 죽였다지요? 누가 누구보고 비열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 심지어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그런가요. 확실히 Garden of Sunset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으레 집단이란 개인의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하는 법이지요. 안 그런가요?”

 

리소나는 처음부터 Erta가 Garden of Sunset에 전혀 뜻이 없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것을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가 너무나 뼈아팠다!

 

[그래. 집단을 적으로 돌렸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지금 알려주지!]

 

그러나 Erta의 Magic을 전부 받아낸 리소나가 이를 갈며 보호 Barrier를 해제해 그녀를 향한 직접 공격에 나서려던 순간, 그녀의 뒤에 나타난 그림자가 있었다.

 

“집단보다 더 무서운 외톨이가 있다는걸 알려줄게!”

 

물론 그녀는 그것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Critical Hit!]

[카흑!?]

 

그녀의 복부를 한 줄기의 Spear 관통했다. 뱀으로서의 하체와 인간으로서의 상체가 연결되는 부분, 필연적으로 바깥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약점이다. 여태까지는 비늘이 이루는 Barrier로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파악한 Erta의 공격 Magic에 의해 그것이 전부 소모된 순간 Yu Ilhan의 공격이 들어온 것이다.

 

“이런, 기술은 성공했는데도 죽이질 못하다니……. 역시 6th Class는 단단하다니까.”

[유, Ilhan……!]

 

적이 죽지 않았음을 확인한 Yu Ilhan은 Spear 단숨에 뽑아내며 투덜거렸다. Ehjar를 죽이는 순간 얼추 감을 잡은 ‘그려지지 않는 궤적의 중첩’으로 11번에 해당하는 찌르기를 한 번에 담아냈음에도 적을 죽이지 못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Concealment이 풀린 것.

 

물론 그는 이쯤에서 Concealment을 풀 작정이었다. Concealment을 풀지 않으면, 다시 말해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키지 않으면 ‘손님’이 찾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흐으아아아압! 파동격!”

[에잇!]

 

관통상의 충격에 리소나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 그때 연달아 Liera와 Yumir의 공격까지 들어왔다. 묵직한 두 종류의 충격이 리소나의 몸을 진탕시키고, 이내 그 모든 충격이 Liera의 파동에 의해 증폭되며 그녀의 내부 장기를 철저하게 부수기 시작했다.

 

[큭, 카학……!]

 

그러나 리소나가 충격을 받은 것은 비단 물리적인 이유뿐만이 아니었다. Yu Ilhan은 물론이고 Liera와 Yumir의 공격까지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 그것이 뜻하는 바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리소나가 Erta에게 집중하는 몇 분 사이, 이미 그녀를 제외한 Garden of Sunset 멤버들은 전멸했다는 것!

 

Yu Ilhan만 경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생후 6년차인 꼬마 Dragon도, 사랑에 빠져 6th Class를 포기한 여자도 lower existence의 몸으로 higher existence를 학살하기에 충분한 힘을 지닌 괴물이었던 것을!

 

하지만 모든 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Erta아아아아아아아!]

 

첫 번째로 힘차게 샤우팅하는 Spiera를 선두로 하여 전력을 온존한 Army of Heaven이 그 장소에 나타났다. 본래 Destruction Demon Army, 특히나 절망의 Dragon Ehjar와의 충돌로 전멸하지나 않았으면 다행이었을 터인 그들이, 거의 대부분의 세력을 보존하여!

 

[어머나아, 여기에 있었구나. 다른 손님들도 많고……. 개구쟁이, 날 여기로 불러내고 싶었던 거니? 설마 이 나를 마음대로 부리다니…… 그런 난폭함도 싫지만은 않은걸.]

 

두 번째로는 오늘의 특급 손님, 7차 클래스의 서큐버스 퀸 Helianna. 그녀는 세 쌍의 박쥐날개와 머리 위로 돋은 앙증맞은 뿔만 제외한다면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은 외모를 지닌 미녀였다. 매혹적으로 무르익은 육신과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감싸는 프릴 드레스가 실로 언밸런스하다.

 

[과연, 기대이상인걸. 으으음, 아주 마음에 들어. 양쪽 다 말이야.]

“저년이 내 낭군한테…….”

 

연보랏빛의 눈을 반짝이며 나타난 순간부터 Yu Ilhan과 Yumir를 향해 강렬한 매혹을 뿌리는 그녀의 외모는 과연 실로 찬란했다. 리소나는 다 죽어가는 몸으로 그녀를 확인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Destruction Demon Army에서만, 두 명 째 군단장……!?]

[이런, 다른 애들한테는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이게 전부 자기 때문이야. 책임져줄 거지?]

 

Helianna가 Yu Ilhan을 보며 윙크했다. 그러나 Yu Ilhan은 고개를 갸웃했다. 투구의 옵션이 발동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의 마음이 여전히 고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러면 곤란한데. 어금니를 드러내는 게 너무 이르지 않아, Helianna? 우리와의 동맹을 깨자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어머나. 오랜만이야, Nathiel. 여전히 예쁘구나?]

[광휘의 8익 Nathiel!?]

 

세 번째로 그 장소에 Brilliant Army of Light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그들의 선두에 선 것은 Destruction Demon Army의 Helianna와 마찬가지의 무력을 지닌 7차 클래스 군단장! 적이 Helianna임을 알고 있었기에 Brilliant Army of Light 측의 군단장 역시 여자였다. 그녀의 등 뒤에서 세 쌍의 검은 깃털 날개가 자랑스럽게 펄럭이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전쟁이…….]

 

까지 지껄이던 중에 기어이 리소나의 명줄이 끊어졌고, 마치 그 순간만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허공에 거대한 균열이 일었다!

 

[Daréu는 우리가 점지한 우리의 땅. 양보는 불가, 1급 방어 수단을 가용.]

 

그 균열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신을 두꺼운 철갑으로 두른 실로 거대한 상어였는데, 그야 물론 7차 클래스였다.

 

[Garden of Sunset의 수석 문지기 Kellatuke이곳에 참전한다.]

 

기어이 Army of Heaven을 제외한 세 가지 세력의 군단장이 모두 Daréu에 모이고 말았다! 어느 정도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던 Yu Ilhan은, 그러나 일단 잽싸게 리소나의 사체를 확보했다. 전쟁은 전쟁이고 사체는 사체니까!

 

[……네놈, 방금 가져간 것은 화원의 문지기가 아니냐?]

[후훗, 욕심쟁이. 역시 우리 Destruction Demon Army에 딱이야.]

 

그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들며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들 하시던 거 하세요. 우리 빼고.”

 

당연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해줄 생각이 없었다.

 

넷의 세력과 한 명의 외톨이가 한 자리에 모인 이 순간, Daréu 쟁탈전은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Chapter 36. 너도 어서 와라 – 3

———————————————-

 

[자기, 정말 대담하네? 그 패기 정말 마음에 들어.]

“나도 내가 마음에 들어.”

 

Yu Ilhan은 자신에게 짙은 호감을 표해오는 Helianna에게 생긋 웃으며 대꾸해주고는 지금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은 바로 Erta를 확보하는 일!

 

“읏차.”

“꺅.”

 

그는 마치 수표면의 물고기를 낚아채는 물총새처럼 재빠른 몸짓으로 움직여 한 팔에 Erta를 낚아챘다. 7차 클래스가 둘씩이나 나타나 긴장으로 몸을 굳히고 있다가 그대로 Yu Ilhan의 품에 안기게 된 Erta는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에게서 박력을 느끼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그것 참 반가운 말이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농담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Yu Ilhan이 Erta를 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Army of Heaven을 이끌고 있는 Spiera였다.

 

[Yu Ilhan! Erta는 Army of Heaven을 버리고 Garden of Sunset에 투항한 배반자다!]

“글쎄, 내가 보기에 Erta는 Liera와 같은 lower existence일 뿐인데.”

[그런, 엇……!?]

 

정말로 lower existence잖아! Spiera는 날개를 잃었지만 Garden of Sunset에도 소속되지 않고 lower existence로 남아있는 Erta의 모습을 보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Spiera가 차분히 상황을 판단하고 있기에는 지금 너무나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었다. 만약 이 자리에 Yu Ilhan과 Erta뿐만 있었다면 모르되, Destruction Demon Army의 3군단장에 광휘의 8익, Garden of Sunset의 수석 문지기까지 모여든 상황! 도저히 Erta를 문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욱이 저 강대무비한 군단장들을 보라. 제아무리 Army of Heaven의 숫자가 많다 한들, 객관적으로 세력이 가장 딸리는 것은 Army of Heaven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판단은…….

 

[……그녀의 죄는 나중에 묻지. 지금은 함께 싸워 살아남아야 한다.]

“나중에?”

 

Yu Ilhan이 싱긋 웃으며 확인했다. Spiera가 부득부득 이를 갈며 외쳤다.

 

[면책권을 발동하겠다!]

“Erta.”

“이제 Army of Heaven에 공격받을 일은 없습니다.”

“좋아, 합류하자.”

[어딜?]

 

Yu Ilhan이 Erta와 Liera, Yumir와 Na Yuna를 이끌고 그대로 Army of Heaven 진영에 합류하려던 찰나 그의 눈앞으로 서큐버스 퀸이 날개를 파닥여 다가왔다. 그녀의 연보랏빛 눈이 마나를 품고 신비롭게 반짝였다.

 

[자기는 나랑 같이 가야지, 안 그래?]

“안 그래.”

 

Yu Ilhan이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칼날처럼 대꾸한 바로 그 순간, 반짝이던 Helianna의 눈빛이 힘을 잃고 가라앉고 말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금세 깨달았다.

 

[어라. 자기 지금 내 매혹을 튕겨낸 거야? 말도 안 돼!]

“말이…… 돼!”

 

Yu Ilhan이 언젠가 Daréu에서 써먹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을 자유자재로 발동하여 순간이동을 반복해가며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Dragon들과 싸울 때엔 그럴 만큼 magic stone에 여유가 없었고, 이번에 Daréu로 찾아와서는 굳이 그런 수단을 써가면서까지 싸워야 할 강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을 써먹을 때가 왔다. Yu Ilhan은 곧장 magic formation을 발동하여 일행과 함께 Angel 진영 중간에 툭 떨어졌다.

 

[힉!]

[Erta, 너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Yu Ilhan!]

“좋아,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어.”

 

네 가지 세력이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고 트러블 없이 Army of Heaven에 합류하기까지 했으니 이 정도면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모든 세력의 어그로가 Yu Ilhan에게 끌려 있다는 점이 흠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던 바!

 

“Spiera, Army of Heaven은 군단장 안 나와?”

[그렇게 쉽게 군단장을 불러낼 수는 없다. 그 거대한 전력을 각 집단에서 투입한 현재 상황이 비정상인 것이다!]

“그러니까 너희도 빨리 불러봐.”

[……확실히 그래야 할 상황이군.]

 

Helianna는 여전히 흥미로운 눈으로 Yu Ilhan을 주시하고 있고, Brilliant Army of Light 측에서 투입된 군단장 Nathiel는 그런 Helianna를 째려보고 있었으며, Garden of Sunset의 수석 문지기 켈라투크 역시나 거대한 입을 벌려 Yu Ilhan을 한 입에 물어뜯을 기세로 으르렁거렸다.

 

[점점 더 마음에 드는걸, 어떻게 하지.]

[포기해라, Destruction Demon Army. 저 남자는 내가 먹어치우겠다.]

[아, 나도 너처럼 무식한 동물한테 사랑이라는 숭고한 감정을 이해받기를 원하지는 않았어.]

[Helianna, Destruction Demon Army과의 동맹은 끝이야. 네 멋대로 행동하는 건 좋지만 그 대가는 지금 당장 치러야 할 거야!]

[아아. 나는 그저 데이트를 하러 왔을 뿐인데, 왜들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

 

좋아, 그렇게 좀 더 서로 싸워! 그리고 Spiera 너는 빨리 군단장 불러! Yu Ilhan은 마음속으로 외치면서도 전투를 준비했다. Dragon으로 모습을 바꾼 Yumir의 등 위에 올라타, Liera와 Erta, Na Yuna를 그 위에 태웠다.

 

Dragon의 등에 타 함께 전투하는 것으로 Yu Ilhan의 모든 능력은 45% 상승한다. 과거 Lecidna와 처음으로 파티를 맺은 때 얻은 타이틀 Dragon의 전우의 효과로 우선 15%가 상승하고, Dragon-Man Resonance 스킬이 발동하여 30%가 추가로 상승하는 것.

거기에 Na Yuna의 축복으로 다시 30% 가량이 상승하고, 적이 7차 클래스라는 이유로 언터쳐블 타이틀이 3중첩 발동하여 45% 추가로 상승. 즉 Yu Ilhan의 전력은 지금 220%였다. 여기서 불과 관련된 스킬을 다룰 경우 추가로 160% 위력이 상승한다. 다만 Pulling Down을 펼쳐도 7차 클래스에 달하는 적의 격을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음, 서큐버스 퀸이라면 몰라도 역시 다른 7차까지 잡기는 힘들겠는데.”

“역시 상대하려고 했었구나…….”

 

Liera가 어이없어하며 중얼거리는 가운데 Erta는 Yumir의 몸체 위로 방어 Magic을 펼쳤다. 이미 Angel의 허물을 소모한 터라 아까 펼쳤던 Magic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5th Class의 공격 정도라면 여유롭게 튕겨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건방진.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무기를 들다니!]

 

거대 철갑상어는 그것이 무척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네 세력이 대치 상태에 놓여 있던 중 가장 먼저 몸을 움직인 것 또한 놈이었다!

 

[안 된다니까?]

 

그리고 그 앞을 서큐버스 퀸이 가로막았다. 요사스럽게 빛나는 그녀의 연보랏빛 눈. Yu Ilhan은 그것을 보며 살짝 한기를 느꼈다. 혹시 자신이 뭔가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전력에 대한 판단도 아니요, 적의 전력에 대한 판단도 아니다.

어쩌면 자신은, 적들 사이의 무력 밸런스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치워라, 박쥐. 네 따위가 내 정당한 집행의 방해자가 될 수는 없다.]

[어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걸.]

 

그녀를 중심으로 몽글몽글 연기처럼 뻗어 나오는 연보랏빛의 마나! 그것이 단단한 상어의 철갑을 뚫고 놈에게 침입했다. Yu Ilhan을 노리고 공간을 가르며 돌격하던 거대한 상어의 몸체가 어느 순간 뭔가에 걸린 것처럼 덜컥 멈추었다.

 

[큭!?]

[후후, 종족이 다르면 될 줄 알았어? 안타깝지만 내 Magic은 그 정도 얕은 수단으로는 피할 수 없어!]

 

Helianna가 양팔을 활짝 펼치자 연보랏빛 마나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켈라투크는 물론이고 Brilliant Army of Light과 Army of Heaven, 물론 Yu Ilhan 일행까지 한꺼번에 뒤덮는 기류!

 

[그래, 기어이 해보자는 거지!?]

 

광휘의 8익 Nathiel 역시 그것을 느끼곤 마나를 활성화했다. 세 쌍의 검은 깃털 날개가 화려하게 펼쳐지며 주위 마나를 끌어당겼다가는, 이내 그것을 광선의 형태로 Helianna에게 쏘아낸다!

 

그러나 그중 제대로 그녀에게 명중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Helianna에게 명중하기 직전, 광선이 제각기 방향을 비틀었기 때문이다. Helianna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Nathiel, 너도 나랑 싸우고 싶지 않잖아. 그렇지?]

[이, 괴물 같은 년……!]

 

Nathiel의 이가 부득 갈렸다. 광선은 하나같이 Helianna에게서 벗어나 켈라투크를 명중시켰고, 켈라투크는 자극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몸체를 틀어 Brilliant Army of Light과 마주했다. 물론 그것이 놈이 바라던 일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박쥐 년이 감히 이 몸을!]

[심장이 두근거리지? 자, 눈을 한 번 감고 느껴봐. 평생 느끼기 힘들 만큼 황홀한 그 감정을.]

[내가 살아온 세월을 무시하려는가…… 아아아아아!]

[저 망할 상어가!]

 

상어가 토해낸 거대한 에너지가 Brilliant Army of Light을 휩쓸었다. Nathiel가 최선의 힘을 다해 그것들을 방어하기는 했으나, 그것으로도 채 무마하지 못한 기운이 Fallen Angel 몇을 그대로 증발시켰다. Helianna가 그것을 보며 깔깔 웃었다.

 

[뭐하는 거야, 상어야! 과녁 맞추기라면 좀 더 노력해야겠는걸!]

[Helianna, 네년……!]

 

영향은 그들에게만 미친 것이 아니다. 당장 Army of Heaven을 이루는 Angel들 가운데에도, 몸을 꿈틀, 꿈틀하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대부분이 남성형 Angel였으나 여성형 Angel 중에도 영향을 받는 이가 있었다.

 

[큭, Spiera님!]

[Spiera, 조심해요!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이 한심한…… 이이이익!]

 

Angel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는 것도 순간이었다. 설마 higher existence들이니 매혹에 저항하는 능력도 뛰어나겠지,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Yu Ilhan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전장을 보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Army of Heaven에 합류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Yu Ilhan이 설계했던 전장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Helianna 쪽이 모든 세력에 비해 명백히 우위에 서 있었다!

 

Yu Ilhan은 Yumir를 뒤로 물려 난동을 피우는 Angel들로부터 물러서며 일행의 상태를 확인했다.

 

“너희는 괜찮아?”

“나는 문제없어.”

[나두 괜찮아, 아빠!]

“후, 제법 예쁘긴 하지만 역시 저한테는 안 되네요오.”

“저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객관적으로 가장 격이 딸리는 집단인 Yu Ilhan 일행만이 그녀의 집단 매혹으로부터 무사한 상황! higher existence집단 놈들은 그냥 단체로 일 때려 치고 수행이나 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자기, 이거 전부 자기 때문인 거 알지?]

 

다음 순간 Helianna가 Yu Ilhan의 눈앞에 나타났다. Yu Ilhan은 다시 한 번 Warp를 구사해 거리를 벌릴까 생각했으나, 지금 전장이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건대 그렇게 해봤자 변하는 것도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 외톨이 주제에 집단의 힘을 이용하려 한 시점에서부터 실패는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모든 것은 Yu Ilhan의 힘으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말은 똑바로 하자고. Daréu를 건드린 너희 때문이지. 나 때문이 아니라.”

 

그는 Helianna와 마주보았다. 손에 쥔 Spear 힘을 단단히 주고, 혹여나 Yumir가 매혹에 당할까 녀석의 고개를 조금 숙이게 하며, 투구의 바이저를 확실히 내려 자신의 눈을 가렸다.

 

“네년을 내가…….”

“아니, Liera.”

 

그의 옆으로 Liera가 나서려 했지만 Yu Ilhan이 그녀를 뒤로 물렸다. 아무리 Liera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다고는 해도, 영락한 Liera의 힘으로는 Helianna와 대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네 여자구나. 어쩜, 로맨틱해라. 하지만 괜찮아. 난 네가 얼마나 많은 여자를 가지고 있건 상관하지 않아.]

 

그녀가 허공을 미끄러지듯 날아와 Yumir의 머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Yumir가 고개를 마구 흔들어 그녀를 떨치려 했지만 그 정도로 떨어져나간다면 7차 클래스가 아닐 것이다.

 

[어차피 넌 내 것이 될 거거든.]

 

Helianna가 무방비한 모습으로 Yu Ilhan에게 다가왔다. 그를 공격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깐 그를 보호하기 위해 능력을 발휘하기까지 했으니 그에게 적대감은 없다고 판단해야 옳겠지.

Yu Ilhan은 지금 Spear 내질러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효과적인 순간을 기다려야 할지 망설였으나, 망설이는 순간 이미 Helianna와 그의 물리적 거리는 0에 수렴하도록 가까워져 있었다.

 

Helianna의 손이 Yu Ilhan의 바이저에 닿았다. 그녀가 그것을 올리자, Yu Ilhan은 신비롭게 반짝이는 연보랏빛의 눈동자와 마주보게 되었다.

 

[어쩜, 외모도 완전히 내 취향이야.]

“네 외모는 내 취향이 아닌데.”

[그래? 하지만 곧 생각이 달라질 거야.]

 

Helianna가 나머지 한 손으로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전장으로 퍼져나갔던 연보랏빛 기운이 모두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이어서 세 쌍의 박쥐날개가 한껏 크게 펼쳐지며 Yu Ilhan과 Helianna를 감싸는 순간, 서큐버스 퀸의 전력이 Yu Ilhan 단 한 명에게로 집중되었다.

 

“Ilhan아!”

“언니, 그러다 진짜 죽어요오!”

“Yu Ilhan!”

[크오오오오, 우와아아아아아앙!]

 

시공이 뒤틀릴 만큼 압도적인 마나가 Yu Ilhan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장면이란 실로 장관이었지만, 그 가운데 꿈쩍도 하지 않는 이가 단 두 명 있었다. Yu Ilhan과 Helianna였다.

 

[자, 이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Helianna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의 투구를 벗겨냈다. Yu Ilhan은 어딘가 몽롱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대꾸했다.

 

“눈앞에서 꺼져봐, 글씨 안 보이니까.”

 

[부동심 Lv Max를 자각했습니다. 관련 스킬의 영역에서 이를 수 있는 최고 단위이므로, 이 이상의 단독 진화와 Fusion Evolution가 모두 불가능합니다.]

 

Yu Ilhan은 그제야 간신히 깨달았다.

 

Great Cataclysm 이래 지금까지, 자신의 스킬이 발동할 만큼 자극적인 정신 공격이 들어왔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

Chapter 36. 너도 어서 와라 – 4

———————————————-

 

“내 투구 내놔.”

[어떻게……?]

 

서큐버스 퀸은 Yu Ilhan에게 다시 투구를 빼앗겼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당황하며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이 세계에서 내 힘은 전혀 제약받지 않고 있어. 나는…… 나는 전력이야!]

 

그 말과 함께 재차 자신의 기운을 사방으로 퍼트리는 Helianna. 전장에 모여든 전원이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해 휘청거렸다.

 

[크…… 크하아아아아아앙!]

[키히, Helianna……!]

 

거대 철갑상어는 7차 클래스라는 거대한 힘을 지니고도 그녀의 페로몬에 단단히 매혹된 듯 전신을 비틀며 난동을 부려 Brilliant Army of Light을 휘저었고, 그에 대응하는 Nathiel 역시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성을 조종하고, 동성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힘. 설령 자신과 동등한 격을 지녔더라도 어김없이 작용하는 그 힘!

 

[그런데 어째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지!?]

 

괜히 6th Class의 무력만 지니고도 7차 클래스에 이른 것이 아니었다. 정신 Magic에 관한 한 그녀는 최강이었다!

 

7차 클래스 중 그녀를 정면으로 맞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단 말인가? 설령 Army of Heaven에서 군단장이 Downfall한다 하더라도 과연 그녀의 Magic에 대항하여 그녀의 날개를 찢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Army of Heaven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Spiera가 혼란스러운 정신을 부여잡고 제아무리 보고를 올려도 Heaven로부터 군단장이 파견되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녀 역시 머지않아 체념했다.

 

[그래, Army of Heaven 입장에서는 이들끼리 서로 전력을 소모하도록 놔두는 것이 더욱 낫겠지.]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대로 퇴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그녀와 소수의 Angel를 제외한 군단의 일원들 모두가 Helianna의 매혹에 당해 자기들끼리 전투를 벌이는 상황. 퇴각? 퇴각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Angel들을 이끄는 장으로서 차마 자신만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Spiera 님…….]

[각오를 다져라. Heaven로부터 입은 은혜, 우리의 혼을 불태워 갚을 순간이다. 큭!]

그러나 정신을 올곧이 세우려는 지금 이 순간에도 Helianna의 마나가 그녀를 오염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능력이란 말인가! 절로 이가 악물렸다.

 

[내가 쌓아온 세월과 노력 모두 저 서큐버스 하나로 인해 무너지고 있구나…… 크하아아!]

[Nathiel!]

[큭, 이 바보 상어가 완전히 맛이 가서는!]

 

Army of Heaven과 Brilliant Army of Light은 보유한 세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었으며, 군단장인 켈라투크와 Nathiel 역시 절찬리에 서로의 Magic을 소모시켜가는 중! 서큐버스 퀸 한 명으로 인해 전장이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 나를 봐. 나를 보라구!]

“시끄럽게 진짜 저게.”

 

물론 Yu Ilhan 일행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어째서? 내가 사랑스럽지 않은 거야? 어째서! Yeah? 어째서?]

“취향이 아니라니까. Liera.”

 

그는 여유롭게 대꾸하며 투구를 자신의 등 뒤로 내밀었다. 곧장 그것을 받아든 Liera는 잠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Yu Ilhan을 살폈으나, 곧 일행 중 가장 힘겨워하고 있던 Erta에게 그것을 씌웠다. 그 순간 정말 신기하게도 Erta의 떨림이 멎었다.

 

“이 투구는 대체…… 아, Yu Ilhan이 만든 거군요.”

“그것만으로 납득해버리는구나.”

[Yu Ilhan, Yu Ilhan. Yu Ilhan. 자기는 대체 뭐야?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거야?]

 

서큐버스는 자신이 불러일으킨 참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듯, 오직 Yu Ilhan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과 탄식, 절망을 BGM으로 삼아 그녀는 몇 번이고 Yu Ilhan에게 물었다.

 

[그 누구도, 우리의 위대하신 Lord께서도 내게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어. 하지만 자기는 lower existence잖아. 혹시 저 투구는 블러프였어? 아직 숨겨진 Artifact가 있는 거야?]

“그런 건 없어.”

[정말? 그런 게 아예 없단 말이야?]

 

갈수록 눈을 반짝이며 Yu Ilhan에게 다가오는 Helianna. Yu Ilhan은 잠시 생각했지만 역시 지금 당장은 그녀를 죽이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가위바위보의 이치다. Yu Ilhan은 다른 7차 클래스 군단장을 죽일 자신이 없으나 Helianna는 이대로 저 둘을 소모시킬 수 있다. 그리고 Helianna는 결코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녀와 조금 더 길게 대치하며 상황을 유리하게 전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가장 약세인 Army of Heaven인데, 그들의 상황을 보아하니 얼마 가지 않아 자멸할 것 같았다.

그 가운데에 Spiera가 끼어 있다는 것이 또 Yu Ilhan의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Ehjar를 죽이고 Spiera를 구하는 것으로 마음의 정리는 모두 끝냈다. Army of Heaven과 완전히 결별하기로 마음먹은 지금, 그녀에게 신경을 쓰다가 정작 지켜야 할 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바보짓을 할 수는 없었다.

 

[자기, 나를 봐줘.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주지 마.]

 

Helianna는 여전히 끈덕지게 Yu Ilhan에게 달라붙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자유로워진 것도 아니다. 그녀로부터 한도 끝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모두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으니까.

아니, 그녀는 자신에게 매혹된 이들로부터 실시간으로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기까지 했다!

 

[자기, 좀 더 자기에 대해 말해줘.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줘.]

“난 Destruction Demon Army에 속할 마음도 네게 날 말해줄 마음도 없는데.”

[나는 그저 궁금할 뿐이야. 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이렇게 자기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건지…….]

“글쎄, 맞춰보시지.”

 

그때쯤 Helianna 역시 Yu Ilhan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자신을 이용해 나머지 7차 군단장들을 약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사실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힘을 거두어들이지 않았다. 단지 어떻게 하면 Yu Ilhan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할 뿐이었다.

 

[혹시 자기 마음은 이미 꽉 차 있어서 틈이 없는 걸까? 그러면…….]

 

그러던 어느 순간. Helianna의 시선이 Yu Ilhan에게서 벗어나 Liera와 Na Yuna, Erta를 향했다.

 

[저 아이들을 먼저 치우면 되는 걸까?]

“…….”

 

Yu Ilhan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곧장 Spear 들었다. 창끝에서부터 피어난 지옥이 그의 몸과 Yumir의 등 위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이내 일정 영역을 Rule했다. Pulling Down의 발동이었다.

 

“그러면 이쪽도 계획을 수정하는 수밖에.”

[꺅, 이제야 반응이 나오는구나! 그래, 그거야!]

 

Helianna는 결코 Yu Ilhan을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그의 일행을 위협하려 한 것도 어떻게든 Yu Ilhan의 마음에 틈을 만들어 그를 매혹하고자 한 시도의 일환일 뿐이었다.

 

그러나 Yu Ilhan은 이 이상 그녀와 눈싸움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여태 여유를 부린 것은 Helianna의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 그녀가 일행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나 씨, 버프 줘요.”

“안 그래도 대기하고 있었어요오.”

“Liera와 Erta는 저 여자의 공격을 막아줘.”

“알았어.”

“여유롭습니다.”

“Mir야, 지금부터 조금 빨리 움직일 거야. 아빠랑 마음을 맞추는 거, 할 수 있지?”

[Yeah!]

 

그는 God Force의 발동으로 전신의 근육을 한도를 넘어 강화시키며 Eight-tailed Dragon Spear을 단단히 부여잡았다. 그럼에도 아직 Helianna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Yu Ilhan의 마음이 굳게 닫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를 공격할 마음이 없는데, 왜 그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야? 저런 것들보다는 내가 좋잖아, 그렇지?]

“하.”

 

모든 남자는 자신의 것, 그녀가 수만 년 동안 진리처럼 여겨온 사실이다. 그것이 부정당했다고 해서 순순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이 Helianna의 최대의 실책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아니, 너는 여태까지 누구를 상대로도 제대로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겠지. 단지 그 힘을 발동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테니까 말이야.”

[눈빛이 사나워졌어. 정말 그 창으로 나를 찌를 거야? 이 사슬로 나를 묶고 싶은 거야?]

 

혼염의 사슬은 서큐버스에게 먹히지 않는다. 그녀의 매혹은 사념을 상대로도 유효하기에! 강제로 그것들을 부리려 들었다간 오히려 힘이 역류해 Yu Ilhan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은 Yu Ilhan은 혀를 차며 사슬을 뒤로 물리곤 그 대신 Spear flame으로 휘감았다. 투명하게 타오르는 flame이 Eternal Flame의 Rule하에 더욱 그 온도를 높여갔다.

 

[정말? 정말 나를…… 꺅!]

 

Yu Ilhan의 창격이 Helianna를 스쳐 지나갔다. 매혹에 당해 궤도가 틀어진 것이 아니라, 피격 순간 그녀가 자신의 Magic을 뭉쳐 쏘아내 창의 궤도를 비틀었기 때문이다. Yu Ilhan의 Record 스킬이 발동하여 조금 전 발생했던 Helianna의 마나 패턴을 Record했다. 이제 같은 수단에는 당하지 않으리라.

 

[나를 공격했어.]

 

Helianna는 그의 공격을 미처 완벽하게 빗겨내지 못해 어깨에 생긴 실금 같은 화상을 매만지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lower existence의 공격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보다도, 정말로 Yu Ilhan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나를 정말로 공격했어!]

“쯧. Mir야!”

[Yeah!]

 

시간을 끌 필요가 없어진 지금 더 이상 그녀의 어린아이 같은 연극에 놀아나고 있을 수는 없다. Yu Ilhan은 그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제스쳐를 취하건 말건 허공에서 다시 한차례 자세를 잡고, Yumir와 호흡을 맞추어 돌진하며 전력을 다해 그려지지 않는 궤적을 가미한 창격을 찔러냈다!

 

[꺅!]

[힉!]

[이이이익! 미워!]

“아…….”

 

하지만 Yu Ilhan이 익히 예상하고 있었듯 Helianna는 정신 Magic뿐만 아니라 마나를 다루는 영역 전반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여태까지 상대했던 적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패턴의 Magic과 마나 응용으로 일격에 Dragon도 절명시킬 Yu Ilhan의 공격을 수월하게 피해대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47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실전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Yu Ilhan에게 좋은 자극이 되기도 했다. 수만 년을 살아온 서큐버스 퀸과 대치하며 Spear 휘두르는 것만으로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고, 나아가지 못했던 길이 보였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48이 되었습니다.]

[신력 스킬의 레벨이 12가 되었습니다.]

 

[정말 나를 똑바로 보면서 공격을 해오는구나.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죽일 기세로……!]

“흡!”

 

그녀의 경악과 탄성을 무시하며 얼마나 더 짜증나는 투쟁을 계속한 것일까, 드디어 반복된 패턴이 등장했다. Yu Ilhan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열한 번의 창격을 동시에 찔러 넣었고, 그것이 보기 좋게 명중하며 Helianna의 복부와 어깨, 허벅지에 큼지막한 구멍을 뚫어놓았다.

 

[Critical Hit!]

[꺄학!]

 

허공에 bloodline기가 솟구쳤다. Yu Ilhan은 일대를 뒤덮은 flame이 피를 증발시켜버리기 전, 기꺼이 몸을 내밀어 그 피를 맞았다. 살아있는 7차 클래스의 피를 흡수하는 순간 Destruction Demon Army과 서큐버스에 대한 정보가 빠른 속도로 갱신되었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50이 되었습니다.]

 

“후우, 좋았어.”

 

얼굴에 묻은 피를 슥 닦아내 핥으며 씩 웃는 Yu Ilhan. 그는 순수하게 스킬의 성장을 기뻐하고 있었지만 겉으로 보기엔 그냥 미친놈일 뿐이었다. 그런데.

 

[아아.]

 

그 광경과 마주하며 처음으로 Helianna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아아아……! 그래, 그랬구나!]

“이제야 싸울 마음이 들었냐?”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늦었다. Yu Ilhan은 이미 Helianna의 Record을 충분히 획득한 상태였으니까. 이젠 설령 Helianna의 Magic이 두 배쯤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버틸 자신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에게 치명상까지 입혀놓은 상황이니, 남은 것은 Yumir와 함께 그대로 돌진하여 심장을 꿰어 뚫는 것뿐!

 

[그래, 이제 알겠어.]

 

그러나 Yu Ilhan이 자세를 고쳐 몇 번째인지 모를 돌격을 감행하려던 그때, 그녀가 도무지 영문을 못 알아먹을 말을 지껄였다.

 

[자기가 바로 다섯 번째였구나.]

“뭐……?”

[……기다려봐, 자기. 여기 정리한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처음 나타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오직 Yu Ilhan에게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그녀가 돌연 생뚱맞게 들리는 소리를 지껄이는가싶더니 곧장 돌아섰다. 너무나 무방비한 그 뒷모습에 Yu Ilhan은 아무 망설임 없이 Spear 내찌르고자 했으나, 다음 순간 스스로 그만두고 말았다.

 

“Ilhan아……?”

“괜찮아, 나 멀쩡해.”

 

그의 상태를 확인하는 Liera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으나 Yu Ilhan은 멀쩡한 정신으로 고개를 저어보이곤 말했다.

 

“너흰 안 느껴져?”

“느껴지다니 뭐가…… 아?”

[그 짜증나는 기운이 사라졌어.]

 

그렇다. Helianna가 그들에게서 돌아선 그 순간부터 더 이상 매혹의 힘이 그들을 향해 뻗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여태까지 그렇게나 집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그와 일행을 포기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에게로 뻗어지던 기운은 지금 오롯이 Helianna에게 모여, 세 가지 세력이 한 데 얽혀 엉망진창으로 전투를 벌이는 전장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큭…… 캬학!]

[으그오오오오오오! Curse한다! Curse하겠다!]

 

전장은 실시간으로 망가져가고 있었다. Army of Heaven과 Brilliant Army of Light은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고, Nathiel와 켈라투크는 서로를 빈사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

Spiera? 그녀는 7차 클래스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 휘말려 큰 상처를 입어 정신력이 흐트러진 탓에 기어이 Helianna의 매혹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이 모두가 Yu Ilhan과의 실랑이를 벌이며 Helianna가 이룬 업적이었다.

 

Yu Ilhan은 그 광경을 보며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여태껏 자신에게 당해온 적들이 이런 기분이었던가? 비록 자신은 당하지 않았다고 하나, 자신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우는 저 서큐버스를 보고 있자니 너무나 허무했다.

 

“이게 뭐야. 혼자 힘으로 모두를 농락하고 있잖아…….”

“그녀는 Destruction Demon Army의 군단장 중에서도 가장 강한 셋 중 하나라구요! 난데없이 그녀와 맞닥뜨리게 되어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기나 해욧!?”

 

비로소 여유를 조금 되찾은 Erta가 Yu Ilhan의 볼을 꼬집으며 따졌다. 그러나 Yu Ilhan은 그녀에게 대꾸해줄 틈이 없었다. 눈앞의 서큐버스 퀸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 끝낼 시간이야.]

 

Helianna가 장난스러운 몸놀림과 함께 한손을 들어 허공에 휘저었다. 전장의 모두로부터 빨아들여 처음보다도 그 덩치를 불린 매혹의 마나가 그녀의 가벼운 손짓에 따라 다시 그들 모두에게로 돌아간 다음 순간,

 

[칵.]

[그녀의 뜻이라면.]

[기꺼이!]

 

그들이 스스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

Chapter 36. 너도 어서 와라 – 5

———————————————-

 

[쿨럭.]

[그녀가 내게 죽음을 바란다.]

[내게 달콤한 죽음을.]

[오랫동안 죽음을 잊고 살았지. 그녀가 내게 죽음의 그리움을 일깨웠어.]

 

새하얀 깃털 날개의 Angel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들어 스스로의 목을 찌른다. 검은 깃털 날개의 Fallen Angel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의 검이, Spear, 채찍이, 혹은 손이 스스로의 가슴을 갈라내어 심장을 쥐고 터트렸다.

전장 곳곳에서 새하얗고 검은 피가 솟구쳤다. Helianna가 그 광경을 보며 양팔을 활짝 편 채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봐, 아름다운 광경이지? 저들의 올곧고 순수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아?]

“두 번만 더 순수했다간 세계 멸망하겠다.”

[죽음으로 증명하는 사랑만큼 진실한 것은 없어. 자신을 내게 모두 내던졌다는 뜻이니까!]

 

살아남았던 모든 5th Class는 Helianna의 의지가 전해진 순간 그렇게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허공중에 너풀너풀 흩날리는 하얗고 까만 깃털. Yu Ilhan은 순간 그것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낀 자신에게 미약한 혐오감을 느꼈다.

 

[아. 아아아아아아!]

[이 빌어먹을…… 년이……!]

[Nathiel, 오늘 네가 온 건 실수였어. 어머, 아니라고? 나를 그렇게나 사랑해준다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구오오오오오오오!]

 

광휘의 8익 Nathiel와 Garden of Sunset의 수석 문지기 켈라투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저마다 마나를 끌어올려 최대한 저항하고는 있었으나, 완전한 컨디션이었더라면 몰라도 이미 치열한 전투로 극한까지 소모되어 있던 그들에게 Helianna의 마지막 일격을 버텨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상어는 자신의 철갑에 달린 날을 내부로 돌려 세워 스스로의 몸을 미친 듯이 깎아내며 울부짖었고, Nathiel는 세 쌍의 날개를 모두 활짝 펼쳐 자신의 몸을 찢었다. 그들이 다른 자살자들에 비해 나은 점이라곤 워낙 강대한 육신을 지닌 탓에 죽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는 점뿐이었다.

 

[큿…… 크흑!]

[후후, 아름다워, Nathiel. 네 평생에서 지금이 가장 아름다워.]

[크흐으아아아아!]

 

어쩌면 Helianna는 처음부터 이 순간을 노리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독으로 천천히 조금씩 그들을 마비시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된 순간 extemely strong poison으로 단숨에 목숨을 끊는 것. 그녀는 마냥 아름답기만 한 서큐버스가 아닌, 철저하게 숙련된 사냥꾼이었다.

 

그래, 지금이라면 Helianna가 자신에게 집착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평생 이런 식으로 승리를 거두어온 그녀에게, 넘을 수 없는 존재란 없었을 테니까.

[서큐, 버스……! 네가……!]

[어머.]

 

그러나 이 드넓은 전장에서 단 한 명, 서큐버스의 자살 명령을 견뎌낸 자가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6th Class의 Senior Angel Spiera였다. 사방에서 죽음의 축제가 벌어지는 도중에도 그녀만은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Helianna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년을, 내가 죽이겠다!]

[어떻게? 아, 그렇구나. 너는 Yu Ilhan과 계약하고 있었구나?]

 

Helianna의 시선이 다시금 Yu Ilhan을 향했다. 더없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표정으로 그녀는 물었다.

 

[자기, 어떻게 할래? 자기가 죽이지 말라고 한다면, 저 Angel만은 살려둘게.]

 

Yu Ilhan은 Helianna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Yu Ilhan이 원하는 바를 말하면 그의 말을 따르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그래서야 마치 그들 사이에 주종 관계가 성립된 것 같지 않은가! 대체 그가 다섯 번째라는 게 무엇을 뜻하기에!

 

[Yu Ilhan……! 그년을, 죽여야 한다! Army of Heaven의 적이며, 네 적이다!]

“……Spiera.”

 

Yu Ilhan은 Helianna에의 대답을 보류한 채 Spiera와 마주보았다. Helianna의 말마따나 아직 그들 사이에는 계약이 유지되고 있다.

그녀와 자신을 잇는 선이, 미약하게나마 서로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연결이 느껴졌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모든 것의 매듭을 짓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일지도 모르겠다고, Yu Ilhan은 문득 생각했다.

 

“Spiera, 묻고 싶은 게 있어.”

 

그가 입을 열어 물었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였다.

 

“너는 지구를 버릴 때 어떤 심정이었어?”

[…….]

[어머, 내가 말해줄 필요도 없이 알고 있었잖아? 어쩜, 점점 더 내 취향이야!]

 

Spiera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Yu Ilhan의 질문에 침묵했고, Helianna는 자신이 선택한 남자가 그녀의 생각보다도 속이 시커멓다는 사실에 즐거워했다.

 

“…….”

“……으으.”

 

Liera와 Erta만이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Army of Heaven에 대한 배신감과 Destruction Demon Army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그들의 발목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들은 그냥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을 감고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이미 Yu Ilhan과 함께하기로 결심한 이상, 그가 하는 모든 일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되는 그 순간을 내려다보며 너는.”

[그, 건…….]

“나와 Liera만 버려두고 Heaven로 복귀해서, 무수한 어린 아이들이 그 지옥과 같은 곳에서 절규하며 죽어갈 때 너는. 어떤 생각을 했지?”

[…….]

“대답해줘, Spiera. 네 진심어린 생각이 듣고 싶어.”

 

Spiera의 표정이 비참하게 일그러졌다. Yu Ilhan의 마음이 이미 Army of Heaven에서 떠나갔음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끝내 그녀는 대답했다.

 

[나는 그저 Heaven의 명령을 따를 뿐이다. 나는 higher existence이며, 내 감정은 lower existence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구나.”

[대답이…… 되었는가?]

“그래.”

 

Yu Ilhan은 Spear 들며 Helianna에게 처음으로 부탁했다.

 

“그녀와 나의 계약을 끊어줄 수 있겠어?”

[오, 자기. 기꺼이! 들었지? 계약 해제에 동의해. 자, 어서 고개를 끄덕여.]

[…….]

 

Spiera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상호동의에 의해 둘 사이의 계약이 해제되었다.

 

[계약중인 Angel가 한 명도 없습니다. Angel’s Partner로서 지닌 모든 힘이 봉인됩니다. 일정 기간 내에 새로운 Angel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Angel’s Partner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 경우 새로운 서브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완전히 끊어지는 그 순간 상실감과 허전함이 Yu Ilhan을 덮쳤다. 하지만 Yu Ilhan은 그것이야말로 자유라고 생각했다. 역시 어딘가에 묶이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외톨이가 다른 집단과 섞이려고 했던 것부터 문제였다. 그는 지금의 자신이 제일 좋았다.

 

[Yu Ilhan, 그대는 나와 적대할 생각인가? 정녕 Army of Heaven과 적대할 생각인가?]

“내가 좋아하는 직관적인 말로 현재 상황을 설명해볼게.”

 

Yu Ilhan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넌 지금 지가 선빵을 날린 주제에 대들 셈이냐고 묻는 일진 깡패새끼 같아.”

[…….]

 

Spiera의 대답은 없었다. Helianna가 Yu Ilhan의 결심을 깨닫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뒤로 물러나 무대를 만들어주었다. 혹여 Spiera가 자신에게 매혹되지 않도록 힘을 거두기까지 했다!

 

“Spiera, 싸우자. 대련이 아니라, 어디 목숨을 걸고 서로 싸워보자.”

[……서큐버스는 지금 그대의 말을 듣고 있다. 그 힘을 이용하면 나를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텐데, 어째서 그대가 직접 Spear 드는 것이지?]

“마무리를 다른 이한테 맡기고 비겁하게 물러나 있을 수는 없잖아.”

 

Yu Ilhan은 심호흡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Liera와 Erta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Na Yuna는 뭐라고 따지고 싶은 것을 참는 듯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Yu Ilhan에게 재차 축복을 걸고 그의 컨디션을 북돋았고, Yumir는 아빠의 마음을 아는 듯 꼬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자, 덤벼.”

[제법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붙었구나, Yu Ilhan. 좋은 모습이다.]

“널 과소평가하는 건 아냐. 네가 정상 컨디션이었더라면 나도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Spiera는 지금 상처 입고 지친 상태다. 간신히 매혹에서 풀려나기는 했으나 정신적인 데미지도 상당할 터, 제아무리 6th Class의 힘을 지니고 있다 한들 Yu Ilhan을 압도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Yu Ilhan은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는 여태까지 유지되고 있던 Pulling Down을 취소하고, 사그라지는 flame을 긁어모아 전부 창끝에 담아냈다. 불의 여신의 축복을 받아 모든 것을 녹일 기세로 타오르는 flame의 Spear 마주한 Spiera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대 입장에서는 배신자에 불과한 내게 이렇게까지 예우를 갖추어주는가. ……역시 그대는 좋은 남자야.]

“……마지막 수업은 제대로 해줘, Spiera.”

[좋다. 내 최선을 보여주지.]

 

Spiera 역시 순백의 Spear 들어 Yu Ilhan과 마주했다. 흐릿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또렷하고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의 힘을 익히 알고 있는 Liera가 긴장하여 Yu Ilhan의 허리를 붙잡았지만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뭐가 괜찮아, 바보야!”

“언터쳐블 옵션에, 전투 중에 단 한 번 즉사에 이르는 공격을 피하게 해주는 게 있거든. 그러니까 어쨌든 일격으로 죽지는 않아. 그리고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어.”

“…….”

 

설마 정말로 대비책을 세워뒀을 줄이야! 이런 상황에서까지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Yu Ilhan의 모습에 기가 막힌 Liera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더없이 Yu Ilhan답다는 생각에 이내 미소를 짓고 말았다.

 

Yu Ilhan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Yumir의 머리 위에서 일어서며 Ruin Calling을 펼쳤다. 그런데 그가 미처 Leap을 펼치기 전 Spiera가 두 쌍의 날개를 활짝 펼쳐 Yu Ilhan을 향해 돌진해왔다!

 

[Army of Heaven을 위해, 죽어라 Yu Ilhan!]

“흡!”

 

Yu Ilhan이 그녀보다 조금 늦게 Leap했다. 각도를 수평으로 맞추어, Leap과 re-leap을 몇 번이고 겹치고 겹쳐 한계를 초월했다!

 

[신력 스킬을 발동합니다. 근력이 340% 증가합니다.]

 

돌진 와중 Yu Ilhan은 Pulling Down의 보조 없이 God Force을 발동했다. 전투가 끝난 후 제법 고생하겠지만, Yu Ilhan을 똑바로 응시하는 Spiera를 상대로 조금이라도 힘을 뺄 수가 없었다.

 

[하!]

“……!”

 

둘의 속도가 범상치 않았던 만큼 결착의 순간도 빠르게 다가왔다. Spiera는 자신의 모든 것을 Spear 담아 한 획을 그었고, 그에 맞서는 Yu Ilhan은 열한 번의 궤적을 하나에 겹쳤다.

 

[……!?]

 

그가 내지르는 Spear 본 Spiera의 두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뜨였다. 그 안에 담긴 힘을 알아본 것이리라. 바로 그 직후 두 궤적이 격돌했고,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쿠후.”

 

허공에 Ruin Calling을 펼치고 우뚝 선 채였던 Yu Ilhan이 돌연 피를 토해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으나 안으로 파고든 충격량이 어마어마했던 탓이다.

 

“Ilhan아!”

“후…… 올 필요 없어.”

 

Liera를 비롯한 일행이 두 눈을 부릅뜨며 외쳤지만 Yu Ilhan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괜찮다는 뜻이었다. 내장파열 정도는 이제 부상 축에도 못 든다.

 

[Yu Ilhan.]

 

Spiera가 입을 열어 말했다.

 

[그것이 그대가 선택한 길인가?]

“미완성이야. 나중에 네 기술까지 합치려고.”

[그런가…… 그 끝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구나.]

 

Spiera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직후 그녀의 몸이 머리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반으로 잘렸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478 Spiera의 Record을 얻었습니다.]

[스킬의 Fusion Evolution가 가능합니다. 5th Class magic stone 1개와 4th Class magic stone 1천 개를 소모하여 Spearmanship, Physical Combat, Blunt Weapon Mastery, Whip mastery, Swordsmanship을 합성하시겠습니까?]

 

제아무리 Helianna의 힘에 의해 소모되었다고는 해도 Spiera는 전투 속행이 가능한 상태였고, Yu Ilhan이 최대 공헌자로 인정된 탓인지 경험치와 Record은 그에게 들어왔다.

더욱이 마지막 순간 몸으로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겪고 그녀를 죽여 Record까지 얻은 탓인지 드디어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익힐 수 있는 조건까지 완성되었다. 5th Class magic stone을 다 써버려서 지금 당장은 익히지 못하겠지만, 지금 사방에 죽어 누운 5th Class들을 보면 아마 곧 가능해지리라.

 

[자기.]

 

사랑에 빠진 여자 특유의 달콤한 표정을 지으며 Helianna가 그의 곁으로 날아들었다.

 

[너무 멋져! 자기야말로 내가 평생을 기다려온 짝이야, 분명해!]

“그래?”

[자기는 다섯 번째의 신이 될 거야. 가장 늦게 탄생했지만 가장 찬란하고 강대하게 빛나는 별이 될 거야……!]

 

Yu Ilhan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이 전장에 남은 이들을 둘러보았다. Yu Ilhan 일행은 아직까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지만 나머지는 전부 다 죽었다. Yu Ilhan과 Spiera가 격돌하는 사이 기어이 Nathiel와 켈라투크마저 목숨을 잃었으니, 이젠 정말 이 전장에 그들뿐이었다.

 

[나는 예언을 들었어. 다섯 번째 신의 곁에 내가 언젠가 서게 되리라는 예언을!]

“다섯 번째 신이라는 건 대체 뭐야? 설마 내가 새로운 higher existence집단을 만들게 될 거라는 얘기야?”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지? 자기…… lower existence의 몸으로 7차 클래스를 버텨내는 자는 없어. 자기뿐이야. 이 많고 넓은 세상에서 오직 자기, 한 명 뿐이야. 나도 설마했지만 이젠 믿어. 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지지 않아?]

 

Helianna가 Yu Ilhan의 한 손을 덥석 붙잡아 자신의 풍만한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Yu Ilhan이 쓰게 웃으며 수긍했다.

 

“네 심장이 느껴지네.”

[그렇지?]

“Yeah.”

 

Yu Ilhan은 그녀의 가슴팍 위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Spear 내질러 그녀의 심장을 관통했다.

 

신력 스킬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었고, Helianna의 Record을 흡수해 그녀의 약점과 마나 패턴까지 전부 기억한 Yu Ilhan의 일격은 단숨에 그녀의 심장을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Helianna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자, 기?]

“상황 정리해줘서 고마워.”

 

Yu Ilhan은 Spear 비틀어 그녀의 목숨을 완전히 끊었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내 짝은 Liera뿐이야.”

 

속내도 모르고, 순수하지도 않으며, Yu Ilhan 자신이 납득하고 인정하기까지 수백 년의 세월이 걸려야 했던 ‘사랑’을 그렇게나 쉽게 입에 담는 여자를, Yu Ilhan이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 점을 깨닫지 못한 시점에서 Helianna가 맞이할 결말은 정해져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Chapter 36. 너도 어서 와라 – 6

———————————————-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519 Helianna의 Record을 얻었습니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56이 되었습니다.]

 

Yu Ilhan은 스르륵 미끄러지는 Helianna의 시신을 곧장 인벤토리에 수습하고는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죽어 나자빠진 Angel와 Fallen Angel들의 무수한 시신, 목숨을 잃고도 워낙에 강대한 마나 탓에 허공에 둥둥 떠 있는 Nathiel와 켈라투크의 시신까지 모두가 Helianna의 소유물이어야 할 사체들. 그녀가 죽었으니 저것들은 주인이 없는 물건이다. 이제와 사양할 필요도 없으니 그것들 전부 자신의 인벤토리에 챙겼다.

 

“Ilhan아.”

“아직 안 끝났어.”

 

그를 걱정해 다가오는 Liera에게 Yu Ilhan이 가벼운 목소리로 대꾸하며 뒤돌아섰다. 입가에는 여전히 피가 묻어 있었고, God Force을 해제하자마자 전신의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에 소름이 끼쳤지만 그럼에도 아직 안심하고 쉴 때는 아니었다.

 

“이대로 저놈들이 포기할 거라고 생각해? 기껏 7차 클래스가 전멸한 마당에? 장담하건대 족히 두 군데 이상의 집단에서 재차 병력을 보내올 거야.”

 

물론 7차 클래스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벌써 7차 클래스 셋이 죽어나간 전장에 발을 들이는 미친놈은 없겠지. 하지만 6th Class까지라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제 우리 애들한테도 기회를 줘야지. 애들 데리러 다녀올게.”

“걔네 데려와서는? 저쪽이 포기하고 물러날 때까지 죽어라 싸울 셈이야?”

“Dimensional Lord 스킬이 있잖아.”

“……아.”

 

Dimensional Lord란 Yu Ilhan이 서브클래스 차원항해자를 얻으며 동시에 획득한 액티브 스킬이다. 하나의 차원에 오래 머무를 경우 그 차원으로 진입해오려는 다른 존재들을 차단할 수 있는 스킬.

지금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스킬이지만 단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시간이다. 앞으로 대략 일고여덟 시간 정도. 지금 일행만으로 버티기에는 힘들었다.

 

“너, 거기까지 전부 생각해두고 있었구나……?”

“엘프들에게 Daréu를 되찾아주겠다고 약속했잖아. 더구나 아직 Phiria의 복수가 다 끝나지 않았어.”

“……그래, 알았어.”

 

Yu Ilhan의 두 눈에 어린 무수한 감정의 편린을 읽어낸 Liera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나 Spear 쥐었다.

“일단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Ilhan이 너는 빨리 가서 애들 데려와. 나머지는 나한테 협력해.”

“알겠습니다.”

“네엡.”

[아빠, 얼른 다녀와!]

“부탁할게.”

 

Yu Ilhan은 벌써부터 세상의 틈을 열고 Daréu로 진입해오는 자들의 기척을 느끼고는 서둘러 Warp를 발동했다. 차원 항해자 클래스의 능력으로 인해 지구로 이동할 때 소모되는 모든 자원이 5%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처음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엇, 폐하!”

“주인님!”

“캡틴!”

“Yu Ilhan 씨, 무사했군요.”

 

Yu Ilhan의 지시를 받들어 전투를 준비하고 있던 이들이 그의 등장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순수하게 기쁜 마음으로 그를 반기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전까지 Daréu에서 겪은 온갖 더러운 일들이 순간의 꿈처럼 여겨져, Yu Ilhan은 그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웃는 걸 보니 일은 잘 끝난 모양이군요.”

“맞아요, Kang Hajin 씨. 일도 잘 끝났고…….”

 

이들에게 굳이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얘기할 필요는 없으리라. 안 그래도 지금부터 힘든 전투가 시작될 텐데 시작도 전부터 기운을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전부 아직까지 무사해요.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죠. ……다들 준비는 됐겠지?”

“옙.”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용사님 도와주러 가자!”

 

돌아오는 대답은 우렁찼다. 엘프와 Wolfkin, Dragon 군단까지 전원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Yu Ilhan은 좋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자.”

 

Yu Ilhan이 두 개의 성과 군세를 이끌고 복귀해보니 이미 그곳에선 전투가 한창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발을 빼고 물러선 Army of Heaven을 제외한 세 집단 전부가 5th Class 수백으로 이루어진 군세를 내보낸 것이다!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흐아아압!”

[콰오오오오오오오!]

“Laterna 니임!”

 

Liera가 Yumir와 함께 선두에 서서 적들을 상대하고, Erta가 Magic으로 그들을 보조하며, Na Yuna는 동이 나질 않는 신성력으로 완벽하게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팀 구성이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저 압도적인 병력을 꺾기 힘들 터.

 

“전원 출격 준비.”

[주인님, 여기서 뭔가 큰일 있었지? 이 일대의 마나가 엄청나게 꼬였는데…….]

“큰일은 지금 나고 있지. Mystic, 할 일은 내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또 말을 돌리기는…… 당연히 알고 있지!]

 

[Critical Hit!]

 

Mystic의 Hundred Eyes 일시 포격이 군단의 참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신호탄치고는 조금 과하게 강했던 탓에 적의 일각이 무너져 내리기는 했지만!

 

“Ilhan이 왔다!”

“이제 이길 수 있어!”

[아빠!]

 

단 네 명으로 다수에 맞서 꿋꿋이 버티고 있던 일행이 Yu Ilhan의 귀환을 알아차리고는 환호했다. 그들의 환호에 보답하려는 듯 군단은 5th Class만 세어 2천을 넘기는 숫자의 군세를 앞에 두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곧장 돌진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용사님, 우리가 왔어!”

“돌격하라! 이제는 Wolfkin의 명예를 되찾을 때가 왔다!”

“가자, 엘프의 땅을…… 되찾자!”

 

마음 같아서는 그들과 함께하며 조금이라도 사상자의 숫자를 줄이고 싶지만, 사실 Yu Ilhan의 몸은 연이은 격전과 God Force의 후유증으로 제법 심각해진 상태. 5th Class의 적을 상대로 무리라도 했다가 아차 실수하는 순간엔 죽음이다. 그는 Transcendent Regeneration으로 진탕된 속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Sky Castle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님, 다쳤구나?]

“조금. 하지만 조종이라면 할 수 있어.”

[주인이 어째서 강할 수밖에 없는지, 나는 점점 잘 알게 되어가는 것 같다.]

“네가 사람 보는 눈이 있었다는 거지.”

 

Yu Ilhan은 아픈 몸으로도 Orochi의 말에 유쾌하게 대꾸하며 걸음을 서둘러 서재로 향했다. 그는 Sky Castle은 물론이고 수호성의 시스템까지도 한 자리에서 다룰 수 있도록 조정해놓은 상태였다.

 

[아직 사상자는 없어.]

“모두 살린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아.”

 

Yu Ilhan은 서재 안락의자에 앉아, 사방에 떠오르는 모니터로 전장을 활보하는 Kinfolk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대꾸했다.

 

“하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보조할 거야. Mystic, 도와.”

[얼마든지.]

 

Hundred Eyes를 비롯한 Artifact는 물론이고 Sky Castle과 수호성의 움직임이 즉각 기민해졌다. Heaven을 날지 못하는 군단 일원들은 결국 Sky Castle과 수호성의 이동에 의존해야 하는데, 성의 움직임이 빨라지니 당연히 전력도 즉각적으로 상승했다.

 

“이것이 Wolfkin의 힘이다! 우오오오오오오!”

[캬오오오오오오!]

[키하아아악!]

 

몸놀림이 빠른 Wolfkin들은 수호성의 점프대를 이용해 higher existence들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Yu Ilhan의 Artifact로 인해 스테이터스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압도적인 숫자로 밀어붙이기까지 하니 우세하지 않을 턱이 없었다.

 

higher existence를 언데드로 부리는 Paté를 위시한 엘프들도, 그 작은 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강대한 마나를 부리는 Dragon 군단도 필사적으로 싸우기는 매한가지였다.

 

“몰아붙여라, 뜯어먹고 강해져라!”

“집중Shooting!”

“용사님한테 배운 대로만 하면 돼!”

“속성 통일시켜! 속성!”

[쿠와아아아아아아!]

 

Na Yuna는 성역으로 돌아와 모든 이들을 강화했고, Liera와 Erta, Yumir는 지치지도 않고 일행의 선두에 서서 모든 공격을 받아내며 날뛰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Daréu에 진흙발로 들어온 침입자들에 대항하고 있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Mir, 잘 한다!”

“거기서 당장 물러서세욧!”

 

전장을 가득 메우듯 들려오는 동료의 목소리가 Yu Ilhan의 귀를 간지럽혔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저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Yu Ilhan은 다시 컨트롤에 집중했다.

 

“좋아, 조금만 더 힘내자.”

[주인님, 지금 땀 엄청 흘리는데 괜찮아?]

“고통 같은 건 익숙하거든.”

 

Transcendent Regeneration을 극도로 활성화하며 얼마 남지 않은 Breath를 전부 마셔 넘겼다. 어차피 수천 마리의 Dragon이 있으니 아낄 필요도 없었다.

Dimensional Lord 스킬 활성화까지 앞으로 여섯 시간. Yu Ilhan은 자신의 몸 상태와 아군의 기세를 점검하며 이를 악물었다. 이 더럽고 짜증나던 전쟁의 끝이 보이고 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때다!

 

[이, lower existence 주제에!]

[켈라투크 님은 어디에 계시지? 이 빌어먹을 도마뱀!]

[말도 안 돼, 네년들은 과거 Angel였잖아!]

“에에이, 시끄러워어어어!”

 

Erta의 Magic이 적을 한 데 뭉쳐 구속하고 나자, Liera의 Spear 허공에서 강렬한 파동의 폭발을 일으켰다. Yumir의 바람이 보조하여 한결 더 강력한 위력으로 증폭되어 펼쳐진 파동의 힘을 이기지 못해 Fallen Angel 셋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영락하고도 이토록 강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나는!]

“흡!”

[칵!?]

 

Liera와 Erta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higher existence의 머리맡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Ericia가 놈의 머리에 단검을 꽂았다. 누적된 충격을 견디지 못한 놈은 끝내 생명력을 다해 숨을 멈추었다.

 

“후.”

 

깔끔하게 적의 목숨을 딴 Ericia가 고개를 들어 전장을 둘러보고는 외쳤다.

 

“적이 전멸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공주의 활약을 보고 흥분한 Wolfkin들이 소리 높여 환호했다. Liera는 전장에 정말로 higher existence가 단 하나도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무리를 뺏길 줄은.”

“실로 용맹한 자들입니다. 정말로 higher existence를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저렇게나 활약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흥,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뿐이야. ……그래도 별로 안 죽은 것 같아 다행이긴 하네.”

 

겉으로 티를 별로 내지 않아 착각하기 쉽지만 Yu Ilhan은 일단 자신의 친인으로 인식한 이가 상처입거나 죽으면 상당한 상처를 받는다. 아마 Phiria가 죽지 않았더라면 Daréu의 수복에 이렇게까지 열을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빠가 움직이는 것 같아.]

 

Liera와 Erta, 마지막 higher existence를 마무리 지은 Ericia까지 모두 머리에 받아낸 채 Yumir가 외쳤다.

 

[시간 다 됐나봐!]

 

Liera는 물론이고 전장에 퍼져 있던 다른 이들의 시선까지도 Sky Castle을 향해 집중되었다. Sky Castle을 중심으로 심장을 조이는 것만 같은 압력이 발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힘이 점차 세상을 뒤덮듯이 퍼져나가 Heaven을 가득 메우는 순간, 세상이 짧게 점멸했다.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찾으라면, 마치 세상의 버그를 수정하기 위한 패치가 작동한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와아.”

“이게 어딜 봐서 서브클래스의 스킬이라는 거지……?”

[아빠는 역시 대단해. 너무 대단해.]

 

그들도 이 압도적인 마나의 확장으로 인한 ‘패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얼추 깨달을 수 있었다. Dimensional Lord 스킬은 성공적으로 발동했고, 이제 각 집단의 수장쯤 되지 않으면 멋대로 Daréu에 들어오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장이 직접 행차해야 접수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들은 차라리 Daréu를 포기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결국 승리했다. higher existence집단을 상대로, Daréu를 지켜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Liera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Dimensional Lord라고?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름이야.”

“제가 말했죠, Liera?”

 

Sky Castle 저택의 문이 열리고 잔뜩 지친 기색의 Yu Ilhan이 터벅터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Erta는 그에게 키스를 퍼부어주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는 듯한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반드시 그를 신으로 만들겠다고.”

“웃기지 마, Erta.”

 

Liera가 그녀를 코로 비웃어주고는 유혹의 깃털의 옵션을 발동해 가볍게 허공에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그의 품에 날아가 안기기 위함이었다.

 

“네가 뭔가 하지 않아도 Ilhan이는 혼자서 멋대로 신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렇게 모든 전투가 끝났다.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얻은 전투였다.

 

———————————————-

Chapter 36. 너도 어서 와라 – 7

———————————————-

 

“이거 네가 Daréu를 떠나면 스킬도 취소되는 거야?”

“아니, 내가 원할 때까지 유지되는 스킬이야.”

 

세계를 둘러싼 희미한 막을 느끼며 신기해하던 Liera의 물음에 Yu Ilhan은 솔직하게 대꾸해주었다. Liera는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사기잖아!”

“하지만 발동까지가 힘들었잖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에휴, 말을 말자.”

 

전쟁은 끝났고, 모든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스킬까지 완벽히 발동했다. Upper세계로 Leap하고 만 이상 앞으로도 이 세상에는 끔찍한 몬스터들이 많이 생겨나겠지만 그 정도는 지금의 엘프와 Wolfkin들이라면 얼마든지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주인님.”

 

Yu Ilhan과 Liera가 대화를 나누던 곳에 Ericia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걸어왔다.

 

“전장 정리가 모두 끝났습니다. 부산물 수확도…… 그리고 시신의 수습도.”

“고마워, Ericia. 부상자들 상황은 모두 확인된 거야?”

“적절한 조치가 끝났습니다. 모두가 주인님의 다음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Yu Ilhan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Ericia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기쁜 듯 귀를 쫑긋거리는 그녀를 보고 작게 웃으며 그는 말했다.

 

“그러면 이제 장례식을 치르자.”

 

처음 Yu Ilhan에게 Daréu의 이상을 알게 했던 Phiria는 물론 Daréu를 되찾기 위한 전쟁에서 죽어나간 모든 엘프와 Wolfkin, 그리고 Yumir의 어머니인 Lecidna까지 Daréu에서 죽은 모두를 떠나보내는 거대한 규모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Yu Ilhan과 그의 Kinfolk들, 엘프와 Wolfkin들, Yumir의 Dragon 군단까지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따지고 보면 Lecidna는 Garden of Sunset에 아주 제대로 속은 셈이긴 하지만…….”

[엄마.]

 

Yu Ilhan의 인벤토리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Lecidna의 시신이 세상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자 저물어가는 해가 그녀의 황금색 비늘을 붉게 물들였다. Yumir는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 맑은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더니 Dragon의 모습인 채로 그녀의 시신에 다가가 가볍게 안았다.

[나는 아빠랑 같이 강하고 힘차게 살 거야. 그러니까 엄마도 우리는 걱정 말고 다음 생엔 좀 더 강하게 태어나서 오래오래 살아.]

“누가 Dragon 아니랄까봐.”

 

Yumir의 말에 Yu Ilhan이 기막혀하는 사이, Dragon 군단을 이루는 아이들은 Lecidna의 사체와 그것을 끌어안는 Yumir를 보며 괜히 숙연해졌다.

 

“용사님 엄마야?”

“나 이상해. 안 아픈데 눈물 나.”

“나는 용사님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용사님을 행복하게 해줄 거야.”

 

살아가기 위해 뭔가를 죽이는 것이 당연했던 녀석들에게, 죽은 이를 추모하는 장례식이란 어색한 것이겠지. 하지만 Yu Ilhan은 녀석들이 그럼에도 죽음은 슬픈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를 바랐다.

녀석들에게 Yumir는 전부이니, 녀석이 어머니를 보내는 모습을 보며 뭔가 얻는 게 있을 것이다. 적을 죽이면서도 망설이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아군이 죽는 것마저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리라.

 

“다들 고생 많았어. 너희가 흘린 피, 그 모두가 Daréu를 되찾는 씨앗이 되었으니까.”

“그 위에 우리가 흘린 눈물로, 엘프의 번영이 싹 틔우길…….”

“키테라…….”

 

실로 오랜 세월이 흘러 비로소 Daréu를 되찾은 엘프들 또한 그 과정에서 희생된 동지들을 추모하며 눈물 흘렸다. 비록 Phiria의 시신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머지 엘프 3인방도 이제야 마음속에서 그녀를 보내줄 수 있었다.

 

“Phiria…….”

“네 몫까지 폐하를 지켜내겠어. 그분께는 아직까지도 지켜지고 있을 뿐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고마워, Phiria. 널 잊지 않겠어.”

 

한편 Wolfkin들의 분위기는 제법 달랐다. 이번 전쟁에서 Moon Wolf Ericia가 선택한 주인, Yu Ilhan이 위대한 인물임을 확신한 그들은 그가 이끄는 성스럽고 격렬한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에 기꺼워했으며, 그 과정에서 죽은 동지들 또한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죽은 이들을 기꺼운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었다.

 

“Kiroa가 MiRae를 잃은 이후, 우리에게 남은 것 또한 쇠퇴와 죽음뿐이었다. 하지만 Yu Ilhan 님을 만나 우리에게 비로소 MiRae가 생겼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라! 숫자는 줄어들었으나 지금 우리들의 힘은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고,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성전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라! 우리는 그들의 몫만큼, 그 이상 강해져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따르겠습니다, Ericia 님!”

“Yu Ilhan 님!”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envoy를 추모했다. Yu Ilhan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들이 마음의 정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조용히 한손을 들었다. 일시에, 모든 시신이 따스한 주황빛의 flame에 휩싸였다.

 

“아, 아름다워라.”

“Yu Ilhan…… 정말 불의 여신의 축복을 받을 만한 능력이군요. 보는 것만으로 감정이 요동치는 flame이라니.”

“flame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아.”

 

그것은 사실이었다. 모든 시신을 뒤덮은 불길에 Eternal Flame이 깃들어, 그들이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 녀석의 마음이 전해져오는 것 같아 Yu Ilhan은 웃음 지었다. 그저 기뻤다.

 

그런데 그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던 장례식은 마지막에 그들에게 깜짝 선물을 남겼다.

 

“아빠.”

“Yeah?”

 

어느덧 인간 소년 모습으로 돌아온 Yumir가 Yu Ilhan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엄마 있었던 자리에서 뭐가 나왔어.”

“뭐가 나왔다는…… 음?”

 

Lecidna의 시신에는 손을 대고 싶지 않았기에, 가능한 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날 수 있도록 불의 온도에는 신경을 많이 썼을 터인데.

 

Yu Ilhan은 의아해하며 Yumir가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Lecidna의 시신이 타오르던 자리, 그곳에 정말로 황금의 비늘에 둘러싸인 타원형의 무엇인가가 보였다. 그것을 본 순간 Yu Ilhan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난 이제 저런 형태의 물건에는 살짝 트라우마가 있는데.”

“알 아냐, 아빠. 저건 Dragon이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할 때 쓰는 Magic이야. 저거 엄마 비늘이야.”

“확실히 비늘이긴 하다만.”

 

비늘 중에서도 단단한 부분을 모아, Magic으로 더욱 강화시키기까지 해 체내에 보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Yu Ilhan은 불의 영향으로 붉게 달아올라있는 비늘 캡슐을 보며 힘겹게 납득했다.

 

“어디.”

 

Yu Ilhan이 손을 뻗어 그것을 만졌다. 그 순간 비늘 중 하나가 곤두서며 Yu Ilhan의 손끝을 찔렀다. 아프지는 않았으나, 한 번만 더 손을 댔다간 이보다 더한 반응이 올 것 같아 관두었다.

 

“방어체계가 있는데…… Mir야, 네가 만져볼래?”

“Yeah.”

 

Yumir는 Yu Ilhan의 말을 따라 순순히 비늘 위로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모든 비늘이 차르륵,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리며 내용물을 드러냈다. 역시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존재에게만 열람을 허락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 내용물이 무엇인가 하니.

 

“편지 한 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 그리고.”

 

내용물을 보호하고 있던 비늘이 어느덧 커다란 하나의 비늘로 뭉쳐 있었다. 두들겨 보니 lower existence의 그것이 맞나 싶을 만큼 단단했다. 그 안에 흐르는 Magic도 범상치 않은 것이, 마치 Lecidna의 모든 것을 하나로 압축시켜놓은 것만 같았다.

 

“편지는 나한테 쓴 건가봐.”

“읽을 수 있겠어?”

“응, 엘프들한테 배웠어.”

 

Yumir가 편지를 집어 들어 두 눈을 빛내며 읽었다. 열중하여 편지를 읽던 도중, 녀석이 편지와 함께 놓여 있던 금속을 들어 Yu Ilhan에게 건네었다.

 

“Garden of Sunset 사람들하고 접촉할 수 있게 해주는 Artifact래.”

“너까지 Garden of Sunset으로 끌어들이려고 했구나. 하여간 완전히 빠져 있었…… 으음?”

 

금속은 분명 발신기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복잡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나 마나를 다루는 Dragon이라면 누구나 해석하고 발동시킬 수 있겠지.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이 발신기는 특정한 신호를 발생시켜 Garden of Sunset 멤버가 머무르는 다른 세상에 보내고, 회신을 받을 경우 두 번째 기능을 발동한다. 바로 두 세상을 연결하는 게이트를 만들어내는 기능이다.

 

세상을 이동하게 만들어주는 Artifact라니! Army of Heaven에 이런 물건이 있었더라면 Yu Ilhan이 지구에서 혼자 천 년을 보낼 필요도 없지 않았는가! 까지 생각하던 Yu Ilhan은 이내 이 Artifact 자체가 Akashic Records의 법칙을 어그러트리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Army of Heaven이 이 물건의 존재를 용납할 리가 없겠지. 아니, 어쩌면 존재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걸 이용하면 Garden of Sunset 기지 여럿을 부술 수 있겠는데.”

“바로 부수러 갈 거야?”

 

Yumir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물어왔다. 무수한 higher existence들과 맞서 싸우며 녀석 역시 이곳에 오기 전과 비교해 아득하리만치 강해진 상태.

Lecidna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Yumir는 Garden of Sunset이건 Destruction Demon Army이건 더 많은 전투가 기다린다면 그저 좋아할 녀석이었다. 하지만 당분간 전투는 사양하고 싶은 심정이었던 Yu Ilhan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Daréu에서 일어난 일은 이 정도로 마무리 짓고 싶어. 모든 이에게 책임을 물다 보면 전투가 끝도 없이 이어질 테고, 내가 아직 감당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이건 나중을 위해 아껴두자.”

 

물론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것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Yu Ilhan은 Artifact를 인벤토리에 넣어놓고는 다음으로 비늘을 집어 들었다.

 

“그래서…… Mir야, 이걸로 뭐 만들어줄까?”

“목걸이가 좋아. 로켓. 그 안에 편지 넣어놓을 거야.”

“그래, 로켓 만들어줄게.”

“헤헤.”

 

여태껏 엄마 얘기도 별로 안 하고, 장례를 치르면서도 담백하게 보내주기에 정이 없는가 생각했지만 역시 아니었던 걸까. Yu Ilhan은 Lecidna의 편지를 품에 갈무리하는 Yumir를 꼭 안아주고는 뒤돌아섰다. Lecidna를 떠올리게 하는 예쁜 로켓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성능도 챙겨야겠지만.

 

어쨌든 이것으로 장례식은 모두 끝이었다. 보낼 사람들을 모두 보내주었으니, 이제 산 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폐하, 바로 가시는 겁니까?”

 

Yu Ilhan이 Sky Castle과 수호성의 발진 준비를 하고 있으려니 Mirfa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Yu Ilhan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시선을 무시할 수 없어 Yu Ilhan은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미안해. 하지만 너희를 다 지구에 데려갈 수는 없으니까……. 너희 힘이 필요해지면 또 데리러 올 테니, 그동안은 이곳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어. 강해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을게.”

“하지만…….”

“Mirfa, 걱정하지 마요. 내가 반드시 폐하를 지킬 테니까.”

 

못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Mirfa에게 Jirl이 씩씩한 미소와 함께 대꾸했다. Mirey와 Jirl, Paté는 벌써 떠날 채비를 마치고 Yu Ilhan의 뒤에 자리해 있었다.

 

“바보 Jirl,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저도 폐하의 곁에 머무르며 보필하고 싶은데…….”

 

엘프들의 Yu Ilhan을 향한 감정은 절대적이다. 그것이 골치 아프지만, 또 사랑스러운 점이기도 했다. Yu Ilhan은 Mirfa의 머리를 가벼이 쓰다듬어주며 그녀를 달랬다.

 

“너희 힘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종종 놀러올게. 이제 이쪽 세상에 넘어오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니까.”

“……예, 폐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비로소 Mirfa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Mirfa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Liera의 마음속에서 경계주의보가 울리는 순간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미 Daréu에 있는 여성 엘프 중 절반 이상이 Yu Ilhan에게 엄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도무지 Liera가 마음을 놓을 틈이 없었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Daréu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공주님의 귀환을 기다리겠습니다.”

“반드시 더욱 강해지겠습니다!”

“그래, 정진하도록. 나 또한 주인님을 따르며 강해지겠어.”

 

Wolfkin의 리더이자 Yu Ilhan Moon Wolf인 Ericia, 전투 상황에서 모두를 이끄는 대장늑대 Flemir도 Yu Ilhan과 함께 했다. 이번 전쟁에서 상당한 숫자의 늑대가 4th Class로 성장했기 때문에, 이제 굳이 그들이 없어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정말로 이기고 돌아가는구나.”

“최종장같은 순간이네요오. 이제 오른쪽 화면 밑에 fin이라는 글자만 나타나면 완벽할 것 같아요.”

“Yu Ilhan 씨랑 함께 있다 보면 그런 순간이 워낙 많아서 새삼스럽지도 않아.”

“후후, 그래서 Ilhan 씨가 너무 좋아요.”

“그래, 그래. 아주 잘 알고 있어.”

 

모두가 Sky Castle에 올랐다. 수호성은 엘프와 Wolfkin들을 위해 만든 것이기에, 그들이 없는 동안은 무인으로 유지되며 Sky Castle을 지키는 역할만을 수행할 것이다.

 

Yu Ilhan은 그 두 성과 성에 탄 전원을 대상으로 곧장 Warp 스킬을 발동했다. 대상이 여럿이기에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려야 정상이지만, 차원 항해자의 힘이 있으니 몇 분이면 충분할 터였다.

 

그런데 Warp 스킬을 쓸 순간만 기다리고 있던 Yu Ilhan의 한쪽 팔을 살며시 붙잡으며 Na Yuna가 눈을 반짝였다.

 

“Ilhan 씨, 나 슬슬 MiRae 보고 싶어요오.”

“그 말 참 일찍도 한다. 하지만 MiRae가 보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버지도…… 다른 가족도 걱정되는군.”

“아, 이 다음은 제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으러 가볼 생각이에요. 그 다음 MiRae 씨…… 또 그 다음은 Yuna 씨랑 Kang Hajin 씨가 원하는 세계를 들르도록 하죠.”

“아, 아버님과 어머님이요오!?”

 

Na Yuna가 경악하여 외치더니 부산스럽게 자기 머리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Liera와 Erta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보여, Yu Ilhan은 그 녀석들의 머리에 일일이 꿀밤을 먹여주었다.

 

“설마 다른 모든 세상이 Daréu처럼 난리법석이 나지도 않았을 테고, 이젠 좀 느긋하게 움직일 거야. 어차피 지구가 Upper세계로 Leap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있기도 하고. ……우리에게 Rest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리고 수확한 것들로 무구도 만들어야 하고 말이지.”

“내 마음 읽지 말랬지.”

 

Yu Ilhan은 재차 Liera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려는 듯 하다가는 갑자기 방향을 전환하여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 순간 Na Yuna와 Erta가 스턴 Magic에라도 걸린 듯 제자리에 굳었다.

 

“그럼 이제 쉬러가자.”

“……Yeah.”

 

Liera의 대꾸하는 목소리가 딴 사람처럼 얌전해졌다. 뺨을 붉게 물들이곤 Yu Ilhan을 따라 저택으로 들어가는 Liera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던 Na Yuna와 Erta가 문득 시선을 마주치는가 싶더니, 이내 서로의 손을 내밀어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포기할 수 없죠오.”

“포기할 수 있을리가요. 전 Angel 자리까지 버리고 나왔어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소름끼치게 맞물렸다.

 

““앞으로 잘 해보죠.””

“뭐야 이 여자들 무서워…….”

 

여자의 집념에 한기를 느낀 Kang Hajin만이 몸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

Chapter 36. 너도 어서 와라 – 8

———————————————-

 

Destruction Demon Army의 총본산 Elkatra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이게도 대회의가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이번엔 1군단장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한 회의였다.

 

[Ehjar에 이어 Helianna까지 죽었다. Destruction Demon Army 꼴이 말이 아니군.]

[Helianna, 멍청한 것. 그년은 항상 다른 것을 꿈꾸고 있었어. 다섯 번째라니, 그게 말이나 돼? 죽어 자빠진 것도 이상할 게 없지.]

[도마뱀 따위가 어찌되건 알 바 아니지만, Helianna가 죽다니 아까운 계집을 잃었군. 그 도도한 계집을 끝내 맛보지 못했어.]

[웃기는 소리하지 마, 벨카투. 그녀가 살아있을 땐 놀림당할까 눈도 마주치지 못했으면서.]

[이것들은 모이기만 하면 욕망을 분출하는가!]

 

8군단장 Zenusbai가 새대가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불어냈다. 그리곤 가볍게 flame을 뱉어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놈은 위험해. 놈을 끌어들이든 죽이든, 지금 괜히 나섰다가 병력이 더 줄어들면 이젠 집단의 존립에 위기가 온다. 그것을 전하고자 회의를 소집한 거야.]

[Nathiel와 켈라투크도 죽었다지?]

[그건 Helianna가 죽인 거야.]

[누가 죽였는지 보단, 어쨌든 놈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중요해.]

 

4군단장 텔자이데의 눈빛이 반짝였다.

 

[Garden of Sunset 놈들이 속임수를 잘 쓰는 거야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그쪽엔 7차 클래스의 숫자가 확실히 적어. 그런 놈 중 한 명이 죽었다는 건 희소식이지. ……비록 Helianna를 잃은 것은 뼈아프지만, 마냥 손해만 보지는 않았어.]

[Brilliant Army of Light 놈들도 이를 벅벅 갈고 있겠군. Nathiel, 그 계집도 예뻤는데.]

[벨카투, 닥쳐.]

[다들 그만.]

 

2군단장, Hilton의 입이 열렸다. 첫 번째 회의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Helianna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한 자였다.

 

[그래서 지금 Helianna의 복수를 하지 않겠다는 건가.]

[하지 마라. 의장으로서의 지시다. 이 이상은 위험해.]

[Zenusbai, 네놈은…… 그래, 네놈은 모르겠군. 하지만 나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불새 Zenusbai는 굳이 따지자면 중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Destruction Demon Army 중 남성에 속하는 자들은 어쨌든 Helianna에게 조금씩 마음을 품고 있던 것이다.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Zenusbai 또한 그를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설득해야 할 때였다.

[나중에 해라, Hilton. 지금 당장은 그 분노를 다른 곳에 쏟아내야 한다.]

[다른 곳……? 아.]

 

대꾸하던 도중 Hilton은 스스로 답을 얻었다. Elkatra와 Army of Heaven의 총본영을 가로막는 Wall of Chaos, 그 사이에 또다시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Army of Heaven에게……?]

[그래. 이번 전쟁에서 오직 Army of Heaven만 7차 클래스를 잃지 않았지. 그건 너무나 불공평하지 않은가.]

 

Zenusbai가 전신으로 flame을 발산하며 강조해 말했다.

 

[그들도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Brilliant Army of Light도, Garden of Sunset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Wall of Chaos 전쟁에 그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말인가……?]

[다른 데서 손해를 봤으니, 여기선 우리가 이득을 봐야겠지. 이미 긍정적인 답을 얻어놓은 상태다.]

[Zenusbai, 과감하군…… 하지만 마음에 들어.]

[나 역시 마찬가지. 이번 Wall of Chaos 전쟁이 기대되기 시작했어.]

 

조금의 불안은 있었으나, 대부분의 군단장이 Zenusbai의 생각을 마음에 들어 했다. Wall of Chaos을 넘어서는 것은 Destruction Demon Army의 최종목표이자 존재의의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찬성을 표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당연히 찬성이다. 아주 잘했다, Zenusbai.]

[어쩔 수 없군…… 그것을 위해서라면, 좋아. 지금은 잠시 참도록 하겠다.]

[좋아, 그 분께 보고만 마치고 바로 실전 배치에 들어가도록 하지.]

 

Army of Heaven마저 먹어치우고자 한 Destruction Demon Army을 막는 최후의 보루, Wall of Chaos. 그것이 무너지는 때, 모든 균형이 어그러지고 파괴된다. 그들은 숙원이 이루어질 날을 기대하며 회의를 파했다.

 

이렇게 해서 당분간 Yu Ilhan은 higher existence집단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Daréu에 7차 클래스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타 집단의 어그로를 잔뜩 끌게 된 Army of Heaven이 그를 대신해 샌드백 역할을 해주리라.

 

물론, 그들이 Yu Ilhan을 노린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지구로 돌아온 일행은 우선 거듭된 격전으로 몸과 마음에 누적된 피로를 털어내기 위해 푸욱 쉬었다. 한 나흘 정도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쉬기만 했다.

 

Yu Ilhan과 Liera는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쌓이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방에 들어가 나오질 않았지만, 정확히 나흘이 지나 모두의 걱정과 증오를 불식시키듯 상쾌한 얼굴로 나왔다. Na Yuna가 생글생글 웃으며 Liera에게 달라붙어 말했다.

 

“언니, 한 번만 찌르면 안 돼요오? 단단하고 날카로운 죽창으로 딱 한 번마안.”

“얼마든지 찔러도 돼. 대신 나도 너 한 번 찌를게.”

“……그만둘래요오.”

 

Yu Ilhan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Rest을 취한 일행을 불러 모았다. 몇 명인가가 Liera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다들 많이 쉬었겠지?”

“예, 주인님. 저는 그저 주인님이 걱정될 뿐입니다.”

“충분히 쉬었습니다, 폐하! 저도 폐하가 걱정됩니다!”

 

되돌아오는 Ericia와 Mirey의 대답에 아주 미미한 분량의 불만이 섞여 있었다. Liera가 험악한 눈으로 그녀들의 기선 제압을 하는 것을 보니 또 사랑의 신의 능력이 발동한 모양. Yu Ilhan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이전에 말했었지만, 지금부터 나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뵈러 갈 거야. 그곳에 각자 잘 계신다면 굳이 모시고 올 필요는 없겠고…… 어쨌든 이건 내 개인적인 용무니까 너희들을 데리고 갈 필요는.”

“갈래요오!”

“갈 거야.”

“가고 싶어요.”

“가고 싶습니다!”

 

Yu Ilhan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행의 눈이 사방에서 번쩍였다. 대충 이렇게 될 줄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는 한숨을 쉬며 일행을 둘러보았다.

 

“Erta 넌 아직 네 몸에 적응 못 했지? 지금은 그 몸에 적응하고 안정시키는데 주력해줘.”

“그래도…….”

“내가 가는 세상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혹시 또 Daréu 건과 같은 일이 터졌을 때 네가 위험한 지경에 빠질까봐 걱정되어서 그래. 기껏 다시 만났잖아.”

“으으, 비겁하고 달콤한 말재간도 늘었군요…….”

 

Erta가 가장 먼저 포기했다. 그러자 그녀보다 약한 이들이 절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Yu Ilhan은 그들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유나 씨, 4th Class 획득 아직이죠?”

“그으게, 여태까지 Ilhan 씨랑 같이 얻은 Record이 너무 대단해서 그런지 말도 안 되는 퀘스트가 떠서…… 5th Class 잡는 것까진 다 했는데 아직 4th Class가 조오금.”

“내가 돌아올 때까지 4th Class 달성하면 예쁜 귀걸이 하나 만들어줄게요.”

“네에! 아차!”

 

선물이라는 말에 혹해 대뜸 외친 Na Yuna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스스로의 입술을 탁탁 쳤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간 후. 그녀가 부르짖었다.

 

“하다못해 반지로! 예쁜 반지로오!”

“그래요, 반지로 만들어줄게요. 자, 그러면 이제 남은 애들은.”

“아…….”

 

남은 이들은 그쯤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깨닫고 체념했다.

 

“지구에서 수련하고 있겠습니다.”

“저도…… 좀 더 강해지겠습니다.”

“크흑, 폐하를 보필하지 못하다니…… 저도 언데드 군단을 좀 더 연구하겠습니다.”

 

그는 Kinfolk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어주었다. 그 정도로 아쉬움을 털어내는 이들이 기특해 피식 웃으며, Yu Ilhan은 Yumir와 Liera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둘은 굳이 지구에 남겨놓을 필요가 없었다.

 

“Liera는 따라온다고 했었고, Mir는?”

 

Yumir는 무척 망설이는 듯 했지만 끝내 고개를 저었다.

 

“나두 할아버지 할머니 보고 싶지만…… 그래도 지금은 더 강해지는데 집중할래. 나 아직 299레벨 안 됐으니까.”

“그래, 알았다. 기적의 요람은 두고 갈게.”

“Yeah!”

 

기적의 요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Yu Ilhan과 Yumir. 아직 Dragon Rider에 불과한 Yu Ilhan과 달리 태생부터가 Dragon인 녀석이라면 기적의 요람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

 

“Ilhan아, 누구 먼저 찾을 거야?”

“아버지. 어머니보다 무력이 떨어지시거든. 아버지의 물건을 뒤져서 아버지가 다녀오신 세상에 대한 Record도 충분히 확보했어.”

 

이전엔 마냥 잘 지내시고 있을 것이라고만 믿고 태평했는데, Brayia나 Daréu에서의 일을 겪고 나니 괜히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Yu YongHan의 말만 들어보면 그가 다녀왔다는 세상 헤이시아는 제법 평화로운 세상이었던 모양이지만, 발전하는 세상이 어떻게 급변하는지는 Yu Ilhan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던가.

 

아니, 아마 괜찮으시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Yu Ilhan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듯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지막으로 Mystic에게 당부했다.

 

“Sky Castle 잘 부탁한다. 지구에 나타나는 몬스터는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거 잊지 말고.”

[염려 푹 놓고 맡겨두셔.]

“좋아, 그럼 다녀올게.”

 

그는 곧장 Warp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의 범위는 Yu Ilhan과 Liera 두 명 뿐. 목적지에 대한 Record도 확실했기에 스킬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무사히 발동했고,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헤이시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뤼나에가 오크 대군에 처참하게 깨졌다지. 다음은 우리 차례야.”

“하지만 아직 황국의 기사단이 남아있지 않은가.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이동을 완료하자마자 귓가에 들려온 것이 그런 힘 쭉 빠지는 목소리였다. Yu Ilhan은 고개를 돌렸고, 그들이 돌이 가지런히 깔려 있는 거리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목소리는 그 거리 한편에 위치한 과일 가게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기사? 난 그들을 믿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은 자들에겐 잘도 나타나면서 몬스터가 나타날 땐 없지. 놈들 중 정말 3rd Class의 달성자가 있는 지나 모르겠어.”

“이대로 헤이시아가 끝나려는 걸까…… 젠장, 나는 죽기 싫어.”

 

그곳에 있는 것은 중년의 남자 둘이었다. 거리에는 다른 가게도 많았고, 다른 이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지금 저 중년 남자들처럼 똥 씹은 얼굴로 절망적인 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활기라는 것이 완벽하게 죽어버린 거리였다.

 

“뭐야? 이 분위기 대체 뭐야?”

“뭐긴, 여기도 멸망 직전인 거지.”

 

이전 헤이시아에 온 적이 없는 것인지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Liera에게 방금 들려온 이야기를 해석해주니, Liera는 두 눈을 깜박이더니 Yu Ilhan의 팔뚝을 덥석 붙잡았다.

 

“그럼 네 아버지도 위험한 상황인 거잖아! 빨리 확보해서 돌아가자!”

“그래서 지금 아버지의 Record을 추적하고 있는데.”

“역시 행동력은 빠르다니까.”

“찾아지지가 않네.”

 

Liera는 물 흐르듯 자연스레 돌아온 Yu Ilhan의 대꾸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Yeah?”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아버지의 Record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Record 스킬로도?”

“그래, Record 스킬로도.”

 

Yu YongHan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상 Record 스킬로 그 끈을 잡지 못할 리가 없는데, 그것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탄생 이래 지금까지 Yu Ilhan에게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어온 Record 스킬이 처음으로 속을 썩이는 순간이었다.

 

Liera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혹시 네 아버지도 어마어마한 Concealment의 보유자 아냐? 그러면 Record을 못 찾는 것도 납득이 가잖아.”

“이전에는 아버지한테 Concealment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정말로 Concealment 마스터라서 내가 눈치를 못 챈 걸지도 몰라. 제기랄, 이전부터 아버지의 존재감이 희미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Record까지 찾지 못할 줄이야!”

“그래도 Concealment 마스터라면 안전하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상황이 있잖아. 게다가 난 아버지가 마나를 다루는 광경도 본 적이 없어. Pancosmic Loner라는 타이틀이 설마 두 개씩이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그러니까.”

 

Liera가 과연 피는 속일 수 없구나,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돌연 Yu Ilhan이 Ruin Calling을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그녀가 당황하며 따라서 날아올랐다.

 

“대체 뭘 하려구? Record도 못 찾았다며!”

“아버지를 못 찾는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지.”

 

Yu YongHan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지만, 만약 지금 살아있다면 무조건 그를 안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

 

“이 세상의 몬스터를 전부 죽여 버리면 되는 거야.”

“…….”

 

Liera는 대체 어떤 식으로 retort 걸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이내 이 정도는 Yu Ilhan에게 있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내곤 침묵하고 말았다.

 

Yu Ilhan은 그로부터 장장 17시간에 걸쳐 세상 헤이시아의 모든 몬스터를 죽였다.

 

“이, 이럴 수가! 오크의 대군이 전부 절명했어!”

“북쪽 산맥의 예티 군단이 전멸했어!”

“맙소사, 대체 누가 이런 기적을!”

 

헤이시아에 닥쳐왔던 세상 멸망의 위기는 그렇게 해서 걷혔다. 하지만 Yu Ilhan의 Concealment은 몬스터를 전멸시키는 와중에도 끝끝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을 구한 영웅의 정체는 영원히 비밀로 남게 되었다.

 

———————————————-

Chapter 36. 너도 어서 와라 – 9

———————————————-

 

아버지의 안전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Yu Ilhan이 지켜야 하는 이는 아버지뿐만이 아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계를 한 번 더 일주하며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아버지의 모습과 Record을 찾아다니던 Yu Ilhan은 깔끔하게 허탕을 친 끝에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안전할 거야. 그 희미한 존재감이라면 분명 가능해!”

“괜히 나까지 울적해지니까 희미한 존재감이라는 말은 그만두자.”

 

다음 목적지는 Yu Ilhan의 어머니 Kim YeSeul이 체류하고 있을 야으민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음?”

 

Record 스킬을 점검하던 Yu Ilhan이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Liera의 고개도 따라서 기울어졌다.

 

“왜 그러니, Ilhan아?”

“아니, 엄마가 다녀온 세상이면 분명히…….”

 

Kim YeSeul이 다녀왔다는 세상의 이름은 야으민. 그녀와 관련된 물건만 있으면 그것에서부터 Record을 뽑아내어 야으민으로 향할 수 있기에, 미리미리 Record을 뽑아내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가면 되잖아?”

“아니, 그게.”

 

그녀의 물건에서부터 뽑아낸 세계의 Record이 두 가지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 말을 들은 Liera가 입을 호, 크게 벌리며 물었다.

 

“두 가지?”

“두 가지.”

 

하나는 분명 야으민이라는 세상이다. 지구에서 야으민에 다녀온 다른 인간들의 Record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나머지 하나인데, Kim YeSeul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이 세상에 다녀온 인간의 Record은 없었다. 명백히 수상했다.

 

“……어째 네 부모님은 다 평범하지가 않니?”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이 전직 Angel야. 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했으면 어머니가 두 개나 되는 세계에 다녀오신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누누이 말했지만 한 사람에게 배정된 세계는 하나뿐이었다구. 멋대로 한 사람을 두 세상에 보낼 정도였다면 네가 지구에 낙오하고 있을 필요도 없었겠지.”

Yu Ilhan은 푹푹 한숨을 불어내며 고뇌하다가는 이내 결론을 내렸다.

 

“두 군데 다 다녀오는 수밖에 없네.”

“어딜 먼저 갈 건데?”

“야으민 먼저. 왠지 여기에 어머니가 안 계실 것 같아서.”

“내 생각도 그런데.”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치며 어깨를 으쓱했다. Yu Ilhan은 준비가 되는대로 곧장 Warp를 발동했다.

 

야으민은 무척 느린 속도로 성장하여, 지구보다 Akashic Records와 접촉한 기간은 수백 년이 더 길지만 Great Cataclysm은 이제 고작 두 번 밖에는 겪지 않은 세상이었다. 수십의 지구인들은 이 세상에서 다른 이계인들과 섞여 제법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자, 거기 트롤 간다!”

“놓치지 마, 잡아! 아니, 함정에 네가 걸리면 어떻게 해!”

“저 아줌마한테는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어. 홀드! 홀드!”

 

Yu Ilhan과 Liera가 조금 전 다녀왔던 세상 헤이시아의 발전도에서 대략 수백 년 정도를 뒤로 돌리면 이런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문명은 중세 정도에 머무르며 성과 도시 위주의 행정 체제, 대부분의 몬스터가 Dungeon에 갇혀 나오지 못하며 그나마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험가들과 기사, 용병들에 의해 처리되는 안정적인 세상. Liera는 세상을 둘러보며 감동했다.

 

“응, 이거야말로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세계야. 지구도 이렇게 되길 바랐는데. Army of Heaven은 본디 모든 세상을 이렇게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구!”

“지금 이걸 보고 지구로 돌아가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느낌이 나겠는데.”

“힝.”

 

처음 Angel가 되던 순간을 떠올린 Liera의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실상 Angel가 되고 나서 겪어온 일들은 그렇게 깨끗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고, 다른 higher existence집단과의 투쟁은 아주 짜증나고 힘겨웠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꿈꾸었던 Army of Heaven은,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집단이었다.

 

“신은 정말 계신 걸까. 그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정말 인간 같은 건 어찌되건 신경 쓰지 않으시는 걸까. ……이건 다른 모두를 버리고 한 명을 택한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질문이겠지?”

“…….”

 

Yu Ilhan은 말없이 Liera의 손을 꼭 붙잡았다. 사실 그에겐 다른 인간 따위보단 Liera가 훨씬 더 소중했기에, 그녀의 말에 뭐라고도 말해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마음을 이해해준 것인지 Liera 역시 그의 손을 꽉 맞붙잡아왔다. 그들은 잠시 그렇게 손을 붙잡고 서서는 파티의 전력을 다해 트롤 한 마리를 사냥하고 있는 인간들을 구경했다.

 

파티가 무사히 트롤을 사냥하고 부산물을 처리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Yu Ilhan은 이내 어머니의 Record을 찾아 세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그것을 발견했다.

 

“오, 불과 3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이곳에 있었어.”

“3년 전이라는 거 혹시.”

“Yeah.”

 

지구가 모든 인간들을 쫓아낸 바로 그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건 뭔지 알아?”

“Ilhan이가 재밌다고 말하는 경우 대개 두통이 따라오는 사건일 경우가 많던데…… 일단 얘기해보렴?”

“엄마가 처음 이 세상으로 넘어왔을 때, 엄마는 지구가 아니라 다른 세상에서부터 넘어왔어.”

“너희 엄마 higher existence니?”

“그럴 리가. lower existence야. 적어도 3년 전 시점까지는.”

 

Yu Ilhan은 Liera가 질문하는 의도를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아직 재미있는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Artifact를 사용해서 넘어오신 것 같은데, 그 Artifact가 다름 아닌 Garden of Sunset의 물건이란 말이지.”

“혹시 그 Artifact라는 거…….”

“Yeah.”

 

Yu Ilhan은 Lecidna가 남긴 발신기를 품에서 꺼내 보이며 가볍게 웃었다.

 

“이거랑 똑같은 물건이네.”

“…….”

 

Yu Ilhan은 지금 웃고 있지만, 과연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Liera는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엄마를 찾을 거야. 찾아서 물어봐야지.”

“물어봐서…… 그 다음은?”

“……에휴. 엄마가 Garden of Sunset에 진심으로 협력하고 있는 거면 골치 아파지는데.”

 

Garden of Sunset, 정말 짜증나는 놈들이다. 대체 뭘 원하는지,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설마 자신의 어머니까지 higher existence집단에서 벌어지는 일에 휘말려 있을 줄은 몰랐던 Yu Ilhan에게는 실로 뼈아픈 기습이었다.

 

“Ilhan아, 너도 알고 있겠지만 같은 이름의 집단에 속해 있다고 해서 모두의 성향과 행동이 똑같은 건 아냐. 당장 나랑 Erta만 해도 Army of Heaven이었잖아. 너희 엄마가 만났던 Garden of Sunset 멤버는 어쩌면 정말 좋은 놈이었을지도 몰라.”

“그러길 바랄 뿐이야. ……어쨌든 무사하시기만 하면 좋겠어.”

 

Yu Ilhan은 야으민을 떠나기 전 세상의 Record과 모든 존재를 샅샅이 훑었으나, Garden of Sunset과 관련된 이를 더 찾을 수는 없었다. Record 몇 가지를 얻기는 했으나 거기까지. Kim YeSeul을 이 세상으로 인도한 Garden of Sunset 멤버는 다른 큰일을 벌이지 않고 곧 이곳을 뜬 모양이었다. 마치 그녀를 이곳에 오게 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것처럼.

 

“좋아, 그러면 두 번째 세상으로 가보자.”

“……Yeah.”

 

Yu Ilhan은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는 Warp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은 어김없이 곧장 발동하여 그들을 새로운 세상에 데려놓았다.

 

그곳은 혼돈이었다.

 

[새로운 방랑자들이 왔어요.]

[어머나, 정말. 이들도 길을 잃고 찾아온 걸까.]

[잠깐만. 한 아이에게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요.]

 

그곳에는 Heaven과 땅의 구분이 없었고, 바다와 대지의 구분이 없었으며, 죽음과 삶의 구분이 없었다. 이런 세상에는 발전도 퇴보도 있을 수 없었다. 그저 무한히 순환하고, 무한히 정체할 뿐!

 

하위세계의 아슬아슬한 끝에 걸쳐져 있는 것임은 분명했으나, 이 세상에 적용되는 규칙은 분명 그 어떤 세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혼돈이었다.

 

[어디서 왔나요?]

[어디에서 왔죠?]

 

반투명하게 발광하는 부정형의 몸체를 지닌 것들, 지구인의 상식에 근거하여 이름을 붙이라면 정령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이들이 날아 들어와 물었다. Yu Ilhan은 무수한 빛으로 반짝이는 세상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Yu Ilhan, 지구에서 왔어요. 혹시 Kim YeSeul이라는 인간이 이곳에 있지 않나요?”

[역시 그랬구나. 예슬의 아들이었구나.]

[그에게 혼돈이 가득해. 저런, Garden of Sunset의 피도 묻어 있구나.]

[더구나 아직 lower existence야.]

[정말로 신비한 존재야, 답해줄게. 예슬은 이곳에 있어.]

 

보다 많은 숫자의 정령들이 날아와 Yu Ilhan과 Liera의 주위를 떠돌며 장난을 쳤다. Yu Ilhan은 우선 Record 스킬을 발동하여 주위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자 했다. 모든 것이 처음 접하는 Record이었기에 단숨에 Record 스킬의 레벨이 5 정도 상승했다.

 

[우리를 파악하고 있어.]

[그는 다섯 번째.]

[다섯 번째 신이 될 자였어.]

 

Yu Ilhan은 가만히 듣고 있다 못해 결국 그들에게 질문했다.

 

“내가 다섯 번째 higher existence집단을 만들 거라는 얘기 같은데, 대체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뭐죠?”

[그건 당신과 함께하는 서큐버스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줄 텐데요.]

“뭐!? 아, 너 사념 가지고 있었구나!”

“아, Yeah. 그렇긴 하지만…….”

 

죽고 나서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계속해서 Yu Ilhan에게 치근대고 있는 서큐버스 퀸의 사념이라면 있기는 하다. Death Collector를 마스터해서인지 상당히 짙은 영혼의 파편을 수거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당장 그 사념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아 의식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있었다.

 

[Garden of Sunset, Army of Heaven, Brilliant Army of Light, Destruction Demon Army.]

[넷의 초월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그대가 다섯 번째가 될 거야.]

[그대가 조건을 전부 갖추었기 때문에. 입으로 나열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조건들을 전부.]

[균형이 망가지고 거대한 전쟁이 일어나겠지.]

“higher existence가 되고 싶기는 하지만…… 전쟁이라니.”

 

Yu Ilhan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 단지 외톨이였던 예전엔 혼자서만 평화롭게 살면 그만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이들이 조금 많아졌을 뿐.

 

“그래도 Ilhan이가 확실하게 higher existence로 Leap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거나 마찬가지 아냐? 난 조금 든든해졌는걸!”

“좋아, Liera. 너의 그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본받아 나도 지금부터 걱정을 놓아버리도록 하겠어.”

 

앞에 놓인 것이 두려워 나아가길 머뭇거리는 성격은 아니다. 전쟁이곤 다섯 번째 집단이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 Yu Ilhan은 그 정도 선에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라, Yu Ilhan의 어머니 Kim YeSeul이었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62가 되었습니다.]

 

“찾았어. 가자.”

“아, Yeah.”

[그대가 나아갈 길에 혼돈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예슬은 세상과 함께 멈추어 있어. 그녀를 꺼내어가도록 해.]

 

정령들은 굳이 그들을 따라오지 않고 뒤에 남아 Curse인지 축복인지 모를 말들을 던졌다. Yu Ilhan은 굳이 그들에게 대답하지 않고 길을 서둘렀다.

 

이 세상은 정확한 크기도 파악하기 힘들고, 길과 길이 아닌 곳을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둘은 대지를 걷듯 Heaven을 날며 세상을 활보했고, 대체 얼마나 날았는지 잊어버릴 때쯤이 되어서 간신히 사물의 경계가 분명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 저기.”

“그래.”

 

그곳에 Yu Ilhan의 어머니 Kim YeSeul이 있었다. 그녀는 바위 위에 가만히 앉아 수면을 노려보며 마나를 다루고 있었는데, 마나의 움직임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른 물방울들이 제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그러나 Kim YeSeul이 Yu Ilhan과 Liera의 존재에 눈치 챈 순간, 그 물방울들은 움직일 힘을 잃고 수면 위로 떨어져 내렸다.

 

“들켜버렸구나.”

“무사해서 다행이야, 엄마.”

 

그 사이 또 다섯 살 정도는 젊어진 것처럼 보이는 Kim YeSeul을 마주보며 Yu Ilhan은 쓰게 웃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정말이다. 이전엔 어머니가 4th Class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우리 아들, 그 사이 또 엄청 강해졌네.”

“혹시 엄마는 그 상태 그대로인 거야?”

“그게, 글쎄 그렇단다. ……까마득한 예전에 성장이 멈추어서 그대로지 뭐니. 그 뒤로는 계속 이렇게 도돌이표만 찍고 있단다.”

 

Kim YeSeul이 난처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Yu Ilhan은 마주 웃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레벨 299의 4th Class였다.

 

———————————————-

Chapter 37. 내가 가는 곳마다 – 1

———————————————-

 

“어머나, Angel님은 더 이상 Angel님이 아니게 됐네.”

“하지만 그 대신 당신 아들을 얻었어.”

“어머나, 어머나.”

 

Liera가 Yu Ilhan의 팔짱을 끼며 당당하게 선언하자 Kim YeSeul의 눈망울이 찬란하게 반짝였다.

 

“역시 그렇게 될 것 같더라니.”

“그럼 미리 말 좀 해주지.”

 

Yu Ilhan은 투덜거렸지만 Liera와의 팔짱을 풀지는 않았다. Kim YeSeul의 입가에 점점 더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그러면 두 번째 손자도 곧 볼 수 있겠네?”

“노력해볼게!”

 

Liera가 맡겨두라는 듯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퐁, 소리 나게 두드렸다. Yu Ilhan이 낯부끄러운 대화를 종식시키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서 엄마, 이젠 엄마한테 있었던 일을 물어봐도 되는 거지?”

“그럼, 내 아들. 그 대신…… 엄마한테도 얘기해줄 거지? 아들한테 있었던 일들.”

“Yeah.”

 

이젠 서로 더는 숨기고 있을 필요가 없다. Kim YeSeul은 아들의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며 살포시 웃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러면…… 처음으로 이 세상에 떨어진 순간부터 얘기하는 게 좋겠구나.”

“지구인들이 Great Cataclysm에 대비해서 무수한 세상으로 보내졌을 때, 엄마는 바로 이 세상으로 온 거야?”

“그렇지. 엄마는 이곳을 모형정원이라고 불러.”

“이곳에 엄마 혼자서 온 거야?”

“그럼, 혼자서.”

 

Kim YeSeul은 주위 사물들을 가리켜 보이며 말을 이었다.

“엄마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알기나 하니? 제대로 시야도 확보되지 않고, 끝도 시작도 어딘지 알 수 없고, 앉은 것인지 선 것인지 누워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이런 세상에 덩그러니 떨어졌을 때. 지금은 없지만 그때는 끔찍한 괴물들까지 있었단다. 비록 놈들은 엄마한테 전혀 위해를 끼칠 수 없었지만 말이야.”

 

그것은 마치 Army of Heaven과 다른 세상의 계약으로 인해 그 세상의 인간이나 몬스터들이 지구인에게 위해를 끼치지 못했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아마 아닐 것이다. 이 세상, 모형정원에서 Army of Heaven의 Record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Garden of Sunset의 기운이라면 느껴졌다. 즉, 모형정원은 Garden of Sunset의 관리를 받는 세상인 것이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숨을 쉬는 것뿐이었지. 시간이 흘러도 배가 고프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었어.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아, 혹시 이곳의 정령들을 만나보았니?”

“Yeah.”

“그래, 그들이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었단다. 마나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들 덕분이야.”

 

처음 마나를 느끼고 다룰 수 있게 된 이래, Kim YeSeul은 흘러가는 세월을 세지 않고 오직 마나를 수련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사실은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Magic을 배울 대상도 없었기 때문에 오직 마나를 발산하여 공간 내에서 굴리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런 행동들이 Kim YeSeul에게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Magic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다는 건…….”

“어머, 벌써 파악했니.”

 

Kim YeSeul이 수면을 가리켰다. 아까 그녀가 마나로 다루고 있던 물방울들, 수면 위로 떨어져 응당 그 일부로 흡수되었어야 할 물방울들이 마치 고체처럼 형체를 유지한 채 그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모형정원의 모든 것은 멈추어 있어. 시간도, 공간도. 그 안에서 마나를 억지로 움직이려 하다 보니, 그 두 가지를 다루는 능력이 자연스레 발달한 거지.”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닐 텐데. 당신의 재능이 대단한 거야.”

“후후, 그건 모르겠구나. 어쨌든 나는 그렇게 Magic을 익혔단다. 계속해서.”

 

마나를 다루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Yu Ilhan이 겪은 일과 너무나 흡사했다. Yu Ilhan은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다물고 말았다.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멋대로 재단할 수 없으니까. Kim YeSeul은 그런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Magic을 익혔을까? 엄마는 모형정원의 괴물들과 맞서 싸워서 이길 자신이 생겼어. 그때가 되어 처음으로 정령들이 나한테 부탁했고, 그들과 함께 괴물들을 지워나갔지. 끝이 없도록 길고 긴 싸움이었지만 어쨌든 저들은 엄마한테 위해를 입힐 수가 없었거든. 엄마가 이길 수밖에 없었단다.”

“그렇게 레벨이 오른 거야?”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세 명은 다 같은 299레벨이지만, Yu Ilhan은 스스로도 사기라고 생각될 만큼 무수한 이들과 higher existence를 죽인 끝에 이 경지에 도달했으며 Liera는 무수한 세월을 살아온 끝에 한계를 넘어섰다. 그런데 덜컥 Kim YeSeul의 레벨이 299라고 해서 아, 그렇구나! 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올랐지. 어마어마하게 올랐어. 마지막 놈까지 죽이니까 딱 깔끔하게 299레벨이 되더구나.”

“대체 얼마나 많은 놈을 죽였기에?”

“아까도 말했지만 놈들과 싸우면서 굳이 그 숫자를 세지도, 세월을 세지도 않았단다. 기억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조금씩 아파지거든.”

 

그리고 그 끝에.

 

“정령들이 엄마한테 선물을 줬어. 아들, Garden of Sunset이라는 이름 들어봤지?”

“Yeah.”

“그들과 접촉하고, 다른 지구인들이 있는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게 해주는 Artifact였어. 엄마는 그걸 이용했고 비로소 야으민으로 건너갈 수 있었단다. 그러자 주위에 같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보이더구나.”

 

Kim YeSeul이 모형정원을 벗어나 야으민에 도착한 그때, 다른 지구인들은 이제 막 야으민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마치 Yu Ilhan이 Hourglass of Eternity에서 두 달을 보내고 나와도 바깥 세계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그 규모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고 하나, Yu Ilhan, 그리고 Yumir가 낙오 당시 겪었던 일과 비슷한 일이 그녀에게도 일어났던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보낸 무수한 세월이 찰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때 어머니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Yu Ilhan은 차마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그 뒤로는 별 것 없었단다. 나 자신을 감추는 Magic 정도는 간단했거든. 그렇게 스스로를 감추고 10년을 지냈어. 그리고 지구로 귀환했지.”

“Akashic Records의 Record은 전부 삭제되었고?”

“야으민에서 지낸 세월만, 삭제됐지.”

 

그러니까 다시 말해 Kim YeSeul은 지구로 귀환한 시점에서 이미 299레벨이었다는 얘기다. Great Cataclysm 당시, 지구 최강자는 Yu Ilhan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였다!

 

Yu Ilhan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속은 것은 그때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애송이였으니 그럴 수 있다 치고…….

 

“야, 전직 Angel.”

“몰랐어, 몰랐다구! 정말 완전히 몰랐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몰랐어!”

 

Liera의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니 정말로 몰랐던 모양이다. 하긴 그건 Liera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지구로 파견된 다른 모든 Angel를 대상으로도 똑같이 해당되는 일이겠지. Army of Heaven에 대한 신뢰는 이미 사라졌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니 정말 믿을 만한 집단이 못 된다!

 

Kim YeSeul의 이야기는 아직 조금 더 남아 있었다.

 

“그렇게 야으민과 지구를 왔다 갔다 하던 어느 날, Garden of Sunset으로부터 다시 접촉이 들어왔지.”

“Garden of Sunset에 소속되어 5th Class가 되라는 권유가 온 거야?”

“아니, magic formation 말이야. Destruction Demon Army과 Brilliant Army of Light의 수작이 들어간 magic formation. 그 정보를 얻은 거야.”

“역시 그놈들도 한 다리 걸치고 있었구나……!”

“절대 magic formation과 접촉하지 말고 Barrier를 펼쳐 숨어 있으라는 얘기를 들었어.”

“Yeah?”

 

Yu Ilhan의 고개가 처음으로 기울어졌다. Kim YeSeul의 입가에는 진하게 쓴웃음이 걸렸다.

 

“엄마는 사실 그때 Garden of Sunset을 의심하고 있었단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더라면 당연히 다른 아주머니들과 함께 야으민에 떨어지는 게 맞았는데, 어째선지 엄마 혼자서만 모형정원에 떨어졌었으니까. 더구나 이곳이 Garden of Sunset의 관할 하에 들어가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으니, 내가 모형정원에서 고생을 한 게 전부 그들 탓이라고 생각했어도 이상할 게 없겠지?”

 

사실은 Yu Ilhan 또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이 어떻게 해서 Kim YeSeul을 중간에 낚아채어 모형정원에 떨굴 수 있었는지, 어째서 그 대상이 Kim YeSeul인지는 Yu Ilhan이 알 수 없다. 어쩌면 Yu Ilhan과 Kim YeSeul에게 정말로 숨겨진 재능이 있었고, 그것을 알아본 Garden of Sunset이 수작을 부린 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신이 Yu Ilhan을 찾지 못해 그가 지구에 낙오해야 했던 것처럼 Kim YeSeul도 단순한 착오로 모형정원에 떨어졌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낮겠지. 아니, 지금은 Yu Ilhan 자신의 낙오조차 정말 착오였는지 의심이 가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반대로 행동했어. Ilhan이 네가 없었으니 MiRae와 Yuna, Mir에게 부탁해서 같이 magic formation을 없애기 시작한 거지. 하지만 그 결과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더욱이 야으민이 아닌 모형정원에 다시 떨어지는 꼴이 되었으니……. 그들은 내게 옳은 충고를 했던 거였어.”

 

Garden of Sunset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Yu Ilhan은 그들이 Kim YeSeul에게 무엇을 원했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보류했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엄마, 그 후로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지낸 거야?”

 

모형정원에서 무수한 시간을 보내고 나왔음에도 바깥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3년이 지나 Yu Ilhan이 이 세계를 찾아온 시점에서 Kim YeSeul은 대체 얼마나 되는 세월을 지새웠단 말인가? 정말 그녀는 이곳에 존재하는 게 맞기나 하는가?

 

Kim YeSeul이 웃으며 대꾸했다.

 

“3년이란다.”

“……Yeah?”

“3년이야, 아들. 이제 엄마가 시간을 세는 능력만은 제법 정확하거든. 엄마가 알기로 정확히 3년이 흘렀어.”

 

기가 탁 풀렸다. 아니, Yu Ilhan 자신도 1천 년의 낙오 이후로는 시간의 오차를 겪은 적이 없으니 오히려 이쪽이 정상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다행이었다. 지금 Yu Ilhan이 이렇게 어머니를 찾아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더 이상 늦지 않아 다행이었다.

 

“자, 그러면 이제 아들 얘기를 들어볼까? 엄마는 이제 어지간한 얘기라면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단다.”

“엄마 얘기를 듣고 나니 내가 겪은 일들은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좋아, 들어봐.”

 

Yu Ilhan은 입을 열며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천 년간의 낙오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은 처음이던가. 그것도 이런 괴상한 장소에서, 20대 중반 즈음 되어 보이는 젊은 외모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고백하게 되다니…… 쓴웃음이 나왔다.

 

“나는 다른 이상한 곳으로 떨어진 게 아니라 지구에 혼자 남은 쪽이었는데…….”

 

Yu Ilhan은 되도록 이야기를 짧게 축약하여 설명했다. 글로 하자면 달랑 네 편 정도만 나올 만큼 짧게.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Kim YeSeul이 Yu Ilhan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결국 둘이 겪은 일들은 그 끝이 맞닿아 있었으니까.

 

“그랬구나, 우리 아들. 혼자서 고생이 많았네.”

 

Yu Ilhan은 Kim YeSeul이 겪은 일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Kim YeSeul은 아들이 겪은 일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Yu Ilhan은 눈이 붉어지는 Kim YeSeul을 보며 다급히 말했다.

 

“처음부터 말했지만 나 혼자는 아니었어. 리타…… Liera가 있었으니까.”

“아이구, 아이구…… 고생했어. 힘들었지, 우리 아가.”

 

Yu Ilhan의 이야기를 다 들었으니 그가 천 년 이상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도 알 것이다. 그러나 Kim YeSeul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그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엄마…….”

 

겉으로 보기에는 그 모양새가 제법 이상했으나, Yu Ilhan은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Yeah……. 많이 힘들었어.”

“그래. 그래.”

 

Yu Ilhan은 가만히 Kim YeSeul의 품에 안겨 있었다.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와 스스로도 웃기다고 생각했다.

 

“자, 새아가도 이리 와.”

“으, Yeah? 하지만 나는…….”

“얼른 와.”

“Yeah.”

 

Liera까지 얼결에 Kim YeSeul에게 안겼다. 어머니라는 존재를 잊고 지낸 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을까? Liera는 오랜만에 신비롭고 두근거리는 모성을 느꼈다.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시간과 공간이 멈추어 어디로도 흘러가지 않는 세상 속에서, 셋은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

Chapter 37. 내가 가는 곳마다 – 2

———————————————-

 

시간이 흘러 셋이 다 나름 진정할 수 있게 되었을 때, Kim YeSeul은 비로소 자기 남편의 안부를 챙겼다.

 

“그래서 이 양반은 결국 못 찾았다고?”

“Yeah.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어. 일단 그 세상의 몬스터들을 대충 정리해놓긴 했는데.”

“그 인간, 끝내 아들 눈까지 피해 숨어버렸네. 데이트할 때도 고생을 엄청 했었는데…….”

 

Kim YeSeul이 그립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낙관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Yu Ilhan까지 긴장이 빠지게 하는 표정이었다.

 

“괜찮을 거야. 그 양반, 어디 가서 죽을 사람은 아니니까. 지구의 봉인이 해제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날 테니 걱정 마렴.”

“엄마의 믿음의 원천이 너무 궁금하지만…… 그래, 알았어. 그러면 이제 지구로 가요.”

“그러자꾸나. 그렇게 당연하게 갈 수 있다는 게 엄마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지만.”

 

Yu Ilhan이 겪은 세월에 대해서는 들었다. 그가 겪은 일들에 대해서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Yu Ilhan이 이룬 경지에는 믿을 수 없는 면이 있었다. Kim YeSeul은 그것이 재능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재능이 있는 아들에게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 동안 노력까지 피나도록 했으니 괴물이 되지 않을 턱이 있겠는가!

 

“Ilhan이가 곧 higher existence로의 길을 열 테니까, 당신…… 음, 어머님도 Ilhan이가 만들 집단에 소속되면 돼!”

“그렇게만 되면 좋겠구나.”

 

그때 Yu Ilhan이 Kim YeSeul을 돌아보며 말했다.

 

“엄마, 난 엄마가 굳이 싸울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해. 강하다고 해서 누구나 싸울 필요는 없고, 나도 단지 살아가기 위해서 싸우다 보니까 결국 이렇게 된 것뿐이고…….”

“Ilhan아, 엄마도 판단 정도는 할 수 있어.”

 

Kim YeSeul이 Yu Ilhan의 이마에 꿀밤을 먹이곤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엄마가 어떻게 빠지겠어. 아들은 아들 마음대로 하렴. 엄마는 엄마 마음대로 쫓아갈 테니까.”

“끄Yeah.”

 

Kim YeSeul의 고집은 완강하다. Yu Ilhan의 고집이 그녀에게서 왔다고 보면 될 정도로 강하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모두 말할 수가 없어 답답했지만 Kim YeSeul은 그의 그런 답답한 마음까지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 Ilhan이 친구들도 많이 늘었다면서? 얼른 보고 싶구나.”

“응, 다 ‘친구’들이야.”

 

Liera가 단정 짓듯이 말했다. 그러나 Yu Ilhan의 눈치가 어디서 왔겠는가? 순식간에 Liera가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 챈 Kim YeSeul이 두 눈을 맹렬히 반짝였다.

 

“그래? ‘지금은’ ‘아직’ ‘친구’인 ‘여자’애들이 더 있단 말이지?”

“나한테 새아가라고 했잖아, 어머님!”

“새아가, 우리 아들이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 된다는데 그러면 그만큼 내조해줄 사람이 더 필요한 법이란다. 어디, 얼른 보러 가자. 얼른.”

 

Liera가 울상을 짓고 Kim YeSeul이 열심히 김칫국을 들이키는 가운데, Yu Ilhan은 쓴웃음을 지으며 세 사람을 범위에 넣고 Warp 스킬을 발동했다. 그들이 떠나려는 것을 알아챈 것인지 공간을 가르고 정령들이 나타났다.

 

[우리의 소중한 친구 예슬, 부디 다시 이곳에 오는 일이 없기를.]

[행복하기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Garden of Sunset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그들은 아군이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는 이들. 하지만 그들은 아군일 때, 적일 때보다 더 위험해. 기억하도록 해.]

“나의 소중한 친구들, 꼭 기억하도록 할게요.”

 

Kim YeSeul은 억겁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해준 친구들을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다음 순간, Yu Ilhan의 스킬이 발동해 셋을 지구로 데려다놓았다.

 

“앗, 돌아왔다!”

“Ilhan 씨이!”

 

Yu Ilhan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일제히 반응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Na Yuna의 반응으로, 그녀는 Yu Ilhan과 함께 있는 Kim YeSeul을 알아본 순간 살갑게 웃으며 달려와 그녀의 품에 덥석 안겨버린 것이다.

 

“어머님, 보고 싶었어요오!”

“그래, 네가 2번이구나?”

“넵, 제가 2번이에요오!”

 

Na Yuna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Kim YeSeul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던지고 이렇게 깔끔하게 긍정해버릴 줄은 몰랐구나. 우리 아들 복 받았네.”

“Ilhan 씨 능력이 좋으니까 그런 거죠!”

 

한 점 흐림도 없이 맑게 웃고 있는 Na Yuna의 몸에서 매혹적인 향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향수를 뿌린 것이 아닌, 진하게 농축된 마나에서 비롯된 향. Yu Ilhan은 금세 감을 잡았다.

 

“정말로 그 짧은 사이에 4th Class를 얻었나보네요.”

“흐히, 기특하죠?”

 

Na Yuna는 지금 자신감으로 충만한 상태다. 4th Class를 획득하며 스테이터스며 스킬이 확 바뀌었을 테니 그런 고양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 Yu Ilhan은 Kim YeSeul의 품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을 똑바로 올려다 보며 웃는 Na Yuna에게 가벼운 말투로 물었다.

 

“그러면 지금 레벨은 어느 정도죠?”

“4th Class 획득하니까 쭉 올라서 지금은 279예요오.”

“Wao.”

 

이번 Daréu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Yu Ilhan 다음으로 많은 전적을 올린 인물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Liera도 Yumir도 아닌 Na Yuna다. Sky Castle과 수호성에 펼쳐진 두 개의 성역을 모두 관리하며 광역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베풀며 치유했고, 그들 모두와 파티를 맺고 있는 Yu Ilhan 인물이었기 때문.

당연히 그녀가 얻은 경험치도 Yu Ilhan 다음으로 많았고, 4th Class를 얻은 지금은 거의 280에 육박하는 레벨을 보유하게 되었다. 비단 클래스를 얻어서 뿐만이 아니라 80에 달하는 레벨이 수직 상승하면서 보유 마나가 턱없이 상승했고, 가뜩이나 강력하기 짝이 없던 그녀의 신성력은 higher existence가 보아도 경악할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역시 지구인들은 정상이 아니라니까. Ilhan이랑 Na Yuna가 같은 세상에 태어난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확률이야.”

“좀 더 칭찬해줘요, 언니! 좀 더!”

“하지만 그래도 지금부턴 형벌의 집행에 들어갈 거야.”

“으갸아아아아아악.”

 

섣불리 자신의 욕망을 드러냈다가 Liera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Na Yuna. 모두가 그들이 그러도록 놔두었다. Liera의 형벌은 당하는 사람은 아파 죽으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사이가 좋아 보인다는 점에서 실로 악랄했다.

 

“Erta입니다. 이전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린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저도 인간입니다.”

“어머나, 3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그러는 사이 Erta가 Kim YeSeul에게 정중한 자기소개를 했다. 바보 Na Yuna와는 달리 제법 차분한 태도였으나 Kim YeSeul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녀는 Erta의 짙은 초록빛 눈을 마주하며 생긋 웃었다.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저야말로.”

“그런데 저번에는 Angel 한 명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이는 어떻게 됐어요?”

 

Kim YeSeul의 질문에 그 자리의 분위기가 잠시 굳었다. Erta는 잠시 Yu Ilhan을 돌아보았고, 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한테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녀는 죽었습니다. 저희와는 생각이 많이 달랐고, 다툰 끝에…… Yu Ilhan이 죽였습니다.”

“저런.”

 

Erta의 솔직한 대답에 Kim YeSeul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제법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질문이 최악의 대답으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우리와 함께하게 되면 앞으로도 이런 일을 많이 겪게 될 겁니다. Yu Ilhan은 결코 순진하기만 한 당신의 어린 아들이 아닙니다. 그것을 미리 알려두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착하고 여리게만 살아서는 이만한 사람들을 구할 수 없었을 테니까.”

 

Kim YeSeul은 아들을 돌아보았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녀는 끝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한 번 죽으면 다시는 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단다, 아들아. 그것만은 명심하렴.”

“네. 명심할게요.”

“그래, 그러면 됐어.”

 

그들 사이의 대화가 그것으로 끝났다. 뒤바뀌고 엉망진창으로 무너진 세상, 21세기의 관념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다.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리라.

 

“아, 안녕하십니까! 주인님의 충실한 종인 Ericia입니다.”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Ericia가 나타났다. 머리 위로 쫑긋 솟은 은색의 귀까지 정중하게 접으며 인사하는 그녀를 보며 Kim YeSeul의 눈이 다시금 커졌다.

 

“아이구, 내가 뭐라고 이렇게 줄까지 서서는.”

“저는 폐하의…….”

 

Ericia를 시작으로 Yu Ilhan의 일행과 Kinfolk들이 줄줄이 Kim YeSeul에게 고개를 숙였다. Kim YeSeul은 외톨이였던 아들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그것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그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Yumir가 이끄는 Dragon 군단이었다.

 

“와아!”

“어머나.”

“예쁜 Noona다.”

“Noona 안녕!”

“어머나, 어머나.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잔뜩…….”

 

Yu Ilhan으로부터 얘기를 들어 그들이 일명 뉴타입으로 불리는, Great Cataclysm 이후의 지구에서 태어나 살아남은 마지막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Kim YeSeul은 그저 순수한 기쁨으로만 그들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이들이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사라졌을까, 얼마나 많은 고통과 아픔이 있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팠다.

 

“이리 오렴, 한 번씩만 안아보자.”

“Yeah!”

“에히히.”

 

하지만 처음 보는 그녀를 보면서도 밝게 웃는 아이들 앞에서 울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그녀는 우르르 몰려오는 8천 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차례차례 안아주며 웃었다.

 

“정말 다들 강하고 씩씩하구나. 우리 Mir가 애썼다.”

“응, 할머니. 나 잘했지!”

“그럼, 기특하다. 역시 내 손주야.”

“와아, 용사님 할머니였어!”

“대단해!”

 

아이들은 일단 Yumir의 bloodline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더 즐거워하며 Kim YeSeul에게 안겼다. Yu Ilhan은 그 광경을 보며 내심 안도했다.

 

저들은 Yumir와 자신을 따르지만, 솔직히 둘의 감성이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Kim YeSeul이라면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되기를 기원했다.

 

“Yu Ilhan 씨.”

 

그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놔둔 채 Kang Hajin이 Yu Ilhan에게 확인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MiRae 씨를 찾으러 가야죠.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그…… 재촉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군요.”

“아뇨, MiRae 씨는 제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수확한 사체가 많으니 제작이나 정비도 한 번쯤 해두고 싶기는 하지만…….”

 

Yu Ilhan은 인벤토리 내 Hourglass of Eternity의 상태를 확인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어서 마지막으로 Barrier에서 나온 후로 한 세 달은 흐른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고작 열흘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건 Hourglass of Eternity 안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조금만 여유를 부리다가는 참사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부턴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고 움직일 생각입니다.”

“……고마워요. 당신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저도 고마워요. Kang Hajin 씨는 우리 팀의 Yu Ilhan 양심이에요.”

“자각은 있었군요. Yu Ilhan 양심이라는 말이 괜히 슬프게 들리긴 합니다만…….”

 

둘은 쓴웃음을 교환했다. 그리곤 동시에 돌아섰다.

 

“그러면 슬슬 출발해볼까요.”

“우리를 보고 놀랄 MiRae의 얼굴이 기대되는군요.”

 

Yu Ilhan은 힘찬 걸음으로 저택을 향하다가, 이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Liera와 Na Yuna, Kang Hajin, 엘프와 Wolfkin, Dragon 군단과 Kim YeSeul까지 그에게 주목했다.

 

그가 말했다.

 

“일단 밥 먹고 움직일까요?”

 

수많은 세상 중에서도 압도적인 마도의 발전으로 번영하고 있는 란포스, 그 중심에 선 마도제국 Paladia. 그곳에서 일대 기변이라 불러 마땅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세상 모든 존재가 믿지 못할 기적을 이룩했습니다. Akashic Records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4th Class 차원의 Mage가 될 자격을 얻었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아무도 모르는 미지를 스스로의 손으로 걷히고 나아가게 됩니다. 무수한 역경을 딛고 선 끝에 당신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이를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마도의 신이 당신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모든 Magic을 구사할 때 드는 마나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한 달에 한 번, 마나를 전부 소모한 바로 그 순간 마나를 전부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미, MiRae.”

 

제국의 여황제 Irma von Ilueta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른에 가까워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름 하나 없이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지금 경악으로 물들어 나이를 족히 열 살은 더 먹은 것처럼 보였다.

 

“너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야?”

 

크지 않은 방 한 켠에 푸르게 일렁이는 게이트가 떠 있었다. 바로 방금 그것을 만들어낸 당envoy, Kang MiRae는 파아란 빛으로 물든 두 눈을 빛내며 작게 미소 짓고는 말했다.

 

“이제 Ilhan 씨를 만나러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Chapter 37. 내가 가는 곳마다 – 3

———————————————-

 

오랜만에 찾은 란포스는 변함없이 활기찼다. Yu Ilhan 일행은 Sky Castle과 수호성을 타고 Paladia 제국의 상공을 천천히 비행하며 안도했다.

 

“여기는 별일 없어서 다행이다.”

 

Yu Ilhan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득 소름이 끼쳤다. 만화나 소설에서는 이런 말을 하면 뭔 일이 생기곤 하던데! 그러나 옆에서 Liera가 그를 안심시켰다.

 

“가는 세상마다 우주가 흔들릴 짓이 일어나면 여태까지 이 세상이 유지되어 왔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Yu Ilhan이 있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Erta가 근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반응했다. 현존하는 모든 higher existence집단과 썩 좋지 않은 관계에 있는 Yu Ilhan이 일을 제대로 벌이기 시작하면 당장 이 세계를 관할하는 Angel들부터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러나 이번엔 Yu Ilhan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그건 괜찮아. 걔네들은 아무 것도 못하거든. 내가 무려 천 년이 넘는 세월을 관찰하면서 깨달은 결과니까 신용해도 좋아.”

“사랑스러운 낭군님, 우리 잠깐 저쪽에서 대화 좀 할까?”

“……잠깐만.”

 

Yu Ilhan이 자신에게 헤드록을 걸어오는 Liera를 저지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Liera는 순순히 속아주자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가는, 제도 한 쪽에서 솟구치는 빛의 기둥을 보며 경악했다.

 

“정말로 Ilhan이가 도착하자마자 일이 터지다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젠장, 어쩐지 불안하더라니!”

 

foreshadow을 인지하면서도 당하다니, foreshadow 마스터로서 씻을 수 없는 굴욕이고 수치였다. Yu Ilhan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Magic을 발산해 Sky Castle 전체에 부여했다.

 

“Mystic, 서둘러! 최고속도로!”

[안 그래도 지금 속도 높이려고 했어!]

 

Sky Castle과 수호성의 속도가 일시에 높아졌다. Na Yuna의 축복까지 받아 허공에 백광의 꼬리를 남기며 질주하는 두 개의 공중요새! 빛의 기둥은 점차 사그라지고 있었지만, Yu Ilhan은 그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다름 아닌 Paladia의 황성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MiRae 씨 같은데…….”

“네가 무슨 말을 하든 foreshadow 같으니까 얘기하지 마, Ilhan아.”

“정말이지 서러워서 살 수가 없네.”

 

급하게 내달리던 Sky Castle이 일순 허공에 우뚝 멈추어 섰다. Yu Ilhan은 그 순간 망설임 없이 Ruin Calling을 펼치며 Sky Castle으로부터 뛰어내렸다. 지금은 Concealment도 유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Ilhan 씨!?”

 

바로 그때 성의 서쪽 발코니가 열리며 Kang MiRae가 뛰쳐나왔다. 몇 년간 만나지 못한 사이 어딘가 더 신비로운 기품을 갖게 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느덧 그녀가 4th Class에 진입했음을 깨달은 Yu Ilhan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그녀 바로 앞에 정지했다.

 

“오랜만이네요.”

“이럴 수가, 정말로 Ilhan 씨인가요? 이제야 겨우 Ilhan 씨를 만나러 갈 수 있게 된 참이었는데…….”

“저를 만나러 온다구요? MiRae 씨가 어떻게…….”

 

Yu Ilhan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다가는 발코니 너머로 드러난 방 안의 상황을 깨달았다. 안에서 심상치 않은 마나의 기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검푸른 빛의 마나 소용돌이가 있었다.

 

“……?”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순식간에 이해했다. 한때 지구에는 저 소용돌이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나타난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어째서 Kang MiRae의 방 안에서 휘몰아치고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란포스마저 지구와 똑같은 발전 과정을 겪기 시작했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설마 Kang MiRae가 저것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어느 쪽이든 말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MiRae 씨, 저건…….”

“Ilhan 씨, 정말로 Ilhan 씨야…….”

 

그러나 그의 의문에 대답해줄 능력을 가진 Kang MiRae는 여전히 그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든지, 정신없이 그의 얼굴을 훑을 뿐이었다.

 

“어머나, 놀라워라. 설마 이걸 MiRae 혼자 힘으로 만들어낸 거니?”

“어머님까지!?”

 

한 발 늦게 Yu Ilhan 뒤로 모습을 드러낸 Kim YeSeul이 방 안의 소용돌이를 보며 감탄사를 냈다. 공간을 다루는 Mage답게 허공을 여유롭게 디디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Kang MiRae가 퍼뜩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그때, 초청받지 못한 손님이 추가로 등장했다.

 

[설마 이 장소에서…… 그렇다는 건 정말로 인간이 차원을, 으음!?]

 

등 뒤에 솟아난 한 쌍의 하얀 깃털 날개, 밝게 광채를 발하는 머리 위의 황금 고리가 상징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Army of Heaven의 수족, Angel가 기어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직 Yu Ilhan이 뭔가 제대로 일을 벌이지 않았는데도!

 

[서, 설마 당당하게 다른 세상을 활보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Yu Ilhan.]

“너 5차지? 너 같은 말단한테까지 이름이 알려지다니 내가 유명해지긴 했구나.”

 

어째서 Kang MiRae를 찾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남성형 Angel는 Yu Ilhan을 보는 그 순간부터 살짝 몸을 떨며 뒤로 물러섰다. 눈동자에 그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담긴 것이 보였다. 파르르 떠는 몸과 함께 목소리도 덜덜 떨렸다.

 

[말단이라니, Heaven의 구구군단의 Angel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흥.”

 

higher existence집단에 속한 모든 higher existence는 하위세계에서 자위를 위해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어떤 상황에서든 선빵을 맞은 후에야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절대다수의 lower existence가 선빵으로 higher existence에게 위해를 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Yu Ilhan은 선빵으로 higher existence 정도가 아니라 6th Class의 허리까지 분질러 놓을 수 있는 초대형 괴물! Yu Ilhan을 본 순간 달아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 Angel는 굉장히 애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 한때나마 세상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자존심, 그것이 놈을 제자리에 버티고 서 있게 만들었다.

 

[네, 네놈은 여기 왜 온 거지?]

“…….”

 

Yu Ilhan은 고뇌했다. 자신의 목적을 Angel에게 얘기할지 말지 고민한 것이 아니다. 놈을 죽일지 말지 고민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저쪽에서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죽일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Daréu에서는 모든 higher existence가 자신의 적이라고 판단했기에 전부 죽였지만, 지금 이곳은 Daréu가 아니다. 더욱이 당장 Army of Heaven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전부 죽이고 돌아다니다간 세상의 균형이 깨어지고 말 것이다.

 

물론 Army of Heaven이 지구를 버린 것은 엄청나게 화나는 일이다. 그래놓고 뻔뻔하게 자신에게 동맹을 청한 것에도 분노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Spiera를 향했던 자신의 분노는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Angel가 그 일을 알고 있지는 않을뿐더러, 개중에는 Angel이던 시절의 Liera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Angel도 있을 것이다. 지금 눈앞의 저 Angel처럼 말이다.

 

“……좋아.”

 

Yu Ilhan은 무기를 뽑지 않았다. 물론 Army of Heaven은 잠정적으로 그의 적이지만, 그가 먼저 눈에 불을 켜고 Angel들을 죽이지는 않겠다. 그것이 결론이었다.

 

“나는 내 친구를 찾으러 왔어. 지금 찾았고, 그녀가 원한다면 그녀를 데리고 이 장소를 떠날 거야. 대답이 됐냐?”

[친구라면…… 이 여자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만?”

[그, 그렇단 말인가?]

 

어째설까, Yu Ilhan의 대답에 Angel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놈을 쏘아보는 Yu Ilhan의 눈가에 힘이 들어갔다. 이번엔 Kang MiRae가 고개를 갸웃할 차례였다.

 

분명 Yu Ilhan은 Angel들을 대동하고 다니며 Army of Heaven과 친한 느낌을 주지 않았던가? 그것이 어째서 세월이 조금 흐른 지금은 적대적인 느낌이 나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늘 함께 다니던 Angel들이 보이지 않는데 혹시 그녀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일까!

 

그녀들에게도 늘 마음의 빚이 있으니 죽었다면 무척 슬플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의 옆자리가 비어있을 테니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어째서 이런 추악하고 끔찍한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일까, 자신은 이렇게나 나쁜 사람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곁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콩닥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다.

자신이 찾으러 가기 전에 그가 먼저 자신을 찾으러 왔다는 것은, 어쩌면 그 역시 자신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Kang MiRae의 마음속에서 무수한 의문과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그녀를 혼란으로 이끌던 와중, 그녀의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사태가 일어났다. Yu Ilhan과 Kim YeSeul이 너무 오랫동안 귀환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선 Mystic이 Concealment을 풀고 그 웅장한 몸체를 드러낸 것이다.

 

“헉!”

[헉!]

“MiRae야아아아!”

“에휴.”

 

그리고 스스로 Heaven을 나는 능력도 없으면서 다짜고짜 아래로 몸을 날리는 Na Yuna까지! Yu Ilhan은 한숨을 쉬며 몸을 조금 움직여 그녀를 어렵지 않게 받아냈다. 공주님이 왕자님 품에 안기듯 가볍게 Yu Ilhan의 품에 안착한 Na Yuna가 배시시 웃으며 Kang MiRae에게 손을 흔들었다.

 

“보고 싶었어, MiRae야!”

“……내가 보고 싶었던 거야, 그냥 Ilhan 씨 품에 안기고 싶었던 거야?”

“전자의 비중이 조오금 더 높아!”

 

후자를 아예 부정하지 않는 것이 실로 솔직한 그녀다웠지만…… Kang MiRae는 그저 허탈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녀의 내면에서 부풀어 오르던 핑크빛 희망과 꿈이 싸그리 터져나간 순간이었다.

 

Na Yuna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Yu Ilhan은 그저 동료들을 차례대로 찾아다니고 있을 뿐이고, 심지어 자신은 Na Yuna보다도 차례가 밀렸다는 얘기고……. 자신은 Yu Ilhan을 만나러 가기 위해 기껏 차원을 넘는 Magic까지 개발해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는 차원을 찾아 들어가 마냥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 Kang MiRae를 빤히 바라보던 Na Yuna가 그녀를 달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건 아냐, MiRae야. 내가 먼저 Ilhan 씨한테 SOS를 쳤거든. 그래서 날 먼저 만나러 온 거야. 네 순서가 밀린 게 아냐!”

“그래, 그 말을 들으니 퍽이나 위안이 되는구나. ……그래서, 상황은 잘 해결된 거야? Oppa는?”

 

Na Yuna가 밉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와 Oppa의 안위를 걱정하고 마는 Kang MiRae. Na Yuna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끝났고 Hajin-Oppa도 무사해. 그 과정에서 조금 멘탈에 충격을 입긴 했지만 결과 올라잇이야! 그런데 저 방 안에서 휘몰아치는 무시무시한 소용돌이는 뭐야?”

[그래, 소용돌이! 차원을 넘는 게이트!]

 

Yu Ilhan과 Kim YeSeul, Na Yuna라는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라인업의 lower existence들을 앞에 두고 위축되어 있던 Angel가 돌연 목소리를 높였다.

 

[그 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지금 우리 Army of Heaven은 무척 큰 곤경에 빠져 있어!]

“아, 그래. 그야 내가 알 바 아니긴 한데 멋대로 lower existence를 higher existence들끼리 싸우는 곳에 끌어들이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싶다. MiRae 씨는 어떻게 생각…….”

 

Yu Ilhan은 Kang MiRae를 돌아보며 그녀의 생각을 물으려다 말고 흠칫 놀랐다. Na Yuna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Kang MiRae의 두 눈이 여전히 자신에게 못 박혀 있었던 것이다.

 

“미, MiRae 씨?”

“아, 미안해요. Ilhan 씨가 내 앞에 있다는 게 영 실감이 나지 않아서…….”

“…….”

 

불안하다.

어떤 것이 불안한가 하면, 말도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혹시 그녀가 자신에게 강도가 높은 종류의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불안했다. 한 번 일어났던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의 품에 안긴 Na Yuna가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생각에 긍정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 Yu Ilhan은 그녀의 시선을 무시하며 재차 Kang MiRae에게 말했다.

 

“MiRae 씨는 어떻게 생각하죠? 이 Angel는 MiRae 씨의 힘을 원하는 모양인데요.”

“저는…….”

[그래, 인간. 부탁한다! 이건 Army of Heaven에 엄청난 은을 입힐 수 있는 기회다!]

 

Kang MiRae가 그녀 평생 가장 맑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 힘은 Ilhan 씨를 만나기 위해 얻은 힘이에요. 그러니까…… Ilhan 씨를 위해 쓰고 싶습니다.”

[……오, 젠장.]

 

Angel가 탄식했다. 마음 같아선 Yu Ilhan도 같이 탄식하고 싶었다.

 

“후후, 아무래도 우리 아들한테는 내 피가 좀 더 진하게 흐르고 있나봐.”

 

그 자리에서 오직, ‘네 번째’ 후보를 점찍게 된 Kim YeSeul만이 활짝 웃고 있었다.

 

———————————————-

Chapter 37. 내가 가는 곳마다 – 4

———————————————-

 

Kang MiRae가 Yu Ilhan을 똑바로 보고 물어왔다.

 

“Ilhan 씨는 어떻게 생각하죠? Army of Heaven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은데, 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힘을 빌려주는 관계에서는 탈피한 건가요?”

“그렇게 보면 되겠네요. 지금도, 굳이 MiRae 씨를 위험하게 만들면서까지 저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들의 대화에서 진하게 풍기는 절망의 냄새를 맡은 Angel가 다급히 외쳤다.

 

[정말로 심각한 사태다! Army of Heaven의 존망의 위기란 말이다! 대체 Yu Ilhan 그대가 어째서 Army of Heaven에 적의를 품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Destruction Demon Army에게 세계의 일부라도 잡아먹힌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거야!]

“대충 봐도 MiRae 씨가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다는 건 알겠지만…… MiRae 씨의 힘이 너희들 싸움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그건 당연한 일이다!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겠는가, 나보다 더 많은 권위를 지닌 분이 직접 찾아오시려는 모양이다.]

 

Angel의 머리 위로 떠오른 고리가 환한 빛을 토해내며 점멸하는 것을 보니 지금 한창 신호가 오가는 모양. Yu Ilhan은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제도의 시민들이 빛의 기둥과 뒤이어 나타난 공중요새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일단 자리를 옮기자.”

“그러죠. 그러면…….”

 

Kang MiRae가 손을 휘휘 젓자 방 안에서 소용돌이치던 마나의 기류가 고스란히 그녀에게로 회수되었다. 마치 무수한 별들이 은하수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Wao.”

“정말 아름다운 마나구나. 나는 저렇게는 도저히 다룰 수가 없는데…….”

“MiRae 씨는 천재거든요. ……하지만 저건 진짜 대단한데.”

 

푸르게도, 검게도, 붉게도, 노랗게도 빛나는 무수한 마나의 알갱이들이 일부는 그녀의 몸에 흡수되고 일부는 그녀를 호위하듯 떠도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그저 웃음만 나왔다. 단 한 수만 가지고도 그녀는 여느 higher existence도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 것이다.

주위에 이런 대단한 이들만 있으니 higher existence가 상대적으로 하찮게 보이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실제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Angel도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이대로 이동하면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녀가 방 안에 대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폐하,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바로 떠나려고 할 줄 알았어.”

워낙 대단한 기운들이 많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방 안에는 여전히 제국의 황제 Irma von Ilueta가 머무르고 있었다. 방대한 마나의 폭주에 놀라 엉덩방아를 찧은 듯 드레스 뒤에 먼지가 묻어 있었지만 Yu Ilhan은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이거, 가져가.”

“앗, 폐하?”

 

그녀는 Yu Ilhan과 눈이 마주치자 한차례 쓴웃음을 짓고는, 손 안에 쥐고 있던 물건을 Kang MiRae를 향해 던졌다. Kang MiRae는 자신의 주위를 떠도는 마나를 이용해 그것을 자신의 손에 안착시켰다.

 

“이건……?”

 

그것은 작은 함이었는데, 열어보니 한 쌍의 고급스러운 반지가 들어 있었다. 두 눈이 동그래진 Kang MiRae에게 황제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Yu Ilhan 씨가 만드는 Artifact에 비하면 조악하기 그지없겠지만…… 제국의 모든 정수가 담겨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비보야. Artifact 착용제한 여부에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는 거니까, 꼭 Yu Ilhan 씨랑 하나씩 나눠 끼도록 해.”

“폐하…….”

 

그녀가 이것을 주는 의도를 모를 리가 없다. Kang MiRae는 뺨을 발갛게 물들였고, Yu Ilhan의 탄식은 늘어만 갔다. 그녀는 함의 뚜껑을 닫고 품에 갈무리하며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언젠가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래, 그런 작별인사를 기대했던 거라구. 우리, 다음에 또 만날 수 있는 거지?”

“물론입니다.”

“후후, 그럼 됐어. Yu Ilhan 씨, 나머지 소동은 제가 정리할 테니 higher existence와의 일은 Yu Ilhan 씨가 해결해주실래요?”

“그렇게 하죠.”

 

마냥 장난꾸러기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황제가 되더니 관록이 제법 붙은 모양이다. Yu Ilhan은 새삼스러운 부분에서 세월을 느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만.”

 

Yu Ilhan은 Irma von Ilueta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초조해하고 있는 Angel를 비롯한 일행을 Sky Castle으로 안내했다. Angel는 Sky Castle이 가까워져올수록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이 공중요새는…… 말도 안 돼, 이런 조잡한 재료를 가지고 여태껏 없었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지구인들에게 대관절 무엇이 있기에 역사를 뛰어넘는 일들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지!?]

[조잡!? 레이디를 보고 조잡!?]

[결과적으로는 칭찬이니 너무 화내지 마라.]

 

Orochi가 달래주었음에도 불구하고 Mystic은 분노하며 온몸을 뒤틀었다. Hundred Eyes를 발동하지 않은 것만으로 충분히 잘 참았다고 칭찬해줄 수 있으리라. Angel는 성에 자아까지 깃든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기겁했으나, 애써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날개를 접어 착륙하고는 Yu Ilhan에게 짧게 고했다.

 

[이제 곧 오실 것이다.]

“Sky Castle에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오는 모든 존재는 공격을 받게 되어 있으니까, 성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바깥에 나타나라고 전해줘.”

[……주의하도록 하지.]

 

Sky Castle의 Artifact가 higher existence에게도 충분히 유효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 놈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 정보를 상부로 전달했다. 앞으로 곧 무수한 higher existence들의 사체로 Sky Castle과 수호성이 다시 한 차례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물론 Yu Ilhan은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

 

“Oppa, 무사했구나.”

“MiRae 너야말로…… 너, 제법 달라졌구나.”

 

Kang Hajin은 Kang MiRae와 마주하며 놀랐다. 자신과 Kang MiRae에게는 분명 똑같은 시간이 흘렀을 터인데, 자신은 별로 변한 게 없고 동생은 그 사이 엄청나게 성숙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비단 그녀가 4th Class를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눈빛이나 태도 등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역시 Yu Ilhan 씨는 대단하군.”

“거기서 왜 또 제 얘기가 나오죠?”

 

반문을 하면서도 대충 그의 말에 담긴 뜻을 읽어내고 있는 Yu Ilhan은 이미 반쯤 울상이었다.

 

Na Yuna를 쳐낼 때에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Kang MiRae에게 거절 의사를 전해야 할 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적은 Yu Ilhan에게는 지금 상황이 이미 재앙이었다. 이런 분에 넘치는 고민을 하게 될 날이 오다니, 젠장!

 

“MiRae Noona! 너무 보고 싶었어!”

“우리 Mir, Noona도 Mir가 너무 보고 싶었어.”

“Kang MiRae, 제법 예뻐졌다?”

“Liera…… 당신도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한편 Sky Castle으로 들어와 일행과 만난 Kang MiRae는 본격적으로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Angel는 그 광경을 보며 점점 더 낯빛이 안 좋아졌다. Kang MiRae가 단순히 Yu Ilhan과 엮인 것뿐만이 아니라 일행 전체에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Angel의 고리가 반짝였다.

 

[앗, 오시려는 모양이다.]

[이 정도 기운이면 6th Class? 주인님, 요격 안 해도 되는 거지?]

“응, 임시 허가.”

 

Sky Castle의 문이 열리고, 그 너머로부터 두 쌍의 날개를 달고 있는 여성형의 Angel가 천천히 날아들어왔다. Yu Ilhan은 처음 만나는 이였지만 아무래도 Liera에게는 아닌 듯, 그녀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티타에라!”

[오랜만이네, Liera. 아니,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니?]

“그대로야. 어쩜, 설마 네가 올 줄은 몰랐어!”

 

Yu Ilhan은 Liera의 밝은 낯빛을 보며 마음속 경계도를 한 단계 낮추었다. 아무래도 Army of Heaven도 영 바보는 아닌 듯, Liera와 좋은 관계에 있던 Angel를 내보낸 모양이었다.

그녀는 Liera와 미소로 인사를 주고받는가 싶더니 이내 Yu Ilhan에게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가볍게 숙여보였다.

 

[그리고 그쪽은…… 당신이 우리 쪽 Angel를 두 명이나 빼내어 간 능력남 Yu Ilhan이군요.]

“한 명 죽이기도 했어.”

[크흠…….]

 

티타에라의 낯빛이 한순간 어두워졌으나 곧 담담한 얼굴로 돌아왔다. 음, 역시 완벽한 인선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얘기를 나누도록 하죠.]

 

그렇게 해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었다. Yu Ilhan과 Kang MiRae, Kim YeSeul, Liera, Erta, 티타에라, 처음 Kang MiRae를 찾아왔던 5th Class의 Angel 케두타까지 7명만이 그 자리에 앉았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티타에라가 강력한 선방을 날렸다.

 

[이번에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여태까지 Army of Heaven과 Yu Ilhan 씨 사이에 일어났던 일은 모두 잊겠습니다.]

“그건 균형을 맞춘다는 핑계로 다른 higher existence집단과 결탁하여 지구를 내버린 일까지 잊겠다는 의미야?”

 

그 순간 Kang MiRae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 했지만 Kim YeSeul이 차분한 미소와 함께 그녀를 다시 앉혔다. Liera는 이미 이전에 그 사실을 들었음에도 새삼스레 충격을 받았는지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것을 본 티타에라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물론 그 의사결정에 제 판단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것은 Army of Heaven을 위해 내린 최선의 결정이었으며 그 사실을 제가 알았더라고 해도 반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 또한 Army of Heaven에 많은 피해를 입혔습니다. 부정하진 않으시겠지요.]

“그래, 맞아.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야.”

 

Yu Ilhan은 어이가 없어하는 투로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그런 말뿐인 평화조약을 맺어봤자 대체 이쪽에 무슨 이득이 있는 거지? 더욱이 MiRae 씨가…… 그래, 아무리 본인이 나를 위해 능력을 쓴다고 했어도, 우선은 능력의 소유자인 MiRae 씨한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제시하는 게 기본 아냐?”

[저희는 보상으로써 그녀를 Army of Heaven으로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만…….]

 

Kang MiRae의 눈이 슬프게 빛났다. 그녀를 호위하는 마나의 결정마저 빛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저는…… 그런 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Yu Ilhan, 당신과 관련된 존재는 높은 확률로 당신의 빛에 매료되니까요.]

“그런 인사치레는 됐어. MiRae 씨의 힘을 빌리고 싶다고 말한 이상 평화조약은 기본적인 사항이겠지, 내놓을 수 있는 다른 걸 말해봐.”

“Ilhan이 정말 멋져…….”

“넌 조용히 해.”

[Liera…….]

 

티타에라는 도움을 청하는 눈길로 Liera를 바라보았으나 Liera는 고개를 갸웃해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Yu Ilhan을 설득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의 관계에선 Yu Ilhan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티타에라는 어렵지 않게 그 사실을 깨닫고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한시가 급합니다. 사실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Wall of Chaos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Kang MiRae의 힘뿐만 아니라 당신의 힘 또한 빌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보상을 조금 더 받아도 괜찮겠네. 우리 쪽 전력은 대충 알고 있지?”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정확히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바로 그 다음 순간에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겨났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군요, 각 higher existence집단의 1할에 해당하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무수한 세월 Record을 쌓아온 higher existence집단의 1할에 해당하는 전력이라, 그 정도면 실로 후한 평가였다. Yu Ilhan은 일행이 그 정도로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일행이 지니고 있는 특수한 힘을 생각해본다면 타격부대로 운용할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무엇을 원하죠? Artifact인가요? 제가 아는 가장 훌륭한 Artifact 장인은 내 눈앞에 있는 당신입니다.]

“하지만 나도 Hourglass of Eternity 같은 것들을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거든. 일개 개인의 Record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서 탄생하는 Artifact, 그런 것들은 아직 나한테는 무리야.”

[당신은 지금 God Rank의 Artifact를 달라고 하는 것입니까!?]

“있긴 있구나?”

 

호오. Yu Ilhan의 입가가 히죽, 올라갔다. 그 기분 나쁜 미소와 마주한 티타에라는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자각했다. 그녀는 감정을 내비치지 않으려 애쓰며 말을 돌렸다.

 

[아니, 그런 물건은 주고 싶어도 더는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조건을…….]

“Mystic!”

 

물론 higher existence들과 제법 엮일 만큼 엮였던 Yu Ilhan에게 그런 페이크는 통하지 않는다. Yu Ilhan은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며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섰다.

 

“손님 가신단다. 문 열어드려라.”

[알았어, 주인님.]

 

Sky Castle의 문이 재차 열렸다. 그와 함께 활성화되는 Sky Castle의 마나! 제 발로 나가지 않는다면 움직이실 필요 없이 직접 지옥까지 보내드리는 Sky Castle의 대출혈 배달 서비스가 개시되기 직전에,

 

[알겠습니다.]

 

Senior Angel는 항복을 선언했다.

 

[God Rank의 Artifact를 드리겠습니다.]

 

Yu Ilhan이 Kang MiRae를 돌아보며 물었다.

 

“God Rank Artifact라는데 괜찮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네. 저는 하고 싶어요. Army of Heaven이 세상들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니까요.”

 

Kang MiRae의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Yu Ilhan은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티타에라와 마주했다. 그녀의 안색이 훨씬 밝아져 있었다.

 

[그러면 의뢰를 받아주신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우리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안 되겠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되겠지.”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내가 더 감사하지. God Rank Artifact 두 개, 고마워.”

[두……!?]

 

Senior Angel의 경악한 얼굴을 보며 Yu Ilhan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가락을 세 개 세웠다.

 

“그럼 세 개?”

[두 개! 두, 두 개!]

 

티타에라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Yu Ilhan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일행은 그 광경을 보며 어째 Angel가 더 불쌍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럼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설명해주실까?”

 

협상이 타결된 순간이었다.

 

———————————————-

Chapter 37. 내가 가는 곳마다 – 5

———————————————-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의 Warp 게이트입니다. Yu Ilhan, 당신은 그 과정에서 Kang MiRae 씨를 보호해주셨으면 합니다.]

“굉장히 수상한데.”

[이 이상은 하위세계에서 떠들기에는 위험합니다.]

 

Angel들이 사정을 전부 다 털어놓으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사정을 들으면 그 순간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이거겠지. 결국 갓Rank Artifact 두 개가 갖고 싶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Army of Heaven에 맞추어달라는 얘기인데…… Yu Ilhan은 조금 고민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Kang MiRae가 하겠다는데 자신이 이 이상 토를 달 수도 없다.

 

“좋아, 그럼 이제 선급금을 받으러 가볼까.”

[그, 그 전에. 상부에, 보고를…… 드리러 다녀오겠습니다.]

 

게임 한정판 발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게임가게로 달려갔다가 돈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게임을 사는데 실패한 중학생 같은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난 티타에라.

 

케두타가 그녀를 옆에서 부축하려다가 따가운 시선을 받고는 움츠러들었다. 조금만 빨리 움직여 Yu Ilhan이 나타나기 전 Kang MiRae를 확보했더라면! 분명 그런 뜻이 담겨 있는 질타였다.

 

“우리한테 맞는 걸로 골라줘. 하나는 MiRae 씨가 쓸 거니까 Magic 관련된 걸로.”

[……알겠습니다.]

 

티타에라가 그렇게 떠나갔다. 막상 그녀를 보낸 후, Yu Ilhan은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트렸다.

 

“골치 아프게 됐다. 당분간은 싸울 일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병력 지원 요청은 거절하면 됐잖아요. 저쪽에서도 처음에 원한 건 저뿐이었을 텐데…….”

“하지만 저놈들 이젠 못 믿어요. 그런 곳에 MiRae 씨 혼자만 보낼 수는 없죠.”

“…….”

 

분명 Yu Ilhan은 Kang MiRae를 순수하게 걱정하는 마음에 내뱉은 말이었으나 Kang MiRae의 분홍빛 하트에는 직구로 꽂히는 말이었다. 그러나 Yu Ilhan은 Kang MiRae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건 말건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지개를 켰다.

 

“시간도 얼마 없고, 비장의 무기라도 하나 만들어둬야겠네. Hourglass of Eternity만 쓸 수 있었어도 Sky Castle의 한계를 이번에 넘겨 보이는 건데.”

“비장의 무기?”

 

Liera가 고개를 갸웃했다. Yu Ilhan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Paté의 힘이 조금 필요할지도 몰라.”

“Paté라면…… 너, 설마?”

 

Liera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떠올린 것은 아직까지 Yu Ilhan의 인벤토리 내에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higher existence들의 사체였다.

 

“네크로맨시에 입문하려고? Paté처럼 해당 클래스에 능숙해지지 않으면 힘들어.”

“아니, 언데드보다는 생체인형이라고 보면 정확할 것 같은데…… 자꾸 시끄럽게 하는 이 사념을 어떻게든 떼어놓고 싶어서.”

[시끄럽다니.]

 

Yu Ilhan의 말에 반박하는 싱그럽고 발랄한 여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다름 아닌 서큐버스 퀸 Helianna의 사념이었다.

 

[나는 그저 자기한테 내 한없이 올곧고 순수한 사랑을 전하고 싶을 뿐인데.]

“올곧고 순수하다고 해서 모두 좋은 건 아니지. 나만 해도 올곧고 순수한 외톨이였지만 그게 별로 좋다는 생각은 안 들거든.”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Helianna의 사념에게 대꾸했다. Liera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Ilhan아, 믿을 수 있겠어?”

“내가 Helianna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건 그녀를 믿지 못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녀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해. 하지만 지금은 두 가지 다 해결된 상태야.”

 

Liera의 고개가 기울어지자 Yu Ilhan은 쓴웃음을 지으며 추가로 해설했다.

 

“Helianna의 사념도, 시체도. 어디까지나 과거 Helianna였던 것이지 동Ilhan 개체는 아냐. 그리고 사념이라면, 얼마든지 믿을 수 있으니까.”

[누누이 말했지만 사념이 아니던 나도 믿어도 됐는데! 자기는 정말 확실한 걸 좋아한다니까. 하지만 그런 점까지 마음에 쏙 드니 정말 어떻게 할까. 자기, 내 사랑이 느껴져?]

“흥.”

 

Yu Ilhan은 Helianna의 사념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코웃음으로 대답하고는 일행을 휘휘 둘러보며 박수를 쳤다.

 

“Dragon 군단, 그리고 4th Class에 미치지 못한 이들은 이번엔 지구에 두고 갑니다. 위험성이 지나치게 크거든요. 나머지 인원은 지금부터 각자 위치에서 전투 준비를 해주세요. 아, Erta는 Paté랑 같이 나를 도와줘.”

“알겠습니다. Paté를 데려오죠.”

 

Yu Ilhan이 뭔가 일을 벌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챈 Kim YeSeul이 눈을 빛냈다. 지금이야말로 아들의 무수한 능력 중 하나를 두 눈으로 목도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굉장히 흥미로운걸. 나도 구경하고 싶구나. 혹시 은밀한 일이니?”

“아니, 그럴 건 없는데. 구경해도 괜찮아.”

 

Yu Ilhan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것을 허락했다. 그렇게 해서 Yu Ilhan의 공방에 Yu Ilhan, Yumir, Kang MiRae, Na Yuna, Kim YeSeul, Paté, Jirl, Mirey, Ericia, Liera, Erta까지 열한 명이 모였다.

 

“어째서!? 전투 준비하라고!”

“그야 궁금하니까…….”

 

Liera가 말을 흐렸다. 사실은 Yu Ilhan이 엄한 짓을 하지 않나 감시하려는 마음이었지만 속내를 들킬 수는 없었다. 그의 시선이 다른 이들에게로 향했다.

 

“전투 준비는?”

“이미 되어있습니다, 폐하!”

“저도 보고 싶습니다, 주인님.”

“끄Yeah. 그럴 일은 없겠지만, Yuna 씨. 일단 일행한테 매혹 저항 Barrier 같은 거 펼쳐줄래요?”

“네. Laterna 니임, 부탁해요오.”

 

공방에 들어온 모든 이에게 Barrier가 적용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Yu Ilhan은 작업을 개시했다. 그가 우선 꺼내든 것은 기적의 요람. 안에 Ehjar의 피를 붓고, 인벤토리로부터 Helianna의 시신을 꺼내어 그 위에 띄웠다.

 

“어머나…….”

“정말 아름다워.”

“폐하는 대체 어떻게 이 여자를 거침없이 찔러 죽이실 수 있었던 거지?”

“……미치겠네.”

 

그녀의 피부는 비록 창백하게 변해 있었으나, Yu Ilhan에게 꿰뚫려 터졌던 심장과 피부만 제외한다면 모든 것이 멀쩡했다. 그녀가 지금 당장 일어나 걸어 다녀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본 Paté는 절망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Yu Ilhan에게 고했다.

 

“폐하, 제 힘으로는 이런 고위의 언데드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무리입니다.”

“알고 있어. 너는 내 심상을 이끌어주기만 하면 돼.”

 

Yu Ilhan의 작업은 예전부터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첫 번째는 바로 물건을 제작하는 Blacksmithing. Yu Ilhan이 가장 자신 있는 작업이며, 무수한 Artifact의 탄생에 있어 근간이 되는 작업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물론 Mana Crafting다. Yu Ilhan은 이쪽에도 처음부터 재능을 갖고 있었으며, Magic Engineering의 정수를 흡수하고 온갖 기물들을 다뤄온 끝에 지금은 Blacksmithing에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는 Soul Enchant, 바로 레타 카르이하로부터 얻은 Deathgod의 힘이다. Deathgod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성장해온 Yu Ilhan에게는 앞선 두 가지와 마찬가지로 자신 있는 분야.

 

그리고 이번에는 첫 번째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건 이미 이대로 완성품이거든.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냐.”

[어쩜…… 여자 보는 눈이 있네, 자기.]

 

그는 사념의 말을 무시하고 Helianna의 가슴팍 위에 손을 얹었다. 그의 Spear 뚫고 들어갔던 바로 그 부위였다.

 

“Mana Crafting의 재료는 사체가 이미 갖고 있어.”

“7차 클래스 magic stone이구나. 정말 어마어마한 재료인걸.”

“그리고 거기에 추가를 하자면…….”

 

Yu Ilhan이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 피를 내었다. 그녀의 터진 심장 위로 Yu Ilhan의 핏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기적의 요람이 우우웅, 소리를 내며 반응했다. 요람 안을 채우고 있던 Ehjar의 피가 격렬한 공명을 시작했다.

 

“Paté, 내 손 잡아. 그리고 최대한 네 기운을 끌어내.”

“옛, 폐하!”

 

어지간한 여성 엘프들 뺨을 후려칠 만큼 아름답지만 어디까지나 남자인 Paté가 얼굴을 붉히며 Yu Ilhan의 손을 잡았다. 그대로 운명의 사수로서 지닌 모든 힘을 끌어내어 Yu Ilhan에게 전달한다!

그는 차분하게 Paté의 힘을 받아들이며 그것을 Record하고 분석했다. Mana Crafting가 시작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치를 거스르고 시체를 다시 서게 만들어 뜻대로 부리는 Paté의 힘.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중 일부일 뿐이야. 오직 육체만을 살리면 된다. 언데드를 만드는 게 아냐, 나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는 거야.’

 

Helianna의 육신에 깃든 7차 클래스 magic stone이 기어이 Yu Ilhan의 피에 물들었다. 눈부신 빛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Erta와 Kim YeSeul이 Magic을 발휘하여 그것을 다시 사체로 되돌렸다. Kang MiRae 역시 그들에게 힘을 보태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힘이구나……! 아들, 정말 이런 무식한 힘과 맞서 싸운 거니!?”

“얘랑은 싸웠다고 말하기도 민망하긴 하지만…… 뭐 비슷해.”

 

마나 한 가닥 한 가닥을 잡아내어 Helianna의 육신 안에서 순환하도록 만든다. 마나의 흐름을 조종하게 되면 상처를 재생하는 것쯤은 아주 쉬운 일이다. 더욱 중요한 건 회복된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 육신에 남은 의지는 모조리 제거하고 생체로 만드는 것이다!

 

[자기…… 대단해. 나 이상으로 나를 파악하고 있잖아……? 기뻐!]

 

Helianna의 사념이 감탄사를 흘렸다. 직후, 폭발할 듯이 삐져나오던 모든 마나가 테이프를 되감듯이 Helianna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창백하던 시체의 피부가 순간적으로 밝게 빛나는가싶더니, 이내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아.”

“녀석의 몸에 생기가 돌아온다!”

 

그녀의 몸을 떠받치고 넘실거리던 Ehjar의 피에 파문이 일었다. 파문은 주기적으로 일고 있었다. Helianna의 심장이 뛰는 것에 맞추어서.

 

“폐하!”

“아직 안 끝났어!”

 

오히려 마나가 집중된 지금이 더욱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마나가 폭주하여 그대로 그녀의 몸통을 폭발시키고, 더불어 Sky Castle까지 폭발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Yu Ilhan은 중학교 시절 청소 담당 제비를 뽑던 시절의 집중력까지 살려가며 마나를 컨트롤했다.

 

얼마나 더 그렇게 씨름을 했을까? 이내 Yu Ilhan의 망막 위로 조용히, 한 줄기 글귀가 떠올랐다.

 

[Mana Crafting를 마스터했습니다. 당신은 마나를 부여하여 물건을 재탄생시키는 일에 있어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능력의 끝은 창조와 맞닿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의 길은 당신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심장의 맥박에 맞추어 공명하던 Ehjar의 피가 천천히 그녀의 육신에 흡수되어갔다. 점점 더 혈색이 돌아오더니 이내 강력한 마나를 머금고 마나 호흡까지 시작하는 Helianna의 육신. 누가 본다면 정말 그녀가 자고 있다고 생각할 법한 광경이었다. Kim YeSeul을 비롯한 이들은 그가 만들어낸 기적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후우우우.”

“Ilhan아!”

 

작업이 끝났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그 자리에 엎어지려는 Yu Ilhan을 Liera가 늦지 않게 받아냈다.

 

“후우우. 아직 공정이 하나 남았어. 곧장 하지 않으면 변수가 만들어질 거야. 의식이 없는 육신에서 새로운 의식이 발아할 수 있거든.”

“아주 잠깐이라면, 이 육신에 흐르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단다.”

“엄마, 부탁해요.”

 

지금 Kim YeSeul이 옆에 있어준다는 것이 이렇게나 든든하다니! 그는 어머니의 보조에 조금의 여유를 되찾고, 곧장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다름 아닌 Soul Enchant, 그에 선행되어야 할 작업.

 

“지금부터 너를 내 Kinfolk으로 받아들일 생각이야.”

[드디어 내 마음을 받아주는구나!]

“그럴 작정이었더라면 굳이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았겠지. 내 생각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너는 이미 Helianna가 아닌 별개의 존재이고, 나는 단지 내 말을 잘 듣는 사념을 이용해 Helianna의 육신을 사용할 뿐이야.”

 

그래, 그것이 Yu Ilhan이 거침없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Helianna의 사념은 그것을 정면에서 부정해왔다.

 

[하지만 자기도 이미 인식하고 있을 거야. 자기 능력은 한계를 초월한지 오래고, 그 결과 이렇게 자기의 의식 속에 깃들게 된 나는 나로서의 자각이 너무나 뚜렷한걸. 온전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겠어, 하지만 족히 60% 이상일 거라고는 생각해. 그러니까 자기는 Helianna를 죽이는 것으로 혼을 두 갈래로 나눠버린 거지. 아아, 그저 혼으로서 분리되어 저편으로 사라진 나머지 반쪽이 불쌍할 뿐이야.]

“……그걸 지금 내게 말해주는 의도는 뭐지?”

 

그의 말에, Helianna는 제아무리 Yu Ilhan이라고 할지라도 벙 찌게 만드는 대꾸를 했다.

 

[혹시라도 자기가 나중에 그 사실을 깨닫고 실망할까봐. 나는 자기한테 미움 받기 싫은걸…….]

“너…….”

[자기도 알겠지만 지금 나는 자기한테 무엇 하나 숨길 수 없는 상태야. 이제는 자기가 실수했다는 거, 알겠어?]

 

Yu Ilhan은 침묵했다. 사념이기에 더욱 직선적으로 느껴지는 그 의지에 호응해주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좋아, 그렇다면.”

 

그는 끝내 입술을 짓씹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실수했다는 걸 앞으로 증명해봐.”

[내 사랑, 그 말을 해주기만 기다리고 있었어.]

 

두 존재 사이에 그 무엇으로도 끊어놓을 수 없는 질긴 끈이 이어졌다. Yu Ilhan의 Rule 스킬이 발동한 순간이었다.

 

[Rule 스킬을 마스터했습니다. skill evolution 조건을 만족할 경우 Upper 스킬로 진화 시킬 수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

[나는 Helianna야, 자기. 처음부터 그래왔듯, 지금부터도 언제까지고.]

“그래, Helianna다.”

 

[‘Helianna’를 Kinfolk으로 받아들였습니다.]

 

Yu Ilhan은 지금의 그녀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를, 원래 그녀였던 육신에 고스란히 인챈트시켰다.

 

그것은 무척 조용한 작업이었고, Mana Crafting처럼 극적이지도 강렬한 마나가 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집단의 MiRae를 뒤흔들어놓을 만큼 거대한 사건의 출발점이나 다름없었다.

 

———————————————-

Chapter 37. 내가 가는 곳마다 – 6

———————————————-

 

티타에라가 돌아왔다. 표정이 조금이나마 밝은 것이, 아무래도 Yu Ilhan의 요구가 큰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다.

 

[돌아왔습니다. 보상인 Artifact의 지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나는 선급, 나머지 하나는 전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지급한다는 조건입니다만…….]

“약속을 어기지는 않겠지.”

[저의 목숨을 건 맹세라면 할 수 있습니다만.]

“God Rank Artifact가 걸린 일인데 6th Class Senior Angel 한 명 죽는 정도로 땡칠 수는 없잖아.”

[…….]

 

Yu Ilhan은 말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는 티타에라에게 손을 내밀어 요구했다.

 

“MiRae 씨가 쓸 Artifact를 먼저 받고 싶어.”

[알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Yu Ilhan은 그와 함께할 이들은 Sky Castle에 남기고, 남아서 대기할 이들은 수호성에 위치시켰다. Dragon 군단은 물론이고 Kang Hajin 또한 이번에는 남아야 했다.

 

“굉장히 굴욕적인 일이지만 어쩔 수 없군요.”

“지구를 잘 부탁해요.”

“저도 Yu Ilhan 씨가 돌아올 때까지는 4th Class를 달성해보이죠.”

“그럼 더 든든하겠네요.”

 

수호성에 탄 이들과 함께 지구로 사라졌던 Yu Ilhan이 혼자서만 돌아오자, 티타에라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위아래로 훑는가 싶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당신과 Kang MiRae의 힘이 합쳐지면 어마어마한 일이 발생하겠군요. 저는…… 그것을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지만, 당신으로 인해 일어날 거대한 변화를 싫어할 이들도 제법 있을 거예요.]

“그런 말은 대개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당envoy가 하는 말일 경우가 많더라. 가자.”

 

티타에라의 미간에 주름을 만드는 말을 툭 내던진 Yu Ilhan은 Sky Castle과 일행을 끌고 그녀를 따라 이동했다.

이동은 Kang MiRae가 만들어내는 게이트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그녀가 티타에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여 차원을 넘는 게이트를 만드는 광경을 지켜보던 Yu Ilhan은 그저 기가 막혀 중얼거렸다.

 

“이건 Record을 이용하는 게 아냐. 마나의 흔적을 이용하는 거지.”

“맞아요.”

Yu Ilhan의 Warp가 사물이나 생물의 Record을 흡수해 분석하고 그 근원을 쫓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Kang MiRae의 게이트는 한 번 열렸던 길을 억지로 다시 비틀어 여는 것에 가까웠다. 확실히 둘의 능력이 있다면 가지 못할 세상이 없을 것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higher existence가 많지는 않겠지?”

“많으면 티타에라가 Kang MiRae한테 도움을 요청하러 왔겠어? 서로 다른 세상을 오가는 건 higher existence에게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이라구. 더욱이 이런 게이트를 만들어, 대규모의 인원을 이동시키기까지 하는 건…… 내가 알기로는 Kang MiRae가 처음이야.”

“적어도 마나를 추적해 차원을 넘는 게이트를 만들어낸 것은 처음이 맞아요. 저도 받지 못한 마도의 신의 축복이 그녀에게 Downfall한 것을 보면 확실하네요.”

 

보충설명을 하는 Erta의 몸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캐치한 Yu Ilhan은 괜히 그 부분을 건드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 가요.”

“그러죠.”

 

그들이 향한 곳은 Army of Heaven의 본영, ‘Heaven’. 몇 번의 Great Cataclysm을 겪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고도로 진화한 끝에 하나의 세상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커진 곳이었다.

 

“오랜만이네…….”

[Liera, 혹시 돌아오고 싶다면 우린 언제든지.]

“아니, 아니야. 난 지금 있는 장소가 제일 좋아.”

 

그리운 눈으로 구름 위로 펼쳐진 Heaven을 둘러보던 Liera는 티타에라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Yu Ilhan과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본 티타에라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네가 행복해보여서 기뻐. 진심이야.]

“알고 있어. 고마워.”

 

티타에라는 그들을 곧장 Heaven의 창고로 안내했다. 그 앞에는 날개가 세 쌍인 남성 Angel 한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레시엘 님.]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

 

티타에라의 인사는 가볍게 무시한 채 Yu Ilhan을 차갑게 쏘아보는 Angel, 레시엘. Yu Ilhan은 그에게 말했다.

 

“Artifact 내놔.”

[너는 언젠가 그 오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여태껏 네가 오른 산이 높아 보이더냐?]

“Artifact 내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인간이었군.]

 

한 번만 더 헛소리를 했다간 Army of Heaven의 안위고 자시고 그대로 돌아가 버리려고 했는데, 놈은 역시 7차 클래스답게 그것을 빨리 눈치 채곤 설교를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창고를 개방했다.

 

오색찬란한 빛이 일행의 시야를 자극했다.

 

“Wao.”

“눈부셔라.”

“정말 어마어마한걸?”

“기습 눈뽕이라니 비겁하다!”

 

물론 Yu Ilhan은 모두가 눈을 감는 와중에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험난한 세상이지 않은가. Army of Heaven의 본진에 온 이상 조금도 마음을 놓을 생각은 없다.

 

[Army of Heaven의 창고는 방대하다. 이 안의 모든 물건들은 하나라도 타 집단에 빼앗길 경우 우리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쉽게 꺼내지 않는 물건이고, 7차 클래스의 ArchAngel이 아닌 이상은 대여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둬라.]

“그래서 MiRae 씨가 쓸, Mage에게 적절한 God Rank의 Artifact는 어디에 있지?”

 

레시엘의 으름장을 개무시하며 바늘 하나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완벽한 조건을 제시하는 Yu Ilhan! 놈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자신이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쿵, 짚었다. 그 순간 창고 안으로부터 다시 한차례 광채가 쏟아지는가 싶더니 은색 반투명한 소재로 만들어진 서클렛이 하나 튀어나왔다.

 

“Ilhan 씨가 나한테 만들어준 것보다는 별로네에!”

“아주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시지?”

 

Na Yuna가 잽싸게 초를 쳤지만 레시엘은 그 말에 흔들리지 않고 서클렛을 낚아채어 Kang MiRae에게 건네었다.

 

[지혜의 관. 모든 두뇌 활동을 빠르게 해주며, 추가적인 마나 소모 없이 Magic을 동시에 두 번 발동할 수 있게 하고, 동시에 마나의 격을 한 단계 높여주기까지 하는 Artifact다. 여태까지는 그 조건을 충족시킨 이가 없어 창고에서 나오지 못했었다.]

“조건…… 아.”

 

그렇다. 서클렛의 착용조건은 다름 아닌 마도의 신의 축복이었던 것! Kang MiRae가 어딘가 뿌듯한 마음으로 서클렛을 착용하기 전, Yu Ilhan의 손이 가볍게 서클렛을 터치했다.

 

“왜 그래요, Ilhan 씨?”

“아무것도 아녜요. 혹시 뭔가 수작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Army of Heaven답게 이런 부분에서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았네요.”

[우리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네놈의 인식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군.]

 

레시엘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지만 Yu Ilhan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안전까지 확인된 이상 Kang MiRae는 거침없이 서클렛을 착용했고, 그 순간 그녀 주위를 떠도는 마나 결정이 보다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굉장해요. 제가 다루는 마나가 이렇게까지 달라지다니…….”

“마나의 격을 높여주는 건 확실히 굉장한 옵션이기는 한데…….”

“그러엄, 굉장한 옵션이지. 굉장한 옵션이야. 에잇, 에잇.”

 

Yu Ilhan은 지혜의 관의 능력이 God Rank치고는 제법 빈약한 것 아닌가 불만이었지만 Kang MiRae가 만족스러워하니 굳이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 와중 Liera가 자신이 입은 유혹의 깃털의 옷자락을 팔락여 어필하는 것이 제법…… 상당히 귀여웠다.

 

[행복해 보이는군, Liera.]

“Yeah? 응, 너무 행복해.”

[한심하게도…….]

 

레시엘은 Liera에게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지만 끝내 입을 다물었다. 그 대신 Yu Ilhan을 한가득 째려볼 뿐이었다. 티타에라가 헛기침을 하며 일행을 뒤로 물렸다.

 

[만족하셨습니까?]

“그래, 선금은 확실히 받았어. 이제 MiRae 씨한테 부탁하고 싶은 일이 뭔지 말해줘. MiRae 씨, 괜찮아요?”

“네. 준비되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설명에 앞서 이동하겠습니다.]

 

티타에라가 그렇게 말한 순간, 일행과 Sky Castle은 Heaven이라는 세상 내의 다른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되었다. 세상의 Lord 집단이 그 세상 안에서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깨닫게 해주는, 일종의 무력시위!

 

[이곳이 전장의 입구입니다.]

 

Yu Ilhan은 티타에라가 능력을 발동하기 이전 차원적응 스킬로 그것에 저항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두기로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Wao.”

“Ilhan 씨, 완전히 저한테 물들었네요오. 이대로 Ilhan 씨 마음도 저한테…… 꺄으으윽!”

 

Na Yuna가 Liera에게 아이언 크로를 당하고 있는 장면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Yu Ilhan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그들이 타고 있는 Sky Castle마저 한 톨 점으로 느껴질 만큼 방대한 공간, 그 너머에 실로 거대한 벽이 있었다. 너무나 거대해서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세계라 불러 마땅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거대한 벽이.

 

[캬하하하하하하!]

[오랜만이다…… 내가 돌아왔다, Heaven이여!]

 

벽을 중간에 두고 무수한 숫자의 Angel들과 그들의 적이 대치하고 있었다. 적 중에는 괴물도 있었고, 검은 깃털 날개의 Fallen Angel들도 있었으며, 겉으로 보아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도 있었다. 그들 전원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Yu Ilhan은 금세 그들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뭐야, 얘네 여기서 2차전 하고 있었잖아?”

[분하지만…… 실로 정확한 표현이군요.]

 

Destruction Demon Army뿐만이 아니다. Brilliant Army of Light은 물론이고 Garden of Sunset에 속해 있는 자들까지 모여 벽을 부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Angel들의 숫자는 그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저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Liera가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티타에라가 참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Destruction Demon Army이 앙심을 품었어. 그들의 세상 Elkatra에 다른 집단을 끌어들여서까지 우리를 몰아붙이려 해…….]

“말도 안 됩니다. 그들의 본영에 다른 집단을 끌어들여서까지 Army of Heaven을 해하려 했다고요? 어리석은 자들, 그 이상 어리석을 수 없어요!”

[하지만 그래서 Destruction Demon Army이 무서운 거야, Erta.]

“이럴 수가…….”

 

시기가 실로 절묘했다. Daréu에서 있었던 일로 모든 집단은 굉장히 열 받아 있던 상태였고, 별 피해를 입지 않은 Army of Heaven에 대한 적의가 한창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Destruction Demon Army이 자신의 본진에까지 그들을 끌어들이는 초강수를 뒀으니!

 

“그렇다는 건 설마 저쪽 대빵이 손을 쓴 거야?”

[그가 직접 몸을 일으키지는 않은 모양이야.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어쩌면…… 정말 끔찍한 대전이 벌어질지도 몰라.]

“그건 악몽이야! 너희, Ilhan이를 꼬시는데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구나…….”

 

얼핏 들으면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었지만, 실상 Liera의 말은 Army of Heaven과 자신 사이에 확고한 선을 긋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티타에라는 이제 그녀와 나란히 설 일은 영영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애써 그것을 모르는 체 했다.

 

[그에 대한 너의 무한한 믿음이 부럽기까지 해.]

“하지만 같은 편이 된 이상, Ilhan이가 어떻게든 해줄 수 있을 거야!”

“안타깝게도 이번 주인공은 내가 아닌데. 그렇죠, MiRae 씨?”

“아, 아아. 네!”

 

Kang MiRae는 여태껏 겪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공방전을 눈앞에 두고 잠시 침착함을 잃었으나,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티타에라를 돌아보았다.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세요.”

[Kang MiRae,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은 한가지예요.]

 

티타에라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입을 열어 말했다.

 

[Brilliant Army of Light의 본영을 추적하여 게이트를 열어주세요. 그 순간 저 동맹군은 스스로 와해될 겁니다.]

“……네?”

 

그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Kang MiRae가 반문했다. 티타에라는 다시금 친절하게 설명했다.

 

[Destruction Demon Army 대부분은 그저 파괴를 원하는 괴물들일 뿐입니다. 그대가 Brilliant Army of Light의 본영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연다면 지금 Wall of Chaos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는 괴물 중 족히 절반 이상은 그곳으로 달려갈 테고, Brilliant Army of Light은 당황하여 그것을 막으려 들 겁니다. 그것만으로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 말은, 그러니까…….”

[적을 분열시키는 겁니다. 저들을 사로잡고 있는 분노가 서로에게 향할 수 있도록!]

 

Yu Ilhan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하고 말았다.

잘하면 Daréu보다도 더한 난장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고.

 

———————————————-

Chapter 37. 내가 가는 곳마다 – 7

———————————————-

 

“마나의 흔적이 너무나 많아요. 대체 그 중 어떤 것을 잡아 열어야 할지 지금은 알 수가 없는 걸요.”

[저희가 돕는다면 몇 번의 시도만으로 끝날 겁니다.]

“설령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 게이트를 열기 위해선 우리가 Wall of Chaos 너머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을 위한 부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티타에라의 선언과 동시에 그 자리에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Angel들. Yu Ilhan은 그 면면을 확인하고는 티타에라에게 따졌다.

 

“7차가 없잖아.”

[ArchAngel은 그렇게 쉬이 움직일 수 있는 신분이 아닙니다.]

“그럼 너희는 이번 전쟁에서조차 그 ArchAngel을 내보내지 않고 있단 얘기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저들도 7차 클래스를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만.]

 

Yu Ilhan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고, 티타에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쟤네가 왜 저렇게 화났는지는 알 텐데? 너희 쪽에서 ArchAngel이 나오지 않는 한 제아무리 내분을 조장한들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을걸?”

[ArchAngel에게는 저마다의 역할과 임무가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Kang MiRae가 성공적으로 게이트를 연다면 전쟁은 충분히 진화될 겁니다.]

“그러니까, 그런 어마어마한 짓을 하는데 가만히 놔둘 리가 없잖아.”

 

Yu Ilhan과 함께라면 처음 Magic을 발동할 때까지는 Concealment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Brilliant Army of Light 본영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만들 때까지 몇 번이나 Magic을 반복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 Kang MiRae에게 게이트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곧 들키게 되어 있고, 당연히 적의 표적이 집중될 것이다.

 

[저희는 이번 일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Kang MiRae가 목숨을 잃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미리 God Rank의 Artifact를 지급한 것도 저희로서는 굉장한 부담을 무릅쓴 겁니다!]

“그러니까 그 God Rank의 Artifact를 지금…… 이런, 젠장.”

 

안 되겠다, 말이 안 통한다. Yu Ilhan은 골치가 아파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바보들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더라면 보상에만 치중하지 말고 세부적인 협조 사항도 조정할걸!

 

그러나 이것도 자신의 실수였다. 이제와 누구에게 따질 것인가? 포기가 늦어지면 구질구질해질 뿐, Yu Ilhan은 Army of Heaven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접고는 선언했다.

 

“이렇게 된 이상 두 패로 나뉘는 수밖에. Angel, 너희들은 없는 걸로 생각하고 움직일 거야.”

[……?]

티타에라를 비롯한 Angel들이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벙쪘지만 Liera만은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바로 파악했다.

 

“Ilhan아, 너 지금 Kang MiRae가 Magic을 발동하는 동안 네가 나서서 시선을 끌겠다는 거야?”

“괜찮아, 이미 어지간한 Record은 모아둔 상태니까. 6th Class까지라면 만만해.”

“너…… 너무 멋져.”

“네가 그 말 할 줄 알았다.”

 

그와 Liera의 대화가 오간 후에야 그가 무슨 짓을 벌일 작정인지 깨달은 Angel들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내저었다.

 

6th Class조차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전장에 대체 무슨 배짱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인가? 또라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정신이 나갔을 줄은 몰랐다.

 

“Ilhan 씨, 안 돼요!”

 

한편 아직까지 Yu Ilhan의 무력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Kang MiRae는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Wall of Chaos 너머, 무수하게 산란하는 끔찍한 마나의 파편과 고위의 Magic, 에너지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아무리 God Rank의 Artifact를 착용하고 있더라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데!

 

“저런데 떨어졌다간 죽고 말 거예요! 이건 저한테 온 의뢰니까 Ilhan 씨가 그렇게 부담을 질 필요는 없어요!”

“안 죽어요. 그리고 이건 우리가 같이 하는 의뢰죠. 자꾸 그렇게 외톨이로 만들면 삐질 거예요.”

 

Yu Ilhan의 장난스러운 대꾸에 Kang MiRae는 그만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때 Na Yuna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앞으로 나섰다.

 

“괜찮아, MiRae야. Ilhan 씨는 절대 안 죽으니까아. 아, 저는 데려갈 거죠오?”

“아뇨. Yuna 씨는 Sky Castle에 꼼짝 말고 박혀 있어요.”

“체에엣, 꼭 이럴 때만 빼놓지. 나두 higher existence 될 때는 전투성녀 같은 거 할 거예요!”

“대신 Liera, Erta만 나를 도와줘. Yuna 씨는 우리 셋한테 미리 축복 걸어줘요.”

“아빠, 나두!”

 

Angel들이 어버버거리는 가운데 번갯불에 팝콘 튀겨먹듯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돌격대 파티가 추려지고, 추가 지원자가 나오고!

그러나 Yu Ilhan은 Yumir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Mir 네게는 아주 중요한 임무가 있어. 너를 포함한 Sky Castle이 Wall of Chaos 너머로 넘어가서 첫 번째 Magic을 개시하는 순간까지 전부 Concealment시키는 거야. 어때, 할 수 있겠어?”

“으음…… Yeah!”

“좋아. 네가 Noona들이랑 할머니를 지키는 거야.”

“알겠어!”

[이 넓은 범위를 전부 Concealment의 영역 안에 두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에잇.”

 

Yumir가 스킬을 발동하며 타이틀의 힘을 최대한으로 펼쳐내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시간으로 일어났다. Angel들은 retort 포기하기로 했다. 이 정돈 Yu Ilhan 일행과 접촉한 이들이 으레 겪는 통과의례나 마찬가지였다.

 

[자, 잠깐! 정말로 갈 거라면 그 전에 저희에게 축복을 받고 가시죠. 아무리 그래도 lower existence의 축복보다는 저희가 주는 쪽이 더 좋을 겁니다!]

“아니, 미안하지만 우리 사제가 최고야.”

“에헴.”

 

Na Yuna가 Angel들에게 윙크를 하며 한 걸음 나서 Yu Ilhan과 Liera, Erta에게 축복을 걸었다. 4th Class가 되고 280레벨에 근접하면서 정말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존재가 맞을까 의심이 갈 만큼 아름답게 성장한 그녀는, 그 미모를 고스란히 축복의 힘으로 치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의 여신 Laterna의 사제!

 

[세 시간 동안 모든 능력이 43% 증가합니다. 절대 치명타에 당하지 않게 되며, 죽음 직전 단 한 번에 한해 적의 공격을 무조건 피할 수 있습니다. 회복력이 300% 증가합니다.]

 

[…….]

 

가뜩이나 무시무시한 전력을 지닌 셋의 힘이 일제히 증폭되는 것을 느낀 티타에라는 끝내 사고를 정지했다. 어쩌면 Army of Heaven으로 영입해야 하는 인재는 누구도 아닌 Na Yuna가 아닐까? 물론 그 소망이 이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다녀와요, Ilhan 씨!”

“우린 별일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쪽에도 별일 없을 거고.”

 

Yu Ilhan은 Kang MiRae와 Na Yuna에게 한 번씩 시선을 주고, 이어서 Sky Castle의 대지를 가볍게 두드렸다. Sky Castle에 ‘그녀’가 머무르는 한 감히 그 누구도 그의 일행에게 손을 댈 수 없을 것이다.

 

“위험하다 싶으면 알아서 나설 거예요.”

“믿을게요.”

[뭐죠? 뭐가 나선다는 겁니까?]

 

그러나 Yu Ilhan은 티타에라의 의문을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자신과 Liera, Erta에게 Concealment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그들과 함께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Wall of Chaos으로 다가갈수록 그들의 눈을 혼란케 하는 higher existence들의 격돌! 그것을 보며 문득 떠올린 것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면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아직 안 익히고 있었구나.”

“그걸 이제 떠올리는 것도 어떻게 생각하면 대단하다. 그래서? 익힐 거야?”

“응, 익히려고 해.”

 

사실 Yu Ilhan은 Spear of Untraceable Trajectory의 중첩을 통해 보다 높은 경지의 Spearmanship을 이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Great Cosmos-severing Spear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두 가지의 Upper 단계 Spearmanship이 베이스가 되어 완성되는 Spearmanship이라!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생각만 해도 끔찍한걸…….”

“Upper Rank 동종 무술의 Fusion Evolution라니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만…… Yu Ilhan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서 무섭네요.”

 

Yu Ilhan은 허공을 나는 도중 인벤토리를 뒤졌다. higher existence의 사체라면 이제 차고 넘치게 있고, 그는 그 중 아무 놈이나 뒤져 5th Class magic stone을 뽑아내어 곧장 스킬의 Fusion Evolution를 실시했다.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며 Yu Ilhan을 감싸고, 그의 영육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Spiera가 6th Class에 이르며 간신히 이르렀던 영역에 끝내 그가 도달한 것이다.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익혔습니다.]

 

“Spiera는 Yu Ilhan이 자신의 기술을 이렇게 가볍게 취급한다는 걸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Ilhan이가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베이스로 Upper Spearmanship을 만들어낸다면 더 좋아할걸?”

“자, 그러면 우선 한 방 간다.”

 

마침 여럿의 higher existence를 상대하던 Angel가 뒤로 물러서며 순식간에 십여 명의 higher existence가 그 뒤를 쫓는 상황! Yu Ilhan의 Spear 먹잇감을 포착한 호랑이처럼 날렵하게 쏘아내졌다.

 

공격 방향을 정하는 왼손, 창대를 단단히 붙잡은 오른손. 창날이 오른쪽 아래에서부터 왼쪽 위까지를 잇는 사선을 그려낸다. 검의 날카로움, 채찍의 속도, 둔기의 무게가 한계를 뛰어넘은 육신의 통제력에 의해 창 한 줄기에 담긴 그 순간.

 

미증유의 기운이 공간을 일자로 긋고, 그 궤적 안의 모든 것을 반으로 토막 냈다.

 

[Critical Hit!]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Great Cosmos-severing Spear 스킬의 레벨이 8이 되었습니다.]

 

“어라.”

 

Yu Ilhan은 higher existence들의 사체를 인벤토리로 받아들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 번에 다 죽이는 바람에 Concealment이 안 풀렸다.”

“괜찮아, 그래도 제법 많은 놈들이 눈치 챈 것 같으니까.”

 

Yu Ilhan은 다시 한차례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펼쳤으나 Deathgod 스킬로 인해 위력이 강화되는 바람에 오히려 더욱 많은 숫자의 higher existence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제아무리 higher existence들이 벌떼처럼 몰려든 전장이라고 해도 적의 모습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의 higher existence가 죽어나가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 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대체 뭐지?]

[내 바로 옆을 지나갔다. 분명히 느꼈어! 모습이 보이지 않는 자가 있어!]

[Angel가 빠지는 순간 이루어진 공격이다. ArchAngel! ArchAngel이 모습을 드러낸 건가!?]

 

아무리 효과적으로 어그로를 끈들 적들이 몰려들지 않으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가 없다! Yu Ilhan은 한숨을 쉬며 인벤토리에서 Breath를 꺼내어 입을 물었다. 그래도 며칠 동안 제법 만들어둔 덕에 이번 전쟁에서 사용할 분량은 충족되어 있었다.

 

“그러면.”

 

그는 Spear 있는 힘껏 쥐며 Wall of Chaos에 크게 뚫린 구멍 너머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Liera와 Erta가 자신을 따라잡은 순간, 창끝에 피어오른 백염을 사방으로 퍼트리며 외쳤다!

 

“Pulling Down!”

 

혼이 깃든 백염이 삽시간에 증폭되며 일대를 물들였다. Yu Ilhan이 유지하고 있던 Concealment이 깨지며 셋의 모습이 그 광활한 공간에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공개되었다.

 

[이 마나는…….]

[Yu Ilhan, Yu Ilhan이잖아!]

[그가 이곳에 오다니!]

[대체 어떻게!? 아니…… 설마 Army of Heaven에 소속된 것인가!]

[그럴 리가, 그는 아직 lower existence에 불과해!]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Yu Ilhan의 Pulling Down 영역 내에 들어온 모든 higher existence의 격이 일시에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구텐 모르겐이다, 이 개자식들아!”

 

Yu Ilhan은 그 위력을 조금 낮추어 마나 소모를 줄인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Spear of Untraceable Trajectory의 힘을 이용해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쏘아냈다. Yu Ilhan을 중심으로 하여 행성이 폭발하는 것만 같은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higher existence들을 덮쳤다. 속도와 강함에서 극한에 달한 참격이 마주하는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Critical Hit!]

[Critical Hit!]

[크리티컬…….]

[경험치…….]

 

“맙소사, 이게 뭐야…….”

 

Liera는 Upper Spearmanship이 겹쳐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똑똑히 목도하며 말을 잃었다. 그녀를 대신하여 Erta가 Yu Ilhan에게 물었다.

 

“이게 바로 두 개 Spearmanship을 합성진화시키면 볼 수 있게 되는 광경입니까?”

“아니.”

 

Yu Ilhan은 가볍게 대꾸하며 죽어나간 higher existence들의 사체를 회수했다. 그 숫자는 정확히 백하고도 스물하나. 이 정도라면 전장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잡아당기기에 충분하리라!

 

“이건 아직 시작도 안 한 건데?”

[놈은…… Yu Ilhan이다!]

[Yu Ilhan이 이곳에 왔다고!?]

[죽여! 놈을 죽여!]

[Helianna의 원수…… 네놈을 죽이겠다!]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쏠리기 시작하는 적의, 살의. Yu Ilhan은 그것을 느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었다. 그 모습이 마치 수확을 앞둔 황금빛 논을 훑는 농부의 모습과 비슷해보였다면 착각일까?

 

Liera는 한숨을 쉬며 Spear 들었다. 이미 전장의 흐름은 바뀌었다.

지금부터는 Yu Ilhan이 주도하는 전쟁이었다.

 

———————————————-

Chapter 37. 내가 가는 곳마다 – 8

———————————————-

 

[죽여!]

[죽인다!]

[네놈이 Helianna를!]

 

한 명 한 명이 능히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Magic을 지니고 있는 괴물들이 일제히 Yu Ilhan에게로 쇄도해왔다. 물론 Pulling Down의 영역 내로 들어오는 순간 격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 놈들은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그것조차 Yu Ilhan의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면.

 

“Destruction Demon Army뿐이라면 내가 이해하겠다만…….”

 

Yu Ilhan은 마나 절약 모드에 돌입하여 창끝에만 백염을 집중시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Brilliant Army of Light 놈들하고 Garden of Sunset 녀석들까지 분노충천해서 Helianna의 이름을 부르짖는 거지?”

[나는 모두의 아이돌이거든, 자기.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타버리지만, 멀리 있으면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태양 같은 존재! 그런 아이돌을 독차지한 행운아가 누굴까, 어머나!]

“그래, 너 잘났다. 쳇.”

 

Sky Castle 내부에 얌전히 처박혀 있어야 할 Helianna이거늘, 사념 상태에서부터 그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보니 마치 평소 Orochi나 Mystic이 그러하듯 그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렇다. 기껏 육체까지 되돌려주었거늘 그가 원했던 해방은 찾아오지 않은 것이다!

 

[크하아아아아아!]

[죽인다, 죽여 버리겠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구나. 증오스러운 얼굴에, 그 광채는 줄어들었구나!]

 

Wall of Chaos을 넘어오기 전에는 Angel들이 제법 있었지만, 구멍을 뚫고 넘어온 이곳은 완전히 적의 영토. Destruction Demon Army의 힘이 극도로 강해지는 장소다. 지금은 Fallen Angel들과 Garden of Sunset의 일원들마저 힘을 제한당하지 않고 날뛰고 있었으니 최악이었다.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확신하고 있는 놈들이 그들 일행을 협박하며 곳곳에서 쇄도해왔다.

 

“Ilhan아, 6th Class도 제법 있으니 조심해. 앗 하는 순간 죽음이라구.”

 

Liera는 연분홍빛의 Spear 비틀어 쥐며 몸을 조금 앞으로 내밀었다. Wall of Chaos, 그 전장에 선 경험은 많지만 lower existence의 몸으로 벽 너머로까지 넘어온 것은 그야 물론 처음이다.

 

긴장으로 몸이 살짝 굳었지만, 그럼에도 물러날 생각은 없다. 그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그녀가 지켜야 할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Spear 깃든 빛이 더욱 강렬해지고, 사랑의 신의 축복이 그녀의 용기를 북돋듯 솟구쳐 그녀의 전신을 감쌌다. 연분홍의 광채가 그녀를 수호했다.

“6th Class까지는 Pulling Down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어. Erta, 넌 보조 위주로 Magic을 펼쳐줄래? 적의 목을 따는 건 나랑 Liera가 할 테니까.”

“맡겨두시죠. 그것이야말로 제 전문입니다.”

 

Pulling Down 영역 내에 동시에 여러 개의 magic formation이 떠올랐다. 적의 Magic을 방어하고, 물리공격의 위력을 감소시키고, 적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적의 마나를 반대 방향으로 폭주시키는 magic formation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magic formation에 이내 백염이 옮겨 붙어 선명하게 타올랐다. 그로 인해 모든 Magic의 위력이 족히 두 배 이상으로 증폭되는 것을 확인하자 Erta의 눈동자에 경악이 떠올랐다.

 

“이건……!”

“Pulling Down도 성장하고 있으니까.”

 

Yu Ilhan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영역 안에 들어서는 higher existence 한 명을 향해 Spear 내던졌다. 공간을 나아가며 점차로 백염을 흡수해 순식간에 몸집을 열 배 이상으로 불린 Eight-tailed Dragon Spear이 놈을 보기 좋게 꿰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뭣!?]

 

lower existence가 가벼운 몸짓만으로 여유롭게 higher existence를 참살하다니! 영역 안으로 쇄도해오다가 그것을 목격한 자들 중 몇몇이 그 자리에 굳었다. 물론 그놈들은 Eight-tailed Dragon Spear의 다음 제물이 되었다. 돌아온 Spear 여유롭게 받아 쥐며 Yu Ilhan이 중얼거렸다.

 

“결국 이 정도지. 세상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도 모를 만큼 무수한 세상이 있는데, 한 군데에서 정점을 찍어봤자 그 무수한 존재 중에 하나에 불과한 거야. 왜 이걸 예전엔 몰랐을까.”

“Ilhan이 네 발상이 정말 대담하기 짝이 없구나.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열 받아.”

 

바로 그 무수한 존재 중 하나였던 Liera가 이를 갈며 대꾸했다. 그러나 그녀의 분노는 Yu Ilhan이 아닌 영역 내의 다른 higher existence를 대상으로 분출되었다.

 

“흐아아아압!”

[캭!? 몸이……!]

 

Erta의 magic formation에 걸려들어 Magic이 캔슬되고 전신이 결박된 Destruction Demon Army 한 마리가 그녀의 Spear 그대로 분쇄되었다. 이어서 Fallen Angel도 한 마리, 이어서 Garden of Sunset까지! 사방에서 검고 푸른 피가 튀었다. 사체는 모두 깔끔하게 Yu Ilhan의 인벤토리로 회수되었다.

 

“어라.”

 

Liera는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생각하던 것보다 할 만하잖아?”

“전부 Pulling Down 덕분이에요. 이 스킬은 절대로 lower existence의 것이 아녜요……!”

 

점차로 그 영역을 넓혀, 이제는 방대한 Wall of Chaos 전장에서도 제법 눈에 띄는 크기로까지 늘어난 혼염의 영역을 둘러보며 Erta가 식은땀을 흘렸다.

 

“6th Class를 구속하고 격을 낮춘다구요. 이런 스킬은 군단장에게서조차 본 적이 없어욧!”

“읏차! 그건 우리 Ilhan이가 잘나서 그런 거 아냐?”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을 속박하여 데미지를 입히고, Erta의 Magic을 강화하고, Liera의 Spear 힘을 더하는 혼의 flame! 그 모습이 마치 왕 Yu Ilhan의 명을 수행하는 군단을 보는 것만 같았다.

 

“정말 대단해요! 누가 외톨이 아니랄까봐 혼자서 다 해먹을 수 있는 스킬을 만들다니……!”

“넌 방과 후에 옥상으로 나와라.”

 

시선을 끄는 정도가 아니었다. Yu Ilhan과 Liera, Erta는 돌풍이 되어 전장을 휩쓸고 있었다! 혼염의 영역이 넓어져 전장을 뒤덮는 광경을 지켜보던 티타에라는 식은땀을 흘렸다.

 

[맙소사…… 저 자는 본디 기습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분의 성향이 변한 것이겠죠.”

 

Kang MiRae 역시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그의 무력에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Angel의 의문에는 의외로 쉽게 답을 내어줄 수 있었다.

 

“이전에는 혼자 숨어있는 것을 좋아하셨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생기신 거죠. 지금도 절 위해 적의 시선을 끌어주고 계시잖아요. ……분명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말도 안 됩니다.]

 

Senior Angel는 바로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하지만 Kang MiRae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와 재회한 이후로 계속 허공에 붕 뜬 채 가라앉지 않는 그녀의 마음이 그런 감성적인 생각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능력의 연원이 어찌되었든, 그 역할은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군요. 지금입니다.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에요. 출발하겠습니다.]

[좋아, 알아들었어.]

 

Mystic이 Sky Castle을 발진시켰다. Yumir의 권능 하에 Concealment 상태를 유지한 채 스무스하게 Wall of Chaos을 통과한 Sky Castle 안에서, Kang MiRae는 두 눈을 부릅뜨고 Brilliant Army of Light의 흔적을 찾았다.

 

[Brilliant Army of Light이 차지하고 있는 세상은 여러 개입니다. 그 가운데 본영의 흔적을 찾아 열어야 합니다.]

“지금…… 찾고 있어요!”

[저희도 함께 찾겠습니다!]

 

그러나 Angel들이 도울 수 있는 것은 그래봤자 Fallen Angel들의 마나를 구분하여 알려주는 것 정도였다. 전장에 남은 무수한 마나의 파편과 흔적, 그 가운데 Fallen Angel들의 세상에서부터 이어져 온 마나의 끈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 가겠습니다!”

 

Kang MiRae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마나 결정의 일부가 허공을 빠르게 가르며 나아가 목적지에 도달한 순간, 마치 폭죽이 터지듯 강렬한 빛과 함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분명한 Upper세계다. 하지만……!

 

[아닙니다! 본영이 아녜요!]

[저건!? 게이트가 열렸다!]

[저 섬은 뭐지? ……섬?]

[Angel들이다! lower existence와 함께 있어!]

 

당연하지만 게이트를 생성하는 대작업을 펼쳤음에도 Concealment이 풀리지 않을 리는 없었다. Yumir는 그 순간 Dragon의 모습으로 변하며 로어를 내질렀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앙!]

 

그것은 대략 ‘아빠 들켰어요 히잉’ 정도의 뜻을 품고 있었으나, 마주하는 적에게는 위협적인 포효로, 아군에게는 전투의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들렸다. Angel들과 Dragon 군단은 일제히 전투태세를 갖추었고 Kang MiRae는 다급히 게이트를 취소하고 마나를 회수했다.

 

[저것이 우리 세계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었어.]

[대체 어떻게?]

[어떻게는 중요하지 않아. 혹시나 어쩌면…… 젠장!]

[호오?]

[저기서 느껴졌던 기운은, 흐음!]

 

Fallen Angel들은 긴장감에 휩싸였고, Garden of Sunset과 Destruction Demon Army은 거기에 흥미를 가졌다. 결성되는 순간부터 아슬아슬했던 동맹에 실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죽여야 해!]

[당장 저것들을 치워야!]

[하지만 저곳에 Yu Ilhan이……!]

[Yu Ilhan은 지금 중요하지 않아!]

“아니, 중요할 거야!”

 

Fallen Angel 진영이 흔들리던 그때. Pulling Down이 다시 한 번 크게 영역을 넓히며 순식간에 Fallen Angel들을 끌어당겨 속박하고, Erta의 magic formation이 영역을 따라 확장되며 일순간에 그들의 Magic마저 흩트려버렸다! Yu Ilhan과 Liera가 나란히 영역 안을 비행하며 그자들의 목을 따고 날개를 잡아 뜯었다.

 

“이건…… 마치 higher existence이던 시절보다도 강해진 것만 같아요!”

“하아아아아압! 루나틱 웨이브!”

“흐으으읍!”

 

Yu Ilhan은 아예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Dragon Bone Spear을 모두 허공에 쏟아내며 우레망치를 꺼내어 쥐었다.

그의 Magic을 받아 lightning를 머금고 크게 팽창하는 망치! flame마저 그 끝에 몰려들어 망치를 한결 더 강화시켰다. 그는 God Force을 최대한도로 발동하여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을 뽐내듯 망치를 쥐고 거세게 휘두르며 외쳤다.

 

“누구를 공격하겠다고!?”

 

Pulling Down을 이루는 혼과 flame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Bone Spear에 흡수되어 그것을 조종했다. 정확히 Fallen Angel들을 노리고 쏘아내지는 투창과, 중앙에서 휘둘러지는 우레망치! 망치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충격과 공명하여 진동하는 Bone Spear에 어지간한 higher existence마저 저항을 하지 못했다. 적어도 Pulling Down 영역 내에서는 말이다.

 

[창을 파괴해!]

[제기랄…… 이 끈덕진 게 달라붙어서 날, 크학!]

 

수십에서 수백으로, 수백에서 수천으로. Yu Ilhan이 higher existence의 시체 하나에 벌벌 떨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별 어려움도 없이 higher existence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의 변화는 지나치게 극적이었고 섬뜩했다. 60레벨을 돌파한 Record 스킬의 보조가 있다고 해도 지금 그의 움직임은 너무 놀라웠다.

 

[혹시…….]

[혹시 놈은.]

 

입 안에 머금고 있는 것마저 끔찍해 다급히 내뱉듯이.

누군가 중얼거렸다.

 

[다섯 번째가 아닐까?]

 

초월자가 탄생할 때는 언제나 그래왔다. 분명 자신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격을 갖춘 대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깔아뭉개고, 압도적인 개성을 갖추고 있으며, 휘말리는 모든 것을 제 것으로 만들거나 파괴했다.

 

그렇게 엉망진창이고 제멋대로 굴면서도 끝내 죽지 않고 우뚝 선 자들이 초월자의 영역에 이르렀다. 아무리 해도 넘어설 수 없는 절대의 영역에 선 자들. 지금 그들의 눈에는 Yu Ilhan이 꼭 그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지.]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허공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니 지금 지워두면 되는 것이다.]

 

세 쌍의 검은 깃털 날개, 붉은 루비처럼 빛나는 두 눈. 전신을 감싼 것은 검은 털 코트. 중년 남자의 외관을 하고 있었으나, 전신으로 뿜어져 나오는 품격은 가히 제왕의 그것이었다.

 

[사티에르 님……!]

[사티에르 님께서 직접!?]

[광휘의 4익!?]

 

전장이 재차 동요했다. 제아무리 Yu Ilhan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들 전장에 Downfall한 7차 클래스를 넘어설 수 있겠는가! 이런 일이 생길까봐 Yu Ilhan이 ArchAngel을 내보내라고 한 것인데 어째서 저 Angel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는지!

 

[네놈, 비둘기들. 정말 귀찮은 짓을 벌이는군. 결국 이 전쟁마저 또 커지고 말았잖아.]

 

놈의 시선이 전장을 훑었다. 전장의 자잘한 5th Class들은 그것만으로 몸이 굳고 마나가 흩어져 파멸하는 신세를 맞았다. 그 끝에 있던 Sky Castle은 Angel들의 방어막과 Mystic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그것을 막았으나, 단지 시선과 마주한 것만으로 입은 타격으로는 지나쳤다.

 

[내가 정리한다. 네놈들의 날개도, 희망도 모두 꺾어주마.]

“저 자! 분명 저 자는 본영에서 왔을 거예요! 강대한 마나의 흔적이 느껴져요!”

 

Kang MiRae가 외쳤다. 그야 물론 그럴 것이라고 Angel들도 확신했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저 무지막지한 자의 근처로 다가가 마나의 흔적을 붙잡을 수 있단 말인가!

 

[어머나,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겠는걸.]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Sky Castle 위로 한 송이 꽃이 피어났다. 한없이 치명적이고 아름다운 꽃, 무자비한 남자의 손길에 한번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생기를 잃지 않고 반짝이는 꽃.

 

[너는 나랑 놀자, 사티에르.]

 

그 꽃의 이름은 물론, 서큐버스 퀸 Helianna였다.

 

———————————————-

Chapter 38. 나를 따라오겠다면 – 1

———————————————-

 

[…….]

[…….]

[……뭐?]

 

Helianna의 등장 앞에 전장이 그대로 굳었다. 그녀를 알아보지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 너는. 너는 죽었을 텐데!?]

 

여유를 유지하고 있던 사티에르의 표정에 금이 갔다. 놈은 설령 같은 7차 클래스라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자신이 있었지만, 그것이 Helianna라면 얘기가 달랐다.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이렇게 Wall of Chaos까지 몸을 옮긴 것인데 설마 본인이 이리도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다니?

 

[죽었지. 하지만 다시 살아났어. 짜잔!]

[말도 안 돼, 언데드라는 말인가……?]

[내가 언데드로 보여?]

[이익……!]

 

Helianna가 고혹적으로 웃자 사티에르의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물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생기 넘치는 장밋빛 뺨, 생생한 눈빛, 그녀가 달콤한 숨을 내뱉을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모든 이들의 눈을 어지럽히는 흉부까지 모든 것이 지나치게 생생했다!

그녀가 뿜어내는 짙은 Magic이 넘실거리며 전장으로 흘러나갔다. 그 순간부터 육신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Destruction Demon Army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Destruction Demon Army이 아냐!?]

[기운을 가두었어. 하지만 어떻게……?]

 

Army of Heaven도, Brilliant Army of Light도, Garden of Sunset도, 그리고 Destruction Demon Army마저도 살아 움직이는 Helianna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상황에서도 잽싸게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던 이들 뿐!

 

“모습을 드러낸 이상 그놈은 확실히 맡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운걸, 자기.]

[lower existence에게 종속되기까지? ……무슨 수단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기분이 더러워. 단단히 놀아나고 있는 것 같아.]

 

사티에르의 시선이 Yu Ilhan을 향했다. 전장이 동요하고 있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한창 Fallen Angel들을 쓸어버리고 있는, 영혼의 flame을 다루는 lower existence.

놈이다. 놈이 higher existence들의 일에 끼어든 이후로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역시 이 자리에서 반드시 죽여야겠어.]

[사티에르, 넌, 나랑, 놀자니까?]

 

사티에르의 날개가 펼쳐지다 말고 강제로 접혔다. 어느덧 Helianna와 사티에르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Helianna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사티에르 자신이 직접 발을 내딛고 있었다.

 

[큭, 이 빌어먹을 년이!]

[꺄악, 무서워.]

 

사티에르가 양쪽 눈에 터무니없는 열기를 농축해 쏘아낸 순간, Destruction Demon Army과 Garden of Sunset, Brilliant Army of Light을 이루는 higher existence들이 앞 다투어 Helianna를 보호했다. 순식간에 수십의 시체가 늘어났다.

 

[어쩜 같은 Fallen Angel들을 그리 무자비하게 공격할 수 있는지!]

[……!]

 

접혔던 날개가 모두 펼쳐지고 사티에르의 두 눈이 재차 빛을 발했다. 두 줄기의 광선이 똑바로 Helianna를 노렸으나 이번에도 다른 higher existence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그러나 사티에르는 굴하지 않고 바로 다음 공격을 이었다. Fallen Angel들의 비명이 검은 깃털과 함께 허공에 흩날렸다.

 

[사티에르 님!]

[죄송, 크학!]

[흥.]

 

사티에르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조금이라도 주저하는 순간 그녀의 매혹이 더욱 강렬하게 들어온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감정을 농락하는 서큐버스, 그녀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의 생각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빠른 공격을 연이어 쏘아내는 것뿐!

 

[전장의 모든 higher existence가 사라지는 것이 먼저일지, 네년이 내 날개를 뽑는 것이 먼저일지 시험해보겠느냐!]

[사티에르, 여전히 용감한 남자구나. 성질도 여전히 급하지만 말이야.]

 

제아무리 Helianna의 매혹이 강력한들 7차 클래스를 완벽하게 조종할 수는 없다. 이전 광휘의 8익 Nathiel, Garden of Sunset 수석 문지기 켈라투크와 전투를 벌였을 때에도 그러했다. 천천히 조금씩, 그들의 전투의지를 없애고 다른 이들과 충돌하게 만드는 식으로 힘을 소모시키지 않았던가!

사티에르는 그녀에게 그럴 시간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Brilliant Army of Light의 이름을 걸고 나선 전투, 부하들을 전멸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명예를 더럽힐 수는 없음이니!

 

바로 그때 Helianna가 꺄르륵 웃었다.

 

[사티에르, 너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음?]

[어머나, 내가 너무 예뻐서 나 외에는 전부 잊어버리고 말았구나. 그렇지?]

[그게 유언이라면 지금 네년을…… 아니!?]

 

놈은 조금이라도 빨리 Helianna를 처리하고 Yu Ilhan을 지워버릴 생각뿐이었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놈은 그녀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완벽히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생각해보자. 애초에 Helianna가 어째서 모습을 드러냈던가?

 

“흔적을 잡았습니다!”

 

그렇다. Kang MiRae가 Brilliant Army of Light 본영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만들어낼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사티에르의 낯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이, 빌어먹을!]

[꺄하하하,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 귀여운걸!]

 

어째서 그가 그것을 잊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는 본래 Brilliant Army of Light 본영으로 higher existence들이 몰려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 출정한 것이었을 텐데!

 

[네년……!]

[아무리 그렇게 뜨거운 눈으로 봐도 Helianna에게는 이미 임자가 있답니다. 애석해서 어쩌나?]

[감히, 감히 나 광휘의 4익을 농락하다니!]

[내 얼굴을 이렇게 구경한 대가로는 싸지, 그렇지?]

 

그의 살기를 여유롭게 맞받아치는 Helianna의 미소가 더없이 사악하다. 사내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서큐버스 퀸, 그녀에게 패배는 없었다! 곧 Kang MiRae가 외쳤다.

 

“지금 열겠습니다!”

[어딜!]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사티에르가 Kang MiRae를 향해 온갖 공격을 퍼부어댔지만 그때는 이미 Yu Ilhan 일행이 Sky Castle과 합류한 시점이었다.

 

“흐브브븝!”

 

Pulling Down을 이루는 혼염의 사슬이 얽히고설켜 형성된 거대한 방패가 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고 소멸되었다. Yu Ilhan은 Pulling Down이 강제로 캔슬되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어휴, 역시 미치도록 강하네. 아직 손도 못 대겠어.” [그걸 막은 것만으로도 대단해, 자기. 너무 멋져……!]

“역시 나 쟤 재수 없어.”

“미안하지만 Liera 당신도 평소에 별로 다르지 않아요.”

 

[제기랄…… lower existence 따위의 Magic에!]

 

Kang MiRae로부터 비롯되었으나 지금은 독립된 의지를 갖추고 허공에 서서히 형성되어가는 게이트. Magic이 완성된 이상 사티에르조차 감히 그것을 취소시킬 수 없다.

취소시키기는커녕, 놈이 발산하는 Magic까지 재료로 삼아 더없이 거대하고 튼튼한 게이트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여, 열린다.]

[정말로 열리고 있어.]

[Brilliant Army of Light의 세상…… 나락!]

 

전장의 전원이 전율했다. Army of Heaven 이상으로 그 실체를 꽁꽁 감추고 있던 Brilliant Army of Light, 그들의 군대가 머무르고 있는 세상이 설마 지금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게이트가 열린 바로 그 순간부터 너머로부터 꿈틀거리는 초월적인 힘이 느껴졌지만,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Destruction Demon Army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Helianna 님이 열어주신 게이트다!]

[키하하하하하하! 난 저쪽도 재미있어 보이는데!]

[가자, Fallen Angel들의 살점을 포식하러 가자!]

[이 버러지 같은 것들!]

 

세상 나락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열린 순간부로 동맹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결성 순간부터 불안하기는 했으나, 설마 이런 식으로 파토가 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Fallen Angel들은 당황하며 놈들을 막아섰지만 그것은 파도를 막겠다고 방패 하나를 들이미는 꼴이었다. 곧 Destruction Demon Army은 물론이고 Garden of Sunset까지 기세에 편승했다.

 

[일이 재미나게 돌아가는데!]

[후후, 죽을 장소를 택할 순간인가? 나는 저쪽이야. 타락한 자들의 낙원에서 맞이하는 황혼도 제법 근사할 것 같아!]

 

일이 삽시간에 커졌다. 수백, 수천을 넘기는 숫자의 higher existence가 게이트로 몰리자 막을 수 없는 흐름이 형성되고 말았다. 본능에 몸을 맡겨 폭주하는 Destruction Demon Army, 제멋대로 움직이는 Garden of Sunset! Fallen Angel들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귀환한다!]

[돌아가서 직접 게이트를 막아야 해…… 큭!]

[Destruction Demon Army…… 이 일을 잊지 않겠다!]

 

전장 곳곳에서 Fallen Angel들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Wall of Chaos을 넘어 Army of Heaven을 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들이 머무르는 세상의 수호를 선택한 것이다!

Wall of Chaos 전장의 주적이었던 Destruction Demon Army은 이미 나락으로 향하는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고, 두 세력이 모두 포기한 이상 Garden of Sunset이 굳이 Army of Heaven과 시비를 붙을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그들도 Fallen Angel들의 세상을 구경하기를 원했다.

 

[Yu Ilhan, Helianna……!]

 

마지막까지 전장에 남아 흐름을 막아보려던 사티에르마저 결국 그것을 포기하고는 귀환을 택했다. 놈은 자신의 몸이 다른 공간으로 녹아드는 와중에도 그들을 노려보았다.

 

[이 굴욕을 잊지 않겠다. 반드시 내 손으로 네놈들의 목을 꺾어주마.]

[가지 말고 나랑 더 놀자, 사티에르. 조금만 더 나랑 있으면 너도 내 매력을 깊이 깨달을 수 있을 텐데!]

 

Helianna의 윙크에 사티에르의 머릿속이 순간 아득해졌다. 그냥 던진 말이 아니다. 조금만 더 이곳에 버티고 있다가는 그녀의 매혹에 제대로 당하고 말 것이다!

 

[큭!]

 

괜히 도발했다가 본전도 못 건진 사티에르까지 다급히 귀환하고 나자 그 혼란스러웠던 전장이 제법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게이트는 아직까지 닫히지 않아 Destruction Demon Army의 대이동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적어도 더 이상 Wall of Chaos을 넘어 Heaven을 침범하고자 하는 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해냈군요…….]

 

티타에라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계획의 실행자 중 한 명이었으면서 확신이 없었다니! Yu Ilhan이 그녀에게 뭐라 따지고 들려던 그때, 그의 마음을 알아챈 것도 아닐 텐데 티타에라가 그에게 홱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저 서큐버스는 대체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Helianna야!]

[이, 이익!]

 

Helianna의 마성은 여성이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티타에라는 필사적으로 Helianna를 무시하며 Yu Ilhan에게 따졌다.

 

[그녀는 분명 죽었을 터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 자리에 살아있을 수 있죠!? 더구나 그녀에게선 여전히 Destruction Demon Army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Destruction Demon Army을 죽일 수 있는 것입니까! 룰을 위반했음에도 어째서 Destruction Demon Army에서 쫓겨나지 않는 거죠!? 아니, 애초에 그녀는 Destruction Demon Army인데 어째서 당신의 말을 듣고 있는 거죠!?]

“생각해봐, Senior Angel.”

 

Yu Ilhan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내가 거기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

“후우.”

 

Yu Ilhan과 티타에라가 신경전을 벌이든 말든, 무사히 임무를 수행해냈다는 생각에 다리에 힘이 풀린 Kang MiRae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Yu Ilhan은 티타에라의 표독스러운 눈빛과 마주하고 있었으면서도 여유롭게 그녀를 받아냈다. 프로 외톨이에게만 가능한 세심한 곁눈질 스킬이 만들어낸 배려!

 

“정말 고생했어요, MiRae 씨. 완벽한 Magic이었어요.”

“……고마워요.”

 

역시 자신은 너무 단순해져버린 것 같다고 Kang MiRae는 생각했다. higher existence들 사이에 노출되어 대Magic을 연달아 구사하느라 몸도 마음도 완전히 그로기상태였는데, 지금 그의 품에 안겨 말 한 마디 듣는 순간 그것이 회복되다니!

 

옆에서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Na Yuna가 무척 거슬렸지만 이 순간을 스스로 깨트리고 싶지 않았던 Kang MiRae는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Yu Ilhan은 그녀가 스스로 설 수 있게 도와주고는 야속하게도 손을 떼어버렸다.

 

“약속은 제대로 이행된 것 같고, 그럼 나머지 Artifact를 받으러 돌아가 볼까.”

[기다리세요, Helianna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세요!]

“누누이 말하지만 그건 우리 약속 내용에 없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너희가 7차 클래스 ArchAngel을 내보내지 않았던 것처럼…… 어라?”

 

Yu Ilhan은 티타에라에게 매몰차게 대꾸하던 와중 고개를 갸웃했다. Wall of Chaos으로부터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이곳 전장까지 똑바로 날아오는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Helianna!]

[크하아아아아! Helianna!]

[이런, 또 곤란한 일이 되어버렸네.]

 

전장을 가득 메우는 우렁찬 고함소리에 Helianna가 어깨를 으쓱했다. Yu Ilhan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설명해, Helianna.”

[아이참, 부끄럽게…… 두 번 묻지 마, 자기. 날 짝사랑하는 남자들이 많다고 이미 얘기해줬잖아?]

 

설마 그 안에 7차 클래스도 포함된다는 말이야!? Yu Ilhan은 그렇게 물으려다 말고 침묵했다. 곧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자들이 직접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었구나, Helianna!]

[어째서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지, Helianna!?]

 

Yu Ilhan은 지금의 자신으로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두 명의 7차 클래스의 모습을 확인하며, 좋아, 하고 상큼하게 웃으며 외쳤다.

 

“튀자!”

 

———————————————-

Chapter 38. 나를 따라오겠다면 – 2

———————————————-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두 명이나 되는 군단장이 나타났다는 것을 깨달은 즉시 Yu Ilhan이 Warp 스킬을 발동하여 아군만을 정확히 범위에 넣고, 그가 스킬을 발동했음을 알아차린 2군단장 Hilton의 광역 Magic을 Helianna가 마나 교란으로 흩트리고, Kang MiRae가 게이트를 캔슬하고, 그 마나를 이용해 Kim YeSeul이 광역 범위에 슬로우 Magic을 걸고, Na Yuna가 Laterna에게 기도를 올렸다.

 

“도와주세요, Laterna 니임!”

 

그녀가 4th Class에 도달하면서 일어난 변화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있다면 바로 성녀로서 지닌 기적의 행사권. 그녀의 신성력이 전장을 뒤덮은 그 순간, Laterna의 힘이 아군의 Magic과 스킬을 하나씩 크게 강화시켜주었다.

 

강화된 Magic은 Kim YeSeul의 슬로우 Magic이었고, 강화된 스킬은 Yu Ilhan의 Warp 스킬이었다. 적의 반응을 더욱 느리게 하고, 그 대신 Warp 스킬의 발동을 더욱 빠르게 하는 것이다!

 

[무슨, 이런!?]

[이깟 Magic은 힘으로, 안 돼!]

“돼!”

 

Hilton의 절규를 뒤로 한 채 Yu Ilhan의 Warp 스킬이 발동했다. 지구에서부터 그와 함께한 일행은 물론이고 Kim YeSeul과 Kang MiRae, Helianna까지 빠짐없이 포함한 Warp 스킬이!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모습이 지워졌다. 티타에라를 비롯한 Angel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럴, 수가…….]

 

넘어지면 Helianna의 구두에 코를 박을 법한 거리에서 그녀를 놓친 Hilton이 망연자실하여 중얼거렸다. 그와 동행한 6군단장 벨카투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분명히 살아있었어. 살아있었다고!]

[하지만 Destruction Demon Army은 아녔어……. 그녀는 지금 Destruction Demon Army의 힘을 지닌 다른 누군가에 불과하다. 그것도……!]

 

Hilton은 Helianna가 Yu Ilhan의 명을 들으며 그에게 교태를 부리던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것은 그가 아는 Helianna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여태껏 그녀가 남자에게 애교를 떠는 것은 그 남자를 죽이거나 놀려먹을 때뿐이었으니까.

 

[Yu Ilhan, 그놈의 짓이야. 그놈의 짓이다……!]

[어떻게 해서 lower existence가 그녀를 부리는 것이 가능하지? 설마 그놈이 다섯 번째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다섯 번째건 여섯 번째건 중요하지 않아. 놈은 반드시, 내가 죽여 버리고 말겠어……!]

 

Hilton의 시선이 그들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벽으로 향했다. 증오스러운 벽, 결국 이번에도 넘지 못한 벽. 전장에서 Destruction Demon Army이 대거 사라졌기 때문일까? Wall of Chaos 곳곳에 뚫렸던 구멍이 빠른 속도로 아무는 것이 보였다. 가장 성대한 전쟁이 되리라 예상했거늘 웬걸, 가장 초라하고 비참하게 전쟁이 마무리되고 만 것이다.

아마 나락으로 향한 모든 이들은 돌아오지 못하겠지. 그 대신 세상 나락과 관련된 Record을 그들 집단이 회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Brilliant Army of Light의 본영이 만천하에 까발려졌으니 곧 거대한 전투가 다시 찾아올 테고, 그때야말로 절대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Destruction Demon Army이 그렇게나 원하는 대규모의 혼돈과 파괴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Destruction Demon Army 전체로 놓고 보아 이번 일은 꼭 나쁘지만은 않은 셈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복수가 물 건너가고 만다는 것. 반드시 그 전에 놈을, Yu Ilhan을 만나야 했다. 만나서……!

 

[Hilton?]

[Yu Ilhan…….]

 

Hilton이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놈의 전신에서 용솟음치는 흑색 Magic이 끓어오르는 그의 감정을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그렇게 도망만 다닐 수는 없을 거다, 이 빌어먹을 종자 같으니……!]

 

한편 Yu Ilhan 일행이 어디로 향했는가 하면, 다름 아닌 그들이 Heaven에 처음 도착했던 바로 그 장소였다. Warp 스킬은 차원을 넘는 것도 물론 가능하지만, 같은 세상 안에서 공간을 이동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한 것이다!

 

[하, Heaven?]

[살았다.]

[그 끔찍한 강자들의 눈앞에서 무사히 도망쳐 나오다니……!]

 

Angel들이 저마다 날개를 펄럭이며 기뻐했다. 특히 Yu Ilhan이 자신들을 두고 갈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티타에라는 자신이 무사히 Heaven로 복귀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계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 텐데.]

“아니, 거기서 너희 버리고 오면 나머지 보상을 제대로 못 받을까봐 특별 서비스 한번 한 거야.”

[말이라도 곱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외톨이에게 바랄 것이 따로 있었다. Yu Ilhan은 사람의 환심을 사는 방법도 모르지만 안다고 해서 실천할 인물도 아닌 것이다! 그는 티타에라의 따가운 시선을 개무시하고는 저 너머 까마득히 멀리에 보이는 Wall of Chaos을 한차례 훑어본 후, 고개를 돌려 Helianna에게 지시했다.

 

“이제 들어가 있어. 혹시 저 너머에서 네 기운을 느끼고 다시 난동을 부리면 더 귀찮아질 테니까.”

[자기도 참 야속하기는……. 알았어, 들어갈게. 그런 눈으로 보면 미워.]

[잠깐, 헬리에…….]

 

Angel들이 미처 Helianna를 붙잡기 전, 그녀는 저택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마 Yu Ilhan이 다시 그녀를 부르기 전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티타에라가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째렸다.

 

[Yu Ilhan, 이대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생각이겠지요?]

“어차피 Army of Heaven의 높은 분들도 Helianna의 존재를 깨달았겠지. 중요한건 Helianna가 더 이상 Destruction Demon Army이 아니라는 거야. 너도 봤잖아? 자, 그런 의미에서 빨리 남은 보상을 내놔.”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Yu Ilhan 일행은 그렇게 해서 다시 한 번 레시엘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놈의 태도가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거만하고 설교적이었던 시선이 아닌, 경악과 의심 속에 한 줄기 희망이 담긴 시선이었다.

 

[……그 능력은, 부활인가?]

“아니, 네가 뭘 바라고 있든 그건 아냐. 부활이라니, 네가 보고 있듯 나는 아직 lower existence거든?”

[그런가…….]

 

레시엘의 고개가 힘없이 떨구어졌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든 놈은 신기하게도 더 이상 Yu Ilhan에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두 번째 갓Rank Artifact에 따로 조건은 붙이지 않았었지. 물론 창고에 있는 갓Rank Artifact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만…… 가장 적합한 것을 내어주겠다. Angel들의 희생을 크게 줄이고 성공적으로 전쟁을 종결시켜 준 것에 대한 답례다.]

 

창고가 열렸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을 보며 Yu Ilhan이 무심코 한마디 내뱉었다.

 

“magic stone?”

 

딱 Yu Ilhan의 주먹 크기 정도로 진하게 농축된 붉은 보석. 그 안에 휘몰아치는 뜨거운 마나가 Yu Ilhan이 지닌 flame의 힘을 크게 자극하고 있었다. 순수한 에너지의 결정, 그중에서도 불의 에너지를 극한에 가깝게 끌어 모은 것이다. magic stone이라는 판단이 가장 타당하리라.

 

그러나 ArchAngel은 그의 말에 고개를 휘휘 저었다.

 

[magic stone을 이용하여 만든 Artifact다.]

 

Yu Ilhan 이전에도 그런 시도를 한 이가 있었던 모양이다. Yu Ilhan은 신기하게 여기며 그것을 받아들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Artifact로 만든 게 아니네. magic stone이 저절로 Artifact가 됐구나?”

[분하지만 그 말이 맞다. 그것을 파악할 정도라면 불의 심장의 주인이 되기에는 충분하겠군.]

“불의 심장…….”

 

불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Yu Ilhan에게는 제법 의미가 큰 Artifact였다. 아니, 엄밀히 따져 그에게밖엔 의미가 없는 Artifact였다.

 

[불의 심장]

[Rank – God]

[내구도 – 절대로 훼손되지 않음.]

[사용제한 – 불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자]

[위대한 영역, 7차 클래스에 발을 내딛었던 불사조의 magic stone이 무수한 세월 Upper 세상의 마나를 흡수한 끝에 탄생하였다. 그 뜨거운 열기를 과연 누가 제어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Yu Ilhan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레시엘에게 물었다.

 

“너희 혹시 Curse의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나 미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 그것도 아니면 사랑의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Artifact도 가진 거 없어?”

[네놈이 그것을 물어보는 저의는 충분히 알겠다만 더는 없다. 아니, 네놈의 일행에는 왜 그리 축복을 받은 이가 많은 것이지? 본래 Record된 신의 축복은 그렇게 잘 나타나지가 않는 것인데…… 어쩌면.]

 

레시엘이 Yu Ilhan의 얼굴을 빤히 살폈다. 조금 기분이 나빠진 Yu Ilhan이 뒤로 물러서자 그가 흥,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없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떡밥을 깔면 괜히 더 수상하니까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봐.”

[하!]

 

짜증나게 깐죽거리는 Yu Ilhan에게 레시엘이 주먹을 들어 올려 보였다. 감자나 먹으란 뜻이었다.

 

[이제 그만 가라. 나는 이렇게 너를 그냥 보낸다만, ArchAngel 중에는 Destruction Demon Army을 되살려 동행하는 네놈을 껄끄럽게 여길 자들이 많으니.]

“Wall of Chaos을 수호하는 일에는 시간을 못 내면서 나한테는 시간을 내줄 수 있는 ArchAngel들이 있다니 그것 참 영광이네.”

[끄Yeah……!]

 

끝내 레시엘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제아무리 7차 클래스의 ArchAngel이라고 한들 Yu Ilhan을 입담으로 이기기엔 수행이 부족했다! 놈을 침묵시킨 Yu Ilhan이 일행에게 돌아서며 선언했다.

 

“그럼 이제 지구로 가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꺼져버려라. 최대한 빨리!]

“굉장해, 7차 클래스에게 저런 정신적 데미지를 입히다니!”

 

Liera의 여전히 핀트가 엇나간 감상을 흘려들으며 Yu Ilhan은 다시금 Warp를 발동했다. Kang MiRae와도 무사히 합류했으니 이젠 다른 지구인들을 찾아 나설 때였다. 지금부터야말로 Yu Ilhan이 구상하고 있던 계획의 진짜 시작인 것이다!

 

“티타에라, 다음에 봐!”

[그래, Liera. 부디 앞으로도 행복하길.]

“마음 같아선 곧장 갑옷 작업에 착수하고 싶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참아볼까…….”

 

대기 시간이 끝나 Warp 스킬이 무사히 발동했다. Yu Ilhan이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까 원래 갑옷의 마지막 단계는 Dragon 하트로 장식하려고 했었구나.’

 

그런데 그만 불의 심장이라는 걸출한 물건을 얻어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Ehjar의 Dragon 하트로는 다른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지.’

 

불도, Dragon도 Yu Ilhan 자신에게 딱 맞는 소재.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다면 둘 다 써먹을 뿐이다.

Yu Ilhan이 듀얼 코어의 제작을 결심한 순간이었다.

 

Yu Ilhan에 의해 유사 이래 없었던 7차 클래스 magic stone 듀얼 코어의 개념이 정립된 바로 그때, Brilliant Army of Light의 본영인 나락에서는 말 그대로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크하아앙!]

[흐히! 아프다, 아파!]

[크그그그그가!]

 

게이트가 열린 그 짧은 순간 나락으로 몰려온 무수한 higher existence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락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Destruction Demon Army의 포식자들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먹어치웠고 그들 사이로 몰래 끼어든 Garden of Sunset 문지기들이 세상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가운데 목숨을 걸고 투입된 Angel도 몇 있었는데, 그들의 목적도 Garden of Sunset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귀환한 사티에르를 비롯한 7차 클래스의 군단장 급 인물들이 다급히 놈들을 쓸어버렸으나 세상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Destruction Demon Army의 공습으로 인해 나락에 존재하던 5th Class의 Fallen Angel들이 심대한 타격을 입은 것도 물론이었다.

 

[Destruction Demon Army, 이 어리석은 자들. 공멸을 알면서도 적에게 농락당하다니!]

[낄낄, 언제나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우리다. 그 누구도, 심지어 우리의 위대한 주군마저도 그것을 가장 사랑하고 계시지!]

 

Wall of Chaos을 부수고 Heaven을 침범한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Destruction Demon Army과 함께 일을 도모하려 했던 것부터가 실수였다! Fallen Angel들은 이를 갈며 놈들을 공격했다. 앞으로 당분간 놈들과 같은 편에 서는 일은 없으리라!

 

[……시끄럽구나.]

 

그러던 한순간, 전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미성과 함께 돌연 세상이 어두워졌다. 가뜩이나 어두웠던 세상에 남아있던 빛이 모두 사라지고, 마나마저 허공에 동결되었다.

 

[오, 이런.]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한 사티에르가 모든 행동을 멈추고는 날개를 접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광휘의 날개를 비롯한 다른 Fallen Angel들도 일제히 그를 따랐다. 다른 존재들은, 물론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굳이 날개를 펼치시지 않게 하려 했는데.]

 

사티에르가 변명하는 투로 읊조렸다. 그에 미성이 대꾸했다.

 

[아니, 아니. 그저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그래, 드디어 나락이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구나. 앞으로 더욱 시끄러워지겠어.]

[……주군께 수고를 끼칠 일은 없습니다. 결단코 저희들 선에서 막아내겠습니다.]

[흐으으음. 그러다 너희가 다 죽어버리면 내가 더 귀찮아지겠지. Nathiel가 죽은 것도 의외였는데…….]

[앞으로는 결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사티에르의 호언장담에 미성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곧 짧게 대꾸했다.

 

[그래, 믿어주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명하시지요.]

[그놈, 건드리지 마.]

[그놈, 이라 하시면?]

[지구. 인간. Yu Ilhan.]

 

사티에르의 숨이 턱 막혔다. Lord가 그것을 모르고 있을 리는 없지만, 설마 그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을 줄이야!?

 

[그가 다섯 번째야. 확실해……. 오랜만의 여흥을 아랫것들 손으로 망칠 순 없지. 그러니 놔둬. 뭐가 나올지 무척 궁금하니까.]

[……알겠습니다.]

[좋아. 필요하다면 다른 집단과의 충돌도 허락하지. 특히, 그, 빌어먹을, 비둘기들 말이야.]

[옙.]

 

그것을 끝으로 더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사티에르는 Lord의 기운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고개를 들고 일어섰다.

 

침입자들의 모습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어쩌면 엄습해온 어둠에 녹아버린 것처럼.

 

———————————————-

Chapter 38. 나를 따라오겠다면 – 3

———————————————-

 

“지금부터는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지구. Yu Ilhan은 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을 비롯하여 그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이들을 앞에 두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여러분도 느끼고 있겠지만 지구의 성장속도는 매우, 굉장히, 조금 짜증날 정도로…… 빨라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가 3rd Great Cataclysm을 겪은 지 몇 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구를 뒤덮은 마나의 농도는 어지간한 4th Great Cataclysm을 겪은 세계를 상회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나의 농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짙어지고 있었다. 온갖 마귀들이 득실거리던 지옥 Dungeon이 지구와 완전히 하나로 합쳐진 후부터 성장세가 한층 더 빨라졌다. 한때 지구의 재앙으로 여겨졌던 4th Class 몬스터는 이제 산보만 나가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원래 저는 지구의 성장속도를 촉진시키려고 했었습니다. 지구인들이 다른 세상에서 늙어죽기 전에는 그들에게 지구로 돌아올 권리를 주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조금 과하게 먹히는 바람에, 지금 상황으로 보아…….”

 

이대로 놔두다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지구가 Upper세계로 진입할 것이고, 지구의 봉인이 풀려 지구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해도 곧 끔찍한 몬스터들과 higher existence들에게 몰살당하고 말 것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실로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노선을 일부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구의 성장속도를 둔화시키는 일인데, 이건 제가 구상해둔 Artifact를 Mage들과 함께 만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Hourglass of Eternity를 사용할 수 있는 때가 오면 바로 시행할 겁니다.”

“세상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일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군요?”

“세상의 성장을 빠르게 하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했는데 뭐. 새삼스럽지도 않아.”

 

예전에는 Magic과 영 친하지 않은 Yu Ilhan이었으나 지금 그에겐 Kim YeSeul, Kang MiRae, Erta라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Mage 동료가 있었다. 대화하고 있다 보면 조금 짜증나긴 하지만 Helianna 역시 실력으로는 초특급. 그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해낼 자신이 있다.

 

“두 번째로는 지구가 Upper세계가 되기 전 최대한 지구의 전력을 갖추고 육성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누가 쳐들어오든 막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 결실 중 하나가 Dragon 군단이고…… 이제부턴 지구인들과 연결된 세계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동료를 확보할 생각입니다.”

“우리 Ilhan이가 스스로 동료를 찾겠다고 말하다니……!”

“마치 처음 친구를 사귀러 놀이터에 데뷔하는 아이를 보는 듯한 뜨뜻미지근한 시선은 그만둬!”

 

최고전력 중 하나인 Kim YeSeul의 Yu Ilhan 단점은 바로 Yu Ilhan이 대응하기 곤란하다는 점이다. Yu Ilhan은 감동하는 어머니에게 전력으로 retort 걸고는 씩씩대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만 지구인들이 흩어진 모든 세상을 방문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우선은 프론트라인 연맹의 멤버들을 위주로 탐색할 생각입니다. 정말 다행히도 MiRae 씨가 차원을 넘는 능력을 얻은 덕분에 그 작업은 한결 수월할 것 같아요.”

“그렇다는 건 혹시.”

“네.”

Yu Ilhan의 대답을 예상한 Kang MiRae의 낯빛이 급속히 어두워졌다. 그러나 매정한 Yu Ilhan은 조금의 유예도 없이 뒷말을 이었다.

 

“인원을 쪼갤 생각입니다. 제가 수호성에 타고 MiRae 씨가 Sky Castle에 타게 될 거예요. Concealment 효과를 위해서 Mir는 Sky Castle에 타고, 나머지 인원은 양쪽 요새에 적절히 나뉘어…….”

 

거기까지 말한 순간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되었다. 전장을 방불케 하는 수 싸움과 신경전! Yu Ilhan은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 생긋 웃으며 종이 한 장을 들어보였다.

 

“적절히 나뉘어서 탈 수 있게 레벨과 클래스를 기준으로 목록을 작성해놨습니다.”

“…….”

 

Yu Ilhan도 언제까지고 당하지만은 않는다. 모두 배신당한 얼굴로 Yu Ilhan을 돌아보았으나 그는 이견도 반론도 허용하지 않았다.

Yu Ilhan은 4th Class가 넘은 멤버들 중에선 오직 Helianna와 Kim YeSeul을 제외하고는 전부 Kang MiRae 쪽으로 합류시켰는데, Liera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강행했다.

 

“혹시나 만약의 사태가 있을 수 있으니까 부탁할게, Liera.”

“끄으으으응, 다 그렇다 쳐도 저 서큐버스는 왜 Ilhan이가 데리고 가는 거야!”

[어머나. 전직 Angel 아가씨가 많이 불안하구나?]

 

발을 동동 구르며 불쾌감을 표현하는 Liera에게 Helianna가 히죽 웃어보였다. 그녀의 여유로운 표정이 Liera를 더더욱 열 받게 했다.

 

“당연히 불안하지! 왜 나는 Kang MiRae랑 같이 가게 하면서 저 서큐버스는!”

[그걸 굳이 말로 해야만 아는 걸까? 그야 당연히 우리 자기가…….]

“이 녀석은 존재 자체가 폭탄이니까 내가 취급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그리고 나랑 Helianna가 같이 있는 이상 무력 밸런스를 맞추려면 나머지 대다수 멤버를 MiRae 씨 쪽에 넣는 수밖에 없어.”

 

깐죽거리려던 Helianna 대신 Yu Ilhan이 냉정하고 담담하게 진실을 전달했다. 졸지에 폭탄 취급을 받은 Helianna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냥 곁에서 날 지켜주고 싶다고 하면 될 걸, 자기도 정말 부끄럼을 많이 탄다니까.]

“그러면 이대로 출발하겠습니다. 아, 그전에 통신기.”

 

Yu Ilhan이 새로운 통신기를 배부했다. 생김새 자체는 이전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 중에 전직 Angel였던 이들을 조금씩 자극하는 것이 있었다.

 

“Ilhan아, 너 이거…….”

“Angel의 고리잖아요!?”

 

Liera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뭐라 말하려던 순간 Erta가 버럭 외쳤다. Yu Ilhan은 두 Angel의 경악과 마주하며 헤헤 웃었다.

 

“차원을 넘어 의지를 전달하는 데 그만한 게 없더라고. 그 덕에 이젠 서로 다른 차원에 있어도 얼마든지 통화할 수 있어!”

“Yu Ilhan, 당신 정말 조금은 배려심이라는 걸…… 으으으으!”

“으으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Ilhan이랑 멀리서도 얘기할 수 있으니까 그걸로 됐나…….”

“안 돼욧! 전 납득할 수 없어욧!”

 

Dragon인 Yumir와 함께 다니면서 Dragon의 뼈로 만든 equipment 쓰는 시점에서 이미 글러먹은 것. 이미 갈 데까지 갔으니 괜찮나, 하는 심정으로 납득하고 마는 Liera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Erta. Yu Ilhan은 쩝, 입맛을 다시며 Erta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넌 반납해.”

“그건…….”

 

Erta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입을 다물고 통신기를 품에 집어넣었다. 살아가다보면 때로 누구나 아는 것을 모르는 척 외면해야 하는 때도 있는 법.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Yu Ilhan이 피식 웃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MiRae 씨 팀은 가족과 친지가 향한 세상을 먼저 확인해두는 게 좋겠네요.”

“배려해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할게요.”

“통신은 최소 하루 세 번, 그 외에도 중요한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주세요. 이쪽에서 바로 합류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Ilhan이 너 바람피우면 죽어! 사랑의 신 축복으로 다 알아!”

“시답잖은 걱정을. 난 너뿐이야.”

 

일행이 갈라졌다. Sky Castle을 Kang MiRae 일행에게 맡긴 것은 물론 Sky Castle의 장비가 더욱 강하고, Yu Ilhan이 없어도 Mystic이 알아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호성은 원래 Sky Castle에서 관할하지만, 따로 떨어지면 주인인 Yu Ilhan이 조종하는 기능 또한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면 먼저 어디로 갈 생각이니, 아들?”

 

Kang MiRae 일행이 Sky Castle에 탄 채 게이트를 넘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며 Kim YeSeul이 Yu Ilhan에게 뒤돌아서서는 물었다. Yu Ilhan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책임감 넘치고 정예 길드 못지않은 전력을 가진 사람들을 먼저 모을 거야.”

“정예 길드 못지않은? 길드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은다고 해놓고, 첫 타자가 길드가 아닌 거야?”

“Yeah. 이 사람들만 별개야.”

 

그 사람들이 누구인가 하면 물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강한 친구들 Suppression! 국가로부터 그런 허접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제자리를 지키며 국민들을 수호하기 위해 애쓰던 그들이라면 인성에는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두 번째 판단기준은 전력인데, 3rd Great Cataclysm이 일어나는 그 시점까지 Suppression은 여타 1류 길드에 지지 않는 레벨과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도 걱정은 없다. 결정적으로.

 

“Suppression은 같은 부대 출신 능력자들이 많이 뭉쳐 있는 편이거든. 그래서 겨우 열네 군데만 돌면 전부 모을 수 있어.”

[세상을 열네 군데 도는데 ‘겨우’란 말이지? 후훗.]

 

Yu Ilhan의 대수롭지 않은 말투에 Helianna가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신기한 일이야. lower existence가 마음대로 차원을 넘는 일은 여태까지 없었거든? 그런데 어쩌다 지구라는 좁은 세상에서 그런 Record적인 존재가 두 명이나 나타난 걸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지구의 인류가 다른 세상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시점에서부터 예견되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후흐, 자기와 함께 있으면 정말 재미나. 앞으로는 더 재미날 것 같아.]

“퍽이나 재미나겠다.”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란다. 그 때문에 위험해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어머, 너랑은 말이 조금 통하는구나?]

 

Army of Heaven, Brilliant Army of Light, Destruction Demon Army, Garden of Sunset까지 생각만 해도 멀미가 나는 놈들이 잔뜩 남아있는데 재미있겠다니.

물론 그것을 재밌겠다고 여길 만큼 강한 그녀를 아군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녀의 감정과 생각에 휩쓸렸다간 Yu Ilhan만 손해를 볼 뿐이었다. 그래서 Kim YeSeul을 자신의 팀에 끼워 넣은 것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함께하는 한 그는 제법 침착하고 냉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대빵부터 찾아가볼까. 안 죽고 살아있으면 좋겠는데.”

“아들, 강해졌구나.”

“점점 죽음에 무감각해져가는 것 같아 슬프긴 하지만 말이야.”

 

Yu Ilhan은 곧장 Warp를 발동시켰다. 목표로 하는 곳은 Yoon DaeHan 대령과 Suppression에서 그의 휘하에 속해있는 39명의 대원이 함께 머무르고 있는 세상 미도라. 처음 찾는 세상이었으나 이미 그와 몇 번이나 접촉했던 Yu Ilhan에게는 그 세상을 찾아내 Record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세상은 2차…… 아니, 3차인가?”

 

Warp 스킬이 성공적으로 발동해 미도라에 도착한 순간 마나의 밀도를 파악하며 대강 감을 잡는 Yu Ilhan. 워낙 많은 세상을 겪다 보니 이제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다른 세상이구나. 놀라운걸.”

“미안해요, 엄마. 많이 돌아다니면서 뭐 구경하고 할 시간은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찾아야 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 돌아다니지 않고 어떻게 찾는다는 말이니?”

 

Kim YeSeul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말에 Yu Ilhan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한 손을 들었다. 그의 손으로부터 흘러나온 보이지 않는 Magic의 실이 세상과 접촉한 순간, 그의 Record 스킬이 발동하여 세상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지금, 그게 대체.”

[어쩜…… 다시 반할 것 같아, 자기.]

 

그가 Record 스킬을 쓰는 것을 바로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인 Kim YeSeul이 그 터무니없는 힘에 놀라고, 서큐버스 퀸 Helianna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Yu Ilhan이 손에서 Magic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다 찾았다.”

“지금 다 찾았다고 말한 거니? 40명을?”

“그 중 5명이 죽긴 했지만, Yeah. 내 생각대로 같이 움직이고 있었어.”

“……놀라워라.”

 

Kim YeSeul이 아들의 능력에 대한 판단을 대폭 수정하는 가운데, Yu Ilhan은 지금 이 순간도 대원들과 함께 힘차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Yoon DaeHan 대령이 있는 곳을 향해 재차 Warp를 펼쳤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뒤로 물러서지 마, 놈이 노리는 건 그 틈이다!”

“이놈은 못 잡습니다, 저희에겐 불가능합니다!”

“잡을 수 있다! 우리가 이 숲까지 기어들어온 목적이 눈앞에 있어,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할 수 있다!”

 

4th Class, 레벨 230에 달하는 거대한 뱀과 사투를 벌이며 온갖 고함과 함성을 내지르는 군인들. 그곳에는 그들 외에 다른 이들도 있었지만 Yu Ilhan은 Suppression 소속의 전사들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이 Yu Ilhan이 만든 Artifact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저 정도 조무래기를 상대로 쩔쩔매는 인간들을 모아서 어쩌려는 거야, 자기?]

“넌 믿기 힘들겠지만 저 정도 수준이면 지구 랭킹 0.0001%야.”

[어머나, 그런 허섭스레기들을 모아서 정말 Upper세계를 지켜낼 수 있을까?]

“흥.”

 

Yu Ilhan은 그녀에게 코웃음을 쳐주며 Dragon Bone Spear을 하나 뽑아 쥐었다.

 

“Upper세계가 되기 전까지 전원 4th Class로 만들어놓을 테니 걱정 마시지.”

 

그리고 그 안에 별 힘도 주지 않고 가볍게 내던졌다.

 

[쿠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고 유성처럼 떨어져 내린 투창이 뱀의 몸통을 대지에 꿰었다. 놈이 녹색 피를 흩뿌리며 마구 몸을 비틀자 놈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던 자들이 모두 넋을 놓고 말았다.

 

“이 공격은, 어디서?”

“앗, 저 위를 봐! Heaven!”

 

Yu Ilhan이 일부러 뱀의 급소를 피해 살살 던졌음에도 뱀은 빈사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어쨌든 한 방에 죽지는 않았기에 수호성의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Yoon DaeHan 대령님!”

 

수호성 위에서 Ruin Calling을 펼쳐 하강할 준비를 하며 Yu Ilhan이 힘차게 외쳤다.

 

“저랑 지구 지키러 돌아가시죠!”

“아닙니다!”

 

대답은 의외로 곧장 돌아왔다. 투창이 뱀을 꿰어낸 순간, Yoon DaeHan은 그 투창의 주인이 Yu Ilhan이라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아니라니, 이렇게 대뜸 거절할 성격이 아닌데? Yu Ilhan이 갸웃하며 다시 한차례 목소리를 높이려던 순간, 대지에 발을 딛고 선 채 고개를 치켜든 Yoon DaeHan이 씩씩하고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저 지구에 있을 때 진급 좀 더 했습니다!”

“아, 미안해요.”

 

Yoon DaeHan ‘소장’을 포함한 Suppression 35명이 지구 지킴이 멤버에 포함되는 순간이었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것은 전설의 시작에 불과했다.

 

———————————————-

Chapter 38. 나를 따라오겠다면 – 4

———————————————-

 

Suppression의 나머지 멤버들을 모으는 일도 상당히 순조로웠다. Great Cataclysm이라는 것이 본디 최소 수 세기, 길게는 천 년 단위로 일어나는 것이다 보니 그 사이에 큰 변화를 겪은 세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계의 생물들이 지구인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Army of Heaven과의 계약이 지구의 강제 방출로 인해 깨진 상황이었기에, 이세계에서 머무르던 Suppression 멤버들 중 사망자가 나온 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정말 놀랍군요. Yu Ilhan 씨는 이미…… 인지의 영역을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Yu Ilhan과 함께하는 다섯 시간동안 그가 수호성을 다루는 모습이나, 쉽게 차원을 넘나드는 모습이나, 자신은 감히 쳐다보는 것조차 두려운 서큐버스 퀸이 그에게 간이라도 빼어줄 것처럼 아양을 떠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Yoon DaeHan은 어딘가 기가 빠진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대답하는 Yu Ilhan의 표정은 더더욱 기가 빠져 있었다.

 

“그건 처음부터 그랬어요.”

“처, 처음부터 말입니까?”

“네, 아마도 태어난 순간부터.”

“정말 굉장하군요…….”

“네, 굉장하죠?”

[풉, 푸후훗.]

 

모르는 이가 듣는다면 Yu Ilhan의 잘난 척이 짜증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Concealment 능력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은 Helianna는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는 Helianna를 무시하며 Yoon DaeHan에게 확인했다.

 

“이제 한군데 남았나요? Han YeoRang 대위님과,”

“Han YeoRang 대령입니다. 진급이 조금 빨랐습니다.”

“그래요, Han YeoRang 대령님과 병사 열둘이 향한 구운디아.”

“맞습니다. Suppression이 다시 모일 수 있게 되다니,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것도 설마 한나절도 걸리지 않아서…….”

“별로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닌데요 뭐.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합류할 거예요.”

 

세상에 대한 Record만 확보하고 있다면 Warp 스킬을 구사하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세상에 머무르고 있던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

그런 의미에서 볼 때 Suppression은 실로 경이로운 집단이었다. 13개의 세상을 돌면서 만난 Suppression 대원들이, 죽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Yu Ilhan에게 합류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Yu Ilhan이 가관이다 못해 장관에 가까운 현재 지구의 상황을 말해주었음에도!

 

역시 국가에 호구 잡혀 있던 것이 괜히 그랬던 것은 아니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은 Yu Ilhan이었으나 어쨌든 아군이 늘어난다면 좋은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향할 세상에서 Han YeoRang과 열두 명의 병사까지 합류한다면 족히 200명 이상의 3rd Class 부대가 생기게 될 것이다.

 

[어휴. 저것들을 언제 전력으로 만들려고 그래, 자기?]

“네 생각보다는 제법 여유가 있을 테니 걱정 마.”

“후훗.”

Kim YeSeul은 Yu Ilhan이 Helianna에게 퉁명스레 대답하는 것도 귀여운지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Yu Ilhan은 어머니의 시선도 무시하며 Warp 스킬을 발동했다. 이제 이름부터 이상한 세상 구운디아에서 Han YeoRang과 부하들을 빼내올 때였다.

 

문제는 바로 그곳에서 일어났다.

 

“이런.”

“왜 그러십니까?”

 

Yu Ilhan이 세상의 Record과 접촉하는, 언제 보아도 믿기지 않는 광경을 지켜보던 Yoon DaeHan이 그의 낭패어린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혹시 Han YeoRang이 죽은 것일까? 잔뜩 긴장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던 Yoon DaeHan은 돌아오는 Yu Ilhan의 대꾸에 말을 잃고 말았다.

 

“인류가 멸망했네요.”

“……예?”

“하지만 Han YeoRang 대령님은 살아있네요. 병사들도 대부분 살아있고…….”

 

Yu Ilhan은 그에게 설명을 해주다 말고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가 Record 스킬을 통해 읽어낸 바로는, 아무래도 일이 꼬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3rd Great Cataclysm이 일어난 지 4년. 이곳의 인류는 Great Cataclysm으로 인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어요.”

“그건…… 불행한 일이군요.”

 

Great Cataclysm이 일어난 직후야말로 가장 큰 혼돈의 시기다. 마나 밀도가 높아지면서 몬스터가 폭증하고, 지형이 마구 바뀌고, 온갖 재난이 그 세상에 발을 붙이고 있는 모든 생물을 공평하게 덮친다. 적어도 Great Cataclysm으로부터 30년 이상은 지나야 안정기로 접어들 수 있고, 그때까지 버텨내야만 인류에게 역사가 허락된다.

 

그러나 이 세상의 인류는 그것을 버텨내지 못했다.

 

“반대로 몬스터들에게 그것은 좋은 기회가 되었고, 그 결과 2년 만에 인류의 99.9% 정도가 죽었네요.”

“…….”

 

Yoon DaeHan은 수호성 위에서 구운디아의 정경을 내려다보면서도 도무지 Yu Ilhan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한없이 푸르고 평화로워 보이는 저 세상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났단 말인가?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Helianna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혼란의 주범은 언제나 인간이니까. 어쩐지 세상의 마나가 평화로워 보이더라.]

“하지만 혼란은 성장을 이끌기도 해. 인류가 없는 한 세상이 진화하지 않는 것처럼.”

[어쩜, 자기. 난 자기의 그런 생각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정작 그 성장통을 견뎌내지 못해 인류가 전멸했다는 게 실로 아이러니하긴 하다만…….”

[Army of Heaven도 진즉 발을 뺀 모양인걸? 그 불쾌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네 말이 맞아. 그들은 이곳에 없어.”

 

Yu Ilhan이 쓰게 웃었다. 이렇듯 멸망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실로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지구도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 무수한 이들의 죽음을 TV 영화 보듯 무감각하게 말할 수 있게 된 자신이 낯설기도 했다.

 

[…….]

 

그의 기분을 짐작한 Helianna는 까부는 것을 그만두고 조용히 그의 뒤로 물러났다. 평소 그녀가 인간과 문명, 세상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생각해본다면, 지금 Helianna의 행동은 그녀가 얼마나 단단히 사랑에 빠졌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안타깝지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지금 당장 세상의 몬스터를 전부 지워버리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런다고 몬스터가 다시는 생기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Yu Ilhan은 조금 더 생각하다가는 덧붙였다.

 

“그래서…… 어쩌면 Han YeoRang 대령님은 다시 Suppression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Han YeoRang의 레벨은 190이었다. 구운디아에서 살아남은 인간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고, 지금 이 자리에 모인 Suppression의 구성원들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녀를 제외하고 가장 레벨이 높은 Yoon DaeHan 소장이 173레벨이니,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많은 역경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즉, 어쩌면 지금 Han YeoRang 대령은……?”

“인류의 중심축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죠. 일단 확인하러 가야겠어요.”

 

생존인류의 현황을 완벽하게 파악한 Yu Ilhan은 곧장 Warp를 실시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철저한 저항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이었다.

 

[쿠후아아아아아!]

“오른쪽! 놈이 넘어온다!”

“이이이이익!”

“침착하게 대항해! 우리 위세가 커 보이면 적은 물러가게 되어있어!”

 

Yu Ilhan의 예상이 정확했다. 전장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으면서, 가장 씩씩하게 외치는 여성. Yu Ilhan이 만든 방어구를 반쯤 헤진 상태로 걸치고, 대검을 휘둘러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있는 흑발의 여성은 분명 Han YeoRang이었다.

 

“대령님 엄청 늠름하시네.”

“장난 아니게 강해……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밀리는군.”

 

Suppression 대원들이 몬스터에 저항하는 인간들을 보며 몸을 움찔거렸다. 아마 Yoon DaeHan이 돌격이라고 외치기만 하면 수호성에서 당장 뛰어내리지 않을까. Yu Ilhan이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대원 중 일부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대장님, 도와드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장님!”

“……Yu Ilhan 씨?”

“움직일 필요 없으니까 다들 가만히 있어요.”

 

Yu Ilhan은 쓰게 웃으며 한손을 들었다. 그 순간, 수호성이 궤도를 틀더니 바닥을 향해 터무니없는 속도로 내리꽂혔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악!]

 

Yu Ilhan이 한 짓은 간단했다. 그저 인간이 없고 몬스터가 최대한 모여있는 곳을 골라 급강하를 실시했을 뿐!

 

[Critical Hit!]

[Critical Hit!]

[크리티컬…….]

 

무지막지한 무게와 Magic을 품고 떨어져 내린 수호성은 일대의 몬스터를 초토화시키며 그 존재감을 드러냈고, 어설픈 석벽에 의지해 몬스터를 막아내고 있던 인간들은 그것을 보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건, 뭐지……?”

“운석? 아냐!”

 

“미리 알려주고 강하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요!”

“알려준다고 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괜찮기는 개뿔!”

“자, 그럼.”

 

Yu Ilhan은 급강하의 충격을 이기지 못해 바닥을 구르고 있는 Suppression 대원들에게 빙긋이 웃어주고는, 본격적으로 수호성의 힘을 방출해 몬스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호성은 Sky Castle에 비해 지닌 Artifact가 적다. 자체적인 전투력보다는 Defensive Strength, 그리고 병력을 운송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적은 Artifact로도 이 자리를 정리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쿠악!]

[크하아악!]

[크가각!]

 

몬스터들이 내지르는 비명 따위로는 이제 Yu Ilhan의 마음을 1미크론만큼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도 되는 것처럼 두 손을 휘저으며 몬스터들의 신음과 고함, 비명으로 교향곡을 연주했다.

인간들이 맞이한 최악의 위기가 한순간에 웃음거리가 되어버리고 만 상황. 과거 지구에서도 몇 번이고 되풀이된 일이었다.

 

“설마…….”

 

인간들을 지휘하다 말고 그 황당한 광경과 조우하게 된 Han YeoRang은 실로 오랜만에 여자의 직감을 깨웠다.

 

“Yu Ilhan 씨?”

“그게 누굽니까?”

“……아니.”

 

Han YeoRang의 바로 곁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가 그녀의 속삭임을 들은 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왔으나, 그녀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그가 이곳에 나타났을 확률도 적지만, 설령 정말로 나타났다고 해도 인류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자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 시집가고 싶다고 히스테리를 부리던 육군 소위이던 시절과는 다른 것이다.

 

“아무것도 아냐. 경계를 풀지 말고 몬스터들을 몰아내. 그리고 저 성에는 되도록 먼저 다가가지 않도록!”

 

전투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단 한 번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고 오직 수호성의 힘만으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것도 전투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정말…….”

“다 사라졌어. 그렇게나 끔찍하게 밀려오던 놈들이, 전부…….”

 

그것은 이미 higher existence들과의 전투에 익숙해진 Yu Ilhan에게는 싱겁기 그지없는 일이었지만 그곳에 사는 인간들에게는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생존자들은 몬스터가 전멸하는 것과 동시에 움직임을 멈춘 수호성을 향해 짙은 경외와 두려움이 섞인 눈길을 보낼 뿐, 차마 근처로 다가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근방은 얼추 정리됐네요. 저는 우선 나머지를 정리하고 올 테니, 소장님은 먼저 나가서 Han YeoRang 씨한테 설명을 해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호성의 Barrier가 해제되고 Yoon DaeHan을 비롯한 몇몇의 Suppression 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즉각 경계 태세를 취했으나 Han YeoRang이 그것을 제재했다.

몬스터들을 그렇게 가볍게 쓸어버린 이들을 상대로 적의를 표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모습을 드러낸 자들이 그녀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장님!”

“이럴 수가, 설마 대장님께서!?”

 

Han YeoRang과 함께 구운디아에서 전투를 벌여온 소수의 Suppression 대원들 역시 금세 Yoon DaeHan을 알아보고는 환호했다. 물론 Han YeoRang은 자신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Yoon DaeHan을 본 순간 눈가에 눈물이 찔끔 맺힌 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구에서 항상 많은 숫자의 동료들과 함께했던 그녀에게, 지난 투쟁의 세월들은 지나치게 가혹했던 것이다.

 

“대장님, 이곳까지 어떻게…….”

“물론 알고는 있겠지만 내 능력이 아니다. Yu Ilhan 씨와 함께 와 있어.”

“아…….”

 

그 말을 듣는 Han YeoRang의 얼굴에 도무지 감출 수 없는 기쁨의 감정이 가득 찼다. 그녀는 수하들을 생각해 어떻게든 표정관리를 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잘 되지는 않았다.

 

Yoon DaeHan은 그것을 보며 ‘서큐버스 퀸이 있는 이상 너에겐 전혀 가망이 없단다.’ 하고 잔혹한 진실을 전해주어야 할지 고민했으나, 이내 입맛을 다시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지금은 기뻐하도록 놔두자. 아마 Han YeoRang에게는 그동안 기뻐할 일보다는 슬퍼할 일이 더 많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대장님…… 그 Yu Ilhan 씨는 어째서 나오지 않는 겁니까?”

“Yu Ilhan 씨는.”

 

Yoon DaeHan이 뭐라고 대꾸하려던 찰나 수호성의 모습이 그곳에서 씻은 듯이 사라졌다. Han YeoRang을 비롯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전부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가운데 그는 쓴웃음과 함께 설명했다.

 

“이 세상을 정리하고 온다더군.”

“이, 세상을……?”

“그래.”

 

갑자기 너무나 커져버린 스케일을 받아들이지 못해 멍한 목소리로 반문하는 Han YeoRang에게, Yoon DaeHan은 조금의 오해의 여지도 없도록 확실하게 설명해주었다.

 

“아마 당분간 이 세상에서 몬스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될 거다. 그러니……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깐 얘기를 하지, Han YeoRang 대령.”

 

Yu Ilhan은 그로부터 13시간이 지나 돌아왔다. 구운디아의 몬스터를 전멸시키고서.

 

———————————————-

Chapter 38. 나를 따라오겠다면 – 5

———————————————-

 

그들이 돌아온 시각은 구운디아 기준으로 새벽 네 시. 세상이 정상이었더라면 모두가 단잠에 빠져 있었을 시간이지만, 자나 깨나 몬스터를 경계해야 하는 구운디아의 인간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요새 내 곳곳에 불이 들어와 있었고, 경계병들은 수호성의 Concealment을 거두고 나타난 Yu Ilhan 일행을 보며 저항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분위기 한 번 끝내주는걸.]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이구나.”

“몬스터를 다 지우고 오겠다고 얘기를 했을 텐데 왜 저러고 있지?”

[자기라면 낯선 사람이 Army of Heaven을 비롯한 모든 higher existence집단을 정리하고 오겠다고 하면 마음 놓고 지구에서 쉴 거야?]

“맞는 말을 하니까 더 얄밉네.”

 

설마 문도 안 열어주려는 것인가 싶었는데, Han YeoRang으로부터 별도의 지시가 있었던 것인지 아무런 충돌 없이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Yu Ilhan 일행을 보며 수군거리는 것까지는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저 남자가…….”

“틀림없어. 저런 미인을 둘이나 대동하고 있잖아.”

“어머어머.”

 

미인이라는 얘기를 듣자 Kim YeSeul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Yu Ilhan은 어머니의 주책에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Helianna가 쓸데없이 자신의 힘을 드러내어 난장판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흉악스럽고 폭력적인 Magic을 감추고 있을 셈인 모양이었다.

 

“오셨습니까.”

“아, 소장님. 그리고…….”

“오랜만입니다.”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안내되어 간 곳에는 Yoon DaeHan 소장은 물론이고 Han YeoRang 본인이 Yu Ilhan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헤진 갑옷을 입고 있는 채였지만 어딘가 늠름한 기상이 느껴지는 것이, 사람들을 이끄는 자의 품격이 엿보였다. 그녀는 Kim YeSeul과 Helianna의 모습을 확인하고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Yu Ilhan을 맞이했다.

 

“Han YeoRang 대령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Han YeoRang의 담담한 목소리가 Yu Ilhan에게는 무척 자연스럽게 들렸다. 애초에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기 때문이다. 관계가 있다고 한다면 Suppression과 Suppression에 무기를 납품한 상인 정도의 관계였다.

 

“Han YeoRang 대령님도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일단 몬스터들을 다 지우고 오기는 했는데…… 아직 세상이 안정된 상황이 아닌지라, 언제 또 폭증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어요.”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랍습니다.”

 

마치 뒤뜰의 풀을 뽑고 왔다는 듯 가벼운 말투로 몬스터의 전멸을 말하는 Yu Ilhan에게 Han YeoRang은 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했을까? Yoon DaeHan에게 들어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는 Yu Ilhan과 자신이 이미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해야 했다. Yu Ilhan은 그녀가 얼마나 아득한 감정을 느끼는지는 꿈에도 모르는 채 말했다.

 

“원래는 Han YeoRang 대령님과 Suppression 대원들까지 모두 지구로 데려가고 싶었어요. 지금 지구는…….”

“네, 다 들었습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어쩌면 근시일 내에 Upper세계로 Leap할 수도 있다고…….”

 

설명이 필요 없어져서 다행이다. Yu Ilhan은 어깨를 으쓱하며 뒤를 이었다.

 

“그런데 Han YeoRang 대령님이 이곳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저야 대령님이 원한다면 지구로 데려가고 싶지만…….”

“아뇨.”

 

그녀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Yu Ilhan이 예상하던 바 그대로였다.

 

“저를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저 혼자 지구로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도망이 아닐 텐데요. 지구는 아마 여기보다 더 빡세질 텐데.”

“하지만 Yu Ilhan 씨가 있습니다.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지구는 이 세상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장소가 되겠지요.”

 

과대평가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런데 Yu Ilhan이 몸서리를 치고 있던 그때 Han YeoRang이 더욱 큰 폭탄을 날렸다.

 

“그러니…… 저희 모두를 받아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네?”

 

Yu Ilhan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의심해 반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이 요새에 생존인원은 고작 3만입니다. 지금도 버티는 게 고작일 뿐이고, 설령 앞으로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삶에 큰 희망은 없겠죠.”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몬스터와 맞서 싸우고, 싸우지 않는 때에도 늘 전쟁을 준비하며 몬스터를 두려워하는 삶. 그것을 삶이라 부를 수는 없을 터이다.

 

“그렇다고 해도 3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터전은 알아서 잡겠습니다. 지금 지구에도 주인이 없는 땅은 많으니까요. 저는 단지 Yu Ilhan 씨의 보호를 받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이 닿는 곳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

 

Yu Ilhan은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Yoon DaeHan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를 도와 Han YeoRang을 설득해줄 줄 알았던 Yoon DaeHan은 오히려 반대로 Yu Ilhan을 설득하려 들었다.

 

“실은 이미 어느 정도 의견이 모였습니다. Yu Ilhan 씨가 허가만 한다면 모두가 기꺼이 지구로 따라올 겁니다.”

“Upper세계가 뭔지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지구가 곧 전쟁터가 된다니까요? 이런 몬스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힘을 부리는 존재들의 전쟁터가!”

“그럼에도 이곳에서 이대로 말라비틀어져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맙소사.”

 

그는 도무지 이 인간들이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Kim YeSeul은 흐뭇하게 웃었고, Helianna 역시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재미나다니까. 자기는 지금 인간이 끝내 파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목도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든 지금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간힘을 쓰면서, 끝내 더 나쁜 방향으로 달려가고 마는 거지. 새로운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건 네가 속해 있었던 Destruction Demon Army도 마찬가지잖아.”

[어머나, 글쎄? Destruction Demon Army의 목표는 파멸이야, 자기. 모든 것을, 자기 자신까지 집어삼키고 마는 파멸. 그러니까 Destruction Demon Army은 확고한 목표 설정과 그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지.]

“정말 지랄 같은 놈들이네.”

[하지만 자기, 자기는 Destruction Demon Army과 달라.]

 

Helianna의 고혹적인 미소가 Yu Ilhan의 마음을 붙잡으려 들었다.

 

[자기는 지구를 멸망하게 내버려둘 셈은 아니잖아?]

“그건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바람일 뿐이지. 하지만 뭐, 그래.”

[그렇지? 그런 자기의 굳은 마음과 그것을 현실로 바꾸어버리는 행동력, 사람들은 거기에 끌리는 거야. 보다 위대한 자가 보다 하찮은 자의 숭배를 받는 것,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러니 그런 Yu Ilhan을 믿고 따라오는 한, 이 사람들도 그리 틀린 선택을 한 것은 아니라 이건가. 역시 복잡하다.

 

[후후후, 고민하는 얼굴도 어쩜 이리 귀여울까……?]

“흥.”

 

그는 자기 코앞으로 다가온 Helianna의 얼굴을 주저 없이 밀어냈지만, 그 손길에는 아주 조금 힘이 빠져 있었다. 귀신같이 그것을 캐치한 Helianna의 입가에 재차 미소가 걸렸다.

 

“좋아요, 그럼. 3만 명, 모두 지구로 옮겨주죠. 까짓 어려운 일도 아녜요.”

“감사합니다.”

 

자신과도 비교도 되지 않는 아득한 수준의 힘과 Magic,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을 지니고 Yu Ilhan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Helianna의 모습을 보며 아주 살짝 낯빛이 어두워졌던 Han YeoRang이었으나 그의 허가가 떨어지자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던 치기어린 어린 날의 모습은 이미 그녀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Yu Ilhan은 일행과 함께 요새 성벽 위로 올라갔다. 천천히 종이 울려 퍼지고, 알람 Magic이 가동하고, 전투의 피로를 이기지 못해 쓰러져 자고 있던 이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켜 바깥으로 나왔다. 비전투 병력까지 모두가 빠짐없이 성벽 아래에 모이자 Han YeoRang이 목소리를 높여 선언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지구로 간다! 내가 태어난 곳이며, 절대자가 다스리는 땅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다렸던 것처럼 울려 퍼지는 함성. 설마 절대자란 자신을 말하는 것인가, Yu Ilhan은 우울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힘찼고, 그에겐 더는 그것을 부정할 기력도 없었다.

 

“이미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면 곧장 실행하죠. 모두 수호성에 올라타세요. 한꺼번에 옮겨가겠습니다.”

“이 많은 이들을…… 한꺼번에 말입니까?”

“얼마든지요.”

 

이미 지구로는 몇 번이고 차원이동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대동하더라도 소모하는 마나는 그렇게까지 크지 않은 것. Yu Ilhan은 수호성의 Barrier를 해제하고 Suppression 대원들의 통솔에 맡겨 이 세상의 인구를 전부 성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꼭 챙겨가야 하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자신의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모두가 성에 올랐다. 버려진 요새, 버려진 대지, 버려진 Heaven. Yu Ilhan은 몬스터가 전멸당하고 인간마저 빠져나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 구운디아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Abandoned World은 어떻게 되는 걸까?”

[글쎄? 아마 계속 이대로 버려진 채 남게 되겠지? 마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니 몬스터들은 계속 나타나겠지만, 그들은 생성과 소멸, 파괴만을 반복할 테니 세계가 앞으로 나아갈 일은 아마 영원히 없을 거야.]

“그건, 어떻게 보면 세상의 시간이 더는 흘러가지 않게 된다는 말과 같구나……. 모든 것이 멈추어 있는 세상, 그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야.”

 

Helianna의 말에서 쓸쓸함을 느낀 Kim YeSeul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직 Helianna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우리 자기라면 그걸 조금 다르게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어떻게? 나보고 이 세상에 주기적으로 찾아와 몬스터 청소라도 하라고?”

[아냐. 아냐, 자기. 지금 자기는 이 세상의 인류를 지구로 복속시키고 있잖아.]

“그래서?”

[……후후, 나머지는 비밀. 우리 자기라면 금세 스스로 힘으로 알아낼 테니까.]

“너…….”

[후후.]

 

말을 마치곤 Yu Ilhan을 지그시 바라보는 Helianna. Yu Ilhan에게는 익숙한 시선이었다. 언제나 Liera가 자신을 향해오는 시선과 너무나 비슷했던 것이다. 그는 뭔가 말하려 입술을 달싹이다가는 이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 여자와 상대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가치관과 행동기준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존재니까.

존재부터가 이치에 맞지 않는 그녀. Destruction Demon Army 출신이라 그런 것일까? 아무리 자신의 곁에 두고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그녀와 함께한 것은 그의 실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지구로 출발하겠습니다.”

“지구, 어떤 세상일까?”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분이 다스리는 세상이다. 분명 이곳보다도 더 험악하겠지.”

“하지만…… 하지만 그곳에는 이곳에서와는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Han YeoRang 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두려워할 것은 어디에도 없어!”

 

Han YeoRang에의 믿음, 그리고 절대자에의 경외. 두 가지가 사람들을 강렬하게 Rule하고 있었다. 다들 헛짓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Yu Ilhan은 끝내 지구로 향하는 Warp 스킬을 발동시켰다.

 

“와아.”

“이 세상은…….”

 

차원의 벽을 넘어 지구에 도달한 순간, 수호성에 타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곳곳에 우거진 수풀, 무식한 높이로 솟아오른 절벽!

Heaven로 역류하여 지상과 Heaven 사이에 만들어진 바다의 터널, 바로 그 위를 떠다니는 수많은 돌섬과 그 사이를 잇는 무지개다리! 꿈에나 나올 법한 도원향이 지구에 펼쳐져 있었으니까!

 

“아름다워.”

“정말 아름다워…….”

“설마 이런 세상을, Lord께서?”

 

모든 이가 경악하며 Yu Ilhan을 돌아보았다. Han YeoRang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제아무리 그녀가 자신을 컨트롤하는 데 능숙해졌다고 해도, 이런 장관을 앞에 두고는 소녀의 감성을 되찾을 수밖에 없었다.

 

“대단해요, Ilhan 씨……!”

 

Yu Ilhan은 하하, 마른 웃음을 흘렸다. 사실 그가 다른 누구보다도 경악했다고는, 다른 이들에게는 죽어도 말할 수 없으리라.

 

지구의 안정화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지구가 완전히 Upper 세계로 Leap하기 전에, 바로 지금! 당장!

 

———————————————-

Chapter 38. 나를 따라오겠다면 – 6

———————————————-

 

“Erta?”

[네, Yu Ilhan. 무슨 일인가요?]

 

Yu Ilhan의 통신에 대꾸하는 Erta의 목소리는 평온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이 팀은 아직 지구에 일어난 변화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MiRae 씨한테 부탁해서 너만 먼저 지구로 돌아와 줄 수 있을까?”

[급한 일이군요? 알겠습니다.]

 

Erta에게는 무수한 좋은 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은 현명하고 일처리가 빠르다는 것이다. Yu Ilhan은 짧고 빠르게 통신을 끝낸 후, 세상을 둘러보며 여전히 넋이 나가 있는 이들을 향해 마나를 담은 강렬한 박수 한 번으로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했다.

 

“이미 알고는 있겠지만 이 세상 지구의 인류는 많은 다른 세상에 퍼져 있는 상황입니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주인이 있는 땅에 살도록 놔둘 수도 없죠. 하지만 Dungeon이나 몬스터의 대량 발생으로 인해 인구가 전멸한 지역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 그중 한 곳을 골라 여러분들의 터전을 마련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구에 일어난 예기치 못한 오류 때문에 지금부터는 그 수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그러니 그동안 Suppression 대원 여러분들이 Han YeoRang 씨를 도와주셨으면 하는데…….”

“기꺼이.”

 

Yoon DaeHan 소장은 그 말만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Yu Ilhan이 자신들을 배려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렴 어떠랴, 착각하고 있으라지. 그는 곧장 미리 자신이 봐두었던 장소로 수호성을 이동시켰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베네수엘라였다.

 

“이 장소는…….”

“제가 더러운 꼴을 겪고, 더러운 짓을 저지른 장소죠. ……지금까지도 미련이 남는 장소기도 하고요.”

“Yu Ilhan 씨…….”

 

3만 명이 모두 그곳에 내렸다. 베네수엘라에 적을 두고 있던 이들은 과거 모두 죽고 말았고, 과거 이 토지는 3천만 명을 수용하고 있었다. 3만 명이 살기에는 차고 넘칠 것이다. 매우 오랜 세월이 흘러 그들이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고 번영할 것을 고려해도, 이 정도 환경이라면 충분할 것이다.

 

“몬스터는 조금 위험하겠지만 지금 Suppression 수준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아.”

 

Yu Ilhan은 Vanguard 창고에 쌓여 있던 Unique (Ilhan) Rank의 Artifact들을 가지고 와 Suppression 멤버들에게 새로이 지급했다. 그들이 이전에 쓰던 것도 물론 좋은 물품이지만, Yu Ilhan이 지금보다 훨씬 못한 실력을 지니고 있을 때 만든 양산형이었다. 아마 equipment 바꾼 것만으로 당장 무력이 세 배로 뛰었으리라.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부담 갖지 말고 쓰세요. 저는 일단 이 주위를 한 번 정리하고 돌아가겠습니다.”

Yu Ilhan은 Han YeoRang과 Yoon DaeHan에게 각각 통신기를 하나씩 건네었다.

 

“위기 상황이 오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바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힘내요.”

“Yu Ilhan 씨가 이 세계에 계시는 한,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게 아닌데…… 에휴.”

 

Yu Ilhan은 완강한 Han YeoRang의 태도에 그저 한숨을 쉬며 돌아설 뿐이었다.

 

저들은 아직까지도 Upper세계가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냥 그들을 구운디아에 놔두고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구운디아를 버티지 못하겠다고 Yu Ilhan을 따라온 이들인 것을. 어쩌면 Helianna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저 갑갑한 지금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끝내 파멸 속으로 빠져드는 것일지도.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는 없지만.’

 

Yu Ilhan은 돌아가는 길에 베네수엘라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놓았다. 일단 몬스터들을 깔끔하게 밀어버리고, 바로 그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이용한 각종 함정과 자동전투 병기를 설치해놓은 것이다.

어지간한 수준 이상의 괴물, 그러니까 마귀 같은 놈들이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작동하여 놈들을 요격하고 Yu Ilhan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 것이다. Upper세계로 Leap하기 전까지는 이 정도 준비만 해두어도 그들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

 

[어쩜, 상냥해라.]

“정말 상냥한 인간이었더라면 저들을 지구로 끌고 오는 일이 없었겠지.”

 

Yu Ilhan은 코웃음을 치며 Helianna의 말에 대꾸하고는 한국, 그중에서도 과거 강남 Kiroa의 게이트가 있었던 공터로 이동했다. 물론 지금은 그 게이트도 사라지고 없지만, 과거 이 일대는 Yu Ilhan의 땅이었다. 그리고 Yu Ilhan은 그 땅을 들어내어 Sky Castle을 만들었다.

 

[어머나…… 근사해라.]

“정말 멋지구나.”

 

어마어마한 규모의 땅이 떨어져나가 크레이터처럼 움푹 파여 있던 그 장소에는 어느덧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져 있었다. 더욱이 수면이 은은하게 반짝이고, 종종 그 위로 물줄기가 솟구쳐 특유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호수가 Magic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음을 짐작케 했다.

 

“Yu Ilhan, 왔습니다. ……이런.”

 

게이트를 타고 곧장 Yu Ilhan이 있는 곳에 도착한 Erta 역시 그 장관을 보았다. 어디 그뿐인가? 대지와 Heaven과 바다 모두가 기이하게 어그러지고 변화해가는 지구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지구의 Upper세계Leap이 진행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무척 빠르게.

 

“그래도 몇 년은 걸릴 거라고 하지 않았었나요?”

“응, 내 희망사항은 그랬지.”

“하긴 인간인 당신이 변화 시기를 정확히 예상할 수 있을 리가 없지요.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군요. 그래서? 당신이 준비한 것이 있겠지요? 저를 부른 것도 그 때문일 테고요.”

“맞아.”

 

Yu Ilhan은 바로 얼마 전 Helianna의 육신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Paté의 힘을 빌렸던 것을 기억해내며 입을 열어 자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지금 그가 지구에 펼치려는 Magic 또한 그것과 본질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부터 엄마의 Magic을 이용해서 지구에 적용되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늦출 생각이야. 거기에 소모되는 마나는 지구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마나로 충당하면서.”

“그…….”

 

Yu Ilhan이 하는 말이 언제나 그렇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이없는 선언 중 하나였다. Erta는 차마 그에게는 대꾸하지 못하고 Kim YeSeul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말만 들으면 절대로 불가능할 것처럼 들리는데…… 어떤가요, Kim YeSeul? 가능할 것 같나요?”

“우리 아들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니? 나는 아들을 믿는단다.”

[재미있겠는걸. 구체적인 방안을 듣고 싶어, 자기.]

“좋아. 차근차근 설명해주지.”

 

가능하다면 Kang MiRae의 도움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금 그녀에게도 다른 중요한 일이 있는 만큼 여기 있는 인원으로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엔 없다. Yu Ilhan은 우선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일행과 함께 호수 중앙으로 노를 저었다.

 

“여기에서 magic formation을 만들 거야.”

“이 호수에 말이니? 그것만으로 되겠어?”

“아니, 당연히 안 되지. 여기에서 만든 Artifact를 이용해서 지구 전체에 magic formation을 그릴 거야.”

[어머나, Artifact로 지구에 magic formation을 만든다구?]

“지구 전체!?”

 

Erta는 그 말을 듣고 떠오른 것이 있었다.

 

“Daréu의 고대 엘프 magic formation. 맙소사.”

“그래. 그 강화 버전이지. 그러니까…… Han YeoRang 씨가 한 말을, 결과적으로 그리 틀리지 않은 말로 만들 생각이야.”

 

지구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자신밖에 없다면, 정말로 지구를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Yu Ilhan은 기꺼이 지구의 Lord가 될 생각이었다. 누구도 허락한 적은 없지만, 허락받을 생각도 없다.

 

그의 마음을 알아챈 Helianna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후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고 있잖아, 자기. 어쩌면 우리는 이미 마음이 맞고 있는 걸까. 아이, 기뻐라.]

“굉장히 기분 나쁜 여자군요.”

“나도 동감이지만 지금은 기 싸움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집중해.”

 

Yu Ilhan은 공간과 시간을 다루는 Magic을 잘 알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magic formation을 만든다고 해도 Kim YeSeul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모든 힘을 구현할 수 있는 Artifact를 만들어내어, 그것으로 지구 전체에 magic formation을 새기고 발동. 마지막으로 magic formation의 효과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마무리까지 해야 했다.

 

“마침 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아. 호수에 마나가 가득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쩜.]

 

Yu Ilhan이 손을 휘젓자, 그의 인도를 따라 호수 표면의 물이 솟구쳐 오르더니 허공에 정교한 조각상의 모습으로 얼었다.

두 쌍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아름다운 Angel, 다름 아닌 Liera의 6th Class Senior Angel 시절 모습이었다. Kim YeSeul은 대체 그가 무슨 묘기를 부린 것인지 궁금해 하다가 이내 아들의 달라진 점을 깨달았다.

 

“어머, 아들이 입고 있는 갑옷 언제 바뀐 거야?”

“눈보라 싸늘한 폭군의 믹스트 본 Full plate armor. 물을 다뤄 얼음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Artifact야. Artifact는 이 갑옷의 힘을 뽑아내서 만들 거야.”

[근사해라. 자기, 내 조각상도 만들어주면 안 돼?]

“나중에 마음 내키면.”

 

그가 손을 휘젓자 조각상이 다시 물로 변해 수면과 합류했다.

 

“이래서 여기 모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 엄마의 능력을, magic formation의 형태로 바꾸어낼 수 있을까?”

“혼자서라면 힘들겠구나.”

[해볼게, 자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도 미력하나마 돕겠습니다. 다행히 magic formation은 제 전문분야입니다.”

“좋아. 그러면 그 작업은 셋한테 맡길게. 난 그동안.”

 

Yu Ilhan이 갑옷을 벗었다. 그리고 5th Class magic stone을 하나 꺼내어 믹스트 본 Full plate armor의 능력 중 물과 관련된 모든 능력을 추출했다. Full plate armor는 금세 먼지가 되어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이 호수를 Artifact로 만들게.”

[Legend Rank의 Artifact를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버리다니.]

“내게 필요한 건 물을 다루는 능력이지 그 갑옷이 아니니까.”

 

이어서 Yu Ilhan은 믿기지 않는 짓을 했다. 물의 힘이 담긴 higher existence의 magic stone을 아무런 미련 없이 호수에 떨어트린 것이다. 그것을 보며 제아무리 Helianna라도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괜찮아?]

“지금부턴 집중할 생각이거든. 건드리지 마.”

 

Yu Ilhan은 지그시 눈을 감고 한 손을 수면에 가져다 대었다. 그가 지금 호수에 하려는 일은 지극히 간단했다. 호수 전체를 통제할 능력을 지닌 magic stone을 바탕으로, 호수를 이루는 물을 모두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 사념을 부여하는 것!

쉽게 표현하자면 워터 골렘을 만드는 일이었다. 물론, 궁극의 영역에 도달한 Magic Engineering과 Mana Crafting 능력, 그리고 Soul Enchant 능력이 없다면 차마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Mana Crafting와 동시에 Soul Enchant를 발동하자. 여기에 적당한 사념을…… 그래. 네가 가장 좋겠어.’

[제정신, 인가……?]

 

그에게 대꾸하는 목소리는 지극히 낮았고, Curse로 들끓었다. 그러나 놈과 대치했던 때 이후로도 무수한 수라장을 겪어온 Yu Ilhan에게 이 정도는 애교였다.

 

‘제정신이야. 지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라면 아마 네가 가장 강할 테니까.’

[그 이상으로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이제 와서 그 정도 협박에 쫄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인데. 너도 내 안에서 여태까지 충분히 보아왔을 거야. 가장 쉽게 알려줄까?’

 

Yu Ilhan은 아무리 괴성을 질러봤자 그의 정신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higher existence의 사념을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네가 응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사념을 이용할 뿐이고, 그 결과 지구의 수호력이 약해진다고 해도 너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내 안에 파묻혀 절망하고 Curse하는 수밖에 없지. 아니, 그냥 너를 다른 사념에게 먹여 강화시키는 방법도 있겠는데.’

[협박에는 능하지 못하군. 아니면, 정말로 내가 네놈을 따르든 말든 관계가 없기 때문인가.]

‘잘 알고 있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나는…… 자유를 원한다.]

‘너는 이미 끝났어. 너는 이미 네가 아니고, 따라서 생전의 네가 어떤 생각을 했건 그것은 지금의 너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그럼에도 나는…… 자유를 원한다.]

‘그렇다면 좋아. 협상은 결렬이군.’

[하지만.]

 

사념이 Yu Ilhan의 결단을 붙들었다.

 

[앞으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잠깐은 네놈의 말을 따르겠다.]

‘너도 정말 협상에 능하지 못한데.’

[나는 언제나 네놈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협상에 능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네놈의 탓이다.]

‘하, 누구 탓을. 좋아, 그러면 시작하자.’

 

Yu Ilhan은 마스터 경지의 Rule 스킬을 발동하며 짓궂게 웃었다. 놈의 이름을, Akashic Records에 새겨진 개념을 입에 읊었다.

 

“Chaos 윌, 내 subordinate 되어라.”

[……승낙하겠다.]

 

흉악과 최악이 손을 잡은 순간이었다.

 

———————————————-

Chapter 38. 나를 따라오겠다면 – 7

———————————————-

 

Chaos 윌이 Yu Ilhan에게 복속된 순간, 그는 즉각적으로 놈을 호수에 개방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5th Class magic stone으로 호수 전체를 붙들고, 그 안에 놈을 퍼트렸다고 보아야 타당했다.

 

마스터 레벨의 Mana Crafting가, Soul Enchant가 동시에 발현되어 호수를 골렘으로 바꾸었다. Chaos 윌은 호수 전체로 자신의 의식을 확장하며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고, 수면 위로 찌그러진 Yu Ilhan의 얼굴을 만들어 보이는 것으로 자신이 새로운 몸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자식이.”

[흥.]

 

[Guardian’s Will가 완성되었습니다.]

[Guardian’s Will]

[Rank – Demi-God]

[내구력 – 물이 한 방울이라도 남아있는 한 결코 소멸하지 않음]

[옵션 –

1. 하위Rank의 flame에는 증발하지 않는다.

2. 의지에 따라 몸체를 얼음이나 증기로 변화시킬 수 있다.

3. 물을 흡수해 자신의 육신으로 삼을 수 있다.

4. 지구에서 모든 능력이 40% 증가]

 

혼돈을 품고 있었던 녀석이 Guardian’s Will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퍽 우스워 혼자 낄낄거리고 있자니 Kim YeSeul이 그에게 물었다.

 

“아들, 지금 뭐 한 거니?”

“호수를 골렘으로 만들었어.”

“오늘 아침으로는 토스트를 먹었다는 듯이 그렇게 태연하게 할 말은 아니네요! magic formation을 그리는 Artifact를 만든다더니 골렘!? 김치를 담근다면서 고기를 써는 것과 뭐가 다르죳!?”

“하지만 난 거짓말을 한 적은 없어. Guardian’s Will가 직접 magic formation을 그리게 될 거야.”

“……!”

 

똑똑한 Erta는 그것만으로 Yu Ilhan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단숨에 이해했다. Kim YeSeul과 Helianna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머나, 그런 발상은 대체 어떻게 해낸 걸까? 확실히 이 골렘이라면 그게 가능할 지도 몰라. 마나도 충분하고,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도 있고…….]

“대지에 스며들고, 필요하다면 힘을 발휘해 지면을 깎아내는 것도 가능하겠어요. 무슨 생각을 하나 했더니 이건 정말…… 터무니가 없군요.”

“그러니까 이제 남은 건 magic formation 뿐이야.”

 

Yu Ilhan은 이제 막 탄생한 호수 골렘 Guardian’s Will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하며 일행에게 고했다.

 

“최대한 빨리, 지구의 흐름을 붙잡아둘 수 있는 magic formation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맡겨두렴. 이제 어느 정도 가닥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만은 Yu Ilhan이 조급해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magic formation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magic formation을 보조해줄 Artifact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지구의 Upper세계 Leap을 늦추기 위해선 magic formation만 믿고 있을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하지 않겠는가? Yu Ilhan은 그것을 위해 Angel와 Fallen Angel의 깃털을 따로 뽑아내기 시작했다.

 

[Hundred Eyes와 비슷한 장치인가?]

“그야 깃털을 사용하니 원리는 같겠지만, 목적은 판이하게 달라.”

 

Angel와 Fallen Angel의 깃털에는 에너지를 일정한 성질로 변형하고, 압축하여 쏘아내는 힘이 깃들어 있다. Yu Ilhan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에너지를 받아들여 압축하는 부분이었다.

 

지구가 진화하는 것은 결국 지구의 마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나 밀도가 높아지지 못하게 하면 진화 또한 늦추어지지 않겠는가! 깃털을 이용해 마나를 빨아들여 압축하고, 그것을 그대로 사라지게 한다면!

 

[어디로 사라지게 하려는 것이지?]

“Daréu.”

[주인…….]

“Daréu에서의 전쟁은 일단락이 되었고, 그쪽은 6th Great Cataclysm이 아직 한참 남았을 테니 문제가 없지. Daréu에도 그냥 풀어버리겠다는 게 아냐. 마나를 집결시키는 장치를 또 따로 만들어둘 거야.”

[다 좋다 치고, 마나가 차원을 넘도록 하는 수단은 있는가?]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그건 내 Warp 스킬의 능력을 Artifact에 담으면 해결되는 일이지. 어때, 간단하지?”

[호오, 퍽이나 간단하군.]

 

Yu Ilhan은 Orochi의 비꼼을 무시하고 우선 Daréu에 놓을 Artifact를 먼저 제작했다. 많은 에너지를 압축해 보관해야 하는 만큼 Yu Ilhan이 소재로 선택한 것은 물론 광휘의 8익 Nathiel! 그는 Nathiel가 살아생전 달고 있던 거대한 세 쌍의 검은 깃털 날개를 철저하게 해체하고, 그녀의 뼈를 뽑아내어 곱게 갈았다.

 

부재료로 선택한 것은 6th Class의 Dragon Teraka. 놈의 뼈 중 가장 단단한 부분을 뽑아내어, 거기에 Nathiel의 뼛가루를 섞고 Eternal Flame으로 빚어 길이 50미터에 내부지름만 3미터를 넘기는 거대한 원통을 만들었다. 검게 번뜩이는 원통이 무척 위협적이었다.

 

[어째서 원통인 것이지?]

“그야 에너지를 담으려면 통이 필요하지 않겠어?”

[굉장히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려 드는군, 주인.]

“감추는 게 더 아름다운 것도 있는 법이지.”

 

그는 거대 원통의 내부에 Nathiel의 깃털과 magic stone을 가루 내어 곱게 발랐다. 마무리로 Teraka의 magic stone을 소재 삼아 그것에 Mana Crafting를 펼쳤다. 결과물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좋아, 이걸로 베이스는 구축이 되었고…….”

[정말 즐거워보이는군…….]

 

그리고 Yu Ilhan이 작업과정에서 즐거워하면 즐거워할수록 그 결과물은 끔찍하게 마련이다. 주로 Yu Ilhan의 적을 대상으로! 그는 원통의 마감을 확인하고, 내열성이나 내구도를 단단히 체크한 후 magic formation 구축에 열심인 일행에게 가벼운 투로 말했다.

 

“잠깐 Daréu 좀 다녀올게.”

“그러니까 잠깐 바람 좀 쐬러 다녀오는 것처럼 얘기해도…… 아아, 정말! 다녀와욧!”

 

Yu Ilhan은 Erta의 대꾸에 피식 웃어버리곤 Warp 스킬을 발동했다. Daréu로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은 이제 고작 1분 남짓. 이전 Mirfa에게 말했던 대로 이제 두 세상을 오가는 것 정도는 정말 일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 녀석을 만나러 갈 수는 없겠지만…….’

 

Mirfa가 자신을 바라보며 짓던 애달픈 눈빛을 생각하면 미안해지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지구의 일이 굉장히 바쁜 상황이다. 그리고 사실은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 슬슬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Lord라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이다. 그것도 모두 주인이 강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니 슬슬 납득하고 인정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만.]

“누가 Dragonkin 아니랄까봐 무식하게 힘 따지기는.”

 

그는 Daréu에서 가장 마나가 활성화된 장소를 찾아 원통을 설치했다. 물론 자신이 아니면 건드릴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지닌 Concealment 능력을 Artifact에 부여하는 것 정도는 이제 식은 죽 먹기! 그가 직접 와서 물건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누가 발견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주인이 만든 게 무엇인지 슬슬 감이 오는군. 저것은 오히려 지구가 Upper세계로 Leap한 후 쓰임새가 많은 무기가 아닌가?]

“그러니 꿩 먹고 알 먹고지.”

 

확실히 그 말대로인지라 뭐라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한 번 움직여 두 가지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그 이상은 없지 않겠는가! Orochi가 조용해진 사이 설치를 마친 Yu Ilhan은 빠르게 지구로 귀환했다.

 

“이제부턴 마나를 모아 Daréu로 전송하는 장치를 만들 거야.”

[나는 이해를 포기한 지 오래이니 이제 주인 마음대로 하라.]

“맞장구를 쳐줘야 작업에도 활기가 붙는데, 영 쌀쌀맞은 놈이네.”

[전부 주인의 잘못이다.]

 

그의 인벤토리에 모인 Angel와 Fallen Angel들의 날개 깃털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하게 많았는데, Yu Ilhan은 그 중 무려 6할 가까이를 한 데 모아 magic stone과 함께 곱게 갈아 가루를 만들었다.

그것을 대상으로 가볍게 Mana Crafting를 펼쳐 일종의 동기화 작업을 거친 후, 그 가루를 Teraka를 비롯한 다른 Dragon들의 뼈에 섞어 대략 30센티미터 길이에 달하는 작고 단단한 원기둥을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 개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단 나흘 만에 말이다. 1초에 10개 이상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체 어째서 이렇게 빠른 것이지?]

“여태까지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반복 작업은 원래 숙달될수록 빨라지게 마련이거든.”

[…….]

 

retort 거는 것을 포기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의문을 발한 Orochi에게 돌아오는 Yu Ilhan의 대답에는 여전히 설득력이 없었다. 과연 숙달되어 빨라지는 것만으로 저 불가해한 제작 과정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신의 축복이란 정말 기이하군……. 물론 그것보다도 주인의 존재 자체가 기이하지만!]

“하하, 그렇게 칭찬해주면 쑥스러운데.”

[칭찬이 아니다!]

“좋아, 그러면 이번엔 광역 Mana Crafting를…….”

[광역!?]

 

여태껏 안 쓰고 있던 하위 magic stone들을 싸그리 갈아 넣어 수백만 Artifact에 동시에 Mana Crafting를 시행하는 만행까지 훌륭히 수행한 Yu Ilhan은 이번엔 그것들을 지구 곳곳에 설치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사흘이 추가로 소모되었다.

나중에 Guardian’s Will가 지구를 뒤덮는 magic formation을 만들고 나면, 이 Artifact들도 자동적으로 Guardian’s Will의 관할에 들어가 비호를 받게 될 것이다. 정말이지 철두철미한 준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쯤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Kim YeSeul은 자신의 능력을 담아낸 지구 규모의 magic formation을 계산해내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Erta와 Helianna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공부가 많이 되었어. Upper 스킬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드는구나.”

“저야말로 그렇습니다. Upper 마나의 개입 없이 순수한 마나의 왜곡으로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마도, 그 영역에 접한 것만으로 여태껏 할 수 없던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어머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쁜걸. 그러면 사랑하는 우리 자기한테 내 말 좀 잘 해줄 거지?]

“후후, 그렇게 할게.”

 

Yu Ilhan이 의도했던 바는 결코 아니었으나 그 과정에서 Kim YeSeul은 Erta와 Helianna에게 일종의 동질감마저 느끼게 되어 친숙해진 모양이었다.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Kim YeSeul에게서 도면을 받아 들었다.

 

“이걸 풀어내어 확장하면 분명 지구 전체의 흐름을 늦출 수 있을 거란다.”

“고마워, 엄마. 믿고 있었어.”

 

Yu Ilhan은 우선 스스로 도면을 해석하여 magic formation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Record 스킬로 흡수했다.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Magic을 깨달은 것도 아니고 오직 특수한 목적을 지니고 발동되는 Magic 한 가지를 Record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Record 스킬은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끝내 70레벨을 돌파하고 말았다. 그만큼 이 도면의 가치가 높다는 얘기이겠지.

 

“하지만 내 마나가 주입되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

“그럼. 그러니까 엄마 도움을 조금 받을게.”

 

Yu Ilhan은 Record 스킬로 얻은 정보를 호수의 모습으로 가만히 대기하고 있던 Guardian’s Will에 온전히 전달했다.

 

[……이것을 지구에 적용시키면 된다는 얘기인가.]

“물론 완전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너는 분명 우리 이상으로 지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아?”

[그런 어설픈 아부는 관두는 게 좋다. 비웃는 것으로 들릴 뿐이니까.]

“농담이 아냐. 굳이 널 골라 magic formation의 모태로 삼은 건 그 이유였으니까. 네가 날 걸림돌로 여겼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구를 세계다운 세계로 남아있게 하기 위한 거야. 그러니…… 제대로 해보자고.”

[……흥.]

 

놈은 코웃음을 쳤지만 Yu Ilhan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Yu Ilhan은 피식 웃고는 Kim YeSeul의 손을 가만히 붙잡아 수면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엄마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발하면 돼.”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니?”

“응, 나머지는 이 녀석이 알아서 증폭시키고 변화시킬 테니까.”

“그래.”

 

Kim YeSeul이 호수에 마나를 쏟아냈다. Guardian’s Will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것을 받아들여 몸체를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호수 전체가 미약한 빛을 발하자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Erta와 Helianna가 약속이라도 했던 것처럼 감탄사를 쏟아냈다.

 

“정말…… Yu Ilhan의 곁에 남아있어 다행이에요. 이런 장관을 볼 수 있게 되다니. 호수로 만든 골렘이 Magic으로 화하는 장면을 보게 되다니.”

[어쩜, 심지어 우리 자기는 아직 lower existence인걸. 아아, 가슴이 두근거려 참을 수가 없어. 자기, 키스 한 번만 하면 안 될까? Yeah?]

 

Yu Ilhan은 그 말을 무시했다. Guardian’s Will를 도와 놈이 Magic을 발현하는 것을 돕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겠지?”

[……간단한 일이다.]

 

호수가 발하는 빛이 점차로 밝아지는 가운데, 어느덧 수면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지하를 통해 빠져나간 Guardian’s Will의 일부는 대지의 수분을 빨아먹고 덩치를 늘려가며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놈은 언젠가 Yu Ilhan을 기습했을 때만큼 각오어린 목소리로 그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비단 Yu Ilhan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을 향한 선언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구를 수호하겠다.]

 

지구에 예정되었던 인과가 한참 뒤로 밀리는 순간이었다.

 

———————————————-

Chapter 38. 나를 따라오겠다면 – 8

———————————————-

 

“앞으로 다시는 못 볼 장관이니 똑똑히 두 눈에 새겨둬.”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세상에나.”

[와아. 저 골렘의 자아도 예사롭지는 않은걸?]

 

magic formation의 정보를 모두 받아들이고 Kim YeSeul의 마나까지 완벽하게 분석하고 증폭하는 데 성공한 Guardian’s Will는 순식간에 호수를 비우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표면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파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놈은 magic formation을 지저 10킬로미터 즈음에서 발동시키기로 마음먹고는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마나의 본래 주인인 Kim YeSeul을 비롯하여 이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놈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 가능했다.

 

“수면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어. 이러다간 곧 바닥이 드러나겠는걸.”

“지구 전체로부터 물을 빨아들여 덩치를 불리고 있으니까 아마 다른 곳도 조금씩 수면이 낮아질 거야.”

 

magic formation을 완성한 이상 Kim YeSeul 일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들은 곧장 호수로부터 벗어나 대지 위에 발을 디디고 섰다. 그러는 사이에도 magic formation 확장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Yu Ilhan은 magic formation에 집중한 채 그대로였다.

 

“아직, 아직이야.”

“이제 고작 강남을 뒤덮었을 뿐이야. 아니, 서울. 그리고 경기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걸.”

[그야 점점 흡수하는 물의 양도 많아지고 있으니까. 와아, 즐거워라. 우리가 만들어낸 magic formation의 일부가 이 나라에 새겨지는 것이 느껴지니?]

 

그는 호수의 의지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 놈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 사념인 이상 Yu Ilhan은 놈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렇게 자신하는 놈에 한해 꼭 문제가 터지는 법이거든? 신중하게 움직여.’

 

한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 magic formation. 골렘은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얼려 지각을 파내며 무지막지하게 빠른 속도로 magic formation을 구축하고 있었다.

놈의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Yu Ilhan은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았지만 그것을 꾸욱 눌러 참았다. 아직 그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지구의 마나가 거세게 반발하는걸, 자기. 순순히 magic formation의 위력에 갇혀줄 것 같지는 않아.]

“그 정돈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하지만 이쪽도 magic formation만 믿고 있는 건 아니거든.”

 

Yu Ilhan이 만든 수백만 개의 Dragon 뼈 기둥, 그것들을 작동시키는 트리거는 작은 펜던트의 형태로 Yu Ilhan의 손에 쥐여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거 그가 만들었던 망치가 Dragon의 뼈로 만들어진 것들과 공명하는 원리에 착안하여 만들어낸 일종의 리모컨! Teraka의 머리뼈로 베이스를 만들고 놈의 눈을 장식해 완성시킨 펜던트는 섬뜩하리만치 강렬한 Magic을 품고 번뜩이고 있었다.

 

“이 펜던트는 주위의 마나를 빨아들이는 힘과,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Artifact와 공명하는 능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그것도 특정 네트워크에 속한 Artifact를 말이야.”

“쉽게 말하자면 채널 설정이군요?”

“바로 그거지.”

 

그가 펜던트를 꾹 쥐어 작동시키자, 펜던트는 주위 마나를 빨아들이는 동시에 지구에 흩뿌려진 수백만 개의 Artifact에게 동Ilhan 명령을 전달했다. 지구의 마나를 빨아들여 Daréu로 보내라는 명령을!

그러나 제아무리 Erta와 Kim YeSeul이라도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캐치할 수는 없었기에, 그의 가벼운 행동에서 이어진 파괴적인 결과에 전율할 수 있는 것은 오직 Helianna 뿐이었다.

 

[어머나, 맙소사. 맙소사……. 아아, 멋져라.]

 

그녀는 수백만 개의 Artifact가 동시에 마나를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순간, 가벼운 황홀감마저 느끼고 말았다. 비록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는 했으나 손짓으로 세상의 마나를 컨트롤하는 지금 Yu Ilhan의 모습은 세상을 다스리는 절대자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음? 갑자기 활력이 아주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걸?”

“조금 정도가 아녜요. 어깨가 가벼운 느낌도 들고, 확실히 마나 밀도가 낮아지고 있어요.”

 

마나 밀도가 본격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하자 Kim YeSeul과 Erta 역시 고개를 갸웃하기 시작했다. Yu Ilhan은 그들을 보며 살풋 웃고는 더욱 집중했다. 수백만 개의 Artifact는 이미 성공적으로 발동했으니, 지구를 뒤덮은 마나의 기세가 약해진 지금이야말로 magic formation이 기세를 떨칠 기회였다!

 

[좋아!]

 

Guardian’s Will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세 개의 대륙까지 영역을 넓힌 골렘이 다시 한차례 지구의 수분을 빨아들여 덩치를 불리고는, 지각을 뚫고 지구를 뒤덮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전부 내가 감싸겠다!]

“역시 어울리는 역할이었군.”

[주인은 역시 잔인하다.]

“새삼스레 뭘.”

 

Yu Ilhan은 어느 순간 지그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지구의 모습을 떠올렸다. Kim YeSeul과 Erta, Helianna에 의해 완벽하게 구축된 magic formation은 호수가 있던 위치를 중심으로 두고 완벽한 구형의 입체 magic formation으로 완성되어 지구를 뒤덮고 있었다.

 

[Magic이.]

 

지구를 전부 뒤덮어 끝과 끝에서 자신의 몸체와 만나는 것으로 기어이 임무를 달성한 Guardian’s Will가 고양된 목소리로 고했다.

 

[발동된다.]

 

그 순간, 지구의 모든 것이 느려졌다.

 

“……와우.”

 

Yu Ilhan은 간신히 입을 놀렸다. 지금은 지구의 모든 것을 느리게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Yu Ilhan 역시 magic formation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거 어마어마한데. 그냥 여기 있는 것만으로 수련이 되잖아.”

“수련? 어지간한 lower existence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 Han YeoRang! 그 여자와 일행을 살피러 가야 해요!”

 

Erta가 꽥 비명을 질렀다. Kim YeSeul과의 공동 작업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고, 그녀의 도움으로 자신의 육신에 한해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Magic을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신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다른 lower existence들은 어지간하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부정한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Magic의 주인 Kim YeSeul 본인이었다.

 

“지구의 모든 것이 느려졌으니,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자극과 내부에서 그 자극을 처리하는 속도가 평등하게 느려지고 있을 거란다. 그러니 lower existence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Erta의 말은 틀렸어.”

 

그저 magic formation으로 인한 느림을 인지하고 있는 자의 눈에 한없이 느린 속도로 그들이 움직이고 있을 뿐 정작 자신들은 이상을 감지하지도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그것을 바꾸어 말한다면…….

 

“즉 우리는 이미 Magic에 저항하고 있는 거구나. 지구의 느려진 속도를 무시하고 원래대로 빠르게 움직이려고 하니 힘이 드는 거고.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마지막으로 땀을 흘린 게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런 Yu Ilhan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 자신은 조금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지구가 느려졌음을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그거지, 자기. 아마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속도도 이전에 비하면 줄어들었을걸?]

“흐으음……. 정말 새삼스럽긴 하지만, 과학 따윈 엿이나 먹는 상황이 되었구나.”

 

지구가 신에 의해 멈췄을 때부터 알아봐야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보면 자신이 이런 일을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이 없다.

Yu Ilhan은 새삼스럽게 자신이 보통 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이 일의 주축이 된 어머니 Kim YeSeul이 더 했지만 말이다. 만약 저들이 말하는 다섯 번째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 Kim YeSeul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일석이조네. 이 Magic을 눈치 채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움직이면 되는 거고, 이 Magic을 눈치 채고 저항하는 우리들은 그것만으로 이미 수련을 하고 있는 거고. 음, 완벽하군.”

“그래요, 정말이지 완벽하게 변태 같은 사고방식이네욧!”

[하지만 Magic은 이 이상 없을 만큼 성공했어. Guardian’s Will라는 골렘도…… 그래, 제대로 자리를 잡아준 것 같고, Magic이 완성된 이상 저 magic formation을 해할 방법도 적을 뿐더러, 더 무서운 점은 설령 파괴되더라도…….]

“물을 빨아들이기만 하면 곧장 원상 복구할 수 있다는 거지.”

 

Yu Ilhan이 회심의 미소로 대꾸했다. 비록 magic formation의 힘에 저항하며 움직이고 말하느라 이마에 땀이 맺혀 있기는 했으나, 그가 짓는 미소는 실로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완벽한 magic formation은 처음이야, 자기. 누구도 차마 이런 짓을 실제로 해내지는 못했을 거야.]

“이럴 땐 좀 더 칭찬해도 좋아.”

[후흐흐.]

 

Yu Ilhan은 답지 않게 우쭐했다. Helianna는 그런 Yu Ilhan의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운지 꺄르르 웃었고, Erta는 Helianna의 마음이 넘실거리는 순수한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괜히 바닥만 구두로 퍽퍽 찼다.

 

그때 지구로 진입해오려는 이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각 집단의 수장이 나서지 않는 이상 폐쇄된 지구로 들어올 수 있는 이는 Kang MiRae 뿐. 물론 그녀임을 알고 있는 Yu Ilhan은 Dimensional Lord 스킬을 발동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기 기척을 읽어내고 바로 이 근처로 오는 모양인데…… 아, 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Helianna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Mystic의 고함 소리가 모두의 고막을 강타했다. 그녀가 어째서 소리를 지르는 지는 물론 충분히 짐작이 갔다.

 

“어서 와, Mystic.”

[주인니이이이이이임! 지구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느리게 했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태연하게 해치우지 마! 그렇게 태연하게 대꾸하지 마!]

 

Mystic은 말은 기관총처럼 두다다다 쏘아내면서도 정작 움직임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여, 지금 Sky Castle에 탑승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지구에 펼쳐진 Magic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Mystic만 빠르게 움직였다간 참사가 벌어질 터! 역시 그녀는 현명했다.

 

“우우우우우우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으으으으으으으.”

“음.”

 

Yu Ilhan은 Sky Castle 너머로 아주 느릿느릿하게 몸을 내밀고 뭔가를 외치려 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다.

무척 강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3rd Class에 머무르고 있는 그의 정체는 Michael Smithson, 영국의 최정예 클랜이자 프론트 라인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메탈 나이츠의 수장이었다.

 

“미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스으으으으으으으으터어어어어어어어어.”

“아오.”

 

하지만 너무 느리다. 그의 입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당장 주먹이 굳세게 쥐어졌다. 너무 답답해서 때리고 싶다. 어떻게든 한 방 때려주고 싶다! 저쪽에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이 magic formation의 영향 하에서 저 사람과 소통하는 건 포기해야겠는데.”

“Magic에 저항하기를 포기하면 대화할 수 있단다.”

“그렇게 해서까지 저 밉상하고 소통하고 싶지는 않아.”

“우리 아들, 정말 굉장히 냉정하구나…….”

“이쪽으로 오네요.”

 

프론트 라인 소속의 클랜 멤버들의 수송은 Mystic에게 맡기기로 한 것인지, Yu Ilhan의 파티원들은 magic formation의 능력에 저항하며 허공을 가르고 빠르고 낙하해왔다. Yu Ilhan은 가장 빠르게 그의 품에 도달한 Yumir를 받아 안으며 녀석을 토닥여주었다.

 

“우리 Mir, 잘 버티네.”

“굉장해, 아빠! 나 이대로 있는 것만으로 단련이 되는 것 같아!”

“누가 부자지간 아니랄까봐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Ilhan 씨이이이!”

“Ilhan아, 이게 그 Magic이야? 나중에 한다더니 벌써 만들었어?”

“……후우.”

 

Erta는 Na Yuna와 Liera는 물론이고 Kang MiRae 일행 중 제법 많은 이들이 magic formation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보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lower existence가 이 magic formation에 저항하고 있는 것부터 굉장한 일이죠. Yu Ilhan, 당신의 곁에 있는 이들이 다들 정상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당연하지. 정상인이었으면 여기까지 같이 버티지도 못했을 거야.”

 

Yu Ilhan은 Erta에게 시크하게 대꾸해주고는, 어느덧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든 이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Liera와 Helianna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가볍게 무시해주었다.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우선은 그때까지 다들 힘내주세요. 그 후에 다시 모이기로 합시다.”

“일주일이라니, 뭐가요?”

 

Yu Ilhan은 Hourglass of Eternity의 사용 기간이라고 대답해주려다가 말고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시계를 꺼내었다. 아직 사용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듯 뒤집힌 모래시계. 위에 있는 모래가 아래로 전부 떨어져 내리면 그때부터 Barrier를 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호오, 이것 봐라.”

 

평소와는 달리 아주, 무척 느린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모래알. 물론 God Rank의 Artifact인지라 나름대로 magic formation에 저항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이 있어도 시계를 다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시사하고 있었는데…….

 

“재밌게 되겠는데, 이거.”

“와, 나쁜 미소.”

“으으, 저 미소가 너무 멋져…….”

[어쩜, 전직 Angel. 우리 마음이 통했는걸.]

 

Yu Ilhan은 다시 Barrier를 발동할 수 있게 되었을 때를 기대하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상 최대의 부수입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몰랐다.

 

———————————————-

Chapter 39. 어째서 나만? – 1

———————————————-

 

프론트라인 연맹 소속이라고 해서 누구나가 지구로 돌아오기를 원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higher existence와 그들이 속한 집단의 힘을 알고 있는 이들일수록 더더욱, 지구인들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한다는 사실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

 

“난 이대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프론트라인 연맹 소속의…… 어떤 클랜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클랜의 마스터였던 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굳이 내 목숨을 걸 필요까지는 못 느껴. 아, 당신을 바보 취급하고 싶은 건 아냐. 가능성이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하지만…… 이미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지, 안 그래? 그것들을 우직하게 제자리로 되돌리는 일은 글쎄, 효율이 안 좋아 보여.”

“효율이라.”

“다들 이세계에 정착해서 잘 살아가고 있잖아? 그런데 당신 얘기를 듣자하니 이세계보다도 오히려 지구가 더 위험해질 거라며? 그렇다면 다들 그냥 이곳에 머무르는 게 더 안전하고 행복하겠지. 당연한 거 아냐?”

 

그래,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Yu Ilhan은 감정이 그다지 담기지 않은 담백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정말 다들 잘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그들을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고?”

“…….”

 

그는 Yu Ilhan의 대꾸를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는, 이내 그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난 당신처럼 강하지 않아서…… Angel들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어. 나도 절대적인 능력을 갖고 있었다면 당신처럼 그렇게 폼나게, 올곧게 행동할 수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근성이 없고 비겁하다고 욕할 셈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그래도 나를 비롯한 대개의 인간에겐 용기와 재능의 한계라는 게 있는 법이라고.”

“…….”

 

Yu Ilhan은 그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마스터를 닮아서인지 그를 보좌하고 싶어서인지는 몰라도 해당 클랜의 멤버들 또한 전부 그 세계에 남아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세계를 떠나야 했다.

 

표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기에 일행은 그저 수호성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둘러보며 잡담을 나눌 따름이었지만, 그의 복잡한 심경을 일부나마 공유할 수 있었던 Orochi는 답지 않게 그를 신경 쓰며 말을 걸었다.

 

[주인이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겠지? 놈의 반응은 타당하다면 타당하다. 오히려 아무런 고민 없이 흔쾌히 주인을 따르는 다른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물론이지. 나도 내가 굉장히 운이 좋다는 건 자각하고 있어.”

 

홀로 지구에 남겨졌던 천년의 세월을 행운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Yu Ilhan 자신이 굉장히 독특한 과정을 거쳐 이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도 또한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마음에 걸리적거리는 무언가가 남아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Orochi는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가벼이 한숨 소리를 내었다.

 

[그것을 굳이 운이라 부르겠다면 뭐라 하지는 않겠다만, 주인은 스스로의 능력에 너무 확신이 없다. 조금 더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져도 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어. ……너한테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지는 몰랐지만, 고맙다.”

[모든 존재는 살아있는 한 변하는 법이다. 지금의 나를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달라진 나 자신을 느낄 때면 주인에게 일말의 고마움을 느낀다.]

“일말이라는 표현은 꼭 넣어야 했냐?”

[내가 순수하게 주인을 좋아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면, 지금 내 표현도 굉장히 기적적이라는 것 또한 알 텐데? 흐핫.]

“후.”

 

Yu Ilhan은 Orochi와 대화를 나누며 절로 웃음이 났다. 한때 죽음을 무릅쓰고 대적했던 놈의 사념과 지금 이렇게 마음을 터놓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일부터가 참 재미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두 다른 이와 만나 격렬하게든 천천히든 변해가고 그것은 Yu Ilhan 또한 예외가 아니다. 외톨이였던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것.

조금 더 예전에 이것을 자각하고 있었더라면, Liera와 함께 지구에서 보냈던 천 년 또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그건 그렇고.

 

“Orochi 너 몸 안 필요하냐?”

[지금은 주인의 무구가 되어 전장에서 날뛰는 것이 가장 즐거우니 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군, 나중에 부탁해볼까.]

“나중에, 그래. 기억해두지.”

 

Ehjar의 육신을 쓰면 제법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Orochi 역시 격을 조금 높여야 한다. Yu Ilhan이 성장할 때마다 Orochi 역시 조금씩이나마 성장하는 것으로 보아 방법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적어도 지금은 무리였다. 그렇다고 4th Class Dragon에게 빙의시키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겠는가!

 

[나에 대한 친절이 아니라 또 괴상한 걸 만들어내려는 욕심이었군.]

“겸사겸사라고 불러줘, 겸사겸사.”

 

그때쯤 Warp 스킬이 발동하여 일행을 지구로 데려다놓았다. 그 순간부로 수호성과 Yu Ilhan 일행에게 끔찍한 부하를 거는 magic formation! 다른 누군가를 데려왔더라면 수호성의 속도를 줄여 그들을 보호해야 했겠지만 빌어먹게도 지금은 동행자가 없다.

 

“바로 다음 세상으로 갈까.”

“아들, 이제 곧 그 Barrier를 펼칠 때가 되지 않니?”

“잠깐만.”

 

Yu Ilhan은 모래시계의 상태를 확인했다. 주로 지구 바깥으로 나돌았기 때문에 Hourglass of Eternity의 딜레이는 지구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줄어드는 상황이었는데, 지금 보니 앞으로 한 나흘 정도만 있으면 Barrier를 펼칠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좋아. 앞으로도 한 서른 군데 정도는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어후, 우리 자기 일 너무 좋아한다. 가끔은 나랑 데이트라도 하면서 쉬지 않을래?]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하지 말아요. Liera의 유혹도 버텨내는 Yu Ilhan인데.”

[하지만 난 그 덜렁이 전직 Angel 아가씨가 아닌걸? 자기이, 나랑 놀자. Yeah?]

“흥.”

 

Erta의 견제를 가볍게 떨쳐내고 자신에게 수작을 걸어오는 Helianna의 안면을 손바닥으로 밀어낸 Yu Ilhan은 Guardian’s Will가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을, 지구 전역에 심어진 수백만 개의 Artifact가 모두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까지도 확인하고는 곧장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Warp 스킬을 발동했다.

 

그 세상은 망해 있었다.

 

“이런, 구운디아보다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구나.”

[자기, 지구인은……?]

“…….”

 

Yu Ilhan은 불타고 스러진 문명 한 구석에 손을 얹어 Record 스킬을 발동했다. 찬찬히 Record을 읽어낸 그는 어깨를 으쓱하곤 고개를 저었다.

 

“지구인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은걸. 그래도 제법 강한 클랜이었는데…….”

“지구인은, 이라는 얘기는…… 다른 사람들은 있다는 얘기구나?”

“Yeah.”

 

Kim YeSeul의 예리한 지적에 망설임 없이 긍정한 Yu Ilhan은 재차 Warp 스킬을 발동했다. 모르고 있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인간들이 몬스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없으니, 일단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줄 생각이었다.

 

Warp로 이동한 곳에서는 한창 인간 한 스푼과 몬스터 듬뿍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크하악!”

“도망…… 모두!”

[크오아아아아아아아!]

[끈질긴 인간 놈들, 맛도 없고 약한 놈들.]

[다 끝낸다! 모두 끝낸다!]

 

대개의 인간은 몬스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괜찮겠지만, Yu Ilhan은 몬스터 놈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염증이 났다. 언제 어딜 가서 들어도 똑같았으니까!

창의성이 없으니 이놈들에게 발전이 없는 것이 아닐까, Yu Ilhan은 그런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수호성의 Artifact를 일제히 내보냈다. 한순간에 일대를 장악하는 Artifact의 무리는 흡사 신의 명을 수행하는 발키리의 부대처럼도 보였다.

 

“이 정도로는 숨길 필요도 숨을 필요도 없지. 다 쓸어버려!”

[자기, 도와줄까?]

“그래주면 고맙지. 빨리 끝내자고.”

 

Yu Ilhan의 허가가 떨어지자 Helianna가 날개를 크게 펼치고 날아올랐다. Erta와 Kim YeSeul 역시 주저 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사방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전장에서 몬스터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던 인간들은 그 모습을 보며 전율했다.

 

[Critical Hit!]

[Critical Hit!]

 

“몬스터들이…….”

“사라지고 있어.”

 

[Critical Hit!]

[Critical Hit!]

[크리…….]

 

“저분들은 누구지!?”

“아, 아아아.”

“……신.”

 

일대의 몬스터가 전멸하고,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Yu Ilhan이 수호성을 띄워 다른 지역의 몬스터들까지 쓸어버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누군가 입에 담기도 두려운 듯 작게 속삭였다.

 

“신이셔.”

“그래, 분명 그럴 거야.”

“Angel들이 버린 세상에 신이 직접 찾아왔구나.”

 

Yu Ilhan은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도 알지 못하고 몬스터들을 치우는 일에만 집중했다. 세상 전부를 청소할 생각은 없었지만 적어도 생존해있는 인간들의 영역에 얼쩡거리는 몬스터들은 전부 치워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가 흘러 몬스터 청소가 얼추 마무리되자, Yu Ilhan은 수호성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는 인간들을 무시하고 Warp 스킬을 발동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때 Helianna가 그의 손을 가볍게 붙잡았다.

 

[자기, 저기 쟤네들이 자기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본데?]

“뭐?”

 

Yu Ilhan이 시선을 떨구자, 확실히 저 밑에서 인간들이 뭐라 외치는 것이 들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하곤 수호성을 하강시켰다.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이대로 떠나지 마십시오!”

“저희 곁에 있어주세요!”

“신이시여, 제발!”

“……뭐?”

 

신? 자신이? 한순간의 그의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은 말에 Yu Ilhan이 멍해져 있자니 Helianna가 기어이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는 Helianna를 째려봐준 후 말했다.

 

“난 인간인데.”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시건 상관없습니다. 저희에게 당신은 신이십니다.”

“부디 저희를 구해주소서!”

“이 이상으로?”

“신이시여, 제발!”

 

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다. 물론 그들의 사정이 급한 것도, 지푸라기 하나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인 것도 알고는 있지만 Yu Ilhan은 한가로이 다른 세상에서 심시티 놀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미안하지만 이 세상은 당신들끼리 지켜야 해. 나는 다른 것을 찾으러 왔지만 이곳에는 그게 없었고, 그래서 바로 여길 떠날 예정이거든.”

“그렇다면 저희를 데려가주소서!”

 

Yu Ilhan은 냉정하게 대꾸했다.

 

“이곳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힘든 세상이야. 날 따라와 봤자 더 고생할 뿐이니 그냥 이곳에서 버티도록 해.”

“하지만 그곳에는 신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부디 저희를 구원하소서!”

“신이시여, 부디!”

 

급기야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고개를 박는 인간들을 보며 Yu Ilhan은 얼떨떨해지고 말았다. 어째 이것과 비슷한 일을 바로 얼마 전에 겪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순조로운걸, 자기?]

 

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Helianna는 그저 의뭉스럽게 웃고 있을 뿐. Yu Ilhan은 고뇌했으나, 스스로 죽음을 향해 기어들어가겠다는 인간들을 말릴 방도가 없어 끝내 이렇게 대꾸하고 말았다.

 

“그럼 따라오든가.”

 

그 후로도 Yu Ilhan은 많은 세상을 돌았으나 그 세상 중 일부는 망했거나 망해가고 있었다. 살아있는 자들 중 대다수는 Yu Ilhan에게 의탁하기를 원했고, 그는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들을 받아들여 지구로 데려왔다.

Kang MiRae 일행 역시 그런 일을 겪기는 마찬가지였고, 그들에 의해 지구로 인도된 이들은 magic formation에 저항하지 못해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Yu Ilhan과 그 일행에게 고개를 숙였다.

 

“추우우우우우우우우웅서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을”

“……뭐.”

 

Yu Ilhan은 광대놀음을 하는 인간들을 둘러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지들 목숨인데, 지들이 알아서 하라지.”

 

그로부터 나흘, Yu Ilhan은 드디어 Hourglass of Eternity를 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추가로 순례한 세상은 마흔두 개, 그중 멸망한 세상은 넷.

 

그때까지 지구에 흘러들어온 이세계인들의 숫자는 장장 10만을 넘어서 있었다.

 

———————————————-

Chapter 39. 어째서 나만? – 2

———————————————-

 

“이게 다 뭐야? 이계인만 따져서 10만이 넘잖아!”

 

Liera는 Yu Ilhan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지구의 일부 영역을 채우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Yu Ilhan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너희도 데려와 놓고.”

“그렇긴 하지만…….”

“저렇게 단체로 느리게 움직이는 거 보니까 웃기네요오. Ilhan 씨이, 시간배율 조절할 수 없어요? 시간배율!”

“그런 고급 기능은 아직 없어요. 에잇, 전부 떨어져요.”

“히잉.”

 

Yu Ilhan 파티는 전부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동안 부족했던 Yu Ilhan 성분을 보충하겠다고 그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Liera까지는 괜찮았으나 Na Yuna를 비롯해 그 외의 하이에나가 많아 거슬린 Yu Ilhan은 과감하게 그들을 떨쳐내고는 Erta에게 확인했다.

 

“우리 일행 말고 Magic에 저항하는 인간들은 없지?”

“처음에는 없었죠. 하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차츰 지구에 펼쳐진 Magic을 인지하게 된 이들이라면 있어요. 물론 그것만으로는 상황이 변하지 않지만, 그래도 마나의 저항으로 정상 속도의 4할 정도를 되찾은 사람이 딱 세 명 있네요.”

 

셋이라 함은 즉 Magia 클랜의 마스터 Carina Malatesta, 메탈 나이츠 클랜의 마스터 Michael Smithson, Magic Dragon Clan의 마스터 Takagaki Asuha를 말하는 것이었다.

Yu Ilhan이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니, 놀랍게도 그들은 그 짧은 기간 안에 전부 4th Class에 등극해 있었다. 한 세상을 이끌던 Han YeoRang조차 3rd Class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들이 이룬 성취는 정말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왜지?”

“이 Magic을 견뎌내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업적이니까 그렇겠죠? 4th Class라고 하더라도 못 버티는 게 정상이거든요. 역시 지구인들은 이상해.”

“Michael Smithson, 예전엔 정말 근성도 없던 인간이었는데 그래도 많이 발전했네. 인간이란 정말 재미나다니까.”

[에휴, 저런 버러지 같은 것들을 데리고 온 우주의 중심이 될 지구에서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자기, 좀 잘해봐아.]

“노력해볼게.”

 

Yu Ilhan은 일단 그 셋을 불러 모았다. 반응이 늦다 보니 그들과 회화를 나누는 것도 힘든 수준이었지만, 그는 참을성을 발휘해 그들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우리랑 같이 Hourglass of Eternity 안에서 수련할래요?”

“물론이죠!(2.5배속)”

Takagaki Asuha가 즉답했고, Carina Malatesta와 Michael Smithson은 서로를 마주보다가는 이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2.5배속)”

“그러겠소.(2.5배속)”

 

그들로부터 답을 얻었으니 더는 망설일 것도 없다. Yu Ilhan은 두 개의 성과 자신 일행, Takagaki Asuha를 비롯한 세 명의 클랜 마스터,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Magic에 영향을 받지 않은’ Dragon 군단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범위의 Barrier를 생성했다.

 

“와아, 정말 어마어마하게 범위가 넓어졌네요오.”

“이 Barrier 안에 들어와도 Magic의 영향이 사라지지는 않는구나. 음, 그래도 몸에 걸리는 부하는 조금 줄어들었는걸.”

 

Kim YeSeul은 Barrier 안을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그러나 가장 놀란 이들은 물론 그들과 함께 Barrier 안으로 들어오게 된 클랜 마스터들이었다.

 

“후, 이제야 좀 움직일 수 있게 되었군!”

“오, 말 빨라졌네요.”

“휴우.”

 

원래 Magic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었던 그들이, God Rank Artifact로서 Magic에 저항하는 Hourglass of Eternity의 Barrier 안에 들어와 드디어 정상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이이익.”

 

Michael Smithson은 자신의 육신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게 된 후, 즉시 Yu Ilhan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곤 그의 멱살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외쳤다.

 

“대체 지구에 무슨 짓을 해놓은 겁니까, 미스터 Unique (Ilhan)! 대충은 알겠지만!”

“지구가 너무 빨리 성장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이해해줄 거죠? 굳이 당신한테 이해받을 필요도 없긴 하지만.”

“으아아아아아! 여전히 열 받는 남자군!”

 

한편 Takagaki Asuha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Yu Ilhan을 보며 외쳤다.

 

“정말 대단하세요, Susanoo 님! 이제 시간과 공간까지 다스리시는군요!”

“아뇨, 제 동료들의 힘인데…….”

“역시 굉장하세요! 당신은 정말 Susanoo 신의 환생임에 틀림없어요!”

“당신 내 말 안 듣고 있지?”

“아아, Susanoo 님……!”

 

이전부터 싹이 보이기는 했으나, 차원을 넘고 지구에 Magic을 펼치는 등의 과정까지 본 끝에 그녀는 Yu Ilhan에게 거의 신앙심과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된 모양이었다. 엘프들에게서나 흔히 보던, 단순한 존경심이라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저 눈빛!

 

“Susanoo 님, 멋져.”

“좋아, 이 여자도 완벽하게 답이 없네.”

 

그는 끙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가는 마지막 한 명, Carina Malatesta가 후우, 심호흡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심호흡은 왜…… 엇.”

“후!”

“미스 Malatesta? 컥!”

 

Yu Ilhan이 미처 말리기도 전, Carina Malatesta가 Michael Smithson을 덮쳤다. 그에게 공격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복부에 니킥을 먹여 쓰러트린 다음 위에서 덮쳐 키스를 했다는 뜻이었다. 니킥을 먹이는 순간 마비 Magic을 걸었기에 그는 꼼짝도 못하고 그녀의 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읍! 으으으읍!?”

“가만히 있어요.”

“……쌓였던 게 많았던 모양이네.”

 

Yu Ilhan은 마치 envoy에게 습격당한 토끼 같은 표정을 짓는 Michael Smithson과 물러설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Carina Malatesta를 당분간 그러도록 놔두기로 했다. Barrier가 열리자마자 화끈한 광경을 보여주는 두 명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다른 이들도 이내 흠흠,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 할 일 하자.”

“아빠, 나 뭐하면 돼?”

“Mir는 열심히 Dragon 고기 먹고 기적의 요람에서 목욕하면 돼. 심심하면 스킬 연습도 하고.”

“그건 자신 있어!”

 

Yu Ilhan은 Barrier 구석에 기적의 요람을 꺼내어 놓고는 Ehjar의 피로 가득 채웠다. 조금씩 빛을 발하는 기적의 요람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행. 그는 일행에게 설명했다.

 

“지금부터 우리 일행은 모두 이 기적의 요람을 공유하게 될 거예요. 사람 수가 많으니까 목욕을 할 땐 성별을 맞춰서 한꺼번에 많이 들어갑시다. Dragon 군단 아이들은 덩치가 작으니까 더 많이 들어갈 수 있겠지.”

[자기랑 혼욕? 어쩜 근사해라!]

“내가 방금 성별을 맞춰서 들어가자고 분명히 얘기했지?”

 

그는 Helianna를 조용히 시킨 후 설명을 이었다.

 

“아직 확신은 없지만, 기적의 요람에는 우리를 higher existence로 올려줄 가능성이 있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이 안에서 Dragon의 피와 공명하는 데에만 성공한다면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니까 다들 들어가요. 주기적으로, 무조건.”

“네에.”

“알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물론 수련이다. 바깥에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수련을 할 수 있는 곳은 Hourglass of Eternity로 만들어진 Barrier뿐이니까.

 

“바깥에서 1초도 흐르지 않는 동안 두 달이나 시간을 얻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Artifact이긴 하군요…….”

“글쎄요, 아마 두 달이 아닐걸요?”

 

Kang MiRae가 놀라서 중얼거리는 말을 Yu Ilhan이 피식 웃으며 부정했다. 그는 Hourglass of Eternity를 들어보였다. Barrier가 발동한 후 반대로 뒤집혀 떨어져 내리고 있는 모래. 하지만 그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느려 도저히 두 달 안에는 뒤집힐 것 같지가 않았다.

 

“Ilhan 씨, 이거…….”

“보고 있는 그대로예요. 지구에 대대적으로 펼쳐진 감속 Magic은 Barrier의 쿨 타임조차 느려지게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감속 Magic이 Barrier의 지속 시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래도, 제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이건…… 사기야.”

 

Liera가 중얼거렸다. Yu Ilhan은 지그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동의했다. Erta는 어이가 없어하고 있었다.

 

“설마 그 Magic이 God Rank의 Artifact에도 통하다니!? 이쯤 되면 어째서 우리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지가 의문스러워질 지경이라구요!”

“그건 기합과 근성이지.”

“뭐든지 그 두 단어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에요!”

“너희도 엉터리 같은 설명으로 맨날 때웠잖아.”

 

Yu Ilhan의 말을 들은 Erta가 분개하며 두 팔을 붕붕 휘두르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웠다.

 

“하지만 실제로 그랬는걸요!”

“그래, 지금도 마찬가지야.”

“아으으……!”

 

실제로 그런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무생물보다 생물이 더 Magic에 잘 견디는 것이 아닌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지구의 다른 몬스터들 중에는 4th Class 후반에 속하는 고위 몬스터도 많지만 놈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Magic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Erta의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키려는 그때 Yu Ilhan이 쓸데없이 상쾌한 미소와 함께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 근성에 좀 더 자신을 가져!”

“시끄러워욧!”

[그래서.]

 

다른 일행 못지않게 놀랐음에도 금세 평정을 되찾은 Helianna가 Yu Ilhan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어왔다.

 

[그 Barrier, 얼마나 유지될 것 같아?]

“지금 모래시계만 보고 판단하자면 1년 반 정도.”

[Barrier를 발동하는 게 두 달에 한 번이니까, 자기가 계속 외부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가정 하에서 지구가 Upper세계에 오를 때까지 앞으로 몇 번이고 더 그런 기회가 있겠네?]

“그야 물론이지?”

[자기…… 정말 대단해.]

 

천 년간 지구에서 홀로 보낸 세월 이래, 급변하는 주위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느라 언제나 시간에 쫓기기만 했던 Yu Ilhan이 처음으로 되찾은 시간적 우위였다. Barrier 안에서 작업을 하고 스킬을 수련할 시간 하나는 확실하게 확보했으니까!

 

Yu Ilhan이 Barrier의 유지 시간과 그 안에서 일행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설명을 대충 마칠 그쯤, 드디어 회포를 다 푼 것인지 Carina Malatesta가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후우. 츱.”

 

방금 남자 한 명을 덮쳤던 주제에 태연하게도 혀로 입술을 핥는 모습이 실로 무시무시했는데, 그 밑에서 바들바들 떠는 Michael Smithson을 보며 Yu Ilhan은 생애 처음으로 그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미, 미스 Malatesta…….”

“Carina라고 불러요. 알겠어요?”

“……Carina.”

“좋아요. 우리 가문은 부모나 스승, 가족에게만 이름을 부르도록 허락해요. 내 친지가 다른 세상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스승도 다른 세상에 있는 지금, 이 지구상에서 내 이름을 부르도록 허락받은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새겨두도록 해요.”

“아, 알겠소. 당신도 날 편하게 Michael이라고 불러줘요.”

“내가 원하던 답이에요, Michael.”

 

원하는 것을 힘으로 쟁취한 Carina Malatesta의 모습은 실로 찬란했다. 아마도 몇 년간의 이별과 고난이 그녀를 그토록 강하게 만든 것이겠지! 과거 Michael Smithson은 Kang MiRae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 모습을 보자니 아무래도 Carina Malatesta의 강렬한 어프로치가 유효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한 명의 남자의 인생을 확실하게 낚은 후에야 Yu Ilhan을 향해 돌아섰다.

 

“인사가 늦어졌지만…… 고마워요, Yu Ilhan 씨. 당신 덕분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겨우 만날 수 있었어요.”

 

Carina Malatesta는 이전의 귀족 아가씨다웠던 도도한 모습은 완전히 버렸는지, Yu Ilhan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Yu Ilhan은 그녀의 태도보다도 그 말 속에 깃든 진심이 무척 기뻤다.

바로 얼마 전 굳이 지구를 지킬 필요가 있겠냐는 말을 들었던 이후로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응어리가, 지금 이 순간 아주 조금 사라졌다.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기쁘네요.”

“분명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고통 받는 사람, 친구와 헤어진 사람, 부모를, 자식을 잃은 사람들까지도.”

 

Carina Malatesta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누구 한 명 빠짐없이 재회할 수 있도록, 저도 당신을 돕게 해주세요.”

“얼마든지요. ……얼마든지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는 당신을 리더로 따르겠습니다. 무슨 명령이든 내려주시죠.”

 

Yu Ilhan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다가는 그녀뿐만 아니라 Takagaki Asuha, Michael Smithson까지 한 번에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일단 레벨 업 먼저 하죠. 당신들은 아직 레벨이 너무 낮거든요.”

“저도 이제 4th Class인데, 그야 당신보다는 레벨이 낮겠지만요……. 그런데 레벨 업? 몬스터도 없는데?”

 

Yu Ilhan은 뒤돌아섰다. 그의 시선이 향한 이는 다름 아닌 Erta였다.

 

“Erta, 이 안으로 몬스터 소환할 수 있지? 지구에 있는 몬스터.”

“Yu Ilhan 당신은 또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그야.”

“못하는구나, 그럼.”

 

Yu Ilhan이 미련 없이 돌아서며 플랜B를 발동하려던 그때, Erta가 그에게 자신만만한 미소를 되돌려주며 말했다.

 

“저라면 당연히 할 수 있지요.”

“너, 사람을 낚는 실력이 제법인데?”

“여태 누구누구한테 많이 당해서 말이죠.”

 

Yu Ilhan과 그의 파트너 Angel들 사이에 으레 있어왔던 딜 교환까지 순조로이 끝났다. Erta는 질린 얼굴의 클랜 마스터들을 향해 돌아서며 한손을 들어보였다.

 

“자, 그럼 다들 전투 준비를 해주실까요?”

“잠깐, 우리 셋은 여태까지 한 번도 손을 맞춰본 적이 없는…….”

“그건.”

 

Erta가 Michael Smithson의 변명을 싹둑 자르듯 손을 휘두르자, 일순간 그들 셋의 눈앞으로 거대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것도 틀림없는 레벨 200 후반대의 마귀 몬스터! 놈의 몸이 심상치 않게 떨리는 것이 분명 진동 마귀였다.

 

“이제부터 맞추시면 됩니다.”

“이 악마아아아아아!”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그렇게 해서 일행의 1년 반에 달하는 Barrier 생활은 순조로이 막을 올린 것이었다.

 

———————————————-

Chapter 39. 어째서 나만? – 3

———————————————-

 

Yu Ilhan은 마귀들과 전투를 벌이는 클랜 마스터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흠, 순조롭군.”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

“순조로워!? 당신 눈엔 순조로운 걸로 보여!? 그래, 우리가 지금! 순조롭게 죽어가고 있잖아!”

 

Michael Smithson이 절규했다. 그의 방패를 사정없이 두드리는 촉수가 금방이라도 방패와 함께 그를 꿰어버릴 것만 같았다. Yu Ilhan은 흠, 고개를 갸웃하고는 Na Yuna의 이름을 불렀다.

 

“유나 씨.”

“네에, 죽지 않게만. 죽지 않게마안.”

“악마! 악마아아!”

[쿠화아아아아아악!]

 

본래 그들 셋의 힘만으로는 마귀에 대적할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외모부터 능력까지 전부 정상이 아닌 성녀 Na Yuna가 백업을 해주니 아슬아슬하게나마 상대가 가능한 수준까지 능력이 증폭되고 말았다!

 

“와아, 전투 기술이 늘어나는 게 그냥 눈에 보이네.”

“아주 바람직한 일이지. 다른 사람들도 감속 Magic에 조금이라도 저항할 수 있으면 이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훈련시켜줄 수 있을 텐데.”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저 사람들부터 성장시키자꾸나. 이제는 시간이 있잖니.”

“그건 그렇지…….”

 

언제까지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다. Yu Ilhan은 Na Yuna와 Erta에게 그들을 맡겨두고는 돌아섰다. 그에게도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즐거운 제작 시간을 가져볼까.”

[그런데 왜 날 보는 거야, 주인님?]

“그 이유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을걸.”

 

Sky Castle은 탄생 이래 제법 많은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왔다. God Rank의 Artifact로서 지니고 있는 성장 가능성 덕분에, 여태까지 흡수한 Record들을 고스란히 이용해 내구도나 품고 있는 Artifact의 성능을 다양한 방면으로 강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Yu Ilhan에게 있는 무수한 higher existence의 부산물을 활용한다면 그녀는 앞으로 더욱, 끝내주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이상은 무리야, 무리라구!]

“우선은 ‘사우전드’ 아이즈부터야. 내가 뭘 할지는 알고 있겠지!”

[이 미친 주인님 같으니!]

 

Yu Ilhan은 자신에게 남아있던 Angel와 Fallen Angel들의 깃털을 전부 모아 900개나 되는 거울의 제작에 돌입했다. Mystic도 여태까지 성장했으니 거울 천 개 정도는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없다구. 할 수 없단 말이야.]

“아니, 넌 할 수 있어. 못하면 앞으로 이어질 전쟁에서 버티지 못할 테니까!”

[폭군! 이 폭군!]

 

이미 한 번 거쳤던 과정인 만큼 거대 거울을 만드는 작업에 오랜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었다.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이치를 뛰어넘어 빨라지는 Yu Ilhan의 작업 속도는 Barrier 내에 들어온 다른 이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나 보지 말고 다들 할 일 해요.”

“넵!”

 

Yu Ilhan은 장장 열네 시간에 걸쳐 900개의 거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뭔가를 더 생각하는가 싶더니 네 개의 거울을 더 만들었다. 남은 재료를 모두 소모하여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놈으로!

 

[어째서 네 개야? 설마 Angel(1,004)라서?]

“아니, 사우전드 아이즈라고 말해놓고 네 개가 더 튀어나오면 적이 당황할 테니까.”

[……응, 뭐 그런 이유일 거라고 생각은 했어.]

 

Hundred Eyes에서 사우전드 아이즈로, Artifact와 규모와 힘이 큰 변동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Rank도 달라졌다. Chaos Rank에서 데미God Rank으로!

내심 God Rank으로의 진화를 노리고 있던 Yu Ilhan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으나, 처음부터 목적은 Sky Castle의 강화였으니 그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면 또 뭘 추가해볼까.”

[주인님, 내 능력을 너무 과신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난 네가 모두 다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런 말을 들으니까 더 걱정이 되는데!]

 

Destruction Demon Army에 속한 higher existence는 대부분이 몬스터로부터 진화한 놈들인지라, 피와 살점에 extemely strong poison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그 모두가 고유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혼합할 경우 독성이 다양한 방향으로 강화되어 나타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higher existence의 독이니만큼 당연하게도 higher existence에게도 통했다. Destruction Demon Army 중에는 본인이 지닌 독성으로 적을 공격하는 이들도 무척 많았다. 물론 Yu Ilhan은 Extreme Poison resistance의 다음 단계 스킬인 Pulling Down까지 지니고 있어 독에 당하지 않았지만!

 

그렇다. Sky Castle을 강화할 두 번째 수단은 바로 독이었다. Destruction Demon Army의 시체라면 인벤토리에 얼마든지 쌓여 있었으니 재료도 충분했다.

 

“표본이 너무 많은데…… 일단 다짜고짜 다 섞어볼까?”

[독성 실험은 어떻게 하게?]

 

Yu Ilhan은 지당한 Mystic의 의문에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간단해. 내가 먹어보면 되지. Pulling Down 스킬이 Extreme Poison resistance을 포함하고 있으니 독을 먹으면 Pulling Down 스킬 수련도 되고 일석이조 아닐까?”

[잘도 그런 변태 같은 수련 수단을. 아, 주인님이니까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려나…….]

 

일단 같은 종류의 독을 갖고 있는 놈들을 분류하고, 놈들의 시체를 쥐어 짜내어 피를 뽑아냈다. 그렇게 수천 종류, 수백만 리터 이상의 독이 모이자 Yu Ilhan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그것들을 랜덤하게 섞고 또 섞기를 반복했다.

 

“아냐, 이건 너무 약해. 이것도, 이것도 약해.”

[그거 함부로 바닥에 버리지 마! 성 녹잖아!]

“이것도 약하고…… 음, 이건 좀 센가?”

 

독성이 좀 나타난다 싶은 것들을 따로 모아 또 섞고, 그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섞고, 그야말로 무한의 가능성 중에서 가장 독한 것 하나를 찾아내기까지 Yu Ilhan의 작업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가공할 점은, 반복적인 독 배합 작업에 익숙해지고 나자 그의 손이 움직이는 속도가 터무니없이 빨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역시 정상이 아니잖아!]

“그래, 난 정상이 아냐!”

[자랑스러워하지 마!]

 

1초에 서너 가지의 독이 탄생했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했다. 약한 독은 버려지고 강한 독은 대량생산되고 그것을 베이스로 또다시 새로운 독이 탄생했다.

아마 한자리에서 이렇게나 많은 독을 만들어낸 이는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얼마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독을 품은 higher existence를 이렇게 많이 잡았던 이도 없었을 것이다!

 

“Ilhan이가 뭐하나 싶어서 와봤더니…… 왜 Sky Castle 일부가 지옥이 되어 있는 거니?”

“Liera, 내가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바쁘니까 다른 사람들이랑 대련이라도 하고 있어.”

 

Yu Ilhan을 중심으로 수만 개의 항아리 안에 든 독이 제각기 다른 빛깔로 끓어오르고 있는 장면이란 정말 무시무시해서, Liera가 그에게 다가온 것도 굉장히 용기 넘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조차 그와 일정 거리 이상을 좁히지 못했다!

 

“Ilhan아, 거기 지금 네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기이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거 독 맞지?”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독에 조금 생명이 깃들기 직전일 뿐이니까.”

“그게 어딜 봐서 조금이라는 거야!?”

“막을 수 있어, 괜찮아.”

 

마나에서 몬스터가 탄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고밀도의 마나로 농축된 독에서 몬스터가 탄생하는 것도 당연히 드물지 않은 일이다. Yu Ilhan은 그것을 이리저리 휘저어 기껏 피어나려던 생명의 가능성을 무참하게 짓밟고는, 그 독을 한 국자 퍼 마셨다.

 

“으음.”

 

들이키는 순간 천 년 묵은 방귀가 이럴까 싶을 만큼 스파이시한 향이 코와 후두부를 강타하고, 그 향과 함께 덮쳐온 뜨겁고 강렬한 독기가 인간의 손에 붙잡힌 뱀장어처럼 꿈틀거리며 그의 내장을 뒤집어놓았다.

Yu Ilhan이 도저히 견디다 못해 입을 열자 짙은 녹색 트림이 나왔다. 천 년의 사랑도 식을 법한 광경이었다.

 

“히익.”

“둘이 먹다 둘 다 죽을 것 같은 맛이야.”

“……괜찮니?”

“응, 그야 괜찮…….”

 

Yu Ilhan이 애써 태연하게 웃으며 대꾸하는 그 순간, 그의 눈앞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글귀가 새겨졌다.

 

[Cooking 스킬을 마스터했습니다. 온갖 마나와 Magic을 포함하는 Cooking에 통달하게 됩니다. water attribute, fire attribute의 저항력과 Attack Power이 30% 상승합니다.]

 

“어라.”

“왜 그래?”

 

Yu Ilhan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손에 들린 국자를 내려다보다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 기가 막히긴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었다. 어쨌든 독을 다루는 능력도 늘고, water attribute, fire attribute을 Rule하는 힘도 강해졌으니 좋은 일이지 않겠는가!

 

곧 그의 변화를 감지한 Liera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물어왔다.

 

“Ilhan이 너, 어째 이 짧은 순간에 더 강해진 것 같다……?”

“어째서인지 알면 네가 분통이 터질 테니 굳이 얘기하진 않을게.”

“……?”

 

물론 Cooking 스킬을 마스터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한 가지 요소가 독이라는 얘기를 해봤자 그를 따라 독을 집어먹을 수련자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는 Liera를 보내고는 계속해서 독을 조합했다. 그리고 대략 사흘의 시간이 흐른 끝에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독을 세 종류, 각각 20리터 정도씩 얻어낼 수 있었다. 재료가 막대했다는 점을 들어 생각한다면 굉장히 적은 양밖에 남지 않은 셈이나, Yu Ilhan은 충분한 성공이라고 자찬했다.

 

“특성에 따라서 6차클래스까지는 보내버릴 수 있겠는데.”

[Destruction Demon Army의 시체가 다 홀쭉해…… 저 녀석들이 한낱 독의 재료가 되려고 한 세계의 정점이 된 건 아닐 텐데!]

 

그는 Sky Castle에 독을 이용한 함정을 추가로 제작하고, Sky Castle 안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날붙이에 독을 발라두었다.

이 독의 가장 악랄한 점은 이것에 약간의 MagicCooking 성질이 가미되어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맹독 수준의 독성밖에는 지니지 않지만, Yu Ilhan이 원하는 순간 제 힘을 발휘해 적을 공격하는 것! 이것으로 독에 아군이 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뿐더러 보다 효과적인 타이밍에 적을 몰아붙이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별로 강하지 않은 독인 것처럼 적을 속여서 방심하게 만들 수 있지.”

[주인님이 제일 나쁜 놈이야.]

 

그러나 Yu Ilhan의 악독한 행보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독 제조가 끝난 후 한 방울 남김없이 피를 짜낸 끝에 말라비틀어진 Destruction Demon Army의 사체까지 남김없이 활용하여 Sky Castle의 보강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그 결과 Sky Castle의 외벽이 보다 단단해지고, 모든 Artifact가 보다 날카로워지고, 저택의 무구가 보충되고, 함정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Sky Castle의 정보에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래도 아직 안 된다고……? 날 이렇게까지 어깨춤 추게 만든 건 Sky Castle이 처음이야!”

[God Rank을 초월하기를 원하는 거지, 주인님? 무리니까 포기해.]

“무리라면 당연히 포기해야지. 하지만 난 지금까지 무리하지 않았어!”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기는!]

 

Destruction Demon Army만으로 안 된다면 타 집단의 higher existence 사체를 퍼부을 뿐! 그는 Angel와 Fallen Angel, Garden of Sunset 문지기들의 사체까지 총동원하여 Sky Castle을 강화했다. 가뜩이나 무시무시했던 Sky Castle의 전력이 계속해서 늘어갔다.

5th Class magic stone이 수백 개가 추가되고, 성역 또한 강화되었다. 이젠 그 안에 담긴 Artifact의 양을 숫자로 세는게 무의미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Sky Castle은 아직까지 God Rank에 머무르고 있었다.

 

[무리라니까.]

“후…….”

 

그쯤 이르러서야 Yu Ilhan은 간신히 현실을 인정했다. Army of Heaven조차 God Rank 이상 가는 Rank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 않던가! Blacksmithing와 Mana Crafting를 마스터한 Yu Ilhan이 이렇게까지 애를 썼는데도 나오지 않았으니 그것도 어련할 것이다!

 

[이제 포기할 거지?]

“그래, 이제…….”

 

Yu Ilhan은 낙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리를 해야겠다.”

[여태까지 무리를 안 했다고 주장할 셈이야, 주인님!?]

“당연하지.”

 

Yu Ilhan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고는 허공에 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Barrier 한 구석을 가득 채우는 사체가 나타났다.

 

“무리라는 건, 이런 놈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을 말하는 거야.”

[……세상에나.]

 

그것은 다름 아닌 Garden of Sunset의 수석 문지기, 켈라투크였다.

 

———————————————-

Chapter 39. 어째서 나만? – 4

———————————————-

 

[정말…… 어떻게 이걸 죽인 걸까.]

“내 말이 그 말이야. 다시 봐도 끔찍하네. 이런 놈하고 정면에서 싸웠다간 순식간에 박살이 나고 말겠지.”

[그야 이 녀석은 7차 클래스 중에서도 수위에 꼽혔는걸. 나였더라도 일대일로 마주쳤더라면 죽이지 못했을 거야. Nathiel도 있어줬기에 가능했지.]

 

Helianna는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Liera와 피터지는 대련을 펼치고 있었으나, Yu Ilhan이 켈라투크의 사체를 꺼내자 Yu Ilhan에게 어필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의 곁으로 날아왔다. 자신 덕분에 이 사체를 얻게 되었으니 예뻐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 고맙다. 네 덕에 한 번 더 기회가 생겼어.”

[후흐흐.]

 

과거 놈은 Helianna의 매혹에 당해, 광휘의 8익 Nathiel와 헛된 전투를 벌이다가 스스로 자해하며 죽음에 이르는 비참한 꼴을 겪었다. 그러나 사체에 남은 Magic이 워낙에 방대하여 그동안 스스로 육신을 복구했고, 지금은 정말로 죽은 것인지 의심이 갈 만큼 온전한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난 지금부터 이놈을…… Dismantling해야 해.”

[전에 없이 비장한 얼굴이네, 주인님……. 가끔은 주인님의 그 쓸데없는 열정이 부러울 때가 있어.]

“쓸데없다고 하지 마.”

 

Yu Ilhan은 Eight-tailed Dragon Spear을 들어 flame을 피워 올렸다. 불의 여신의 축복을 받고, 온갖 타이틀과 스킬의 힘으로 극한에 이른 fire attribute Attack Power을 지니게 된 Yu Ilhan이 간신히 만들어낼 수 있게 된 투명한 flame을!

극도로 압축되어 날 끝에만 머무르는 그 flame은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 희미하게 일렁였으나, 지닌바 힘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어째서 Yu Ilhan이 불의 여신의 축복을 받았는지 그 가벼운 기술 하나만으로도 깨달을 수 있었다.

 

[Dragon의 기운도 같이 느껴지는걸.]

“Draconic Blood로 Blaze를 강화하고, 거기에 Orochi의 flame인 Purple Flame을 더했지. 마무리로 Eternal Flame이 보조해주고 있어.”

[주인이 갖고 있는 불의 심장의 힘이 더해진다면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이 작업 끝난 다음에 하자.”

 

창을 조금 짧게 쥐고, 놈의 정수리에 대뜸 그것을 찔러 넣었다. 놈이 살아 있었다면 그것도 힘들었겠지만 지금 놈은 저항을 하지 못하는 상태, 마치 순두부처럼 시원하게 날이 박혔다. Yu Ilhan은 심호흡과 함께 그것을 조금씩 위로 들어올렸다. 피가 튀었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던 용기를 꺼내어 담았다.

 

“좋아, 될 것 같아.”

 

그가 Spear 놀리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몸길이만 수백 미터를 넘기는 거대 철갑상어가 점차로 속살을 드러내자 Na Yuna가 환호하며 외쳤다.

“Ilhan 씨이, 나 샥스핀 스프으으!”

“저놈 지느러미로 스프를 끓이면 이 Barrier 안에 들어온 사람들 전부 먹고도 남겠네.”

“아빠 나두 배고파.”

“Dragon 고기 많이 먹었잖니!?”

“상어 고기가 더 맛있어 보여!”

 

Yu Ilhan은 Sky Castle을 강화할 목적으로 놈을 Dismantling하고 있었지만 일행은 7차 클래스의 상어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사실 상어고기는 부패가 빨라 염장을 하지 않고선 먹기가 까다로운 음식이라는 점만 빼면 식재료로는 썩 좋은 편인데, 켈라투크의 고기는 몸에 지니고 있는 마나가 워낙에 많아 이대로 공기 중에 방치해놔도 족히 100년간은 썩지 않을 만큼 싱싱했다. 어쩌다 보니 Cooking 맥스 레벨을 달성한 Cooking사 Yu Ilhan 또한 그 싱싱한 상어 고기를 보며 회가 동했다.

 

“……어차피 살점은 쓸 데도 없으니 먹어볼까.”

“정말 저걸 먹는구나…….”

 

Yu Ilhan은 놈의 뼈와 철갑을 모두 깔끔하게 분리한 후, 일행의 요청에 따라 부드러운 지느러미와 살점을 토막 냈다. 분주하게 지느러미를 썰어 스프를 끓이고 회를 뜨고 굽고 찌고…… 열심히 Cooking를 하는 Yu Ilhan을 보며 Kang MiRae와 Na Yuna는 어째선지 모를 패배감을 느꼈다.

 

“나는 아직 된장국도 끓일 줄 모르는데…….”

“Ilhan 씨가 맛있는 Cooking를 해주는 건 좋지만, 뭔가 석연치 않아아.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아?”

“아빠, 빨리 줘! 빨리!”

 

Cooking 역시 숙달되면 속도가 빨라지게 마련. Yu Ilhan은 8천 명에 달하는 Dragon 군단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상어 Cooking를 불과 3시간 만에 마쳤다. 기적의 요람을 통해 조리했기 때문에 독성도 미약한 수준!

 

“……어머나.”

“꺄악. 맛있어어!”

 

석연치 않은 기분을 지니고 있던 Kang MiRae와 Na Yuna는 Cooking를 맛보는 순간 그런 마음은 모두 털어내고 Cooking를 먹는 그 한순간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들, 비린내는 대체 어떻게 잡은 거니?”

“상어 비린내는 Breath 한 방울이면 해결이지!”

“엄마가 졌어.”

 

Kim YeSeul마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말았다!

 

[Kellatuke끝내 샥스핀 스프가 되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7차 클래스가 된 건 아닐 텐데…….]

“의도된 종착점에 도달할 뿐이라면 삶에는 아무런 재미도 없을 거야.”

[적어도 상어회가 되는 것보다는 재미있었을 텐데…… 아, 맛있네. 자기는 정말 못하는 게 없구나.]

 

켈라투크의 육신은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에 아무리 그들이 배불리 먹었어도 아직 육신의 95% 이상이 멀쩡하게 남아 있었다. Yu Ilhan은 놈의 살점을 적절한 크기로 토막 낸 다음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드디어 Sky Castle의 마지막 강화 작업에 착수했다.

 

“Mystic, Sky Castle의 메인 시스템인 네가 볼 때 이 성에 부족한 게 뭐라고 생각해?”

[글쎄, 개념?]

“너한테 없는 거 말고 Sky Castle에 없는 거.”

[자제?]

“너한테 물은 내가 잘못이었어. 답은 바로 Defensive Strength이야.”

 

Sky Castle은 마나를 소모해 Barrier를 펼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유사시 급강하 어택을 할 때에도 Barrier로 성 내부로 오는 충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Yu Ilhan이 생각하기에 higher existence들을 공격할 때에는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마나로 펼치는 Barrier 정도는 당장 Yu Ilhan 자신부터 수월하게 찢어놓을 수 있지 않던가!

 

“그러니 지금부터 이 철갑으로 Barrier를 강화할 거야.”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누누이 말하지만 켈라투크의 덩치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했다. 물론, 놈의 전신을 뒤덮고 있던 철갑이 있다면 Sky Castle의 Barrier를 모두 덮는 것도 문제는 아니었다.

Yu Ilhan은 우선 모든 철갑 비늘에 Mana Crafting를 통해 투명화 능력을 부여하고, Barrier가 발동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 위를 덮을 수 있도록 Sky Castle 외곽에 비늘 투사 장치를 일렬로 설치했다. 특정한 마나에 반응해 작동하는 장치로, 끔찍하도록 섬세하고 복잡한 기관이었으나 Magic Engineering의 마스터인 Yu Ilhan에게 이 정도 장치를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물론 이 투사 장치로 그냥 비늘을 쏘아내는 것도 가능하고, Barrier가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 일제히 날을 세워 발사하는 것도 가능해.”

[그걸로 끝 아니지? 주인님이 그 정도로 끝낼 리가 없잖아. 그렇지?]

 

물론 마지막 강화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Barrier의 강화! 중심축을 잡고 Barrier 자체에 회전을 걸면 그 위를 덮은 철갑 비늘이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드릴처럼 돌아가고, 그 상태에서 Sky Castle을 돌진시키면 마주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갈아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도 아냐!]

“그래, 나는 인간을 그만두겠어. 아니, 인간을 초월하겠다! 미스티이이이익!”

[이런 순간에조차 그런 시시한 말장난을 하다니!]

 

Yu Ilhan은 이 작업을 위해 상당량의 5th Class magic stone을 소모했다. 철저한 설계와 과분하기 그지없는 재료로 작업이 진행된 만큼 처음부터 성공은 예견되어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 끝내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드릴이 완성되고 말았다.

 

[절멸자의 Sky Castle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어이 그 일이 일어났다. Yu Ilhan이 기다리던 바로 그 일 말이다.

 

[절멸자의 Sky Castle]

[Rank – 이터널]

[내구도 – 100,000,000/100,000,000]

[사용제한 – Yu Ilhan]

[옵션 –

1. 일정 거리 내의 모든 적의 마나와 생명력을 빼앗아 내구도 회복

2.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온 모든 이를 자동 요격

3. 다양한 존재의 Record을 흡수하여 성장한다.

4. 요새의 비행이 가능. 급발진, 급상승, 급하강이 가능

5. 요새와 그 안을 구성하는 모든 물건은 주인의 착용 무구로 취급된다. 요새의 주인과 파티를 맺은 이들은 요새의 구성원 취급을 받아 요새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6. 요새에 포함된 모든 기물의 Defensive Strength과 Attack Power 20% 상승

7. 요새에 포함된 모든 기물의 Defensive Strength과 Attack Power 30% 상승

8. 특수Barrier를 펼쳐 공격과 보호가 가능

9. 성역 안에서 기적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기술을 초월한, Record을 초월한, 기적을 초월한 창조물. 조각 하나가 부족하여 완전해지지 못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완성될 것이다.]

 

[이터널 Rank의 창조물을 만들어냈습니다. 타이틀 ‘벗어난 자’를 얻었습니다.]

 

“음?”

 

드디어 우리 Sky Castle이! God Rank 위의 Rank으로! Yu Ilhan은 감격하여 눈물이라도 흘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터널 Rank을 만들어내고 얻은 타이틀이 살짝 그의 마음에 걸렸다. 벗어난 자? 뭘 벗어났다는 거지? 타이틀 능력은 뭐지? 도무지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왜 그래, 자기?]

“아니, 아무것도 아냐.”

 

다른 이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이 자리에 벗어난 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가 자신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기대와는 조금 어긋나기는 했으나, 어쨌든 Sky Castle을 강화시키는데 성공했으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런데 만족하고 돌아서는 Yu Ilhan을 Mystic이 붙잡았다.

 

[주인님, 나 기분이 조금 이상해.]

“왜, 여태 없었던 개념이라도 생겨나려고 하니?”

[재채기가 엄청나게 나올 것 같은데 안 나오고 막혀있는 기분이야! 으으으아아아, 답답해!]

 

Yu Ilhan은 어쩌면 Sky Castle의 설명에 붙은 ‘부족한 조각’이 그녀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뭐가 부족한지 알았더라면 그가 나서서 진즉 완성시켜주지 않았겠는가?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간지럼이라도 태워줄까?”

[흐앙, Sky Castle에 대체 뭘 한 거야! 답답해! 답답해애!]

 

Mystic은 그 후로도 계속 답답하다며 소리를 질렀으나 Yu Ilhan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Orochi에게 뭔가 해보라고 했지만 놈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답했다.

 

[여자가 답답해하며 화를 내고 있을 땐 이유를 캐묻기보다 놔두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책이지.]

“너 좀 현명하다?”

[주인님 바보! Orochi는 더 바보!]

 

Sky Castle이 이터널 Rank에 올랐다는 사실을 전하자 일행은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고, 다음으로는 정말로 God Rank 위에도 Rank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이가 없어했다. 그들 중 가장 경험이 많은 Helianna조차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터널? 그런 건 처음 들어, 자기. 살면서 Blacksmithing 마스터를 자기 외에도 몇 번인가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이라고 해도 God Rank 이상의 물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는걸?]

“어쩌면 우리는 Akashic Records가 생겨난 이래 최초로 탄생한 물건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최초…… 그럴지도 몰라. 후후, 이 순간을 자기와 함께해서 기쁜걸.]

“너만 있는 거 아니거든. 나도 옆에 있거든. Ilhan이는 내 거거든.”

 

Sky Castle의 강화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켈라투크의 철갑 비늘을 남김없이 소모하기는 했지만 그 결과물이 좋았으니 Yu Ilhan은 만족했다. 무엇보다도.

 

“최고로 무리할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다. 켈라투크의 뼈는 남았으니까!”

[아직도 남은 게 있었다니…….]

 

하지만 켈라투크의 뼈에는 처음부터 다른 용처가 있었다. Yu Ilhan은 그것을 Barrier 한편에 쌓아놓고는 다른 한편에 Ehjar의 뼈 일부를 꺼냈다. 거기에 Ehjar의 Dragon 하트와, 불의 심장까지 꺼냈다.

 

“지금부터 이쪽으로 다가오지 말아요.”

 

그는 일행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경고한 후 Chaos 윌의 사체로 만든 건틀렛은 물론이고 항상 착용하고 있던 Burning Dragon God까지 벗었다. Orochi가 그에게 물었다.

 

[이젠 만들 수 있을 것 같은가, 주인?]

“그래.”

 

Yu Ilhan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루와 망치를 꺼내며 심호흡을 했다.

 

재료는 충분하다. 이터널 Rank이라는 새로운 지향점까지 잡았다.

이젠 그가 그리던 이상의 갑옷을 완성시킬 때였다.

 

———————————————-

Chapter 39. 어째서 나만? – 5

———————————————-

 

“Orochi, 너는 잠시 Eight-tailed Dragon Spear으로 피신해 있어.”

[그렇게 하지.]

 

Orochi의 사념이 Eight-tailed Dragon Spear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Yu Ilhan은 Spear 갑옷에서 분리해 한편에 세워둔 후, Eternal Flame을 자신의 손 위에서 타오르게 했다.

 

“지금부터 이 우주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것들을 녹여 뭉칠 거야. 자신 있지?”

 

그동안 Yu Ilhan의 손에서 다루어지며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하고, 그보다 더 많은 Record을 흡수하며 몇 번이고 한계를 초월한 Eternal Flame이다. 녀석은 Yu Ilhan에게 남아있던 미약한 불안마저 불식시켜주듯 자신 넘치는 몸짓을 보였다.

 

“좋아…….”

 

Yu Ilhan은 고개를 들었다. 두 눈에 보이는 것은 Barrier를 가득 채울 것만 같은 두 종류의 거대한 뼈. 두 뼈의 특성이 다른 만큼 섣불리 합금을 시도하기보다는, 둘 모두의 특성을 살린 갑옷을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첫 번째로 만들 건 내부 장갑이야. 켈라투크의 뼈, 불의 심장을 합해 내 피부 위를 두르는 얇은 갑옷을 만들어낼 거야.”

[그것은 불이군.]

“그렇지. 그리고 두 번째가 그 위를 덮는 외부 장갑. Chaos 윌의 건틀렛을 다시 녹이고, Ehjar의 뼈와 놈의 심장을 더해 단단하고 날카로운 갑옷을 추가로 만들 거다.”

[그것이 용인가. 확실히 지금 주인의 본질이 용보다 불에 가깝기는 하다. 그러나 주인, 주인은 불이 아닌 용을 통해 higher existence에 이르고자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어째서 용을 내장으로 삼지 않은 것이지?]

“지당한 걱정이야. 하지만 용의 힘이란 결국 바깥으로 표출되는 힘이어야 하거든. 더욱이 higher existence가 되는 데에 내가 가진 가능성 무엇 하나도 떼어놓을 수는 없고…… 무엇보다, 불과 용은 근원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기도 하고.”

[……나는 견식이 부족해 그 이상은 이해할 수 없으니, 주인이 알아서 하도록 해라.]

 

Orochi는 Yu Ilhan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확실히 용의 힘을 상징하는 것 가운데 가장 직선적이고 파괴적인 것이 불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은 지금 Orochi의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Yu Ilhan은 Orochi가 낙담한 것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도 언제까지 lower existence의 사념으로 머무를 수는 없잖아. 이 갑옷을 통제하려면 너도 좀 성장할 필요가 있어.”

[그거다!]

 

그때 돌연 Mystic이 외쳤다.

 

[이제 알았어! Sky Castle의 격이 높아졌는데 나는 그대로라서 답답한 거였어!]

“그럼 너도 성장하면 되잖아.”

[어떻게?]

“글쎄, Record을 닥치는 대로 흡수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해결이 필요해.]

 

Mystic이 목소리를 높였다. Sky Castle을 조종해 삼바라도 출 것처럼 정열적인 목소리였다.

 

[주인님이 성장해야 해! 그래야 우리도 따라서 성장할 수 있다구!]

“저거 나한테 책임 다 떠넘기는 거 봐라.”

[하지만 그게 정말인걸! 그러니까 빨리 higher existence든 뭐든 되란 말이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조용히 해봐. 지금은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빨리 higher existence가 되기 위해서도 무구의 강화는 필수다. Yu Ilhan은 Mystic을 조용히 시킨 후 Burning Dragon God과 켈라투크의 뼈를 같이 놓고 녹이기 시작했다. Burning Dragon God은 내장과 외장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로써, 지금은 그중 불에 해당하는 부분만 뽑아내어 써야 했다.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Yu Ilhan이 지금 다룰 수 있는 최대한의 flame을 내어도 두 금속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정말 가능하겠는가?]

“지금 불가능하면 나중에도 불가능해. 이건 지금 해야 하는 작업이야.”

 

여태까지 대장일을 하면서 한 가지 물건에 오랜 시간을 쏟아본 적이 없는 Yu Ilhan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재료가 재료인 만큼 조금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고, Burning Dragon God이 지니고 있는 힘 또한 한 톨 흘리지 않고 고스란히 새로운 갑옷에 담아내야 했다.

 

“후우…….”

 

Eternal Flame이 점차 빛과 세기를 늘려나갔다. 한 번 극에 달한 flame은 이번엔 반대로 조금씩 크기를 줄이기 시작했는데, 그것과 함께 점차로 투명해지더니 이내 눈에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언제 보아도 정말 신기한 flame이야…….]

“서큐버스, 넌 나랑 대련이나 하자. 어딜 도망가는 거야!”

[후, 나는 그저 예술품을 지켜보고 싶을 뿐인데…… 이 난폭한 전직 Angel 아가씨 같으니.]

 

Yu Ilhan에게는 이미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저 flame에 집중할 따름이었다. flame과 그것이 녹여야 할 소재, 그 두 가지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다.

 

“Eternal Flame, 네가 깃들게 될 갑옷이야.”

 

녀석을 타이르듯 Yu Ilhan이 속삭였다.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러니 네 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렴.”

 

Eternal Flame이 화답하듯 타올랐다. 혀를 날름거리며, 소재에 더한 애착을 갖고 스스로를 불태웠다. 바로 그 순간 Eternal Flame이 다시 한 차례 성장하며 이미 바깥에 꺼내놓았던 불의 심장이 Eternal Flame과 공명을 일으켰다!

 

Yu Ilhan을 제외한 그 누구도 Eternal Flame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 바로 그 순간. 조금씩, 아주 조금씩 Burning Dragon God과 켈라투크의 뼈가 녹기 시작했다.

 

‘좋아, 공명한다. 이대로 Mana Crafting까지 진행하자.’

 

그저 녹인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Burning Dragon God의 틀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켈라투크의 뼈가 지닌 힘을 압축시켜 그 안을 채워야 했으니까.

 

불의 심장이 작동하고 있는 지금 이 공정은 이미 단순한 Blacksmithing가 아닌 Mana Crafting였고, Eternal Flame이 박동하고 있으니 거기에 Soul Enchant까지 더해진 복합적인 작업이었다. 어쩌면 태초, 기술이 발전하고 갈래가 나뉘기 이전의 창조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Yu Ilhan은 막연히 생각했다.

 

[흐후. 전직 Angel 아가씨, 대련 안 할 거야?]

“닥쳐봐, 서큐버스…….”

 

그렇게나 화려하고 동시에 숭고하며 엄숙한 작업을 펼치는 Yu Ilhan을 외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Helianna와 Liera뿐만이 아니다. 저마다 대련을 하거나 스킬을 수련하거나 Dragon 고기를 먹거나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던 Barrier 내의 다른 인물들도 어느덧 하던 일을 멈추고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굉장해.”

“뭐가 굉장한 건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 더 굉장해!”

 

Yu Ilhan 주위를 반투명한 flame의 아우라가 둘러싸고 있어 그의 형체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가 하고 있는 작업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 거대한 켈라투크의 뼈가 서서히 규모를 줄여나가고, 단단한 갑옷이었던 Burning Dragon God이 밝은 빛을 발하며 물질로부터 비물질로 형태를 옮겨 분해된다. Eternal Flame은 절대로 섞일 수 없어야 할 두 가지를 하나로 섞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타올랐다.

 

[내 집.]

 

밝고 맑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Yu Ilhan은 그것이 Eternal Flame의 의지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녀석이 어마어마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주종이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뜨거운 집을 만들 거예요!]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Yu Ilhan이 흡족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주인이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Eternal Flame은 더욱 더 기뻐하며 거세게 타올랐다. 당연히 켈라투크의 뼈가 녹는 속도가 더더욱 빨라졌다.

 

불의 심장 역시 아주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것이 녹아내릴 때마다 공간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어느덧 실로 끔찍한 열이 Barrier를 형성하여, 그 내부에서는 불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Yu Ilhan과 Eternal Flame을 제외한 그 어떤 존재도 의식을 유지할 수 없었다. Orochi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녀석은 다급히 Barrier 바깥으로 벗어났다.

 

[나는 잠시 도망가겠다. ……이런, 이미 내 말도 들리지 않는가.]

“후우, 하아…….”

 

불의 심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Barrier가 점점 그 크기를 줄여나갔다. Barrier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켈라투크의 뼈의 크기도 줄어들었다.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성질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압축되고 있는 것이다. 그 드높은 격을 담아낼 수 있는 틀을 찾아냈기에.

 

Yu Ilhan은 드디어 망치를 들었다. 분리된 Burning Dragon God의 절반과 켈라투크의 뼈를 한 데 놓고, 내리쳤다. 자신의 마나와 flame을 모두 담아 Eternal Flame과 함께 그것을 단련했다.

 

[느껴져? Blacksmithing에 Mana Crafting와 Soul Enchant가 섞이고 있어. 아아, 한낱 갑옷 주제에 나보다 더 과분한 대우를 받다니 부러운걸. 나도 자기의 저런 달콤한 손길에 닿을 수 있다면 피 한 줌으로 녹아내려도 좋을 텐데…….]

“닥치라니까, 서큐버스. 집중력 깨지잖아.”

 

Yu Ilhan은 눈을 지그시 감아버렸다. 이미 눈을 뜨건 감건 작업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불이 느껴졌다. 숨 쉬는 flame이, Eternal Flame의 의지가, 불과 하나 되어 타오르는 공간이, 물들고 변화하는 켈라투크의 뼈가, 그 중심에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Burning Dragon God의 반신이.

 

[기술로 정의되지 못하는 영역의 기술을 찾아냈습니다. 기술과 기술이 합쳐진 끝에 탄생하는 Upper 합성 기술은 대부분이 Akashic Records에 Record되지만, 도무지 Record될 수 없는 격을 지니고 있는 기술들은 레벨을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중 당신이 발견한 것은 태초의 영역입니다. Blacksmithing와 Mana Crafting, Soul Enchant의 힘을 하나로 합쳐 ‘섞일 수도 나뉠 수도 없는 혼돈’을 ‘탄생’으로 바꾸는 힘, 당신은 ‘창조’를 깨달았습니다.]

[타이틀 ‘창조자’를 얻었습니다. 당신이 창조한 모든 것에는 독특하고 Yu Ilhan 옵션이 추가됩니다.]

 

Yu Ilhan은 눈을 떴다. 어느덧 켈라투크의 뼈가 모두 사라져 있었다. 불의 심장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Eternal Flame은 여전히 Yu Ilhan의 손 위에서 타오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녀석의 진체가 아닌 일부에 불과했으며, 진체는 이미 자신이 만들어낸 집으로 옮겨간 후였다.

 

그의 눈앞에 하나의 갑옷이 둥둥 떠 있었다. 오직 붉고, 붉은 갑옷이었다. Burning Dragon God의 모습을 빼닮았으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Yu Ilhan은 그것과 마주하며 자신이 이른 ‘창조’의 영역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직감할 수 있었다.

 

[너무 좋아요!]

 

갑옷 안에 깃든 Eternal Flame이 한 점 어두움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외쳤다. 청명하면서도 정열적인, 그 자체로 모순에 가까운 목소리. 그것이 실로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제가 주인님을 지킬 거예요!]

“그래, 잘 부탁해.”

 

모든 것을 쏟아낸 Yu Ilhan에게선 절로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실로 뿌듯했다. 가슴이 벅차다. 처음으로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누구도 걷지 못했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Soul of Fire이 완성되었습니다.]

 

[Soul of Fire]

[Rank – God]

[Defensive Strength – 17,900]

[내구도 – 불의 기운이 남아있는 한 결코 소멸하지 않음]

[착용제한 – Yu Ilhan]

[옵션 –

1. fire attribute 저항력과 Attack Power이 200% 상승

2. 모든 스킬에 불의 힘을 담아 100% 증폭시킨다.

3. flame과 관련된 모든 스킬의 격을 높인다.]

[인간을 뛰어넘은 인간에 의해 창조된, 가장 순수하고 뜨거우며 단단한 flame. 물질과 혼, 마나가 한 가지 뜻으로 모여 탄생한 기적.]

 

갑옷의 정보를 확인한 후 고개를 돌리니, Burning Dragon God 가운데 불이 아닌 용에 속한 부분이 따로 떨어져 나와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부터 이것은 Ehjar의 뼈와 Chaos 윌의 건틀렛, Dragon 하트와 함께 새로운 외부 장갑을 이루게 될 것이다.

즉, 아직 작업은 절반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갑옷은 미완이다.

 

“이렇게 지치는 작업을 지금부터 한 번 더 해야 한다니…….”

[기뻐요. 기뻐요!]

 

Eternal Flame은 Yu Ilhan의 마음도 모르는지 갑옷을 조종해 혼자서 허공을 뛰어다니며 환호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저것을 걸칠 수도 있겠지만…… Yu Ilhan은 녀석이 잠시 그러고 다니도록 놔두기로 했다. 일행을 돌아보니 멍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Ilhan이 너…….”

“왜?”

“머리카락까지 붉게 물들었어.”

 

Yu Ilhan은 Liera의 말을 듣고 다급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려 확인했다.

 

“헉!?”

 

정말이었다. 불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이후로 Yu Ilhan의 눈은 flame처럼 붉게 물들었었는데, Soul of Fire을 만들고 난 지금은 그의 머리카락까지 붉게 물들어버린 것이다.

 

“뭐야, 언제 이렇게 자랐지?”

 

더구나 그것이 허리춤에 닿을 만큼 길게 자라기까지 했다! Yu Ilhan은 기겁하며 그것을 당장 자르려고 했지만 그 순간 Na Yuna가 재빠르게 몸을 던져 그의 허리춤에 매달렸다.

 

“긴 머리도 멋지니까 놔둬요! 놔둬요오!”

“그래도 전투할 때 귀찮으니까 짧게…… 음?”

 

머리를 짧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길게 자라났던 머리가 다시 짧게 줄어들었다. 그의 허리를 붙들고 있던 Na Yuna의 두 눈 가득 물음표가 떠올랐다. Yu Ilhan은 생각했다.

 

……내가 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

Chapter 39. 어째서 나만? – 6

———————————————-

 

“Ilhan 씨이, 머리카락 길게! 길게에! 방금 너무 섹시했는데!”

“난 섹시하고 싶지 않으니까 짧게 할게요.”

“너무해! 바보! 바보오!”

 

Yu Ilhan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flame의 속성을 띠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야 flame은 덩치를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자유이니, 머리카락이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다시 말해 Yu Ilhan의 신체 일부가 물질의 영역을 반쯤 초월하게 된 것이다.

 

lower existence와 higher existence의 중간 지점에 이르렀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자각했다.

 

“흠, 이쪽으로도 higher existence를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 higher existence 될 방법 많아서 참 좋겠다.”

“그래도…… 흠.”

 

불이나 Dragon, 한 가지 힘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그 둘을 합해 Upper의 경지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일이겠지.

예상외의 소득에 잠시 놀라기는 했으나, 이내 그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이전의 헤어스타일을 되찾았다. 지금부터는 외부 장갑, 용의 힘을 온전히 담아낸 파츠를 만들어내야 할 때였다.

 

“이리와.”

[네.]

 

Yu Ilhan은 여태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고 Soul of Fire을 피부 위로 걸쳤다. 그것은 처음부터 자신을 위해 제작되었을 뿐더러, 순수한 flame의 성질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입어도 입지 않은 것처럼 무척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이대로면 외부 장갑도 문제없겠어.”

[기뻐요!]

 

어휘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처럼 같은 단어만 반복하는 Eternal Flame.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갑옷을 가볍게 두드려주고는 다시 망치를 들었다. 그 끝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flame이 피어났다. Eternal Flame과 Yu Ilhan은 이미 깊이 일치되어, 더 이상 둘을 구분하는 것이 어리석을 정도였다.

 

“Orochi, 그럼 이제 네 차례다.”

[아깐 정말 창 째로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만…….]

“창도 녹일 거야. Eight-tailed Dragon Spear이라는 이름은 이제 버릴 때가 됐지.”

[……정말인가?]

“아까 Eternal Flame 하는 거 봤잖아? 너도 고스란히 하면 돼.”

[나는 주인이 Ehjar를 사용할 줄 알았다만.]

“조금 있다가 놈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되면 너와 교대할 거야. 넌 그때까지만 맡아주면 돼.”

 

아직 Yu Ilhan에게 저 포악한 7차 클래스의 Dragon을 부릴 능력은 없었다. 그의 솔직한 말에 Orochi가 쓰게 웃었다.

 

[조금만 더 내가 분발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것도 즐거우니 불만은 없다만.]

“그러면 시작해볼까.”

[알겠다.]

 

Eight-tailed Dragon Spear, 무수한 병장기가 저장된 Burning Dragon God의 반신, Chaos 윌의 건틀렛, Ehjar의 뼈, 놈의 Dragon 하트까지. 하나하나가 세상을 경악시킬 능력을 지닌 보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후우.”

 

Yu Ilhan은 지그시 눈을 감고 Mana Crafting와 Soul Enchant, Blacksmithing 능력을 동시에 발현해 창조의 영역에 들어섰다. 그래도 이미 한 번 해봤다고 이번엔 제법 능숙했다.

 

[크아아아아아아! 감히 내 육신을, 내 심장을!]

“넌 닥치고 있어, Ehjar.”

 

녀석을 부리는 것은 무리지만 닥치게 하는 것 정도는 쉬운 일. Yu Ilhan은 Deathgod으로서 지닌 모든 힘을 이용해 Ehjar의 사념을 의식 저 깊숙한 곳에 다시 파묻어 버리고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Ehjar의 거대한 뼈가 붉게 달아오르며 점차 크기를 줄여나갔다. Orochi의 사념은 Eight-tailed Dragon Spear으로부터 벗어나 Burning Dragon God의 반신으로 자리를 옮겼고, Yu Ilhan은 다른 모든 재료를 flame의 힘으로 녹이며 동시에 Draconic Blood를 발동했다.

 

‘내가 지닌 Dragon의 힘을 가장 잘 끌어내주는 육신을 만드는 거야. 쉬운 일이지. 쉬운 일이어야 하고.’

[주인, 집중하라!]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Ehjar의 Dragon 하트가 반응했다. Mana Crafting 작업이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Orochi.”

[해보겠다.]

 

Yu Ilhan이 망치를 들어 내려쳤다. 갑옷의 외관이 아주 잠깐 드러났다가 다시금 혼돈 속으로 파묻혔다. 그러나 Yu Ilhan은 실망하지 않았다. Chaos 윌의 건틀렛이 효과적으로 녹아들었다는 얘기니까.

 

“Dragon의 힘을 가두어놓을 생각은 없어. 마음껏 변화하고 포효해라.”

[그것 참 마음에 드는 일이군.]

 

Orochi와 Yu Ilhan의 감각이 서서히 한 데 녹아 섞였다. 이미 Soul of Fire과 일치되어 있는 그였으나, 여태껏 사념을 다루는 훈련을 해온 것이 헛되지 않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Soul Enchant까지도 부드럽게 발동되었다.

 

“좋아…… 좋아.”

 

공명이 일어났다. 기적의 요람 안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반응을 보이곤 했던 Dragon의 힘이 눈앞에 놓인 소재에 자극받아 깨어난 것이다. Yu Ilhan의 전신으로 격한 파문이 일었다. 이 정도를 버티지 못해서야 higher existence가 되겠다는 꿈은 고이 접어 불태워야 할 것이다.

 

“작업 개시하자고!”

 

망치를 내려쳤다. Eight-tailed Dragon Spear이 보기 좋게 부러지더니, 투명한 flame에 의해 녹아내려 Burning Dragon God의 반신에 스르륵 흡수되었다. 이제 이 모든 것을 Blacksmithing의 힘으로 한 군데에 빚어내는 일만 남았다.

 

[후우…… 하아.]

“후우…… 하아.”

 

Yu Ilhan과 Orochi의 호흡이 일치했다. 망치를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Ehjar의 뼈가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압축되어갔다. Dragon 하트의 크기가 점점 줄어가며 소재들을 Magic으로 강화했다.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만큼 복합적인 공정이 동시에 일어나니, 마도에 조예가 깊은 Erta와 Helianna조차 그것을 보며 숨이 가빠올 지경이었다.

 

“저는 포기하겠어요. 이해할 수 없어요……!”

[이해할 수 없어도 똑똑히 보고 있으라구, 아가씨. 자기가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는 모습을, Record되지 않는 Record을 말이야.]

 

유일하게 Dragon의 것이 아닌 Chaos 윌의 힘이 마지막으로 그 안에서 울부짖었다. 그것은 Dragon의 특성을 강화하고, 힘의 제약을 풀어내는 데에 사용되어야 했다. Yu Ilhan은 그 힘을 변형하고 인도했다. Dragon 하트의 마나를 이용해 힘을 Dragon의 그것으로 성형해 갑옷과 하나로 만들었다.

 

[시작된다, 주인.]

“그래. ……시작된다.”

 

망치를 내려쳤다.

망치를 내려쳤다.

망치를 내려쳤다.

 

Dragon 하트가 완전히 녹아내렸다.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끔찍한 밀도의 마나가 Yu Ilhan에게 모두 집중되었고, 그는 Draconic Blood의 힘으로 마나와 동화하며 그것을 망치를 통해 쏟아냈다.

 

그의 심장이 아플 만큼 강하게 요동치는 Dragon의 마나에도 불구하고 그의 움직임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갑옷이 점차 모양을 갖추다가 흐트러지고, 다시금 뭉쳤다가 확산되었다. Ehjar의 뼈가 그 갑옷을 완전히 감싸고 같이 녹아내렸다.

 

“나 저거 본 적 있는데. 물에 떨어진 물감이 퍼지는 것만 같아요오.”

“쉬잇.”

 

망치를 내려쳤다. 단 한 번 선명한 금속성이 울려 퍼졌다. Barrier를 가득 채울 것처럼 퍼져나갔던 마나와 기운이 순식간에 압축되어 하나의 갑옷의 모양으로 완성되었다.

 

검붉은, 단단하고 날카로운 Dragon의 비늘을 형상화한 갑옷. Burning Dragon God을 부풀려 놓는다면 이렇게 될까 싶은 갑옷이 그곳에 있었다.

 

“후.”

 

Yu Ilhan은 짧은 한숨을 뱉어내곤 망치를 놓아버렸다. 최상급의 재료로 만든 망치임에도 연이은 두 번의 창조를 견디지 못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고 말았다. 그저 작업이 끝날 때까지 버텨준 것이 용할 뿐이다.

 

“완성이다.”

[완성이군.]

 

그의 눈앞으로 녹색 글귀가 떠올랐다.

 

[Dragon’s Body이 완성되었습니다.]

[Dragon’s Body]

[Rank – God]

[Defensive Strength – 25,500]

[내구도 – 50,000,000/50,000,000(한 조각이라도 남는다면 재생한다.)]

[착용제한 – Yu Ilhan]

[옵션 –

1. Dragon의 힘을 증폭시키며 재생력을 300% 증가시킨다.

2. Dragon과 관련된 모든 스킬의 격을 높인다.

3. 마나를 소모해 착용자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며, 물질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4. 착용자의 Record에 새겨진 모든 equipment 마음대로 불러낼 수 있다. Defensive Strength의 절반을 무기의 Attack Power에 추가한다.]

[Dragon을 깊이 이해한 인간에 의해 탄생한, 인간과 Dragon을 공존시키는 갑옷.]

 

[이제야 Mystic의 말을 이해하겠군.]

 

Dragon’s Body에 갇힌 Orochi가 투덜거렸다.

 

[매우 답답한 느낌이다, 주인. 빨리 어떻게든 해다오.]

“너까지 같은 소리를 하다니.”

[후히히, 쌤통이다! 나를 무시한다느니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하니까 너도 같은 꼴이 된 거야!]

[저 여자와 같은 꼴이라니 분통이 터지는군…….]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듀얼 코어는 함께 동작할 때 의미가 있는 것. Eternal Flame에 의해 통제되는 불의 심장, Orochi에 의해 통제되는 Dragon 하트가 Yu Ilhan이라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한 데 모였을 때 비로소 이 갑옷은 완전해질 수 있었다.

 

“Orochi,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겠지?”

[킁, 알고 있다.]

 

Yu Ilhan이 손을 까딱이자, 허공에 둥둥 뜬 채였던 Dragon’s Body이 그 모습을 검은 안개처럼 변화시켰다. Chaos 윌의 특성이 Dragon의 힘을 빌려 보다 강력하게 구현된 것!

 

그 안개는 그대로 허공을 가로질러 Soul of Fire을 착용하고 있는 Yu Ilhan을 오롯이 감쌌다. 이내 그것이 다시 물질화하여 Soul of Fire 위로 자연스럽게 장착되자, Orochi와 Eternal Flame, Yu Ilhan이 오롯이 하나 되었다.

그것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Yu Ilhan의 망막 위로 조용히 몇 줄인가의 글귀가 새겨졌다.

 

[이터널 Rank Artifact Soul Fire Dragon God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미 완전하지만, 다른 것과 만나 완벽을 초월하게 되는 Artifact가 있습니다. ‘Soul of Fire’과 ‘Dragon’s Body’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두 개의 Artifact와 사용자, 무엇 하나라도 빠지면 완성되지 않는 Artifact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이터널 Rank의 Artifact로 재탄생합니다.]

[Artifact Soul Fire Dragon God에 한 가지 옵션이 추가됩니다.]

[갑옷의 착용자는 모든 flame과 Dragon의 주인이 됩니다. flame과 Dragon의 힘을 증폭시키고, 그들에게 힘을 부여할 수 있으며, 그들의 힘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착용자의 격이 낮아 옵션이 완전하게 발동하지 않습니다.]

 

“후우우우우.”

 

Artifact와의 불완전한 합일을 통해 간단한 각성을 마친 Yu Ilhan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 안에 flame과 Dragon의 힘이 모두 담겨있었다. 혹자는 그것을 Breath라고도 부른다.

 

그 광경을 멍하니 보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Yumir였다.

 

“아빠가 Dragon이 되어버렸어!?”

“아직 아니란다.”

“그럼 이제부터 Dragon이 되는 거야!?”

“그것도 잘 모르겠는걸.”

“어쨌든 대단해! 아빠 대단해!”

 

Yu Ilhan은 눈망울을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며 아이처럼 환호하는 Yumir를 부드럽게 안아준 후,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손을 휘휘 저어보였다.

 

“이제 구경거리 다 끝났으니까 할 일들 하시죠.”

“Yu Ilhan 씨가 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제가 하는 일이 너무나 덧없어지는데요.”

“나중에 덧없이 죽어버리기 싫으면 그 덧없는 일을 계속 하시죠.”

 

아직 Barrier가 해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기적의 요람을 꺼내어 놓고 잠수하여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기적의 요람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UpperLeap 이전에 마쳐야 할 다른 일들도 있지.”

 

Yu Ilhan은 Spear 불러내어 자세를 잡았다. flame과 Dragon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붉은 금속의 창. Eight-tailed Dragon Spear을 베이스로 했으되, Yu Ilhan이 기억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날카롭고 단단한 Spear니 그것과는 명백히 다른 Spear었다.

 

“누구 나랑 대련해줄 사람?”

“지금 Ilhan이랑 싸웠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은데.”

“하지만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수련해야 하는데…….”

“히이익.”

 

Great Cosmos-severing Spear이라는 말에 모두가 기겁하며 물러났다. Yu Ilhan의 무력이 파격적으로 상승하게 된 바로 그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유일하게 Helianna만이 반응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물리 격투가 아닌 Magic 전투에 특화되어 있으니 Yu Ilhan의 대련 상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Yu Ilhan은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며 Spear 놓고는 Ehjar의 남은 육신을 꺼내었다. 비록 핵심적인 부분이 다 털려버리기는 했지만, 남은 부분만으로도 놈의 사체가 지닌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그는 그 사체를 앞에 두며 아무렇지도 않게 굉장한 소리를 지껄였다.

 

“Ehjar를 되살려서 싸우는 수밖에 없지.”

[나를 이 꼴로 만든 주제에 잘도!]

“격은 좀 많이 떨어지겠지만 육체 능력은 그렇게 다르지 않을 테니 안심해.”

[네노오오오오오오오옴!]

“나랑 싸워서 이기면 자유의 몸으로 풀어줄게. 그러니까 지금은 순순히 내 말을 따르시지?”

[이, 이 무도하고 비천한 lower existence 따위가 이 Ehjar를 얕보다니이이이이이!]

 

Yu Ilhan에게 한껏 자극되어 울부짖는 Ehjar. Yu Ilhan은 그것을 느끼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구가 완성된 이상 팔푼이가 된 Ehjar에게 자신이 질 리는 없다. 더욱이 물리적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인해 Ehjar의 기를 꺾어 Rule할 수도 있게 될 테니 이것을 일석이조라 부르지 않고 무어라 부르겠는가! Orochi가 Dragon’s Body에 들어가야 했던 것은 모두 지금 Ehjar와 싸워 이기기 위한 무릎을 꿇는 과정에 불과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널 예쁘고 귀엽게 되살려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봐.”

[예, 예쁘게!? 귀엽게!? 네노오오오오오오오옴!]

 

Yu Ilhan은 주위에 남은 Dragon 뼈를 이용해 새로운 망치를 빚어내며 Ehjar의 사체에 다가섰다. 오직 Yu Ilhan만 즐거운 수련 생활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

Chapter 39. 어째서 나만? – 7

———————————————-

 

[그와아아아아아아아!]

 

힘차게 울부짖는 얼음 마귀. 놈이 왼팔을 뻗자 일직선상의 대상을 모두 얼려버리는 에너지가 쏟아져 나왔다.

 

“Carina!”

“알고 있어요!”

 

Michael Smithson이 방패를 든 채 용감하게 그것을 막아서며 외치자, 그 틈만을 노린 듯 Carina Malatesta의 속박 Magic이 마귀를 붙들었다.

 

“흡!”

 

마귀가 꼼짝도 못 하게 된 그때 언제 나타난 것인지 모르게 놈의 등 뒤로 솟구친 Takagaki Asuha가 채찍으로 놈의 목을 휘감고 조였다. 그러나 놈을 끝장내기에는 destructive power이 부족했다!

 

“흐으으으아압!”

“아직 부족해, 큭!”

“돌진해요, Michael!”

 

마귀와의 사투는 그로부터 30분을 더 이어진 끝에야 간신히 끝이 났다. 도중에 보다 못해 축복을 강화해준 Na Yuna가 없었더라면 또 위험한 광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헉, 헉…… 어떻게든 간신히 이겼군.”

“Michael, 고생했어요.”

“Carina, 당신이야말로.”

 

방어를 전담하느라 셋 중 가장 험하게 구른 Michael Smithson이 자신의 방패 끝에 달라붙은 얼음을 부수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Carina Malatesta가 손수건으로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이젠 익숙해진 그들의 애정행각을 무시하며 Takagaki Asuha가 자신의 레벨을 확인했다.

 

“분명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하지만 또 레벨이 올랐어요. 이제 벌써 250레벨이라구요!”

“이렇게나 레벨업이 거듭되고 있는데 어째서 계속 힘든 거죠?”

 

Carina Malatesta의 지당한 의문에 Erta가 다음 몬스터를 소환할 준비를 하며 명쾌한 해설을 해주었다.

“당신들의 레벨이 오르는 만큼 소환되는 몬스터의 레벨도 오르거든요.”

“이 악마!”

“매일 Angel라는 말만 듣다가 악마라는 말을 들으니 색다르고 좋네요!”

 

Erta의 상쾌한 미소가 실로 Angel처럼 아름다웠다!

 

“미스터 Unique (Ilhan)와 연관되는 존재는 모두 이렇게 끔찍하게 변하는 건가…….”

“우리도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두렵네요.”

 

그 말을 들은 Erta가 코웃음을 쳤다.

 

“정말 Yu Ilhan을 따라가려면 당신들은 멀었답니다.”

“그야…….”

 

Michael Smithson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 실로 거대한 Dragon과 한 명의 인간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죽여 버리고 말겠다아아아아아아!]

“어떻게? 어느 세월에? 네가 날 따라잡는 것보다 내가 죽어 묘지에 눕는 게 빠르겠다!”

[크아아아아아앙!]

“더 큰 소리로 울부짖어봐! 어디 그렇게 해서 지나가는 지렁이라도 놀래킬 수 있겠냐!”

[유일하아아아아아안!]

“네 발길질이 너무 연약해서 누가 보면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기인 줄 알겠다! 자장가 불러줄까?”

 

저 거대하고 두렵기 짝이 없는 Dragon을 무자비하게 몰아치며 정신공격까지 빼먹지 않는 Yu Ilhan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신들이란 한낱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만도 못한 존재처럼 느껴지고 만다. 심지어 저 Dragon을 되살린 것은 Yu Ilhan 본인이지 않던가!

 

Carina Malatesta가 어이를 상실한 얼굴로 물었다.

 

“Yu Ilhan 씨가 저 Dragon과 싸우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죠?”

“어디 보자. Barrier의 지속 시간이 이제 한 달 정도 남았으니, 1년하고도 3달 가까이 저러고 있었네요.”

“한 번도 안 자고?”

“기적의 요람에서 목욕을 하는 시간을 뺀다면 쉬지도 자지도 않았죠.”

 

Michael Smithson은 침묵하고 말았다. 지금도 Yu Ilhan은 쌩쌩하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Spear 휘두르고 있다. 한 번 Spear 휘두를 때마다 우주를 갈라버릴 것만 같은 섬뜩한 궤적이 Dragon을 강타하는 것이, 그가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시켜주었다.

 

“기적의 요람이라면 여태까지 우리도 이용했지만…….”

“공명이라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분명 그 때문만은 아니겠죠.”

 

Yu Ilhan의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긴 세월 자지 않고 수련을 거듭한다는 것이 능력이 받쳐준다 해서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의 강인한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분하지만, Michael Smithson은 그 순간 처음으로 자신이 Yu Ilhan보다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가 모든 면에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에게 본받을 점이 적어도 한 가지는 있군.”

“당신도 강해질 수 있어요.”

“아니, Carina. 이제 그쪽으로는 욕심을 부리기 싫어. 전부 쥐려다가 실패하는 건 이미 많이 경험해봤거든.”

 

그는 짧은 숨을 토해내고는 다시금 방패를 들었다. 거칠던 숨도 지금은 고르게 진정되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지키는 방패가 되겠어. 모두 욕심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을 극한까지 갈고 닦겠어.”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내 사랑.”

“네네, 예쁜 사랑하시길.”

 

이 커플은 아주 주책이었다.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얘기를 하든 결국 분홍빛 가득한 결말에 이르고 마니까!

 

지난 1년이 넘는 세월 그들에게 염장을 당할 만큼 당한 Takagaki Asuha는 지겨운 얼굴로 그들로부터 시선을 돌려 Yu Ilhan을 바라보았다. 오직 그만이 그녀의 버팀목이었다. 자신은 감히 꿈도 못 꿀 경지의 Dragon을 몰아붙이는, 아무리 본인이 부정한들 신의 현신임에 틀림없는 저 위풍당당한 모습! 그 모습을 이렇게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Health은 다 회복된 모양이군요.”

“앗, 아아.”

 

눈치를 채고 보니 어느덧 Erta가 그녀를 지그시 째려보고 있었다.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한가로이 쉴 틈은 없겠지요?”

“물론이죠. 방금 레벨이 올랐으니 기력은 충분합니다. 어서 다음 몬스터를 소환해주시죠. ……가능하면 저 커플 머리 위로.”

“그거 재밌겠군요.”

 

세 명의 클랜 마스터뿐만이 아니다. Yumir도, Kang MiRae와 Na Yuna와 Kim YeSeul과 Liera와 Helianna도, Kang Hajin은 물론이고 Dragon 군단까지도 각각 이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찰나에 불과한 1년 반, 지구의 전력은 실시간으로 강화되고 있었다.

 

물론 그들 중 가장 압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는 Yu Ilhan이었다.

 

[크호아아아아아아!]

 

Ehjar가 포효했다. 놈의 육신에는 더 이상 심장도 없고, 척추와 갈비도 빠져나가고 하다못해 살점과 피까지 털렸지만, 그럼에도 Yu Ilhan의 신기에 이른 Blacksmithing와 Mana Crafting로 다듬어져 6th Class를 압도하는 강함을 지닌 채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네놈……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러나 그런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Ehjar조차 이젠 Yu Ilhan을 이길 수 없었다. 처음 되살아났을 때만 해도 그에 비해 우위에 서 있었던 Ehjar이지만, Yu Ilhan이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점차 Soul Fire Dragon God에 적응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역전되고 만 것이다.

 

[나는 절대 네놈에게 굴하지 않는다! 이런 비루한 육신으로 네놈에게 패배했다 한들 그것이 나의 패배는 아니다!]

“무슨 소리야, 넌 나한테 죽은 시점에서 나한테 진 거야. 이건 그냥 네 기를 완전히 꺾어놓는 과정일 뿐이지.”

[네놈은 비겁한 수단으로 나를 꺾었다! 내가 온전한 힘을 지니고 있었더라면 네놈 따위에게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Yu Ilhan은 코웃음을 쳤다.

 

“너 자신도 적을 Curse로 꺾어온 주제에 네가 당하니 비겁하다고 하는구나? 넌 Dragon의 자격도 없는 찌질이 녀석이야.”

[크하아아아아아아악!]

“강한 게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강한 거지. 그래서 말했잖아? 어떻게든 날 이기면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겠다고. 그때 너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지. 그래놓고 결국 지니까 이렇게 구질구질한 변명을 하는구나? 너 정말 Dragon으로 태어나기는 했어?”

[이, 비겁자가……!]

 

전투 내내 그런 말들을 대략 백만 번 정도는 들은 Orochi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주인이지만 정말 악랄하기 그지없구나. 듣는 내 마음이 먼저 꺾일 것 같다…….]

“아직 좀 더 밟아줘야지.”

 

Yu Ilhan은 마치 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 이불 빨래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야무지게 말하며 허공중에서 Leap을 거듭했다. 그가 지나가는 궤적을 따라 Spear 허공을 긋고, 거기에서 탄생한 Great Cosmos-severing Spear이 Ehjar의 상처 입은 육신을 다시 한차례 갈랐다.

 

[크아아아, 고통스럽다! 고통스러워!]

“보는 내가 한심하다! 그러느니 차라리 네 혼을 스스로 날려서 자살하는 게 낫지 않을까? Dragon으로서의 자존심이 남아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어때!”

[크하아아아아아아!]

 

한때 절망의 Dragon이라고 불렸던 Ehjar. 놈이 있는 힘껏 꼬리를 휘둘러 Yu Ilhan을 공격했으나, 이미 옛적에 놈의 움직임을 모두 Record한 Yu Ilhan에게는 그것도 애교로 보일 뿐이었다. 심지어 그는 꼬리의 움직임을 추적해 힘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날아가, 꼬리가 완전히 힘을 잃은 순간 그것을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힘껏 뒤틀어 부러트려버렸다.

 

[큭, 크흐아아아악!]

 

바로 그 순간, Ehjar가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졌다.]

 

놈이 처음으로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길고 긴 사투 끝에 놈의 육신보다 먼저 마음이 동강나고 만 것이다.

 

[네놈을 Dragon의 주인으로 인정하겠다.]

 

놈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Yu Ilhan은 놈의 꼬리를 조금 더 세게 꺾으며 눈을 반짝였다.

 

“다시 말해봐.”

[크으으! 당신을 우리 Dragon의 Lord로 인정하겠다!]

 

Yu Ilhan은 놈의 꼬리를 놓고 허공으로 부유했다. 놀랍게도 그 순간 Yu Ilhan의 망막 위로 새로운 글귀가 새겨지고 있었다.

 

[비록 그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고는 하나, 현존하는 최강의 Dragon이었던 절망의 Dragon의 사념으로부터 굴욕적인 복종 선언을 받아냈습니다. 당신이 지니고 있는 Dragon으로서의 힘과 Record이 강화됩니다. Dragon을 다스리는 능력이 아주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그 고강했던 7차 클래스 Dragon의 사념이 단순히 Yu Ilhan이 두들겼다는 이유로 그에게 복종의사를 표할 리는 없다. 어디까지나 Yu Ilhan이 equipment 완성하고 Dragon의 Lord로서의 자격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어쨌든 Yu Ilhan은 목적했던 바를 달성했다. Ehjar는 이제 Yu Ilhan의 것이었다.

 

“좋아, 그럼 너도 이젠 내 편이다.”

[기어이 해내는구나. 이 지독한 주인 같으니.]

 

활성화된 마스터 레벨의 Rule 스킬이 Ehjar의 전신을 뒤덮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너덜해진 Ehjar는 그 수많은 세월 쌓아온 자존심을 내버리고 Yu Ilhan의 휘하로 귀속되는 것에 동의했다.

 

“Ehjar, 잘 부탁한다.”

[그대를 나의 주인으로 인정할 테니…… 기필코 최강자가 되어라.]

 

[‘Ehjar’가 Kinfolk이 되었습니다.]

 

Hourglass of Eternity를 발동하며 목표했던 바를 드디어 이루는 데 성공했다. Yu Ilhan의 입가에 뿌듯한 미소가 어렸다.

 

“좋아, 그럼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자고.”

[저 끔찍한 Dragon의 육신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만…… 어쩔 수 없군.]

[후우…… 내겐 이쪽이 더 편하지.]

 

이제는 더 망설일 필요가 없다. Yu Ilhan은 곧장 ‘창조’를 발동하여 Ehjar와 Orochi의 위치를 바꾸었다.

Ehjar는 자신의 정수가 담긴 Dragon’s Body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을 터이고, Orochi 또한 God Rank의 Artifact보다는 팔푼이 7차 Dragon의 사체를 더 편해 할 것이다.

 

“Orochi, 어떻게 할까. 그 사체 그대로 놔둬?”

[장난 아니게 불편하다. 차라리 인간의 형체로 만들어다오, 주인.]

“좋아, 나한테 맡겨둬. 그 힘 고스란히 품은 채 압축시켜 줄 테니.”

 

Yu Ilhan이 Barrier 내에서 벌일 마지막 작업을 준비하고 있으려니, 여태까지 잠자코 있던 Mystic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인님, 나도! 나도 육신 갖고 싶어!]

“너는…… 일단 좀 더 기다려봐.”

[너무해! 바보 주인님 같으니! 나도 Orochi처럼 육신! 예쁘고 귀여운 여자애로!]

[하하, 애송이. 그 거대한 몸뚱이로 브레이크 댄스나 추고 있어라.]

[Orochi 이 바보오오오오오오!]

 

Mystic의 새된 목소리가 Barrier를 가득 채웠다.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망치를 들었다.

 

Barrier가 깨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한 달 정도. 명작을 하나 더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

Chapter 39. 어째서 나만? – 8

———————————————-

 

“전부 하던 일을 놓고 모이세요.”

 

어느 순간 Yu Ilhan이 외쳤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가 Barrier 내부를 가득 채우자, 순번을 맞추어 기적의 요람에서 끙끙거리고 있던 사람들도, 단체전을 벌이던 Dragon 군단도, 스킬 연습을 하던 Yumir도, 이제 막 마귀의 목을 베어낸 Takagaki Asuha도, 실전인지 대련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살벌한 전투를 벌이던 Liera와 Helianna까지도 모두 움직임을 멈추었다. Yu Ilhan이 일행에게 설명했다.

 

“이제 곧 Barrier가 깨집니다. Barrier가 깨지는 순간 감속 Magic의 위력이 강해질 테니 그때를 대비해야 해요.”

“윽, 그게 있었지.”

[조금 더 육신에 적응하고 싶었는데…….]

“앞으로도 내가 옆에서 조정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 Orochi.”

[주인이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불안하군.]

“뭐 임마?”

 

Yu Ilhan은 Barrier 내부에 펼쳐져 있던 갖가지 장비를 정리하고 기적의 요람을 수거했다. 결국 Barrier에 머무르는 동안 higher existence로 Leap하지는 못했지만 수확은 어마어마했으니 만족했다.

자신과 Yumir를 제외하고도 Helianna와 Liera를 비롯한 몇몇이 Dragon의 힘에 공명하는 데에 성공하기도 했고, 가능성은 충분하고도 넘쳤다.

 

“아, Barrier가.”

“서서히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져.”

“……깨진다.”

 

마나에 민감한 Erta가 아주 작게 중얼거린 바로 그 순간,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시간의 Barrier가 정말로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1년 반에 달하는 시간 동안 Barrier에서 머무르고 있던 이들 대부분은 Hourglass of Eternity가 뒤집히고 멈추어 있던 시간이 흐르는 것을 보며 어지럼증을 느꼈다.

 

“맙소사, 정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다니.”

“으으윽, 갑자기 엄청나게 힘들어졌어요.”

 

Yu Ilhan이 미리 경고하기는 했으나 지구에 펼쳐지는 감속 Magic은 알고 있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세 명의 클랜 마스터 역시 1년 반에 달하는 기간 동안 가파르게 성장한 덕분에 이젠 magic formation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런 만큼 몸에 닥쳐오는 어마어마한 부하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차라리 정신을 놓고 Magic에 순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 클랜원들이 우리를 보면 이상하게 여길 텐데.”

“당신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다니는 것만으로 그들이 Magic을 인지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들도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이건 지옥이야…….”

 

그러나 이것이 지구를 위해 최선이라는 사실은 이미 학습한 바, 그 이상은 불평할 수도 없었다. Yu Ilhan은 Barrier 안에서 남는 시간 동안 만들어둔 무구들을 그들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클랜원들 무장시켜요. 대부분 Legend Rank 정도긴 하지만 뭐 충분할 거예요.”

“Legend Rank의 Artifact를 보고도 놀라지 않게 된 내 자신이 두려워지는군……. 일단 물건들은 감사히 받지.”

“감사합니다! 스사, Yu Ilhan 님! 앞으로도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아니, 충성은 필요 없는데요.”

 

이미 행동 지침은 모두 전달받은 상황이니 더는 꾸물댈 것도 없다. 클랜 마스터들은 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원래부터 자질이 넘쳐나던 이들이니, 아마 클랜을 이끌고 앞으로도 이 미쳐버린 지구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로를 지켜야 하는 Carina Malatesta와 Michael Smithson이라면 더더욱 잘 할 수 있겠지. 그리고 Takagaki Asuha는…… Yu Ilhan은 당분간 그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자, 그럼 우리는 원래 하던 일 할까.”

[주인, 정말 나는 이대로 돌아다니면 되는 것인가?]

 

Yu Ilhan을 부른 이는 물론 Orochi였다. Ehjar의 사체를 ‘다소’ 변형하여 그 안에 깃든 Orochi는 이제 제법 능숙하게 육신을 다루고 있었으나, Barrier 바깥으로 나오니 새삼스럽게 그것이 부끄러워진 모양이었다.

 

[이런 변변치 못한 꼴로 돌아다녀야 하다니.]

[변변치 못해!? lower existence인 네놈이 원래 다루던 육신보다는 월등히 고강한 육신이거늘!]

 

Dragon’s Body에 깃들어 있는 채인 Ehjar가 Orochi를 Curse하듯이 외쳤지만 Yu Ilhan은 그것을 무시했다. Ehjar는 논지를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 Orochi가 말한 ‘변변치 못하다’는 말이 육신을 이르는 것은 아닐 테니까.

 

“아직 네가 그 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부끄러운 거지?”

[바로 그렇다. 이 근육도, 뼈도, 살갗까지도 전부 내 격에 비해 월등히 높아. 아직까지 삐거덕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흠, 그래도 제 주제는 아는군.]

“시끄러워, Ehjar.”

 

Yu Ilhan이 창조를 이용해 마음껏 수하를 불릴 수 있었더라면 1년을 넘는 시간동안 Ehjar와 전투만 벌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Orochi처럼 Yu Ilhan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하고, 많은 사념을 잡아먹어 혼으로서의 격을 높인 녀석도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으니 말을 더해 무엇 하겠는가!

 

“힘내. 널 믿고 있으니까.”

[그것 참 영광이군.]

[주인님 나빠! 나빠!]

 

그는 일행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어서 지구의 상태를 점검했다. 물론 찰나의 시간도 지나지 않은 만큼 상태가 악화될 일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동안 Barrier 안으로 부지런히 불러들여 잡은 덕분에 지구 전체에 분포하는 고레벨 몬스터의 숫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앞으로도 생겨나기는 하겠지만 지구의 마나를 빨아들여 Daréu로 송출하는 시스템이 잡힌 이상 몬스터의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일합시다.”

“이 workaholic 같으니이!”

 

Barrier가 깨지기까지 며칠을 남겨둔 시점에서부터 Yu Ilhan은 일행에게 조금씩 Rest을 부여했었다. 그 덕에 모두가 정상 이상의 컨디션을 되찾았으니, 지금부터 바로 활동해도 이상은 없을 터. Yu Ilhan의 정상업무 선언에 Kang MiRae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면 이제 다시 헤어져야 하나요?”

“그렇게 되겠네요. ……팀을 조금 바꿀까요?”

“아뇨, 괜찮아요.”

“MiRae 너어어어어.”

 

Kang MiRae는 Yu Ilhan의 제안을 잽싸게 걷어찼다. 어차피 각 팀의 리더로 있어야 하는 이상 자신은 Yu Ilhan과 함께하지 못하니, 다른 이들에게서도 그 기회를 빼앗아버리겠다는 악독한 마음가짐! Na Yuna가 눈을 가늘게 뜨며 Kang MiRae에게 달라붙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단호했다.

 

“Sky Castle도 강화되었으니 너도 성역 다루는 훈련 해야지, Yuna야.”

“비겁한 변명! 방금 MiRae 비겁한 변명했어어!”

“폐하를, 폐하를 곁에서 모시지 못하다니…….”

“진정해, Paté! 언데드들이 폭주하잖아!”

“후우, 이번에도 같은 편성입니까……. 주인님께서 그렇게 하기를 원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후우…….”

 

Kinfolk들의 반응도 어째 썩 좋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Yu Ilhan과 떨어지기 싫어하고 있다니! 그야 감격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Yu Ilhan은 어째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떨떠름하기까지 했다. 이제 그가 어디 가서 외톨이라는 말을 썼다간 맞아죽고 말 것이다.

 

“우씨, 이제 다들 강해졌으니까 나는 Ilhan이 쪽으로 붙어도 되잖아!”

“뭐가 있을지 모르잖아. 부탁해.”

“뭐가 있기는, 다 허접들밖에 없는데!”

 

Liera 역시 투덜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같이 있어도 더 오래 붙어있고 싶은 것이 연인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다시 만나는 건 두 달 후야? 우리가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만나는 것보단 낫잖아. 다음번엔 좀 더 느긋이 있자.”

“아이고오오, 내가 이러려고 Angel 때려 쳤나!”

“널 제일 믿고 있어서 그래. Orochi가 육신에 익숙해지고 나면 바로 바꿔줄게.”

“……정말?”

“정말. 약속할게.”

“그럼 알았어……. 여기 뽀뽀해줘. 얼른.”

 

Liera는 확답과 함께 키스까지 받아낸 후에야 Yu Ilhan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죽일 듯이 그녀를 노려보는 다른 이들과 함께 Sky Castle에 올랐다.

끝끝내 육신을 받아내지 못한 Mystic이 투덜거리며 그들을 싣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고 나자 수호성에는 단 네 명, Yu Ilhan과 Kim YeSeul, Helianna와 Ehjar의 육신을 차지한 Orochi만이 남았다. 실로 기묘한 멤버 구성이었다.

 

“우리 아들 인기 많네.”

“없어도 되는데…….”

“이 엄마는 손주로 야구 리그를 구성해보는 게 새로운 꿈이 되었어!”

“그건 악몽이야.”

[후후, 나한테 맡겨두면 분발할 수 있는데.]

“그것 참 든든하구나.”

 

큰일이다. Helianna를 견제할 목적으로 Kim YeSeul과 동행하게 된 것인데, 어째 점점 더 둘이 친해지고 있었다! Yu Ilhan은 새로운 희망 Orochi를 빤히 바라보았다. Orochi는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새로운 몸이 참 말을 듣지 않는군.]

“네놈…….”

 

지금이라도 다시 Liera를 불러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Yu Ilhan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도 끝내 수호성을 발진시켰다. 목적지는 프론트라인 연맹의 생존자들이 있을 다른 세상. 그들을 모두 소집하고 나면 그 다음은 다른 대형 클랜들의 차례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해줄까…….”

[글쎄, 그런 부나방이 얼마나 더 있을지 나도 무척 기대되는걸.]

“말을 해도.”

[난 그저 자기가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데.]

“흥.”

 

Helianna가 하는 모든 말에는 꿀과 독이 같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이 꼭 거짓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악랄하다.

 

‘당신 덕분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겨우 만날 수 있었어요.’

 

Yu Ilhan은 Carina Malatesta의 말을 떠올렸다. 분명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의지를 품고 있는 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되돌아오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들에게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고 저들의 손에 놀아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직 찾아야 할 곳이 많이 남았으니, 서두르자꾸나.”

“……응, 그래야지.”

 

Yu Ilhan은 천천히 흘러가는 지구와 그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잠시 내려 보다가는, 이내 시선을 떼어내며 Warp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 순간 Yu Ilhan의 마음에서 새롭게 꿈틀거린 생각이 있었으나, 그것이 너무 쪽팔려 Yu Ilhan은 그 생각을 곧장 의식 깊은 곳으로 묻어버리고 말았다. 그저 그 미묘한 표정 변화를 감지한 Helianna만이 후후, 사랑스러운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 후로도 일행은 실로 많은 세상을 돌았다.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계, 모두가 모두의 방식으로 투쟁하는 세계, 투쟁이 끝난 세계, 몬스터들과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찾아낸 세계, 망한 세계, 죽어가는 세계, 죽은 세계.

 

Yu Ilhan의 Record 스킬은 탐욕스럽게 새로운 Record을 찾아 흡수했으며 수많은 이가 Yu Ilhan에 의해 구원받았다.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부나방’들 또한 새로이 합류했지만 Yu Ilhan이 그보다 많이 마주한 것은 그런 이들이 아니었다.

 

“부디 저희를 거두어 주시지요!”

 

“부탁드립니다!”

 

“신님,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

 

그것은 바로 인류가 희망을 잃은 세계에서 버티고 있던 이들, Yu Ilhan이라는 동아줄을 발견한 순간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하는 자들이었다.

 

“오오오오오, 절대자시여! 당신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이 의지박약들 같으니이이이이이이이!”

 

한두 번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주겠으나, 같은 일이 일곱 번씩이나 반복되자 Yu Ilhan은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지구가 더 빡세다고 몇 번을 말해! 몇 번을! 너희 이대로 지구에 와봤자 까딱하면 죽는다니까!”

“하지만 저희들의 힘으로는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버틸 수 없습니다! 설령 그곳이 위험하다고 한들, MiRae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는 이곳보다는 낫습니다!”

“개소리하지 마, 절망보다 더 잔혹한 말은 바로 희망이라고!”

 

Yu Ilhan이 일부러 지구의 상황을 과장되게 포장해도 세상을 잃은 이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Yu Ilhan은 하는 수 없이 그들을 지구로 들여야 했다.

 

“에이씨, 왜 이렇게 망한 세상이 많아!”

“그야 어마어마하게 많은 세상이 있고, 지구인들도 그 많은 세상으로 뿔뿔이 흩어졌으니까.”

“꼭 Dragon볼이라도 모으는 기분인데…… 끄으Yeah.”

 

망한 세상 중에는 놀랍게도 엘프들이 인류인 세상도 있었다. 수차례의 Great Cataclysm으로 강한 마나를 품게 된 몬스터에게 대부분의 엘프가 죽어나가고,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버티던 그들은 이미 Daréu의 황제 신분을 지니고 있는 Yu Ilhan을 어떻게 알아본 것인지는 몰라도 바로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무수한 엘프의 사랑을 받고 계시는 분이라면 저희 또한 잘 이끌어주실 수 있을 겁니다!”

“망할! 이 망할 놈들이!”

“폐하!”

“내가 왜 너희 폐하야!”

 

그렇게 해서 지구 인류는 Yu Ilhan이 의도치 않았던 방향으로 증식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Yu Ilhan의 한숨도 나날이 늘어갔다.

 

“Barrier 다시 열 때까지 며칠 남았지?”

“음, 5일?”

“그 사이에도 세상 두 개 정도는 망해 있을 것 같은데…….”

 

Yu Ilhan은 인상을 찡그리며 Warp 스킬을 발동했다. 그런데 순조로이 스킬을 발동해 목적했던 세상에 도달한 순간, Yu Ilhan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세상에도 Angel가 없네.”

“없니?”

“Yeah. 그런데 이 전 세상에도 Angel 없었지?”

[그 전에도 없었지. 아주 활발하게 잘 돌아가는 세상이었는데 말이야.]

[그 전전에도 없었다. 물론 주인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을 만큼 번성한 세상이었지.]

 

Army of Heaven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Yu Ilhan은 멍하니 생각했다.

 

바로 얼마 전에도 Wall of Chaos 전쟁이 있었는데, 대체 이놈의 higher existence집단은 조용한 날이 언제인가. 이런 페이스로 사건이 터지는데 대체 어째서 여태까지 그놈들이 싸그리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단 말인가. 실로 신기한 일이기는 하나…….

 

“신경 끄지 뭐.”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겠지만, 당장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

“자, 여기서 데려갈 사람들을 찾아보자꾸나.”

[주인…….]

 

세월이 흘렀다. Yu Ilhan과 일행은 그 후로도 열 번 이상 Hourglass of Eternity를 발동해 수련의 시간을 가졌다. 그럼에도 Yu Ilhan은 higher existence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무언가가 부족했던 것이다.

 

Yu Ilhan은 비로소 다른 higher existence들의 Record을 더 모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Chapter 40. 나는 준비하겠다. – 1

———————————————-

 

[미친 짓 같은데.]

 

Mystic이 정색하고 말했다.

 

[주인님이 굳이 나서서 그놈들하고 연관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도 어지간해선 엮이지 않으려 했지. 가능하면 앞으로도.”

 

지구를 Upper세계로 Leap시키면 봉인이 풀리게 된다. 하지만 Yu Ilhan에게는 차원 항해자라는 서브 클래스가 있고, Dimensional Lord 스킬을 발동하면 다른 higher existence들이 지구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있다. Yu Ilhan은 어디까지나 그 스킬로도 막지 못하는 존재들이 지구로 침범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어지간하면 그들과 엮일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진짜 무서운 놈들을 막으려면 내가 지금보다는 더 강해져야 할 것 같아.”

[대체 어디까지 강해지려는 거야, 지금 시점에서 이미 어지간한 7차 클래스와 맞상대가 가능하잖아!]

“그 정도로는 안 되니까 이러지.”

 

기적의 요람은 어디까지나 Yu Ilhan이 지닌 기운을 자극할 뿐, 그것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어주지는 못했다. 아니, 이끌어주고야 있겠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도 느리다. 이런 식으로 higher existence에 이르려면 일이천년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표본이 더 필요해.”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려고, 자기?]

“지금 higher existence들이 겪고 있는 일에 참견해봐야지.”

 

Army of Heaven에 속한 Angel들과 만나지 않은 지 대략 10달이 넘었다. Yu Ilhan 일행은 Hourglass of Eternity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부지런히 다른 세상을 돌아다니며 지구인들을 회유하고 망한 세상의 인간들을 지구로 데려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Yu Ilhan 그룹과 Kang MiRae 그룹 모두 어느 순간인가부터 어떤 세상을 가든 그들의 기척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다른 higher existence집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Helianna가 툭, Yu Ilhan이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말을 던졌다.

 

[그건 아마 자기 탓일 가능성이 높네.]

“내 탓? 왜?”

[자기 덕에 Brilliant Army of Light의 본영에 대한 정보가 모든 집단에 공유되었잖아? 그런데 다들 얌전히 지낼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렇게 치면 Destruction Demon Army 본영의 정보도 공유된 상태잖아.”

[그럼, 그래서 더 난리인 거지. 지금 아마 다들 엄청 재미나게 놀고 있을걸?]

 

Helianna의 입가에 실로 뿌듯한 미소가 어렸다. Yu Ilhan은 어쩜 이렇게 사악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어느덧 그 미소에 적응해버린 자신이 무서웠다.

 

“그럼 Brilliant Army of Light의 본영으로 가봐야 하나?”

[그건 안 돼, 자기.]

 

Helianna가 즉답했다.

 

[집단의 수장이 머무르며 Rule하는 세상, 그것도 심부에 들어간다는 건 단순히 Upper세계를 방문하는 것과는 격이 달라. 적어도 자기가 higher existence가 된 다음에 가야 해. 나는 파괴도 살육도 좋아하지만, 우리 자기가 죽는 건 싫어. 그렇게 되면 나도 따라서 죽어버릴 거야.]

“……알았어.”

 

Yu Ilhan은 여태까지 higher existence집단의 본영에 대해 어느 정도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아직까지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Army of Heaven의 본영에서는 괜찮았는데…… 음?

 

“……그러고 보면 Heaven에서는 7차 클래스를 초월하는 존재를 느끼지 못했지. 내가 신을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글쎄, 어쩌면 신이 없었던 것 아닐까?]

“Helianna, 헛소리하지 마. 신은 계셔. ……그분이 정말로 Heaven에 계시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Helianna에게 반박하는 Liera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녀 자신도 의문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Yu Ilhan은 이 화제를 더 파고드는 것은 현명하지 않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본영이 안 된다면 지부를 들쑤시는 수밖에 없나.”

[그게 좋은 방법이겠네. 원래 higher existence집단이란 보유하고 있는 세상의 숫자와 크기에 따라 강해지는 법이거든. 그러니 지금쯤 대전쟁을 앞둔 서로의 세력 갉아먹기에 돌입했을 거야. 정말정말로 큰 전쟁이 다가오고 있는 거지.]

 

그에게 대꾸하는 Helianna의 목소리가 고조되어 있었다. 그녀가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여 살짝 소름이 끼친 Yu Ilhan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가만히 있으면 지들끼리 싸워서 알아서 약해져주지 않을까? 지구에 관심도 꺼줄 테고.”

[무슨 소리야, 자기. 이게 다 지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이잖아? 그치들의 최종 목적지는 지구인걸?]

 

Yu Ilhan은 잠시 침묵했다. 실로 오랜만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태까지는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두루뭉술하게 넘겨버리거나 뒤로 미루어뒀었는데, 더 이상은 모른 척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던 것이다.

 

“말해봐, Helianna.”

 

결국 Yu Ilhan은 입을 열어 물었다.

 

“대체 지구에 뭐가 있기에 그 망할 놈들이 하나같이 지구를 노리는 거지?”

[예언이 있었어.]

“또 그놈의 예언.”

[그러니까…….]

 

Helianna가 말을 하다 말고 주위를 살폈다. 열한 번째로 펼친 Hourglass of Eternity의 Barrier가 깨지기까지 남은 시간이 앞으로 한 달하고도 반. 저마다 수련이나 몬스터 사냥에 열중하는 가운데, Yu Ilhan을 중심으로 모인 멤버는 그와 Helianna, Kim YeSeul, Kang MiRae, Na Yuna, Liera뿐이었다.

 

[우리 자기랑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으니까 다들 가줄래?]

“무슨 짓을 하려고? 절대 그렇겐 못 놔둬.”

 

Liera가 결사반대했으나, Yu Ilhan이 손을 저었다.

 

“얘기를 들을 뿐이니까 걱정하지 마.”

“흥미로운데, 우리는 들으면 안 되는 얘기인거니?”

[아니, 자기를 제외한 인간은 들어봤자 의미가 없거든. 지구의 Lord인 자기만 듣는 게 제일 좋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얘들아, 잠시 자리를 비우자꾸나.”

 

Kim YeSeul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일행을 끌고 뒤로 물러섰다. Liera를 주축으로 한 여성진이 격한 반발을 했지만 Kim YeSeul의 부드러운 손짓 앞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했다.

 

[그러면…….]

 

Helianna는 주위를 두 번 세 번 확인한 후 간이Barrier까지 치고는 Yu Ilhan을 향해 돌아섰다. 그제야 간신히 그녀의 입이 열렸다.

 

[예언은 Garden of Sunset에서 흘러나왔어. Garden of Sunset의 수장이 예언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소문은 들어봤어, 자기?]

“언젠가.”

 

Yu Ilhan은 Barrier 저 너머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Liera에게 흘낏 시선을 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들은 것이다. 과거 Daréu 쟁탈전이 벌어졌을 때 말이다.

 

[응, 아마 그자의 능력은 진짜일 거야. 내가 다섯 번째 신의 옆에 서게 되리라고 예언한 것도 그자거든…….]

 

Helianna가 그렇게 말하며 볼을 붉히는 모습이 실로 사랑스러웠다. 스스로 그 말을 입에 담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이 부끄러워 견디지 못하는 모습.

이런 것만 보면 정말 풋풋하고 순수해보이지만 그 두 단어만큼 Helianna와 어울리지 않는 것도 없으니, 여자란 모두 끔찍한 거짓말쟁이라고 Yu Ilhan은 생각했다.

 

[그래서 모두가 Garden of Sunset의 동향에 신경을 쓰고 있지. 그런데 그 수장이 어느 순간부터, 그때만 해도 Great Cataclysm이 일어나지도 않은 세상이었던 지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거야.]

“그건 어떻게 알았어?”

[내가 알아냈지. Garden of Sunset의 수장은 남자고, 나는 남자라면 자기를 제외한 누구든 마음대로 홀릴 수 있거든! 다섯 번째 신에 대한 예언도 그때 들었어. 아, 물론 거기까지 듣고 도망쳐 나와야 했지만 말이야.]

 

Yu Ilhan의 골치가 아파왔다. 지구를 둘러싼 모든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이 녀석이었단 말인가! 아니, 그녀가 알아내지 못했더라면 Garden of Sunset 뜻대로 지구가 놀아났을 테니 어쩌면 지구는 그녀에게 감사해야 하는가?

 

[자기…… 화났어? 미안해, 하지만 그건 내가 자기를 알게 되기 전인걸…….]

 

사람들을 물린 것은 이래서였는가.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지금 지구가 처한 상황과 깊게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Yu Ilhan에게 속내를 다 드러내며 사과하는 장면을 다른 존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제길, Yu Ilhan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마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겠지. ……괜찮으니 계속해봐.”

[그러면…… 예언의 내용은 이래. 세상 지구가 ‘Heaven’을 뛰어넘는 세상이 되리라는 것.]

 

Helianna가 입을 다물었다. Yu Ilhan이 고개를 갸웃하다가는 물었다.

 

“설마 그게 끝이야?”

[응, 끝이야.]

“그게 뭐야!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그 망할 놈들이 지구를 노린다고!?”

[그거면 충분한걸, 자기. Army of Heaven이 어째서 그렇게 강한지 알아? 전부 Heaven이라는 세상이 품고 있는 Record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구. 그렇기 때문에 군단이 지닐 수 있는 힘의 한계도, 병력의 한계도 타 집단에 비해 월등한 거야.]

“……확실히.”

 

Upper세계 쟁탈전은 그것 때문에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것의 파괴를 원한다는 Destruction Demon Army이 Army of Heaven 본영을 노리는 것도 전부 그것 때문이었던 것일까.

 

아귀가 들어맞는다. 그 사실이 더욱 분하다. 어째서 자신이 Record 스킬을 갖게 되었는지도, 점점 더 납득이 갔다.

 

[어쨌든 그 사실을 알아낸 난 정보를 사방으로 퍼트렸어. ……어째선지 물어봐줄래?]

“어째서? Destruction Demon Army을 위해서?”

[아니, 모든 집단이 지구와 관계되어야만 내가 자기와 만날 수 있게 될 테니까.]

 

Yu Ilhan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지구를 둘러싼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더라면 자신과 Helianna 사이에 접점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라.”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Yu Ilhan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Garden of Sunset 수장이 지구와 다섯 번째 신에 관련된 예언을 하고, 그 정보를 파악한 Helianna가 모든 집단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지 않은가.

 

“혹시 너는…….”

[Yeah. 나는 Garden of Sunset의 수장에게 이용당한 거지. 그자는 내가 다섯 번째 신과 이어지리라는 정보를 준 대가로 나를 부려먹은 거야. 물론 내가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아주 조금 나중이었지만.]

 

그것은 동시에 한 가지의 사실을 시사한다. Garden of Sunset의 수장은 지구를 노리고 있었던 것 이상으로…….

 

“내 성장을 의도하고 있었다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응,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야. Garden of Sunset은, 적어도 그 수장은 자기를 신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게 분명해.]

“내가 강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정말 짜증나기는 하지만 내가 홀로 지구에 낙오했기 때문이야. 그렇다는 건 그 자는 내 낙오까지도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거야?”

[그렇게 되겠지? ……어쩌면 자기가 그렇게 되기를 의도했을 수도 있고.]

 

Yu Ilhan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 Army of Heaven이고 Garden of Sunset이고, 지들이 뭐라고 Yu Ilhan의 성장에 관여하며 그의 인생에 참견한단 말인가. 멋대로 그를 신으로 만들고, 멋대로 지구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고…….

 

그것은 아주 불쾌한 기분이었다. 특히 예언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 그건 반칙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예상하고 있었다.’나 ‘알고 있었다.’는 식의 대꾸를 하면서 센 척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내 눈앞에 놓인 길을 걷지 않을 수도 없지.”

 

Yu Ilhan은 이를 바득 갈며 중얼거렸다. 놈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건 Yu Ilhan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그것도 되도록이면 놈들이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제 내가 아는 건 대부분 말했어, 자기.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하려던 일 해야지.”

 

Helianna에게 대꾸하는 Yu Ilhan의 목소리가 차갑게 번뜩였다.

 

“Upper세계 약탈이다.”

[그건 자기가 원래 하려던 일이 아닌 것 같은데!?]

 

Helianna가 기겁하며 외쳤다. Yu Ilhan은 그 말을 무시하고 전원을 소집했다.

 

“전쟁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전쟁을 준비한다!”

 

외톨이가 제대로 뿔난 순간이었다.

 

———————————————-

Chapter 40. 나는 준비하겠다 – 2

———————————————-

 

모래시계가 만들어낸 Barrier가 깨지기까지 남은 한 달 반, Yu Ilhan은 전력을 다해 전쟁을 준비했다. 얼마나 전력이었는가 하면 그간 모아온 모든 소재를 소모해 물자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무구부터 전쟁용 병기에 이르기까지!

파티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의 장비를 강화하고, 예비 장비도 만들고, 가뜩이나 무시무시한 Sky Castle과 수호성에 보조무장을 추가하는 작업까지 끝난 후에야 자신의 스킬과 스테이터스를 점검했다.

 

[Yu Ilhan(인간?)]

[Main Class – Hell Bringer Lv299]

[Sub Class – 없음, Dragon Rider, 차원 항해자]

[Title – Pancosmic Loner, 언터쳐블, 나도 한 방 너도 한 방, Creator of Myths, 두 방도 세 방도 아닌 단 한 방, 한 방에 천 마리, Dragon 슬레이어, Dragon의 전우, 가장 빠른 자, 불의 영웅,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대장장이 신의 축복, 불의 여신의 축복, 벗어난 자, 창조자]

[힘 – 827 민첩 – 766 Health – 635 Magic – 1,238]

[액티브 스킬 – Pulling Down(Deathgod, Soul Enchant, Blaze, Death Collector, Transcendent Regeneration, Extreme Poison resistance, Higher curse resistance) Lv43, Mana Crafting Max, God Force(Superhuman strength, Critical Hit) Lv79, Rule Max, Draconic Blood Lv96, Warp(Leap) Lv58, Dimensional Lord Lv69]

[패시브 스킬 – Dragon-Man Resonance Lv87, Dismantling Max, Blacksmithing Max, Record(Language) Lv82, Magic Engineering Max, Excavation Max, Spear of Untraceable Trajectory(Spearmanship) Lv98, Great Cosmos-severing Spear Lv86(Spearmanship, Physical Combat, Blunt Weapon Mastery, Swordsmanship, Whip mastery), Absolute Accuracy(Throwing, Shooting) Max, Cooking Max, 부동심 Max, 차원적응 Lv59, 선단 지휘 Lv66]

 

가장 먼저 시선이 가 닿은 곳은 서브 클래스. 처음 Yu Ilhan은 Angel’s Partner라는 서브 클래스를 지니고 있었으나 모든 Angel와 계약이 해지되는 바람에 클래스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클래스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반년이었다.

 

클래스가 사라지면 새로 서브 클래스를 얻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일이 그렇게 순순히 Yu Ilhan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 모양이었다. Akashic Records는 침묵을 유지했으니까.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닌 지라 다른 이들도 Yu Ilhan에게 조언을 해줄 수 없었고, 결국 Yu Ilhan은 제법 긴 시간동안 서브 클래스의 자리를 비워두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만은 Yu Ilhan이 노력한다고 어찌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찾아오기만 바랄 뿐이다.

 

“그래도 스킬은 많이 성장했네.”

 

그간 Hourglass of Eternity를 사용한 것이 열 번이니 순수하게 Barrier 안에서 지낸 세월은 15년이다. 그 중 30% 가까이를 기적의 요람에서 보냈고 나머지 시간에는 대부분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수련했기에, 지금 그의 Great Cosmos-severing Spear은 무려 85레벨을 돌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스킬들의 성장도 크게 뒤쳐지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Dragon의 힘을 깨우치는 과정에서 모든 스탯이 고루 성장했고, 불의 힘을 더욱 잘 다루게 될 수록 Magic이 쑥쑥 올라 지금은 순수 스테이터스만으로도 6th Class와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Yu Ilhan은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하며 새삼스레, 이건 인간이라 부를 수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매끄러운 갑옷 표면에 반사되는 자신의 얼굴에서도, 이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정말 내가 맞을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인 것이 아닐까. 나는 그저 대학 강의실에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졸면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걷잡을 수 없이 피어나 Yu Ilhan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Liera.”

“말해, Ilhan아.”

 

처음 만났던 그 날 이래 언제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그의 연인은, 마치 그가 자신을 부를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대꾸해왔다. 그녀의 잔잔하고 고요한 눈망울이 Yu Ilhan을 진정시켜주었다. 어깨에 절로 힘이 빠져, 그는 스스로 생각해도 얼간이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보기엔 내가 많이 달라졌어?”

“글쎄, 달라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되겠지?”

 

Liera가 쓰게 웃었다. Yu Ilhan의 질문 의도를 바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과거 Liera에게도 그런 시기가 몇 번이고 있었다. 어느덧 자신이 한 세계의 정점이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Heaven로 인도되어 Angel가 되었을 때, 사랑에 빠졌을 때, Senior Angel가 되었을 때, 그리고 lower existence로 돌아와 Yu Ilhan의 곁에 서게 되었을 때. 모두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되었던 순간이다.

 

Yu Ilhan이 입술을 달싹였다.

 

“Liera, 난…….”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하지만 Ilhan아,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어째서?”

“변한다는 건…… 네가 그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너만이 오직 너일 수 있다는 가장 큰 증거거든.”

 

그것은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며 무수한 이를 관찰하고, 자신을 이겨내며 높은 영역에 이르렀던 Liera이기에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Yu Ilhan의 말문이 막히자 그녀는 생긋 웃으며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난 변하기 전의 너도, 변한 후의 너도, 앞으로 변해갈 너도 전부 사랑해. 이걸로는 안심이 안 되니?”

“……아니, 안심이 돼.”

 

Yu Ilhan은 그것이 제법 비겁한 말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녀의 말이 그의 마음에 직격으로 들어온 것도 사실이었다.

 

역시 폼으로 사랑의 신의 축복을 받은 것은 아니군, 그는 짐짓 툴툴거리면서도 양팔을 벌려 그녀를 껴안았다.

 

“고마워, Liera.”

“고마운 건 나야. 넌 내가 얼마나 네게 고마움을 느끼는지 알면 깜짝 놀라게 될 거야.”

 

가능하다면 그렇게 오래 서로를 껴안고 있고 싶었으나 이내 주위로부터 그들에게 따가운 시선이 몰리기 시작했기에 적당한 시점에서 떨어져야만 했다. 이제 곧 Barrier가 깨질 터,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을 시간은 없는 것이다.

 

“Liera 언니 치사해. 나두 예전부터 Ilhan 씨랑 알고 싶었는데에.”

“넌 아마 Ilhan이의 진가를 몰라봤을걸.”

“당신을 죽이고 싶네요, Liera. 하다못해 제가 없는 곳에서 해주지 않겠어요?”

“Ilhan이가 먼저 껴안았는데 내가 어떻게 거절하겠어.”

“익, 이이이이익……!”

 

Na Yuna와 Erta를 살살 약 올리며 과시하는 Liera. 그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우니 분명 Yu Ilhan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리라. 그는 피식 웃고는 가볍게 손뼉을 마주쳐 일행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Barrier가 깨지는 대로 출발합니다. 이미 개인장비는 다 보급한 상황이니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팀을 제외한 전원에게 엿을 먹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겸사겸사 성장도 하고요.”

“정말 굉장한 목표야…….”

[다섯 번째 신이 될 우리 자기라면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응, 너무 멋져.]

 

바로 그때 Barrier가 깨졌다. 그러나 Yu Ilhan이 그들을 데리고 바로 떠난 것은 아니었다. 지구에 걸려 있는 감속 Magic에 저항할 수 있어 그가 Barrier로 초대했던 전적이 있는 클랜 마스터들은 Yu Ilhan이 만든 장비로 무장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higher existence와 자웅을 겨룰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그들에게도 의사를 묻기로 했다. 그리고…….

 

“당연히 함께 해야지. 불러줘서 고맙군, 미스터 Unique (Ilhan).”

“저도 가겠어요.”

“Yu Ilhan 님이 명하신다면!”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클랜 마스터 중 제법 많은 이들이 Yu Ilhan과 함께 하기를 원했다. higher existence와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선 이들이니 그 용기만은 평가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Yu Ilhan은 그들의 굳은 표정과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전원 Sky Castle에 탑승해주세요. 출발하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Yu Ilhan이 찾은 곳은 다름 아닌 Daréu였다. 언제나 그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Mirfa가 만개한 벚꽃처럼 화사한 얼굴로 Yu Ilhan을 맞이했다.

 

“폐하!”

 

그러나 Yu Ilhan은 길가에 떨어진 벚꽃을 무자비하게 쓰레기봉투에 쓸어 담는 환경미화원처럼 냉혹한 얼굴로 그녀에게 지시했다.

 

“엘프와 Wolfkin을 합쳐 4th Class 중에서 가장 강한 1천 명만 수호성에 태워. Mirfa, 이번엔 너도 와라. Jirl, Mirey, Paté는 지금부터 수호성에서 Mirfa와 함께 엘프들을 통솔해. Ericia와 Flemir도 수호성의 Wolfkin들을 맡아.”

“……알겠습니다!”

“옙!”

“예, 주인님!”

 

이런 일이 일어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엘프와 Wolfkin들은 순식간에 자기들끼리 천 명을 뽑고는, 절도마저 느껴지는 빠른 움직임으로 수호성에서 전열을 갖추었다. Yu Ilhan은 그들에게 새로운 장비를 지급하면서도 얼떨떨했다. 설마 마스터 단계의 Rule 스킬이 이런 곳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럼 이제 Upper세계 쳐들어가는 거야?”

 

Liera가 어딘가 두근거리는 얼굴로 물어왔다. Yu Ilhan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비장의 무기를 챙겨둬야지.”

[아, 그건가.]

 

15년에 달하는 세월동안 수련한 끝에 이젠 완벽하게 육신에 적응하다 못한 발전하기까지 한 Orochi가 마치 인간이 그러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 자리에서 오직 Orochi만이 ‘비장의 무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때 Yu Ilhan이 끙, 소리를 내며 말했다.

 

“좋아, 챙겼다.”

“어느 틈에!?”

 

분명 Yu Ilhan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는데! 모두가 경악했으나 Yu Ilhan은 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변명했다.

 

“아, 조금 특수한 무기라서.”

“Ilhan이가 조금 특수한 무기라고 말할 정도라니 최악이야! 으으, 우리가 쳐들어가는 쪽이라 다행이다…….”

[주인님, 나까지 부수면 안 된다?]

“……너흰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대답 안 하면 안 될까?]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Yu Ilhan은 Sky Castle과 수호성을 대상으로 Warp를 펼치기 전 다시 한 번 Helianna에게 확인했다.

 

“세계를 강탈하는 조건이 뭐라고?”

[그 세상에서 다른 higher existence를 모두 몰아내고 그들의 흔적을 모두 지우면 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네.”

 

무려 세계를 빼앗는 일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면 곤란하다. 하지만 Yu Ilhan에게는 차원 항해자의 능력이 있었고, 그 능력은 실로 세상을 빼앗는 데에 적합했다.

 

“분명 다른 집단의 수장들도 나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능력을 갖고 있겠지. 하지만 내가 그들보다 나은 점이 한 가지 있어.”

“멋지다는 점?”

“잘생겼다는 점!”

 

Yu Ilhan은 자신이 이런 대책 없는 아부에 익숙해지고 말았다는 사실에 소름끼쳐하며 대꾸했다.

 

“아냐. 바로 엉덩이가 무거워서 움직이기 힘든 높은 분들과 달리 난 현장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지.”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Yu Ilhan! 물론 다른 말로 하자면 그냥 Yu Ilhan이 지나친 무대뽀인 것뿐이지만 지금은 그 점을 일부러 고려하지 않는다!

 

“출발하자. 난 평등을 중시하는 사람이니까 Garden of Sunset부터 시작해서 각 집단마다 세상 하나씩 차례대로 빼앗을 거야.”

[Garden of Sunset부터 시작하는 건 제일 괘씸해서야?]

“아니, 제일 만만해서.”

 

지금까지는 그래도 최후의 선을 넘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Army of Heaven과는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까지 관계를 회복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하려는 짓은 엄연한 선제공격이고, 이것으로 그는 각 집단과의 대립, 전투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같은 집단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을 뿐 그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심지어는 그에게 악의도 적의도 없는 자들을 대상으로도 Spear 겨누어야 한다. 그 사실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지만…….

 

“너희가 시작한 연극에서 내가 춤추어주길 원한다면.”

 

Yu Ilhan은 Warp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동안 Yu Ilhan이 겪은 higher existence는 그야말로 무수하게 많고, 그들로부터 흡수한 Record에서 그들이 머무르던 Upper세계의 정보를 뽑아내 게이트를 만드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기꺼이 악역이 되어주지.”

 

스킬이 발동했다.

Sky Castle과 수호성의 모습이 Daréu에서 씻은 듯이 사라졌다.

 

———————————————-

Chapter 40. 나는 준비하겠다. – 3

———————————————-

 

Upper세계 루이사. Garden of Sunset이 Rule하고 있는 Upper세계 중 하나로, 그곳에는 언제나 5th Class의 higher existence 1,000명 이상이 머무르고 있었다. 워낙 은밀하게 행동하는 그들인지라 타 Upper집단이 쳐들어올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로 만약의 경우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막아낼 수 있는가 없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조준완료.]

“절반 정도는 쓸어내야 돼.”

[염려 붙들어 매시지.]

“좋아, 쏴!”

[라져 댓!]

 

Concealment을 유지한 채 Sky Castle으로부터 퍼져 나와 빠른 속도로 세상의 상공을 뒤덮은 1천개의 거울이 일제히 강렬한 직선의 에너지를 토해냈다. Sky Castle이 이터널 Rank에 이르며 사우전드 아이즈의 격도 덩달아 오른 지금, 그 일제공격만으로 세계 곳곳에 머무르던 higher existence 수백 명이 일시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경험치를…….]

[경험치…….]

 

Yu Ilhan은 쏟아져 들어오는 경험치를 확인하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손을 들었다. Sky Castle과 수호성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자세를 취했다.

비록 4th Class에 불과하다고는 하나 그들의 무장은 최소 단위가 Epic Rank. Yu Ilhan이라는 희대의 창조자의 손을 거쳐 완성된 무구는 다른 세상에 그 조각 하나라도 떨어져도 난리를 불러일으킬 보물뿐이었다.

 

“누구 한 명 죽지 않게 백업할 거야.”

 

그 정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나서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주도한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인형이 어디까지 무서워질 수 있는지 보여줄 참이었다.

 

“전원.”

 

손이 내려졌다. Sky Castle과 수호성이 발진했다.

“출격.”

“Laterna 니이이이이이임!”

 

Na Yuna의 우렁찬 샤우팅과 함께 Sky Castle과 수호성에 머무르던 성역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어 상공을 뒤덮었다. 그 안에서 능력이 크게 증폭된 군단의 구성원들이 두 눈을 빛내며 higher existence들을 급습했다.

 

[뭣, 이 세상에는 어떻게!?]

[……lower existence!?]

 

전쟁에 소통은 필요하지 않다. Yu Ilhan은 Mystic과 함께 Sky Castle, 수호성의 Artifact를 조율하여 higher existence들이 Magic을 발현하는 것을 막고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이것은 각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군을 강화시키기 위한 전쟁이기도 했으니까. 자신의 활약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다.

 

“죽였다!”

“미안해요…… 하지만!”

[칵!?]

 

적이 방심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기엔 Yu Ilhan이 이끄는 군단의 위용이 너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higher existence이며 이 세상이 그들의 영역이라고 해도, 그들은 순수한 전력으로 이미 밀리고 있었다.

 

[어째서……?]

 

동료들이 맥없이 죽어나가는 가운데 어떤 이가 의문을 발했다.

 

[어째서 네놈들은 세계에 속박되지 않는가!]

 

Garden of Sunset이 Rule하는 세계에서, 그들 집단에 속하지 않은 자들의 능력은 크게 위축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것이 lower existence라면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어째서 루이사로 통하는 길이 열린 것이지!? 설마 Lord급이 직접 나섰단 말인가!]

[우리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 이래서야 정말 이 세상을 우리가 Rule하고 있는 것이 맞단 말인가!?]

“내가 그걸 가르쳐주리라고 기대한 건 아니겠지?”

 

그러나 문제는 이 자리에 있는 lower existence 전원이 Yu Ilhan의 선단 구성원이며, 그들이 차원 항해자의 능력을 공유 받고 있다는 사실. 단지 그것만으로 그들은 세계가 주는 패널티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칵!]

 

Upper세계는 방대했고, 문지기들은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Sky Castle과 수호성은 그 정도 거리는 찰나가 지나가기 전에 좁힐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병력을 실은 두 개의 성이 Yu Ilhan의 Warp 능력을 기반으로 세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자 기껏해야 5th Class에 불과한 자들은 그것을 추적하는 일을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대적할 수 없어.]

[원군은? 대체 그들은 언제 오는 것이지?]

[그러나 지금 원군은…… 아니.]

[쯧!]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무는 문지기. 직후 허공을 가르며 쇄도한 Orochi의 손톱이 놈의 심장을 터트렸다.

 

[말을 할 것이면 끝까지 해라. 여기저기 내 주인처럼 짜증나는 놈이 많군.]

“다 들린다, Orochi. 투덜거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여.”

[부정은 안하는군, 주인. 알겠다. 원하는 만큼 날뛰어주지.]

 

Orochi는 실전에서의 활약이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 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재차 몸을 날렸다.

비록 Orochi의 혼의 격이 낮다고는 하나 Na Yuna의 버프까지 받아 움직이는 지금은 Ehjar의 육신의 성능 30%만 끌어낼 수 있어도 이 세상에서 놈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원군이라니, 이렇게나 빨리 올 수 있을 리가 없지.]

 

나설 일이 없어 한가로이 Yu Ilhan 곁에 기대어 전장을 훑던 Helianna가 쿡, 웃으며 중얼거렸다.

 

[지금쯤 다른 세상에서 전투를 벌이느라 바쁠 테니 말이야, 그렇지?]

“너도 애들 안 다치게 보호하라고, 보호.”

[내가 나서면 애들이 성장하지 못할 거라면서 옆에 붙들어둔 건 자기면서.]

“직접 나서지 말랬지 내 옆에 있으라고는 안 했는데.”

 

Yu Ilhan은 짐짓 쌀쌀맞게 대꾸하며 손을 휘저었다. 그 손짓에 따라 쇄도한 거울 몇 개가 문지기들이 쏘아낸 Magic을 흡수해 아군을 보호했다. 적은 그것을 보며 두 눈을 부릅뜨다가는 이내 급습해온 Dragon 군단 아이들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용사님, 우리 강해지고 있어!”

[크워어어어어! 더 강해질 수 있어!]

 

Yumir를 닮아 강함에 동경을 품는 순수한 아이들. 철저하게 서로 손발을 맞추며 움직이는 그들은 이 전장에서 가장 큰 업적을 달성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을 이끄는 Yumir의 활약이 지대했지만 말이다.

 

[도, 도망쳐야 해.]

[하지만 우리가 루이사를 버리고 떠나게 되면 그 순간…….]

[그렇다고 해도 지금 당장 우리가 살아남아야, 크학!]

 

[Critical Hit!]

 

“미안하구나.”

“공격! 지금입니다!”

 

Kim YeSeul의 시간 Magic이 그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고, 이어서 직격한 Erta와 Kang MiRae, Carina Malatesta의 Magic이 놈들의 목숨을 끊어놓았다. 도망자들을 처단하는 것은 바로 그들 Magic 부대의 역할이었다. 일행의 역할 배분은 완벽했다!

 

[적의 대장이 저 성에 있다.]

[성…… 저것은 정말로 성인가?]

[답하라, 무엇을 위해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가! 언제나 어디에나 계시는 그분이 그대는 두렵지도 않은가!]

[아직 늦지 않았다! 그대들의 정체를 밝히고 Garden of Sunset에 투항하라!]

 

처음에는 자신들의 힘으로 해보려다가, 그게 안 되니 원군을 부르다가, 그것도 안 되니 도망을 치려다가, 그것마저 실패하니 이젠 자기 윗사람을 들먹이며 협박과 구걸인가. 족히 수천 년 이상을 살아왔을 higher existence들도 하는 짓은 인간과 다르지 않은가 보다.

 

“우습지도 않아.”

 

Yu Ilhan이 키득 웃으며 손을 펼치자, 루이사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마나를 흡수한 사우전드 아이즈가 순식간에 한 데 소환되어 실로 거대한 거울의 모습을 형성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생존자들이 전원 경직되었다.

 

“언젠가 다가올 죽음이 두렵다고 삶을 포기하는 인간이 있을 것 같냐?”

[자기, 정말 멋져. 완전히 이기적이고 포악해!]

 

인간은 언제나 발버둥 쳐야 한다.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발악해야 한다. 지금 Yu Ilhan의 행동은 그 결과다. 물론 그는 그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적이 나쁘다고 탓할 생각도 없다.

 

단지 싸워서 이긴 쪽이 살아남을 뿐이다.

 

[네놈들을!]

“쏘세요.”

 

Yu Ilhan이 장난스럽게 중얼거린 그 순간 거대 거울이 일직선으로 무지막지한 밀도의 에너지를 쏘아냈다.

 

[큭!?]

 

대체 언제 생겨난 것일까? 세상 루이사의 허공 한가운데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고 있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뒤늦게나마 구조 요청을 받고 달려온 Garden of Sunset의 원군. 에너지 광선은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그들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어떻……!]

[크학!?]

 

무엇을 숨기겠는가? Yu Ilhan은 차원 항해자의 힘으로 적의 세상 난입을 읽어내고, 놈들이 루이사로 진입해오는 순간을 노려 요격한 것이다!

 

[Critical Hit!]

 

원군의 숫자는 가히 수천에 달했다. Upper세계의 약탈이 집단 전체에 얼마나 큰 손실을 가져오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많은 숫자의 6th Class의 문지기도 제법 포함되어 있었으나, 전부 다 죽었기 때문에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

[Record 스킬의 레벨이 84가 되었습니다.]

 

Yu Ilhan은 망막을 뚫어버릴 기세로 숨 가쁘게 새겨지는 글귀를 고개를 저어 전부 털어냈다. 그 너머로 망연자실한 모습의 문지기들이 보였다.

 

[이럴, 수가…….]

[이건 악몽이야…… 저들은 위장했다! higher existence, Army of Heaven이구나!]

 

원군이 온 순간 전멸한다는, Upper집단 본영에서나 맛볼 수 있는 절망 앞에 놈들은 넋을 놓아버렸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번 공격은 조금 지나치게 강했던 모양인지, 아군 중 일부도 넋을 놓고 말았다. Helianna마저 얼떨떨한 표정으로 Yu Ilhan에게 확인할 정도였다.

 

[이런 공격을 마구 해댈 수 있는 건 아니지, 자기?]

“당연하지. 세상의 마나는 물론이고 여기서 죽어나간 higher existence들 마나를 쪽쪽 빨아 쏜 건데.”

[세상의 힘을 강탈하여 그 구성원까지 소모시킨다. 정말 완벽한 침략전략이네…….]

 

Garden of Sunset을 구성하는 자들은 타 집단에 비해 다채로운 Record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Record 스킬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Yu Ilhan은 이만하면 이 세상에서 얻을 것은 다 얻었다는 판단을 내리며 손을 휘저었다. 하나로 뭉쳐졌던 거대 거울이 다시 천 개의 작은 거울로 나뉘며 세상 곳곳으로 흩어지고, 문지기들은 그 거울에 시선을 주느라 다시금 치명적인 틈을 드러내고 말았다.

 

“뭐해? 지금 몰아쳐.”

“네, 넵!”

 

Yu Ilhan의 냉엄한 지시. 아군은 정신을 차리고 적을 공격해 들어갔다. 놈들이 전멸하기까지,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Garden of Sunset에 속한 Upper세계의 구성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Dimensional Lord 스킬이 64레벨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Rule권을 얻었습니다.]

[세상을 완벽하게 다스리기엔 많은 조건이 부족합니다. 조건이 모두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이 세상을 완벽히 손에 넣게 됩니다. 그 순간까지는 다시 쉽게 세상을 강탈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글귀가 Yu Ilhan의 망막을 메웠다. 그는 그것을 주의 깊게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차원 항해자 또한 higher existence로 나아가는 열쇠 중 하나였던 것일까.

 

여기까지 온 이상 나머지는 망설일 것도 없다. 남은 조건들을 전부 만족시켜 달성할 따름이다.

 

“원군이 다시 오지 않을까?”

“오든 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중에 다시 한 번 와서 정리해야 하니까. 자, 다들 전열 정비해. 대체로 레벨업을 거쳤을 테니 많은 Rest은 필요 없겠지?”

“정말 악마가 따로 없네.”

 

higher existence를 상대한다는 것은 죽음을 담보로 거는 도박이다. 실패하면 죽겠지만, 성공하면 무조건 성장하는 것.

실제로 수백 명의 higher existence를 맞아 싸운 끝에 스킬도 레벨도 큰 폭으로 성장한 선단의 구성원들은 Yu Ilhan의 말에 크게 반박할 수도 없었다. 레벨이 오르지 않은 이도 있기는 했으나, 그것은 그가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니 더더욱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바로 출발한다. 다음은 Destruction Demon Army이야.”

[혹시 아직 내가 미워서 그런 거야, 자기?]

“아니, 걔네가 Garden of Sunset 다음으로 만만해서 그런 거야.”

 

Yu Ilhan의 태도는 초지일관이었다. Helianna는 그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끝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Warp Magic을 발동했다.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

Chapter 40. 나는 준비하겠다. – 4

———————————————-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Destruction Demon Army 10군단장, 얼음의 거인 Meloine는 부하로부터 들어온 보고에 코웃음을 쳤다.

 

[테베타가 강탈? 테베타는 여태까지 노출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곳인데 놈들이 무슨 수로 들어왔다는 거야. 어디 수장님이라도 직접 납셨어? 그랬으면 우리 주군께서도 직접 몸을 일으키셨겠지!]

[그게 아닙니다.]

 

subordinate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구의 Yu Ilhan, 그 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정말 다섯 번째로 등극이라도 했단 말이야?]

 

부하에게 대답하는 Meloine의 목소리도 아주 약간 떨리고 있었다. 다섯 번째 신의 탄생, 그것이 정말이라면 그녀도 Yu Ilhan을 경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테베타를 지키고 있던 이들이 전멸당하고 그대로 세상을 빼앗겼습니다. 원군이 도착했을 땐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수월하게 수복할 수 있었지만, 조금 전 군단장님도 느끼셨다시피 확실하게 집단의 힘이 소모되었습니다!]

[쯧.]

 

Destruction Demon Army을 구성하는 세상 하나가 송두리째 뜯겨나가는 것을 느끼고 경악한 것이 비단 그녀만은 아니었을 터, Destruction Demon Army 전체에 내달린 힘의 소실과 동요 때문에 전장에서 일시적으로 적에게 밀리기까지 했다. 지금은 세상을 되찾은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한 번 잃었던 힘이 금세 돌아오지는 않으니…….

 

[노출된 적이 없는 세상으로 들어올 수 있는 건 집단의 수장 정도라고! 그거야말로 놈이 신이 되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야! 빌어먹을, 한때 놈을 Destruction Demon Army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내 자신이 수치스럽군!]

 

Meloine는 욕설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상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Destruction Demon Army을 구성하는 괴물들과 그들에 대적하는 Fallen Angel 무리.

 

그렇다. Destruction Demon Army은 Fallen Angel의 세상에서 그들과 전쟁을 벌이던 도중이었다. 물론 이곳은 그들이 이전부터 정보를 확보해놓고 있던 세상이다. Destruction Demon Army의 장이 직접 움직이지 않는 이상, Fallen Angel들이 꽁꽁 숨어 있는 세상을 찾아 쳐들어갈 방법은 없는 것이다.

 

[어쩌면 주군께서 움직이시게 될 순간이 우리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어……. Yu Ilhan, 놈은 반드시 내가 죽인다!]

 

그녀는 혀를 차며 바닥을 박찼다. 일순 주위의 Magic이 동결되었다가는 그녀의 몸을 떠받쳐 있는 힘껏 Heaven로 날렸다. 그녀가 지나가는 궤적을 따라 존재하는 모든 마나가 얼어붙어 피부 위로 달라붙었다.

[더러운 까마귀 놈들! 전부 새하얗게 물들여주지!]

 

거인의 포효에 세상이 울부짖었다. 그에 맞서듯 날개를 활짝 펼친 것은 이 세상의 파수꾼, 광휘의 7익 펠라에르였다.

 

[천박한 괴물, 무도한 침입자여. 이 펠라에르가 너를 심판한다.]

[하, 어디 해볼 수 있다면 해보시지!]

 

거인과 Fallen Angel가 허공에서 격돌했다. 세상을 얼려 부술 것만 같은 기세로 내질러진 거인의 주먹을 세 쌍의 검은 날개가 부드럽게 받아냈다. 펠라에르의 마나가 날개 끝 부분에 모여 깃털의 힘으로 극한에 가깝게 압축되고, 그대로 쏘아진다!

 

[잔재주를!]

 

그러나 거인은 빛의 Spear도 같은 적의 일격을 그대로 받아내며 밀어붙였다. 그녀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튼튼한 그 육신! 설령 싸우다가 부서져 녹아내린다 해도 그녀는 얼마든지 몸을 회복시킬 수가 있었다. Destruction Demon Army의 강대함은 그들의 포악하고 저돌적인 성정과 끈질긴 생명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어디 그 잘난 까마귀 깃털로 이 주먹도 막아내 봐라!]

[얼마든지, 이 빌어먹을 얼음덩어…… 리?]

 

Meloine의 공격에 맞서 대Magic을 발현하려던 펠라에르가 돌연 주춤하며 허공에 멈추어 섰다. 마나를 배열하던 바로 그 순간 그의 몸을 구성하던 마나의 일부가 갑작스럽게 소실되면서 Magic이 꼬이고 만 것이다.

물론 Meloine는 그런 기회를 놓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냉기가 담긴 주먹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내질러져 펠라에르의 날개 반쪽을 그대로 얼려 부수고 말았다!

 

[키히, Magic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겠구나!]

[크으으으, 이럴 수가! 어째서? 어째서 마나가?]

 

결정적인 실수로 순식간에 날개 절반을 잃고 만 펠라에르가 주춤하며 물러섰다. 물론 Meloine는 놈이 약화된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불과 조금 전 자신들에게도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아무래도 그 철부지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돌릴 생각인가보군. 크큭, 재미나. 역시 재미난 놈이야!]

[철부지…… 혹시!?]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펠라에르가 다급히 몸을 물리려 했으나 Meloine는 놈을 놓아주지 않았다. 적 세력의 군단장급 거물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야 Destruction Demon Army의 이름이 울지 않겠는가!

 

[놈 덕분에 전투가 재미나지겠어! 아주 진하게 보답해줘야겠는걸!]

[말도 안 돼, 정말 그 lower existence가!? 아니, 다섯 번째의 세력이 정말로 나타났을 리가……! 하지만 그분께서는!]

[헛소리하지 마라, 펠라에르! 지금 네놈의 눈앞에 있는 내게 집중하지 않았다간 순식간에 네놈의 목이 부서질 거야!]

 

Meloine가 포효했다. 펠라에르는 입술을 짓씹으며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 재차 Magic을 발산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으로는 지금도 무수한 의문이 떠다니고 있었다.

 

‘어째서 주군께서는 그 난폭한 자를 그냥 지켜보라고만 하신 것인가! 찾아가서 사지를 찢어놓아도 모자랄 판에……!’

 

그것은 광휘의 날개를 구성하는 군단장 전원에게 내려진 절대자의 명이었다.

그야 오래도록 없었던 초월자의 등장에 흥미를 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망할 놈이 Fallen Angel들의 세상을 망가트리는데도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가장 짜증나는 점은…….’

 

Meloine의 차가운 주먹을 정신없이 피하며 펠라에르는 이를 악물었다. 그놈은, Yu Ilhan은 대체…….

 

[그놈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이야!]

[벌써 사라졌다고!? 그런데도 아직 lower existence라고!?]

[이, 이이이익. Army of Heaven의 비호를 받는다는 자가 감히이이이이이이!]

[맙소사, 세상이 완전히 개판이 됐잖아!]

 

한창 서로의 세상에서 쌈박질을 하고 있던 넷의 Upper집단 구성원들은 차례대로 돌아가며 한 번씩 Upper세계를 강탈당하고 나서야 Yu Ilhan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깨달았다.

 

놈은 지금 Upper집단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며, 건방지게도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 상황을 이용해…….

 

[각 집단의 전력을 똑같이 낮추고 있다고!? 고작 lower existence 따위가!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아아!]

 

두 번째로 찾은 Army of Heaven 소유 Upper세계에서 일행은 강적과 만났다. Yu Ilhan은 자신을 보며 포효하는 7클래스의 ArchAngel, 레미엘을 마주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lower existence는 higher existence한테 개기지 말라고 법이라도 제정해놨냐? 얼른 가져와봐. 법대로 하자고, 법대로.”

[…….]

“대개 법대로 하자고 주장하는 놈들이 나쁜 놈인 경우가 많던데…….”

“Yu Ilhan 정도면 나쁜 놈 맞죠, 뭐.”

[네년들!]

 

Yu Ilhan의 반문에 말이 막혔던 레미엘은 Liera와 Erta가 소곤대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놈 주위로 튀기는 스파크가 그의 강렬한 분노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네년들은 대체 왜 거기 있는 것이냐! 무수한 세월 Heaven에 봉사했던 네년들이 어찌 Angel를 향해 무기를 들이댈 수 있느냐 이 말이다!]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해. 솔직히 엄청 하기 싫은 일이기도 하고.”

 

Liera가 진심을 담아 대꾸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Ilhan이와 함께할 거라면 언젠가는 Angel들과 싸워야 했을 테니까.”

[어째서!]

“그도 그럴 것이 Army of Heaven은…….”

“‘다섯 번째’를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요.”

 

Liera의 말을 받아 마무리 지은 것은 Erta였다.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번째? 다섯 번째……?]

 

레미엘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놈이 특출나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다섯 번째라? 초월자의 경지가 그리도 만만해 보이더냐? 그래, 저놈이 그렇게 되리라 믿고 네년들은 곁에 붙어 딸랑거리고 있는 것이냐!]

“내가 보기엔 이미 손에 잡히는 경지까지 왔는데, 정말 레미엘 네 오만한 성정은 여전하구나.”

[그래! 우리는 유일하신 그분 이외의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잘못된 길이며 그분을 제외한 그 어떤 존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길이다!]

 

레미엘이 분노와 함께 포효했다. Upper세계를 가득 메우고 있던 마나가 놈에게로 빨려 들어가 lightning로 뒤바뀌는 모습이 너무나 섬뜩하고 강렬했다.

 

[어머나, 저건 위험하겠는걸. 세상의 힘을 전부 끌어낼 생각이라도 하고 있나봐. 저 무식한 남자.]

 

자신의 차례라 느낀 Helianna가 한 발 앞으로 내딛었지만 Yu Ilhan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멈추었다. 그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돌아보자, Yu Ilhan은 이를 드러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놈이 이 Upper세계에 있는 줄 몰라서 굳이 여기로 왔겠어?”

[자기, 혹시?]

 

그가 하는 생각을 알아챈 Helianna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Yu Ilhan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7차 클래스 ArchAngel과 한 번 싸워보려고.”

[자기…….]

 

제아무리 파괴와 고통을 사랑하는 Destruction Demon Army이라 해도 Yu Ilhan의 입장이었더라면 차마 하지 못했을 일을, 지금 Yu Ilhan은 태연하게 해치우려 하고 있었다. lower existence의 몸으로 7차 클래스와 정면에서 붙으려고 하다니!

 

“Army of Heaven의 Record이 부족해. 그야 여태까지는 Liera와 Erta를 생각해서 그들과의 충돌을 되도록 피해왔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이상 늦추기는 싫어서 말이지.”

 

Record이 필요하니 싸우겠다? 7차 클래스를 일부러 찾아서 왔다?

Helianna는 Yu Ilhan이 진심임을 깨닫고는 까르륵 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생애 최고로 행복했다. 역시 그녀가 붙잡은 남자는 최고였다!

 

[자기…… 역시 자기는 Destruction Demon Army이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아. 후후, 너무 멋져. 다시 반할 것 같아.]

“저게 또 내 낭군한테 꼬리를 쳐!”

 

Liera가 분노하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Helianna는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Yu Ilhan은 ArchAngel을 앞에 두고도 자신처럼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며 피식 웃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가 혼자 나선 것은 아니었다.

 

“Mir야,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기다리고 있었어, 아빠!]

[인간이 Dragon과 함께 한다고 해서 절대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을 듯싶더냐!]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Yu Ilhan은 날이 선 목소리로 대꾸하고는 몸을 내던져 Dragon으로 화한 Yumir의 등 위로 올라탔다. 그와 의식을 공유한 Yumir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전방으로 돌진하여, 전신으로 천둥lightning를 뿜어내고 있는 레미엘과 마주했다.

 

“후우…….”

[후우…….]

 

생애 최대의 강적을 눈앞에 두고 둘의 호흡이, 숨결이 일치했다.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Yumir와 동화된 순간이다. Yu Ilhan의 피부를 덮는 Soul of Fire, 그 위를 덮은 Dragon’s Body, 두 개로 하나인 Soul Fire Dragon God이 Yu Ilhan과 함께 숨을 쉬며 그의 격을 실시간으로 끌어올렸다.

 

“자, 싸우자.”

 

Yu Ilhan의 육신과 혼 깊숙한 곳에서 깨어난 flame의 용이 적을 마주하며 울부짖었다.

 

[네놈……?]

 

Yu Ilhan의 힘의 편린을 감지한 레미엘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를 경시하며 오만한 눈으로 깔아보던 레미엘이 ‘혹시나’하는 생각과 함께 몸을 긴장으로 굳혔다.

 

[그 몸에 대체 어떻게 해서 그만한 힘을 감추고 있는 것이지? 어찌 lower existence가…….]

“그건 지금부터 스스로 알아보라고.”

 

Yu Ilhan은 씩 웃으며 손에 Spear 들었다. 순수한 flame으로 이루어진 창, 그 끝에서 Dragon의 아가리를 본 레미엘은 눈을 부릅떴다. 어쩌면, 어쩌면 놈은 이미…….

 

[용납할 수, 없다!]

“덤벼, ArchAngel!”

 

괴물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Chapter 40. 나는 준비하겠다. – 5

———————————————-

 

세상을 가득 채우던 마나를 전부 끌어낸 레미엘이 그것을 한 줄기의 lightning로 만들어 내던졌다.

피하기 힘들 만큼 빠르기도 하지만, 피하면 그 순간 그것이 Sky Castle의 동료들을 덮친다. Yu Ilhan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공격이었고, 그의 판단은 정말이지 섬광처럼 빨랐다. Yumir를 직각으로 솟구치게 해 lightning를 미련 없이 피해버린 것이다!

 

[바보 같은 놈, 이걸로 네놈의 동료들은…… 뭣!]

 

직후 Sky Castle 위로 나타난 수호Barrier가 lightning를 막아냈다. 켈라투크의 철갑으로 덮은 Barrier의 힘은 7차 클래스의 평타 한 방에 무너질 만큼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lightning 안에 담긴 마나를 흡수해 내구도를 회복하기까지 했다.

 

[이게, 무슨…….]

 

기껏해야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방어막이 자신의 lightning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넋을 잃고 만 레미엘. 그로부터 Yu Ilhan과 Yumir의 기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놈이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뭐……?]

 

설마 lower existence를 눈앞에 두고 놓칠 줄이야! 처음부터 Concealment을 하고 있던 상대도 아니고, 자신과 마주하며 적의를 불태우던 적의 존재감을 읽어내지 못하다니?

상황을 납득하지 못한 레미엘이었으나 썩어도 준치라고, 적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곧장 자신의 날개에 lightning를 담아내며 몸을 완벽하게 감싸 보호했다. 그 움직임은 과연 7차 클래스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빨랐다.

 

직후 Yu Ilhan의 공격이 그 위를 덮쳤다.

 

[Critical Hit!]

 

압도적인 마나를 품은 궤적이 날개 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레미엘은 그 공격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lightning를 내쏘아 그것을 감싸 안으며 세 쌍의 날개를 크게 펼쳤다!

 

[이것이 네놈의 오만함에 대해 내가 내리는 징벌이다!]

 

궤적에 담겼던 물리적인 힘과 마나, 그것이 품고 있던 날카로움이 고스란히 반전하여 허공을 갈랐다. 심지어 그것에는 레미엘의 힘의 근원, lightning까지 농밀하게 압축되어 담겨 있었다.

적의 공격을 완벽히 받아내고, 자신의 힘까지 더해 되돌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름 아닌, 어마어마한 마나 테크닉을 지닌 극소수의 존재만이 구사할 수 있다는 최고위 전투 스킬 Counter였다!

 

[죽어라, 필멸자여! 네놈의 그 비대하게 부푼 욕망과 함께 추락해라!]

Yu Ilhan이 그것에 당했더라면 제아무리 그의 Defensive Strength이 대단하다 한들 치명상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lightning의 참격은 대단한 기세와 위력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의 딜레이도 없이 완벽하게 성공한 Counter에 대해 돌아오는 반응이 없었다. 설마 놈이 Counter 한 방으로 죽어버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레미엘은 의아한 심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Critical Hit!]

[Critical Hit!]

[크리티컬…….]

 

바로 그때 회백색의 bloodline기가 솟구치며 놈의 왼팔과 왼쪽 날개가 송두리째 잘려나갔다. 다음 순간 잘려져 나간 육신 모두가 허공중으로 증발하듯 사라져 레미엘이 신체를 이어 붙여 회복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무, 이……!?]

 

신체의 30%를 순식간에 잃은 것에서 오는 고통보다도, 여태껏 실패한 적이 없었던 Counter가 실패했다는 사실에 대한 당황이 더욱 컸다. 놈은 다급히 마나를 뿜어내 몸의 균형을 맞추며 Yu Ilhan의 모습을 찾았다.

 

“안녕.”

[놈!?]

 

그는 레미엘의 바로 눈앞에 있었다.

 

[Spear of Untraceable Trajectory 스킬의 레벨이 99가 되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Counter의 습득 조건 하나를 추가로 달성했습니다. 앞으로 한 개의 조건을 더 달성하면 Counter의 습득이 가능해집니다.]

 

Yu Ilhan의 망막 위로 떠오르는 글귀가 두 가지 사실을 시사했다. Upper Spearmanship의 마스터 경지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방금 저 ArchAngel이 사용했던 끔찍하게 강한 Upper 기술 Counter의 습득 또한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Yu Ilhan 자신도 여태까지 강해질 만큼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것들을 보면 역시 아직 그는 갈 길이 먼 모양이다. 그는 어느덧 자신의 마음에 스며들었던 오만함에 반성했다.

 

“그게 Counter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바로는 못 보여주겠지만 앞으로 노력해서 습득해볼게!”

[네놈……!?]

 

방긋 웃으며 적에게 감사를 표하는 Yu Ilhan의 손에는 아가리를 벌리고 포효하는 flame의 Spear 쥐여 있었다. 접근과 공격이 워낙 순간적이었기에 이번엔 Counter를 발동할 틈조차 없었고, 레미엘은 꼼짝없이 Spear 목을 강타 당하고 말았다.

 

[Critical Hit!]

[Great Cosmos-severing Spear 스킬의 레벨이 89가 되었습니다.]

[크학!]

 

허공에 재차 회백색의 피가 튀었다. Yu Ilhan의 눈빛이 번뜩이고, 레미엘이 목을 부여잡으며 남은 반쪽의 날개를 크게 펼쳐 전면을 가렸다. 놈의 반신 위로 푸르게 번쩍이는 lightning이 위협적으로 일렁였지만 그 기세는 처음에 비하면 다소 약했다.

레미엘은 세상의 마나를 끌어들여 필사적으로 상처를 수복하며 Yu Ilhan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무슨 수를 쓴 것이냐! 네놈은 Magic전사였더냐!?]

“기술의 분야를 굳이 한정시킬 필요가 있겠어? 발상이 90년대에 머무르고 있으니까 네가 그렇게 90년대에나 나왔을 것처럼 찌질대는 악역인거야!”

“Ilhan이가 멋대로 레미엘을 악역으로 만들고 있어!”

“하지만 Yu Ilhan이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로 저 자가 찌질해보여요!”

[네년드으으으으을!]

 

처음 쏘아낸 Yu Ilhan의 공격은 당연하지만 그려지지 않는 궤적으로 만들어낸 공격이었다. 그가 위치한 방향에서는 절대로 만들어낼 수 없는 공격의 궤적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그 Spearmanship의 경악스러운 점이다.

 

그리고 가뜩이나 경악스러운 그 기술은 요 근래 Yu Ilhan이 시간과 공간을 뒤트는 Magic을 끊임없이 겪고 그 흐름과 마나의 패턴에 익숙해지게 되면서 끝내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말았다.

 

동시에 발출되어 한꺼번에 내질러져야 하는 것이 이 기술의 특징인데, 그는 다른 방향에서부터 쏘아 날린 참격을 먼저 발현시키고, 레미엘이 준비하고 있던 Counter가 발동한 다음에야 그것에 이어지는 열 번의 참격을 추가로 발현시켜 놈의 빈틈에 제대로 Critical Hit를 꽂아 넣은 것이다.

그것은 적의 움직임을 읽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그 발동 단계에서 이미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뛰어넘어버린 기술이기도 했다. 적이 그것은 Magic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분명 Magic의 이치가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네놈, 설마 시간을 다스리는 힘을!]

“후후, 어떨까.”

 

물론 제법 긴 시간 동안 지구의 감속 Magic을 겪으며 얻은 약간의 깨달음을 간신히 Spearmanship에 섞을 수 있게 된 정도였지만, 적이 그에게 쫄아서 나쁠 것은 없었기 때문에 Yu Ilhan은 아무 망설임 없이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허세 대회가 있다면 그가 당당히 우주 1등을 차지하지 않을까? 물론 사람들이 그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아빠 굉장해!]

“Mir 움직임도 굉장히 빨라졌어. 더 빠르게도 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구에서 빨리 움직이는 연습을 하다 보니까 이전보다 훨씬 더 빨리 날 수 있게 됐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감속 Magic은 정말로 Yu Ilhan 일행이 강해지는 데 큰 도움을 준 셈이 되었다. 감속 Magic을 견뎌내며 움직이는 수련을 거듭한 끝에 Yu Ilhan뿐만 아니라 Yumir가 발할 수 있는 힘까지 대폭 강화되면서, 두 부자는 7차 클래스의 ArchAngel을 상대로도 별로 밀리지 않고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빨라? 그래, 네놈들은 빠르다. 어디 계속 그렇게 빠르게 움직여보아라!]

 

레미엘은 lower existence 따위에게 정말로 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 순간부터 필사적으로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마나를 lightning로 바꾸어 던져댔다. 제아무리 그가 약화되었다고 해도, 그가 쏘아내는 lightning는 한 방 제대로 허용하는 순간 갑옷이 터져나갈 만큼 끔찍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이것도! 전부 다 피해봐라! 이게 바로 신의 대리자의 징벌이다!]

“Mir야. 할 수 있지?”

[Yeah. 할 수 있어.]

 

Yu Ilhan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lightning와 마주하며 침착한 목소리로 Yumir를 불렀다. Yumir 역시 그와 비슷한 어조로 대꾸했다.

 

둘은 지금 서로를 깊게 느끼고, 서로의 의식은 물론이고 마나까지 공유하며 감각을 첨예하게 가다듬고 있었다. 당연히 lightning를 피하는 Yumir의 몸놀림도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네놈들은…… 어째서!]

 

제아무리 Dragon Rider로서 계약 관계로 이어져 있다고 하나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것. 그것도 무수한 세월 기적의 요람을 통해 Dragon의 힘을 자각하고 꾸준히 키워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여태껏 정면으로 마주한 적 없던 강한 적과 싸우며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감각을 최대 이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후, 상쾌한데.”

[응, 상쾌해.]

 

그의 심장에서 일렁이던 Dragon과 flame의 기운은 처음 전투에 임하는 순간부터 박동을 시작해, 지금은 Yumir와 순조롭게 이어져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명이다. 여태까지는 기적의 요람에서밖에는 느껴볼 수 없었던 강한 공명. 그것이 지금 Soul Fire Dragon God을 매개로 Yu Ilhan과 Yumir 사이에 일어나고 있었다.

 

공명은 점점 더 커져 둘의 기운을 한 데 합치고 증폭시켰다. Upper세계의 주민인 레미엘에게 복종해야 할 Upper세계의 마나조차 그들이 만들어내는 흡인력을 이기지 못하고 끌려 들어와, Heaven의 기운으로부터 점차 Dragon과 flame의 기운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레미엘이 다루는 lightning의 힘은 점점 약해져만 갔다.

 

[이것, 들이……!]

“역시, 이게 제대로 된 길이었군.”

[뜨거워, 아빠. 뜨거운 기운이…… 커져가!]

 

Yumir가 타고난 기운은 바람이다. 한편 지금 Yu Ilhan이 Rule하고 있는 기운은 불. 다행히 두 기운은 상성이 무척 좋은 편이었고, Yu Ilhan이 만들어낸 flame을 Yumir가 증폭시켜 전신에 두르면서 한층 더한 힘을 탄생시켰다. 겉에서 보면 그들은 마치 통째로 하나의 거대한 flame인 것처럼 보였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응,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Yu Ilhan은 굳이 자신의 의도를 Yumir에게 전할 필요도 없었다. 둘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으니까. 의사의 전달 과정이 생략되고, Yu Ilhan이 하고자 하는 대로 Yumir가 움직였다. 녀석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지금 Yu Ilhan이 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까 레미엘이 보여주었던 기술 Counter였다.

 

[Heaven을…… 그 권위와 힘을! 우습게보지 마라!]

 

그리고 드디어 때가 왔다.

 

Cooking조리 lightning를 잘 피해내는 그들 부자를 보며 끝내 인계의 한계에 도달한 레미엘이 한 쪽 밖에 남지 않은 팔을 들어 올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마나를 방출했다.

놈의 손가락 끝에서 쏘아내진 lightning가 Heaven로 승천하고, 다음 순간 Heaven 전체가 푸르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더 이상 세계의 힘을 Yu Ilhan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세상 전체를 자신의 힘으로 물들여버린 것이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아라. 이것이 Heaven의 의지다!]

“Heaven? 정말로?”

 

Yu Ilhan이 냉소를 지으며 놈의 말에 반문했다.

 

“네 피는 순백이 아닌 것 같던데.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흰색처럼 보이려고 하는, 회색인 것 같던데?”

[……나를 능멸하는가!]

 

놈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Yu Ilhan에게는 이미 확신이 서 있었다. 놈의 피를 핥아 Record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Angel임을 거부하고, 자신이 지닌 Record을 변형하여 언제든 Brilliant Army of Light으로 넘어갈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는 자. 그것이 바로 배신자의 정체다.

 

그리고 분명 놈은 ‘배신자’다. 어쩌면 그는 예전부터 그와 Angel 일행을 괴롭혀온 배신자 세력의 유력인물과 마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말도 안 돼, 레미엘이 배신자일 리가 없어. 그는 이전부터 Heaven과 신께 봉사해온 신실한 ArchAngel인걸.”

 

Yu Ilhan의 폭로에 Sky Castle에서 전투를 대비하고 있던 Liera가 뜨악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Erta 역시 차가운 목소리로 Yu Ilhan에게 물었다.

 

“Yu Ilhan 당신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려는 사람이었나요?”

“아니지. 쟤가 배신자라서 내가 쟤를 죽이려던 건 아니었잖아?”

“……그렇죠, 아니었죠.”

 

Erta의 차가운 시선이 그대로 레미엘을 향했다.

 

“당신은 정말로 배신자였군요, 레미엘.”

[나는, 배신자가…… 아니다! 나야말로 Heaven의 의지 그 자체란 말이다!]

 

lightning의 비가 무차별하게 쏟아졌다. 그의 마음의 동요를 반영하듯 마나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Yu Ilhan이 지금부터 시도하려는 일에 더없이 적합한 일이었다.

 

“시작해볼까, Mir야.”

[응, 아빠.]

 

부자의 공명이 극대화되었다. 바람으로 증폭된 flame에 뒤덮인 Dragon의 날개가 Heaven을 전부 가릴 듯 커져갔다.

세상을 뒤덮듯 쏟아져 내리는 lightning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

Chapter 40. 나는 준비하겠다. – 6

———————————————-

 

[이게…….]

 

Counter 스킬의 보유자인 레미엘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다.

 

막대한 마나를 품고 있던 lightning의 폭우가, 그 기세를 고스란히 담고 한 곳으로 뭉치며 붉은 flame으로 변이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한 명의 인간과 Dragon. 보다 정확히는 Yu Ilhan이 Yumir의 마나까지 빌려 그것을 이끌고 있었다.

 

마나의 기세로 상대를 압도하고, 마나의 틈을 파고들어 Rule구조를 변화시키고, 배열을 흩어 속성을 변화시키며,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물리력과 Magic력을 일시에 발출하는 것으로 일대 모든 마나를 공명시키고, 그것으로 끝내 힘의 흐름을 반전시킨다.

 

[액티브 스킬 Counter를 습득했습니다.]

[Dimensional Lord 스킬의 레벨이 67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Counter, 인과를 역전시키는 절대자의 기술이다.

 

[네놈 따위가…… 있을 수 없어!]

“글쎄, 어떨까?”

 

Yu Ilhan이 나지막이 중얼거린 다음 순간, 붉은 flame의 비가 한때 그것을 부리던 주인이었던 레미엘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감히…… 이 정도로!]

 

놈은 그것에 맞서 이를 악물고 반쪽의 날개를 펼쳤다. 이미 한 번 Counter가 적용된 기술을 재차 Counter로 쳐내는 것은, 아직 지금의 그에게는 불가능한 경지였기 때문이다. 섣불리 거대한 Magic을 시도한 그의 뼈저린 실수라고 할 수 있으리라.

 

[Critical Hit!]

 

세 장의 편익이 만들어낸 청백색 lightning의 방패와 flame의 폭우가 맞부딪히며 터무니없는 굉음을 만들어냈다. 압도적인 마나의 충돌에 세상 전체가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말도 안 돼. Ilhan이가 언제 더 저렇게 강해졌지……?”

“순수 마나도 늘었지만, Dragon의 힘이 더 강해지면서 Mir와 공명을 이끌어낸 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은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굉장해. 이렇게 무식한 마나의 컨트롤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놀라워. 우리 자기는 내가 보는 마나와는 다른 마나를 보고 있는 걸까……?]

 

그것을 보는 이들 모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힘의 여파만으로 Sky Castle과 수호성의 Barrier에 금이 갔다. Mystic은 마나를 쏟아 부어 Barrier를 더욱 강화하며 비명을 질렀다.

 

[주인님, 이 미친노오오옴!]

 

그러나 아직 Yu Ilhan의 Counter는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Counter란 상대가 발한 모든 힘을 고스란히 Rule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그것이 뜻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Heaven이……!]

“세상에.”

 

Heaven이 붉게 물든다. 푸른 lightning가 모두 붉은 flame으로 바뀌며, 일시적으로 세상의 Rule권을 Army of Heaven으로부터 Yu Ilhan 개인에게로 옮겨오고 있었다. 세상의 힘을 끌어낸 대Magic이, 고스란히 Counter 당했기 때문이다.

 

[Dimensional Lord 스킬의 레벨이 70이 되었습니다. 차원에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며, 자신이 장악한 차원에서 보다 전폭적으로 마나를 끌어내고 Rule할 수 있게 됩니다.]

 

[크우우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큭, 흑, 으으읍.”

 

Yumir가 거세게 울부짖었다. Yu Ilhan 또한 아찔하리만큼 무서운 기세로 전신을 덮쳐오는 마나의 격류에 신음을 흘리면서도 두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손에 꽉 쥐고 있던 Spear 들어올렸다.

 

“Ehjar, 협조해라! Eternal Flame도 도와줘.”

[로드의 명에 따르지.]

[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Yu Ilhan에게 완벽히 굴복한 Ehjar와 다른 어떤 Kinfolk보다도 Yu Ilhan에게 친근하게 구는 Eternal Flame. 두 영혼의 전력을 다한 보조가 Yu Ilhan과 Yumir의 마나 통제력을 극한을 뛰어넘어 강화시켰다.

Yu Ilhan은 부들부들 떨리는 팔에 God Force을 부여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신론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 Yu Ilhan에게 남은 것이라곤 오직 기합뿐이었다.

 

“으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끝내, flame이 모두 Yu Ilhan이 들어 올린 창끝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Dimensional Lord 스킬의 레벨이 71이 되었습니다.]

 

“Wao…….”

“아름다워. 이렇게 아름다운 마나의 흐름은 처음 봐…….”

“Ilhan아……!”

 

그것은 마치 세상이 Yu Ilhan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것만 같은 장엄한 광경이었다. 여파도 모두 거두어졌다. 힘이 그에게 복종하며, 한 톨 남김없이 모두 한 점으로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방진, 인간이……!]

“흥.”

 

지옥 밑바닥에서나 들려올 것 같은 Curse어린 목소리를 뱉어내는 레미엘. Yu Ilhan의 Spear 모여드는 flame의 기운을 알아차리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것을 피하거나 막아낼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지금 그의 몸 상태로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불의 비를 막아내는 것만도 벅찼기 때문이다.

 

[큭, 제기랄…… 젠장, 내가 인간 따위에게! 빌어먹을, 두고 봐라!]

 

끝내 놈은 이를 악물며 날개를 크게 펼쳤다. 한순간에 flame의 비를 떨쳐내고, flame 몇 발을 몸에 맞는 것도 감수하며 다른 Magic을 발동했다. 그것은 바로 차원을 넘나드는 Magic이었다!

 

[네놈의 승리다. 네 목은 다음에 따 주마!]

“어딜.”

 

그대로 허무하게 7차 클래스의 ArchAngel을 놓치나 싶었던 순간. Yu Ilhan의 Dimensional Lord 스킬이 발동하여 이 세상으로 새로운 병력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놈이 다른 세상으로 도주하는 것까지도 막았다.

원군을 불러내거나 도주하여 다음 기회를 노리는 비겁한 술수는 주인공에게만 허락된 것! 고작 엑스트라 따위에게 많은 분량을 할애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Dimensional Lord 스킬의 레벨이 73이 되었습니다.]

[네놈!? 차원을 다스리는 힘의 편린이, 어찌 네놈 따위에게서!]

 

자신의 도주 시도가 시작도 하기 전에 막혔다는 것을 깨달은 레미엘이 크게 당황하며 외쳤다. Yu Ilhan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어렸다.

 

“너, 가드를 안 올렸구나.”

[뭣!?]

 

Dimensional Lord만 믿고 있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겠지. 놈이 가장 큰 틈을 드러낸 그 순간 Yu Ilhan은 세상을 가득 채운 flame으로 말미암아 지옥을 불러냈다. 스킬을 얻은 이래로 가장 대규모의, 가장 격렬한 Pulling Down이 발동한 순간이었다!

 

[큭!?]

 

대체 어디에 도망갈 곳이 있단 말인가? 세상 전체가 그의 적이거늘! 사방에서 튀어나온 영혼과 flame의 사슬이 놈의 몸을 칭칭 묶었다. 날개 깃털 하나하나를 묶고 양쪽 다리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과 놈의 목까지도 모두 구속했다.

놈이 7차 클래스라는 사실은 지금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Upper세계의 백업조차 받지 못하는 편익의 Angel에게 더 이상 Yu Ilhan을 압도할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lower existence가! lower existence 따위가! 네놈을 죽이겠다, 네놈을 죽여버리겠어!]

 

놈의 눈이 붉게 번뜩였다. 그것은 도무지 Angel의 그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악랄하고 독기에 가득 차 있었다.

 

공기가 바뀌었다. 놈이 발하는 기운이 변이했다. Record 스킬이 그것을 감지해 Yu Ilhan에게 알려왔다.

 

[네놈, 이대로, 날…… 나는, 그분께서 너를!]

“그분이 누군데?”

 

Yu Ilhan이 물었다. Spear 모여드는 flame을 정련하여 가장 날카로운 창날을 만들어내며,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교수가 학생에게 묻듯 그런 여유로운 태도로.

 

“자, 얼른 대답해보라고.”

[후, 후크하하하하하하하하! 우습다, 우습구나! 그래, 답해주마!]

 

놈 역시 그것을 느끼고는 크게 웃어버렸다. 이어서 그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충분히 Yu Ilhan이 예상하고 있던 말이었다.

 

[위대한 반역자, 최후의 신! Heaven을 뒤엎고 지옥을 다스리는 그분 사탄이시다!]

 

자신이 스스로 반역자의 추종자임을 실토하는 순간 놈의 하얀 날개가 새카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ArchAngel의 위치에 있던 자가 스스로 타락하는, 역사에 몇 번 없었을 순간이다.

 

[크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놈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마나가 반전하며 폭주했다. 순간적으로 놈을 묶었던 사슬의 일부가 터져나가고, 잘려나간 줄 알았던 날개가 검은 기운을 모락모락 뿜어내며 재생하기 시작했다. 검은 피가 허공으로 흩뿌려지며 수없이 많은 magic formation을 형성하고, Pulling Down을 이루는 flame과 혼이 그에 맞서 타올랐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88이 되었습니다.]

 

“정말 배신자였잖아!?”

“Yu Ilhan의 말을 믿고는 있었지만, 설마 정말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 줄이야…… Army of Heaven에 대체 무슨 일이 생겨나고 있는 거죠?”

“앗, Angel의 Record을 얻어야 하는데 Fallen Angel로 타락해버렸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오!?”

 

Liera와 Erta가 진지한 소리를 하고 있는 가운데 혼자서 핀트가 엇나간 걱정을 하는 Na Yuna! 그러나 Yu Ilhan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부정했다.

 

“오히려 더 좋아요. Fallen Angel로 변이하는 순간을 Record할 수 있었으니, 이제 Fallen Angel의 Record도 Angel의 그것으로 변형시켜 Record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교차구매까지 되는 원플러스원 행사라고 할 수 있죠.”

“Wao!”

[그게 가능한 거야!?]

 

Yu Ilhan 혼신의 직관적인 설명이었다!

 

[죽여버리겠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광휘의 11익, 그 모든 힘을 다해서!]

 

세상의 지원을 포기하고 Fallen Angel로 돌아서는 것을 대가로 신체를 수복한 레미엘, 광휘의 열한번 째 날개. 그의 마나가 폭주하며 Pulling Down을 밀어냈다. 사슬이 놈에게 쇄도하는 족족 검게 물들며 터져나갔다. 아마 각성의 순간이기에 일시적으로 본래 지니고 있던 것보다도 더한 힘을 발하고 있는 것이리라!

 

[자기 목숨까지 내던져 자기를 죽일 셈이야! 이이익, 이대로는…….]

“아니, 끝났어. 저건 발악이야.”

 

모두가 동요하고 있었지만 Yu Ilhan만은 침착했다. 그는 완성된 flame의 Spear 내밀어 Fallen Angel를, 검게 물들어가는 그 자의 견갑골을 조준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유일하아아아아아아안!]

“그래.”

 

Yu Ilhan은 Spear 내던졌다. 마스터 레벨에 이른 Absolute Accuracy 스킬을 가미하여 일직선으로 쏘아낸 Spear 일각의 유예도 없이 목적했던 곳을 정확히 꿰뚫었다. 검은 마나가 미처 물들일 틈도 없이 빠르고 효과적인 일격이었다.

 

“지금 죽여줄게.”

[칵!]

 

[Critical Hit!]

 

레미엘이 Spear 관통당한 채 허공에서 몸을 비틀자 검게 물든 피가 허공에 쏟아졌다. 그것에 놈의 마지막 남은 마나가 집중되었다.

 

[저,주를…….]

“Curse?”

[받아, 뒈져라!]

 

피가 아주 작은 원을 그린 다음 순간, 그 안에서 솟구친 검은 lightning가 일직선으로 날아와 Yu Ilhan을 강타했다. Fallen Angel로 타락한 것조차 이 마지막 반격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지독한 독기가 Yu Ilhan의 전신을 뒤덮었다.

 

[큭, 크하하하하하하하! 나와 함께 가자, 영겁의 지옥으로! 크학!]

 

그것이 놈의 마지막이었다. Yu Ilhan이 자신의 Curse로 인해 죽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환한 표정으로 놈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548 레미엘의 Record을 얻었습니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89가 되었습니다.]

[Dimensional Lord 스킬의 레벨이 77이 되었습니다.]

 

Yu Ilhan은 갑옷을 쓸었다. 그의 갑옷에 직격한 이후로 그 자리에 머물며 검게 일렁이던 lightning이 파직, 덧없는 저항을 하다가 flame에 덮쳐져 스러졌다.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정말 끝까지 엑스트라의 본분에 충실한 친구였어. 괜한 떡밥도 안 깔고 깔끔하게 찌질거리기만 하다가 가네.”

[죽어서까지 그런 욕을 먹다니 정말 불쌍한 엑스트라군…….]

“Ilhan아!”

“Yu Ilhan!?”

 

마지막 순간 쏘아진 Curse의 세기를 가늠한 Liera와 Erta가 기겁하며 Yu Ilhan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그들을 향해 돌아서는 Yu Ilhan의 표정은 너무나 멀쩡했다.

 

“그래, 이제 다 끝났어.”

“……Curse는?”

“Ehjar의 Curse도 결국 이겨냈는데 저런 반푼이의 Curse에 당할 리가 없잖아.”

“…….”

 

Yu Ilhan은 담담하게 레미엘의 사체를 수거하고 전투로 엉망진창이 된 세상의 마나를 적당히 빨아들여 정리했다. 일행은 7차 클래스의 목숨을 바친 Curse를 반푼이 취급하는 Yu Ilhan을 앞에 두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일이 귀찮게 됐네.”

 

레미엘로부터 얻은 Record을 정리하며 Yu Ilhan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놈이 배신자라는 걸 알아냈을 때부터 Army of Heaven 꼴이 정상이 아니리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막장으로 굴러가고 있는 줄은 몰랐다. 놈의 Record을 이해하면 할수록 한숨이 나왔다.

 

“꼭 모든 일이 내 성장과 맞춰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어떤 놈인지 잡아내기만 해봐라.”

[왜 그러는데, 자기?]

“아니, 이미 난리가 나고 있지만 앞으로 더 격렬하게 난리가 날 것 같아서.”

“지금보다 더 난리가 난다고? 왜?”

 

Liera가 의문을 표했다. Yu Ilhan은 쓰게 웃고는 짤막하게 답했다.

 

“아무래도 Heaven의 신이 가출했나본데?”

 

———————————————-

Chapter 40. 나는 준비하겠다. – 7

———————————————-

 

“……Yeah?”

 

Liera가 반문했다. Yu Ilhan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반복했다.

 

“신이 가출했나보다고.”

“어디서?”

“Heaven에서.”

“어디로?”

“그건 나도 모르지? 레미엘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

 

Liera는 뭔가를 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Erta는 어딘가 예감하고 있었다는 표정이었고, Helianna는 가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윽고 Liera가 물었다. 아마도 그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리라. Yu Ilhan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Brilliant Army of Light이 창설되기 조금 전에.”

“까마득한 예전이잖아!”

 

끝내 Liera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야! 까딱하다간 지구에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이라구!”

“그 전부터 이미 Army of Heaven이 할 일들을 예언해놓고 있었다니 정말 신은 신인가 봐. 아니, 어쩌면 위에 있는 놈들이 짜고 친 고스톱일지도 모르지만. 그럼 더 대단한데?”

“그런 걸로 감탄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어! 으아아아아아, 바보가 된 기분이야, 엄청 바보가 된 기분이라구! 흐아아앙.”

“그래그래, 속상하겠네.”

 

Liera는 Yu Ilhan의 품에 안겨 꺼이꺼이 울었다. Yu Ilhan은 충분히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까딱하다간 Heaven을 배신한 Brilliant Army of Light 놈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후우.”

 

Erta는 Yu Ilhan의 품에 안긴 Liera를 부럽다는 눈으로 째려보면서도 한숨을 쉬었다.

 

“신의 부재로 인해 Army of Heaven에 배신자가 속출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Brilliant Army of Light이 이미 Heaven의 심부까지 장악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끔찍한 일인데…….”

[그렇지만 Mage 아가씨와 자기의 힘을 빌려 Brilliant Army of Light 본영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어버리자고 제안했던 건 분명 Army of Heaven이야. 만약 Brilliant Army of Light이 Heaven을 전부 장악했더라면 그런 자충수는 놓지 않았겠지.]

“어쩌면 저희 하급 Angel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Heaven은 진즉 두 패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저희는 여태 대체 무슨 바보짓을…….”

[후후.]

 

Erta의 한숨이 깊어갔다. 그러나 Helianna의 표정은 그에 대비되듯이 밝아졌다.

 

[정말 재미나지 않아? 그날 나락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열린 덕분에 Brilliant Army of Light은 모든 집단의 집중 타격을 받게 되었어. Army of Heaven은 그만큼 여유를 되찾았을 테고……. 어떻게 본다면 Army of Heaven은 자기 덕분에 기사회생을 한 셈이지.]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인데. 그래서야 꼭.”

 

처음부터 지금까지 Yu Ilhan이 신의 손 위에서 놀아난 것 같지 않은가. 심지어 자신의 자리를 비우고 있기까지 한 신에게 말이다! 그러나 Helianna는 피식 웃으며 그의 생각을 부정했다.

 

[자기는 이미 알고 있잖아? Army of Heaven의 Lord는 결코 전지전능하지 않아. 그랬더라면 굳이 군단을 만들어 Angel들을 부릴 필요도 없었겠지. 배신자는 생겨날 수 없었을 테고, 다른 Upper집단이 생겨나 Heaven을 위협하는 일도 없었을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누군가 자기의 탄생과 성장을 예언하는 일은 가능했을지 몰라도, 정확히 자기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을 테니까. 그건 오로지 자기의 몫이고 선택이야. 그렇지?]

“……그래, 그렇겠지.”

 

아마도 Helianna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녀의 담담한 말이 Yu Ilhan을 적잖이 안심시켜주었다. 정말이지 Yu Ilhan이 원하는 말만 쏙쏙 골라 해가며 그를 위로하는 모습이 실로 비겁하게도 상냥하고 고마웠다.

그녀를 향하는 감정이 긍정적으로 변할수록 Yu Ilhan은 무서웠다. 부동심을 마스터한 자신을 이렇게나 끈질기게 공략해 성과를 거두다니 과연 서큐버스 퀸은 대단하다.

 

그의 심경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Liera가 살짝 불안한 눈빛으로 그에게 물어왔다.

 

“……그래서 Ilhan아, 이제부턴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생각은 좀 해봐야겠지만.”

 

Yu Ilhan의 이마에 가볍게 주름이 잡혔다. 그러나 레미엘을 죽여 그의 Record을 오롯이 흡수한 순간부터 이미 그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던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Army of Heaven을 공격하는 일은 잠깐 보류해야겠어. 아무래도 Brilliant Army of Light 쪽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하나의 집단을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Yu Ilhan을 보며 Liera는 끝내 웃어버리고 말았다.

 

“Ilhan이 정말 스케일 크게 노는구나.”

“날, 지구를 이용해먹으려는 시점에서 Army of Heaven이나 Brilliant Army of Light이나 괘씸하기는 매한가지지만, 지금 이대로 놔두면 Army of Heaven이 그대로 Brilliant Army of Light에 밀려버릴 수도 있어. 그건 안 좋아.”

 

Yu Ilhan의 눈이 깊이 침잠했다. 투구 아래로 빠져나온 그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길게 자라나며 붉은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 화기를 뿜게 된 것이다. 그의 육신이 물리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지금 Army of Heaven을 내가 공격해봤자 Fallen Angel들 좋은 일만 해주는 꼴이 될 거야. 지금 가장 위험한 놈들은 Brilliant Army of Light인데…….”

[그러면 이제부턴 Brilliant Army of Light 집중이야?]

“아니, 정확히는 Army of Heaven 안에 있는 배신자들을 먼저 족쳐봐야겠지. Brilliant Army of Light은 그 다음이야.”

[자기, 혹시…….]

 

그의 말 속에 담긴 자신감을 읽어낸 Helianna가 눈을 지그시 가늘게 뜨며 그에게 물었다.

 

[Heaven의 배신자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거야? 그들이 기운을 발하기도 전에?]

“바로 그거지.”

[……멋져라.]

 

Helianna가 그저 나지막이 감탄하는 것과는 달리 Liera와 Erta는 경악하여 외쳤다.

 

“어떻게? 무슨 수로!?”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아마 각 집단 수장 정도 되면 다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만 알 바 아니고, 어쨌든 가능하게 됐으니 가능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

 

Yu Ilhan은 담담하게 대꾸하며 세상의 수속 작업을 마쳤다. Yumir의 등에 탄 채 녀석과 호흡을 일치시키며 세상의 마나를 배열하는 그의 모습이 또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생각에 일행은 그에게 말을 걸지도 못하고 가만히 지켜만 보아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는 달라져 있었다.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하는 느낌이야.’

 

레미엘과의 전투를 마친 후, 그에게는 이젠 higher existence의 영역까지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짐작컨대 Dimensional Lord 스킬과 Record 스킬을 마스터하고 나면 higher existence로, 집단을 거느릴 수 있는 자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집단이라는 말처럼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도 없기는 하다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까지 오지 않았을까, 아들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머니의 말에 쓴웃음과 함께 대꾸하며, Yu Ilhan은 Sky Castle과 수호성에 타고 있는 자신의 병력을 살폈다. 이어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Kang MiRae에게 시선을 주었다.

 

“MiRae 씨, 부탁할 게 있어요.”

“아.”

 

그가 할 말을 예상한 Kang MiRae가 곧장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또 팀을 나누자는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 거죠! 정말 너무하세요!”

“미안해요. 하지만 배신자들을 추적해 처리하는 일에는 Sky Castle과 수호성이 나설 일이 없어요. 그러니 MiRae 씨는 일행을 이끌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Brilliant Army of Light, Destruction Demon Army, Garden of Sunset에 속한 이들의 Upper세계를 찾아서 정리해주세요. 좌표는 지금부터 전달할게요. MiRae 씨 능력으로 막히는 일 없이 연속해서 진행할 수 있는 루트로.”

“정말 너무해요. 항상 그렇게 혼자서만 위험한 일을…….”

 

Kang MiRae의 눈동자 가득 불만이 차올랐다. Yu Ilhan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품에 안긴 채였던 Liera를 놓아주고는, Yumir의 등에서 일어서 허공을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며 Kang MiRae 앞에 도달했다.

 

“부탁해요. 어느 쪽이든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읏.”

 

그는 그녀의 한쪽 손을 붙잡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나가 진하게 담겨 붉고 아름답게 빛나는 Yu Ilhan의 눈과 마주하며 Kang MiRae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부탁을 그녀가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이 남자는 정말 비겁하고 못된 남자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다쳐서 돌아오시면 화낼 겁니다.”

“절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전 이제 안 다칠 거거든요.”

“정말…… 꺄악.”

 

Yu Ilhan은 장난스럽게 진심을 담아 대꾸하며 Kang MiRae에게 Record을 전달했다. 타인에게 Record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도 물론 성장한 Record 스킬의 힘이었다. Kang MiRae는 뇌리에 새겨지는 Record에 깜짝 놀라면서도 이를 악물고 그것을 모두 받아들였다.

 

“……후우.”

“다 Record되었나요?”

“네, 머리가 조금 어지럽지만…… 이제 정리되었어요.”

 

아무나 받아들일 수 있는 Record은 아니다. 이미 차원Magic을 다루고 있는 그녀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물론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God Rank의 서클릿도 한 몫 거들었겠지만.

 

“좋아요, 고마워요.”

 

Yu Ilhan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놓고는 물러섰다. Kang MiRae가 짓는 아쉬운 표정은 일단 못 본 척 해두기로 하며,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Helianna에게 가벼운 말투로 전했다.

 

“Helianna, 모두를 지켜줘.”

[……어머?]

 

그의 말에 Helianna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녀의 눈이 즐겁게 웃고 있었다.

 

[나를 남겨두는 거야? 이 아이들하고만?]

“Rule 스킬로 종속된 이상 네가 어찌 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

[그래도 여태까지는 불안해했잖아?]

 

핵심을 찔러오는 Helianna의 지적에, Yu Ilhan은 잠시 침묵하다가는 이내 못마땅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혹시나 하는 상황에서 일행을 지켜줄 무력이 필요해.”

[후훗.]

“흥.”

그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Helianna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눈빛이 지나치게 따스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혀를 내밀어 보이곤 돌아섰지만 그녀가 그것마저 기뻐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났다.

 

“Liera, Mir야. 가자.”

“그렇게 나오셔야지!”

[알았어, 아빠!]

 

자신의 목숨조차 믿고 맡길 수 있는 Liera와, higher existence로 나아가는 길에 해답이 되어줄 그의 파트너 Yumir. 지금부터 그에겐 이 둘이면 충분했다. 사실 이 이상으로 늘어나면 Concealment에 방해가 될 뿐이었지만 Liera에게는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메롱. 메에에로오오옹.”

“저 여자를 진짜.”

“Laterna 님의 이름으로, 치질이나 걸렸으면 좋겠네요오.”

“철 좀 들어라, 이 푼수야.”

“아얏.”

 

Yu Ilhan은 다른 여자들을 약 올리는 Liera의 이마에 꿀밤을 먹여주고, 녀석과 함께 다시 Yumir의 등에 올라탔다.

 

“그럼 다녀올게요.”

“연락 꾸준히 하려무나!”

“응, 엄마.”

 

그는 일행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곤, 아무런 미련도 없이 Warp 스킬을 발동해 다음 세상으로 출발했다. 레미엘의 Record 속에 남겨져 있던 배신자들의 자취를 훑어.

 

[Warp 스킬의 레벨이 66이 되었습니다.]

 

“위레파…… 여긴 제법 큰 세상인데, Ilhan아?”

“알고 있구나.”

“Yeah. 나도 제법 오래 머물렀던 세상이야. 6th Great Cataclysm까지 겪은 세상이니 중요도도 상당히 높은 기지 중 하나고……. 그런데 너 설마?”

“정답. 여기 배신자가 있어.”

 

Yu Ilhan이 손에 flame의 Spear 만들어내어 아무런 미련 없이 던졌다. 순식간에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Spear 잠시 시간이 흘러 Yu Ilhan의 망막에 자신의 활약을 남기고 완전히 사라졌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366 미타의 Record을 얻었습니다.]

 

“좋아, 원킬.”

 

Liera는 그의 중얼거림에 기겁했다.

 

“죽였어!? 그런 장난스러운 Throwing으로?”

“장난이라니, Absolute Accuracy 스킬이 가미된 필살의 일격이었는데.”

“엄청 납득이 되지 않아!”

 

곧 세상 저편이 시끄러워졌다. 아마도 그것은 Angel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그 죽은 Angel가 ‘배신자’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Liera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사실 그녀가 Angel이던 시절에도 배신자는 발견 즉시 척살이었기에 Yu Ilhan이 다른 Angel와 싸우는 것을 볼 때보다는 거부감이 덜했다.

 

“이제 다음 세상으로 가는 거야, Ilhan아?”

“아니.”

 

Yu Ilhan은 시크하게 대꾸하며 다시 한 번 flame의 Spear 던졌다. 그것은 어김없이 한 명의 배신자의 심장을 관통해 불태웠고, Liera는 잠시 경직되고 말았다.

 

“……배신자가 그렇게 많다고?”

“일단 지켜봐, Liera.”

 

Yu Ilhan이 세 개의 Spear 만들어내며 대꾸했다.

 

“Army of Heaven이 네 생각보다 훨씬 더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걸 보여줄 테니까.”

 

그의 손에서 내던져진 세 개의 Spear 다시 정확히 세 명의 배신자를 죽여 놓았다. 그때쯤엔 이미 6th Great Cataclysm을 겪은 세상 위레파에 머무르던 Angel 모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배신자에 대한 징벌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읏!?]

[이게, 대체…….]

[세상에나.]

 

배신자들은 동요했지만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습격자가 아닌 Angel들의 손에 당하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고, Yu Ilhan은 그 표적들을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맞추어 죽였다. 탁한 회색의 피가 위레파의 Heaven을 물들였다.

 

[배신자가…… 배신자가 이렇게나 많이.]

[누구지? 대체 누가 징벌을 행하고 있단 말이야!]

[설마 사Senior Angel장 중 한 분께서……?]

[지금부터 움직이지 마! 움직이는 새끼가 범인이야!]

 

Brilliant Army of Light의 기둥뿌리 중 하나가 뽑히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Chapter 40. 나는 준비하겠다. – 8

———————————————-

 

[정말 ArchAngel 중 한 분께서 활동하시는 거라면, 그분께서 몸을 숨길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우리가 그를 막아야 하는가? 지금 죽고 있는 것은 오직 배신자뿐인데?]

[지금 죽어가는 것이 배신자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죽는 순간 Record을 조금씩 변이시키기라도 하는 Magic이 있다면…….]

[그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설령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적이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그렇다고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자는 말인가!]

[배신자가 아니라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는 배신자가 아니기에, 두렵지 않다!]

 

Upper세계에 존재하는 배신자들과 Angel들 사이에 어린아이 같은 말싸움이 전개되었다. 배신자가 누구인지를 다 알고 있는 Yu Ilhan에게는 그것이 제법 재미난 광경이었다.

 

“왜 이렇게 배신자가 많은 거야…….”

“6th Class 중에는 배신자가 더 적으리라 믿고 싶지만 지금은 그것도 확신이 서지 않네.”

 

Yu Ilhan이 거의 절망 직전인 Liera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며 답해주던 그때 기어이 Angel 중 누군가가 초강수를 두었다.

 

[내가 죽으면 확실해지겠군. 보아라, 나는 배신자가 아니다! 여기서 만약 기습을 당해 죽게 된다면, 지금 살육을 벌이고 있는 저 자는 Heaven의 적이다!]

 

허공에 백색의 피가 솟았다. 더럽혀지지 않은 Angel임을 증명하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 그것을 본 다른 Angel들도 다급히 자해를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백색 bloodline기가 솟았다. 삼류 코미디라고 해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Liera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행이야. 피를 보인 이들은 배신자가 아닐 테니…….”

“아냐, 저거 다 거짓말이야.”

 

배신자의 피는 회백색으로 물드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항상 그렇다면 Angel들이 임무를 수행하다가 피를 흘리기라도 하면 무조건 들통이 나지 않겠는가! Brilliant Army of Light과 배신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평상시 자신의 Record을 위장하는 Magic 정도는 모두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어디서 나를 속여먹으려고.”

[이것 보아라, 나 역시…… 커헉!]

 

자랑스럽게 손목을 그어 백색의 피를 내밀어 보이던 배신자 한 명의 머리가 터져나가고, 그 자리에서 회백색 피가 터져 나왔다. 그 세상에 머무르고 있던 모든 Angel들의 움직임이 굳었다.

 

[정말로…… Angel까지 당하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죽는 순간 Record이 변질된다고?]

[그것은 말도 안 되지만, 하지만 지금…….]

 

Angel들 사이로 의문이 번졌다. 그야 배신자가 아닌 Angel들은 배신자들이 자신의 Record을 감추는 Magic을 구사하고 있다고는 꿈에도 모를 테니 당황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을 지켜보는 Liera의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다.

 

“Ilhan아, 이러다간…….”

“응,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Yu Ilhan은 방긋 웃으며 이번엔 양손에 네 개씩 여덟 개의 flame의 Spear 만들어내어 Absolute Accuracy 스킬로 Throwing했다. 배신자 여덟 명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물론 그들도 자신의 손목을 그어 순백을 증명한 자들이었다.

 

[대, 대피하라! 이것은 Army of Heaven을 전복시키려는 Brilliant Army of Light의 음모야!]

[보고를, ArchAngel께 보고는 드렸는가!?]

[적을 찾아, 찾아서 제압해야 해!]

분위기가 배신자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배신자들이 의도했던 것이기도 하고 Liera가 우려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Yu Ilhan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어디 나갈 수 있나 보자.”

 

그는 한 가지의 스킬을 발동했다. 직후 세상과 다른 세상을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이, 일시적으로 싹둑, 끊겨버리고 말았다. Angel들 역시 조금 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읏!?]

[나갈 수가 없다. 이 세상이 닫혔어!]

 

[Dimensional Lord 스킬의 레벨이 78이 되었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로 이곳에 초월자가 Downfall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어리석은, 우리의 신을 제외하고 초월자는 없다! 인정할 수 없는 일이야!]

 

Angel들은 일제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물론 배신자들은 더한 패닉 상태에 빠졌고, Yu Ilhan은 우왕좌왕하는 그들을 차례대로 죽이며 순조로이 킬 수를 올려나갔다. Liera는 그것을 보며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맙소사…… Ilhan이 너, 이렇게나 빨리, 이렇게나 많은……?”

“창을 들고 경계해줘, Liera. 7차 클래스의 출입은 아직까지 못 막으니까.”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아, 아빠!]

 

Dimensional Lord 스킬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Record 스킬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자신이 방문한 세상에서 벌일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스킬을 발동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단축된다. 지금도 이 세상 위레파에서 많은 배신자들을 죽여 Record을 흡수한 Yu Ilhan은, 적어도 6th Class까지의 Angel까지는 마음대로 세상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가능해진 상태였다.

 

[Dimensional Lord 스킬의 레벨이 79가 되었습니다.]

 

“음, 역시 실전이 최고네.”

[크아아아아아악!]

[나, 나는! 배신자가 아니…… 칵!]

 

자신의 무죄를 부르짖는 Angel들이 차례차례 죽어 쓰러졌다. 그들의 사체는 차곡차곡 Yu Ilhan의 인벤토리로 수납되었다. Angel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망치는 것도, Yu Ilhan을 찾아 싸우는 것도, 상부에 보고를 하는 것도, 자신들끼리 배신자를 색출하는 것도, 아무것도!

 

[이, 이렇게 우리는 모두 죽는 것인가?]

[그, 그렇다면.]

[차라리!]

 

Angel들 중 일부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자포자기하여 한 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을 지켜보던 Angel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설마 네 녀석들, 정말로!]

[하지만 나는 진실을 알아버렸다. 더 이상 Heaven에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어!]

[조금 더 빨리 움직였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나는 Angel를 그만두겠다!]

[위대한 검은 날개시여, 우리의 날개도 진실로 물들여주소서! 칵!]

“어딜.”

 

배신자들이 속내를 드러내고 Fallen Angel화하려던 찰나, Yu Ilhan이 Spear of Untraceable Trajectory로 다섯 번을 겹쳐 쏘아낸 Great Cosmos-severing Spear의 궤적이 그 자리를 휩쓸어 배신자들을 한꺼번에 동강냈다.

 

[Great Cosmos-severing Spear 스킬의 레벨이 93이 되었습니다.]

 

기껏해야 5th Class 잡졸들이 멋지게 타락하며 Fallen Angel가 되는 광경 따위로 지면을 할애하게 해줄 수는 없다! Yu Ilhan의 굳은 신념이었다.

 

[배신자들이, 전부…….]

[이 압도적인 힘은 최소한 7차 클래스의 것이야…… 분명해!]

[어쨌든 이것으로 배신자는, 컥.]

 

그러나 그 후로도 Angel 무리에 섞여 있던 배신자들이 몇 명 더 목에서 짙은 회색의 피를 쏟아내며 고꾸라졌다. 놈들은 다른 배신자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도중에도 다른 Angel들에게 묻어가려던 괘씸한 놈들이었기에 특별히 Spear 두 개씩 던져 특히 더 고통스럽게 죽여주었다.

 

[Critical Hit!]

 

[크학, 어째서……!]

[나는, 여기서 죽을, 수…….]

“나를 속이려거든 날개를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색으로 물들인 다음에 찾아와라!”

“너무 비비 꽈서 무슨 농담인지도 모르겠어, Ilhan아!”

 

Yu Ilhan이 Spear 던지는 것을 그만둔 것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배신자가 죽어나간 다음이었다. Upper세계 위레파에 머무르던 Angel 중 거의 40%에 달하는 이가 죽었고, 살아남은 이들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더 이상 투창이 계속되지 않자 차츰 그들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멎었다. 정말 끔찍한 습격이었어…….]

[죽은 자들은 정말 배신자였을까? 만약 배신자가 아닌 이가 그 안에 섞였더라면…… 오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불의 투창. 이것은 혹시 그분의 것이 아닐까?]

[설마…… Michael님이시란 말이야?]

 

Angel들은 세상에 흩어진 배신자들의 피를 자신들의 Magic을 쏘아내 지우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을 엿들은 Yu Ilhan이 고개를 갸웃하며 Liera에게 물었다.

 

“Michael이 내가 아는 그 Michael 맞아?”

“Yeah. 불의 Senior Angel로 신의 대리자라고도 불리는, 명실 공히 Army of Heaven 2인자야. 여타 7차 클래스의 ArchAngel들과는 격이 다른 분이셔. Brilliant Army of Light의 Lord와도 자웅을 결할 수 있는 분이니, 거의 8차 클래스에 근접했다고 봐야겠지.”

 

7차 클래스의 몸으로 8차 클래스와 전투를 벌인다. 4th Class로 7차 클래스와 맞서 싸운 Yu Ilhan이 듣기엔 그래서 뭐? 하고 생각되는 일이었으나 8차 클래스가 신의 영역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겠지. Liera는 혹시나 Yu Ilhan이 괜한 생각을 할까 걱정되었는지 그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우리 Ilhan이라도 아직 그분을 이길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까 혹시 보게 되면 바로 도망쳐야 해. 알았지? 아무리 네가 기적의 창조자라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아직은 말이야. Yeah?” “걱정하지 마, Liera.”

 

Yu Ilhan이 그를 먼저 발견하는 일은 있어도, 그가 먼저 Yu Ilhan을 발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Yu Ilhan은 Liera의 손을 꼭 붙잡아주며 한편으로는 Yumir의 등을 쓰다듬었다.

 

“경계 수고했어, Mir야. 이제 다음 세상으로 가자.”

[Yeah!]

 

Yu Ilhan이 배신자를 처치하면 처치할수록 더 많은 배신자가 머무르고 있는 세상의 정보가 나온다. 그에게 Record 스킬과 Warp 스킬이 함께하는 한, Army of Heaven 내에 숨어 암약하고 있는 배신자들에게 도망칠 길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Yu Ilhan은 무수히 겹쳐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의 길을 따라 춤추며 이동하는 거미와도 같았다.

 

[Warp 스킬의 레벨이 69가 되었습니다.]

 

“오, 여긴 별로 없네.”

“정말?”

“응, Angel 397명 가운데 138명 정도밖에 없어.”

“…….”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크아아아아악!]

[사, 사탄이시여!]

[사탄!? 네놈, 배신자구나!]

“너도 배신자잖아!”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시간이 흘렀다. 무자비하게 흘렀다. Yu Ilhan은 Army of Heaven이 다스리고 있는 Upper세계를 스무 군데도 넘게 이동하며 배신자들을 척결했다.

물론 배신자의 80% 이상은 5th Class였지만 6th Class의 비율도 제법 높았는데, 놈들을 투창 한 번에 해결하기에는 Yu Ilhan의 능력이 아직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내어 싸울 때도 있었다.

 

[네놈, 설마 lower existence더냐!?]

“알아서 뭐하게? Pulling Down!”

 

[Pulling Down 스킬의 레벨이 68이 되었습니다.]

 

[맙소사, 이 flame은!]

“감탄 다 했으면 이제 덤벼!”

[크오오오오오오오오!]

 

Soul Fire Dragon God을 걸치고 Yumir를 탄 채 전투를 벌이는 Yu Ilhan의 모습은 완전한 용기사의 그것이었기에, 그와 마주하며 이전의 인간 Yu Ilhan의 모습을 떠올려내는 이는 없었다. 물론 그의 뒤에 타고 있는 Liera를 보며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 이는 있었으나, 그 사실을 알아낸다고 해서 달라질 사실도 없었다.

 

시간이 더욱 많이 흘렀다. Yu Ilhan과 Liera, Yumir가 대략 예순여덟 번째로 방문한 세계는 여태까지 방문했던 Upper세계 가운데에서도 월등히 크고 넓은 곳이었다. 이름은 ‘페이라’였다.

 

[Warp 스킬의 레벨이 84가 되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세상의 정보를 파악한 Liera가 기겁하며 외쳤다.

 

“페이라……! 여긴 7차 Great Cataclysm 직전에 이른 곳이잖아! Ilhan아, 여긴, 여, 여기는!”

“그래, 여기는 월척이야. 배신자만 무려 1천 명을 넘는데? 오와, 7차 클래스 배신자까지 있잖아!?”

“싸울 거야? 정말 싸울, 꺄아아아악!”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이건 무슨!?]

[음!?]

 

그때 조금 큰 일이 일어났다. Yu Ilhan이 가차 없는 습격으로 배신자들의 목숨을 신나게 끊어놓으며 7차 클래스의 배신자를 도발하던 도중, 그 세계로 갑작스레 또 다른 7차 클래스의 ArchAngel이 난입해온 것이다.

 

[……이곳에서도 그 난리가 나고 있었는가?]

[라, 라파엘 님!?]

 

Army of Heaven의 사Senior Angel장, 치유의 라파엘을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1

———————————————-

 

“꺅, 사Senior Angel장 중 치유의 라파엘님이시잖아!”

 

Liera가 한창 잘 나가는 남성 아이돌과 마주한 여고생처럼 꺅꺅거렸다. Yu Ilhan은 생전 처음 본 사Senior Angel장에 대한 적의를 10 정도 적립하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Liera에게 물었다.

 

“쟤도 세?”

“치유력으로는 Na Yuna를 압도하실 걸? 목숨만 붙어있으면 바로 살려내는 수준이라고 들었어. 그리고 무력으로는…… 글쎄, 어지간한 7차 클래스보다 강하다고는 들었는데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어.”

 

치유력으로 성녀인 Na Yuna를 압도하면서 어지간한 7차 클래스보다 강하다니 그런 사기가 있을 수가! 상도덕이 있다면 특기분야 한 가지만 골라서 해야 할 것 아닌가!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는 Yu Ilhan은 뻔뻔하게도 그렇게 투덜거리며 라파엘에 대한 적의를 다시 10 적립했다. 그런 Yu Ilhan을 Liera가 불안한 눈으로 살폈다.

 

“Ilhan아, 설마 라파엘님도 배신자야……?”

“아니, 그건 아냐. 차라리 배신자였으면 맘 놓고 패줄 수 있는데…….”

“어째서!?”

“저 쓸데없이 잘생기고 선량하게 생긴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에잇.”

“꺄아아아악, 뭐하는 거야!”

 

Yu Ilhan은 완전히 삼류 양아치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flame의 Spear 내던졌다. 7차 클래스가 두 명이나 이 세상에 존재함을 알면서도! Liera가 기겁하며 그를 붙들었지만 낙장불입이었다.

 

[Critical Hit!]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음?]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속도로 날아든 flame의 Spear 한꺼번에 세 명의 5th Class Angel를, 그것도 전부 배신자만을 골라 관통하자 이제 막 페이라에 진입해온 라파엘이 대번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보고받은 대로 정말 배신자들만 골라 처치하는군.]

[아닐 겁니다, 라파엘님. 그 자는 Army of Heaven이 다스리는 세상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하며, 배신자들뿐만 아니라 멀쩡한 Angel들을 배신자인 것처럼 꾸며 죽이고는 Angel들을 현혹하여 Army of Heaven의 내분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흠. 그렇게 생각하는가, 다이엘?]

[그렇습니다.]

 

그에게 잽싸게 고하는 자는 같은 7차 클래스의 ArchAngel인 다이엘. 물론 그는 회백색 피가 흐르는 배신자이나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Yu Ilhan뿐일 것이다.

 

“저 자식이 어디서 밑장빼기를.”

“어떻게 할 거야, Ilhan아?”

“글쎄. ……일단 더 죽이고 볼까?”

“꺄아아아아악!”

 

Yu Ilhan은 모습을 드러낼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내 flame의 Spear 추가로 Throwing하여 5th Class 배신자들을 먼저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곳곳에서 배신자들이 죽어나가자 다급해진 다이엘이 목소리를 높였다.

 

[라파엘 님, 저 자를 잡아야 합니다! 능력을 발하셔서……!]

[그런데 다이엘, 내 생각은 조금 달라.]

 

라파엘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남자가 아니었다.

 

[멀쩡한 Angel들을 배신자인 것처럼 처단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Heaven 위에 오롯이 계신 분, 그분 외의 누구도 그런 위조는 할 수 없어.]

[그……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해. 지금 날뛰고 있는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자는, 정말로 Angel와 배신자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모든 배신자들을 죽이고 다니는 것이라고.]

[어째서, 어떻게!]

 

라파엘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어렸다.

 

[어째서인지는 내가 알 수 없어. Brilliant Army of Light에 엄청난 적의를 품고 있는 자가 아닐까 추측을 해볼 수 있을 뿐이지. 하지만 어떻게, 그 답은 알고 있어. 그건 집단의 수장이 될 자격을 지닌 자라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거든. 그러니 그들 중 한 명이 나섰거나…….]

[그럴 리는 없습니다!]

[그렇지. 그러니 아마…… 새로이 자격을 갖춘 이가 생긴 것이겠지.]

[그것은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알아볼까.]

 

라파엘이 그 말을 마치며 손을 튕기자 그를 중심으로 빛의 파동이 번졌다. 그것은 분명한 탐색의 의도를 지닌 Magic이었으나, Yu Ilhan은 그것을 개무시하고 여덟 개의 flame의 Spear Throwing해 추가로 여덟 명의 배신자를 죽였다.

 

“끄아아아아아악!”

“좀 가만히 있어봐, Liera. 안 들켜, 안 들켜.”

[Liera Noona 아까부터 시끄러워.]

 

Yu Ilhan의 기척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약 올리기라도 하려는 듯 차례차례 방에서 배신자들의 목과 날개가 잘리며 회백색의 피가 튀었다.

 

[……흠.]

[라파엘님?]

 

그러나 라파엘은 그것을 보며 오히려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내 탐색능력 정도에 걸려들 리가 없지.]

[라파엘님의 능력으로도 불가능하다니! 그렇다면 이 세상을 전부 뒤집어서라도…….]

[진정해라, 다이엘. 너도 ArchAngel이라면 그것에 어울리는 품격과 여유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어?]

[그러나!]

 

지금도 사방에서 Angel들이 울부짖으며 배신자들의 피가 터져나가는 와중에 어찌 진정할 수 있겠는가! 다이엘이 그렇게 반문하려던 찰나, 라파엘이 무척이나 평온한 얼굴로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그분 외의 누구도 멀쩡한 Angel를 배신자로 꾸밀 수는 없다고. 설령 사탄이라고 해도 마음에 어둠을 품지 않은 자의 피를 더럽힐 수는 없어. 자, 그렇다면.]

[…….]

[그 진의는 모르겠지만, 저 자가 하고 있는 일은 결코 Army of Heaven에 해가 되는 일이 아니게 되는 셈이지. 나는 오히려 저 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라파엘님!]

[하하하하.]

 

라파엘은 사방에서 날아드는 flame의 Spear Angel들이 관통당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태연하게 웃었다. 그것이 배신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 모습에는 지나치게 섬뜩한 면이 있었다.

 

[심지어 어디서 날리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어. 저 flame의 힘은 Michael님의 그것과 필적하는 것처럼도 느껴지니 실로 신비해. 저것이 신흥 초월자인가. 재미나군.]

[라파엘님, 이대로 놔두면 안 됩니다!]

[기다려, 다이엘.]

 

라파엘의 눈빛이 섬뜩해졌다.

 

[나는 기다리라고 말했다. 지금 이 자리의 Angel들, 모두,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라.]

[……알겠습니다.]

 

라파엘의 명을 거스를 수 있는 Angel는 적어도 페이라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flame의 Spear 맞아 죽으나 라파엘의 분노를 사 죽으나 같은 일이기에, Angel들 사이에 숨은 배신자들은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는 죽어가기를 거듭했다.

 

[후우, 하하하하.]

[라, 라파엘님…….]

 

그것을 지켜보는 라파엘의 미소에 점점 독기가 짙어가는 것이, ‘예상은 했지만 이 자식들 진짜 많네?’하고 벼르는 것만 같았다. 습격해오는 flame의 Spear 자리를 지키고 눈을 부라리는 사Senior Angel장! 배신자들에게는 지옥이 바로 이곳이었다.

 

[……큭!]

[나는 죽을 수 없어!]

 

이내 그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한 이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6th Class에 이르러 어느 정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자들!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은 것인지는 몰라도 페이라에 머무르고 있던 6th Class의 배신자 32명이 일제히 날개를 펼치며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집단 Warp를 개시한 것이다!

[우리는 사탄의 날개가 되겠다!]

[어리석은 위선자들, 우리는 이제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하겠어!]

[……호, 그렇게 뻔뻔하게 나오는가. 그렇다면 신흥 초월자, 그대는 어떻게 나올까.]

 

Yu Ilhan의 존재를 인식하지는 못하나, 그가 그곳에 있다고 믿고 대화를 건네는 라파엘. Yu Ilhan은 코웃음을 치며 창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Yumir와 공명해 Dragon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flame과 용의 힘을 모두 창끝 한 점에 담았다. 그것은 결코 다수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동작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Ilhan아, 쟤네 Magic! Pulling Down을 발동하지 않으면 놓칠 거야!”

“알아. 하지만 지금 저것들을 잡으려고 나서면 큰놈을 놓치겠지.”

“독해…….”

 

처음부터 Yu Ilhan의 목표물은 다이엘이었다. 라파엘이 나타난 순간부터 태연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안절부절 못하며 두뇌를 풀회전하고 있는 저 뻔뻔한 놈 말이다! 지금도 단체행동에 나서는 6th Class Senior Angel들을 보며 ‘이때가 기회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저놈!

 

[……음?]

 

라파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배신자들이 속내를 드러내고 Warp를 펼치는 와중에도 Yu Ilhan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미 돌아가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라면 6th Class를 상대하는 일에 겁이라도 먹었단 말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라파엘 자신을 경계하고 있단 말인가?

라파엘은 어째서 Yu Ilhan이 행동하지 않는가를 곰곰이 고민하다가 이내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그것은 놀랍다 못해 터무니없는 발상이었으나, 분하게도 그가 떠올린 다른 어떤 가설보다도 설득력이 높았다.

 

따라서 그는 더 늦기 전에 손을 들어올렸다.

 

[아주 재미나…… 그리고 건방져. 하지만.]

[라파엘님!?]

[이번 한번만 놀아나주지!]

 

라파엘의 마나가 강하게 요동쳤다. 다음 순간 세상 페이라를 이루고 있던 마나가 일제히 그에게 복종하며 세상 전체에 강한 파동을 퍼트렸다.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배신자들이 펼치려던 모든 Magic이 취소되며 마나가 역류한 것이다.

 

[크학!?]

[마, 마나가 역류한다…… 사탄이시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이럴, 수가…….]

 

가벼운 손짓 한 번이 불러낸 결과로는 실로 참혹했다. 사Senior Angel장의 힘을, Upper세계의 힘을 오롯이 Rule하는 자를 얕본 대가였다.

세상을 벗어나는 구멍은 닫히고, 이미 자신의 신앙을 드러낸 자들의 날개는 서서히 까맣게 물들어갔다. 그들에게 더 이상 도망칠 길은 남아있지 않았다.

 

[자, 이젠 나도 배신자를 가려낼 수 있게 되었군?]

 

라파엘이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페이라의 모든 마나를 이끌어 손에 검을 만들어냈다. 짙은 바람의 기운이 머무는 검에는 flame도 미약하나마 타오르고 있었다. 끝내 배신자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규했다.

 

[라파엘, 죽어버린 신의 무덤에서 딸랑대는 광대가!]

[네놈이 아무리 은폐하려 해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위대한 분께서 우리를 깨우쳐주셨다!]

[하, 제대로 썩어버렸네.]

[이, 이 사도가!]

[지고하신 분을 그 천한 입으로 들먹이다니이이이!]

 

배신자가 아닌 6th Class Senior Angel들도 참전하면서 순식간에 세상이 난장판이 되었다. 치유를 담당하는 Angel라는 말에는 어울리지 않게도 짙은 살기를 흩뿌리는 라파엘과 그에게 덤벼드는 6th Class의 Fallen Angel들, 그들을 막아서는 Senior Angel들까지!

 

이 자리에서 단 두 명만이, 상황이 그렇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다이엘은 생각했다. 습격자가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습만으로 자신을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오히려 그로 인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면 라파엘이 더욱 위험한 적이 된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살아나가려 한다면, 그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습격자가 아닌 라파엘이었다!

 

‘내가 라파엘을 습격하는 순간 Angel로서의 지위는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이 세상의 마나를 이용하는 방법은 불가. 그렇다면 라파엘이 마나를 부려 저 잡것들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이 Yu Ilhan 기회가 될 것이다.’

 

어떻게든 자신의 전력으로 공격하여 빈틈을 만들어낸다. 제아무리 라파엘이 자신보다 격이 높다고 해도 그의 공격을 받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부리는 마나도 흐트러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한 명 탈출할 길은 열릴 터!

 

‘가능하다면 습격자의 정체를 까발리고 처단까지 하고 싶었지만 설마 라파엘이 저런 움직임을 보일 줄은 몰랐구나. 가브리엘의 예지라도 있었단 말인가……?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이대로……!’

 

까지 생각했을 즈음,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한 명이 그의 몸에 Spear 찔러 박았다.

 

[Critical Hit!]

[Critical Hit!]

[크리티컬…….]

 

[카학!?]

“흐오오오오오오오!”

 

Yu Ilhan이 Yumir와 호흡을 맞추어 일시에 공중을 돌격하며 혼신의 힘을 다한 그려지지 않는 궤적 12중첩 찌르기를 펼친 것이다!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2

———————————————-

 

허공에 짙은 잿빛의 피가 마구 분출했다. 다이엘이 라파엘을 공격하기로 결심하고, 사탄의 법도에 복종하며 스스로 Record을 변질시키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놈이 Army of Heaven에 속한 세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원이 완벽하게 끊기고, 더러운 정체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는 순간. 바로 Yu Ilhan이 기다렸던 순간이기도 했다.

 

[쿠, 하……!]

 

Yu Ilhan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려지지 않는 궤적 열두 개가 오직 한 점에 집중된 끝에 놈의 복부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실시간으로 검게 변질되어가는 피가 허공중으로 마구 터져 나오고 살점과 뼛가루, 검고 흰 깃털이 흩날렸다.

 

“안녕. 아프지?”

[힉! 크힛!]

 

Angel와 Fallen Angel의 가장 큰 약점인 심장과 견갑골을 동시에 노린 찌르기. 비록 타격 순간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감지한 다이엘이 자신의 모든 마나를 돌려 보호했기에 견갑골의 완벽한 파괴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놈의 심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뿐더러 날개도 한 쌍이 그대로 갈기갈기 찢겨 파괴되고 말았다.

 

그것은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 회복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죽어버리고 말 치명상이었다. 놈의 상태가 정상이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크게 다치지는 않았겠지만, Angel에서 Fallen Angel로 넘어가는 바로 그 중간 과정에 있어 순간적으로 저항력이 낮아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출근길 버스에서 버스카드를 찍는 즉시 냅다 가방을 던져 좌석을 확보하는 아주머니보다 빠른 눈치와 테크닉이 없었더라면 Yu Ilhan이라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네놈은!?]

“후우우우.”

[후우우우.]

 

창을 찔러 넣는 과정에서 놈과 숨결이 맞닿을 거리까지 근접한 Yu Ilhan의 입술 사이로 붉은 flame의 숨결이 튀어나왔다.

다이엘은 눈을 부릅뜨며 어떻게든 반격하고자 했지만, 그땐 이미 그와 Yu Ilhan을 감싸듯이 발동한 Pulling Down의 영역 내에서 혼염의 사슬이 치렁치렁한 고개를 들고 일어나 놈의 전신을 꽁꽁 묶고 있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기습이 있을 수 있을까? 지금 다이엘에게 허락된 것은 그저 겁에 질리며 벌벌 떠는 것뿐이었다.

 

“너, 나보다 라파엘을 더 경계했지?”

 

Yu Ilhan은 다이엘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듯이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눈 안에 황금처럼 빛나는 세로줄이 새겨지고 있었다. 파충류의 그것처럼 섬뜩하고 차가운 동공이!

 

“넌 그 시점에서 실수한 거야.”

[크아아아아악!?]

자신의 판단이 실수였음을 깨달은 다이엘은 어떻게든 Yu Ilhan에게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썼으나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Pulling Down은 Soul Fire Dragon God을 통해 격이 족히 두 단계는 상승한다. 설령 7클래스의 ArchAngel이라고 해도 그 격이 하락하고, 옴짝달싹못하게 될 만큼 강력한 속박을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Yu Ilhan, 인간…… lower existence가, 어딜 감히…….]

“그거 Artifact구나?”

 

7차 클래스의 ArchAngel쯤 되면 맨몸으로는 돌아다니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Yu Ilhan은 놈의 품 안에서 반짝이는 마나의 기류를 발견한 즉시 그 위로 flame을 덮어씌웠다. flame으로 아군의 Magic과 능력을 강화해주었던 그때처럼, flame이 Artifact를 완전히 감싸고 빛을 발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Pulling Down 스킬의 레벨이 72가 되었습니다.]

 

[……뭐?]

 

놈이 멍청한 목소리를 냈다. Artifact의 능력이 어떠했든 Yu Ilhan이 알 바 아니었다. 그것은 발동하지 않았으니까.

 

[놈, 뭐? 어떻, 너?]

“말해줄 것 같아서 묻는 건 아니지?”

 

다이엘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Yu Ilhan은 싱긋 웃으며 놈을 비웃어주고는, 놈의 상처부위에 flame의 Spear 꽂아 비틀며 아무렇지도 않게 추가로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발동했다. Dragon의 힘에서 비롯되어, flame으로 발현된 그 궤적은 생전의 Spiera가 다루던 그것보다도 강렬하게 타오르며 놈의 몸에 한 획을 그었다.

 

[Critical Hit!]

 

다시금 성대한 분량의 피가 터져 나왔다. flame에 뒤덮여 침묵하던 Artifact도 함께 절단이 났다. 아마도 순간적으로 절대적인 치유력을 부여해주고 착용자를 랜덤하게 공간이동 시켜주는 구명 용도의 Artifact인 모양이지만 이것으로 해결이다.

 

Yu Ilhan은 미소 지었다.

 

“잘 가.”

[잠깐, 인간! 아니 새로운 초월자여! 사탄께서는 그대를…….]

 

놈의 태도가 순식간에 바뀌었지만 그 정도야 어디에서든 흔히 보던 일이다. Yu Ilhan은 아무 망설임 없이 Spear 그었다. 그가 그려내는 궤적을 따라 Soul Fire Dragon God에서 추가로 튀어나온 수십 개의 flame의 Spear 일제히 다이엘의 전신에 박혀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537 다이엘의 Record을 얻었습니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93이 되었습니다.]

 

Yu Ilhan은 다이엘의 사체를 수거하며 몸을 꼿꼿이 세웠다. Pulling Down이 해제되고, 모든 마나가 그에게로 수렴하며 자취를 감추었다. 금빛의 파충류 동공 또한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전투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혹시나 하는 사태를 대비하고 있던 Liera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Spear 거두었다.

 

[이럴 수가, 순식간에 끝나버리다니…….]

 

6th Class 배신자들을 처리하는 한 편으로 다이엘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던 라파엘은 Yu Ilhan의 활약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제아무리 그가 사Senior Angel장이라고 한들 Yu Ilhan처럼 폭발적인 destructive power을 내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만약 아까 Yu Ilhan의 기습을 자신이 당했더라면? 결코 무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압도적인 치유력이 있는 만큼 다이엘처럼 허무하게 죽지는 않았겠지만.

 

[초월자…… 과연, 자격이 있는 인간이로구나. 이미 인간도 아니지만.]

“있잖아.”

 

Yu Ilhan은 벙쪄 있는 라파엘에게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거,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어도 될까?”

 

Yu Ilhan이 Spear 들어 가리켜 보인 것은 물론 아직까지 생존해 있던 배신자들이었다. 라파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가 처리하도록 하지. 배신자들을 처단하는 것은 본디 우리 Army of Heaven의 임무이니, 양보해줘.]

“그러시든가.”

 

Yu Ilhan의 여유로운 태도를 본 라파엘과 Angel들은 이를 악물며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에 대적해야 할 배신자들은 이미 기력이 쇠한 상태였다. 다이엘이 Yu Ilhan에게 끔살당하는 것을 보며 희망이 송두리째 꺾였기 때문이었다.

 

[다, 다이엘님께서 저렇게 허무하게…….]

[살아나갈 수 없어. 우린, 도저히…….]

[이것이, 배신의 끝인가. 나는 정말 어리석은 버러지에 불과했는가. 아아 신이시여, 저는 대체 무엇을…….]

 

라파엘과 Angel들은 배신자들을 정리하면서도 이미 죽어버린 꽃을 따는 것만 같은 찝찝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Yu Ilhan은 여유롭게 마나를 회복하며 equipment 손질하고 있었다. Liera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순순히 양보해주네?”

“응, 아무래도 저쪽이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서. 어쩌면 당분간 뜻을 같이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적대할 수도 없지.”

 

Yu Ilhan의 생각이 맞았다. 당하는 쪽도 공격하는 쪽도 찝찝하고 짜증나기 그지없는 일련의 전투가 끝난 이후, 배신자들의 시신을 수습한 라파엘이 Yu Ilhan에게 다가오며 말을 건 것이다.

 

[이렇게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 나는 Army of Heaven 사Senior Angel장을 맡고 있는 라파엘이다.]

“지구인 Yu Ilhan이야.”

[Army of Heaven이 보유하고 있는 세상을 기습하여 Angel들을 죽이고 쟁탈한 인간이 너 맞지?]

“맞아.”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Angel들은 Yu Ilhan의 가벼운 긍정에 분노했으나, 라파엘이 한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라파엘은 이미 Yu Ilhan을 개인이 아닌, 집단의 수장으로 판단하며 상대하고 있었다.

집단 사이에 Upper세계의 쟁탈이 일어나는 것은 아주 흔한 일. 바로 조금 전까지 싸우고 있다가도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손을 잡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깔끔하게 인정해줘서 고맙네. 그렇다면 그 와중에 배신자 사냥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어째서지?]

“내가 뭐라고 이유를 설명한들 너는 그걸 믿을 거야?”

[아니, 아마 믿지 못하겠지.]

 

라파엘은 히죽 웃으며 그런 말을 지껄였다. Yu Ilhan이 흥, 코웃음을 치고 있자니 그는 곧 Yu Ilhan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말을 꺼내었다.

 

[동맹을 요청한다, Yu Ilhan. 네가 어떤 이유로 움직이고 있든, 우리는 배신자를 처리하는 일이 매우 급하거든. Army of Heaven 내 어떤 세상으로든 너를 안내해줄 테니 나와 함께 움직이자.]

[라파엘님!]

[있을 수 없습니다!]

[다들 조용히. 이 자가 Heaven의 배신자를 알아내고 죽이는 것을 너희들도 봤을 텐데? 우리는 지금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를 일개 인간으로 판단하고 경솔한 행동을 하는 짓은 그만두도록 해.]

 

그가 Angel들을 향해 돌아서며 차가운 말투로 명령하자, 그들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 Yu Ilhan은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다가는 라파엘에게 대꾸했다.

 

“내가 알기론 지금 너희도 한창 바쁠 텐데, 사Senior Angel장씩이나 되는 네가 따로 움직일 여유가 있는 거야?”

[바쁜 때일수록 더욱, 배신자들을 척결하는 일은 중요하지.]

 

라파엘의 눈이 심상치 않게 번뜩였다.

 

[다가올 결전에서 배신자들이 날뛰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거든.]

“결전이라니 그것 참 흥미로운 얘기이기는 한데, 어쨌든…….”

 

Yu Ilhan은 잠시, Army of Heaven에 무엇인가를 요구할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젓고 말았다.

어차피 그는 Army of Heaven의 배신자들을 모두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이제 와서 Army of Heaven이 보상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그만 둘 것도 아니고, 이젠 Army of Heaven이 지닌 재보도 그리 탐이 나지 않았다.

 

“좋아, 함께하자고.”

[시원시원해서 좋군. 잘 부탁한다. Dragon, 그리고 Liera도 잘 부탁해.]

 

라파엘이 먼저 Yu Ilhan에게 악수를 청했다. Yu Ilhan은 스스럼없이 그와 손을 맞잡았다. Yumir가 흥, 콧김을 내뿜고 Liera가 꺅, 소리를 냈지만 무시했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Heaven의 규모는 네 상상보다도 더 거대해.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 거다.]

“그건 걱정하지 말고 안내나 해. 아, 그리고 조금 전에는 배신자들을 너희한테 넘겨줬지만 지금부터는 아냐. 내가 잡을 테니까 너흰 도망가는 놈들만 막아. 이걸 거절한다면 동행은 없어.”

[어느 정도 듣기는 했지만 정말 독하군.]

 

라파엘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하고는 다른 Angel들을 향해 돌아섰다.

 

[페이라를 지키는 일에 전념하도록.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라파엘님, 정말 저 인간…… 저 자와.]

[너희들의 일에 집중해.]

 

라파엘은 Angel들과 갈라져 Yu Ilhan 일행과 합류했다. Liera는 Army of Heaven 소속의 다른 세계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리는 것을 보며 못내 불안한 기색으로 Yu Ilhan을 살폈지만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안다. 누구보다도 Heaven에 충성하는 라파엘이 Yu Ilhan을 곱게 두고 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이겠지.

물론 Yu Ilhan이라고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Heaven이 초월자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충분히 전해 듣지 않았던가!

 

그러나 라파엘 또한 Yu Ilhan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놈이 준비하고 있는 것이 따로 있겠지. 그렇기에 재미있다.

 

Yu Ilhan은 라파엘과 악수했던 자신의 손을 확인하며 피식 웃었다.

 

‘Heaven의 신을 대리하는, 신의 힘을 가장 짙게 이어받은 사Senior Angel장이라……. 드디어 찾았구나.’

 

Yu Ilhan의 눈이 맹렬히 반짝였다. 그의 망막 위로 찬란한 녹색 글귀가 나타났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95가 되었습니다.]

 

‘higher existence로 가기 위해 필요한, 다섯 번째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조각.’

 

누가 누구를 집어 삼키게 될까. Yu Ilhan은 라파엘이 지었던 미소보다도 사악하게 히죽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일행과 함께 그가 연 게이트로 몸을 던졌다.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3

———————————————-

 

[라파엘님, 억울합니다. 저희는 아닙니다!]

[우리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마주한 모두가 그런 얘기를 하더군. 하지만 베라, 그 자들 중 누구 하나 배신자가 아닌 이는 없었어.]

[아아, 그자가 당신을 속이는 것입니다! 어찌 한낱 인간의 말에 귀를 기울이신단 말입니까!]

 

억울한 표정으로 부르짖는 배신자들과 냉정하게 그들을 쳐내는 라파엘. 벌써 몇 번씩이나 반복된 광경에 Yu Ilhan은 하품을 쉬며 Spear 휘둘렀다. 라파엘에게 항변하고 있던 베라의 목이 시원하게 날아가며 회색의 피가 솟구쳤다.

 

[Record 스킬의 레벨이 98이 되었습니다.]

[Great Cosmos-severing Spear 스킬의 레벨이 99가 되었습니다.]

 

어디 베라뿐이던가. Yu Ilhan은 Yumir와 함께 쾌속질주하며 모든 배신자들의 목숨을 끝장냈다. 세상을 회색의 피가 물들였다. 라파엘은 그 난장판 속에서도 가벼이 손을 휘저어 피가 자신을 더럽히지 못하게 하며 Yu Ilhan을 째렸다.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어.]

“그게 무슨 대화야, 최후의 변론 시간이지.”

 

그것도 판결이 뒤집힐 일이 없다는 전제가 붙는 최악의 고문이다. Yu Ilhan은 코웃음을 치며 인벤토리로 배신자들의 시체를 빨아들였다. 라파엘이 그것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공간을 아주 자유롭게 다루는군.]

“누구 덕분에.”

[그 넉살맞은 성격은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손을 펼치는 라파엘. Angel들이 일제히 그 앞으로 모여들었다.

 

[배신자는 모두 사라졌다. Heaven을 위해, 유일하신 분을 위해 앞으로도 전력으로 세상을 수호하도록.]

[알겠습니다, 라파엘님!]

[명에 따르겠습니다!]

 

라파엘에게 복종하고 있던 세상의 마나가 모두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이 세상을 급습해온 순간부터 다른 세상과의 연결로를 완전히 닫아버리고 있던 것을 이제야 해제한 것이다.

 

[자, 그런데 Yu Ilhan. 여기서부터 사소한 문제가 있어.]

“뭐야, 혹시 벌써 끝났어?”

 

Yu Ilhan이 텅텅 빈 과자봉지를 발견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라파엘은 그것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대략 2주간, 그들이 함께 순례한 세상만 500여 곳이 넘고, Yu Ilhan은 족히 만 명 이상의 배신자를 죽였다. 그처럼 단기간에 많은 숫자의 higher existence를 죽인 이도 없을 텐데, 그는 지금 대체 무엇을 아쉬워하고 있단 말인가!

 

[여기까지가 세상의 끝이다. 제아무리 우리 Heaven이 크다 한들 Upper세계의 숫자는 무한하지 않으니 말이야.]

“그러면 동맹도 여기까진가. 즐거웠다.”

[하지만 아직 네가 모든 Angel들과 만났던 것도 아니지.]

 

라파엘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 많은 Angel들이 타 집단과의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거야.]

“Brilliant Army of Light을 끝장내기 위한 일에 한창이잖아, 그렇지?”

[바로 그거야. 군단의 내실을 다져야 했던 것도 그 때문이고. 그런데 만약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 Angel들 가운데 배신자가 있다면? 그것도 7차 클래스 중에?]

“일이 많이 틀어지겠지?”

[그거야. 그러니 지금부턴 그들을 찾아가자. 방법은 같아. 넌 그저 배신자를 죽여주기만 하면 돼.]

“Angel들과 Fallen Angel들이 박 터지게 싸우고 있는 와중에 말이지?”

[바로 그렇지.]

 

Yu Ilhan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그거 아주 재밌겠는데.”

[역시 재밌는 존재야. 그렇다면 바로 출발하지.]

 

라파엘이 게이트를 열었다. Liera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Yu Ilhan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무리한 것 같은데, Ilhan아. 정말로 이 이상 해야 해?”

“Yeah. 기왕 시작한 일이니 끝을 봐야지.”

 

Liera에게는 가벼운 말투로 대꾸했지만 Yu Ilhan의 머릿속으로는 무수한 생각이 오가고 있었다. 이 앞에 놓인 것이 바로 라파엘이 원하는 그것일 테고, 놈은 분명 자신을 잡기 위한 함정을 깔고 있을 테지.

하지만 그것에 걸려주지 않고선 기껏 붙잡은 실마리를 잃고 higher existence가 되기 위해 또다시 제법 오랜 시간을 헤매야 한다. Yu Ilhan은 시간낭비가 싫었다.

 

“Liera, 일행들에게 돌아가 있어. 지금부터는 조금 위험할 지도 모르니까.”

 

Angel들이 Liera를 이용하려 들지도 모르니까. 그는 굳이 그런 속내는 말하지 않았지만 Liera는 충분히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들었다.

 

“알았어. Ilhan이 너도 들를 거지?”

“아니, 스킬 레벨이 올라서 이젠 다른 사람만 보내줄 수도 있게 됐거든. 그러니까 나는 일 끝내고 갈게.”

“……또 언제 그렇게 된 거니?”

“기다리고 있어.”

“Yeah.”

 

Yu Ilhan은 Liera에게 짧은 키스를 해주고는 Warp 스킬을 발동시켰다. 87레벨의 Warp 스킬이 그녀를 동료들이 있는 세상으로 보내주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라파엘이 쓴웃음을 지었다.

 

[애정표현이 실로 격렬하군. 나는 그런 것들을 잊어버린 지 제법 되었는데 말이야.]

“그것 참 안 됐다.”

 

Yu Ilhan은 라파엘의 복잡 미묘한 말에 코웃음을 치며 대꾸해주고는 Yumir와 함께 먼저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너머로 펼쳐진 것은 틀림없는 Angel들과 Fallen Angel들의 전장! 짙은 검은 기운이 흐르는 세상에서 머리가 아득해질 만큼 많은 숫자의 Angel와 Fallen Angel들이 맞부딪히고 있었다. 제아무리 Yu Ilhan이라고 해도 그것을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Heaven이 너무나 크고 높다. 대지가 너무나 크고 넓다. 지구 환경을 백 배 정도로 확대해놓으면 이 정도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나 거대한데도 이곳이 Upper집단의 본영이 아니란 말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넓은 Heaven과 대지 곳곳에 퍼져 전투를 벌이고 있는 higher existence들이었다. Angel와 Fallen Angel가 가장 많았지만 Destruction Demon Army과 Garden of Sunset 소속의 higher existence들도 많았다. higher existence가 이곳에 모두 모여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으리라!

 

“대체 얼마나 많은 숫자의 higher existence가 이곳에 모인 거지……?”

[네 일행인 Kang MiRae가 나락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연 이래, 우리는 Brilliant Army of Light이 Rule하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지. 이 세상은 그 가운데 가장 큰 세상이야. 7차 Great Cataclysm을 겪고, 극한을 몇 번이고 넘어 진화한 세상. 나락과 곧장 이어진 세상이기도 하지.]

“너희가 나락으로 곧장 향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너도 알고 있겠지?]

 

물론 Brilliant Army of Light의 힘을 낮추기 위해서이겠지. 그래서 Army of Heaven뿐만 아니라 Destruction Demon Army과 Garden of Sunset까지도 이곳에서 날뛰고 있는 것인가!

 

[자, 배신자는? 보여?]

“물론 많지. 7차 클래스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너는 고통 받는 동지들을 구하라고. 나는 지금부터 알아서 움직일 테니까.”

[그 소름끼치는 Concealment 능력으로 말이지…… 아.]

 

Yu Ilhan은 라파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Yumir를 다독여 전장으로 돌진했다. 고속으로 돌진하며 녀석과 호흡을 맞추어 공명하고, 둘의 마나를 합쳐 Concealment을 발동했다. 라파엘은 그것을 지켜보며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내 감각까지 속이는 능력이라니…… 하지만, 이제 놓치지 않을 거다.]

 

Yu Ilhan은 Yumir의 등에 탄 채 넓디넓은 전장을 둘러보다가는 잠시 말을 잃었다. Angel는 물론이고 Fallen Angel들, 괴물들, 문지기들이 한 데 섞여 다양한 색의 피를 튀기며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아빠, 배신자 못 찾았어?]

“아니,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

 

타 세력들이 Army of Heaven을 일제히 공격하던 것이 바로 조금 전 일인데, Brilliant Army of Light이 틈을 조금 보였다고 해서 나머지 세력들이 곧장 그들을 집중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실로 소름끼쳤다.

 

뇌가 심장에 달려있는 Destruction Demon Army은 그렇다 쳐도 이때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태세를 전환한 Garden of Sunset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저들은 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그저 자신들 외의 다른 Upper집단을 파괴하는 일이라면 좋아 날뛰는 것일까.

그래서야 차라리 이것저것 변명 안 하고 솔직하게 깽판을 피우는 Destruction Demon Army이 제일 솔직해 보일 정도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저것들 모두 다 Yu Ilhan이 족쳐야 할 대상이라는 것.

 

“……시작하자, Mir야.”

[응, 아빠!]

 

Yu Ilhan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Yumir와 함께 전장을 질주하며 배신자를 발견하는 대로 놈들의 심장을 꿰뚫어 죽였다. 물론 그들만 죽인 것은 아니다. 이 전장에는 일격으로 죽일 수 있는 5th Class의 higher existence가 너무나 많았으니까.

주로 배신자와 Brilliant Army of Light을 집중적으로 조졌지만 Destruction Demon Army과 Garden of Sunset도 그의 공격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컥!?]

[보이지 않는…… 카학!]

 

사방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워낙 정신없이 상황이 흘러가는 전장이었기에 Concealment을 하고 날뛰는 Yu Ilhan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이가 없다는 것이 그를 더욱 즐겁게 했다. 사실 Yu Ilhan에게 무엇보다 어울리는 것은 바로 이런 전장이 아니겠는가.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아빠, 경험치가 계속 들어와.]

“버그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렴.”

 

그동안 Yu Ilhan과 함께 전투를 벌였으니, 당연히 Yumir도 진즉 레벨 299가 된 상태였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레벨 제한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이미 둘 다 400레벨을 넘겼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실제 능력은 6th Class를 초월한 지 오래다.

 

“슬슬 전장에 변화가 나타날 때가 됐는데.”

[아빠, 적이 점점 늘어만 가. 엄청 많아.]

“……조금씩 경계하렴, Mir야. 이제 시작될 때가 됐어.”

[Yeah!]

 

그리고 드디어 일이 일어났다. Yu Ilhan이 대략 1,500명 정도의 higher existence를 죽이고, 전장에서 날뛰던 이들도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 Heaven이 크게 열리며 압도적인 마나를 뿜어내는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광휘의 2익 아나피에르가 이곳에 있다. 건방진 비둘기들, 네놈들의 깃털을 모두 뽑아주러 왔다.]

“광휘의 2익…….”

 

Brilliant Army of Light의 3인자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놈은 확실히 라파엘과 비슷한 양의 마나와 압도적인 기세를 품고 있는 자였다.

그 자뿐만 아니었다. Yu Ilhan이 이전에 만난 적 있는 광휘의 4익, 사티에르를 포함해 광휘의 3익과 5익 또한 그와 함께하고 있었다. Brilliant Army of Light 역시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이리라.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Army of Heaven 쪽의 인선이었다. Heaven 한가운데에 거대한 불의 원이 생겨나는가 싶더니, 그것을 통해 실로 아름다운 금발을 지닌 청년이 걸어 나온 것이다.

 

그 손에는 찬란한 flame이 붙어 타오르는 Spear 들고, 존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높디높은 격을 지닌 Angel. Yu Ilhan은 그를 보는 순간 Liera가 했던 말을 깨닫고 말았다. 지금 Yu Ilhan은 저 자와 싸워서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좋아, 아나피에르. 네가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어.]

[……Michael!?]

 

Wall of Chaos 전쟁에서는 그렇게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ArchAngel이, 그것도 사Senior Angel장 가운데 두 명이나 한 자리에 모이다니! 혹시 그때 벌어졌던 Wall of Chaos 전쟁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싸움이었던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당황스러운 사태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던 Destruction Demon Army 소속의 higher existence 몇몇의 몸이 돌연 터져나가는가 싶더니, 그렇게 형성된 핏물 속에서 시커먼 괴물이 튀어나와 순식간에 몸집을 불린 것이다. Yu Ilhan은 그것이 피를 이용한 차원이동Magic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기다리던 순간이 왔구나……. 그분께서 내게 명하셨다. 나는 오직 ‘놈’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이 장소에 왔다.]

[Destruction Demon Army 1군단장, 케샤인…… 젠장.]

 

Yu Ilhan은 혹시나 Garden of Sunset의 수석 문지기도 오지 않을까 기다려보았지만 그들은 참전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번에 켈라투크를 잃은 것이 제법 뼈아팠던 모양이다. 더욱이 굳이 그들까지 끼어들 것도 없이, 이미 행사장에 모인 메인 캐스트들이 지나치게 호화롭다 못해 세상이 통째로 터져나갈 정도였다.

 

[아나피에르, 이 세상을 잃으면 나락의 힘이 제법 줄어들 거야. 그때가 되면 사탄도 나를 두려워하게 될 텐데, 고작 너희만 가지고 되겠어? 1익, 라지에르는 어디에 있어?]

[착각도 유분수다, Michael. 라지에르님의 힘을 빌릴 것도 없이 네놈은 간단히 끝장낼 수 있어. 네놈이야말로 무슨 용기가 나서 Heaven을 비울 수 있었던 것이지?]

[지금 Army of Heaven은 사탄의 탄생 이래 가장 깨끗한 상태야. 놀랍게 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 Heaven은 안전해. 제법 굉장한 조력자를 얻었거든.]

[…….]

 

아나피에르는 그 굉장한 조력자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Yu Ilhan이…… 네놈들에게 붙었는가.]

[붙다니, 협력관계라고 말해야겠지. 그래서? 너희는 우리보다 Yu Ilhan을 더 미워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아?]

[이이이이익……!]

 

Michael이 빙긋이 웃었다. 이미 Fallen Angel들이 그들의 주군으로부터 무슨 명령을 받았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나피에르는 분노했고, Michael은 더욱 짙게 웃으며 Spear 휘둘렀다.

 

[하지만 기뻐해라, 아나피에르.]

 

그의 몸에서 flame이 솟았다. 바로 그 순간 똑같이 Yu Ilhan의 몸에서도 flame이 솟았다. Concealment이 풀리며 허공중에 Yu Ilhan의 모습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Yu Ilhan은 그 일이 어째서 일어났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Soul of Fire에 쓰인 핵심소재 불의 심장. 그것은 Army of Heaven의 창고에 있을 적의 Record을 품고 있었고, 라파엘은 Yu Ilhan과 함께하는 기간 동안 은밀하게 그 Record을 자극해 하나의 Magic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Michael이 발동한 것이다. 오직 Yu Ilhan의 Concealment을 무효화하기 위해 만든 아주 철저하고 완벽한 Magic!

 

[내가 네 마음을 대신해 저 소년을 없애줄 테니까.]

 

어느덧 Michael이 Yu Ilhan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이 넓은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higher existence 전원이 Yu Ilhan을 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특히 그를 보며 히죽 웃고 있는 라파엘과, 파괴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Destruction Demon Army의 1군단장이 인상적이었다. 둘 사이에 모종의 연결이 있다는 뜻이었다.

 

즉, 이 전장은 배신자를 정리하고 Brilliant Army of Light을 공격하기 위한 전장이 아니었다. 그런 것처럼 속여 Yu Ilhan을 초대하고, 그를 잡아 죽이기 위한 도살장이었다!

 

Eternal Flame이 물었다.

 

[이제 없애도 되나요, 주인님?]

“그래, Eternal Flame. 이제 그 Magic은 지워버리렴. 답답한 거 참는다고 고생 많았어.”

 

그리고 Yu Ilhan의 거대한 Leap을 위한 무대이기도 했다.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4

———————————————-

 

[음?]

 

Michael이 당황했다. Yu Ilhan의 Concealment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에게 새겨놓은 낙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Yu Ilhan은 그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았던 건 아니지? 너희가 이용하려 한 건 불이고 Record이야. 그리고 나는 그 두 부분에서 모두 너희보다 앞서있거든?”

[……뭐?]

 

반문한 것은 라파엘이었다. 긴 시간에 걸쳐 은밀하게 설치해놓은 Magic이었고, 실제로 Yu Ilhan은 그에게 당해 이렇게 Concealment이 노출되었다. 그런데 뭐?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애초에 그는 어째서 그대로 Magic에 당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단 말인가?

 

“너희는.”

 

Yu Ilhan이 짙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 모두를 둘러보았다. Yu Ilhan을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하는 Angel들, flame을 부리는 ArchAngel Michael, 당황하는 Brilliant Army of Light, 그저 적이 강하면 좋아하는 변태들의 소굴인 Destruction Demon Army,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변태들의 집합인 Garden of Sunset을 향해 짧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다음 순간 Yu Ilhan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검붉은 연기로 녹아 사라졌다.

 

[……뭣.]

 

라파엘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장으로 몸을 던졌던 것은 Yu Ilhan과 그가 타고 있던 Dragon까지 둘이었는데, 조금 전 Michael의 Magic에 의해 발각된 Yu Ilhan은 홀로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Dragon은 어디에? 아니, 조금 전까지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던 Yu Ilhan은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Yu Ilhan이 맞는가?

 

[Critical Hit!]

 

라파엘은 다음 순간 그 답을 깨달았다. 라파엘 자신의 복부를 꿰뚫은 Spear 보며 간신히.

Yu Ilhan은 처음부터 그 장소에 없었다. 그런 것처럼 라파엘을 속여, 최고의 타이밍에 최고의 위력으로 돌진하여 그를 공격했다.

 

라파엘의 견갑골이 산산이 부서지고, 날개 두 쌍이 처절하게 뜯겨나갔다.

[네놈…… 날 속였구나!]

“누가, 누구를?”

 

Yu Ilhan은 차가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라파엘은 그 말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를 질타할 자격이 없었으니까. 그는 쿨럭, 피를 뱉으며 물었다.

 

[어떻게 한 거지?]

“이럴 때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악역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싫긴 한데…… Artifact지 뭐.”

 

Soul Fire Dragon God, 그중에서도 Dragon’s Body의 힘이었다. 그 안에 깃든 Chaos윌의 힘으로 Michael과 라파엘의 합작Magic과 함께 Yu Ilhan의 마나 일부를 떼어내어 그럴 듯하게 꾸몄고, 그것으로 다른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동안 정작 Yu Ilhan 자신은 Yumir와 함께 이동하여 Deathgod 스킬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라파엘을 공격했다. 실로 간단한 작업이었다.

 

[간단해? 나를 비롯한 7차 클래스를 전부 속인 그 기술이…… 간단해!?]

“나한테는 간단했지. 자, 그래서 넌 언제까지 그렇게 당한 척 하고 있을 거야?”

 

라파엘에게는 초유의 회복력이 있다. 물론 Yu Ilhan의 일격은 강력했을 터이나 그 정도로 행동불능이 되지는 않았을 터.

실제로 라파엘은 그 말을 듣자마자 쳇, 혀를 차며 그곳에서 사라져 다른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남자, Michael의 곁에.

 

[라파엘, 몸은?]

[괜찮습니다.]

 

Michael 역시 약간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그를 맞았다. 그렇게나 자신하던 ‘flame’의 Magic이 Yu Ilhan에게 먹히지 않는 것을 보며 느낀 것이 있었겠지.

 

[불길한 놈이야. Magic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대로 당하기까지 했어. 설마 자네한테 한 방 먹여주기 위해서, 라는 시시한 이유는 아니었을 텐데…….]

[큭…… 경계하십시오, Michael 님. 놈에게 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대단하네.”

 

Yu Ilhan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라파엘이 당장 죽을 것 같은 상태에서 어찌어찌 살아는 있는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그러나 성과는 충분했다. flame의 Spear 가득 묻어난 놈의 내장과 뼈와 살점과 가득한 백색의 피와 그리고 백색의 깃털까지, 놈에게서 얻을 수 있는 Record은 이것으로 모두 얻은 셈이다.

 

[……Michael, 네놈이 이 자리에 나선 이유는 설마.]

 

광휘의 2익 아나피에르가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Yu Ilhan을 죽이기 위해서인가?]

[정확히는 Yu Ilhan을 보호하려들 너희를 막기 위해서지. 만약 너희가 우리 행동을 막지 않겠다면 나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만…… 어때?]

[……Yu Ilhan의 행태에도 질리지만, 네놈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에는 정말이지 학을 떼게 되는군. 설마 Destruction Demon Army과 손을 잡았나? Heaven의 종자라는 네놈들이?]

 

Michael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짐승들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불온분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지. 굴욕적인 협상이었어.]

[네놈들은 정말 ……움직여라.]

 

아나피에르는 어이가 없어 대꾸하며 Fallen Angel들에게 지시했다. 그 순간 전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Fallen Angel들이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Yu Ilhan은 라파엘로부터 얻은 것들을 회수하다 말고 그 장면과 마주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Fallen Angel들이 Angel들을 적대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그들은 Yu Ilhan을 감싸듯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뭐하는 거야?”

 

불과 조금 전까지 Yu Ilhan은 Angel들을 도와 배신자들을 처단하고, Fallen Angel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는데? 그런데 어째서 저들이 Yu Ilhan을 지키려 한단 말인가?

그때 Yu Ilhan의 머릿속에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혹시 ‘저놈을 건드릴 수 있는 건 우리뿐이야!’같은 거야? 기분 나쁘니까 그만해!”

 

괜히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해진 Yu Ilhan이 기겁하며 외쳤다. 물론 그것과 마주하는 아나피에르의 기분은 그저 참담할 뿐이었다.

 

[저따위 놈을…… 으득, 우리가 지켜야 하다니!]

[아나피에르 님, 저것을 꼭 보호해야 합니까? 이젠 사탄의 생각도 달라지시지 않았을까요?]

[감히 그분의 생각을 재단하려 들지 마라. 그분께서 확고하게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우리는…….]

 

아나피에르가 Michael로부터 Yu Ilhan을 보호하듯이 돌아서며 입술을 짓씹었다. 그런 놈의 손아귀에는 어느덧 거대한 핏빛의 대검이 쥐여 있었다.

 

[Yu Ilhan을 보호해야 한다. 크리시에르, 사티에르. 할 일은 알고 있겠지?]

[옙.]

[예!]

 

광휘의 3익과 4익이 Destruction Demon Army을, 피를 타고 나타난 1군단장 케샤인을 막아섰다. 놈은 그저 피식 웃었다.

 

[네놈들은 약한데…… 나는 저 인간을 사냥하고 싶어.]

[어디 계속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나 볼까!]

 

그들이 일제히 격돌했다. 곳곳에서 섬광과 핏물이 솟구쳤다. 5th Class의 higher existence들도 자신의 세력을 따라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전쟁의 양상이 순식간에 뒤바뀌었음에도 그 격렬함은 점점 더 커져갈 뿐이었다.

 

[정말 재미난 광경이네.]

 

여태까지 Yu Ilhan의 힘을 빌려 배신자들을 소탕한 Army of Heaven은 이번엔 Destruction Demon Army의 힘을 빌어 Yu Ilhan을 없애려고 하고, 지금까지 Yu Ilhan에게 실컷 당한 Brilliant Army of Light은 사탄의 명이라는 이유로 그를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이전까지 가장 불리한 포지션에 있던 Garden of Sunset은 흥미로운 얼굴로 그들을 지켜본다.

 

그들에게 공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Yu Ilhan 자신이 생각해보아도 정말이지 재미있는 광경이기는 했다. 재미있는 광경이기는 한데.

 

[Record 스킬을 마스터했습니다.]

[당신은 자격을 얻었습니다.]

[당신의 모든 Record이 모입니다. 당신을 이 하나뿐인 세계에 새로이 Record합니다.]

 

“야.”

 

Yu Ilhan이 허공에 기적의 요람을 불러내며 어이가 없어 말했다.

 

“언제부터 여기가 너희 무대였냐?”

[……Yu Ilhan!?]

 

그의 움직임의 의미를 깨달은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나 그땐 이미 늦어있었다.

 

[아빠, 나는 준비됐어.]

 

Yumir가 조용히 고했다. Yu Ilhan이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그래, Mir야. ……나도 준비됐어!”

 

기적의 요람이 폭발하듯이 부풀어 오르며 Yu Ilhan과 Yumir를 감쌌다. 그들은 그에 호응하듯 격렬한 마나를 뿜어내며 공명했고, 아주 조금 늦게 Soul Fire Dragon God이 뒤따랐다. Dragon의 기운이, Yu Ilhan이 Rule하는 flame의 기운이 그 안에서 점점 더 증폭되고 압축되었다가, 증폭되고 압축되기를 반복했다.

 

[모든 타이틀이 그 능력만을 남긴 채 소실됩니다. 당신은 Language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당신이 받은 모든 신의 축복이 해제됩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그 속성을 직접 관할하게 됩니다.]

[타이틀 ‘벗어난 자’의 효과가 Record에 더해집니다. 당신은 그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습니다.]

 

Eternal Flame은 그저 기뻐하며 주인과 의식을 하나로 모을 뿐이었지만, Ehjar는 자신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인간이, 미물이! 나의 주인이 정말로…… 정말로?]

 

붉은 빛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Michael은 이곳에 도착한 이래 처음으로 위기의식을 느꼈다.

 

[마, 막아야 해. 우리 생각보다 일이 빨리 일어나고 있어!]

[막아. 공격해! 막으라고!]

[제기랄!]

 

모든 Angel가, Destruction Demon Army이 Yu Ilhan을 향해 쇄도했다. Fallen Angel들은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아냈고, 문지기들은 깔깔 웃으며 그것을 구경했다. 문지기 중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

 

[이미 늦었어, 너희는 막을 수 없어! 다섯 번째가 태어난다! 가장 늦었지만 누구보다도 찬란하게 빛날 다섯 번째가!]

[누구보다……? 네놈들의 수장보다도 더욱 크고 밝다는 얘기더냐?]

[그분은 그저 그렇게 말씀하셨을 뿐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믿을 따름이지!]

 

Garden of Sunset의 Lord가 했다는 예언. Helianna에 의해 누구나가 알게 되었으며 지금 이 순간까지 경계하고 있던 예언. Michael이 이를 악물며 외쳤다.

 

[놈을 죽여!]

 

Michael이 내던진 찬란한 flame의 Spear 아나피에르에게 막혔다. Michael을 막기에는 힘이 부족한 지라 사정없이 밀리며 검은 피를 토해냈지만, 그럼에도 아나피에르는 자신의 Magic을 발해 전력으로 Michael을 막아섰다. 그와 비슷한 광경이 크리시에르와 사티에르, 케샤인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키, 키킥.]

[빌어먹을!]

[사탄이시여, 사탄이시여!]

 

Yu Ilhan은 전장이 얼마나 개판이 되어가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뿐이었다.

 

그가 태어나서 지금 이 순간까지 기억하고 Record해온 모든 것들, higher existence들의 힘, 라파엘에게서 비로소 얻는 것이 가능했던 신의 파편! 수많은 Upper세계로부터 얻은 Record과 세계를 Rule하고 진화시키는 힘의 원천!

 

Yu Ilhan의 망막 위로 한 줄기 글귀가 떠올랐다.

 

[당신은 모두를 아우르는 자가 될 수 있으나, 아직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제 Angel’s Partner를 대신하여 새로운 서브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1. 목수]

[2. 대장장이]

[3. 음악가]

[4. 테이머]

……

[179. 지도자(Leader)]

 

지도자. 그것은 타인을 어우르며 이끄는 자질을 가진 자들이라면 흔히들 가지고 있는 서브클래스 중 하나다. 파티를 구성할 때 보너스를 얻고, 대인원을 이끌수록 그 효과가 증폭되는 서브클래스. 클랜의 마스터쯤 되는 자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서브클래스.

 

그것이 Yu Ilhan에게는 이제야 선택 가능한 서브클래스가 되어 나타났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Yu Ilhan은 파티플레이가 영 어울리지 않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차원 항해자가 되어 선단을 구성하며 이끌지 않았더라면 저 서브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날은 오지 않았겠지.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지독한 남자긴 해.”

[유일하아아아아아아안!]

 

끝내 Fallen Angel들의 방해를 뚫고 Yu Ilhan에게까지 쇄도한 Angel들이 그를 마구 공격해왔다. 그러나 Garden of Sunset의 문지기들의 말이 옳아, 그들의 공격은 아무리 해도 Yu Ilhan에게는 닿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발하는 마나까지 공명에 휘말려 Yu Ilhan에게 힘을 더해줄 뿐이었다. 그것은 공격을 가해오는 이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적용되는 일이었다.

 

Michael을 비롯한 Angel들은 모두 헛짓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만약 Yu Ilhan이 higher existence가 되는 것을 진정으로 막고자 했다면 그들은 그저 그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했었다. 물론 그래봤자 Yu Ilhan의 각성을 아주 조금 뒤로 미루는 것밖에는 되지 않았겠지만!

 

[아빠는 멋진 아빠야.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우리 모두 아빠를 믿어.]

 

Yumir가 말했다. 참으로 솔직하고 귀여운 녀석이었다. 처음 녀석이 태어났을 땐 황당할 따름이었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말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이 있었기에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녀석이 자신에게 찾아와주어서 참으로 행복해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 Mir야.”

 

Yu Ilhan은 Yumir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선택했다.

 

“그래. 지도자가 되어주지.”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습니다.]

 

Akashic Records가 고했다. 언제나 그렇듯, 녹색의 담담한 글귀가 Yu Ilhan의,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higher existence의 망막에 새겨졌다.

 

[새로운 higher existence집단 ‘용의 둥지’가 탄생합니다.]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5

———————————————-

 

창조란 무엇일까? Yu Ilhan은 한 번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본 적이 없기에 아직까지 진정한 창조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을 잡지조차 못한 상태였다.

 

그가 알고 있는 창조란 단지 그곳에 존재하는 것들을 하나로 엮어내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것.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들을, 있을 수 없는 형태로 다시 빚어내는 것.

 

재료가 있다면 그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것만은 자신이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저것을…….]

[미, Michael님!]

[어딜!]

[비켜라…… 더러운 까마귀들아, 신의 의지를 행사하는 자의 앞을, 막지 마라!]

 

Angel와 Fallen Angel들의 목소리가 아주 먼 곳에서부터 들려왔다. Yu Ilhan은 막연히 그것을 듣고 있다가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려고 했더라?

 

“그렇지, 창조.”

 

무엇을?

 

“나 자신을.”

 

나 자신을 만드는 재료는 자신. 대장장이 역시 자신. Eternal Flame과 Ehjar, Yumir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 기적의 요람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 안의 flame과 Dragon을 하나로 합쳐, 새로이 빚는다.

 

Record 스킬을 마스터한 지금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졌다.

 

“flame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는데.”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이다. 물론 Yu Ilhan은 이제 스스로 flame을 만들어내고 Rule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나, 그 마나로 동일하게 Dragon의 마나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Eternal Flame과 Ehjar가 flame과 Dragon의 기운을 보태어주고 있다. 나아가 Yumir 또한 그에게 Dragon의 마나를 기꺼이 내밀고 있다. 그렇기에 Dragon의 기운이 flame보다 조금 더 많은 상황.

그는 두 기운의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그는 외부로부터 그에게 다가오는 flame을 발견했다.

 

“그렇구나.”

 

저곳에서 자신을 향해 강렬한 적의를 불태우고 있는 것은 분명 신의 대리자 Michael이다. Fallen Angel들의 힘으로는 그를 막지 못한 것일까,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선명한 flame의 기운이 느껴진다.

Fallen Angel들이 처음부터 놈을 막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빨리 해결되었을 텐데, 역시 저것들은 일생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유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우리는 너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 지구는 우리가 거두어주지. 그러니 편하게…… 죽어라!]

 

광휘의 2익 아나피에르를 내동댕이치고 날아든 Michael이 자신의 모든 마나를 담은 flame의 Spear 내던졌다. 광휘의 4익 사티에르는 그것이 Yu Ilhan에게 닿기 전에 그것을 막으려 했으나 Destruction Demon Army 제1군단장 케샤인이 기어이 5익을 씹어 먹고는 사티에르까지 붙잡았다.

 

[이 괴물 같으니……!]

[딱 먹기 좋게 구우려 하잖아. Cooking가 완성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그들의 다툼을 보다가는, 이내 손을 가볍게 저어 기적의 요람의 위치를 아주 조금 옮겼다. 바로 그 다음 순간 flame의 Spear 요람 안으로 보기 좋게 날아들었다.

그 안에 품은 destructive power으로 마땅히 요람을 아작 내고 Yu Ilhan까지도 꿰뚫었어야 할 flame의 Spear, 그러나 이내 모든 추진력을 잃고 강렬한 에너지만을 남겨 기적의 요람 안에 차올랐다.

 

[Counter 스킬의 레벨이 39가 되었습니다.]

 

“아니, 아냐. 반사는 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보통 존재도 아니고 신의 대리자라고까지 불리는 Michael의 일격을 Counter해낸 것이다. Counter 스킬이 한꺼번에 성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러나 Yu Ilhan은 기껏 Michael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Counter 스킬을 중도에 캔슬했다. 그의 flame을 고스란히 흡수하기 위해서다.

 

“고마워. 네가 마지막 조각을 채워주었구나.”

[맙소사…….]

 

자신의 flame을 강탈당하고, 비로소 상황을 깨달은 Michael이 망연자실한 목소리를 냈다. Yu Ilhan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지금 그가 어떤 짓을 벌이고 있는지 선명히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Yu Ilhan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금 그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최소단위까지 분해되어, 가장 완벽한 조합과 구성으로 새로이 짜 맞추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너, 이미…….]

“그래.”

 

Yu Ilhan은 방긋 웃으며 대꾸해주었다.

 

“너희는 늦었어.”

[인정할 수 없어!]

 

Michael이 새로이 flame을 만들어내어 던졌다. 연결이 느슨해진 Yu Ilhan의 존재, 중심부에 강렬하고 뜨거운 flame을 피워 올렸다. 그러나 그것도 모두가 그 일대를 Rule하는 공명에 흡수되어 Yu Ilhan의 창조를 도울 뿐이었다.

하다못해 Michael이 불이 아니라 물이나 얼음을 다루는 Angel였더라면 그의 창조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라도 있었겠지만, 이미 Yu Ilhan이 고차원의 세계로 진입한 이상 그의 flame은 모두 Yu Ilhan에게 Rule당할 뿐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가브리엘은 분명 우리가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의 예지는 결코…….]

“예지, 예언.”

 

Yu Ilhan에게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Michael을 이루는 flame의 마나가 빠져나와 Yu Ilhan에게 흡수되었다. Yu Ilhan과 기적의 요람 사이의 공명은 이제 마치 천둥소리처럼 거대해져 다른 이들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 건 이제 지긋지긋해. 나는 예전에 학습지 풀 때도 정답지 같은 건 절대 안 보고 푸는 타입이었거든.”

 

거짓말이다. 진짜 모르겠을 땐 봤다.

하지만 그런 짓을 반복하다 보면 이내 정답지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높아진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도 정답지에서 답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면, 그땐 미리 답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으리라. Yu Ilhan도 그 후로는 정답지를 확인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Yu Ilhan은 미지가 좋았다.

그는 자유가 좋았다.

 

고독마저 사랑했지만, 사실은 소란도 좋아했다.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모든 것이 좋았고, 이제는 자신도 그들을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싶었다.

 

만약 자신에게 자격이 있다면.

이젠 모두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Michael이 만들어낸 flame이, 그의 모든 것을 담아낸 flame이 기적의 요람으로부터 Yu Ilhan에게로 쏟아졌다. 그것은 마치 flame의 세례를 보는 것만 같았다. Michael은 순간적으로 그 광경이 신성해 보인다고 생각한 자신을 Curse했다.

 

창조가 시작되었다.

 

[주인님이…… 달라지고 있어요.]

[이건, 이것은…… 달라지는 게 아냐. 새로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럴 수가, 정말로 이 자가 모든 Dragon의 숙원을 이루고 있단 말인가? Dragon이 아닌 자가, Dragon으로 거듭나고 있단 말인가?]

[아빠가 강해져. 나도 강해져.]

 

“모두…… 집중해.”

 

Yu Ilhan은 스스로를 마구 주물렀다. 자신 안에 깃든 모든 Record까지도 주무르는 바람에 타이틀이며 메인 클래스, 심지어는 스킬들까지 뒤죽박죽이 되어 소실되고 새로이 탄생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을 보다 더 강하고 완벽하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일에만 집중했다.

 

[메인 클래스와 모든 서브 클래스가 능력만을 남긴 채 소실됩니다.]

[Record 스킬과 Rule 스킬이 합성되어 진화합니다. 선언 스킬을 얻었습니다. 자신이 다스리는 영역 내에서 Record을 뛰어넘은 Record, 없었던 Record을 사실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Magic을 대량으로 소모합니다.]

[Pulling Down 스킬, Draconic Blood 스킬, Dragon-Man Resonance 스킬이 합성되어 진화합니다. Downfall 스킬을 얻었습니다. 일정 영역 안에서 자신이 관장하는 모든 것의 능력을 증폭시킵니다. 스킬이 성장할수록 더욱 파괴적이고 넓은 범위에 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신력 스킬, Spear of Untraceable Trajectory 스킬, Great Cosmos-severing Spear 스킬, Dismantling 스킬, Excavation 스킬, Absolute Accuracy 스킬이 합성되어 진화합니다. Transcendent Trajectory 스킬을 얻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존재인 Michael조차 Yu Ilhan 앞에 허무하게 막힌 것을 보고 그 누구도 Yu Ilhan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물론 Destruction Demon Army들은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않고 달려들었으나,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자들 모두가 공명에 마나를 빼앗길 뿐이었다.

 

[큭, 이렇게 되면…… 내가 먹을 수 없잖아! 빌어먹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은 Destruction Demon Army 제1군단장인 케샤인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그 사실이 무엇을 말하는가는 분명했다.

 

그는 이미 이 자리에 있는 존재들과는 다른, 그들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 이제…….”

[안 돼. 안 돼……!]

[이럴 수가, 사탄이시여. 당신은 정말로 저것의 탄생을 용인하실 생각이십니까? 사탄이시여, Lord시여!]

[아아, 예언이…… 정말로 이루어지고 있어!]

 

찬란한 flame이 일었다. Yu Ilhan과 Yumir의 모습을 완전히 감추듯 일어난 flame이 급속도로 팽창하여 영역 내에 있던 모든 것을 잡아먹고는 완전한 구체를 이루었다.

 

그것은 마치 붉은 알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없던, 앞으로도 없을, ‘Yu Ilhan’ 자가 그 알에서 스스로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아아.]

[그가…….]

[탄생한다.]

 

어느 순간 구체를 이루던 flame이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모든 세상이 고요해졌다. 그의 탄생을 축복하듯, 혹은 두려워하듯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Yu Ilhan은 눈을 떴다.

그의 망막 위로 무수한 글귀가 새겨졌다.

 

[당신은 higher existence집단 ‘용의 둥지’의 Lord(Lord)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격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당신은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Rule하는 세상에 머무른다고 해서 특별히 강해지지도 않지만, 당신을 적대하는 세상에 방문해도 적대자의 힘과 권능에 영향 받지 않습니다.]

[당신은 인간에서 비롯되어 Dragon과 flame으로 재탄생했으며, 모든 금속과 Artifact에 대해서도 또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스킬 ‘Downfall’으로 원할 때마다 Ruled Domain을 추가로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앞에선 ‘그 누구도’ 숨지 못합니다.]

[레벨이 519가 되었습니다.]

 

[Yu Ilhan]

[용의 둥지 로드 Lv519]

[힘 – 1,113 민첩 – 1,067 Health – 1,035 Magic – 1,528]

[액티브 스킬 – Downfall(Pulling Down, Draconic Blood, Dragon-Man Resonance) Lv1, Transcendent Trajectory(Great Cosmos-severing Spear, Spear of Untraceable Trajectory, God Force, Dismantling, Excavation, Absolute Accuracy) Lv1, Mana Crafting Max, 선언(Rule, Record) Lv1, Warp(Leap) Lv87, Dimensional Lord Lv88, Counter Lv39]

[패시브 스킬 – Blacksmithing Max, Magic Engineering Max, Cooking Max, 부동심 Max, 차원적응 Lv79, 선단 지휘 Lv86]

 

“후우…….”

[주인님!]

[맙소사…… 나의 주인이여, Lord여!]

 

그가 창조를 익힌 이래 가장 빡셌던 작업이 드디어 끝났다. Yu Ilhan은 휘유,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작고 투명한 flame이 그의 숨결 끝에 머무르다가는 사라졌다. 아직까지 정형화되지 않고 있던 Soul of Fire과 Dragon’s Body이 뒤늦게 그의 나신 위를 다시 덮었다.

 

모든 이가 자신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Yu Ilhan은 Yumir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녀석의 상태를 확인했다.

 

“Mir야, 괜찮니?”

[응, 나 많이 성장했어!]

 

Yu Ilhan이 각성하는 순간 Yumir 역시 마찬가지로 각성했다. 다른 누구보다도 Yu Ilhan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Yumir이기에, 그가 Dragon’s Nest 로드로 거듭나는 순간 그와 함께 진화를 맞이한 것이다.

 

[많이 강해졌어 아빠! 나 잘했어?]

“그럼, 아주 잘했어.”

[헤헤.]

 

지금 Yumir는 이전보다 훨씬 거대한 덩치의 Dragon으로 화해 있었다. 레벨 제한이 풀려 성장하면서 순식간에 451레벨의 6th Class로 거듭난 것이다. 지금 녀석은 바람과 함께 flame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Yu Ilhan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Michael의 도움도 있었지.”

[네, 놈…….]

 

Michael은 로드로 거듭난 Yu Ilhan과 마주하며 이를 악물었다. 손안에 만들어낸 flame의 Spear 힘을 유지하지 못하고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불의 주인이기도 한 Yu Ilhan 앞에서 감히 그의 적대자는 flame을 다룰 수 없었다.

 

[나는 신의 대리자다! 거짓된 초월자여, flame이 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아니지. 나도 네가 강하다는 것을 알아.”

 

Yu Ilhan은 느긋하게 대꾸하며 손을 들어올렸다. 손 안에 순수한 flame으로 이루어진 Spear 나타났다. 수발이 너무나 자유로워 그것에서 누구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까 Michael…….”

 

Yu Ilhan이 생긋 웃으며 한 손을 위로 까딱였다.

 

“들어오시게.”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6

———————————————-

 

[건방진.]

 

Michael이 손에 새로운 무기를 불러냈다. 연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고대의 금속으로 빚어진 창. God Rank의 Artifact라는 사실을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네놈이 두른 그 광휘, 스크래치 몇 번에 벗겨질 금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마!]

“흥미로운 선언인데.”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놈이 쥐고 있는 God Rank의 Artifact다. 명색이 신의 대리자이며 사Senior Angel장의 수뇌인데 설마 God Rank의 Artifact가 하나뿐이지는 않을 것이고, 그야 물론 God Rank Artifact의 힘은 경계해야 할 것이지만…….

 

“읏차, 성질 급하긴.”

 

허공에서 flame의 Spear 금속의 Spear 부딪혀 치열한 소리를 냈다. Michael의 flame이 Yu Ilhan에게 통하지 않는 것처럼 flame을 다루는 Angel인 그에게 Yu Ilhan의 flame 또한 백 퍼센트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다. 그 결과 둘의 첫 번째 격돌은 비등한 양상…… 인 것처럼 보였다.

 

[!?]

 

가볍게 일격을 교환한 후 일단 물러서려던 Michael은 그러나 그 자리에 멈추어 선 채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Spear 놈의 창으로부터 떨어져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래?”

[너…….]

 

외부에서 보기에 둘은 얼굴을 맞대고 정답게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도 보였다. Michael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뭘 했지?]

“알려줄 것 같아?”

 

Yu Ilhan이 flame의 Spear 뒤로 당기자 금속의 Spear 맥없이 주르륵 딸려왔다. Epic이나 Chaos Rank도 아니고 God Rank의 Artifact를 그대로 적에게 뺏길 수는 없다! Michael은 필사적으로 그것을 잡아당겼고, 그 결과 Michael의 몸까지 쭉 딸려왔다. Yu Ilhan의 냉정하고 날카로운 걷어차기가 즉각적으로 놈의 명치에 명중했다.

 

[Critical Hit!]

[큭!?]

[Michael 님!]

 

lower existence에 머무르던 시절의 Yu Ilhan이었다면 가벼운 발차기 정도로 Michael의 몸에 충격을 줄 수는 없었을 것이나, 지금 그는 레벨로만 따져 500을 넘기는 한 집단의 수장격 존재였다. 그의 God Force이 가미된 발길질 한 방에 Michael의 몸이 허공으로 쭈욱 밀려났고, 당연히 God Rank의 Spear Yu Ilhan의 손에 들려있게 되었다.

 

[물리적으로 강탈한다고 해서 그것이 네 것이 될 것 같으냐!]

“오, 훌륭한 Spear네. 일단 한 번 명중하면 적에게 절대로 낫지 않는 부상을 끊임없이 입히고, 이것에 찔린 상처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의 주인으로 인정받은 자는 타인에게 상처를 내는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다고. 악독하면서도 Angel다운 무기구나?”

 

Yu Ilhan은 그것을 휙휙 휘둘러보며 창의 Record을 읽어내고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Soul Fire Dragon God을 향해 찔러 넣었다. 자해라도 하려는 것인가!

Michael은 그것을 보며 경악했으나, 다음 순간에는 말을 잃고 말았다. God Rank의 Spear 마치 호수에 빠지는 것처럼 갑옷 위로 파문을 그리며 스르륵 빨려 들어간 것이다.

 

[유, Ilhan……?]

“고마워.”

 

그 순간 Yu Ilhan이 들고 있던 Spear 미미하게 모습을 바꾸었다. 창대가 조금 더 길어지고, 날에 특이한 문양이 추가되었다. Michael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설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자, 그럼 성능을 확인해봐야겠지?”

[쿠오오오오오오오!]

 

이번엔 Yu Ilhan의 차례다. 굳이 입 밖에 꺼내어 지시할 것도 없이, Yumir가 용맹한 울음을 토해내며 날개를 휘저어 flame을 일으켰다! Yu Ilhan은 적에게 도달하고 싶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이미 그의 눈앞에 도달해 있었다.

 

“안녕?”

[큿……!?]

 

Yu Ilhan은 단호한 몸짓으로 놈을 향해 Spear 그었다. Michael은 괜히 신의 대리자가 아님을 증명하듯 Yu Ilhan이 미처 그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공간을 Leap했으나, 그가 휘저은 Spear 단순히 물리적인 일격이 아니었다.

 

“흣.”

 

[Transcendent Trajectory 스킬의 레벨이 9가 되었습니다.]

 

Spear of Untraceable Trajectory과 Great Cosmos-severing Spear을 베이스로 그가 지닌 무수한 기술이 합쳐지면서 그것은 인과를, 공간을, 운명을 초월하는 궤적으로 새로이 탄생했다. 그렇기에 Transcendent Trajectory.

그것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본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듣는다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Critical Hit!]

[크으…… 큭!?]

 

오직 절대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선이 그어진 순간, 이미 Yu Ilhan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Michael의 가슴팍에서 순백의 피가 터져 나왔다.

 

끊임없이.

 

[설마, 정말로 Artifact를, 그것은 주께서 내게 하사하신 것인데!]

[Michael님!]

 

보다 못한 라파엘이 그에게로 돌진하며 자신의 권능을 발현했다. 치유에 있어 아직까지 우주의 그 누구도 따라갈 자가 없는 그의 능력이 Michael을 감쌌다. 그러나 Yu Ilhan은 그것을 보면서도 히죽 웃을 뿐이었다.

 

[멎지 않아. Michael님의 피가…….]

[……큭, 당연한 일이지. God Rank Artifact의 힘은 나와 라파엘, 너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Yu Ilhan이 재차 Michael에게로 돌진하며 Spear 휘둘렀다. 피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Michael은 이번에는 그것을 피하지 않고 또 다른 Artifact를 소환하여 그것을 맞받았으나, Artifact는 허무하게 부서지고 다시 놈의 몸에 회복되지 않는 상처 하나가 늘어날 뿐이었다. Michael은 신음을 참았지만 라파엘이 그것을 참지 못했다. 놈의 손에 바람의 Spear 들렸다.

 

[어리석은 자가, 조금 강해졌다고 해서 건방지게도 Heaven의 권위를 넘보다니!]

“그래, 덤벼봐. 이번엔 아까처럼 쉽게 회복할 수 없을걸.”

[크오오오오오오!]

 

Yu Ilhan의 기세에 맞추어 Yumir가 울부짖었다. 녀석의 몸에서 비롯된 바람이 Yu Ilhan의 갑옷 위로 타오르는 flame을 더욱 거센 불길로 만들었다. 둘의 공명이 심화되며, 가뜩이나 거대했던 Spear 더욱 더 위협적으로 모습을 변형시켰다.

 

[라파엘! 경거망동하지 마라!]

[Michael님께선 쉬고 계십시오! Yu Ilhan 주를 섬기는 우리가 저 따위 악마 앞에서 꼬리를 말고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라파엘!]

 

악마라, 기어이 여기까지 이르렀는가. Yu Ilhan은 두 눈을 부릅뜨고 찢겨진 날개를 펄럭이며 바람을 이끌고 날아드는 라파엘과 마주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이 정말로 신실하게 신의 명을 따르는 정의의 Angel처럼 보여, 자신이 정말로 나쁜 악마인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스스로 강해지고자 한 것만으로, 살고자 한 것만으로 악마라는 이름을 얻어야 한다면.

 

그는 기꺼이 악마가 될 것이다.

 

[주여, 제가 내딛는 걸음을 축복하소서! 악마를 무찌를 힘을 주소서!]

“흡.”

 

상념에 빠질 시간 따위는 없다. Yu Ilhan은 놈의 공격을 맞받아치려 Spear 거세게 쥐었다.

 

[하!]

 

그러나 Yu Ilhan과 라파엘의 격돌 직전 누군가가 Yu Ilhan의 뒤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Destruction Demon Army 제1군단장 케샤인이었다. 광휘의 3익과 4익을 상대로 맞아 전투를 벌인 끝에 힘이 많이 소모된 상태였으나, 그는 도저히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포기할 수 없지. 넌 내 것이다!]

[신의 이름으로, 죽어라!]

“흥.”

 

Army of Heaven과 Destruction Demon Army의 수뇌라 할 수 있는 자들이 동시에 Yu Ilhan을 급습했다. 그러나 Yu Ilhan은 그것에 맞서 Spear 단 한 번 휘둘렀을 뿐이었다. 정확히는 앞과 뒤를 향해 동시에 내지를 여유가 없었던 것뿐이었지만.

 

[큭……!]

[키히!]

 

그것을 막아내야 하는 라파엘은 이를 악물었지만, 케샤인은 승리의 고소를 머금었다. 그가 여기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Army of Heaven을 약화시키고, 자신은 더욱 강해진다! 앞으로 펼쳐질 파괴와 향락으로 가득한 MiRae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Critical Hit!]

[Critical Hit!]

 

너무나 절묘한 순간이었고, 케샤인의 힘을 누구나가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지켜보던 higher existence들이 드디어 Yu Ilhan의 폭주가 멎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의 상상을 처참하게 배신했다.

 

[카, 학…….]

[킥!]

 

허공에 그어진 궤적은 단 하나였으나 상처는 둘이었다. 라파엘은 Yu Ilhan의 Spear 차마 맞받지 못하고 가슴팍으로 성대한 피를 뿜어내며 나가떨어졌으며, 케샤인은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Yu Ilhan의 머리에 구멍을 내어놓기 전 목구멍을 꿰뚫려 엎어졌다. Yu Ilhan의 베기와 찌르기, 각각 다른 공격이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588 케샤인의 Record을 얻었습니다.]

[레벨 525가 되었습니다. 힘 10, 민첩 5, Health 5, Magic 10이 올랐습니다.]

[Transcendent Trajectory 스킬의 레벨이 13이 되었습니다.]

 

[아아, 이럴]

“잘 가.”

 

Yu Ilhan은 라파엘의 유언조차 들어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그의 이마에 Spear 꽂아 넣었다. Spear 호쾌하게 그의 뇌를 관통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585 라파엘의 Record을 얻었습니다.]

[레벨 530이 되었습니다. 힘 8, 민첩 7, Health 5, Magic 5가 올랐습니다.]

[선언 스킬의 레벨이 19가 되었습니다.]

 

그 세상에 머무르고 있던 이들은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망연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케샤인과 라파엘의 사체가 Yu Ilhan의 인벤토리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나자, 그제야 그 둘이 온전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후우.”

[아빠, 나 레벨 또 많이 올랐어!]

“우리 Mir, 잘했어.”

 

부자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이 실로 현실감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지독하게 무섭게 느껴졌다. 세상이 통째로 얼어붙었다가, 쩌저적, 큰 소리를 내며 깨지는 것만 같았다.

 

[케샤인과 라파엘마저…….]

[사Senior Angel장이…… 죽었다고?]

[Destruction Demon Army의 첫 번째 군단장이, 이렇게 쉽게…….]

 

Yu Ilhan이 고개를 들었다. 모든 이가 흠칫하며 물러나는 가운데, 눈앞에서 라파엘의 죽음을 목도한 Michael만이 분노하며 절규했다.

 

[제기랄, 제기라아아아아알!]

[이래서야, 저 자는 마치…….]

 

모두가 Yu Ilhan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선은 조금 전까지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Angel들의 살의와 Fallen Angel들의 분노, Destruction Demon Army의 탐욕과 Garden of Sunset의 쾌락. 네 가지 집단의 상이했던 감정이 지금은 오직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

 

[우리는 저 자를 어찌할 수 없어.]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그것은 바로 경외와 공포였다.

 

[도망쳐.]

[그가 세상을 닫아버리기 전에.]

[사탄께서는 어찌 이것을 지켜보고만 계시지?]

[그분은 이것조차 즐기실 분이지. 이곳은 나락과 이어지는 세상이다. 초월자가 이 세상을 취할지, 버릴지 지켜보는 것도 그분께는 여흥일 것.]

[물러가자. 우리는 그를 방해할 수 없어.]

[도망가자.]

 

Garden of Sunset과 Brilliant Army of Light의 움직임이 가장 빨랐다. Garden of Sunset은 처음부터 이 일에 진지하게 끼어들지 않았고, Brilliant Army of Light은 사탄이 반응하지 않는 것을 알고는 빠르게 퇴각을 결정했다.

 

[Michael님.]

[Michael님!]

 

그보다 조금 늦게 Michael이 고개를 들었다. 세상 전체로 퍼져나갔던 Angel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Yu Ilhan 또한 무슨 생각에선지 그를 공격해 들어가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Michael은 그 이유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더욱 열이 뻗쳤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퇴각한다.]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 Angel들이 하나둘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아무리 광신도적인 그들이라 해도 무력의 차이는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Michael은 그들 모두가 귀환하는 것을 두 눈을 부릅뜬 채 지켜보고 있다가, 자신만이 남게 되자 비로소 고개를 들어 Yu Ilhan을 노려보았다. 그에게서 끓어오르는 마나가 격렬히 분노하는 것이 느껴져 Yu Ilhan은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신께서 너를 벌하실 것이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넌 신이 죽으라고 하면 그냥 죽을 거야?”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그리고 그 뜻에 따라, 너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신이 정말 그렇게 말하긴 했고?”

[…….]

 

Michael은 그것에 답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러자 그 넓은 세상에 남게 된 것은 오직 Yu Ilhan과 Yumir, 그리고 Destruction Demon Army의 잔당뿐이었다.

 

“너희는 왜? 죽을 줄 알면서도 덤비게? 하긴 그게 너희 Destruction Demon Army의 정체성이지, 그렇지?”

 

전혀 뜻하지도 않았던 대꾸가 돌아온 것은 그 다음 순간이었다.

 

[우리 보스가 널 만나고 싶어 하신다!]

[다섯 번째! 우리와 함께 Elkatra로 가자!]

“……뭐?”

 

Yu Ilhan은 바로 방금 그들의 첫 번째 군단장인 케샤인을 끝장냈고, 그 조금 전에는 3군단장 Helianna를 죽여 자신의 휘하로 되살려내기까지 했다. 아마 Destruction Demon Army의 리더라는 자가 Yu Ilhan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겠지. 그러나 놈들은 참으로 재미난 말을 했다.

 

[안 죽인대! 싸우지도 않는대!]

[Destruction Demon Army 탄생 이래 대출혈 서비스! 그분이 널 마음에 들어 하셔!]

[같이 놀자셔! 같이 놀쟤!]

 

제아무리 Yu Ilhan이 초월자로 각성했다고 하나 적은 언제 초월자가 되었는지도 모르는 초강자. 저런 말을 믿고 쫄레쫄레 따라갔다가 어떤 낭패를 보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 가자!”

 

Yu Ilhan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지금 오직 한 가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Elkatra에는 또 어떤 Artifact가 있을까!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7

———————————————-

 

“굉장한 세상인데.”

[하하하하하! 멋진 세상이지!]

 

Elkatra에 진입하자마자 Yu Ilhan이 내뱉은 말에 Destruction Demon Army들이 즐겁게 웃었다. 물론 Destruction Demon Army 중에는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Yu Ilhan에게 덤벼드는 놈들도 있었으나, 그런 놈들은 1초도 걸리지 않아 Yu Ilhan의 Spear 목이 날아가고 차례대로 Yu Ilhan의 인벤토리 안으로 수납되었다.

 

“슬슬 인벤토리 찰 것 같으니까 너희 선에서 좀 끊어라.”

[알았어! 알았어!]

 

Destruction Demon Army의 Lord라는 자의 영향력은 과연 대단한 모양이었다. 어디까지나 그에게 초청받은 손님의 신분인 Yu Ilhan이 그렇게 말한 것만으로 그의 주위에서 떠돌던 포식자들이 알아서 Yu Ilhan에게 접근해 공격하려는 놈들을 차단했다. 그 외의 놈들은 모두 Yu Ilhan 주위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Helianna 님 꼬셨지! 어떻게 꼬셨는지 가르쳐줘!]

[Helianna 님! 아름다운 Helianna 님이 보고 싶다!]

 

Yu Ilhan은 그래도 higher existence에까지 이르려면 머리도 조금 좋아야한다고 믿고 있었지만, Destruction Demon Army 녀석들을 보고 있자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사실은 그냥 무턱대고 강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어쩌면 Yu Ilhan은 higher existence로 Leap하는 과정에서조차 헛짓을 하고 먼 거리를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할수록 그럴싸하게 느껴졌기에 Yu Ilhan은 사고를 정지하기로 했다.

 

[성까지는 많이 남았다.]

[Helianna 님이 보고 싶다.]

[그분이 다른 존재를 만나기 원하시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사탄조차 그분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는데.]

[너는 대체 뭐냐?]

“글쎄.”

 

포식자들의 시끄러운 말들을 대충 흘려 넘기며 Yu Ilhan은 Elkatra의 정경을 살폈다. Heaven도 대지도 시커멓고, 그 사이가 굉장히 멀고, 곳곳에서 용암이 들끓고, 공기에는 맹독이 섞여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지구도 언젠가 이렇게 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안 되면 좋겠어.]

 

Yumir는 Elkatra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Yu Ilhan 역시 아들의 말에 피식 웃으며 동의해주었다.

“그래, 아빠도 그렇게 안 되면 좋겠다. 지구인들에게는 그리 안 좋은 환경일 테니까 말이야.”

[이제 곧이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누구의 눈에도, 정확히는 모든 Concealment을 파훼하는 Yu Ilhan을 제외한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던 거대한 성이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심부로부터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파멸의 기운은 higher existence로의 각성을 마친 Yu Ilhan조차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역시 수장쯤 되면 격이 다르네. Michael보다도 강력한 것 같은데?”

[그 Angel는 아빠보다 약하잖아!]

“아빠가 Michael을 압도할 수 있었던 건 상성 덕분이란다, Mir야.”

 

성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기운의 압박이 심해졌다. Yu Ilhan은 그것을 미련하게 다 맞아주기보다는 Counter 스킬로 받아쳐내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

 

[Counter 스킬의 레벨이 42가 되었습니다.]

[Counter 스킬의 레벨이 43이 되었습니다.]

 

“와, 스킬 성장 빠른데? 이 정도면 한 집에 하나씩 놓고 싶을 정도야.”

[정말 지독한 주인이야…….]

 

Ehjar는 어째서 Yu Ilhan이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인지 점점 깨달아가는 느낌이었다. Destruction Demon Army의 수장을 한 집에 하나씩 놓고 싶다는 말은 유사 이래 Yu Ilhan 외의 그 누구도 입에 담지 않았으리라!

 

[Counter 스킬의 레벨이 45가 되었습니다.]

 

“어라? 방금 좀 잡스런 기운이 섞여 있었는데…… 아.”

[크하아아아아!]

 

그러다 문득 Yu Ilhan은 그 성의 입구에 서 있는 자의 모습에 눈치 챘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 생각해보니 그 자는 과거 Helianna 때문에 분노하여 Yu Ilhan을 죽이려 들었던 두 명의 군단장 중 한 명이었다.

 

[네놈이…… 실로 뻔뻔하게도 이곳까지 기어들어왔구나.]

“미안하지만 누구시더라?”

 

Yu Ilhan은 순수한 의문과 호기심으로 질문한 것이었으나 그것은 Yu Ilhan과 마주한 이를 분노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나는 Destruction Demon Army 제2군단장 Hilton이다! 네놈이 앗아간 Helianna의!]

“Helianna의 뭐?”

 

놈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Helianna의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놈! 네놈을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크오오오오오오!]

“Helianna의 뭔데! 왜 찝찝하게 말을 하다가 마는데!”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따라서 놈은 전통적인 얼버무리기 방법인 폭주를 시전하며 Yu Ilhan에게 덤벼들었다! Yu Ilhan 역시 곧 진실을 깨달았다. 불쌍한 놈, 처음부터 끝까지 짝사랑이었구나!

 

“Helianna는 내가 좋다는데 어쩌냐? 그렇게 열 올리지 말고 적당히 포기하지 그래?”

 

그는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Hilton을 측은한 얼굴로 바라보며 약을 올렸다. 표정과 말이 일치하지 않기론 우주제일이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

 

Yu Ilhan과 Hilton이 바깥에서 만났으면 모르겠지만, 그는 Destruction Demon Army의 본영인 Elkatra, 그것도 수장이 머무르는 성의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만큼 그 능력이 터무니없이 증폭된 상태였다. 똥개도 자기 집 안마당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더니 그 말이 실로 틀리지 않다.

 

“후.”

 

그럼에도 지금은 저놈에게 조금이라도 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Upper집단의 수장이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자란 그런 것이다. 남의 Record을 따라오는 자들과는 이미 다른 영역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저거 죽여도 되겠지?”

[킥킥, Destruction Demon Army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래, 너희라면 그렇겠지.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Hilton의 전신을 감싼 흑색 Magic, flame의 마나를 지닌 Michael과 달리 순수한 살의와 증오로 형상화된 Curse의 Magic이 날카롭게 치솟아 Yu Ilhan과 Yumir의 목을 노렸다.

Yumir가 마나를 담은 함성을 내질러 그 마나를 흩어보고자 했지만 아직 6th Class에 불과한 Yumir의 힘으로는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물론 Yu Ilhan의 힘이 거기에 더해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Mir야, 지금.”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

 

Yu Ilhan이 단순히 Yumir의 Dragon Rider로 머무르던 시절에는 녀석과 함께 전투를 벌인다고 해도 그저 서로의 능력이 30% 정도 증가하는 정도였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공명’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용의 둥지라는 higher existence집단이 탄생하고, higher existence로 각성하는 과정에서 보다 깊고 단단히 연결된 둘은 언제든 서로의 마나를 공유하고, 서로의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크하아아아아아아아앙!]

 

무려 1500을 넘기는 Yu Ilhan의 고밀도의 Magic을 고스란히 Yumir의 마나에 보태고, 그것을 Dragon 로어로 폭발시키는 것도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었다!

 

[Critical Hit!]

[크아아아아아악!]

 

단지 한 번의 함성에 불과했다. 그 함성만으로 일대의 모든 Magic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맹렬히 돌진해오던 Hilton의 전신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과거 절망의 Dragon이라 불리던 Ehjar의 로어조차 이 정도 destructive power을 발하지는 못했다!

 

[커, 헉, 이…….]

[거기까지 해, Hilton.]

 

중년 남성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야말로 저 우렁차게 짖고 있는 개가 지키고 있던 성의 주인이리라! 지금부터 Yu Ilhan과 만나게 될 자라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좋을 것은 없겠지.

 

[그러나, 저, 는……!]

“누구 마음대로?”

 

하지만 Yu Ilhan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Spear 던져내며 씩 웃었다.

 

[칵!]

 

Transcendent Trajectory은 단지 그가 직접 휘두르는 창뿐만이 아니라 투창에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성의 주인이 힘을 발하기 직전에 성공적으로 Hilton의 전신을 꿰뚫었다. 한 번 던져 족히 수십 번 이상의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미 Yumir의 로어에 당해 무저항 상태에 빠진 Hilton이 그것을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571 Hilton의 Record을 얻었습니다.]

[레벨 533이 되었습니다. 힘 5, 민첩 3, Health 2, Magic 5가 올랐습니다.]

[Transcendent Trajectory 스킬의 레벨이 17이 되었습니다.]

 

제2군단장 Hilton이 죽었다. 자기 본진에서 최대로 힘을 증폭해서 덤벼들었음에도 말 그대로 끽 소리 한 번 내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자신들을 통솔하던 최고 간부가 죽었음에도 그것을 지켜보던 Destruction Demon Army 소속의 포식자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어댈 뿐.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맛이 간 놈들 뿐이다.

 

[아, 이런.]

 

Yu Ilhan이 흥,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 힘을 시험할 거라면 대가는 치러야지 않겠어?”

[역시 너는 우리 Destruction Demon Army에 어울리는 남자구나. 그렇게 나대지 말라고 했는데 Hilton 이놈이 끝내 명줄을 재촉했어. 쯧.]

 

성이 열렸다. 그 너머로 짙은 암흑과, 그 안에 파묻힌 한 명의 초월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 번째의 초월자여, 환영한다. 나는 너를 기꺼이 맞이하는 바이다.]

“1군단장이랑 2군단장을 죽이고 3군단장은 가져와버렸는데도?”

[괜찮아.]

 

놈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만큼 다른 세력의 군단장도 죽어나갔거든. 그것은 무엇보다도 감미로운 파멸의 시간이었지. 거기서 느낀 쾌락만으로도 내가 널 접대할 이유는 충분하다.]

 

Yu Ilhan은 저 성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자가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라는 확신을 품으며 Yumir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의 의사를 알아들은 Yumir가 곧장 인간으로 모습을 바꾸어 Yu Ilhan의 손을 꼭 붙잡았다.

한번에 6th Class로 성장하면서 Yu Ilhan과 비슷한 키의 청년의 모습으로 자라난 그였지만, 하는 짓만 보면 여전히 아이나 다름없었다. Yumir처럼 어린 나이에 6th Class에 도달한 이는 없지 않을까?

 

“들어가자.”

“Yeah.”

 

부자는 손을 잡고 성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명색이 성주라면 하녀나 집사를 부릴 법도 하건만, 까지 생각하던 Yu Ilhan은 성 안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그 생각을 깔끔하게 접었다. Yumir가 기겁하며 Yu Ilhan의 손을 꽉 쥐는 것이 귀여웠다.

 

“이 정도라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을 법 한데…….”

[놀랐는가?]

“조금?”

 

저 너머에서 Yu Ilhan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면 솔직하게 대꾸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만약 Yu Ilhan이 본 것이 그의 눈이 맞는다면, 말이다.

 

[환영한다, Yu Ilhan. 내 이름은 Greed. 너는 나의 진체를 본 세 번째 존재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Michael과 사탄. 그 둘과는 정말로 즐거운 싸움을 벌였지. 먹어치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만큼.]

 

그 크기를 차마 재지 못할 만큼 거대한 성 내벽에, 대장장이의 신이 되어버린 Yu Ilhan조차 파악하는 데 제법 애를 먹어야 할 고대 합금으로 만들어진 사슬로 속박된 괴물이 있었다.

 

새의 깃털, 용의 비늘, 물고기의 부레, envoy의 갈기, 뱀의 독니, 트롤의 가죽, 오우거의 근육, Angel의 고리, Fallen Angel의 검은 깃털까지 놈은 세상을 이루는 생물의 모든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지나친 융합 끝에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나는 Greed, 탐하는 자. 끝없이 탐하고 탐한 끝에 여기에 이르렀다.]

 

Greed는 하염없이 거대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크기는 불어나고 있었다.

 

Yu Ilhan이 Ehjar를 보며 거대하다 여겼던가? 켈라투크를 보며 거대하다 여겼던가? 자신의 몸집을 감당하다 못해 Magic을 나누어 성을 만들고, 그 안에 공간을 왜곡하는 Magic까지 펼친 끝에 간신히 자신을 우겨넣을 수 있었던 저 존재를 보며 Yu Ilhan은 자신의 짧은 견식을 뉘우쳤다.

 

“……애도라도 표해줄까?”

[후, 하하.]

 

성은 그저 Greed를 가두어놓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제아무리 초월자라고 한들 그의 Magic은 본인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비대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물론 그 마나의 위협은 그의 적에게도 공평하게 향하겠지. 그 덕에 Yu Ilhan의 Counter 스킬은 지금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Counter 스킬의 레벨이 55가 되었습니다.]

 

[애도라, 그것은 내가 잊어버린 감정이다. 그 감정을 너를 통해 맛보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은 관두도록 하지.]

“어쩌다 그렇게까지 먹어치웠냐?”

[단지 먹어치우는 것이 좋았다. 나를 막는 것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그것이 오롯이 나의 힘이 되는 것이 좋았다. 나는 먹은 모든 것을 나의 힘으로 만들었고, 그 끝없는 성장에 스스로 취했다.]

 

그 결과 Heaven까지 집어 삼킬 만큼 비대한 몸집을 지니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다스리는 세상을 통째로 이끌고 그대로 Heaven로 돌격했으나, 그곳에서 최초로 좌절했다.

 

[그곳에는 신이 없었거든. 내가 먹어치울 게 없었어. 게다가 Michael은 맛도 덜하면서 성가시게 강했고. 목숨을 걸고 부딪치기에는 아까웠지.]

“내가 들은 이유랑은 조금 다른데?”

[설마 아랫것들이 우리의 의사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당장 Army of Heaven의 사Senior Angel장들조차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듣고 보니 너무나 옳은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Yu Ilhan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확인했다.

 

“그럼 Brilliant Army of Light도?”

[사탄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신실하고 아름다운 남자지. Fallen Angel들은 그저 그 자가 발하는 빛에 취해 날뛰고 있을 뿐이야.]

“Garden of Sunset은?”

[그쪽은 알 수가 없어. 하지만 그 수장이라는 남자도 무척 재미난 남자겠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야. 자, 그러면 이쯤에서 슬슬 원래 주제로 돌아가겠다만.]

 

Destruction Demon Army의 수장, 그 누구보다도 무식하고 파괴적으로 날뛰리라 예상했던 남자 Greed는 더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Yu Ilhan에게 말했다.

 

[너는 다가올 파멸을 인지하고 있는가?]

“뭐?”

 

Yu Ilhan은 반문했다.

괴물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까 말했을 텐데. Heaven에 신은 없었다고. 그러니 다시 말해 신은 죽은 것이다.]

 

아마 Yu Ilhan이 과거 니체를 읽은 적이 없었더라면 그의 말에 제법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단순한 결론을…….”

[지구 이후로 새로이 탄생한 세상은 없다. 많은 세상이 멸망했거나 멸망해가고 있다. Upper세계조차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병합되어 더욱 큰 세상으로 거듭난다고 해도, 언젠가 멸망당한다. 네 손에 의해 파괴된 Brilliant Army of Light의 세상처럼.]

“그래서 어쩌라고? 이제 와서 세상 평화 캠페인이라도 같이 하자고?”

[나는 파멸을 원하지만, 모든 것이 사라지면 내가 먹을 것조차 남지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을 속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니…… 새로운 신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 새로운 창조주를, 모든 세상을 다스리고 만들어낼 자가 필요하다.]

“네가 또다시 마음껏 먹어치우기 위해서?”

[바로 그렇다. 그리고 나는.]

 

Greed는 또라이같은 소리를 지껄였다.

 

[네가 그 새로운 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8

———————————————-

 

“아, 그래.”

 

Yu Ilhan이 냉정하게 돌아서자 괴물은 킥킥 웃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하는군?]

“어, Yeah.”

[신은 죽었다. 나는 그저 먹어치울 뿐이고, 사탄은 결국 신에게 종속된 자일뿐이다. Garden of Sunset은 그저 방관할 뿐이다. 유사 이래 창조의 영역에 이른 자는 신을 제외하고는 너, Yu Ilhan밖에는 없다. Helianna의 부활을 보고 확신했지.]

“그건 단지 녀석의 반 남은 혼을…….”

[그래, 아직은 부족해. 네 격도, 마나도, Record도, 모든 것이 부족해. 물론 그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엔 충분했지만 말이야.]

 

그것을 인지해주고 있다니 다행이다. 누누이 말했듯 Yu Ilhan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괴물의 말은 그 뒤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너는 네가 더 높은 영역에 이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어. 그렇지 않은가?]

“…….”

 

그렇다. Yu Ilhan은 인지하고 있다. 집단이란 어째서 존재하는가, 세계의 종속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격을 계속해서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단순히 적을 죽여 레벨을 올리는 것 이외의 방법을 Yu Ilhan은 이제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세계를, 무수히 많은 세계를 거두어야 한다.

 

“Upper세계 쟁탈전에 끼어들라 이거지.”

[너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 나는 단지 네 목표를 보다 명확히 설정해주고 싶을 뿐이다.]

“새로운 신을 만들어 네가 포식할 것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바로 그거야. 이제 조금씩 말이 통하기 시작하는군. 즉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다.]

 

파충류의 그것 같은, 수백갈래로 갈라진 검붉은 혀가 허공을 날름거리며 독기 어린 숨을 토해냈다. 직후 저 괴물의 입에서만큼은 죽어도 나올 것 같지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동맹.]

 

Yumir가 Yu Ilhan의 손을 꽉 잡았다. 저 끔찍한 괴물과 한 편이 되는 것만은 죽어도 싫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상 지금 시점에서 가장 약한 세력의 수장인 Yu Ilhan에게는 놈의 제안이 제법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동맹이라.”

[비록 세력은 가장 적다지만, 너는 지금 존재하는 초월자 중 가장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누구도 너를 무시할 수 없지. 그것은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너와 서로에게 동등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Brilliant Army of Light과 Garden of Sunset을 지우는 것이 1차 목표다. 그 두 집단의 세상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자. 나 자신을 유지할 Magic도 얻을 수 있을 테고, 네 격도 충분히 상승하겠지. 그 다음은…….]

 

최종목표는 놈에게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Heaven을 지우자 이거지.”

[Heaven을 흡수하여 지구를 제 2의, 아니, 제 1의 세상으로 만들어라. 네가 신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창조주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너의 대적자로 남아주겠다.]

“끝까지 동맹을 유지하자는 거짓말은 안 하는구나?”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욕망에 솔직하다. 네가 새로이 만들어낼 모든 것들의 맛이 지금부터 궁금해 미칠 지경이야.]

 

Yu Ilhan은 풋, 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사탄을 찾아갈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Brilliant Army of Light이 너를 보호하던 것을 떠올리고 말하는 것이라면…… 그는 더 이상 네게 우호적이지 않을 거야. 이미 네가 완성되었기 때문이지. 오븐에서 피자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던 자가, 피자가 완성된 후에도 그냥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을 보았나?]

“비유 한 번 맛깔나게 하는구나.”

 

Yu Ilhan도 그냥 한 번 해본 말이었다. 그는 딱히 Brilliant Army of Light과 동맹을 맺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놈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귀찮았다. 혼자서 알아서 할 수 있었는데도 괜히 끼어들었다가 멋대로 죽어나간 바보들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Yu Ilhan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움직인다는 상황을 상정한 적이 없다. 왜냐면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외톨이는 강하다. 기대지 않고 오롯이 홀로 설 수 있다.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동맹 제안은 거절하겠어.”

 

괴물의 도움 또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난 내가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일 거야. 세상이 멸망해? 먹어치울 게 없어? 알 바 아냐. 난 내가 머무르는 세상만, 내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들만 보호하면 그만이야. 그리고 만약 네가, 다른 무뢰배들이 그것들을 노린다면 내가 나서서 없애버릴 뿐이지. 내가 뭐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모양인데 사실 난.”

 

그는 씩 웃었다.

 

“엄청난 소인배거든.”

[소인배라, 지상 최강의 소인배로군. 하지만 지금의 네가…… 울타리를 지킬 수 있을까?]

“그야 지금은 힘들겠지.”

 

한없이 거대하고 막막한 존재를 앞에 두며 Yu Ilhan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격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었다.

 

지금 Yu Ilhan은 절대로 이 자를 이길 수 없다. Michael을 꺾은 것도 어디까지나 상성으로 완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불 속성도 지니고 있지 않고, Artifact도 두르고 있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육체만으로 강대한 Magic을 뿜어내고 있는 괴물을 대체 지금의 Yu Ilhan이 어떻게 꺾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시간을 벌 수는 있어. 네놈이 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있지.”

[아니, 난 지금부터 너와 적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저 내 제안을 주의 깊게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다. 왜냐면 곧.]

 

괴물이 웃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없는 거대한 입을 쩍 벌려, 그 안에 돋아난 크고 작은 흉측한 이들을 전부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너 역시 깨닫게 될 테니까. 내 추악한 겉모습보다도 더 추악한 저치들의 모습을, 네가 가만히 있어도 네게 찾아올 전쟁의 기운을. 그때 다시 한 번 내 제안을 떠올려라. 나는 언제든 네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다.]

 

성문이 다시금 열렸다. Yu Ilhan은 Yumir와 함께 돌아섰다. 괴물이 만족스럽게 웃는 목소리가 무척 거슬렸다.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흥.”

 

성문이 닫히고, 성의 모습과 함께 놈의 끔찍한 기운도 자취를 감추었다. Yu Ilhan의 Counter 스킬은 69레벨까지 성장해 있었다.

 

[끝났어? 끝났어?]

[그럼 이제 우리랑 놀자!]

 

Yu Ilhan이 일을 마치고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포식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덤벼들었다. 물론 그들의 놀자는 말은 나도 네 살점을 조금만 뜯어먹어보자는 뜻일 터, Yu Ilhan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밝게 웃으며 Spear 허공에 휘저어 놈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경험치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이제 이 정도 격을 지닌 존재들을 사냥해서는 레벨이 오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인벤토리 다 찼다니까 말 더럽게 안 들어요.”

“아빠, 이제 돌아가자. 나 졸려.”

“그래, 아빠도 피곤해졌어.”

 

놈의 방대한 기운에 맞서 끊임없이 Counter 스킬을 컨트롤해야 했으니 지치지 않을 수가 없다. Yu Ilhan은 하품을 하며 Warp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이 완전히 발동하여 그와 Yumir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놓기 전, 문득 Elkatra 저 너머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Wall of Chaos이 보였다.

 

그 너머로 그 세상이 존재할 터이다. 신이 없는, Angel들로만 가득한 방대한 빛의 세상이.

 

“같이 Heaven을 부수자 이거지.”

 

제 욕망을 숨길 줄 모르는 괴물이, 제 딴에는 제법 훌륭한 연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나중에 먹을 것까지 생각하면서 먹어치우는 돼지가 어디에 있어. 그럼 그게 돼지냐, 소크라테스지.’

코웃음을 치며 Yu Ilhan은 생각했다. 놈이 처음부터 그렇게 현명했더라면 결코 저런 꼴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놈은 거짓말을 했거나 Yu Ilhan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기이할 정도로 언급을 피했던 Garden of Sunset의 수장이라던가.

 

“다른 집단의 수장도 한 번씩 만나봐야 하나.”

 

하지만 Brilliant Army of Light을 찾아간다면 일이 이런 식으로 흐르지는 않겠지. 사탄이 Yu Ilhan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Greed의 말에는 믿음이 갔다. 당장 Yu Ilhan이라도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Garden of Sunset 수장은 어디에 있는지도 누군지도 알 수 없다. 어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감출 수 있는 것인가도 의아할 정도다. 역시 Concealment의 경지란 심오하다.

 

“앞으로도 바빠지겠어.”

“계속해서 다른 집단이랑 싸울 거야, 아빠?”

“Garden of Sunset과 Army of Heaven을 중심으로 추궁해봐야지. Brilliant Army of Light과 Destruction Demon Army은…… 조금 천천히 두고 보자. 아, 물론 덤벼오면 패줘야겠지만.”

 

하지만 그보다 이전에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일단 내실부터 다질까.”

“내실?”

“그래.”

 

모처럼 용의 둥지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은 집단이 탄생했는데, 사실 지금 이 집단에 포함되어 있는 이는 Yu Ilhan과 Yumir, Ehjar와 Eternal Flame 정도였다.

이래서야 집단이라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다. 그 안에 소속된 이들이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격을 자랑하는 이가 아니었더라면 Yu Ilhan의 힘은 지금까지도 별 다를 바가 없었겠지.

 

“그럼 어디로 가는 거야, 아빠?”

“그야 뻔하지. Daréu야.”

 

지구로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 Yu Ilhan이 지구로 가면 살짝 사소한 문제가 생긴다. 지구가 곧장 Upper세계로 Leap한다거나 하는 문제 말이다. 주인 되는 자의 격이 높아 마나의 흐름을 이끄는데, 이미 진즉부터 준비가 되어 있던 지구라면 얼씨구나 좋다 하고 그것을 따라오지 않겠는가!

 

“안 사소한 문제 같아, 아빠!”

“우리 아들도 태클 실력이 제법이구나.”

 

그런 면에서 볼 때, Daréu는 이미 Upper세계로 Leap한 세계이며 온전히 Yu Ilhan의 수중에 들어와 있는 세계이기도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더구나 어떤 세상을 본영으로 정할 지는 Yu Ilhan의 마음에 달렸으니 Daréu를 먼저 찾는다고 해서 지구를 보살피지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때 마침 Warp 스킬이 발동했다. Elkatra의 끔찍한 정경이 흐려지고, 그들의 눈앞으로 평화로운 Daréu의 풍경이 드러났다.

 

물론 그 세상은 Yu Ilhan이 도착한 순간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세상의 Record을 전부 수집하였으며, 세상의 주민 모두의 복종을 받아낸 상태입니다. 세상 Daréu를 Dragon’s Nest 권역으로 확보합니다.]

[당신의 Record을 받아들여, 세상 Daréu의 6th Great Cataclysm이 진행됩니다.]

 

“아, 여기도 살짝 사소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기는 하구나.”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아빠!”

 

그리고 곧 정말 사소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Yu Ilhan이 Daréu에 머무르던 엘프들을 찾아가 녀석들을 보호하려고 마음먹은 그때, Yu Ilhan의 신체 내부 어딘가에서 쿵, 하고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의 망막위로 녹색의 글귀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Dragon’s Nest 수장으로서의 권능이 발동합니다.]

[당신에게 복속된 세상 구운디아가 Daréu와 융합됩니다.]

 

“……어?”

 

Upper세계가 아닌 하위세계에 불과한 구운디아가, Daréu와 융합이 된다고? 그렇다면 Daréu는 6th Great Cataclysm을 겪게 되는 셈인가, 아니라면 오히려 퇴화하는 셈인가?

더욱이 하위세계와 Upper세계의 병합이 가능하다면 여태까지 다른 네 개의 Upper집단이 하위세계들을 가만히 놔두었을 리가 없잖은가! 즉 이것은 오직 Yu Ilhan만이 지닌 권능의 결과로서……!

 

“아, 머리아프…… 우와아아악!”

 

하지만 Akashic Records는 Yu Ilhan이 천천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구운디아의 Daréu 융합은 어디까지나 신호탄에 불과했다는 듯이 그의 망막 위로 정신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신에게 복속된 세상 타이펜이 Daréu와 융합됩니다.]

[당신에게 복속된 세상 엘라이드가 Daréu와 융합됩니다.]

 

“이건 상정하지 못했던 사태인데!”

“봐봐, 아빠! 와아아, 차원이 갈라져! 저기 우리 갔던 세상이다!”

 

원래 세상이라는 게 이렇게 합체로봇처럼 쉽게 융합되는 거란 말이야!? Yu Ilhan의 눈은 휘둥그레 크게 뜨였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당신에게 복속된 세상 테로두아가…….]

[당신에게 복속된 세상…….]

[당신에게…….]

[당신…….]

 

“…….”

“와아. 와아아!”

 

세상이 갈라지고 그 너머로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 대지와 Heaven을 확장시켰다. 동쪽에서, 서쪽에서, 북쪽에서, 남쪽에서, 그리고 Heaven과 Heaven이 맞닿아 새로운 Heaven이 생겨났다.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끔찍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커져갔다.

그와 함께 Yu Ilhan이 세상에 발휘할 수 있는 dominion도 끔찍하리만치 늘어나고 있기는 했지만, 불어나는 마나와 합쳐져 변화하는 세상, 생겨나는 몬스터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아빠, 이제 어떻게 해?”

“아빠도 몰라…… 그렇지, 엘프! 일단 이 세상에 있는 엘프들이랑 Wolfkin들을 지켜야 돼! 으아아아아아아!”

 

Yu Ilhan이 정신을 차리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던 그때, 기어이 그가 단단히 걱정하고 있던 사태가 일어났다.

 

[당신에게 복속된 세상 지구가 Daréu와…….]

“그것만은 절대 안 돼!”

[지구와 Daréu의 융합이 취소되었습니다.]

“아, 취소도 되는 거구나!”

 

Yu Ilhan은 깨달음을 얻고 안도했다. 하지만 그땐 이미 지구를 제외하고 그가 Rule하게 된 모든 세상이 Daréu로 소환되어 달라붙고 있는 상황.

 

Yu Ilhan만의 세상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Chapter 41. 내가 이루겠다. – 9 [12권 끝]

———————————————-

 

“망했다.”

 

Yu Ilhan은 비타민음료 광고에 내보내도 될 만큼 상쾌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진정으로 찾아오는 깨달음…… 그것은 포기하면 편하다는 진리였다.

 

“Yeah? 아, 어쩐지. 부동심 스킬이 발동하고 있었구나.”

“아빠, 나두 그런 스킬 있었으면 좋겠어.”

“없는 게 나은 스킬이란다.”

 

당장 대륙의 크기가 수십 배 이상으로 불어나고, 산이 생겼다가 무너졌다가 협곡이 메워졌다가 솟았다가 바다가 말랐다가 끓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 정상인이었다면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심 스킬을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자니 그 후에 닥쳐올 심리적 고통이 예상되어, Yu Ilhan은 차라리 스킬을 유지하고 있기로 했다.

 

“그나저나…… 너흰 괜찮아?”

“괘, 괜찮습니다. 폐하!”

[크헝! 컹!]

 

멀쩡히 Daréu에서 잘 살고 있다가 돌연 세계가 일변하는 바람에 이리저리 날뛰고 있던 엘프들과 Wolfkin들은 차례차례 Yu Ilhan에게 구조되며 얼떨떨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구조의 방식도 실로 황당했던 것이, Yu Ilhan은 Daréu의 magic formation을 발동시켜 대지 일부만을 크게 솟구치게 해 Great Cataclysm의 영향이 미치지 못할 까마득한 고지대를 만들어내고는 백성들을 거기로 모아놓은 것이다.

 

“역시 폐하는 굉장하시구나.”

“봐봐, 폐하께서 세상을 바꾸고 계셔!”

“오오, 아름답다…… Daréu가 폐하의 손길을 받아 피어나고 있어.”

 

Daréu가 Yu Ilhan의 손길을 받아 피어나? 지금 Yu Ilhan은 어떻게든 세상을 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한 점이라고 해야 할까, 신비한 점이 있다면 본래 Daréu 대륙을 덮고 있던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이, 차례차례로 차원의 벽을 뚫고 나타나 세상에 달라붙는 다른 세상의 대륙 너머로 아무런 무리 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대비라도 하고 있던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고대 엘프들은 세계의 진화를 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겠지.”

“아빠, 힘내.”

물론 Yu Ilhan이 magic formation을 강화해 잠재력을 증폭시켜놓은 것도 적지 않게 일조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Yu Ilhan이 Daréu라는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이 결정타였겠지만…….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Yu Ilhan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오오오, 세상이 넓어진다.”

“몬스터들이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고 있어.”

“아아…… 우리의 폐하께서는 드디어.”

“……신이 되셨구나.”

 

엘프와 Wolfkin들을 보호하는 고지대와 그 위에 두둥실 떠올라 필사적으로 손을 휘젓고 있는 Yu Ilhan만을 놔두고, 세상은 터무니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압도적인 마나가 솟구치니 몬스터들이 그것을 버티지 못해 급속도로 노화하고 죽어 자연으로 흩어지며, 그 Record을 기반으로 보다 강하고 새로운 몬스터가 탄생하고 또다시 죽는다! 그것은 비단 몬스터뿐만 아니라 대자연도 마찬가지였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너무나 아름다워.”

“그리고…… 무섭다.”

 

탄생과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고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나 그것을 맞는 당envoy의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다. Yu Ilhan이 진즉 자신의 휘하에 속한 이들을 격리시키지 않았더라면 그들 역시 비슷한 결말을 맞았을 테니 그의 조치는 실로 훌륭했다 할 수 있으리라.

 

“아빠, 이거 언제 끝나?”

“아직 한참 남았어. Mir야, 일행한테 당분간 Daréu로 절대 오지 말고 대기하라고 연락해줘.”

“Yeah!”

 

Yumir가 통신기로 일행에게 사태를 설명하는 동안에도 Yu Ilhan은 쉴 틈이 없었다. 대충이나마 세상의 융합이 끝났으니, 이제 그는 실시간으로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과 공명하며 기존의 수십 배 이상으로 확대된 세상에 magic formation이 순조로이 정착하고 작동하도록 기를 써야 했다.

 

[선언 스킬의 레벨이 23이 되었습니다.]

[선언 스킬의 레벨이 24가 되었습니다.]

 

“아직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스킬이 성장만 엄청나게 하네.”

 

선언 스킬은 Record 스킬과 Rule 스킬이 합성되어 탄생한, Yu Ilhan이 Upper집단의 수장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스킬이다.

그리고 지금 Yu Ilhan은 세상을 Rule하는 magic formation을 컨트롤해 실시간으로 증폭되는 Record 모두를 받아들이고 있으니 Record 스킬과 Rule 스킬 모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당연히 그 Upper 스킬인 선언 스킬도 성장할 수밖에!

 

“……그럼 어디 한 번 해볼까.”

 

선언 스킬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실제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스킬이다. 그야말로 존재를 신의 영역에 이르게 하는 스킬이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Ruled Domain에서만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 난점이었다.

그러나 Yu Ilhan은 ‘Downfall’스킬을 지니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Ruled Domain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것은 아마도 타이틀 ‘벗어난 자’의 힘이 그의 진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리라.

 

그것뿐만이 아니다. ‘벗어난 자’ 타이틀은 Yu Ilhan이 higher existence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그를 자유로워도 너무나 자유롭게 만들었다. 누구나가 Yu Ilhan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야. 내 모든 Record과 능력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

 

본래 모든 집단의 수장은 자신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힘이 어마무지하게 증폭되고, 자신의 세상을 침범해온 모든 침략자들에게 터무니없는 패널티를 먹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각 Upper집단이 어지간하면 적의 본영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는 이유다. Yu Ilhan이 차원 항해자로서 지녔던 능력의 강화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정작 Yu Ilhan은 Dragon’s Nest 수장으로서 거듭나는 과정에서, 타이틀 ‘벗어난 자’의 영향을 받아 이런 인과관계를 무시하는 능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즉 지구나 Daréu라고 해서 그의 능력이 증폭되지도 않지만, 나락이나 Heaven로 쳐들어간다고 해도 그들의 권능에 영향을 받지도 않게 된 것.

 

그럼 적의 세상을 공격해 들어갈 때는 몰라도 수비를 할 때는 안 좋은 것이 아니냐고?

 

실로 골 때리게도 그렇지가 않다. 왜냐면 Yu Ilhan에게는 아직 차원 항해자로서의 능력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여전히 자신의 세상을 침범해오는 자들을 차단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 말도 안 되는 것은 아까도 언급했듯 Downfall 스킬로 인해 Yu Ilhan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Ruled Domain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 적어도 이것만은 그 어떤 집단의 수장을 상대로도 Yu Ilhan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이 되어줄 것이다.

비록 그가 다섯의 수장 중 레벨은 가장 낮겠지만 누구를 상대로도 순순히 밀리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있는 이유였다.

 

“좋아, 그러면.”

 

Yu Ilhan은 조심스럽게 입에 담았다. 스스로 내뱉는 Language가 기존의 Language 스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이르는 것이 느껴졌다.

 

[물과 대지를 나누어라.]

 

곳곳에서 미친 듯이 범람하던 물줄기가 진정되고, 서로 모여 호수나 바다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지 역시 아주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뭉쳐졌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계곡과 산이 생기고, 원래 있던 호수가 무차별적으로 무너지고 보다 큰 바다가 탄생하기도 했다.

 

“아, 아아아.”

“이럴 수가…….”

 

Yu Ilhan의 말에 세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엘프들은 기어이 넋을 잃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씩 붉고 밝은 flame을 뿜어내며 천지를 Rule하는 Yu Ilhan! 이미 충성도 맥스를 찍었던 엘프들은 그것을 보며 거의 광신에 가까운 믿음을 품기에 이르렀다.

 

물론 Yu Ilhan 본인은 그렇게까지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선언 스킬의 레벨이 26이 되었습니다.]

[마나가 48퍼센트 소모됩니다.]

 

“와, 미치겠네.”

 

순식간에 대량의 마나가 빠져나가며 Yu Ilhan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Yu Ilhan이 higher existence에 이르고 500레벨을 넘기게 되면서 그의 마나가 터무니없이 방대하게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48퍼센트의 마나라는 말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알 수 있으리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Daréu의 상태였다.

 

“아빠, 괜찮아?”

“응, 그래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가뜩이나 마나가 넘쳐 재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Yu Ilhan은 Daréu 각지로부터 마나를 빨아들인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를 모두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선언을 쓸 일도 많이 남아 있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세상을 이루는 마나는 magic formation에 종속되어라.]

[세상을 이루는 물질은 모두 마나를 빨아들여 강화되어라.]

[대지를 나누고 숲을 넓혀라.]

 

무수한 융합과 진화 과정을 통해 넘치다 못해 폭주할 지경인 마나의 처리가 관건이었다. 그는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이나 세상을 이루는 만물이 공평하게 마나를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되도록이면 평화로운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관장했다.

 

[선언 스킬의 레벨이 39가 되었습니다.]

 

“헥헥, 죽겠다.”

“아빠!”

“괜찮아, 그래도 이제 거의 진정된 것 같아.”

 

Yu Ilhan이 정신없이 선언 스킬을 난무하며 자신의 정신력과 마나를 혹사한 덕에, 지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키의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이 탄생하고 허공을 떠다니며 마나를 흡수해 일정 지역에 비를 뿌리는 초거대 물방울이 곳곳을 부유하게 되었다.

세상을 이루는 많은 요소가 거대해졌고 압도적으로 변했으며 아름다워졌다. Yu Ilhan이 가본 세상 중 Heaven을 제외하고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세상은 없으리라!

 

“하위세계들을 Upper세계로 끌어당겨 합치는 것이 가능했다니……. 그렇다면 Upper세계와 Upper세계는 어떨까?”

 

Yu Ilhan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사고실험의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다른 수장들이라면 몰라도 불완전하게나마 ‘창조’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Yu Ilhan이라면, 이미 완성되어 있는 Upper세계와 Upper세계를 서로 합쳐 더욱 강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것은 오직 Yu Ilhan에게만 허용된 반칙이었다.

 

“아빠, 어마어마한 거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지금 아빠도 살짝 스스로가 무서워졌단다.”

 

Yu Ilhan은 자신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는 Yumir를 향해 깊은 진심을 담아 대꾸했다. 지금 당장 그런 만행을 벌이겠다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수십, 수백의 하위세계와 합쳐진 Daréu만 해도 벅찬 실정인데 또다른 Upper세계까지 합칠 정신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욱이 제아무리 Yu Ilhan이 선언 스킬로 조율을 했다고는 하나, Daréu의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답게만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Yu Ilhan의 Record의 영향을 받은 탓에 지금 Daréu 곳곳에 extemely strong poison으로 가득 채워진 호수가 자리했고, 어마어마한 깊이로 갈라져 그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녹여 불태우는 펄펄 끓는 불지옥도 생겨났으며, 금속들이 마나에 휘둘려 작은 가루가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종의 자기력을 형성하며 일정거리를 두고 마구 회전하여 일대의 모든 것을 믹서처럼 갈아버리는 죽음의 태풍까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니까!

 

“와, 저건 4th Class까진 그냥 갈리겠는데.”

“Daréu가 아빠를 닮아가. 너무 멋져.”

 

오직 Yumir의 눈빛만이 사정없이 빛났다. 녀석은 처음부터 아빠가 대단한 존재라고 믿고 있었지만, 지금 Yu Ilhan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웠으니까! 만약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Dragon이 있었더라면 녀석은 당장에라도 그들에게 달려가 Yu Ilhan의 강함을 자랑했으리라!

 

“아빠 자랑하고 싶어!”

“하지만 Mir 너도 알다시피 이제 Dragon은…….”

 

잠깐만.

Dragon?

 

“어라, Daréu가 내 Record을 흡수하는 거라면, 더구나 원래부터 Daréu에 용족이 탄생했었던 점을 고려해본다면,”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는 몬스터들이 점차 강해지며 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아빠…….”

 

Yu Ilhan보다 아주 조금 빠르게 변화를 감지한 Yumir가 몽롱한 눈빛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Dragon이, 느껴져.”

“……그러게.”

 

Yu Ilhan은 침을 꿀꺽 삼키며 대꾸했다.

 

Yu Ilhan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지금까지 그가 지나오며 복속시킨 모든 하위세계와 융합을 이룬 끝에 사상 최대 규모의 6th Great Cataclysm을 이룬 Daréu에.

 

새로이 Dragon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1

———————————————-

 

[나는……!]

[아아, 생을 얻었다. 자아와 함께 찾아드는 햇빛이 실로 찬란하다.]

[보이는구나. 만져지는구나. 들리는구나. 풋풋한 풀의 냄새가, 달콤한 공기의 맛이…… 느껴지는구나!]

 

누가 Dragon 아니랄까봐 탄생하면서 내지르는 소리도 범상치가 않다. 자신이 오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신생아는 처음이었다!

 

[아아아아아!]

[나의 창조주여. 내게 지성을 깃들게 한 위대한 주군이여! 감사를 드리나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듣고 있기 민망한 신생아들의 울음소리가 대륙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물론 Daréu에 새로 탄생하고 있는 모든 몬스터가 Dragon일 수는 없었으나, 본래부터 용족을 배출하는 Daréu라는 세상의 특성, 모든 Dragon을 Rule하고 다스리는 Yu Ilhan의 Record이 합쳐져 그래도 제법 많은 숫자의 Dragon이 태어났다.

 

그러니까 족히 백만 마리 정도는 되었다.

 

“맙소사…….”

“여기서 더 불어날 것 같아, 아빠.”

 

더욱 끔찍한 것은, 여타의 용족도 아니고 ‘성체의 Dragon’인 만큼 그들은 탄생부터 최소한 4th Class에 200레벨을 보유하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조차 최소레벨이고, 6th Great Cataclysm을 겪은 데다 수십 개의 세상과 융합까지 이루어진 세상인지라 타고난 순간부터 270, 280레벨을 돌파하는 괴물들도 있었다.

 

“생이란 정말 불합리하구나.”

“인생이 원래 그런 거라고 아빠가 그랬잖아.”

“그래, 그랬지.”

 

하지만 그런 만큼 레벨에 비해 스킬은 허접할 터, 오랜 세월을 살아내어 280레벨에 도달한 자들과 비교한다면 약할 것이다. Yu Ilhan은 그쯤에서 대충 납득하기로 했다.

 

그가 정말로 납득하기 힘든 일은 그 다음 순간부터 일어났다.

 

[저곳에 계신다.]

[우리의 창조주, 우리의 어버이.]

[위대하고 찬란한 Lord가.]

“……음?”

 

Yu Ilhan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끝도 없이 넓게 펼쳐진 Daréu 대륙 곳곳에서 마나 반응이 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Dragon들이 동시에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발생한 마나의 진동이었다!

 

[그분께.]

[절대자께!]

 

Dragon들은 본능적으로 Yu Ilhan이 있는 곳을 알고 있는 것처럼 모두 한곳을 향해 날아왔다. 그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탄생한 녀석들은 빨리 도착했고, 늦은 곳에서 탄생한 녀석들은 끊임없이 날개를 펄럭이며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그 거대한 덩치를 지닌 Dragon들이 모두 똑같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솔직히 공포 외의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

 

“뭐야, 쟤네 미쳤나? 다 왜 저래.”

[주인은 모든 Dragon의 주인이며 어버이이다. 당당한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라.]

 

Ehjar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진중했다. 언제나 Yu Ilhan을 향해 틱틱대며 정신적으로 불복하는 느낌이 있었던 그가 지금은 엄숙하고 경건함마저 어린 목소리로 그를 대하고 있었다.

 

[주인은 나를 굴복시키고 당당하게 선언했었지. 이제 그 말대로 주인이 모든 Dragon의 로드가 되었으니, 직접 그들을 이끌고 전진하라.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을 해내라. 이것은 패배자의 부탁이요 기원이다.]

“부탁이요 기원이라고…….”

 

절망의 Dragon으로 군림하며 세상을 다 가진 듯 오만한 Ehjar였으나, 그라고 해서 처음부터 그 모습은 아니었을 터.

 

무수한 세월을 거쳐 그 자리에 이르렀을 것이고, 거기에 이르기까지 품었던 무수한 생각과 소망이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Yu Ilhan은 여태까지 Ehjar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 대륙 곳곳에서 탄생하여 모여드는 Dragon들을 보며 격동하는 Ehjar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Curse와 욕망으로 찌들었던 Dragon은,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한 끝에 비로소 그 탁한 진흙과 같이 어둡고 더러운 감정들 속에서 진주처럼 반짝이는 초심을 꺼내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알겠다.”

 

이제 막 태어났을 뿐인 Dragon들이 Yu Ilhan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모여드는 상황이 당혹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Yu Ilhan이 모든 Dragon의 Lord가 되는 시점에서부터 이 일은 예견되어 있던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그는 Lord로서 책임을 져야 했다. 적대는커녕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Dragon들을 내치는 것은 Yumir를 내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너와 계약할 때 약속한 것이니, 저 Dragon들을 책임지겠어.”

[고맙다.]

 

Ehjar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내뱉고는 침묵했다. 그러는 중에도 Dragon들은 점차로 Yu Ilhan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Yu Ilhan을 중앙에 두고 빙 둘러싸는가 하면 지상에 날개를 접고 앉아 그를 올려다보는 녀석도 있었다. 세상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수십만을 넘어가는 숫자의 Dragon이 모여도 Heaven은 끝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위대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주군.]

[강해. 아아, 실로 강한 분이다.]

 

Dragon들은 모두가 Yu Ilhan을 우러러보며 눈을 빛냈다. Yu Ilhan이 이 거대한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가 몸 안에 품은 방대한 마나, 작은 몸 안에 감추어진 God Force을 알아본 탓이다. Yu Ilhan은 백만에 이르는 Dragon의 초롱초롱한 선망의 시선이 무척 거북했으나 Yumir는 제법 신나 했다.

 

“아빠, 쟤네 다 나보다 약해!”

“그래, 우리 Mir는 이제 많이 강해졌지.”

“기뻐!”

 

Yumir가 기뻐하는 이유는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리라. 제아무리 Yu Ilhan과 다른 이들이 녀석을 아낀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여태껏 Yu Ilhan이 Dragon을 적대해왔으니 자신의 마음을 Yu Ilhan에게 말하지는 못했을 터이나, 동족에 대한 그리움은 당연히 있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이제 저렇듯 Yu Ilhan을 따르는 Dragon들이 탄생하니 녀석은 그것이 기쁜 것이다.

 

“너희는 뭐가 하고 싶어? 솔직하게 말해봐.”

 

비록 방금 태어났다지만 그들은 사고를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Yu Ilhan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놈들은 Yu Ilhan의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꾸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주군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야 물론 놈들이 지껄일 말이라곤 대체로 정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Yu Ilhan은 이미 진즉 예상하고 있던 사태에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강해지게 해주지.”

[감사합니다!]

 

백만의 Dragon이 일제히 환희의 포효를 내질렀다. Yu Ilhan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인벤토리로부터 여태까지 남겨두고 있던 모든 Dragon의 고기를 꺼내어 떨구었다.

4th Class의 Dragon의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그 가운데에는 5th Class Dragon의 살점도 제법 있었고, 6th Class Dragon인 Teraka의 살점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절망의 Dragon Ehjar의 살점조차 조금이나마 포함되어 있었다.

 

“너희 첫 식사야. 이걸 먹고 나서 식후운동을 해야 할 테니 알아서 자기 몫을 챙기는 게 좋겠지.”

 

Yu Ilhan이 말하는 식후운동이 평범한 운동이 아니리라는 사실은 생후 20분이 지났을 뿐인 Dragon들이라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Yu Ilhan의 Record에서 비롯된 존재들이기에 Yu Ilhan의 개떡 같은 말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지금부터…….]

[이게 첫 번째 과제구나!]

 

무수히 많은 Dragon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투기를 불태웠다. 그들을 강하게 만들어줄 Dragon의 고기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고 경쟁자는 많으니, 지금은 무력으로 승부를 가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아무도 죽으면 안 된다. 너희는 이제부터 전원 형제이니, 형제를 죽인 녀석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줄 알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 우렁차고 씩씩한 대답이나 허공에서 불타오르는 Upper flame Magic으로 볼 때, 정말로 간신히 죽어나가지 않을 정도로만 싸우려는 모양이었다.

 

“이제 Mir는 저런 거 필요 없지?”

“Yeah. 어린 애들은 원래 더 많이 먹고 커야 해.”

 

Yumir는 피가 터져라 싸우는 아기 Dragon(덩치는 거대하지만)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마 놈들 중 운이 좋아 Ehjar의 살점을 취하는 녀석은 higher existence가 될 기회도 빨리 잡을 수 있으리라.

 

Yu Ilhan은 Heaven과 대지 모두를 전장으로 삼아 날뛰는 백만 마리의 Dragon들의 장엄한 첫 끼니 전쟁을 보며 참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거대한 Dragon들이 무수히 엉켜 Magic을 토해내고 육탄전을 벌이는 광경은 Yu Ilhan이 여태껏 보아온 어떤 전투보다도 박진감이 넘쳤는데, 그들의 목적이 고작 식사라니…….

 

“다들 많이 배고픈가 봐.”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인간이 같은 인간의 고기를 먹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중죄지만, Dragon이 Dragon의 고기를 먹는 것은 앞서 간 동족들의 의지를 잇는 숭고한 의식이다. 저들도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리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저 녀석들이 제일 먹고 싶어 하는 건 다름 아닌 네 살점일 텐데.”

[이제는 쓸모없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그것이 후배들을 강하게 만든다면 나는 기쁘다.]

“……제법 순순해졌네.”

 

이제 Ehjar를 떠보는 건 그만해도 될 지도 모르겠다. Yu Ilhan은 어깨를 으쓱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만들어놓은 고지대에 옹기종기 모여든 엘프와 Wolfkin들이 Dragon들의 사투를 보며 입을 떠억 벌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Dragon들이.”

“아직도 혼자 상대할 자신은 없는 괴물들이, 백만 마리씩이나…… 폐하는 실로…… 실로 위대하셔.”

 

그야 여태까지 맞서 싸워야 할 적에 불과했던 끔찍한 Dragon들이 Yu Ilhan 앞으로 모여들어 그의 명을 따르는 광경은 경이롭게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Yu Ilhan은 잔뜩 긴장하는 엘프와 Wolfkin들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녀석들을 안심시켰다.

 

“혹시 Dragon Rider 하고 싶은 녀석들은 미리 신청해라.”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저렇게 Dragon이 많으니 설마 수백 명 정도는 태울 수는 있지 않을까! 싫어한다면 강제로 집행할 뿐이다. Yu Ilhan은 내심 그렇게 다짐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엘프들은 이렇게 하여 울프 라이더에 이어 Dragon Rider 직업군을 개척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서 효과음이 들려와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만큼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구로 바로 오는 것이 겁나 Daréu로 오기는 했지만, 어쩌면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는걸.”

 

Dragon을 다스리게 된 Yu Ilhan이, Dragon이 탄생하는 세계를 최초의 점령지로 선포했다. 그만의 특성 덕에 여태껏 그가 거쳐 오며 휘하에 두게 된 하위세계들과의 병합까지 일어났다.

세계는 커졌고 최Upper의 자질을 지닌 Dragon들이 태어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기적이라고 불러도 될 축복이다.

 

“슬슬 끝나가는 모양이네.”

 

6th Great Cataclysm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벤트가 벌써부터 마무리된 것은 아니겠지만 이젠 대기의 마나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젠 길을 걷다가 썬더 스톰과 조우할 일은…… 아마 조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폐하,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Yu Ilhan이 세상을 둘러보며 고뇌하는 모습을 본 엘프 한 명이 그를 불렀다.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앞으로 Daréu에서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해보고 있었어. 한순간에 너무 많은 게 바뀌었거든. 너희 엘프들과 Wolfkin들도 더욱 강해져야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 테고…….”

“저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씩씩해서 좋구나. 하지만…….”

 

Yu Ilhan의 눈에는 세계 각지에서 태어나고 있는 몬스터들의 모습이 너무나 잘 보였다. 그것들을 지금의 엘프와 Wolfkin들이 상대하는 것은, 단언컨대, 무리였다.

태생부터 강하게 태어난 것이 어찌 Dragon뿐이겠는가? 족히 레벨 270을 넘는 초대형 괴수 몬스터들이 지금 Daréu에 폭발할 기세로 생겨나고 있었다. 환경의 변화가 줄어들면서 마나가 다른 방향으로 쏠려, 결국 생물의 변화와 탄생이 가속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저 끔찍한 몬스터들과 싸워 살아나가려면 Dragon들의 도움이 필요할 거야.”

“저희가 감히 폐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정말 저것들과 저희가 공생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엘프들. 그야 모든 엘프는 한때 Dragon을 피해 살아가는 것만이 생의 Yu Ilhan 목표였으니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Yu Ilhan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저들은 모두 내게 복종하며 거스르지 못하고 있으니, 너희가 걱정할 만한 일은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앞으로는 쟤네들보다 훨씬 더 두렵고 짜증나는 상대와 싸우게 될 수도 있어.”

[크르르르르릉!]

“저희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폐하께서 지켜봐주신다면!”

 

두렵고 짜증나는 상대라는 말에 오히려 좋아하는 변태 Wolfkin들과 겁을 내면서도 용기를 내어 부르짖는 엘프들. 음, 새삼스럽게 정신교육을 할 필요는 없으리라.

 

Yu Ilhan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Dragon들을 돌아보았다. 백만 마리의 Dragon들은 이제 막 치열한 첫 끼니 전쟁을 마치고 Yu Ilhan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럼, 어디…… 허.”

 

어떤 녀석이 강해졌는지, 그중에서도 어떤 녀석이 Ehjar의 살점을 취했는지 확인한 Yu Ilhan은 뜻밖의 결과에 놀라고 말았다.

 

[후우, 크호오오오오오오!]

 

한 놈이 Ehjar의 살점을 독차지하고 전부 먹어치운 것이다.

 

“욕심쟁이구나.”

[아버님, 저는 강해지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 있었다. 탄생 당시부터 레벨 280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하는 아이였는데, 비늘의 색 또한 짙은 빨강으로 Yu Ilhan의 관장 영역인 flame의 힘을 지닌 녀석이었다.

물론 Ehjar의 살점을 먹어치운 지금은 단숨에 294레벨까지 뛰어올랐다. 아마 다른 스킬들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했으리라. 탄생부터 5th Class였던 Mystic 이후로 Yu Ilhan이 보는 가장 축복받은 탄생이었다.

 

[저는 이보다도 더욱 강해지고 싶습니다. 쟁취하고 싶습니다!]

“좋아. 지금부터는 네가 이 집단의 리더다. 네게 루비라는 이름을 주지.”

[기쁩니다!]

 

빨강이니까 루비, 너무 대충 지은 것이 아니냐는 무언의 타박을 가하는 Yumir의 눈길을 피하며 Yu Ilhan은 크게 상처 입은 Dragon들을 치료했다. 단지 녀석들에게 기적의 요람에 숙성시킨 Dragon의 피에 자신의 피를 조금 섞어 만든 포션을 뿌려주기만 하면 되었다.

 

[아버님,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타고난 스킬들을 수련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목숨에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가볍게 몬스터들이랑 싸워보도록. 앞으로도 너희의 제일목표는 이 세상에 너희 외의 다른 몬스터가 군림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Dragon들이 모여들었던 때와 비슷한 모습으로 일시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루비가 거대한 함성을 내지르자 Dragon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녀석의 함성에 맞추어 높은 목소리를 냈다.

 

[다녀오겠습니다!]

 

Dragon들의 우렁찬 인사. 아이를 첫 심부름 보내는 부모의 심정으로 Yu Ilhan은 녀석들을 떠나보냈다. 죽지만 않으면 된다, 죽지만 않으면.

 

“아빠, 그럼 이제 뭐해?”

“뭐하긴.”

 

Yu Ilhan은 눈을 빛냈다. 아직 Great Cataclysm의 여파는 남아있고,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은 극도로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다. 더욱이 엘프와 Wolfkin들이 머무르고 있는 기형적인 고지대를 이대로 남겨둘 수도 없으니…….

 

“지금부터는 모두가 살아갈 도시를 한 번 건설해볼까.”

 

본격적으로 창조자의 혼이 불타오르는 순간이었다.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2

———————————————-

 

Yu Ilhan이 흡사 천지창조와 같은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을 즈음, Yu Ilhan의 파티 멤버들은 오직 그만 제외하고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함께 Upper세계들을 정벌해가고 있었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네놈들 따위가 Upper집단을 거스르려는 것이지?]

 

그들에게 Curse 가득한 질문을 던진 자는 Brilliant Army of Light 소속의 Upper세계 피에타의 수문장, 6th Class의 Fallen Angel 제아르였다. Yu Ilhan의 개조에 의해 이동하는 핵폭탄 수준으로까지 강화된 Sky Castle과 수호성의 공습을 받아 순식간에 세계를 지키고 있던 대부분의 Fallen Angel가 죽어나가고, 몇 번의 공격이 오간 끝에 결국 놈밖에는 남지 않게 되고 만 것이다.

 

“배짱이라니. 정말 배짱이 좋았다면 이런 짓은 못하는 거지. 내가 죽을까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까봐,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이 죽을까봐 두려워서, 소심하고 약해서…… 그래서 이제야 겨우 행동에 나선 것뿐이야.”

 

Liera가 대꾸했다. 일행 중 가장 강한 것은 물론 Helianna이지만, 그녀에게는 물리능력이 부족했기에 Liera가 Yu Ilhan과 헤어져 일행에게 복귀하고부터는 그녀가 항상 일행의 앞에 서고 있었다.

 

“우리가 살려니까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어지더라구. 미안해, 우리도 우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냥…… 전쟁이라고 생각해. 우리 모두 여태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말이야.”

[날개 잃은 Senior Angel Liera…… 인간의 개가 되니 좋더냐!]

“개는 너 같은 녀석들을 말하는 거고…… 피앙세라고 표현해줄래?”

 

Liera가 어깨를 으쓱이며 Spear 치켜들었다. 그녀의 사랑의 힘이 깊어갈수록 성장하며 Attack Power이 높아지는 사랑의 창의 특성상, Spear 나날이 강해진 끝에 지금은 무려 Attack Power 16,000을 돌파해 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금속의 Lord가 된 것도 또한 그녀의 Spear 강화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덤벼. 1대1로 끝내주지.”

[영락한 자가 맨몸으로 6th Class의 힘을 유지하고 있는 내게 덤비려 하다니 실로 어리석구나.]

“어리석은지 아닌지는 붙어봐야 알겠지. 그렇지?”

[감히……!]

 

물론 Liera라고 무턱대고 돌진한 것은 아니다. Yu Ilhan이 만들어준 배틀 드레스 유혹의 깃털은 물론이고 온갖 악세서리로 스스로의 Magic과 힘을 끌어올리고, 거기에 Na Yuna의 축복까지 받아 능력을 최대한으로 만들고 나서, 적을 압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다음에야 돌진했다. 고독한 자였다면 모르되, 그녀에게는 지켜야 할 사람과 만나야 할 사람이 많이 있으니까.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후, 정리 끝.”

 

불과 몇 분의 격전 끝에 제아르의 목숨을 완전히 끊어놓은 Liera가 아직도 파동의 힘이 남아 부르르 떨리는 창의 Magic을 솜씨 좋게 갈무리하며 제아르의 시신을 수거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Helianna가 감탄사를 발했다.

[어쩜, 싸우는 뒷모습은 자기랑 조금 닮았네.]

“Ilhan이한테 Spearmanship을 가르친 게 나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그렇게 순식간에 자기한테 능력이 뒤쳐진 기분은 어때? 응, 어때?]

“너무 좋아. 지금의 Ilhan이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고 기뻐. Ilhan이와 없을 때도 내가 Ilhan이와 일부나마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잖아?”

[……쳇.]

 

Liera를 놀릴 거리를 또 하나 붙잡으려던 Helianna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Liera를 마주하며 혀를 차고 말았다.

괜히 사랑의 신의 축복이 아니었다. 비록 Yu Ilhan에게 진실한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는 하나, 그녀는 수백 년 넘도록 사랑을 가꾸어온 Liera와 비교하면 애송이에 불과했다!

 

“이것으로 정리되었군요. 그럼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까요. 이번에도 Brilliant Army of Light입니다만…….”

“이러다가 정말 사탄이라도 출동하면 어떻게 해?”

[사탄이 움직이게 되면 그땐 다른 집단의 수장도 다 움직일 테니, 그들이 우리를 직접 잡기 위해 나서는 순간이 모든 집단이 대대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순간이 될 거야. 그리고 그거야말로 우리 자기가 노리는 때이기도 하고.]

“그때가 오면 다 죽는 거 아닌가요오!?”

 

Na Yuna가 경악하며 외쳤지만 Helianna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이대로 있으면 어차피 지구에서 끝장이 난다니까? 그러니 차라리 수장이라는 작자들을 약화시킬 수 있을 만큼 약화시키자는 지금 자기의 생각이 맞는 거야. 그리고 잊은 건 아니겠지?]

 

Helianna의 눈빛이 요요하게 반짝였다.

 

[이렇게 우리에게 많은 Record을 모으게 하는 것도, 스스로 가장 위험한 곳에 몸을 던지는 것도 전부 각성을 이루기 위해서라구. 자기가 어엿한 higher existence로, 집단의 수장으로 탄생하게 되면…… 그땐 더는 다른 집단의 수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정말 그렇게 모든 것이 바뀔까요오?”

[당연하지. ……아니, 어쩌면 우리 자기가 가장 높고 위대한 자리에 서게 될지도 몰라.]

 

Army of Heaven이 섬기는 신을 생각해본다면 지금 Helianna의 말은 굉장히 무례한 것이었으나, 다른 일행은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신에 대한 믿음이 희미하게 남아있던 Liera와 Erta조차 그녀에게 retort 걸지 않았다. 사실 그녀들도 내심으로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가씨. 게이트는 언제 만들려고 그래?]

 

Yu Ilhan을 찬미하다시피하며 뜨거운 대사들을 내뱉은 Helianna가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볼을 밝히며 Kang MiRae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Kang MiRae의 표정은 제법, 아니 터무니없이 어두웠다.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하지만 게이트가 열리지 않아요.”

[하지만 아가씨, 차원을 넘는 게이트를 만들어내는 게 아가씨의 능력이잖아.]

“외부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어요. Ilhan 씨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해도 되지 않아요. 어째서, Akashic Records가 Record하는 그 누구를 상대로도 이 능력이 막힐 일이 없다고 믿고 있었는데…….”

[……뭐?]

 

Helianna가 반문했다.

 

“자기가 준 Artifact조차 발동하지 않는다고?”

 

단순히 Kang MiRae의 능력이 막혔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서는 창조주 이래 가장 높은 영역에 이른 Yu Ilhan의 Artifact가 성능불량을 호소하고 있다고? Helianna는 자신의 Artifact를 확인해보았고, 그것은 진짜였다.

 

Yu Ilhan과의 연락 수단이 끊겼음을 알아챈 Liera가 떨리는 목소리로 Helianna에게 물었다.

 

“……사탄이라도 나타났어?”

[사탄이라고 해도 우리 자기의 Artifact를 막을 수는 없어. 이건…….]

 

[상정 외의 사태.]

 

Helianna가 결론을 내기 직전, 일행 중 그 누구의 것도, 세상 피에타에 존재하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목소리가 세상 전체를 덮었다. 고저가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성별조차 파악할 수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다섯 번째의 집단, Akashic Records의 이레귤러.]

 

목소리의 주인이 허공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연신 희뿌연 빛을 발산해내는, 인간과 비슷한 몸집에 유선형의 몸을 지닌 기분 나쁜 생물이었다.

 

[역천의 힘을 얻기 전 제거한다.]

 

다만 그것에게는 그들이 익히 알던 종족과 비슷한 특징이 있었는데,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겨울바람에 펄럭이는 커텐처럼 보이는 세 쌍의 날개와, 머리 위로 파지직 스파크를 튀기는 이형의 광륜이 바로 그것이었다.

 

[말도 안 돼…….]

 

Helianna는 그것을 보며 몸을 살짝 떨었다. Erta와 Liera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거, Angel야?”

“하지만 Angel라기엔…….”

[제거한다.]

 

놈이 인간의 팔에 해당하는 부위를 들어 Sky Castle을 조준했다. 모두가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고, Mystic이 기세를 높여 외쳤다.

 

[모두 요새 안으로!]

 

일행이 그녀의 말에 따르자마자 순식간에 Sky Castle 위를 덮는 Barrier, 그 위로 퍼져나가는 켈라투크의 철갑! 철갑이 완벽하게 Barrier 위를 덮고 그것이 회전을 시작하는 찰나에 놈으로부터 일직선으로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광선은 격렬하게 회전을 일으키는 철갑의 방어막과 충돌해 어마어마한 소음을 일으켰다.

 

[꺄아아아악, 무지 세! 엄청 세! 이거 대체 뭐야, 마나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도와줄게에! Laterna 님, 젖 먹던 힘까지이이이!”

“여신이 젖 먹던 시절을 어떻게 기억해!?”

 

Na Yuna가 성역을 활성화하여 Mystic에게 힘을 보탰다. 여신의 힘은 회복하고 보호하는 힘! 성역 전체를 채운 신성력이 Barrier에 흡수되어 금을 잇고 강도를 높였다. 그렇게 했음에도 놈의 광선을 막아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언컨대 놈은 여태껏 그들이 마주했던 가장 강한 적이었다. 더욱 골 때리는 점은 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대체 저 괴물은 뭐야, Ilhan이가 있었으면 Record 스킬로 금방 정체를 알아봤을 텐데…… 이이익.”

 

다음 순간 Liera는 또다시 자신이 Yu Ilhan만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의 입술을 찰싹 두드렸다. 아무리 Yu Ilhan의 능력이 대단하다지만, 한때 홀로 세상의 정점을 찍었던 그녀가 나약하게 타인의 도움만 바라고 있다니!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시 Spear 들었다.

 

“아니지. 모르면 나서서 파악하고, 그리고 쓰러트려야지……!”

[같이 하자, 전직 Angel 아가씨. 아가씨가 죽으면 우리 자기가 날 얼마나 미워할지.]

[나도 거들어야겠군.]

 

Liera와 Helianna, Orochi가 Barrier를 통과해 앞으로 나섰다. Yu Ilhan이 만들어낸 혼신의 방어막과 백중세를 이루는 광선을 쏘아내는 괴물을 상대로 하면서도 그들의 눈빛은 전의로 타오를 뿐이었다. Mystic이 다급히 다수의 거울을 쏟아내어 그들을 근접 호위했다.

 

[분명 마나겠지만 미세하게 다른 기운이니 조심해! 일단 최대한 분석해서 반사해 보려고는 하겠지만…… 파괴거울을 너무 믿지 마!]

“알겠어.”

 

전위는 완벽했다. 그 뒤로 Kim YeSeul과 Kang MiRae, Erta가 Magic을 준비했다. 그들의 목적은 저 정체모를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것보다는 놈의 약점을 드러내고 행동을 구속하는 데에 있었다. 일그러진 헤일로와 날개를 지닌 Angel인지 아닌지 모를 적 또한 일행의 태세에 눈치 챈 모양이었다.

 

[이레귤러의 무력을 상향 조정. 레코드로부터 추가 Record을 로드.]

 

놈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할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대체로 소설이나 영화나 만화에서 이레귤러 따위의 말을 지껄이면서 뜬금없이 나타나 모든 것을 파괴하고는 하는 깡패 자식들은 뒤에 숨어서 모든 일을 꾸미고 있던 개자식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이제 슬슬 라스트 보스랑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야! 게다가 그것들은 사대Upper집단과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여태까지 그들이 흘렸던 foreshadow에 관여하고 있던 전혀 생뚱맞은 집단 혹은 개인일 확률이 높아!”

“Liera 언니가 Ilhan 씨를 닮아버렸어어!”

[……적의 위험도를 상향 수정.]

 

Liera의 뛰어난 추리력에 적마저 감탄했다! 그러나 사실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놈은 Helianna와 Liera, Orochi를 완벽하게 마크하고 조준하는 한편으로 계속해서 Sky Castle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거한다.]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그나마 구세대 로봇이라도 되는 것처럼 놈이 자신의 공격 타이밍을 말해준 덕분에 일행은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제거한다.]

“쯧, 두 번째 온다!”

[정말 짜증나네!]

 

이들의 반사 신경이 higher existence의 그것이 아니었더라면 광선을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죽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한 번 표적을 확정한 놈은 한 번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연달아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마치 사우전드 아이즈를 적으로 돌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도무지 그들이 접근해 공격을 펼칠 기회가 나지 않았다.

 

[내가 길을 만들게.]

 

그것을 보다 못한 Mystic이 거울을 대부분 한꺼번에 내보내며 공격의 기세를 높였지만, 놈은 그것 또한 대비하고 있었다. 헤일로가 조금씩 커져 순식간에 지름 3미터를 그리는 원을 만들어내더니, 빠르게 회전하며 궤도를 따라 방어벽을 형성하여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다. 꼭 Sky Castle의 회전하는 철갑 Barrier를 흉내 낸 것만 같았다!

 

“저 녀석, 움직이는 게 꼭 Sky Castle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그 사실을 깨달은 Liera가 일행에게 그것을 전하려던 순간,

 

[파괴한다.]

[꺄아아아악!]

 

기어이 일이 터졌다. 커튼처럼 펄럭이는 놈의 날개가 한순간 쫙 펼쳐지며 광선을 쏘아내 파괴거울 몇 개를 그대로 터트려버린 것이다! 터져나간 거울의 숫자는 정확히 4개였다. Mystic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히잉, 사우전드 아이즈가 정말로 사우전드(1,000)가 되어버렸어!]

“농담하고 있을 때가 아냐! 역시 저 녀석은 우리의 공격에서 패턴이나 스킬을 배워 사용하는 것 같아! 어쩜 하는 짓까지 라스트 보스 졸개 같아!”

 

Liera의 말을 들은 Helianna가 눈을 반짝였다. 그녀 역시 육탄전에는 별 재능이 없는지라 광선을 피해 몸을 놀리기에 바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다면 언제까지고 몸을 사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런, 일단 기술들을 아껴두렴.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차례 같으니까. Liera, 앞을 뚫어줄래? 빨리 끝내자.]

“……흥, 알았어. 내 뒤만 따라와, Helianna.”

 

전직 Senior Angel와 전직 군단장이 콤비를 결성했다. Helianna가 쉼 없이 쏟아지는 광선을 어지러이 피해 Liera의 등 뒤로 돌아가자, Liera는 Spear 내세우며 심호흡을 하고는 일시에 돌진을 개시했다.

 

[우선 제거 대상.]

“누구 멋대로! 제거되는 건 네놈이거든!”

[조금만 더 가까이…… 그렇지!]

 

Liera의 모든 Magic이 집중되어 진동하는 Spear 놀랍게도 놈이 쏘아낸 광선을 포착하고 쳐내어 꺾었다! 그녀가 다루는 파동이 빛을 굴절시켜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놈에게 접근한 Helianna!

 

[자기가 나한테 부탁을 했거든……. 나, 부탁 받으면 거절할 수가 없는 성격이라서 말야.]

 

Yu Ilhan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난 이래 최대로 집중한 순간이다. Helianna는 자신의 매력을 모두 손가락 끝 한 점에 담아, Liera에 의해 광선이 튕겨내져 일순 무방비한 상태에 처한 적의 몸을 살짝 터치했다. 남자든 여자든, 생물이기만 하다면 누구든 함락되지 않을 수 없는 짙은 매혹의 기운이 놈에게로 흘렀다.

 

[그러니 순순히 죽어주겠니?]

[우선 제거 대상을 변경.]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무척이나 무감정했고,

 

[행동제어에 곤란을 일으키는 대상을 최우선 제거한다.]

[꺅!?]

 

놈이 전력을 집중해 쏘아낸 광선은 Liera가 무엇을 어찌 할 틈도 없이 Helianna의 복부를 관통하고 말았다.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3

———————————————-

 

“Helianna!”

[크흑……!]

 

Liera가 기겁하며 외쳤다. 저 도도하고 여유 넘치는 서큐버스 퀸이 적의 일격을 허용할 줄이야!

Helianna의 복부에는 깔끔한 구멍이 뚫려 피가 줄줄 쏟아지고 있었는데, 다급히 상처부위를 틀어막으며 뒤로 물러서고 있는 그녀의 입가로도 분홍의 피가 한줄기 흐르고 있었다. 지근거리에서 직격탄을 얻어맞은 만큼 상태는 심각했다.

 

[어머나, 설마 내 능력을 고스란히 흘려낼 줄이야…… 얘 대체 뭐니? 우리 자기도 아니면서! 이건 혹시 생물이 아닌 걸까?]

[제거한다.]

“이이이이익!”

 

놈이 다시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본 Liera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Spear 휘둘렀다. 그로부터 발생한 진동이 파동을 일으켜 놈의 광선의 궤도를 왜곡시켰다. 놈은 그제야 Liera를 향해 돌아서며 양팔을 들어올렸다.

 

[방해물을 먼저 제거한다.]

“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다 라스트보스의 졸개 같아서 마음에 안 들어!”

 

Liera의 근원에서 비롯된 Magic이 모두 Spear 집중되며 부르르 떨렸다. 설령 놈이 그녀의 기술을 따라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녀의 파동은 Magic을 순수한 물리력으로 변화하여, 모든 Magic과 물리력에 공평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마나가 아니라고 했던가?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것이 에너지인 이상 진동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Liera, 네 힘으론…….]

“물러나서 치료받아! 얼른!”

[……큭!]

 

Liera의 단호한 목소리에 Helianna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그때쯤 이미 놈을 뒤덮은 헤일로의 회전은 극에 달해, 놈의 정확한 형체조차 가늠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제거한다.]

“해보시지.”

 

일각의 여유도 없이 Liera와 놈이 부딪혔다. Helianna의 매혹이 전혀 먹히지 않아 걱정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Liera의 힘은 녀석을 상대하기에 최적의 것이었다. 그것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놈의 목소리와 패턴만 보아도 극명했다.

[우선 제거 대상.]

[우선순위를 최고로 높인다.]

“정말 시끄러워죽겠네!”

[적의 약점을 확인.]

 

그때부터였다. 시끄러워죽겠다는 Liera의 말에 반응한 놈이 끊임없이 소음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Liera는 입이 방정이라는 옛말을 실감하며 울상을 지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앙! 얘 좀 빨리 어떻게 해봐아!”

 

Liera는 진심이었다. 물론 진동을 만들어내고 다루는 그녀가 놈이 발하는 음파 따위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놈을 상대하기 위해 그녀가 소모해야 하는 마나였다.

제아무리 그녀가 자신의 격에 비해 강한 힘을 발할 수 있다고는 하나, 마나는 lower existence 그대로이지 않은가. 가뜩이나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전신의 Magic을 창끝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그녀의 한계는 앞으로 길어봐야 3분 정도였다.

 

“우리도 어떻게든 하고 싶단다, 그런데…….”

“……잘 먹히지가 않네요.”

 

놈이 매혹의 힘에 가볍게 저항해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전위가 놈을 막아서는 동안 Kim YeSeul을 비롯한 후위의 Mage들이 각종 Magic을 발휘해 놈을 막아내려 했지만, 정말 짜증나게도 그 Magic들 중 제대로 발동되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놈은…….”

 

Erta가 입술을 짓씹으며 외쳤다.

 

“놈은 Magic에 저항을 가지고 있어요! Magic을 순수한 물리력으로 변환시킨 당신의 힘이 잘 먹히는 이유이기도 해요!”

“아으, 정말 가지가지하네! 그래서 방법은!”

 

Erta와 Kang MiRae가 필사적인 얼굴로 사방에 magic formation을 펼치며 외쳤다.

 

“지금 찾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틀렸다, 저것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Liera는 또다시 자신의 마나 중 몇 푼인가를 소모해 적의 광선을 꺾어버리며 사납게 외쳤다.

 

“Orochi, 넌 뭐해!”

[적과 접촉하여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유효한 공격수단을 준비하고 있다. 전투에 앞서 적을 분석하고 꺾는 것이야말로 전술의 기본 아닌가?]

 

그건 이쪽이 Concealment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나 그렇지! 라고 빽 외쳐주려던 Liera였으나, Orochi가 하고 있는 짓을 알아차리고는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기다려라. 조금만 더 그렇게 적을 묶어둬라.]

“……저거 꼭 Ilhan이 같은 짓을 하네.”

 

Yu Ilhan에 의해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나 결코 인간도, 그렇다고 Dragon도 아닌 몸의 Orochi.

Barrier 안에서 지낸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몸에 적응하고 다루는 훈련을 한 끝에 Orochi는 처음부터 그 몸을 타고난 것처럼 능숙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정도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다.

 

[조금만 더…… 흡!]

“아냐, Ilhan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 나빠…….”

 

지금 놈은 몸을 다루는 영역에서 벗어나, 아예 몸을 마음대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본래 놈이 Eight-tailed Dragon Spear에 깃들어 있을 때 지니고 있던 능력이 Dragon의 살과 근육과 뼈와 피로 만들어진 육체에서 보다 파괴적인 힘으로 개화한 것이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은 놈이 근육과 뼈 따위를 꾸물럭거리면서 자신의 팔을 대포로 개조하고 있다면 그 누가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리!

 

[다 되었다! 그대로 묶어둬라!]

[후방에서 위험을 감지…….]

“묶어두라잖아!”

 

Liera가 Spear 통해 방출한 강력한 진동이 순간적으로 헤일로의 회전은 물론이고 날개로부터 뻗어 나오는 광선을 한 줄기로 묶어버렸다. 다음 순간, 자신의 팔 한쪽을 록X과 비슷한 초소형 포대로 변화시킨 Orochi가 날쌔게 허공을 돌진해왔다! 마침 요새로 복귀한 Helianna를 치료하고 고개를 든 Na Yuna가 그 광경을 보곤 순간적으로 눈을 번쩍이며 외쳤다.

 

“앗, 저건 록 버스터어……!”

[Pile Bunker다아아아아아아!]

 

Na Yuna의 추측을 부정하는 Orochi의 우렁찬 함성! 그렇다. 당장이라도 빔 포탄을 쏘아낼 것처럼 보이던 Orochi의 팔이 놈의 헤일로와 맞닿는 순간, 7차 클래스 Dragon의 근섬유의 수축, 확장과 Magic의 폭발에 힘입어 추진된 날카로운 Bone Spear이 순식간에 포대 바깥으로 튀어나와 헤일로에 구멍을 뚫고 놈의 몸통에 박혔다!

 

[Critical Hit!]

 

[큭!?]

 

놈이 처음으로 비틀거렸다. Liera의 파동조차 놈의 공격을 틀어버리는 것이 고작이었거늘, Orochi의 통한의 일격이 놈의 몸에 관통상을 남긴 것이다! 놈은 긴급히 물러서며 상처를 수복하려 했지만 Ehjar의 뼈의 내구도며 저항력이 만만치 않았기에 그것도 수월하게 이루지 못했다. Orochi가 인간을 빼닮은 얼굴로 썩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단순 물리력이라면 지지 않는다! 이것이 주인과 함께하며 내가 얻은 힘이다!]

“아주 잘했어, Orochi!”

[하지만 비축된 Bone Spear이 앞으로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뭘 자랑스럽게 떠드는 거야, 이 바보 같으니!”

 

Orochi에겐 Yu Ilhan과 같은 아공간을 다루는 기술도, 7차 클래스의 뼈를 마구 재생해대는 능력도 없는 것이다! 아직은!

 

[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하겠다!]

“그 순간이 내가 죽고 나서가 아니길 바라! 흐아아아압!”

[제, 거……!]

 

Orochi가 2발 째의 공격을 준비하며 뒤로 물러나는 것과 맞추어 Liera가 다시 한 번 돌진했다. Orochi의 회심의 공격이 치명타를 주기는 한 모양인지 적은 아직까지도 헤일로와 날개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해 맨팔을 내밀어 그녀의 공격을 막았는데, 최초로 놈의 몸에 접촉하는 순간 Liera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건, 완전한 미지…….”

[제거한다.]

 

Liera가 머뭇거리는 사이 놈이 구슬X자라도 된 것처럼 가슴팍으로 포신을 만들어내어 실체를 갖춘 희뿌연 Spear 쏘아냈다. 그 공격과 마주하는 순간 Liera는 한기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놈이 의기양양하고도 담담한 목소리로 고했다.

 

[Pile Bunker다아아아아.]

“흐익!?”

 

그것이 바로 조금 전 Orochi로부터 흡수한 Record에서 비롯된 것이 맞는다면 맞는 순간이 끝장일 터! Liera는 본능적으로 위로 몸을 날려 놈의 공격을 피했다. 뒤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나는가싶더니 Mystic이 욕을 내뱉었다.

 

[유탄 튀잖아!]

“그거 확보해놔!”

[안 그래도 그렇게 하고 있거든!]

 

Mystic은 Barrier 내부로 놈의 신체 일부를 받아들여 일단 땅에 꼭꼭 묻어두었다. 비록 무척 위험하기는 했으나, 적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셈이다. 놈은 그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위험성이 높은 기술. 패턴에서 제거.]

[Pile Bunker는 남자의 무기다. 그것을 매도하다니 네놈은 일단 남자가 아니군!]

[내 매혹이 통하지 않는걸 보면 모르니, 이 바보 뱀아? 남자는커녕 성별이 없을지도 모른다구!]

 

Helianna가 Orochi에게 핀잔을 주었다. 완치되지 않는 부상 때문에 직접 전선에 나서는 것이 힘들어진 그녀는 자신의 마나를 소모하며 Mystic을 도와 사우전드 아이즈를 조종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방으로 펼쳐진 놈의 날개에서부터 튀어나오는 수십 줄기의 광선 공격에도 불구하고 일행이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사우전드 아이즈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Liera는 헤일로의 회전하는 Barrier가 회복되기 전 놈에게 다시 한 차례 공격을 가하려다말고 광선 공격에 진로가 막히자 이를 악물며 외쳤다.

 

“대체 저 말도 안 되는 위력의 빔이 언제까지 쏟아지는 거야!”

 

마나가 아닌 에너지원, 적으로부터 흡수해 개조한 공격 패턴에, 마나에 Resistance을 갖추고 주위 마나의 발현까지도 막아버리는 말도 안 되는 능력! 그 어떤 Upper집단의 구성원도 아니었다. 놈은 Army of Heaven의 전직 Senior Angel도, Destruction Demon Army의 전직 군단장도 알아볼 수 없는 기원을 지닌 미지의 존재였다!

 

“이게 말이 돼!?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뭐란 말이야!”

[손상부위 자가수복 불가. 수복의 보류. 적의 전멸에 우선적으로 임한다.]

 

그러던 와중 놈이 기어이 일행을 더욱 참담하게 만드는 소리를 지껄이며 모습을 바꾸었다. 부정형의 희뿌연 빛을 뿜어내던 놈이 조금씩 몸집을 줄이는가 싶더니 이내 자신의 주위로 세 개의 헤일로를 더 만들어낸 것이다!

 

“어, 어우.”

 

Liera가 질린 목소리를 냈다. 그녀의 걱정이 들어맞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이미 손상된 헤일로를 대신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는 세 개의 헤일로! 거기서 그냥 회전하고만 있어도 무서울 텐데, 이내 근접하는 모든 자를 완벽하게 갈아버리는 끔찍한 지옥의 수레바퀴가 그녀와 일행을 노리고 쏘아내졌다!

 

[제거한다!]

“저거 맞으면 죽는다! Barrier 뚫린다!”

 

Liera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Sky Castle과 수호성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Mystic은 태어나 처음으로 Yu Ilhan과 조우했던 순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두 성을 조종하여 헤일로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났다. 문제는 헤일로에 당연하다는 듯이 딸려 있는 추적 기능!

 

[제거한다! 제거한다!]

 

기어이 헤일로 중 하나가 Barrier와 맞부딪혔다. Mystic은 어떻게든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 사우전드 아이즈를 모두 가동했으나 헤일로는 있을 수 없는 속도로 회전하며 모든 광선을 튕겨내고 켈라투크의 철갑을 갈아냈다. 자칫하다간 그대로 Mystic의 동력원이 아작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끄아아아아악, 더 빨라지잖아! 바보 Orochi, 어떻게든 해!]

[맡겨둬라.]

 

Mystic이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던 그때, 적이 헤일로의 조종에 집중하는 틈을 노려 ‘Concealment’하고 있다가 놈의 등 뒤로 나타난 Orochi가 두 발 째의 Bone Spear을 쏘아내어 놈의 머리통부터 사타구니까지를 아작 냈다.

 

[Critical Hit!]

 

[키, 하아아아…….]

 

놈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빠르게 회전하던 세 쌍의 헤일로가 완전히 침묵했다. Orochi는 자신이 놈에게 마지막 일격을 먹였음을 확신했다.

 

[기동…… 정지.]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

 

[아, 이런.]

 

자신의 망막 위로 떠오르는 경험치를 바라보며 Orochi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건 우리 주인 전문인데.]

“오, 젠장.”

 

적을 이겨 환호해야 할 타이밍에 Liera가 신음을 냈다. Yu Ilhan이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인가? Orochi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곧 그녀가 신음을 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제거.]

[제거한다.]

[치명적인 적을 발견. 데이터의 수집 위험. 제거한다.]

 

방금 일행이 필사적으로 해치운 적이 세 기, 그곳에 더 나타나 있었다.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4

———————————————-

 

“아직 Ilhan이한테 연락 안 돼!?”

“안 돼요, 도저히 Artifact가 기능하질 않아요오……!”

“차원을, 어떻게든……!”

 

Kang MiRae를 비롯한 Mage들은 어떻게든 Magic을 발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적 하나를 상대로도 힘들었던 것이 셋을 두고 쉬울 리는 없었다. 일그러진 날개와 헤일로를 지니고 나타난 셋의 적은 일시에 주위 마나를 무효화시키며 일행을 조준하며 살벌한 기세를 뿜어냈다!

 

[제거한다.]

[제거한다.]

[제거한다.]

[돌아버리겠…… 우와아아앗!]

 

먼저 파괴된 적의 헤일로와 시체를 수습하던 Mystic이 비명을 질렀다. 놈들의 표적이 Sky Castle으로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기한테 Record당할까 봐 흔적을 먼저 지우려고 하는 거야!]

“앗, 그렇구나! 여기서 우리가 살아가게 되면 여태껏 숨어서 몰래 활동하던 이 자식들의 정보를 우리 Ilhan이가 알게 되어서 끝내 라스트 보스의 계획이 분쇄된다는 foreshadow이구나!?”

[그놈의 foreshadow 타령하다가 우리 다 죽겠다!]

 

농담이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긴장감에 Spear 놓칠 것 같았다. 그야 물론 Liera가 Yu Ilhan을 대신해 일행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키려 한다는 것은 자리의 누구나가 알고 있었지만, 그의 농담은 대신할 수 있어도 그의 무력은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Helianna는 무력감을 느끼는 자신에게 절망했다.

 

[매혹 말고 다른 능력도 갈고 닦았어야 했는데…….]

[우리 주인님 말고 다른 존재는 모두 매혹할 수 있다던 그 자신감은 어디로 간 거야!?]

[그야 내가 7차 클래스였더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

 

정신없이 Sky Castle과 수호성을 조종하여 놈들의 조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갖은 애를 쓰며 외치는 Mystic에게 약한 말을 하던 Helianna가 문득 스스로의 뺨을 두들겼다.

 

[아니, 좋아. 이 내가 물러설 수는 없지. 설령 저것들이 무생물이라고 해도 사고하고 움직이는 것들이라면……!]

“Helianna, 무리하지 말…… 이이익!”

 

Helianna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던 Liera가 기어이 놈들 중 한 명이 쏘아낸 광선을 피하지 못해 치명상을 입었다. 그녀가 계속해서 진동을 최대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광선의 궤도를 틀어버릴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마나는 무한정이 아닌 것이다.

Orochi 역시 첫 번째 적이 죽은 덕분에 무사히 Bone Spear을 회수하고 전선에 복귀했지만, 그 녀석 혼자 힘으로는 한 명을 막아서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이미 한 마리를 해치워 조금이나마 Record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higher existence의 언데드를 부릴 줄 아는 Paté가 놈들을 내세워 일행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선제공격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 그러니, Helianna가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일행은 곧 전멸의 위기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Liera, 체인지.]

[네 능력은 안 통하잖아, 오기 부리지 말고 사우전드 아이즈나…… 힉!]

[제거한다.]

[제거한다.]

 

부상을 입어 움직임이 둔해진 Liera를 노리고 돌격해오는 두 기의 미확인무생물. 그것을 본 Helianna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Na Yuna에게 외쳤다.

 

[축복!]

“하지만 Record된 신의 축복은 받을 필요도 없다고 본인이 그랬잖아요오?”

[지금은 Record된 신의 도움이라도 필요하다구! 미의 여신이잖아? 어서 날 더 매혹적으로 만들어보란 말이야! 무생물이라도 유혹할 수 있을 만큼!]

“이익, 설마 그 축복을 나 이외의 다른 이에게 쓰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에…….”

 

정말로 뭔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Na Yuna는 축복을 쓰기 싫어하면서도, 지금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물불 가리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는 지체하지 않고 축복의 영창을 개시했다. 그녀는 Helianna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Liera가 다치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밤Heaven의 별보다도 찬란한 분, 새벽 풀잎에 어리는 이슬보다도 투명한 분, 아침에 부는 바람보다도 상쾌한 분, 정오의 태양보다도 높으신 분, 오후의 응달보다도 깊으신 분, 저녁노을보다도 붉게 타오르는 아름다운 여신이시여! 부디 당신의 아름다움을 탐하는 이에게 가벼운 손짓 한 번을 허락하소서!”

“기도문이 정중하잖아!?”

 

기도문의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그 효과는 탁월했다! Na Yuna로부터 비롯된 분홍빛의 오라가 삽시간에 Helianna의 전신을 뒤덮는듯하더니, 곧 주위에 있던 다른 이들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의 매력이 발산되도록 한 것이다. 그 변화가 실로 극적이어서 그 자리에 Helianna가 아니라 미의 여신이 직접 Downfall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Helianna가 눈을 한 차례 감았다가 떴다. 그녀 주위로 분홍빛의 증기가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후우…… 하아아……. 좋아, 이거야.]

“윽, 으그으윽.”

“폐, 폐하 외의 다른 사람은 안 되는데……!”

 

축복을 받는 이가 아름답고 잘생겼을수록 더욱 그 효과가 증폭되는 만큼, 지금 Helianna와 마주하는 이는 제자리에 서 있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그것을 보던 Kang Hajin은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유나 너, 4th Class한 이후로 가끔씩 혼자서 기도를 드린 후에 Ilhan 씨한테 접근하던 건…….”

“Hajin-Oppa, 쉿.”

[이거라면.]

 

Helianna는 Magic이 부족해 적을 상대로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Liera의 모습을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그녀의 전신으로 한층 강화된 Magic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어디 다시 한 번 저항해보라구! 지금의 나라면 설령 돌과 바람, 태양이라고 해도 매혹할 자신이 있으니까!]

[제거대상 우선순위 식별…… 시, 식별.]

 

정말로 축복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헤일로를 기묘한 각도로 회전시켜 Liera를 공격해 들어가던 놈이 Helianna의 Magic에 접촉하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놈들이 Magic을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것이 아닌 이상, 그 절대량을 엄청나게 늘리면 결국 걸려들 것이라는 Helianna의 무식한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그것은 놈들이 Magic에 절대적인 저항을 지니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Helianna!”

[뒤로 물러서서 정비해, Liera! 자, 거기 너도 나를 보렴!]

[제거, 대상…… 우선, 제거…… 식별, 조, 준.]

 

한 마리를 끌어들였음에도 곧장 다른 한 마리를 대상으로 더한 Magic을 뿜어내는 Helianna! 그녀는 더 이상 겁먹지 않았다. 아직 복부의 관통상이 완치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상처 때문에 주저하면 자신의 폭발적인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지 않겠는가! 보다 더 아름답게, 보다 더 매혹적으로, 보다 더 치명적으로! Yu Ilhan의 부동심이라도 깨트려버릴 기세로 돌격하는 것이다!

 

[……어머나, 그러고 보니 이 축복 받고 우리 자기한테 육탄돌격하면 그대로 합방 성공 아냐? 지금부터 2세 이름을 고민해봐야 하나?]

“앞으론 축복 절대 안 줘! 절대로오오오오!”

[조, 준 실패, 제거 대, 상 우선 순, 위 최상으로, 변경.]

[대상의 위, 험도를……. 통상 사고 불가. 사고 불가. 모드 변, 경 개시.]

 

놈들의 목소리가 뚝뚝 끊어졌다. 동작은 더더욱 부자연스러웠고, 심지어 등장하는 그 순간부터 날개를 펼쳐 뿜어내던 광선도 멎어버리고 말았다. 헤일로의 회전도 수그러들었다.

 

“……앗!”

“마나가!”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 순간부터 일행의 마나 발산이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놈들의 헤일로와 날개가 이 세상의 마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아가들, 혹시 뭔가 원거리 공격 수단 있으면 지금 빨리 써주지 않으련! 언니 이거 오래 못 버텨!]

“잘 해줬습니다, 서큐버스……! 지금 큰 거 한 방 갑니다!”

 

Helianna의 한 방으로 일행이 마나의 통제권을 되찾은 바로 그때. Erta가 이를 악물고 허공에 거대한 magic formation을 만들어냈다.

그것으로부터 튀어나온 것은 거대한, 실로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였다. Erta뿐만 아니라 Sky Castle 내에 머무르고 있던 이들의 마나와 Mystic이 컨트롤할 수 있는 마나까지 전부 때려 박은 초대형 마탄!

 

[적 위험도 상승.]

[저게 뭐야!]

“마나를 왜곡해 한 것이라곤 마나의 압축과 강도 변화 정도예요! 놈들이 아무리 마나에 Resistance이 있다고 해도 destructive power 그 자체에 저항할 수는…… 없겠죠!”

[하다하다 이젠 마나를 저렇게 낭비하네!]

“당신보단 나아욧! 가랏!”

 

거대한 마탄이 놈들을 덮쳐 폭발했다. 놈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마탄을 구속하는 모든 Magic이 해제되었기에 마나의 폭주는 예견되었던 바! Erta는 단지 그 폭주를 놈들에게, 특히 놈들의 헤일로와 날개에 해를 입히는 방향으로 조절하느라 시간을 소모했던 것뿐이다.

 

[Critical Hit!]

 

그리고 그녀의 계산은 헛되지 않았다. Magic의 구속을 해제하는 대상에게 격렬한 반동을 가하도록 설계되었던 마탄이 훌륭히 임무를 완수해 놈들의 날개와 헤일로를 기어이 갈가리 찢어놓고 만 것이다!

 

[심각한 손상. 구세계 에너지원 통제 불가.]

[퇴거 혹, 은 증원의 요청이 필수.]

“마나의 순환이 정상으로 돌아왔어!”

“아주 잘했다, Erta!”

 

무한한 세월 홀로 Magic을 수련한 Kim YeSeul은 그 기회를 놓칠 만큼 무르지 않았다.

 

“시간이여, 공간이여! 우리를 해치려는 자들의 손톱을 무르게 해다오!”

 

그것을 기적이 아니라 다른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넓은 세계에서 오직 셋, 비틀리고 찢어진 날개를 지닌 셋의 괴물만이 시간에 갇혀버린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MiRae를 제외한 전원, 지금 놈들을 죽여야 해! 그리고 놈들이 증원을 부른다고 했으니 MiRae는 도망칠 Magic을 준비해주렴! 놈들이 침범하지 못하는 차원으로 가야 해!”

“네, 어머님!”

[하아아아압!]

 

다시 Pile Bunker를 사용할 만큼 회복된 Orochi가 양팔로 Bone Spear을 쏘아내 기어이 한 마리를 터트려버렸다. Yu Ilhan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혼자서 더블 킬을 달성한 것이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은 언데드를 부리고 있던 Paté도 마찬가지. 부식의 Curse를 흩뿌려 적의 움직임을 속박한 Paté가 자신이 부리는 언데드를 일제히 놈들에게 돌진시키며, 결의에 찬 표정과 함께 외쳤다.

 

“저승의 길동무!”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같이 가자!]

 

마탄이 터졌던 때보다도 더욱 성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Paté에게 내린 신의 축복을 이용하여 higher existence의 시체를 폭발시켰으니 그 위력은 두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이 사실을 Yu Ilhan이 알게 된다면 슬퍼하겠지만 지금은 일행이 살아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Paté가 일으킨 대폭발로 놈들의 움직임이 더욱 경직되자 나머지 일행도 가차 없이 놈들에게 공격을 쑤셔 박았다. 다구리를 이기는 개인은 없는 법! 놈들은 끝내 허물어지고 말았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Lv 5?? ???????????????????]

 

“일단 저 망할 놈들이 레벨 500대라는 건 알았어!”

“전혀 기뻐할 일은 아니군요! 그보다 Kang MiRae, 차원 게이트는!?”

“지금 막 준비되었습니다!”

 

이젠 Yu Ilhan의 도움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그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모두 죽어버릴 수도……!

 

[제거한다.]

[적을 제거한다.]

 

그러나 Kang MiRae는 아주 조금 늦고 말았다. 아무래도 놈들은 기능이 정지되는 순간 동료를 강제로 소환하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인지, 어느덧 다시 차원의 문이 열리고 아홉이나 되는 숫자의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대체 저놈들이 전부 어디서 오고 있는 거야!”

[매우 위험한 대상.]

[척결 2순위로 변경.]

[목표를 제거. 미지요인의 인자.]

[Yu Ilhan의 동료. 전원 제거. 필수.]

“이럴, 수가…….”

 

굉장히 뒤숭숭한 말은 물론이고 언젠가 반드시 Yu Ilhan과 적대하게 될 것이라는 foreshadow을 대놓고 흩뿌려대는 놈들! 셋도 간신히 처치했는데 그것을 비웃듯 아홉 마리가 나타나니 일행은 절망하고 말았다.

 

“……하는 수밖에.”

 

하지만 Kang MiRae는 그것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Liera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듯, 그리고 Helianna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듯 Kang MiRae 역시 Yu Ilhan이 자신에게 나머지 일행을 맡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차원Magic을 다루며 일행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자신인 만큼, 누구 한 명 상처 입혀 돌아갈 수는 없었다.

 

“부탁이야, 제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줘.”

 

마나를 통제하는 빌어먹을 놈들이 아홉이나 추가된 탓에 기껏 원활하게 돌아가던 마나가 다시 막혀버리고 말았지만, Kang MiRae는 자신이 쓰고 있는 God Rank의 서클렛, 지혜의 관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필사적으로 마나를 끌어냈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마나 쿠키는 물론이고 모든 물약을 마시며 마나를 증폭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끝내 성과를 내었다.

 

“됐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제거한다.]

[제거한다.]

[제거…….]

 

하지만 아무리 마나를 끌어낼 수 있다고 해도 외부의 압력이 워낙 강하여 도저히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게이트는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할 방법을 강구한다. 여태까지 시도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Magic을 구상해낸다!

 

“Helianna, 저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해줘요!”

[축복과 마나의 힘이 이제 곧…… 큭, 아주 잠깐이라면 묶을 수 있어!]

“그 잠깐을 부탁해요!”

 

Helianna는 Kang MiRae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아홉의 적이 나타난 자세 그대로 제자리에 굳은 바로 그 순간, 아주 작아 연필이 들어가면 딱 맞을 Warp 게이트가 적의 몸통 위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Critical Hit!]

 

게이트와 함께 게이트가 나타났던 자리에 있던 놈의 신체 부위 또한 소실되었다.

 

[신체 일부 소실. 저항할 수 없는 타격.]

“!?”

“뭐야 저거!”

“앗, 나 저거 알아! 명도잔월…… 읍읍!”

“이제 시작이야!”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수십, 수백 개의 Warp 게이트가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당연히 그것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아홉 마리의 적들은 순식간에 몸이 벌집이 되고 말았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그렇게 아홉 마리가 모두 죽어 쓰러졌다. 이번엔 원군을 부를 시간도 없었던 것일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앞에 두고 일행이 멍해져 있었음에도 더 이상 이 세상에 찾아드는 적은 없었다.

 

“하…… 윽.”

“MiRae야아!”

 

자신의 한계를 넘어 ‘기적’을 성공시킨 Kang MiRae가 모든 기력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Na Yuna가 다급히 그녀를 받아 안았지만 이미 그녀는 의식을 잃은 후였다.

 

“……Kang MiRae가 지금 대체 무슨 짓 한 거야?”

“아무래도 기적으로 카운트된 모양이에요오. 제 신성력도 엄청 소모됐어요.”

 

Liera가 자신의 상처를 추스르는 것도 잊고 멍하니 묻자 Na Yuna 역시 멍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때였다.

 

[이제 Daréu로 와도 안전해. 다들 되는 대로 서둘러서 와.]

 

실로 끝내주는 타이밍에 통신기로부터 Yu Ilhan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상을 닫았던 외부 요인이 모두 척결되어 비로소 연결이 완전해진 것. Liera는 정신을 잃고 있는 Kang MiRae를 내려다보다가는, 조금 떨떠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 Ilhan아, 있잖아…….”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5

———————————————-

 

일행은 Yu Ilhan의 Warp 스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Daréu로 귀환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들이 겪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 또한 Yu Ilhan에게 낱낱이 전달되었다.

 

“그래서 다들 이렇게 너덜너덜한 거야?”

“Yeah…… 그래도 죽은 애는 없어. 아, Paté의 언데드 몇 마리가 삼도천을 건너버리긴 했지만.”

“계산불가 예측불가 마나Resistance을 지닌 적이 갑자기 차원에 난입해서 공격해왔다니, 그런 말을 내가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어야 하지만.”

 

Yu Ilhan은 자신의 앞에 놓인, 비교적 온전하게 원형이 보존된 정체모를 적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까지도 기묘한 스파크를 튀기고 있는 일그러진 헤일로와 찢어진 천막처럼 너덜너덜한 날개는, 분명 Yu Ilhan이 여태까지 마주한 적이 없는 종류의 생물이었다.

 

[생물이라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이제는 여신의 축복도 사라져 완전히 제 상태로 돌아온 Helianna였다. 물론 그녀가 의문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 마나가 아닌 기묘한 에너지를 다루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매혹을 버텨낸 이것들을 생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Yu Ilhan의 대꾸는 심플했다.

 

“뭐, 말투가 딱딱했다고 하니 너희가 이것들을 로봇이나 그 비슷한 걸로 간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그건 제대로 된 자아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녀석들이 생명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해. 지금 단계에서는 뭐라고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는 얘기지.”

 

Yu Ilhan은 Record 스킬의 마스터다. 그쯤 되면 비록 Record하지 않은 것과 마주해도 그것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Record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법. 그러나 Yu Ilhan은 이것들을 보며 당장 알아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생물인지 아닌지, 생물이라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무생물이라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이 녀석들의 분석 작업에 들어가고 싶다만…….”

“멋져……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Daréu? 이게 정말 Daréu란 말이야……?”

 

바뀌어도 너무나 바뀐 Daréu의 정경을 눈앞에 두고 정신을 놓고 있는 일행을 보고 있자면 아무래도 그 작업은 조금 뒤로 미뤄야 할 듯싶었다.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일행의 상태를 확인했다. 격전을 치렀다더니 정말로 다들 많이 지치고 상처 입은 듯이 보였는데, 그 가운데 유독 Na Yuna만이 활기가 넘쳤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Ilhan 씨이이, 우리 저기서 결혼식 올려요오! 결혼시익!”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Yu Ilhan이 한창 건설 중에 있던 성이었다.

선언 스킬로 세상의 마나와 물질들을 움직여 Dragon들이 살 곳을 마련하는 김에 엘프와 Wolfkin들의 주거지, 자신과 일행이 머무를 곳도 짓다 보니 어쩌다가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로망이 꿈틀거리는 바람에 아주 살짝 폭주한 감이 있었다. 그 결과 지금 이 일대는 1세대 판타지 소설에나 등장할 것만 같은 유럽풍 왕국이 되어 있었다.

 

“그래요, 허락해줄 테니까 이제 좋은 남자만 찾으면 되겠네.”

Yu Ilhan은 자신의 팔 한 쪽을 붙잡고 꺄꺄 떠들며 즐거워하는 Na Yuna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박았다. 그러나 Na Yuna는 꿀밤을 맞아도 마냥 좋다는 듯이 헤실거리며 Yu Ilhan의 팔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당연히 상대는 Ilhan 씨밖에 없죠오! 사랑해요, Ilhan 씨!”

“언제는 포기하겠다더니?”

“포기(foggy)는 안개가 끼었을 때나 하는 말이에요오!”

“그때는 보통 배추를 얘기할 텐데.”

 

Yu Ilhan은 기가 막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Na Yuna가 언제나 이렇게 촐싹을 떠는 것도 아니고, 아마 여태까지 힘들게 전투를 벌이다가 안전한 환경으로 돌아온 탓에 조금 더 과장된 반응을 하는 것이리라.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과 그녀의 뒤에 스르륵 나타난 Deathgod을 막아주는 것은 아주 조금 다른 얘기였다.

 

“너의 그 포기할 줄 모르는 마음만은 인정해줄게. 하지만 그것이 너를 죽음으로 이끌 거야.”

“히이이익, Liera 언니이!”

 

두 사람이 지치지도 않고 언제나와 같은 시트콤을 찍는 가운데(Na Yuna에게는 호러 스페셜이었지만) Yu Ilhan은 일행을 돌아보며 손뼉을 쳤다.

 

“성 안에 개인실을 마련해뒀으니 다들 들어가서 씻고 쉬고 있어요. Sky Castle과 수호성이 착륙할 장소도 마련해놨으니 Mystic은 그곳으로 두 성을 옮겨놓고.”

[주인님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어마어마한 짓들을 저지르는구나.]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Sky Castle과 수호성에 있던 이들이 전부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엘프와 Wolfkin들은 이곳이 정말로 자신들이 살던 곳이 맞나 의심하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고, Dragon 군단 소속의 어린 아이들은(어린 아이라고는 보기 힘들 만큼 성장한 녀석들도 있었지만) Daréu의 풍부한 마나 밀도에 만족하며 저마다 환호성을 내질렀다.

 

“다들 레벨 엄청 올랐네.”

“그야 정신없이 Upper세계들을 돌아다녔으니 당연하죠. 죽은 이도 없는 건 아니지만요……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지금 당신의 모습이에요.”

 

Erta는 이전보다 아주 조금 키가 더 크고, 머릿결과 눈동자에서 어딘가 광채를 발하는 듯한 모습의 Yu Ilhan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더욱이 그의 붉게 변한 눈동자에 새겨진 황금의 세로줄은 마치 Dragon을 보는 것만 같았다.

 

“Yu Ilhan, 당신은 정말로 higher existence가 되었군요…….”

“맞아.”

 

Yu Ilhan은 가볍게 그것을 긍정했다.

 

“Daréu로 오지 말라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 내가 Daréu에 도착한 순간 Upper세계로의 Leap이 일어나는 걸로도 모자라서 여태까지 내게 복종의사를 표했던 인류가 살고 있던 하위세계들이 전부 Daréu에 융합되는 바람에 세상의 마나가 폭주를 일으켰거든.”

“하위세계들이? Daréu에?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죠?”

 

역시나 Erta도 모르는 눈치였다. Yu Ilhan은 Helianna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그녀 역시 처음 보는 현상인 모양이었다. 모든지 다 먹어치우는 Greed에게는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었는데 먹어치우는 것과 융합하는 것은 역시 조금은 다른 일인 것일까.

 

[자기에게만 있는 힘이야, 확실해. 보다 자신의 권능을 깊이 탐구해보는 건 어떨까? 아무리 Record 스킬을 마스터했다지만 아직 자기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 쓰지는 못하잖아, 그렇지?]

“그래, 네 말이 맞아. 나는 아직 미숙하지……. 알았어. 그건 나 혼자서 조금씩 생각해보도록 할게. ……애들을 지켜줘서 고맙다, Helianna.”

[자기가 부탁한 일인걸.]

 

Helianna는 그렇게 말하며 푸근하게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와 비교해본다면 독기가 너무 많이 빠져 못 알아볼 지경이다. Yu Ilhan은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들어가서 쉬고 있어, Helianna.”

[쉬고는 있을게. 하지만 난 자기 곁에 있는 게 가장 좋은 Rest인걸.]

“……끙.”

 

그녀와 계속 마주하고 있자니 어쩐지 낯이 간지럽고 Liera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그는 계면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Kang MiRae를 들쳐 업은 채인 Kang Hajin이 서 있었다. 그녀가 Helianna와 함께 일행을 지켜낸 일등공신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MiRae 씨는 쓰러져서 못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아무래도 마나를 한계 이상으로 소모한 모양입니다. 그 탓에 녀석이 쓰고 있던 서클렛의 최대내구도도 많이 하락한 것 같은데…….”

“그건 제가 나중에 손을 보겠습니다. 우선은 그녀를 쉬게 해주세요.”

“부탁드리죠. 서클렛뿐만 아니라 MiRae 본인도.”

“……나중에 봅시다.”

 

Kang Hajin과 Kang MiRae가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아직 바깥에 있던 다른 이들도 줄줄이 성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처음부터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던 Helianna와, 놀란 눈으로 Yu Ilhan을 살피고 있던 Kim YeSeul 뿐이었다.

 

“아들,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거야? 너무 많이 바뀌어서 깜짝 놀랐어.”

“걱정할 쪽은 나지. 엄마야말로 괜찮아요?”

“엄마는 멀쩡하지, 그럼. 앞으로도 그런 놈들이 남아있을 걸 생각하면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만…….”

“괜찮아. 샘플도 확보했고, 앞으로는 굳이 두 패로 나뉘어 다닐 필요도 없게 되었으니까.”

 

하필이면 자신이 higher existence로 Leap해 세상을 정비하던 그 시간에 일행에게 마수가 닥쳤다는 사실에 제법 놀라기는 했지만, 상정 외의 적이 나타날 경우는 언제든 생각해두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다들 안전하게 자신의 곁으로 귀환했다는 것, 그리고 더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자신이 무사히 higher existence로 Leap하여 집단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아들, 장해. 아주 장해. 엄마는 아들이 해낼 거라고 처음부터 믿고 있었단다.”

“그야 엄마는 처음부터 나를 의심한 적이 없었지. ……고마워요, 엄마.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쑥스럽기는 하지만 이제부턴 전부 아들한테 맡겨둬.”

“오냐, 아주 믿음직하다.”

 

어머니의 눈에 어린 감정이 비단 기쁨 뿐만은 아니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세월 탐구하던 저 너머의 영역에 아들이 오롯이 도달했다는 사실에 아주 약간의 시기를 느끼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게 그녀의 아들이기에 납득할 수 있었다. 기특해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맡겨두라는 말에 진심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 안심했다.”

 

Kim YeSeul은 붉게 광채를 발하는 아들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실체가 있는 듯, 없는 듯 기묘한 감촉과 따스한 온도가 느껴져 아주 조금 기분이 좋았다.

 

“엄마도 잠깐 쉬고 올게. 남은 얘기는 그때 마저 하자꾸나.”

“응, 들어가서 쉬어.”

 

끝내 Kim YeSeul도 퇴장했다. Helianna는 사람들이 없어지기만 기다렸다는 듯이 Yu Ilhan의 팔에 찰싹 달라붙어 그에게 기대었지만 Yu Ilhan은 굳이 그녀를 떼어내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지나치게 계산적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한 것에 대한 포상이었다. 아까 Na Yuna를 적극적으로 내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Yu Ilhan은 그렇게 행동하는 스스로를 낯설게 느끼면서도, 어쩌면 이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 번만 봐줬다.”

[응응, 자기도 이젠 제법 초월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는걸. 그걸로 충분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기뻐.]

“넌 그렇게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게 제일 문제야.”

[후후훗.]

 

Helianna는 아주 오랜만에 주어진 Yu Ilhan과 단둘만의 시간을 제대로 만끽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Yu Ilhan은 Dragon 둥지와 도시, 별궁 건설에 선언 스킬을 사용하며 지상과 상공에 넘쳐나는 마나를 마구마구 써대고 있었다. Helianna는 장엄하게조차 느껴지는 창조의 광경을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다가는 문득 그에게 물었다.

 

[자기, 지구와 Daréu를 합칠 생각이야?]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세계와 세계를 합쳐 보다 거대한 하나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어쩌면 지구에 Daréu와 통하는 게이트가 생겨난 그때부터, Yu Ilhan이 이 땅에 들어와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을 얻게 된 그때부터 이 일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Guardian’s Will에게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을 흡수하게 해 그 넓은 세상을 뒤엎으려면 또 엄청 힘 써야겠는데.”

[분명 가능할 거야. 그래, 그러면 분명 자기가 지켜야 할 것들을 모두 지키는 게 쉬워지겠지. 후후, 정말 자기한테 어울리는 권능을 얻었는걸.]

“내가 어째서 이런 힘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higher existence집단뿐만이 아니다. 정체모를 에너지를 사용하는, 딱 봐도 엄청 나중에 반드시 Yu Ilhan과 트러블을 일으킬 것만 같은 놈들과 조우하기까지 했다. foreshadow을 파괴하고 foreshadow을 창조하는 Yu Ilhan에게 라스트보스의 존재를 알고도 바보같이 당하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 누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겠지.”

[그거야, 자기. 완벽해…… 그래서.]

 

Helianna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대체 이 세상에 Dragon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그것도 금방이라도 higher existence에 이를 것 같은 괴물들이?]

“뭐, 차차 소개해줄게. 마침 저기 몇 마리 오네.”

 

Yu Ilhan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보였다. 저 너머, 첫 번째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하는 Dragon 무리의 일단이 보였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물론 Ehjar의 고기와 피를 전부 먹어치워 백만 마리 Dragon의 리더를 맡은 레드 Dragon 루비. 294레벨로 떠났는데 돌아오는 지금은 벌써 296레벨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역시 Daréu에 생겨나고 있는 다른 몬스터들도 장난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버님, 루비가 돌아왔습니다!]

[……아버님?]

 

Helianna가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Yu Ilhan은 다시금 살풋 웃었다.

 

“소개해준다고 했잖아.”

 

Upper 집단 용의 둥지, 그 무시무시한 잠재력이 발아하고 있었다.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6

———————————————-

 

[아버님, 이 존재는…… 적입니까?]

 

Yu Ilhan에게 찰싹 달라붙은 Helianna의 모습을 확인한 루비가 한껏 긴장하며 Yu Ilhan에게 확인했다. 어쩌면 Yu Ilhan이 정신 공격을 당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가 Yu Ilhan과 Helianna에게까지 다 들려왔으니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내 우군이니 걱정할 필요 없어. 그보다 왜 벌써 돌아온 거지?”

[Dragon이 탄생하는 것의 반대급부로 용살의 힘을 지닌 몬스터들이 탄생했습니다. 아버님께서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아.”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야 Yu Ilhan은 이제 용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는 엄연히 Dragon을 죽이는 자로서 더 많은 업적을 이룩했던 것이다. 처음 Daréu에 찾아와 Dragon을 1천 마리씩이나 죽였던 기억이 생생했다.

Daréu는 그의 모든 Record의 영향을 받아 진화했으니, 그야 물론 용살의 힘을 지닌 몬스터들도 탄생했겠지. Dragon들이 위기감을 느낄 정도라면 놈들에게도 4th Class 이상의 높은 레벨을 지닌 자들이 많다는 것이고…….

 

“놈들을 이겨내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겠네.”

[아버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따위 놈들한테 겁을 먹고 있었던 거야? ……하긴 이제 막 태어났을 뿐이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

 

Yu Ilhan은 얌전히 대기하고 있던 Yumir를 돌아보며 부탁했다.

 

“Mir야, 네 못난 동생들을 보살펴주렴. 죽지만 않게 굴리면 돼.”

“알았어, 아빠. 다들 강하게 만들어줄게!”

 

Mir는 활짝 웃으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루비를 위시한 Dragon들이 뭐지?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가운데 실로 압도적인 크기의 6th Class Dragon의 진신을 내보이는 Yumir!

 

[쿠오오오오오옹!]

 

찬란하게 불타오르는 황금의 비늘을 지닌 Yumir가 가볍게 포효하자 모여 있던 Dragon들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특히 루비의 눈이 사정없이 반짝였다.

 

[굉장하십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Yu Ilhan은 그제야 루비의 목소리가 남성의 것보다는 여성의 것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자애였구나! 그나마 여성적인 이름을 붙여주어 다행이었다!

 

[모두 따라와! 살다 보면 용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놈도 많이 만나게 되니까 저렇게 약한 놈들을 상대로 벌써부터 쫄면 안 돼!]

[든든해!]

[늘 새로워!]

[짜릿해!]

“역시 Mir는 애들을 한 번 키워봐서 다르구나.”

 

새삼스럽지만 Yumir는 너무 놀라운 녀석이었다. Yu Ilhan에게서 은따 외톨이 기질을 제거하고 통솔자의 기질을 대신 주입하다니, 그래서야 부족한 부분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녀석은 만약 소설이었더라면 절대 주인공이 되지 못할 타입이었다!

Yu Ilhan이 내심 안도하는 가운데 Yumir는 모두를 이끌고 적이 난동을 부리는 바로 그곳을 향해 날갯짓했다. Dragon들이 Yumir를 따라 모두 떠나가고 나자 Yu Ilhan을 바라보는 Helianna의 눈길이 그윽해졌다. 어딘가 분노를 담고 있는 눈빛이었다.

 

[자기…… 또 누구랑?]

“네가 그걸 추궁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선 우선 제쳐두고 말해주자면, 아니야. 단지 Daréu가 Upper세계로 Leap하는 과정에서 대량 발생한 Dragon들이, Dragon들을 다스리는 내 권능 때문에 알아서 복종하고 부모라 여기는 것뿐이야.”

[후, 경쟁자가 늘지 않아 다행이네.]

 

물론 Yumir가 이 대륙의 어떤 존재를 상대로도 밀릴 리는 없겠지만 아직 약한 4th Class Dragon들은 혹시나 다칠 지도 모르기에, Yu Ilhan은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을 조작해 용살의 힘을 지닌 몬스터 전원에게 약간의 구속을 가했다. 반칙이라고 해도 좋다. 그는 단지 전력을 온존하고 싶을 뿐이었다.

 

“좋아, 이 정도로 해놨는데도 죽는 놈은 죽어도 변명이 없을 것이고…… 그러면.”

 

건설 작업도 어느 정도 종료가 되었다. 백만 마리의 Dragon들이 몸을 누일 계곡과 둥지와 동굴도, 엘프들과 Wolfkin들이 살아가며 터전을 가꿀 도시와 숲과 농원과 강도, Yu Ilhan과 일행이 머무를 근사하고 장엄한 성도 모두 완공되었다. 물론 유사시 적을 맞아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Sky Castle과 수호성의 코어를 고대 엘프 magic formation과 연동해서 이 세상 전체를 전투 기지로 만드는 건…… 음, 이것도 기틀은 잡혔으니 술식이 완성되기만 기다리면 되겠어.”

[응, 자기는 언제나 스케일이 커서 참 좋다니까. 세상 전체를 Sky Castle처럼 만들려고 하는구나?]

 

얼핏 들어선 이해가 안 갈 만큼 방대하다! 이쯤 되면 여태까지 Yu Ilhan을 적대해온 자들이 불쌍할 지경이었지만 Helianna는 굳이 더 말을 길게 늘이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자기? 혹시 괜찮다면…… 내가 첫 번째여도 될까?]

“아니, 미안하지만 첫 번째는 Liera야.”

[쳇, 하여간 정실 무지하게 챙긴다니까. 그렇게 그 여자가 좋니? 아, 아냐. 상처받으니까 답하지 마.]

 

Yu Ilhan은 살짝 서운한 모습을 보이는 Helianna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그녀가 조금 놀라는가싶더니 이내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정말 변하긴 했네. 그야 자기는 이전부터 착했지만…… 지금은 좀 더 나를 배려해주는 거지?]

“그러게. 내가 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신기하게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가네.”

 

lower existence이던 시절의 Yu Ilhan은 개인으로서 존재했으나, 지금은 다른 모든 것을 품지 않으면 안 되는 집단, Dragon’s Nest 장이다.

그의 시야는 넓어졌고, 눈높이는 높아졌다. 다른 개개인에게 향하는 감정이 아주 조금 줄어들었지만, 자신의 시선 안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더욱 많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higher existence가 되기 직전에 얻은 서브클래스 지도자의 영향도 섞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불쾌한걸. 이건 부동심으로도 막을 수 없는 변화야. 과연 이게 정말 자연스러운 걸까? 정말 내 마음일까?”

[하지만 자기는 여태껏 계속 그런 식으로 변해왔잖아? Record을 쌓고, 그 Record에서 비롯된 새로운 자신을 구축해왔지. 지금도 그런 과정에 있을 뿐이야. 만약 그것을 부정하려거든, 자기는 태어난 시점 이후의 모든 자신을 부정해야 하지 않을까?]

 

Yu Ilhan은 입을 다물었다. 간혹 잊어먹을 때가 있지만 Helianna는 수만 년을 살아온 존재이다. 지금처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이 Yu Ilhan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지금을 긍정하지 않고선 앞으로 나아갈 자격도 없겠지.”

[그리고 난 나한테 상냥하게 대해주는 지금의 자기가 더 좋아.]

“……에잇.”

 

그녀의 말에 순순해진 순간 기습적으로 들어온 돌직구에 그만 그녀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말았다. 서큐버스 퀸의 공략은 계속되고 있었던가? 하여튼 방심할 틈이 없다. Yu Ilhan은 Helianna의 이마에 딱밤을 한 방 먹이고는 돌아섰다.

 

“다들 충분한 Rest을 취하고 나면 모아줘. 나는 세상을 한 번 돌아보고 올 테니까.”

[후후. 알았어, 자기.]

 

Yu Ilhan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Yu Ilhan 본인이 이미 Soul Fire Dragon God과 깊이 연결된 채이고, flame과도, Dragon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Heaven을 나는 것은 굳이 마나를 소모해 발현할 필요도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일. 단지 Dragon’s Body 안에 내재된 Ruin Calling을 불러내는 것으로 가뜩이나 빠른 비행 속도를 한층 가속하는 일은 가능했다.

그는 주위로 마나를 확장해 사방의 모든 것을 Record하는 것과 동시에 등 뒤로 Ruin Calling을 펼쳤다.

 

“호오.”

 

Soul Fire Dragon God이 평범한 Artifact의 영역을 뛰어넘어 그의 육신과 동화되었기에 그 안에 깃든 무장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본래 무수한 금속과 Magic의 정수로 이루어진 Ruin Calling은 지금, 붉은 flame의 피막 날개로 화해 있었다. 그 누가 봐도 Dragon의 날개라고 생각하겠지.

물론 그 강도와 능력이 어디로 간 것은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Pulling Down의 영역 내에서 flame의 힘으로 강화되는 Artifact처럼 능력이 족히 2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였다.

 

“좋은데. higher existence라는 건 정말 재미있구나.”

[higher existence라는 개념을 단지 새로운 탐구영역으로만 생각하는 로드의 사고방식에 감탄을 표한다.]

“너 Orochi 닮아가는구나.”

[큭!?]

 

Ehjar를 조용히 시킨 Yu Ilhan은 본격적으로 활공 속도를 높이며 사방을 살폈다. 그가 다루는 마나가 세상과,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과 공명하고 있었으므로 세상을 훑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정말이지 6th Great Cataclysm을 거친 Daréu는 Yu Ilhan을 세상으로 형상화한 것만 같았다. Yu Ilhan은 그 사실에 경악과 감탄을 동시에 느꼈다.

과연, 이래서 여태까지 별 것 없어 보였던 Army of Heaven을 차마 다른 집단이 경시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래서 Destruction Demon Army의 본영인 Elkatra나 Brilliant Army of Light의 본영, 나락에 다른 집단이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는 것인가!

 

[세상에 flame의 기운이 가득해요. 하지만 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이 세상은 정말 예뻐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Eternal Flame.”

 

Eternal Flame은 자신의 분신을 사방으로 내보내 세상에 존재하는 flame을 흡수하거나 보태고, 마나를 빨아들이거나 방출하는 등 자유로이 놀고 있었다. Yu Ilhan이 Dragon’s Nest 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함께 벽을 돌파했기 때문에, 녀석의 권능 역시 이전에 비할 수 없이 상승했다. Yu Ilhan이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더라도 Eternal Flame 혼자서 어지간한 higher existence는 막아낼 수 있으리라.

 

“용살, 용살…… 아, 찾았다.”

 

Dragon과 다른 몬스터들의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저 먼 곳으로부터 느껴졌다. 물론 Yumir가 통솔을 하고 있는 만큼 죽는 녀석은 쉽게 나오지 않았지만, Yumir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다른 Dragon들의 전투 경험을 늘이는 쪽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도 않았다.

 

[전부 정신 차려! 그 정도 flame으로는 쌀도 익힐 수 없단 말이야! Dragon의 긍지를 잊어버리면 안 돼!]

[알겠습니다, 형님!]

[좀 더 목 밑에 들끓는 마나를 끌어올려! 심장박동을 느끼고 거기서 속삭이는 마나의 흐름을 있는 대로 방출해!]

 

실로 Yumir가 Dragon이기에 가능한 교육방식이었다. 어쩜 아빠나 엄마 Dragon한테 배운 적도 없는데 저렇게 잘 가르치는 것일까!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그 장소를 떠났다. 혹시 자신도 가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혼자 상공에 뜬 채 수십만 마리의 Dragon을 여유롭게 살피는 Yumir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나는…….”

 

Yu Ilhan은 고개를 돌렸다. 지금 그는 굳이 기척을 감추고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모든 존재가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느껴지는 아주 조금은 이질적인 감각. 그것은 공포와 경외, 복종과 불복의 사이에 있는 무언가이다.

 

그것은 동시에 혼몽이며 망설임이기도 했다. 분명 그 자신도 명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애매한 감정에 갇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그런 감정을 품고 있을 만한 녀석들은…….

 

“Dragonkin이겠지?”

[느끼고 있었군. 그렇다. 지금 이 세상에는 Dragon 외의 Dragonkin도 많이 나타난 상태다.]

“Orochi도 Dragonkin이었지…….”

 

Orochi는 엄밀히 따져 Dragon은 아니다. 일본신화에서 전해지는 거대한 이무기가 그 정체. 하지만 녀석은 엄연한 용족이고, 다른 종족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기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기라고 욕해도 상관없다. 용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Ehjar가 그에게 물었다.

 

[나의 주인이여, Lord여. 그대는 그들도 모두 거둘 것인가? 과거의 나는 오직 Dragon의 이름을 높이는 데에만 집중했지만, 로드가 만들어낸 집단의 이름이 ‘용의 둥지’가 된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더구나 하필이면 내가 수장이 된 후에 찾아온 세상이 Daréu라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이게 완벽한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Daréu는 Dragon만의 세상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Dragonkin이 태어나기 쉬운 세상이었다. Yu Ilhan이 처음 Daréu를 찾아와 한 것도 Dragon 이전에 Dragonkin을 말살하는 것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의 Yu Ilhan에게 있는 권능은 어디까지나 Dragon을 Rule하는 권능이며 Dragon은 Dragonkin 중 일부에 불과하다.

만약 Yu Ilhan이 포기가 빠른 남자였더라면 Dragon은 Dragon이고 Dragonkin은 Dragonkin이니까, 하고 놈들을 그냥 쓸어버리거나 했겠지만, 그의 성격이 그렇게 한심했더라면 지구에 홀로 천 년간 남겨진 시점에서 이미 리타이어했으리라.

 

“포기는 안개가 끼었을 때나 하는 말이지.”

[포기는…… 음…….]

 

Ehjar는 본능적으로 retort 걸려다가 그만두었다. Orochi를 닮아간다는 Yu Ilhan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Orochi가 차차 Yu Ilhan을 닮아갔듯이 녀석도 Yu Ilhan에게 물들고 있을 뿐이었지만, 스스로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Yu Ilhan이 손뼉을 쳤다. 지하에서, 지상의 숲속에서 몰래 그를 훔쳐보고 있던 존재들이 깜짝 놀라며 몸을 뒤트는 가운데 그는 씨익 웃으며 포부도 좋게 지껄였다.

 

“좋아, 그럼 이번 기회에 권능의 영역을 넓혀볼까. Dragon뿐으로는 섭하지. 모든 Dragonkin을 내 휘하에 넣어보자고.”

[그렇게 말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정체모를 적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가능하다면 그 녀석들을 전부 higher existence로 만들 수 있으면 든든할 텐데 말이야! Yu Ilhan은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며 마나를 사방으로 확장시켰다.

 

“야, 스스로 용이라고 생각하는 놈들!”

 

Lord의 음성이 세상 곳곳에 울려 퍼졌다.

 

“10초 준다, 여기로 집합!”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7

———————————————-

 

그의 도발은 효과적이었다. 안 그래도 Dragon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존재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세상은 무엇인가에 대해 심오한 내적갈등을 겪고 있던 Dragonkin들이 때는 이때다 싶었는지 Yu Ilhan을 향해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구워어어어어어어어.]

 

산과 숲을 내달려 지상에서.

 

[캬오오오오오오!]

 

Heaven을 박차고 구름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상공에서.

 

[키아아아아악!]

 

동굴과 해저, 그리고 지하 땅굴로부터. 세상을 구성하는 온갖 장소로부터 뛰쳐나온 Dragonkin이 Yu Ilhan을 향해 내달려왔다.

 

[세상의 Lord가…… 우리를 부르는가!]

[캬하아아아악! Dragon의 주인, 그 기운이 너무 짜증나!]

 

그것은 Dragon들이 집합하던 광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장관이었다. Dragon은 어디까지나 Dragonkin의 일부에 불과하고, Dragon을 제외하고도 이 세상에 Dragonkin만 따져 족히 수천만 마리는 탄생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숫자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아직 부족해. 고작 그 정도로 내 기세를 받아낼 생각은 아니겠지!”

[조금씩 Dragon다운 모습을 보이는군, 나의 Lord여.]

 

Yu Ilhan은 Ehjar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을 이용해 자신의 마나를, 자신의 의사를 널리널리 퍼트렸다. 점점 더 많은 Dragonkin이 그에게로 몰려왔다. 자연의 마나가 Yu Ilhan의 마나에 자극을 받아 주위 Record을 흡수해 새로운 Dragonkin을 탄생시키기까지 했다!

 

[부르는 대로 왔다.]

[너는 대체 누구냐.]

[캬악! 캬아아아아!]

[짜증나! 네가 짜증나!]

대체로 인간 이상의 지능을 지니고 태어나는 Dragon과는 달리 Dragonkin의 지능은 천차만별이었다. Orochi 정도면 그나마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Yu Ilhan은 과거 Language 스킬을 마스터한 적이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Dragonkin 중 Language로서 의미를 갖춘 소리를 낼 수 있는 녀석들은 고작 3할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그 3할은 대체로 4th Class에 이르러 있었다.

 

“너희도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보고 들었겠지. 나는 이 세상의 Lord, 그리고 모든 Dragon의 주인이다.”

[그것은 알고 있다. 당신에게서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 위압적인 기세가 느껴진다. 우리를 끌어당기는 dominion이 느껴진다.]

 

개중 가장 레벨이 높아 보이는 녀석이 대꾸했다. 놈은 실로 거대한 피막의 날개와 그에 대비되듯 날렵한 몸체를 지니고 있는 Dragonkin으로, 전신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역시나 flame의 속성을 타고난 Dragonkin이었다. 굳이 분류를 따지자면 익룡이라고 해야 할까?

Yu Ilhan은 놈의 레벨이 290에 가깝다는 것을 느끼고는 사뭇 놀랐다. 설마 탄생 시점의 루비보다도 레벨이 높은 4th Class Dragonkin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래? dominion이 느껴진다 이거지.”

[하지만 다르다. 당신은 Dragon의 주인이지 우리 모든 Dragonkin의 주인이 아냐. 당신은 flame의 주인이지만 내 주인은 아냐.]

“맞아.”

 

Dragon의 Lord로서 지닌 그의 dominion이 Dragonkin을 상대로도 일부 효과를 보긴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그것이 Dragonkin들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동시에 녀석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내가 너희를 왜 불러 모은 것인지도 알고 있을 테지.”

[Dragon의 존엄을 세우기 위해서인가.]

[Dragon의 졸개로 부리기 위해서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Dragon의 노리개로 삼아 희롱하기 위해서인가.]

 

아무리 Dragon이 Dragonkin의 제왕이라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여기서 태어난 Dragonkin이 전부 Dragon을 무서워하는 거냐! Yu Ilhan은 과거 Daréu를 Rule했던 Dragon들을 떠올리며 아득한 얼굴을 했다.

그러고 보면 그때도 Dragon들은 Dragonkin 위에 군림하고 있었지. 그 당시의 Dragonkin은 모두가 Dragon에게 복종하거나 공포를 표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당시 Daréu에는 4th Class Dragonkin이 없었다.

 

당시의 Yu Ilhan은 그 사실에서 미루어 Dragonkin은 4th Class에 이르면 전부 Dragon으로 진화하는 것이구나! 하고 명쾌한 결론을 내리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다.

그 착각을 언제 수정했는가, 그것은 실로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Dragon의 주인이 된 순간이었다. Dragon을 다스리는 능력을 얻고 Record이 심화된 후에야 비로소 Orochi가 Dragon이 아닌 Dragonkin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녀석이 Ehjar의 육신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생각하건대, 아마 Daréu에 서식하던 Dragon들은 4th Class의 Dragonkin이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 거라 생각해 죽여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Dragonkin들을 수하로 부린 것이다.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이란 말인가!

 

“아니.”

 

하지만 Yu Ilhan은 그들에게 더더욱 비참한 일을 강요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너희들에게 진정한 Dragon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찾아왔다.”

 

Dragon’s Nest 수장으로서, Dragon의 Lord로서, 지구의 주민으로서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뭐?]

[캬악! 캬아아아아아아악!]

[그게 무슨 소리야! 종의 한계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어, 결코!]

 

반응은 무척이나 격렬했다. 수백만, 지금도 실시간으로 모여드는 Dragonkin들 사이로 Yu Ilhan의 말이 번져나가며 더더욱 큰 반향이 찾아왔다. 그들이 일으키는 소음에 초월자가 된 Yu Ilhan의 귀마저 먹먹해졌을 무렵, 290레벨의 익룡이 그에게 물었다.

 

[Dragon으로 만들어서, 부리겠다고?]

“바로 그거지. 아니, 너희가 Dragon이 되면 그냥 자동으로 내게 복종하게 될 거야. 그 정돈 파악하고 있을 텐데?”

 

익룡은 Yu Ilhan의 지나치게 솔직한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래도 다른 Dragonkin들도 눈치는 있는지, 익룡의 침묵에 동조하여 가만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실로 탐욕스러운 Dragon의 Lord여, 우리를 그냥 두지는 못하겠는가? 우리가 살아가도록 둘 수는 없는가?]

“Yeah. 내 말에 따르지 않는 녀석들은 다 우리 애들의 경험치가 되어 사라질 뿐이야. 지금은 한 마리 한 마리의 경험치가 아까운 상황이거든.”

[하……!]

 

Yu Ilhan의 말에는 한 점의 꾸밈도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결심한지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다. 처음으로 대학 캠퍼스에 나타난 몬스터들을 찢어발기고 죽였을 때부터 그의 결심은 흔들린 적은 있을지언정 꺾인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놈이 기세를 높였다. 붉은 피막 날개 위로 피어오르는 flame은 어딘가 Yu Ilhan의 Ruin Calling을 닮았다. 어쩌면 그 능력마저 조금은 닮았을지도 모른다. Ruin Calling의 Record도 분명 이 세상의 진화에 이용되었을 테니까.

 

[우리에겐 지금 네놈을 죽인다는 선택밖에는 남지 않는다!]

“……그래, 역시 그런가.”

 

놈의 목소리에 대다수의 Dragonkin이 반응했다. 저마다 무지막지한 기세를 피워올리며 Yu Ilhan을 위협하고, 성급한 놈은 벌써 Yu Ilhan에게 달려드는 놈도 있었다. Yu Ilhan은 그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Ehjar가 한숨을 쉬었다.

 

[로드라고 해도 무리인가. 과연 Dragon의 업보는 짙다.]

“글쎄, 나는 다르게 생각해. 모든 Dragonkin이 그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Dragon이 되기를 바라는 놈이라면…… 다를 거야.”

[로드……?]

 

의문을 표하는 Ehjar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다시금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한 단어를 읊조렸다.

 

“Downfall.”

 

[Downfall 스킬이 발동합니다. 당신의 Ruled Domain을 선포합니다.]

 

Yu Ilhan에 의해 최초로 Lord를 얻은, Yu Ilhan의 Record에 의해 진화한, 오롯이 Yu Ilhan의 것인 세상 Daréu. 그곳에서 최초로 그의 Downfall이 이루어졌다. 이미 온전한 존재인 Yu Ilhan이, 자신의 dominion을 한층 더 강화시키며 자신을 중심으로 하여 대기를, 세상을 붉게 물들여갔다.

 

[큭!?]

[이게…… 뭐지?]

[어마어마한 마나가, 타오르는 대기가……!]

 

Downfall 스킬은 그의 클래스 메인 스킬 Pulling Down의 강화판인 동시에 Yu Ilhan이 지니고 있는 Dragon과 flame의 속성을 오롯이 담아낸 스킬이기도 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대기의 마나를 끌어서 쓸 수도 있는데 이 세상 어디라고 그의 영역이 아니겠는가!

Downfall 스킬은 발동 순간 아득하도록 넓은 Daréu 전체를 영역권 안에 넣었다. 그 안에서 모든 flame과 Dragon의 힘이 강화되었으므로, 아마 지금쯤 열심히 싸우고 있을 루비를 위시한 Dragon 전부 한층 능력이 상승했을 것이다.

 

[크흑, 카학……!]

[flame이, 내 말을 듣지 않아.]

 

지상에 발을 디딘, 지하에 몸을 숨긴, 상공에 붙들린 Dragonkin 모두가 거대한 압박감을 느꼈지만 그중에서도 flame을 다루는 자들은 숨도 쉬기 힘들어했다. 모든 flame은 Yu Ilhan에게 복종해야 하므로, 감히 Yu Ilhan에게 적대를 표하는 자라면 자신의 주인이라고 한들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말도, 나는……!]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물론 익룡이었다. 놈은 자신이 다루던 flame이 자신을 배신하는 상황에 경악하여 제대로 날갯짓도 못하고 바닥으로 철퍼덕 떨어졌다. 그 밑에 있던 Dragonkin 몇 마리인가가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불 타 죽었다.

 

[네, 놈…… 무엇을!]

 

놈은 간신히 고개만을 들어 Yu Ilhan을 쏘아보았다. 터무니없이 거대하게만 보이는 세상의 Lord를 향해 악의에 찬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Yu Ilhan은 풋, 가벼운 웃음마저 흘리며 놈에게 대꾸했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세상을 이루는 만물이, 응당 복종해야 할 주인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것뿐이야.”

[익…… 이……!]

 

용납할 수 없다. 저렇게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모든 것이 제 것인 줄 아는, Dragon을 인간의 모습으로 빚어놓은 듯한 추악한 괴물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몸에서 비롯된 flame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저 괴물을 따르고자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강해…… 빌어먹을, 강하다……!]

[킥…… 키히이이익!]

[쿠아아아아아, 쿠아아앙!]

 

익룡을 비롯해 이 자리에 있는, 이 자리로 달려오다가 몸이 굳어버리고 만, Yu Ilhan의 부름을 피해 숨어 있다가 Downfall 스킬의 발동 순간 그 자리에 엎드려 눕고 만 모든 Dragonkin은 처절하리만치 확고하게 실감했다.

 

Yu Ilhan은 강하다. Dragon의 주인이라는 말에 실로 합당하다. 세상의 주인이며 flame의 주인, 그와 대적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이 결말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분해…… 분하다……!]

 

익룡이 피로 물든 절규를 토해냈다.

 

[나도 Dragon이 되고 싶다! 강해지고 싶다!]

 

강함을 추구하는 것은 비단 Dragon만의 특성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Dragonkin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어떠하건 내면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함에 대한 동경이 깃들어 있다. Yu Ilhan을 바라보는 Dragonkin의 시선이 분노에서 공포와 경외로 변질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으리라. 그는 처음부터 이것을 예상하고 강하게 힘을 발휘한 것이다.

 

“강해지고 싶지?”

[그래! 나도 강해지고 싶다! 기껏 강한 육신을 얻어 태어날 수 있었는데,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 때문에 더 이상 강해지지 못하고 한심하게 무너진다니 인정할 수 없어! 인정할 수 없단 말이야!]

 

놈의 외침에는 논리도 이성도 없었다. 그냥 울부짖음에 가까운 한탄이었다. 하지만 그도 당연하지. 레벨이 하도 높아 잊기 쉽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Dragonkin은 6th Great Cataclysm의 순간에 태어난 놈들이다. 쉽게 말하면 신생아다. 어린 것이다! 제아무리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으면 뭐하겠는가, 어려서 경험이 일천한 것을!

 

그것이 뜻하는 또 한 가지 사실은.

 

‘속여 넘기기가 쉽다는 거지.’

[…….]

 

Yu Ilhan의 사악함에 절망의 Dragon Ehjar마저 말을 잃었다. 역시 이 자는 Dragon의 Lord가 될 자격이 있는 악마였다! 어쩌면 Destruction Demon Army의 수장이 되었어도 잘 해먹었을지도 모른다!

 

“좋아. 강하게 만들어주지.”

 

Yu Ilhan이 입 꼬리를 비틀어 웃으며 선언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간단해. 내게 복종해, 그리고 모두와 함께 살아가라.”

 

그의 목소리와 마나가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과 공명해 세상 Daréu 전체로 퍼져나갔다. Daréu에서 태어나는,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모든 Dragonkin의 뇌리에 그의 목소리가 들어찼다.

 

“내가 너희를 Dragon으로 만들어주마.”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8

———————————————-

 

세상이 일변했다. 적어도 Daréu에서 태어난 Dragonkin들에게는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지성이 있었건 없었건, Dragon으로 태어나지 못한 모든 Dragonkin의 머릿속이 상쾌하게 맑아졌다. 절대적인 Lord에 대한 경외가, 그의 힘에 대한 믿음이 솟구쳤다.

 

flame의 dominion을 잃고 바닥에서 몸을 부르르 떨던 익룡이, 고통도 잊고 고개를 들어 Yu Ilhan을 올려다보며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정말 나를, Dragon, 으로…….]

“강함을 추구하는 너희라면, 그게 얼마나 허무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길인지도 물론 알고 있겠지? 내 휘하에 들어오는 순간부로 완전한 자유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인식했겠지?”

[물론이다. ……그럼에도 나는 강해지고 싶다. 끝이 없는 길이라고 해도 걸어 나가고 싶다. 도전할 자격을 얻고 싶다. Dragon이…… 되고 싶다.]

 

놈이 솔직해졌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나타난 폭군이 자신들을 억압하고 강요하고 있음에도, 그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분해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못했다.

 

“좋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고 있겠지?”

[크흑…… 알고 있다, 있습니다.]

 

Yu Ilhan은 그런 솔직한 모습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몬스터 주제에 한없이 인간적이고 시야도 좁고 난폭할 뿐더러 바보에다 욕망 때문에 앞으로의 생애 전부를 내다바치는 어리석은 모습들이 한없이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그는 씩 웃으며 속삭이듯이 대꾸했다.

 

“좋아, 네가 첫 번째다. 네 이름은 퍼스트. 가장 먼저 Dragon으로 거듭나게 될 Dragonkin이다.”

[퍼스트……!]

 

정말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름을 부여받았음에도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고 감격하는 퍼스트. 바로 그 순간, Yu Ilhan으로부터 비롯된 한 줄기 마나의 공명이 세상 전체를 뒤흔들었다. 무지막지한 양의 마나가 한자리로 모여들어 재배열되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Lv 290 퍼스트가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그를 당신의 휘하로 받아들입니다.]

[선언 스킬이 발동합니다.]

 

선언 스킬은 Rule 스킬과 Record 스킬이 만나 탄생한 Upper 스킬. 그의 휘하에 드는 모든 이는 이 스킬의 영향을 받는다.

그의 말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이 스킬이라고 해서 1차 클래스를 3rd Class로 만들거나 죽은 이를 되살리거나 하는 기적은 일으키지 못하지만, 일정한 재료가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 원래 불가능했어야 할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정도는 가능했다.

 

그러니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스킬이라고 할 만 하다.

[큭!?]

[저게 뭐지!]

[캭! 캬아아아아악!]

 

아무런 전조도 없이 허공에 거대한 바구니가 나타났다. 그것은 Yu Ilhan이 higher existence로 거듭나는 순간 그를 도와주었던 지고의 Artifact 기적의 요람.

과거 이미 무수한 Record을 흡수하고 많은 부산물을 얻어 God Rank으로 거듭난 바 있고, 그 상태로 Yu Ilhan이 higher existence가 되는 과정의 격변을 함께 겪으며 그 이상의 무언가로 새로이 조합되었다.

 

[저것은…… 터무니없이 강한 Dragon의 힘이.]

“느낄 수 있다니 다행이구나.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 준비는 되었겠지?”

[……그렇습니다.]

 

Yu Ilhan은 싱긋 웃고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손가락을 휘저었다. 그의 손놀림을 따라 기적의 요람이 점차로 그 크기를 불려, 끝내 퍼스트의 몸을 담아내고도 여유가 남을 만큼 거대해졌다.

과거라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기적의 요람이 제아무리 놀라운 Artifact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물질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아니었다. higher existence 각성 과정에서 Soul Fire Dragon God이 Yu Ilhan과 하나 되었다면, 기적의 요람은 그의 영혼과 연결되고 종속된 것이다.

Yu Ilhan이 만든 집단에 용의 둥지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용의 둥지에서 말하는 둥지란 기본적으로 Yu Ilhan 자체이면서, 크게는 세상이면서, 가장 작게는 바로 이 기적의 요람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했다.

 

[이 안에서…… 제가?]

“집중해. 나는 헐렁헐렁한 놈을 Dragon으로 만들어줄 정도로 자선 사업가는 아니니까.”

[예, 옙!]

 

퍼스트가 입을 다물었다. 기적의 요람은 커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치 살아있는 생물인 양 그 아가리를 크게 벌리더니 앙, 퍼스트를 집어삼켜버렸다. 도저히 밖에서는 녀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죽었다!]

“안 죽었거든.”

 

Yu Ilhan은 Dragonkin들이 몸을 벌벌 떠는 것을 보며 코웃음을 치고는 기적의 요람 위로 날아갔다. 마치 Yu Ilhan이 higher existence로 거듭났던 그때처럼 붉고 거대한 알의 모습으로 굳어진 기적의 요람이 위로 길게 빨대를 하나 뻗어냈다. 꼭 잠수부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내미는 관을 보는 것 같았다.

 

“큿.”

 

Yu Ilhan은 그 위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그었다. 붉게 타오르는 피가 몇 방울, 빨대 속으로 스르르 빨려들어갔다. Yu Ilhan의 상처가 아물고 빨대가 요람 안으로 다시 빨려갈 때쯤, 붉은 알의 형상으로 고정되어 있던 기적의 요람이 두근, 하고 크게 맥박을 쳤다.

 

“너희도 잘 보고 있어.”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에 대한 불신에 사로잡혀있는 일부의 Dragonkin을 향해 눈을 찡긋해보였다. 지금쯤이면 Yu Ilhan이 그들을 속여 이용할 셈이었다면 번거롭게 대화를 시도할 필요 없이 마나로 억압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법도 한데, 역시 Dragon이 아닌지라 거기까지 머리가 좋지는 못한 것일까.

 

[아아아아아아.]

 

타이밍 좋게 퍼스트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신음소리에는 신체의 변이에서 어쩔 수 없이 찾아드는 고통이 절반, 근본적인 Record의 성장에 대한 환희가 절반씩 섞여 있었다. 그러나 Yu Ilhan은 알고 있다.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크아악, 크아아! 아파! 아프다……! 기쁘지만 아프다!]

“아직 자격도 Record도 마나도 레벨도 부족하니까 변이가 더 아픈 것도 어쩔 수 없지. 진정한 의미에서의 Dragon이 되려거든 앞으로 10레벨은 더 올려야 할 거야.”

[큭, 크흐윽, 하아아아아아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놀랍게도 알 위로 한 줄기의 실금이 그어졌다. 녀석의 각성에 걸리는 시간을 몇 시간까지도 예상하고 있던 Yu Ilhan으로서는 의외로운 결과였다. 아무래도 강함과 Dragon에 대한 놈의 집착은 보통 수준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 아아아아아아.]

 

붉은 알은 쩌적, 쩌적 크게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끝내 절반으로 갈라졌다. Dragonkin이 Dragon으로 변이하는 순간. 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Lord시여!]

“빨리 끝났네.”

 

퍼스트가 그곳에 있었다. 두 다리로 대지를 지탱하고 선 놈은 이전보다 더욱 크고 붉게 타오르는 날개를 지니고 있었다. 녀석의 붉은 눈동자 안에 별빛이 가득했다. 아마 지능도 조금이나마 올랐으리라. Yu Ilhan은 미소 지으며 물었다.

 

“소감은 어때?”

[실로…… 실로 만족스럽습니다, Lord시여.]

 

Dragon이라고 해서 전부 배불뚝이에 짧은 팔다리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당장 Yumir만 해도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살이 쪘다는 느낌은 그다지 받을 수 없는 날렵한 몸집에, Physical Combat을 다루는 녀석답게 굵고 긴 팔다리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Dragon이 되었어.]

[어떻게? 대체 종족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은 것이지?]

[만약 그렇다면 나도.]

[크르르르르르, 크르르르르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도, 나도 Dragon이 되고 싶다……!]

 

Yu Ilhan이 기대하던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퍼스트는 자신에게 주목되는 시선을 느끼고는 양 날개를 크게 펼쳐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뿌듯하게 외쳤다.

 

[크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로어! Dragon의 로어……!]

[Dragon이다! Dragon이야!]

 

퍼스트는 그런 Yumir가 더욱 작고 날렵해진다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싶은 체형을 지니고 있었다. 본래 Heaven을 날아다니던 용답게 팔과 다리보다는 날개가 크게 발달했지만 그럼에도 이전과는 결정적으로 달랐다.

어디 겉모습뿐인가? 체계를 지니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들끓던 마나는 순수하게 정련되어 전신을 흐르고 있었고, 녀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니고 있던 flame의 힘은 Yu Ilhan의 영향을 받아 크게 증폭되기까지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Yu Ilhan의 관할 하에 각성했으니 이제 막 레벨 300에 도달했을 뿐인 다른 집단의 higher existence보다는 강할 것이다.

 

[나는 Dragon이 되었다! 강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다!]

[나…… 나도! 나도 Dragon 할거야!]

[당신을 따르겠다! 아니, Lord여! 따르겠습니다!]

 

정말로 Dragonkin이 Dragon으로 변이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 녀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Yu Ilhan에게 덤벼들었다. 어떤 녀석은 기적의 요람 안에만 들어가면 Dragon이 되는 줄 알고 반으로 갈라진 기적의 요람으로 덤벼들어 마구 몸을 문대기도 했다.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기적의 요람이 flame에 타올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 작업이 그렇게 쉬워 보이는 건 아니겠지? 과연 퍼스트처럼 자격을 갖춘 녀석이 이 가운데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거든?”

 

물론 뻥이다. Daréu에서 Yu Ilhan이 지니고 있는 힘이라면 Dragonkin을 Dragon으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가 지니고 있는 Record의 힘을 써야 하기 때문에 무한정인 것도 아니지만, 그의 휘하에 속하게 된 Dragon이 활약하며 새로운 Record을 쌓아올린다면 결국 그것이 다시 Yu Ilhan의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요는, 끝까지 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녀석에게만 Dragon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저는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Lord시여.]

 

Dragon으로 거듭나는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퍼스트가 Yu Ilhan의 앞에서 얌전히 날개를 접고 부복했다.

비단 그에게 고마움을 느껴서만이 아니다. Dragon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그리고 완전히 Dragon으로 재탄생한 시점에서 놈은 Yu Ilhan의 진정한 힘을 뼈저리도록 느꼈고, 그가 자신들을 찾아온 것부터가 은혜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힘의 논리에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는 얘기다.

 

[저, 저도!]

[크롸아아아아아아아!]

[나도, 나도 하고 싶어!]

[어떤 일이든 하겠다, 이 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나도 퍼스트…… 퍼스트와 같은 늠름하고 강대한, 현명한 Dragon이 되고 싶다!]

“인기 폭발이네.”

 

만약 지구에 Great Cataclysm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Yu Ilhan은 홈쇼핑의 쇼호스트를 해도 제법 잘 해내지 않았을까? 물론 TV앞에 앉은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Yu Ilhan은 시덥지 않은 생각을 접어두고는 Dragonkin들을 둘러보았다.

 

“사실 너희에게 부탁할 일이 있기는 해. 마침 너희 형님들도 오고 있네.”

[형님……?]

 

퍼스트가 의아한 목소리로 반문하다 말고는 무언가를 깨달아 고개를 들었다. 다른 Dragonkin도 마찬가지였다.

 

Yu Ilhan은 Downfall 스킬을 발현한 순간부터 사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퍼트려 Dragonkin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Downfall 스킬이 워낙에 강대한 탓에, Dragonkin뿐만이 아니라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생물까지도 끌어 모으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빠!]

[아버님!]

[크하아아아아! 강한 Dragon, Dragon의 힘이 느껴진다!]

[주인, 이게 대체……!?]

“Ilhan아, 무슨 일이야! 그 이상한 놈들이 습격이라도 해온 거야!?”

[주인님, 전투야!? 쉬라고 해놓고는 또 바로 전투야!?]

 

용살자들과 싸우기 위해 Yumir와 함께 떠났던 Dragon들, 바로 그 Dragon들과 싸우고 있던 용살의 힘을 지닌 몬스터들, Sky Castle에서 Rest하고 있다가 강렬한 Dragonkin과 Dragon의 기운을 느껴 뛰쳐나온 Orochi, 그리고 다른 일행들까지! Mystic은 사정이 급한 줄 알았는지 Sky Castle과 수호성까지 동시에 출격시키고 있었다.

 

“퍼스트, 너와 다른 Dragonkin들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겠지?”

 

Yu Ilhan은 손을 흔들어 아군을 반기는 한편으로 이 자리에 모인 Dragonkin들에게 확인했다. 그들은 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들 중 일부가 두려운 기색을 띄기도 했지만 더 이상은 물러날 구석이 없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자격을 증명하라, 실로 심플하고 지당한 말이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Lord시여.]

 

퍼스트가 다시금 날개를 펴며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녀석의 입가로 강대한 flame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감히 Lord를 범하고자 하는 모든 적을 벌하겠습니다.]

[Dragon이 되기 위해서라면!]

[이대로 사라지느니 죽음을 각오하고 쟁취하겠다!]

[크아아아아아앙!]

 

[뭐야, 뭐야!? 얘네랑 싸우는 거 아니야? 뭐야!?]

 

그렇게 해서 Daréu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전쟁이 막을 올렸다. 그것은 창세신화와 비견될 만큼 거대한 전투의 시작이기도 했다!

 

———————————————-

Chapter 42. 내가 네 아빠다. – 9

———————————————-

 

[죽어라! 증오스러운 Dragon의 bloodline을 모두 끊어버려라!]

[나는 네놈들을 용납할 수 없다! 언제나 멋대로 모든 것을 휘젓는 자들, 우리 목숨을 불태워 징벌한다!]

[네놈들이나 우리나 이제 막 태어났을 뿐인데, 대체 무슨 원한이 그리 많단 말이냐!]

[용살의 힘으로 어디 내 목을 끊어보아라!]

 

퍼스트를 위시하여 Yu Ilhan의 휘하에 들어 Dragon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모든 Dragonkin과, 모든 Dragon의 주인인 Yu Ilhan을 노리고 돌격해오는 몬스터들이 화려하게 맞붙었다.

3rd Class 몬스터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놈들은 맨 처음 아군의 돌격에 휩쓸려 죽어버렸거나 다른 몬스터들의 기세를 이기지 못해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따라서 전장에서 포효하며 마나를 뿜어내고 육탄돌격을 하는 것은 대부분 4th Class였다.

 

“세상에나, Ilhan아. 지금 이게 다 뭐니?”

“뭐긴, 세상 정비지.”

 

Yu Ilhan은 성 바깥으로 나와 상황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Liera에게 시크하게 대꾸했다.

 

“세상 정비라니……?”

“6th Great Cataclysm으로 인한 환경 변화는 대부분 안정이 됐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진짜 Great Cataclysm은 그때부터 시작이잖아?” “그건 그렇지.”

 

Great Cataclysm이 진짜로 무서운 것은 고도로 진화한 마나의 영향을 받아 탄생하는 몬스터들 때문이다. Daréu는 5th Great Cataclysm을 맞이했을 때에도 무시무시한 몬스터들로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다행히 Dragon들과 Dragonkin까지는 Yu Ilhan이 거두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Yu Ilhan이 Destruction Demon Army의 보스라도 되지 않는 이상 모든 몬스터의 복종을 받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특히 그의 Record에서 비롯되었다지만 용살의 힘을 지닌 몬스터들은 더더욱 그의 휘하에 들어오지 않으려 할 것이다!

 

“물론 Trap of Destruction으로 몬스터를 가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지금 당장 세상을 가득 채운 몬스터들을 Dungeon으로 밀어 넣는 건 힘든 일이지. 더구나 수십 개 이상의 세상을 흡수하는 바람에 Daréu 자체의 크기가 엄청나게 확장되기도 했고. 그러니까…….”

“한 번 대청소를 하겠다, 이 말이죠오? 그것도 Dragon들하고 Dragonkin을 부려서? 역시 우리 Ilhan 씨, 스케일도 크지이. 그런 점도 멋져.”

“하하.”

“하, 하하하…….”

 

Na Yuna가 결론을 냈다. Yu Ilhan은 빙긋 웃었고, Liera 역시 빙긋 웃었다. 물론 두 웃음에 담긴 감정 사이에는 섭씨 1억도 정도의 온도 차이가 있었다.

 

[Upper집단 용의 둥지, 이런 뜻이었구나. 정말이지 완벽해.]

 

반면 Helianna는 순수하게 감탄사를 발했다. Rest을 취한 것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어느덧 그녀의 몸 상태는 만전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Sky Castle과 수호성에서 Rest을 취한 전원이 그러했다.

“에헴. 잘했죠?”

 

오직 티가 나게 잘난 척 하고 있는 Na Yuna만이 제법 많은 마나를 소모하고 지친 상태였다. 제대로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성역을 컨트롤하며 모두를 돌봤다는 뜻이다.

물론 그 마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클래스 특성상 그녀는 언제나 가장 안전한 곳에 머무른다. 부지런히 축복을 하고 치료하며 모두를 돕지만, 전위에서 전투를 벌이며 다치고 지친 동료들을 보며 자신만 편한 곳에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으리라. 전투가 격하면 격할수록 말이다.

 

“고생 많았어요.”

“에헤헤.”

 

Yu Ilhan은 그녀의 미련함을 탓하는 대신 그녀의 머리를 가벼이 쓰다듬어주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그의 마나가 Na Yuna의 신체로 스며들어 지친 그녀의 육신을 치유하고 마나를 보충하며 활기를 북돋웠다. 어엿한 하나의 집단의 수장이 된 Yu Ilhan에게 그것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었으나 Na Yuna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Ilhan 씨, 굉장해요! 그냥 머리랑 눈만 반짝이는 게 아녔구나!”

“일단 Yuna 씨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알았어요.”

“아아앗, 아니예요오! 머리카락이 너무 예쁘게 반짝여서 조금 잘라서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예요오!”

 

Yu Ilhan은 피식 웃어버리곤 물었다.

 

“그래서 MiRae 씨는 어때요?”

“MiRae는 아직 잠들어있어요오. 그래도 신체도 Magic도 전부 회복시켜놨으니까 피로만 풀리면 눈을 뜰 거예요!”

“정말 친구 생각은 지극하다니까.”

“그런데 요즘 Ilhan 씨가 MiRae보다 더 좋아지려고 해서 큰일이에요오.”

 

Na Yuna는 속마음을 들켜 쑥스러워하며 둘러댔다. Yu Ilhan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뒤에 Liera.”

“Ilhan 씨 농담도 참…… 히이이이이익!”

“네 죄를 네가 알렸다!”

 

Yu Ilhan과 일행이 투닥거리고 있을 때쯤 Yu Ilhan이 발한 마나를 감지한 Dragon들도 모두 그 주위로 몰려들었다. Yumir가 가장 빨랐고 루비가 그 다음이었는데, 그들은 가장 먼저 퍼스트를 보고 놀랐으며 다음으로는 무수한 Dragonkin이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을 보며 놀랐다.

 

[아빠, 이게 다 뭐야?]

[아버님, 설마 아버님께선 이 세상을 이루는 Dragonkin들마저……?]

“잘 왔어. 지금부터는 여기가 전장이니 뭉쳐서 전투하도록 해. 몬스터는 내가 전부 불러 모을 테니까 안심하고.”

[이 방대한 세상의 몬스터를, 모두 말입니까……?]

 

그의 무력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Dragon들마저 믿지 못할 만큼 터무니없는 선언. Yu Ilhan은 싱긋 웃어 보이며 한 손을 들었다. 그 손에서 짜릿하리만치 압도적인 기세가 발출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아아아아앙!]

[키히이이익!]

 

몬스터들이 기세를 이기지 못해 움츠러들고 틈을 노리던 Dragonkin들이 곳곳에서 놈들을 물어뜯었다. 단지 손 하나 들어 올리는 행동의 결과로는 그 파장이 지나치게 거대했다. 심지어 그것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확장되며 Daréu의 몬스터들을 자극해 이 평원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꺅!”

“흐으, 너 잠깐 못 본 사이에 너무 강해졌잖아!”

[이거 스킬이구나? 자기의 기운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걸.]

“맞아.”

 

다른 세상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완전히 그에게 속해 있는 세상인 Daréu에서는 Downfall 스킬을 하루든 이틀이든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그는 지금도 Downfall 상태를 유지하며 모든 Dragon과 Dragonkin에게 자신의 힘을 보태어주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Yu Ilhan의 저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스퍼트를 올려볼까.”

“여기서 더 뭘 어떻게…… 꺅!”

“맙소사!”

 

앞으로 뻗었던 Yu Ilhan의 손이 수직으로 꺾여 대지를 향한 바로 그 순간,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아니, 이젠 더 이상 그것을 고대 엘프의 magic formation이라고는 부르지 못할 것이다. Yu Ilhan에 의해 끝없이 개조되었으며 Great Cataclysm 과정에서 magic formation의 Record이 터무니없이 방대해졌기에! Yu Ilhan은 앞으로 이것을 심플하게 장판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확실히 절묘하긴 하지만 안 돼!”

“후하하하하하! 대륙 전역에 걸치는 장판의 힘을 맛보아라!”

 

Downfall으로 인해 증폭된 Yu Ilhan의 마나가 전부 대지로 스며들어가 장판을 최대한으로 활성화시키자, 한순간 Daréu 전체가 번쩍, 붉은 빛으로 빛났다.

 

[큭!?]

[몸이…….]

[히, 힘이 사라진다!]

[내, 내 안에 잠든 Dragon의 힘이 끓어오른다!]

[우오오오오오! Lord시여!]

 

적군 약화, 슬로우, 마나 드레인은 물론이고 아군의 강화와 Health 회복, 마나 보충까지 한 번에 해치우는 다기능 장판!

수천만, 수억을 우습게 넘기는 숫자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그 힘을 잃는 장면도 장관이었지만 Dragon과 Dragonkin이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처럼 마나를 폭주시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크롸라라라라라라라라!]

[불의 지옥을 맛보아라! 크하아아아악!]

[아직 약해, 너희들 아직 약해! 좀 더 힘내란 말이야! 백 마리씩 못 잡으면 나중에 내가 혼내줄 거야!]

 

Yu Ilhan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Dragon이라고 할 수 있는 Yumir는 물론이고 그 뒤를 잇는 루비와 퍼스트도 한껏 날뛰었다. 루비는 오직 위대하신 아버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어필하기 위해, 퍼스트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준 Lord에게 보답하기 위해 몸을 불태웠다. 둘 다 flame 속성을 지닌 만큼 강화폭이 가장 크기도 했다.

 

[저 빌어먹을 남자를 죽여야 한다!]

[만룡의 주인을!]

“오, 몬스터 주제에 제법 괜찮은 말을 쓰잖아? 좋아, 너 채용.”

 

모든 용의 주인, 만룡의 주인이라. Yu Ilhan은 모처럼 마음에 드는 칭호가 붙여진 것에 만족하며 그 말을 입에 낸 몬스터를 친절하게 직접 죽여주었다. 단지 가볍게 손을 휘두른 것뿐인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뛰쳐나간 flame의 Spear 놈의 입과 항문을 꿰어 죽인 것이다.

그래도 레벨 250을 넘기는 몬스터인데, Yu Ilhan이 놈을 한 방에 죽이는 것은 당연하다치고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게 죽어버리다니 너무나 비참했다!

 

“…….”

“Liera 언니이, 방금 뭐 있었어요오?”

“그냥 단지, 조금 내가 지낸 세월이 원망스러워지는 광경이었어…….”

 

Yu Ilhan의 일행뿐만이 아니다. 그것을 본 몬스터들은 인식의 범위를 뛰어넘는 그의 무력 앞에 경악하며 제자리에 굳어버렸고, Yu Ilhan의 Record을 이어받은 자들은 적의 빈틈을 놓치는 멍청이들이 아니었다. Yumir가 그들을 주도했다.

 

[몰아쳐! 더 세게 몰아쳐! 싸움은 기세란 말이야. flame을 키우는 바람처럼, 보다 빠르고 날카롭게!]

 

Yu Ilhan과 함께하며 그의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아들은 맏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오라버님의 뒤를 따르라! Dragon들이여, Dragonkin의 정점에 선 우리들이 다른 Dragonkin에게 밀릴 참이냐!]

[Dragonkin들이여, 분노하고 날뛰어라! Lord께서 약속하신 Dragon의 지위를 쟁취하라!]

 

기세는 이미 확실하게 잡았다. Dragon과 다른 Dragonkin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제법 깊은 감정의 골을 갖게 마련이건만, 지금만은 Yu Ilhan을 구심점으로 뭉쳐 한 마음으로 용살자들을,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어째서 저 용을 물어뜯을 수 없는가! 내 이빨이, 내 발톱이 어째서 무디어져 가는가!]

[쿠오오오오오오오옹!]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어…… 나는 반드시 저 자의 목에 이빨을 박아 넣고 말겠다!]

 

몬스터들은 사정없이 밀리고 있음에도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어 울부짖으며 덤벼들고, 죽어가기를 반복했다. 놈들이 수없이 모여 덤벼들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방출된 방대한 양의 마나가 장판을 더욱 크게 활성화시키고, Yu Ilhan의 마나를 회복시키고, 그러고도 남은 것들은 어느 순간인가부터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동그란 원통으로 빨려 들어갔다.

 

“Ilhan아, 너 그건…….”

“아주 좋아, 아주 빨라.”

 

그것은 Yu Ilhan이 지구의 마나를 모을 수단으로 만들어 Daréu에 설치했었던 원통이었다. 적과의 대전을 대비해 회수했다가 Daréu로 돌아오면서 다시 제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지금은 그것이 지구의 마나뿐만이 아닌, Daréu의 마나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달랐다.

Yu Ilhan은 원통 안에 마나가 차오르는 속도를 확인하며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이 안에 마나를 가두면 몬스터의 생성 속도도 줄일 수 있고, 마나도 대량으로 모을 수 있고 진정한 일석이조다! 잘 한다!

 

“좋아. 이 기세로 삼주일 정도만 싸우렴, 얘들아!”

[사, 삼주일…… 힘내겠습니다!]

 

Yu Ilhan이 정말로 세상의 모든 몬스터들을 불러들일 작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루비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Yu Ilhan은 녀석의 늠름한 태도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그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일행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 내 얘기를 자세하게 안 했지?”

“대충은 파악하고 있지만, 지금 보고 나니까 아무래도 자세하게 들어야 할 것 같아.”

 

Liera가 대표로 나서서 말하자 Na Yuna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Yu Ilhan은 나지막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선 Helianna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아, 그 일도 지금 해치우자고.”

 

Upper집단 주제에 구성원이라곤 Yu Ilhan과 Yumir뿐이었던 용의 둥지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신입을 모집할 때가 된 것이다!

 

———————————————-

Chapter 43. 너희도 나와 같다. – 1

———————————————-

 

“자, 그러면.”

 

Yu Ilhan은 손을 펼쳤다. 그 손짓을 따라 flame이 피어나더니 Yu Ilhan과 그 일행, Sky Castle과 수호성까지를 모두 감쌌다. 외부의 그 누구도 내부에 간섭하는 것이 불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몬스터들이 이를 갈며 그것을 공격하려 들었지만, 물론 Daréu에서 탄생한 몬스터 따위의 공격이 Yu Ilhan이 직접 만든 Barrier를 범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식으로 틈을 드러낸 놈들은 바로 그 다음 순간 Dragon이나 다른 Dragonkin에게 목을 물려 죽어갔다.

 

일행은 Barrier 바로 바깥에서 몬스터들이 부딪히는 모습을 보며 마치 3D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Liera가 박수를 치며 외쳤다.

 

“오오, 전투 광경이 더 박진감 넘치게 보여!”

“팝콘 여깄어요오.”

 

그녀에게 타이밍 좋게 팝콘을 건네는 Na Yuna. 어쭙잖게 Yu Ilhan을 유혹해보다가 Liera에게 들키는 바람에 깎인 포인트를 회복해보겠다는 눈물의 아양 작전이었다. 그것은 제법 효과가 있어서, Liera는 만족하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제법 센스가 있잖아!”

“센스는 개뿔!”

 

Yu Ilhan은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상황은 완벽하게 관람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도 제각기 Barrier 바닥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구경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부터 전투는커녕 구경할 생각 만만이었구나!

Yu Ilhan과 하도 오랜 세월을 함께하다보니 대충 어떤 전투에서 싸워야 하고 어떤 전투에서는 놀아도 될지 감을 잡아버리는 동료들이 Yu Ilhan은 아주 조금만 미웠다.

 

“어차피 짧게 끝나는 얘기 아니잖아, 그렇지? 괜찮아, 천천히 얘기해. 다 들을 테니까.”

[다섯 번째의 신이 되는 과정인데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었겠지. 자기, 나 이제 슬슬 자세한 내막을 듣고 싶어.]

“하여간 이 녀석들은…….”

 

Yu Ilhan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별 수 없었다. 라파엘과 함께 행동하던 시점까지는 Liera가 일행에게 얘기를 해주었을 터, 그는 그 이후부터 일어난 일을, 특히 higher existence가 되어 집단을 만들기 위해 해야 했던 일들을 천천히 얘기했다.

 

라파엘과 모든 집단이 격돌하는 곳에 당도한 것, Army of Heaven을 그렇게나 물어뜯던 자들이 이번엔 한 마음으로 Brilliant Army of Light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던 것, Michael과 라파엘의 합작 Magic으로 자신의 Concealment을, 정확히는 Magic을 옮겨놓았던 분신을 드러낸 것, 그 틈을 노려 라파엘을 공격하고 그로 인해 모든 Record을 모으게 된 것!

 

Angel’s Partner 대신 지도자 클래스를 얻어 Upper집단 용의 둥지를 창설하고 그 수장으로 거듭난 것, 케샤인과 라파엘을 죽이고 거기서 더욱 성장한 것, Elkatra를 찾아가 Destruction Demon Army의 수장과 만난 것, 놈의 개소리를 무시하고 Daréu로 귀환해 6th Great Cataclysm을 일으키게 된 것까지 모두.

 

“후, 별일 없었지?”

Yu Ilhan의 말에 Kang Hajin이 진심으로 어이없어하며 대꾸했다.

 

“그게 별일 없었던 거면 별일은 대체 뭡니까? 천지창조?”

“세상에나아, 그 시점까지 지도자 서브클래스를 본 적도 없다니…….”

 

기껏 멋진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는데 Na Yuna는 엉뚱한 부분에 집중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Yu Ilhan은 코웃음으로 넘겨버리려 했으나 Liera까지 눈물을 글썽이며 Yu Ilhan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불쌍한 Ilhan이…… 괜찮아, 내가 너와 계속 함께 있을 테니까.”

“어라?”

[으, 으음. 자기는 혼자서도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냈으니까 그런 거야! 자기는 나쁘지 않다고!]

“어, 어라?”

“그, 그럴 수도 있지요. 지도자, 으음. 저도 10년에 걸친 Brayia에서의 생활이 없었다면 얻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네, 그럼요.”

“엥?”

 

어째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부분에서 돌아오는 일행의 반응이 걸쩍지근했다. 왜 higher existence까지 되었는데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그야 지도자 클래스를 맨 마지막에야 얻은 것은 Yu Ilhan 자신도 제법 굴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되면 남는 희망은 그의 어머니 Kim YeSeul뿐이었으나…… 그와 시선을 마주친 Kim YeSeul은 난감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레벨 1때부터 멈추어버린 세계의 정령들과 파티를 맺고 끔찍한 몬스터를 사냥한 괴물이었다! 지도자 서브클래스는 이미 진즉 구경했으리라!

 

“용의 둥지, 그렇구나. 이렇게 많은 용이 몰려든 것도 전부 그 때문이니?”

 

Kim YeSeul은 화제를 전환하고 싶었는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Dragonkin을 둘러보며 물었다. Yu Ilhan은 부루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건 내 마나와 공명하면서 Great Cataclysm을 일으킨 첫 번째 세상이 하필이면 Daréu여서 그런 거긴 한데…… 응, 뭐 그렇다고 봐도 돼.”

 

어차피 언젠가 Yu Ilhan은 Daréu를 찾았을 테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이보다 더 규모는 작았을지언정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테니까. 지금은 단지 최고의 타이밍에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그 규모가 끝장나게 확장되었을 뿐이다!

 

[Dragon은 물론이고, 다른 Dragonkin까지도 전부…… 대단해. 대단해, 자기. 자기가 Dragon의 힘을 터득할 때 설마 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Dragonkin을 다스리는 집단이 탄생하게 될 줄은 몰랐어.]

 

Dragonkin. 순수한 탄생의 시점에서부터 극한의 가능성을 품고 태어나는 종족. 물론 그 정점은 Dragon이지만 모든 Dragonkin은 최상의 Health과 Magic을 타고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바로 그 Dragonkin을 관할하며 그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었으니 Yu Ilhan이 관장하게 된 영역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굳이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만 Helianna에게 단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면, 그가 만들어낸 집단의 이름에서 Dragonkin이 아닌 다른 모든 것을 배척하는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용이었을까? 보다 크게, 모두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속성은 없었던 것일까?

Akashic Records는 대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 Akashic Records에 의도 따위 있을 리 없지만, 정말로 Yu Ilhan을 철저하게 분석한 끝에 그런 이름을 내어놓은 것이 맞단 말인가?

 

“Helianna, 너 지금 착각을 하고 있구나.”

 

Yu Ilhan은 Helianna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그야 Helianna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무의미한 걱정이었다.

 

“용의 둥지는 단지 용을 품는 곳이 아냐.”

 

Yu Ilhan의 동공이 찬란한 빛을 발했다. 루비처럼 빛나는 눈동자에 세로로 새겨진 황금의 동공이 Helianna를 사정없이 매혹시켰다. 그녀는 서큐버스 퀸 이름값도 못하고 그에게 매료되는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홀린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용의 둥지는 용이 모여드는 곳이며 살아가는 곳이고 동시에 마지막에 돌아오는 곳이지. 그리고…….”

 

그가 한손을 들었다. 자신의 차례임을 짐작한 Liera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일행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꼈는지 Yu Ilhan과 Helianna, 그리고 Liera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때, Barrier 안에 거대한 붉은 바구니가 나타났다. 아까 퍼스트를 Dragon으로 만들어냈던 바로 그 바구니, 기적의 요람이었다. Helianna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아, 하고 감탄사를 흘렸다.

 

[그렇구나, 용의 둥지란…….]

“그래. 용의 둥지는.”

 

Liera가 눈을 감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데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실로 기쁘다.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손을 내렸다. 기적의 요람이 완전히 Liera를 덮어 감싸며 붉은 알의 모습을 형성했다. 그때쯤에는 모두가 감을 잡았다.

 

“용이 태어나는 곳이야.”

[맙소사…….]

 

Helianna는 감탄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가, 그렇구나. 어째서 자기가 Heaven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나는 이제야 완벽하게 이해한 기분이 들어. 하나의 존재가 품은 Record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집단이란…… 여태까지는 Heaven뿐이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렇다. Destruction Demon Army은 어디까지나 파괴적인 성향을 지닌 자들을, 그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격을 높여줄 뿐이었다. Garden of Sunset은 존재의 개성을 존중하며 그들 각각의 발전을 지원하는 집단이었다. Brilliant Army of Light이 그나마 변화를 일으키지만, 그것도 이미 Angel로 변화한 이들을 타락시키는 것에 불과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존재 개혁이란, 여태까지는 Army of Heaven에서밖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장소에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존재 개혁이, 존재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Liera, 조금만 참아.”

 

붉은 알 안에 갇힌 Liera로부터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변화하는 Liera의 상태를 두 눈을 감고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그가 검지를 내밀자 그 끝에서부터 핏방울이 조르르 흘러나와 붉은 알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그 순간 알이 쿵, 큰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으으, 부러워. 정말 부러워.]

“네 차례도 곧 올 테니 기다려.”

 

알은 몇 번 더 큰 진동을 내더니 곧 퍼스트가 Dragon으로 거듭났던 그때처럼 금이 갔다. 그렇다. 사실 과정만 보면 퍼스트가 겪었던 일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Yu Ilhan은 사실 녀석을 통해 Dragon’s Nest 수장으로서 지닌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Liera의 경우는 놈과 아주 조금 다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lower existence의 Dragonkin에서 Dragon으로 거듭났던 녀석과는 달리, Liera는 과거 6th Class Senior Angel의 지위에 있다가 4th Class로 영락했고, 지금 다시 higher existence의 자격을 얻어 잃었던 격을 되찾는 중이었으니까. 둘 사이에는 태양빛과 반딧불이 정도는 아니어도 호수와 우물물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

 

[자, 잠깐만 자기. 격을 되찾아? 잃었던 격을?]

“Liera는 Angel로서의 자격을 상실해 자신이 쌓았던 Record을 나타낼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뿐이지, 6th Class에 이르기까지 순수한 그녀의 힘으로 이룬 업적과 Record은 모두 온전히 갖고 있어. 그렇지?”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건 Angel가 Fallen Angel가 되고, Fallen Angel가 Destruction Demon Army의 포식자가 되고, 포식자가 Garden of Sunset의 문지기로 거듭나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렇게 놀랄 것 없어.”

 

과거 Garden of Sunset에서는 Erta를 문지기로 거듭나게 하려고 했었다. 어차피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Record은 온존하고 있으니, Angel로서 지니고 있던 Record을 문지기의 Record으로 바꿔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Angel를 Fallen Angel로 타락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며 지금은 모든 집단에서 공유하고 있는 Magic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바꿔치기의 개념이지! 그 Magic은 타이밍이 엄청나게 중요하단 말이야! 하지만 지금 Liera는 격을 잃고 영락한지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지났어, 그런데 어떻게 그 간격을……!]

“그 정도 간격은 나한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의 단언에 Helianna는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Liera의 ‘부화’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알에 생긴 금이 점점 더 크게 확장되고, 그 사이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 사이로 진동하는 강렬한 Magic에 Helianna는 전율했다.

 

[정말로 6th Class야……!]

“네 차례도 얼마 안 남았으니 대기해, Helianna.”

“후우우우.”

 

알이 깨지고 모습을 드러내는, 두 쌍의 붉은 피막 날개를 달고 있는 Liera의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 Helianna를 향해 Yu Ilhan이 히죽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제 너도 ‘완전한’ 7차 클래스로 돌아갈 때가 왔잖아. 안 그래?”

 

———————————————-

Chapter 43. 너희도 나와 같다. – 2

———————————————-

 

일행은 Dragon이 되어 돌아온 Liera를 보며 전원 말문이 막혔다. Yu Ilhan이 어째서 Dragon’s Nest 수장인지, 하나의 집단의 수장이란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인지 그로써 이 자리의 누구나가 극명하게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가장 놀라고 있는 것은 존재의 각성을 겪은 Liera 본인이었다.

 

“Dragon의 피가 내 안에서 흐르고 있는 게 느껴져. 더구나…… 진짜, 정말로 격을 되찾았잖아. 아니, 이건 되찾은 수준이 아니라.”

 

Liera는 멍하니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구부려보았다. 그 안에 깃든 거력이, 과거 Senior Angel이던 시절의 자신이 지니고 있던 것보다도 더욱 거대한 Magic과 혈류가 느껴져 그녀를 뿌듯하게 했다.

 

어디 그뿐인가? Dragon으로 새로이 거듭난 그녀는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드는 미모 또한 지니고 있었다. Senior Angel였던 시절에는 사랑의 신의 축복이 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었지만, lower existence로 영락해 축복만이 남아있던 상태에서 다시 격이 오르게 되니 축복과 Dragon의 피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붉은 눈은 더욱 투명하고 깊게 빛났고, 새하얀 도자기 같은 그녀의 피부는 신비스러운 광택을 발했다. 원래부터 아름다웠던 금발엔 약간의 붉은 기운이 섞여, 짙은 마나를 품고 살아있는 것처럼 치렁거렸다. 지금의 그녀는 마치…… 여신 같았다.

 

Yu Ilhan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확인했다.

 

“기분은 어때, Liera? 혹시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최고야!”

“야, 거기 스읍.”

 

Liera는 딱 그렇게 한 마디 대꾸하고는 곧장 Yu Ilhan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등 뒤에 Angel의 날개를 대신해 솟구친 피막의 날개 두 쌍이 쉴 새 없이 파닥거리는 것이 조금 귀여웠다. 그것을 본 Helianna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retort 걸었다.

 

[원래 Dragon의 날개와 격은 크게 상관이 없는데 왜 Liera는 두 쌍이야?]

“Liera는 과거 Senior Angel였던 적이 있으니까 거기에 영향을 받은 거겠지. 에잇, 이제 그만 떨어져. 지금 네 수준에 적응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테니까.”

“힝, 그건 그렇지만.”

 

Liera는 심지어 lower existence로 영락해있던 기간 동안 얻은 경험치까지 온전히 반영되어 Senior Angel이던 시절을 아득히 초월하는 레벨을 지니게 되었다. Senior Angel이던 시절에는 430레벨을 넘지 못했는데, Dragon으로 부화한 지금은 483레벨이 되었으니 그동안 그녀가 Yu Ilhan과 함께 얼마나 많은 수라장을 거쳐 왔는지 극명하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내 스킬들이 전부 바뀌고 진화했어. 더구나…… 원한다면 내 모습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아.”

“Barrier 안에서 변하진 말아줘. Barrier가 바로 터져버릴 테니까.”

“……그러면, 나도 쟤네 도와도 될까?”

 

간신히 Yu Ilhan의 품에서 물러난 Liera가 Barrier 바깥에서 혈투를 벌이는 Dragonkin과 몬스터의 대전을 보며 눈을 짙게 빛냈다. 아마도 자신의 정확한 힘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다. Yu Ilhan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애들도 성장해야 하니까 너무 날뛰진 마.”

“알았어, 맡겨둬!”

 

그녀의 피막 날개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크게 펄럭였다. 다음 순간, 그녀는 이미 Barrier에서 벗어나 몬스터들 중간에 둥실 떠 있었다. 비행이 아니라 거의 Warp 수준의 빠르기였다.

 

[드, Dragon!]

[Dragon이 늘어났어! 저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역시 죽여야 해! 저 안에 있는 남자를 죽여야…… 카학!]

“으랴랴랴랴랴랴랴랴! 엔젤…… 이 아니지, Dragon 랜스 웨이브으으으!”

 

Dragon으로 변화했어도 Liera의 처참한 네이밍 센스만큼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녀가 flame의 힘을 섞어 만들어낸 거대한 파동은 기술의 이름을 잊게 할 만큼 강렬했다. 그녀가 내지른 Spear 중심으로 발생한 파동이 전장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족히 수십만에 달하는 몬스터가 갈가리 찢기고 터져나간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마, 맙소사! 오라버니보다 강해!]

 

그것에 당하는 몬스터들도, 한창 싸우고 있던 Dragon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Barrier 안에서 그것을 보던 Yu Ilhan의 일행 또한 마찬가지였다.

 

“적당히 하라니까 저 망할 천…… Dragon이!”

“Liera는 Angel 시절부터 자신의 힘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지요. 그런 그녀가 그 힘을 버리고 당신을 택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으나…… 아무래도 그 성격이 어디 가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냉정하게 Liera의 상태를 분석하면서도 Erta의 시선은 Yu Ilhan에게 꽂혀 떨어지질 않고 있었다.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이 ‘다음은 누구 차례죠? 제 차롄가요? 제 차례겠죠? 제 차례라고 말해줘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Yu Ilhan은 풋 웃어버리곤 손을 까딱였다.

 

“어서와, Erta. 6th Class는 처음이지?”

 

Kang MiRae는 심연을 헤매고 있었다. 깊고 어두운 안개로 가득한 곳.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끝이 어디인지도, 바닥은 어디인지, 천장은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없는 미지로 가득한 곳이었다. 아니, 과연 이곳은 실제로 있는 곳일까? 당장 그것부터가 의문이었다.

 

“내가 왜…… 이곳에 있지?”

 

그녀는 분명 조금 전까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Yu Ilhan의 부탁을 받고, 다른 모두와 함께 Upper집단이 Rule하는 세상을 습격해 그들을 공격하는…… 인도적으로 보면 결코 용납 받지 못할 일.

Kang MiRae는 단지 모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Yu Ilhan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에 필사적으로 그것에 임했다. 그리고 그 일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쯤에서 그녀는 떠올려냈다. 분명 기존의 Upper집단을 상대하는 일은 제법 수월했다. Ehjar의 육신에 깃든 Orochi와 7차 클래스의 힘을 불완전하게나마 발휘하는 Helianna, 본래 Angel였던 Liera와 Erta를 비롯해 일반 상식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굉장한 동료들과 함께였으니까.

 

일이 어그러진 것은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이형의 Angel들과 조우한 순간부터였다. 그들은 마나에 대한 터무니없는 저항력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위 영역에서 마나를 제대로 다룰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고유Barrier마저 갖추고 있었다.

모든 동료가 그것에 고전했고 Kang MiRae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Helianna의 도움으로 그들의 능력이 잠깐이나마 무력화된 순간 Kang MiRae는 아주 작은 Warp 게이트를 놈들의 몸에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그것들을 멸하는 데에 성공했다. 본래 불가능했어야 할 일인데 어떻게 성공시킨 것일까, 그것이 의문이었다.

 

“그래서 죽은 것일까.”

 

과욕을 부렸기 때문에, 그녀에게 허용되지 않은 일을 행했기에?

 

본래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위험한 일을 앞두고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그녀였는데, Yu Ilhan을 슬프게 만들기 싫다는 생각만으로 폭주한 것이 문제였을까. 그래서 자신은 지금 이렇게 죽어 무의 공간에 떨어진 것일까.

 

“생각해보면 란포스로 내팽개쳐진 때부터 그랬어.”

 

과거의 자신이었더라면 그저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될 날을 기다리며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만 매진했을 것이다. 오직 자신에게 가능한 것만을 하며, 그것으로 최선이라 굳게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고, 본래 자신의 전문 영역도 아닌 차원Magic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째서인가. 지구인들을 구하기 위해서인가? Oppa를 찾기 위해서인가? Na Yuna를, 자신의 다른 가족을 찾고 싶어서였나?

 

아니다. Yu Ilhan과 만나고 싶어서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와 다시 만나고 싶어서였다. 솔직히 다른 사람 생각은 별로 하지도 않았다. 그냥 Yu Ilhan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한 번 자각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거세게 부풀어 올라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Na Yuna가 섭섭하게 여겨도 사실이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차원의 Mage가 될 수 있었고, 마도의 신의 축복도 받을 수 있었고, 그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Ilhan 씨…….”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포기했다. 자신보다 훨씬 아름답고, 더욱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간 사람이니 그 정도는 되지 않으면 안 되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 사실은 허탈하고 원통했다.

 

그래도 Yu Ilhan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상냥하기에 자신을 거절하는 것도 힘겨워할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한 사람인데 항상 타인의 눈치를 보는 그이지 않던가!

그냥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그저 그의 근처에서 걸어가는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뜻하지 않게 그를 곤란하게 만든 적도 있지만…….

 

즐거웠다. 행복했다. 아팠지만, 따스했다.

 

“하지만 이젠 죽어버렸구나.”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너무나 슬퍼 아이처럼 주저앉아 엉엉 울고만 싶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아이야.]

 

어린 아이 같은, 노인 같은, 남자 같은, 여자 같은, 그중 누구도 아닌 것만 같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너는 실로 굉장한 힘을 지니고 있구나.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영역을 오직 혼자 힘만으로 개척하고, 당당히 쟁취해내는 그 능력은 실로 새로운 Record이라 평할 만하다.]

“…….”

 

Kang MiRae는 고개를 들었다. 혹시 자신은 죽지 않은 것일까? 그것이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죽지 않을 수 있다. 그뿐이랴, 너는 다른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빛날 자격을 지니고 있다.]

“당신은 누구죠?”

[나는 신이다.]

 

답은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웃어버리고 싶을 만큼. Kang MiRae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난 죽었나 봐.”

[아이야, 네가 믿건 믿지 않건 괜찮단다. 나는 단지 신으로서 존재할 뿐이니까.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련?]

“후우.”

 

Kang MiRae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했다. Magic은 단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어차피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였다. 그녀는 못마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말이나 해보시죠.”

[그럼 어떻게 해서 너와 내가 만날 수 있었는지부터 얘기해보자꾸나.]

“당신은 그 이형의 Angel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나는 그들을 죽여 Record을 흡수했고, 당신은 그 Record을 통해 나와 접촉했어요. 아닌가요?”

[……너는 내 생각보다 더욱 뛰어나구나.]

 

정곡이었다. 그 어떤 힌트도 주어져 있지 않던 상황에서 ‘신’이라는 단어만으로 그런 결론을 내리는 Kang MiRae는, 천재가 아니라 예언자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스스로를 신이라 밝힌 자는 그에 조금 놀란 듯했으나 괜히 신을 자칭하는 것이 아닌지 금세 평정을 되찾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의 세상은 잘못되었다. 나의 업보가, 나의 죄악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구나. 스스로를 신이라 자칭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이 날뛰고 있고, 세상의 숫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마나는 실패였어. 누구에게나 허락된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나는 몰랐고, 그저 공평함만을 추구한 끝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다.]

“중간에 생략된 설명이 너무 많네요.”

[하지만 너는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

 

Kang MiRae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괜히 천재가 아니었으니까.

 

‘신’의 말이 옳다는 가정 하에, 그는 세상을 만든 장본인이고 마나를 퍼트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마나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이가 강해졌고, 심지어는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자들까지 생겨났다. 세상도 너무 많아졌고, 어쨌든 모든 게 돌아가는 꼴이 마음에 안 든다. 요는 그것이다.

 

“그래서 대홍수라도 일으키시겠다고?”

[모든 것을 없애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어라, 홍수보다도 급수가 높은 짓이었다. Kang MiRae는 설마 이거 진짜 신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신에게 확인했다.

 

“……아담과 하와부터 말인가요?”

[하와가 될 생각은 있느냐?]

“아담은 누군데요?”

[Yu Ilhan을 네게 주마. 그를 사랑하지 않느냐. 그를 독점하고 싶지 않느냐. 내가 그것을 이루어주마.]

 

Kang MiRae는 말을 잃었다. 그것을 매혹적인 제안이라 여긴 자신이 부끄러워서였다.

 

[나는 새로이 군대를 만들었다. 네가 없앤 그것들이 바